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마트 노동자들의 휴식권

20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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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규제 개선 1호 과제로 검토했던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에서 57만표를 획득하여 1위를 차지했으나, 결국 ‘어뷰징(반복 행위를 통해 클릭수를 조작하는 것)’ 논란이 일면서 투표 자체가 무효가 된 것이다. 그러나 사실 모두가 알고 있듯 핵심적인 논란의 발원은 다른 데 있다. 소상공인 업계와 노동계의 반발이 매우 거셌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논란거리가 되었던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의 존속 여부와 관련하여  “지금 당장 제도를 변경하거나 이런 것 없이 현행 유지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특히 소상공인 의견을 많이 경청하겠다”고 밝혔다(최상목 경제수석 브리핑). 이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의무휴업”이 “2012년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영업시간 제한과 함께 ‘유통산업발전법’을 통해 도입”(중앙일보 2022.8.1)된 맥락과 궤를 같이 한다. 이 제도에 따르면 대형마트에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하며,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발언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반대했던 커다란 두 축 중에 하나인 노동계의 입장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 폐지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윤석열 정부가 당사자와의 대화나 의견수렴도 없이 역린을 건드렸다”고 직접적으로 꼬집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현행 제도 유지가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대화’나 협상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2012년에 대형마트에 월 2회 휴업을 의무로 부여한 이유 중 하나는 “마트 노동자들의 신체적 건강과 일/삶의 균형”을 보장하기 위함이기도 했다(아주경제 2022.8.25).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휴일은 의무휴업일인 이틀을 빼고는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일이 많다. 주말의 경우 매출이 평일보다 높기 때문에 무조건 출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고, 연휴는 거의 없다시피 할 뿐만 아니라 명절 때도 마트가 영업하지 않는 당일을 빼고는 근무를 독촉한다. 마트가 영업을 종료하는 자정 직전까지는 매장을 비워둘 수 없다. 게다가 마트에 입점해 있는 개별 매장은 이중으로 휴일을 협상해야 한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노동자 중 대부분이 중장년층, 그 중에서도 여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문제적이다. 이들은 현실적으로 노동시장에서의 협상력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휴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정해진 휴일이 없어 유동적인 스케줄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이러한 노동조건을 감내하고자 하는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불안정한 노동의 문제가 안건에서 배제되어 왔던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유독 노동의제가 적었던 이번 대선을 지나 왔고 그 기조는 지속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란 속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소상공인의 보호 구도이지(혹은 간혹 대형마트, 대기업의 횡포가 언급되기도 하지만) 노동자의 휴식권은 여전히 아득한 뒷자리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 이슈는 어떤 충돌 구도가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 차원에서 재고찰되어야 할 문제이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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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며 마트며 노동환경 너무 열악해요.... 노동자의 얼굴은 어디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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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노동계에서 파업이 지속되는 요즘 대형마트 의무 휴업 건에 대해서도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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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관점과 노동자의 관점과 인근 자영업자의 관점이 각기 다르더라구요. 대형마트 오너를 제외한다면 결국 서민들의 민생 문제인데요. 대립되고 있고 누가 이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실태 파악에 따라 함께 상생하고 공존할 수 있는 조정을 목표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 조정 과정에서 노동자의 휴식에 대한 권리는 상수처럼 작동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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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노동자에 대한 관점은 많이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정말로 뉴스나 토론을 보면 이들에 대해 주목하고 있지 않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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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간 이해관계로만 생각했는데, 정작 그 안에 있는 노동자에 대한 고려를 못했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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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권리 문제가 이야기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매우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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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폐지에 반대합니다. 기존처럼 휴업일에 재래시장이나 작은 마트에 가는 게 크게 불편함이 없을 뿐더러 글의 내용처럼 대형마트 근로자분들도 쉴 수 있으니까요. 휴무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쉬는 날이 없으면 근로자분들이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의 입장 뿐 아니라 근로자분들의 입장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글인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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