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모든 파업은 불법이 될 수밖에 없었다

202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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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배우고 씁니다
<출처: 아름다운재단>


  지난 여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는 스스로 옥쇄를 만들고 자기 발로 들어가 50일 넘게 파업했다. 결국 노사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2022년 8월 26일, 대우조선은 파업을 이유로 노조에 47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걸었다(연합뉴스TV 2022.10.3). 6월에는 하이트진로도 화물연대 파업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화물운수노조 기사를 상대로 27억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2월에는 CJ 대한통운이 파업을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20억 원의 손배소를… 노조의 파업으로 사용자 측이 손해를 입었으니 그에 대한 배상을 파업 당사자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표면적으로 손해를 메우는 것 이외에도 다른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노조의 파업을 단순히 부당한 것, 불법인 것으로 몰아가고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금액을 뒤집어 씌움으로써 노동자/노조에 대한 기업의 막강한 지배력을 선보이는 것이다. “모든 조합원들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고 노조를 탈퇴하는 경우에는 소 취하를 계속 해주는” 방식(연합뉴스TV 2022.10.3). 그리고 그동안 이 과시는 법원의 판결에 의해 적극적으로 뒷받침되어 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최근 이와 같은 사용자, 그러니까 기업의 “손배소 제기와 가압류 집행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다. 여기에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201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알 수 있다. 쌍용자동차는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에게 손배소 소송을 걸었고, 법원이 이에 47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한 시민은 이에 저항의 움직임을 보이는 의미로 한 언론사에 4만 7천 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보냈고, 뒤이어 많은 독자들이 이에 합류했다. 아름다운재단이 맡게 된 이 모금 행렬은 14억 7천만 원을 달성했다. 사실 이 노란봉투법은 2015년에 처음 발의된 이후로 두 번,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되었지만 연달아 폐기되었고,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건으로 인해 다시 한 번 화두에 올랐다.  

  당연히 경영계와 노동계의 반응은 상이하다. 경영계를 감싸는 여당 또한 여기에 함께 반발하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단언했다(매일노동뉴스 2022.7.20).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란봉투법이 제정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노조 파업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잃는 것”이라며 난색을 표한다. 

  노동계는 이것이 노동3권(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세 가지의 기본권으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있다(네이버지식백과))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망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현행 노조법상 ‘사용자’는 하청업체의 경영진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는 결국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인 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의미하므로, 요구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는 ‘파업’이 유일한 것이 현실이다(MBC뉴스 2022.10.1). 원청과 원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창구가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노란봉투법이 제정된다면, ‘사용자’에는 하청업체 뿐만 아니라 원청 또한 포함되어 원청은 스스로 파업에 대해서 교섭 당사자가 아니라고 발뺌할 수 없고, 법의 적용으로 무분별한 손배소 제기 등을 제한당한다. 경영계는 ‘불법’파업에 대한 유일한 대응수단이 손배소라고 주장하고, 또한 “회사의 손해배상소송 청구는 실제로 법적인 책임을 물어 보상을 받아내겠다는 의미보다는 노조의 쟁의행위가 불법으로 번지지 않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이해하고 있지만, 애초에 교섭 당사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쪽에서 파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정부 중재 없이 기업이 불법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보전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손배소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주장(MoneyS 2022.10.2)도 의아하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중재에 나서지 않는가? 

  이미 노동3권을 보장받기 위한 합법파업에의 경로는 노동자들에게 너무나도 복잡하다. “쟁의행위는 그 목적, 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이나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해선 안” 되고, 이 “파업 목적은 근로조건 향상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임금/근로조건 사항을 놓고 충실한 협상을 했는데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때에만 파업할 수 있다.”(매일노동뉴스 2022.7.20). 그렇다면 지금껏 우리가 이야기했던 노조의 파업은 모두 불법파업이었다고 규정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다시 근원적 차원으로 되돌아가서, 교섭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과 어떻게 ‘충실’하게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이렇게 법이 기울어져 있는 상황에서 그렇다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중재란 과연 어떤 방식이 되어야 하는가?

  해우법률사무소 권영국 변호사는 “큰 손실을 끼쳐서 불법이라는 표현도 하는데, 원래 파업/쟁의행위라는 것은 업무의 정상적 행위로 손실을 수인하는 것이고, 손실이 많이 난다고 불법은 아닌데 그런 식으로 몰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 윤효원도 이러한 관행에 대해 “쟁의행위에 형법이나 민법을 적용해 사실상 노동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매일노동뉴스 2022.10.3). 정부는 중재가 아닌 “쟁의행위를…진압”(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김기덕 변호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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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회사에서 파업이 일어난다고는 들었지, 기업이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억단위로 청구했다는 뉴스는 티비에도 덜 나오고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런 문제가 수면위로 뜨지 않는 와중에 사람들은 역으로 귀족노조다, 강성노조다 하면서 노조에 대한 안좋은 인식만 만들어가고.... 속상합니다. 노란봉투법의 취지에 깊이 공감합니다.

너무 잘읽었어요. 열받네요. 아오;;...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기업의 손해는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그 방안도 같이 논의되면 좋겠네요.

시민36 비회원

노란봉투법에 대해 듣기만 하고 자세히는 몰랐는데, 글 읽고 감을 잡았습니다. 경제적으로 압박해서 노동권을 흔드는 윤정부의 모습이 참 전형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자세하게 써주신 글 매우 잘 읽었습니다. 노동자의 권리 그 자체를 파괴하려는 시도는 위헌입니다! 최근의 움직임에 심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봤는데 어떤 내용인지는 이제 알았네요. 잘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파업 이후 파업 노동자에게 손배소를 청구하는데 그 금액이 어마무시 하더라구요. 그런데 그 의미가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경고를 주는 것이었다니..... 기업의 손해도 인정은 해야겠지만, 이것을 모두 파업 노동자에게 전가하면 아무도 파업을 못할 것 같네요. 안그래도 노동 자체에 문제가 많은 한국에서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자본가가 노동자들을 탄압하기 위해 사용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들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자본주의적인 논리에 따른 노동권 제약이 아닐까 합니다. 무엇보다 노동자가 힘센 자본에 맞서 노동권을 행사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 파업을 무력화 한다는 점에서 반노동적인/반민주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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