나도 피해자입니다. 어쩌면 그때 견디지 못했더라면 이 추모의 주인공이 내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많이 아파요. 아니, 정정합니다. 그때 견디지 못했더라면이 아니라 지금까지 견뎌오지 못했다면 말이에요. 3년 전, 제가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고 몇 달을 제정신을 잃고 수많은 사이트들을 찾아 헤맸습니다. 거기에는 수많은 또 다른 내가 있었습니다. 젖고 마르고 또 젖고 말라버린 얼굴은 금방이라도 바스라져 가루가 될 것 같아 두려웠고, 한편으론 가루가 되었으면, 그래서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으면, 하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때 당시 대학생이었는데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어떻게든 일상 생활을 버텨냈지만 그 이후로는 누구의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고도 알고 지내던 남자한테 연락이라도 오는 날이면 미친듯이 밤을 새워 웹하드 사이트를 포르노 사이트를 뒤지다 잠드는 게 제 일상이었어요. 과거형으로 얘기하고 있지만, 이것은 제 현재이기도 합니다.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던 일이 내 일이 되어버렸는데, 사실 지금도 나는 내가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내왔는지 믿기지 않지만, 나는 앞으로도 그런 부류의 수많은 시간들을 보내야만 하겠죠. 비록 나는 용기가 없어 죽지 못하고 지금 이곳에 글을 적지만, 내가 지금까지 견뎌내고 있다는 것이, 놀랍게도 지금은 대부분의 시간을 꽤 괜찮게 보내고 있다는 것이, 이 글을 보고 있을 다른 '나'에게 그러니깐 지금 아파하고 있을 또 한 명의 피해자에게 용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 글을 적습니다. 내가 조금이나마 괜찮아지고나서 한 생각은, '죽지 않고 죽게 만들지 말자'였어요. 우리 죽지 말고 견뎌서, 또 조금만 힘을 내어 싸우고, 조금만 더 기다려 봐요. 수많은 죽음들이 헛되지 않게, 또 이제는 더이상 죽는 사람, 죽지 못해 사는 나 같은 사람이 없게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치 내 영혼의 자매 같은, 먼저 떠나간 이들의 명복을 깊이 빕니다 다음 세상에선 당신들이 조금 덜 울 수 있게, 우리가 꼭 그렇게 만들어 놓고 나중에 나중에 만나면 자랑할게요. 그때 나를 한번만 안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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