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집단 트라우마를 대하는 공동체의 역할

20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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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민36입니다. 오늘은 집단 참사를 대하는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10월 29일 지난 토요일, 끔찍한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핼로윈을 맞아 이태원에 방문한 무수한 젊은 생명이 압사로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를 사고라고 부르지만, 이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고 정부의 무책임한 안전대책 부재로 벌어진 참사입니다. 

10월 29일 토요일 새벽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SNS와 뉴스에는 참사의 현장 사진과 영상이 여과없이 쏟아졌습니다. 언론에서는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보도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참혹한 현장의 모습이 가려지진 않았습니다. 주말이 지나고 주중이 시작되면서 언론 일각, 심리학계에서는 사회적 참사로 인한 집단 트라우마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왔습니다. 

시민들은 사건 현장의 영상과 이미지에 반복적으로 노출됐고, 이는 간접경험으로 누적됩니다. 끔찍한 참사가 다른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닌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충격이 더욱 큽니다. 글을 쓰는 지금 약 일주일이 지난 시점인데, 저에게도 참으로 길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셨나요?

사회적 참사와 같은 큰 사건이 생기면 시간이 잠시 멈춘듯하지만, 우리의 시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흘러갑니다. 참사 이후, 살아남은 우리 사회는 주어진 시간 속에서 먹고 자고 일하기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참사 이후 월요일’의 감각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뉴스에 마음이 어지러운데, 그 와중에 업무상 메일을 보내야 했습니다. 머리는 참혹한 현장 이미지를 자꾸 떠올리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생각하는 와중에 예정된 일들을 처리하느라 다른 사람들에게 용건을 전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말을 건네면서도 ‘혹시 연락이 안 되면 어떡하지’,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맞나’하고 머뭇거려졌어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일상의 업무를 수행하며 여느때와 같은 월요일을 보내려고 하는 제 모습과 비극적 참사에서 벗어나지 못한 감정이 끊임없이 충돌했습니다. 그러고 지금 이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속한 공동체의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의자에 앉아서 개인의 감정들을 버거워하고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선뜻 안부를 건네지 못하고,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그저 각자 괴로워하고 있었어요. 이번 일로 우리 공동체가 슬픔, 트라우마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슬픔을 버텨내는 방식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속에서 공동체의 역할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었어요.

결론적으로, 제가 속한 회사에서는 약 한 시간 정도 팀원들이 다 같이 모여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미처 자신도 몰랐던 감정을 발견한 사람도 있었고, 억눌렀던 감정을 쏟아낸 사람도 있었어요. 우리는 바로 옆에 앉아서 늘 얼굴 보며 업무 이야기를 나눴지만, 서로의 감정은 숨기고 있었습니다. 이런 마음 나누기 시간을 한차례 가지니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회사, 학교와 같은 조직은 목적이 뚜렷한 사회적 조직입니다.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개인들은 각자가 속한 공동체에서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회사나 업무 조직에 있으면 사적인 이야기는 배제되고 늘 공적인, 목표 지향적인 이야기만 나누게 됩니다. 하지만 그 속의 구성원들은 슬픈 일이 있을 때 슬퍼하고 기쁜 일이 있을 때 기뻐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애도는 퇴근 후에’, ‘개인적 감정은 일단 미뤄두고 지금은 업무를’ 해야 하는 조직문화, 과연 우리에게 올바른 환경일까요?

공적 공동체 속에서도, 서로에게 한 마디씩 건네며 마음의 안부와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조직 문화가 형성되었으면 합니다. 

가족, 회사, 학교 등 다양한 공동체에 속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번 참사 이후에 공동체에서 마음 나누기, 혹은 집단으로 슬픔을 다룬 경험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댓글

지난 토요일에 삼각지에 다녀왔는데요. 많은 분들이 모여 계시더라구요. 마음을 나누는게 중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회사에서 이런 시간을 가졌다면 정말 마음의 위로를 얻었겠다 싶네요. 저도 연락을 할 때 어떻게 해야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혹시나 하는 걱정도 들었답니다.. 36님의 글을 보면서 안녕을 얻고 갑니다.

저도 참사가 난 직후 월요일에 업무연락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많이 들더라구요. 그러다가 '무탈하신가요?'라고 물어보기는했는데... 다들 힘든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 같습니다.

한 일주일 동안은 말을 할 때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문장도 정상적으로 작성이 되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했을 상황에서도 말수가 많이 줄어들더라구요. 

다들 마음 잘 추스리시면 좋겠습니다. 

참사 다음날 아침까지 멍한 기분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이 기분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아직도 고민이 많습니다…

직장에서 한 시간 정도, 서로의 안녕을 바라며 마음의 안부를 묻고 감정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셨군요. 저는 주말에 혼자 이태원역에 추모하러 다녀왔거든요. 주위 사람들과 함께 나눌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네요. 덕분에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일부러라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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