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 하이파이브 비회원

이상하게 산부인과는 친절한지, 담당 의사는 여성인지, 한참을 검색하고 가요. 그래서 집이 경기도인데 인터넷으로 찾고 찾아서 회기역에 있는 병원을 갔었어요. 진료받을 때 불쾌해지지 않기 위해서 거기까지 가는 내가 정말 이상한 건가, 아닌것 같은데, 분명 이러는 사람이 많을텐데, 이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김선우 시인의 하이파이브 라는 시가 자꾸 생각났어요. 같이 공유해요!

하이파이브/ 김선우

1년에 한번 자궁경부암 검사 받으러 산부인과 갈 때
커튼 뒤에서 다리가 벌려지고
차고 섬뜩한 검사기계가 나를 밀고 들어올 때
세계사가 남성의 역사임을 학습 없이도 알아채지

여자가 만들었다면 이 기계는 따듯해졌을 텐데
최소한 예열 정도는 되게 만들었을 텐데
그리 어려운 기술도 아닐 텐데
개구리처럼 다리를 벌린 채
차고 거만한 기계의 움직임을 꾹 참아주다가

커튼이 젖혀지고 살짝 피가 한 방울,

이 기계 말이죠 따듯하게 만들면 좋지 않겠어요?
처음 본 간호사에게 한마디 한 순간 손바닥이 짝 마주쳤다
두 마리 청개구리 손바닥을 짝 마주치듯 맞아요, 맞아!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니깐요. 자요, 어서요, 하이 파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