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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편에 서고자 하는 것은 이상에 불과한 것일까요?

202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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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라는 말에 자연스럽게 붙는 단어가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 흔히 소수자로도 사용되는 이 단어는 사회에서 비정상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주로 붙여지는 이름입니다. 슬프게도 비정상과 정상을 나누게 되는 기준은 인원수에 따라 정해집니다. 다수에 속하는 사람들은 정상이라고 인식되고, 다수와 다른 소수들은 비정상이라고 낙인이 찍히죠. 낙인이 찍힌 소수들은 다수가 있는 범위에서 쫓겨나 외곽으로 점점 밀려나게 되어 그렇게 그들은 사회적 약자가 됩니다. 그들의 잘못과는 별개로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이죠.

사마천은 하늘이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착한 사람들이 역사 속에서 희생된 사례가 많기 때문이죠. 한나라 시기 덕치를 강조하던 군주가 조조에게 진 경우가 있고, 권력층이 아닌 백성을 위한 정책을 편 사람들이 누명을 쓰고 죽게 되는 장면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현실에서 항상 실리를 추구한 사람들이 승리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위를 정도를 걷는 사람으로 바라보고, 실리는 자신만의 이익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사마천은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 자체는 살아감에 있어 필요한 것이지만 정도가 아닌 방법을 통해 이익을 얻게 된다면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그리고 역사에서는 당위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밟고 올라가 실리를 취하는 경우를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사마천의 주장이 옳을 수 있죠. 하지만 개인이 아닌 집단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역사는 약자의 편에 있었습니다. 노예제도가 폐지되었고, 제국주의 지배에 있던 식민지는 사라졌으며, 여성의 참정권이 생겼습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발판삼아 이루어낸 것들이기에 희생의 당사자들은 그들을 하늘이 돕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 그들이 말했던 것들은 이루어졌습니다. 약자들은 조금씩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기 시작했죠.

천도가 공평무사한지는 사실 모르겠습니다. 항상 강자가 승리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약자의 편을 사람들이 항상 들어주는 것도 아닙니다. 이는 항상 동일한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연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농사를 짓는다고 풍년을 보장해주지도 않고, 길거리에 먹을 것이 없어 쓰러져가는 동물들도 존재합니다. 자연을 천도라고 생각하면 결국 모든 것이 공명정대하다는 것은 없고, 설사 있더라도 우리의 관점에서 이를 공명정대하다고 바라볼 것인가도 의문이 듭니다. 우리 모두는 인간이기에, 세상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약자의 편에 선다는 것. 편에 선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옆에 서 있어 준다는 것은 결국 그들이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뜻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편에 선다는 말 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수도 있겠네요. 사실 선악의 구도는 함부로 정의하기 힘들기에 누군가의 편에 선다는 것은 마치 다른 쪽을 대립한다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 권리가 지켜질 수 있도록 우리도도 함께 목소리를 내어야 합니다.

단지, 목소리를 함께 내는 것이 이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고작 이조차도 시도하지 못하는 세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많은 변화를 바라지도 않고, 약자들이 하루아침에 다수의 동심원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믿지도 않습니다. 그냥, 들어주었으면 합니다. 아니, 들어주자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네요. '듣자'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고 봅니다.

그것은 이상이 아니라 우리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는 것조차 이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연한 것이니까요.

댓글

이 공간에서만큼은 마음껏 서로 이야기하고, 들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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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적이든 사회주의적이든 진보적 역사관의 관점에서 보면, 사회적 약자 내지는 피지배계급들이 조금씩 좀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변화하고, 좀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변화한 것 같습니다. 부정할 수 없지요.

하지만 그 계급관계든 강자-약자 관계든 권력관계든 그 관계가 사라지거나 전반적인 우위가 변화한 적은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역사 속에서의 수많은 개인들은, 그리고 집단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장기적으로 낙관적인 관점에서 믿을 가지되, 그 것을 실제로 실현하기 위해서 앞당기기 위해서 우리는 주위의 사람들과 어떻게 이야기 나누고 어떻게 함께 연대하고, 어떤 일을 함께 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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