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모두가 행복한 명절을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202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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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는 활동가

안녕하세요. 저는 ‘시민36’입니다. 다들 추석 잘 보내고 계시나요? ☺️

빠띠 캠페인즈에 올라온 글들을 읽다가 저도 이야기해 보고 싶은 주제가 생겨서 글을 써봤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맘때면 꼭 한 번쯤 듣게 되는 덕담이 있습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풍족한 음식,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 푸른 가을하늘 등 추석 특유의 설레는 분위기를 강조하고자 하는 이야기겠지요. 그런데 저에게 명절이란 ‘기름 냄새’와 ‘지옥의 설거지 굴레’입니다. 각종 전 부치기와 무수히 쌓여있는 설거지거리를 보면서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과연 누굴 위한 덕담인가 싶을 때가 있어요. 

사실 제사나 차례는 집집마다 문화가 다르니 제쳐두더라도, 명절에 오랜만에 친척 모두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먹는 이벤트에서 음식 준비와 설거지 등의 노동은 수고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 년에 몇 없는 명절,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은 음식 준비와 설거지를 수행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문제는 특정 성별이 수행하는 역할이 과도하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특정 성별이란 여성이며, 역할은 설거지와 음식 준비 입니다. 저는 N0년간 명절에 설거지 담당을 해왔는데, 주방에서 ‘아버지’들을 본 적이 없습니다. 식탁에 올라가는 그 많은 음식들은 모두 ‘어머니’와 ‘딸’의 합작품이었지요. 아버지의 기여도를 꼽아본다면, 이동 시 운전 정도일까요. (물론, 저희집 이야기입니다. 여러분 집은 어떤가요?)

모두가 불합리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절대 바뀌지 않는 문화 중 하나가 명절문화인 거 같습니다. 수년 전부터 명절 시즌에 이혼율이 올라간다는 뉴스 기사를 보신 적 있나요? 명절 전후로 이혼율이 높아지던 추세를 변화시킨 것이 역사상 딱 한 번 있었습니다. 바로 코로나19가 만든 강제 ‘거리두기’ 입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거리 두기가 가족 간의 물리적 거리를 만들면서 오히려 가정의 평화를 지킨 셈입니다. (노컷뉴스, 2022.01.24)  2019년 전까지는 명절 이후로 이혼율이 꾸준히 증가했다고 하는데, 왜 우리는 이런 역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얼마 전 전북 남원시 동남원 새마을금고에서 여성 직원에게만 밥 짓기, 수건 빨래 등의 업무를 지시하여 논란이 있었습니다. (경향신문, 2022.08.23) 2022년에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데요. 이런 ‘문화’가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래전부터 그래왔으니까’, ‘다들 그렇게 하니 너도 따라라’ 하는 분위기가 만연했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의 여성 직원에게 부당한 업무지시가 사회에 알려지고 논란이 되기까지도 수년이 걸렸지요. 직장 내 부당한 성 역할이 시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하물며 명절문화의 불합리함은 얼마나 걸릴까요. 애초에 누구에게 불합리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조상님? 

최근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에서 ‘차례상 표준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한국일보, 2022.09.05) 차례상에는 9가지 정도의 음식만 올리면 된다,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각종 전과 나물, 갈비찜 등 ‘명절 음식 = 기름진 음식’이라는 공식을 깨는 의외의(?) 내용이었는데요, 성균관이 이런 ‘차례상 표준화 방안’을 내놓은 이유는 “가정의례와 관련하여 경제적 부담은 물론 남녀갈등, 세대갈등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차례를 지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라는 취지라고 밝혔습니다. 

추석 차례상 표준안 진설도

(위 이미지를 조용히 가족단톡방에 올려보아요)

저는 이런 변화가 서서히 문화로 정착되길 기다리기에는 성격이 급합니다. ‘차라리 안 보고 말지’ 하는 인식이 저를 지배하게 될 거 같아요. 그렇지만 이런 생각이 들 때면 가슴 한쪽이 뭉클해집니다. 저는 아직 친척들, 가족들을 사랑하거든요. 그리고 다음 해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요. 

여러분은 명절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각자 지내는 명절문화를 소개해 주세요. 

혹시 즐겁고 행복한 명절 경험이 있다면 어떻게 행복을 누릴 수 있었는지 팁을 던져주세요.  함께 행복해지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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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살짝 지나긴 했지만 한번쯤 읽으면서 생각해보면 좋겠네요. 최근에는 조금 괜찮아졌지만 과거에는 항상 어머니들이 모든 준비를 했었죠. 작년부터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고 있어요. 간소화하는 것들이 생겨나고, 함께 준비를 하고 있어요. 최소한 조금씩은 평등에 가까워지고 있는 듯 합니다.

저희 집은 예전부터 제사를 지내지 않는데요. 그래도 흩어져있던 친적들이 모이면 거하게 한상을 차렸었습니다. 그대는 저희 어머니 포함해서 큰어머니들 모두 바쁘게 음식상을 준비했구요. 

어느순간 '모두 행복하지 않는데 이걸 왜 하는거지?'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사랑하는 우리 가족이 힘들어야 하면서도 이걸 해야하는가...^^ 까지 생각이 확장되구요. 

전통적인 가족형태가 해체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그래도 원래 잘지내던 사람끼리는 잘 지내면 좋겠습니다. 그 방법 중 하나로 평등한 명절문화가 아닐까 싶네요.

성균관에서 내놓은 차례상 모범답안(?)도 차례상을 누가 차려야 하는가 라는 문제는 건드리지 않는 걸 보면서 '참 안 바뀌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귀한 글 읽으면서 새로운 전통이 생기기를 기대해 봤습니다.... 

오! 시의적절한 글 잘 읽었습니다 :)

저 역시 7살 때부터 명절 때마다 "이제 시집가도 되겠다"는 말을 들으며 음식을 준비해왔는데요. 말씀대로 코로나19 덕(?)에 제가 감당해야 하는 노동과 이야기가 줄어들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그러던 어제, 아버지께서 직접 성균관에서 새롭게 내놓은 차례상 이야기를 꺼내시면서 명절 음식을 호화롭게 차리지 않아도 되겠다고 하시더군요. 시원하게 대화를 끝맺지는 못했지만, 가족과 친적 사이에서 이런 사례, 제안, 대화를 나누는 것부터 무언가 시작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집은 큰집입니다. 명절때는 인근에 사는 삼촌네 가족이 옵니다. 아버지는 가부장적인 사고를 가지고 계시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강제하시지는 않습니다. 몸이 불편하신 상황이라 일을 돕긴 어려우셔서 누가 뭘해야 하느냐의 역할 논의로부터 되려 함께 자유로운 상황인 것 같기도 합니다. ^^;; 저는 첫째이고 남성입니다. 여동생이 한 명 있는데, 결혼해서 따로 삽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집의 명절 일은 십수년간 엄마와 저의 몫이네요.(전 부치기 등) 삼촌이 오시면 삼촌도 함께 하십니다.(차례 관련 일, 설거지 등)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할머니와 함께 했구요. 여동생도 결혼전에는 함께 했었습니다. 

이 글을 보고 세세하게 확인하고 보니, 가부장적 세계관의 영향 하에 있긴 하지만, 유연하게 각자의 상황에 따라 함께 일하는 상황이네요. 

이번에 성균관에서 차례상 간소화 이야기가 나와서 저랑 제 동생이 열심히 어필을 했고, 점점 그렇게 해보자고 이야기 나누고 있네요. 이렇게라도 조금씩 바뀌면 좋겠습니다! :)

라파엘라 비회원

명절 연휴 첫날 놀이공원에서 이 글을 읽고 답글을 답니다. 저는 명절에 한끼 식사 정도만 어르신을 포함한 가족들과 함께하고 다른 일정은 철저히 모르채하고 살고 있어요. 식사도 가능하면 외식을 합니다. 서운하실지도 모르겠지만...전통적이라 불리는 전통인지 알수도 없는 명절 일들을 하기엔 워킹맘의 체력과 시간이 너무 부족하더라고요.
안한다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소극적 저항으로 세대를 넘어가며 바뀌는 문화들이 있지 않을까요. 하기 싫은 일, 한번 하지 말아보세요 ㅎ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은 괜찮습니다.
우리 가족들과 오래오래 사이좋게 지내야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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