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교통 육성, 잘 되고 있나요?

202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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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석사과정

제목: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교통 육성, 잘 되고 있나요?

 

◎ 기후변화 억제를 위한 국제사회와 국내의 노력

지구기온 상승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국제사회는 파리기후협정(Paris Climate Agreement 2015)을 통해 지구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억제하는데 합의했다. 그에 따라 세계 각국은 국가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담은 2030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수립하고, 탄소중립 선언을 이어왔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년간 탄소중립을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2020년, 문재인 대통령이 ‘2050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기존 2018년 대비 26.3% 감축을 목표로 했던 NDC를 40%로 대폭 상향했다. 또한 탄소중립위원회를 통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수립했고, 지난 해 9월 2050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법정 절차 및 정책 수단을 담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제정·공포 되었다.

 

◎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배출은? 세계 최상위권.

한국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 크게 기여해온 국가로 기후변화에 있어 어깨가 무거운 국가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발표한 2017년 기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는 세계 11위다(2020년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 또한 클라이밋워치(Climate Watch)에 따르면 한국이 2019년 세계에서 9번째 이산화탄소 배출국으로 나타났으며, UN기후변화협약(UNFCCC) 제 26차 당사국 총회에서 영국의 단체에 의해 발표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석탄발전으로 인한 1인당 온실가스 배출이 전 세계 2위로 나타났다.

지난 4월,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승인한 제6차 평가보고서(AR6 WG3)에 따르면 1.5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해야 한다. 8년 채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는 절반에 가까운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제는 최종 사용의 전기화를 통해 이산화탄소의 직접배출을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배출 없는 재생에너지 전력발전을 통해 에너지 생산과 사용 전 과정에서의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공격적 전환이 필요하다.

 

◎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노력은 정부와 기업 단위에서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노력이 함께 가야 한다. 정부의 법·정책 마련, 기업의 ESG와 함께 개인의 생활습관과 그에 따른 소비가 배출에 미치는 영향, 기업과 정부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2050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분명 모두의 방식에 있어 대 전환이 필요하다.

 

◎ 내가 바로 기후악당이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2014년부터 2021년 중반까지 출퇴근을 비롯한 이동에 자가용을 이용했었다. 자가용 1km 이동시 대략 0.2kg의 이산화탄소 직접배출이 일어나는데, 나는 수년간 출퇴근 이동으로 하루 5.2kg, 연간 14t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직접배출을 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는 많은 죄책감을 느꼈다. 바로 내가 기후변화에 크게 기여해온 기후악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삶의 방식을 기후위기에 기여하는 방식이 아닌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자 많은 노력을 시작했다.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고, 전기자전거도 장만했다.

 

◎ 전기자전거 라이더로서 느낀 자전거 주류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

그런데 전기자전거로 집(마포구)과 대학원(관악구)을 왕복하기 시작하면서 자전거 라이더로서의 생활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자가용을 이용할 때와는 달리 자전거를 타며 수많은 불편함을 몸소 느끼며 왜 자전거가 아직 주류화 되지 못했는지, 주류화를 하려면 어떤 정책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우선 자전거 활성화의 근거가 되는 법을 살펴보았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약칭:탄소중립기본법)> 제32조(녹색교통의 활성화) 제6항에 따르면 정부가 자전거 이용 활성화 등 다양한 이동수단의 도입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탄소중립을 위한 방안에 자전거 활성화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내가 전기자전거 라이더로 생활하면서 느꼈던 많은 불편함들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자가용 이용자를 자전거로 유인 할 수 있는 힘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전거의 주류화를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에 대한 정리를 시작했다.

 

1. 기존 자전거도로 정비

- 자전거는 울퉁불퉁한 도로에 매우 취약하다. 정비되지 않은 도로는 서리가 내리거나 비가 왔을 때 더욱 미끄러워져 사고를 유발한다. 그러나 도로에 대해 자전거보다 덜 취약한 자동차를 위한 도로는 거의 잘 정비가 되어 있지만, 자전거도로는 그렇지 못한 곳이 많다. 나는 실제 자전거를 주행하면서 패인 도로의 위험성에 알게 되었는데, 기사나 인터넷 포털을 통해서도 이러한 패임으로 인한 사고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 전북일보(https://www.jjan.kr/article/20210421730819)

 

2. 안전을 고려한 기존 자전거 도로 설계

-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나 골목의 경우 운전자가 볼 수 없는 사각지대에 도로반사경을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험을 줄인다. 그러나 자전거도로의 경우 이러한 고려가 전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전거 진입로에 반대편에서 오는 자전거를 확인 할 수 있는 시야를 가리는 나무들도 심어져 있다. 자전거 운전에 있어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경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 도로에 비해 자전거 도로에서는 조경 등 설계에 있어 사고위험에 대한 고려가 현저히 낮다고 볼 수 있다.


사진: 박현지 촬영/광흥창역 자전거도로 입구.마포대교쪽으로 좌회전을 할 때 시야를 가리는 조경으로 인해 충돌 위험 상황을 몇 번 경험했다.

 

 

3. 자전거 전용도로 확충

- 자전거로 이동 하는 것은 아무래도 자동차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예를 들어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 있는 한강이나 천 등에서는 속도가 잘 나오기 때문에 자동차 출퇴근 유인이 충분하다. 그러나 거주지나 회사가 자전거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경우 이야기는 크게 달라진다. 자전거-인도 겸용도로, 자전거-자동차 겸용 도로에서는 항상 눈치를 봐야 하는 쪽이 자전거이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니라면 자동차 이동과 크게 시간차가 나게 되며 유인은 떨어진다.

 

4. 자전거 인프라 정비 상황에 대한 알림 기능 필요

- 자전거로 등교를 하다가 크게 난감한 적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한강대교 자전거엘리베이터가 점검 중이었을 때다. 무거운 전기자전거를 끌고 계단으로 올라가보려고 했지만 너무 위험해서 실패했다. 그래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 마포대교에서 한강을 건넜는데,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려 리스크가 컸다. 두 번째는 지난 늦여름 폭우가 있은 며칠 후 등교를 하는데 자전거도로가 중간부터 뻘에 잠겨 있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 살살 뻘 위를 지나가려고 했으나 와장창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다. 할 수 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 자전거도로에서 빠져나와서 일반 도로, 인도-자전거 겸용 도로를 통해 학교로 이동했다. 시간도, 옷도 모두 버린 날 이었다. 자동차를 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정부나 지자체가 자전거 인프라 비상 상황(점검, 공사 등) 정보를 어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해준다면 미리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도로 상황에 대해 교통방송을 하듯, 자전거의 주류화를 위해서는 이런 서비스가 필요하다.

 

사진: 박현지/ 폭우가 지난 후 한강자전거도로(여의도-동작 구간). 진흙으로 뒤덮여 있어 주행하기에 위험하다.

 

5. 위험한 문화: 자전거를 위협하는 자동차

- 자동차 중심의 문화 속에서 자전거는 아직 자동차 이용자에게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인 것 같다. 자전거 라이더는 자전거 우선도로에서도 자동차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종종 자전거에 바짝 따라붙거나, 크락션을 심하게 울리는 자동차들도 있었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경험한 그런 종류의 차들에 대해 위협적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자전거를 탈 때 그런 자동차를 만나면 정말 위협적이다. 자전거는 안전상 자동차보다 한 없이 취약하고, 크락션 소리도 50배쯤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 자전거 우선도로에서 만큼은 자동차도 자전거를 엄연한 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문화, 위협하지 않는 문화가 필요하다. 그런 문화를 위해 공익광고 등 홍보가 필요하며, 바짝 붙어 위협을 가하는 차량에 대한 벌금 부과 등 법적 조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진: 박현지/자전거우선도로

 

6. 레저용 자전거와의 분리, 속도제한

- 자전거 이용자에게 자동차만큼 위협적인 것이 더 있었다. 바로 레저용 자전거들이다. 몇 번 아찔하게 마주친 적이 있었다. 레저용 자전거를 타는 단체가 자전거도로 중앙선을 넘어 앞, 뒤가 아닌 횡으로 넓게 펼쳐져 자전거를 타며 반대편에서 오는 자전거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광경을 몇 번 보았다. 물론 나도 반대편에서 가고 있던 자전거였다. 자동차들이 자전거 우선도로를 고려하지 않고 도로의 주인이라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게, 레저자전거 단체들도 본인들이 자전거도로의 주인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자전거도로에는 분명 20km의 속도제한 표지판이 곳곳에 부착되어 있는데, 레저용 자전거의 속도는 20km를 훨씬 뛰어 넘는다. 사고 발생 시 큰 부상이 우려된다. 속도제한 준수를 위한 행정적 조치가 필요하며, 가능하다면 레저용 자전거와 일반 자전거가 분리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7. 자전거 보험 등 위험 관리제도 마련

- 자전거를 탄지 2개월로, 짧은 시간이었는데, 벌써 2번의 사고가 있었다. 첫 번째 사고는 사람 없는 주차 상태의 내 자전거를 오토바이가 받은 일이었고, 두 번째는 한강 자전거도로 주행 중 뒤따라오던 자전거가 내 자전거와 겹쳐질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내 자전거를 받은 일이었다. 첫 번째 사고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과실로 그 운전자가 내 자전거 파손에 대한 손해 배상을 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두 번째 경우에서는 나와 자전거가 넘어지고, 뒤에서 받은 자전거와 사람도 넘어져 내가 다치고 내 자전거도 휠 보호대가 휘어져 파손이 되었는데, 해결할 방도가 아무 것도 없었다. 나를 받은 자전거 운전자는 미성년자였고 자전거 보험 역시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사고의 경우 제도가 잘 되어 있어 접촉사고라 하더라도 해결이 되는데 자전거의 경우 자전거는 물론 사람이 다치더라도 사고처리를 할 방법이 없었다. 자전거 우선도로, 자전거 전용도로 등 이용자에게 최소한의 자전거 보험을 들도록 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2050 탄소중립, 녹색교통 자전거 주류화를 위한 공론화와 정책이 필요하다.

탄소중립기본법이 담고 있듯, 탄소중립을 위해 자전거를 대체할 녹색교통인 자전거 이용 활성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노르웨이 오슬로,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전체), 스웨스 루체른 등 친환경 녹색도시를 표방하는 선진국의 도시들은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자동차 이용자를 자전거로 이끌 유인이 충분히 존재하는가?

 

길지 않은 시간에 자전거로 인한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면서, 내 가족에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라고 아직은 말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꿋꿋하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 볼 것이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자전거 친화적 환경이 갖춰질 수 있도록. 공론의 장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눠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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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시와 교통에 대해 알아볼 일이 있었는데, '서울에서도 자전거 전용 도로가 활성화 되고 있다.'라고 해서 직접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저라면 이렇게 무섭고 위협적인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싶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물며 서울 도심에서도 그런데 도심에서 멀어질 수록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인정하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전에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확인했던 것이, 자전거 전용도로가 어이없게 끊겨있는 경우였는데요. 그저 해야하니 하는 행정처리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자전거를 교통의 주체로 인정하는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만.. 따릉이가 공유 자전거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던 것 처럼, 의미있는 캠페인이 펼쳐져서 사람들의 인식도 바꾸고 제도도 바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기후악당이었다는 내용을 보면서 '사실 나도 기후악당이었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해주신 자전거도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전거를 안 탄지 꽤 되었지만? 한번 집 구석에 있는 자전거를 꺼내러... 가봐야겠군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한국이 선진국이 됐다고 해서 깜짝 놀랐었거든요? 그런데 이 글을 보니.. 선진국이 됐다는 것은... 탄소 배출도 그만큼 많이 하고 기후위기에 그만큼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되네요. 그만한 책임을 지기 위한 행동은 미미하다는 것도 알게 됐구요. 

이상 기후 속에서의 피해들을 입으며 이제 우리도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네요:) 자전거를 타는 게 개인이 불편을 감수하고 의지를 내어야만 가능한 게 아니라, '타면 좋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도시 안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옛날엔 유독 더 불편해야 했던 분리수거, 텀블러 사용, 채식같은 움직임들이 조금씩 보편화되고 가끔은 당연해지기도 하는 것들을 보면서.. 언젠가 자전거도 취향과 기호가 아닌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겠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서울이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스마트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방향성에서 도시계획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아요. 서울은 철저히 자동차 중심이고, 자전거 타고 이동하는 건 정말 너무 위험하더라구요. 새롭게 개발되는 도시들도 개발이 안되면 좋겠지만... 이미 되고 있고 꼭 되어야 한다면 탄소중립을 기본 전제로 도시계획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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