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기후위기에 할머니·할아버지가 나선다!?? ‘그레이 그린’의 등장?

20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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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하고 말랑한 이야기😋

?떠오르는 기후 지킴이, ‘그레이 그린’??

기후 행동 대열 속 노인들이 손주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TheGrandparentsEffect


‘그레이 그린’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그레이 그린은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활동을 하는 노년층을 뜻하는 말인데요.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글로벌 환경 단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이 진행한 대규모 시위 중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노년층 참가자가 상당수인 상황에 대해 BBC가 “the Grey Greens”라고 보도하며 처음 등장한 명칭입니다.(The Washington Post, 21.09.04.)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 즉 기후 행동은 줄곧 청소년과 청년이 앞장서서 진행하곤 합니다. 폭우와 홍수, 폭염과 가뭄, 대규모 산불, 세계적인 감염병 등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앞으를 살아갈 미래세대가 가장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전 세계 청소년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등교 거부 운동을 하고, 청년들 역시  미술, 춤, 음악 등 각자의 도구를 통해 기존 사회운동과는 다른 방식으로 기후 행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레이 그린은 단호하게 노년층의 기후 행동 참여를 이야기합니다. 앞서 언급한 영국 런던 대규모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우리는 지금의 상황에 책임이 있다”, “더 일찍 행동해야 했다”며 기후위기에 대한 노년층의 책임을 말했습니다. 더하여 그들은 “만약 젊은 사람이 시위하다 체포되면 직장도 잃고, 자식들도 돌보지 못하게 된다. 그렇지만 우리가 체포된다면 문제 될 게 없지 않은가?”라며 기후 행동에 있어서 노년층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제시했습니다.(The Washington Post, 21.09.04.) 이렇듯 그레이 그린은 기후 행동에 나서는 여러 청소년, 청년, 시민 사이에서 노년층만의 책임과 역할,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스스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그레이 그린, 60+기후행동의 등장!?

60+기후행동 창립식/ ©한겨레


그레이 그린의 움직임은 해외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는 60대 이상의 시민 모임 ‘60+기후행동’이 창립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창립 준비 및 출범 선언을 한 60+기후행동이 60대 이상의 시민 700여 명과 함께 본격적인 행동을 시작한 것인데요. 윤정숙 60+기후행동 공동위원장은 함께하는 60대 이상의 시민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반성한다”라고 말합니다. 기성세대는 경제 성장과 산업화, 물질적 풍요가 전부라고 여기며 여지껏 살아왔지만, 그 기반이 되는 자연자원을 미래에서 빌려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60+기후행동은 그간 저질러온 잘못을 인정하고 더 나은 세상과 미래세대를 위해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합니다.(녹색연합, 21.09.23.)

그렇게 창립한 60+기후행동은 기후 행동 방식에 있어서 다른 시민 단체와 약간의 차이점을 가집니다. 유정길 60+기후행동 준비위원은 앞으로의 행동 계획에 대해 ‘어슬렁어슬렁’, ‘웅성웅성’, ‘두런두런’의 방식을 취하겠다고 말합니다. 60+기후행동의 구성원들은 60대 이상의 노년층이 다수이기에 큰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신속하게 시위를 진행하는 다른 시민 단체처럼 행동하기는 어렵기 때문인데요. 그렇지만 60+기후행동은 다양한 기후위기 대응 현장에 ‘어슬렁’거리며 조금은 느리지만 긴 호흡으로 노년층들만의 기후 행동을 만들어가겠다고 합니다.(미디어열매, 22.01.20.)

더하여 윤정숙 공동위원장은 60+기후행동 출범의 또 다른 배경으로 “기후위기가 특정 세대의 문제인 것처럼 여겨지는 시각에 대해 답답함을 느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는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농민, 장애인, 이주민, 노인 등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간다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차이와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곤 60+기후행동이 사회 전 영역과 전 세대에 영향을 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의 행동이 “세대 기후 운동”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이야기합니다.(경향신문, 22.01.17.)

 

 ?세대 간의 연대가 사회의 진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왼쪽부터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와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 60+기후행동 활동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펭귄


기후위기가 중요한 사회 문제라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정부와 기업이 지금의 구조에서 얻는 이윤을 놓지 못하기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굳은 의지와 뾰족한 해결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데요. 하루빨리 기후위기와 미래의 피해를 막으려면 전 지구의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행동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의 다른 한편에서는 심각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저출생과 고령화 추세 중 한국 사회의 상황은 유독 심각하여 곧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초고령화, 그로 인한 여러 사회 문제가 나타나는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각자의 위치에서 활발하게 기후 행동을 벌이는 이들은 그 방법으로 소통, 이해, 존중을 이야기합니다.(뉴스펭귄, 22.02.04.) 아무리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마음이 같더라도 한 사람, 한 세대의 맥락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후 행동을 전개하는 목소리가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각이 다르기에 사회의 다방면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믿으며, 서로가 함께할 때 비로소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세대 기후 운동”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위기 앞에서는 사회 전반의 참여가 필요하며, 그게 고령화 사회라면 노인 다수의 관심이 중요합니다. 더군다나 기후위기를 초래한 기성세대 중 책임지고, 반성하고, 단체로 행동하는 이들은 이번이 처음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레이 그린, 그리고 60+기후행동의 등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이 앞서 얻은 삶의 경험을 덧대어, 그러나 각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기후 행동을 더욱 넓게 이끌어갈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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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만약 젊은 사람이 시위하다 체포되면 직장도 잃고, 자식들도 돌보지 못하게 된다. 그렇지만 우리가 체포된다면 문제 될 게 없지 않은가?”라는 활동가의 말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세대로 따지자면 선배 시민의 세대이지만, 같은 '시대'를 사는 시대적 동료로서 함께 연대하는 긍정적인 움직임을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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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그린의 기후행동참여'라는 문제의식 자체가 신박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개인적으로도 임노동 은퇴 후에 뭘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미리부터 해보고 있었는데, 여러 이슈와 관련된 직접행동 참여를 염두에 둬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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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나마 기후위기 대응은 청소년, 청년세대의 것이라고 생각했던게 부끄러워지네요.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함께 활동하겠다는 그린그레이의 입장에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단순히 반성이 아니라 진정한 '세대 기후 운동'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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