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에 사는 여자입니다 비회원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한참 지난 어느 날, 저와 동생은 그리 유쾌하진 않지만 그래도 우리 추억의 편린인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전교1등이었고, 대학을 갈 땐 해외에 장학금을 받고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때 마침 고등학교의 학생 선발 방침이 바뀌는 바람에 저희 학년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모이지 못했고, 그래서 서울대에 단 한 명도 보내지 못하는 등 다른 해에 비해 입시 실적이 다소 부진했습니다.

그런데 동생에 따르면, 여자가 전교 1등을 하니 실적이 그 따위라고 하며 저희 학년에 대해, 그리고 저에 대해 그렇게 뒷담화를 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여자는 모의고사에 약하다는 등의 차별 발언을 들으며 고등학교에 진학했던 것도 기억합니다.

저희 학년은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졸업한 뒤라 저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후배들은 그런 차별 발언을 바람결에 듣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