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농어촌 수탈형 경제 체제를 극복합시다.

20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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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철학 연구자. 일어/중국어 교육 및 번역. => 돈 되는 일은 다 함

경자유전

[경자유전]

대한민국 헌법 제121조 ①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

②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

제123조 ①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ㆍ육성하기 위하여 농ㆍ어촌종합개발과 그 지원등 필요한 계획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

②국가는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

③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ㆍ육성하여야 한다.

④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하여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

⑤국가는 농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하여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


곡물 가격 급상승, 식량 안보, 농어촌 고령화, 마을의 소멸, 서울 공화국. 이제는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들으신 말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정희 정권 이래로 한국 경제는 농어촌에서 식량과 자본, 환경과 노동력을 도시에 그대로 떠서 가져오는 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도시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지방의 모든 것을 쭉쭉 빨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위에서 보듯, 농어촌 문제의 해결은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사항입니다. 다소 과장된 말로 들리시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과격하게 말하자면, 농촌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정권은 모두 위헌입니다. 주식 문제, 금융 문제를 다루는 공력의 반의 반이라도 농촌에 관심을 가집시다.


도시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도시란 자기 스스로 식량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고, 인간이란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죽는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도시인들은 농수산물과 바꿀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농어촌 사람들과 교환해야 합니다. 그것이 도시의 본질입니다. 도시 사람들은 농어촌으로부터 식량을 공급 받지 못하면 굶어 죽어야 합니다. 지금 한국의 도시, 특히 서울 사람들은 농어촌에 정당한 대가를 주고 식량을 받아왔는가에 대해 반성해야 합니다. 이것을 어줍지도 않은 수요공급의 법칙으로만 설명하려 하는 것은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현대 주류 경제학에서 말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계산의 편의를 위해 항상 시장을 참여자 모두가 비슷한 조건을 가진, 모두가 시장 앞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조건을 가진, 완전경쟁이 가능한 곳으로 가정하여 설명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모두가 알다시피 독점 아니면 과점입니다. 자유롭지도 평등하지도 않습니다. 즉, 완전경쟁시장이라는 말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경제학을 처음 배울 때, 수요-공급의 법칙을 설명하면서 항상 이 전제를 먼저 설명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것을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시장은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며 정부가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기본 개념을 몰라서 그러는 것일까요, 아니면 일부러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일까요? 알면서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이라면 간사한 것이고, 몰라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라면 반성하고 배워야 합니다.


인간과 사회의 기본은 몸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과 코인에 빠져서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는 안 먹으면 죽는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기본은 입니다. 우리는 몸을 가지고 태어나 몸으로 세상과 교류하며 몸으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냅니다. 어떤 의미에서 정신 노동이라는 것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정신도 몸을 통래 드러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글을 손가락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눈으로 보고 계시고요.

음식의 질이 좋거나 나쁘거나, 우리는 음식을 안 먹으면 죽습니다. 환경문제, 식량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식량 안보, 식량의 전략성도 중요한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는 안 먹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며, 이러한 차원에서 보면 인간의 역사에서 도시가 탄생했다는 것, 식량을 자기 손을 만들지 않는 사람들이 탄생했다는 것이야말로 상당히 특이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온 국민이 다시 도시를 버리고 농사를 짓고 고깃배를 타자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도시 중심으로 만들어져 온 한국 문명의 역사를 돌아보며, 착취의 고리를 끊고, 함께 살 수 있는 방법, 도시가 다 빨아들여 왔던 부를 농촌에 공정하게 재분배하는 방법에 대해 다함께 고민하자는 것입니다.


농어촌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농어촌의 문제, 둘째는 농어민의 문제, 셋째는 농어업의 문제입니다. 지금 이 세 가지를 따로 떼어서 개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이 세 가지는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서울에 있는 대기업 하나가 그냥 시골에 띡 가버리면 그걸로 바로 인구 문제가 해결될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 예를 멀리서 찾으실 것 없습니다. 세종시를 보십시오. 

인구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농어업이 살아야 합니다. 농어업이 살고 농어촌이 살아야 합니다. 농어촌이 살려면 농어촌에 사는 사람이 잘살 수 있어야 합니다. 농어민이 아니어도 농어촌에 사는 모두가 행복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시의 행복은 커녕, 도시 문명 자체가 무너질 지도 모릅니다.




이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함께 토론하길 원합니다.

첫째, 경자유전의 원칙을 되살릴 방법을 토론하길 원합니다. 농사 짓는 자가 땅을 가진다는 원칙이 깨지고, 부재지주(不在地主), 그 지역에 살지 않는 지주들이 늘어나면서 농지도 수익을 위한 매매 상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은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강제적인 방법이라도 동원해야 합니다. 식량 문제를 두고 안보와 전략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전에 식량은 생명이고 환경입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소작을 주거나 수익을 위해 사고 파는 땅에서는, 그 누가 살아도, 그 땅에서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해도, 그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둘째, 우리 농업이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토론하길 원합니다. 개인, 혹은 가구 단위의 소농 중심의 농업을 택하여 농지를 가지고 자급자족과 수익 창출이 가능하게 해야 하는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사기업 단위의 대농 중심의 농업을 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논의하여야 합니다. 지역에 따라, 생산물에 따라 어떤 방식을 택하는 것이 유리한지, 전국 균형 발전이나 식량 안보 같은 거시적인 차원에서도 생각해보고 그리고 농업에 참여하고 농어촌에 사는 주체들의 행복의 차원에서도 생각하면서, 무엇이 더 좋은가, 혹은 옳은가를 논의해야 합니다.

셋째, 농어업은 물론, 농어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지역 주민들을 참여하게 하길 원합니다. 도시 쓰레기 처리 문제도, 재생 에너지 산업 문제도, 지역 주민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합니다. 저는 원자력 발전에서 벗어나 재생 에너지 중심으로 가는 것에 적극 동의하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재생 에너지 역시 도시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을 중심으로, 산업용 전기 중심으로 토론한다면 이것 역시 약탈이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전력의 민영화를 막고 국가가 직접 나서서 재생 에너지 산업이 이루어지는 지역 주민들에게 그 이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탈원전 사업을 설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친환경 재생 에너지 사업에 발전소가 지어질지도 모르는 농어촌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기를 바랍니다.

넷째, 정책을 결정하는 관료, 법안을 입안하는 정부와 국회가 농수산물의 수입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깨닫기 바랍니다. 특정 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전문가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농어촌 전문가에는 관료와 정치인, 학자만 있고 농어민이 빠져 있습니다. 농어업에 오래 종사한 사람들을 전문가로 대우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경청하기 바랍니다.

다소 과격하게 이야기했습니다만, 이 문제에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나오기를 바랍니다. 정치인과 관료, 학자 중심의 이야기에서 모든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고 많은 목소리가 나와주기를 바랍니다. 특히 농어촌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기다립니다. 이 글을 보고 비판하시는 많은 분들이 나와 주기시를 바랍니다. 혹 명쾌한 정답을 얻지 못한다고 해도, 많은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이슈

지방분권

구독자 29명

전세계적으로 가격이 올라 식량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정작 쌀값은 폭락하는 모양입니다. 대체 우리나라의 식량 정책이 어떻게 되어 있길래 이렇게 되는 것인지..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https://imnews.imbc.com/news/2...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계속 서울에서 살았기 때문에 농촌에 대해 생각해볼 일이 없었어요. 지역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긴 했지만 이 말이 확 와닿지는 않았구요. 글 덕분에 서울뿐만 아니라 균형적인 발전과 이를 위한 농촌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네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농어업을 살려야 한다는 글의 주제에 크게 공감합니다. 지역균형발전의 문제는 과거부터 꾸준히 언급되어 왔지만, 해결책으로 농어업의 발전을 크게 고려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와 더불어.. 당연한 얘기겠지만,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육 일자리 의료 시설 등 서울과 격차를 줄이고, 사람들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조성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이다 하지만 국가 기반산업이 필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농촌으로의 인구유입도 늘어야 하는데요. 도시에서만 자란 저는 농촌에 가서 사는게 거의 외국에서 사는 것 처럼 어렵게 느껴집니다. 생활기반도 없고, 하는 일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니까요. 

지나가는 이 비회원

식량자급률 확보가 이미 화두입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 농어촌 유학 준의무화 이야기도 나오던데.. 중장기적으로는 이런게 효과가 있으려나요? ^^;;

공감합니다. 동시에 한편으로 도시 생활에 길들여진 개인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서 할 수 있는 것을 떠올릴 수 없다는 점을 실감합니다. 농촌으로부터 멀어진 개인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