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이태원 참사 추모] 221119 녹사평역 3번 출구에 다녀왔습니다.(그리고 시청역 7번 출구)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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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9일 토요일 오후 5시, 녹사평역 3번 출구 인근 이태원광장에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녹사평역 이야기를 하기 전에 같은 시간의 (숭례문부터) ) 시청역에서의 일에 대해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숭례문 앞 태평로에서는 촛불승리전환행동의 주최로 경찰 추산 3만여 명, 주최 측 추산 20만여 명의 시민이 모였습니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전광훈 목사,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 주최로 주최측 추산 3만여 명이 모여 맞불집회를 개최했다.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과 "이재명, 문재인을 구속하라"라는 이상한(?) 이항대립의 구호가 광화문과 시청 일대를 가득 채웠습니다.(프레시안, 2022.11.19) 시청역 7번 출구 앞에서 숭례문쪽을 바라보며, 집회 분위기를 살펴봤습니다.


숭례문부터 시청까지 거의 모든 도로를 시민들이 꽉 채워 앉아 있었습니다. 저 멀리 숭례문이 보입니다. 거대한 전광판들과  엄청난 크기의 음향 기기들이 맨앞 무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목소리들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2008년 촛불, 2016년 촛불 이후,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로 많이 모인 적은 처음일 것 같습니다.


중앙무대의 사회자의 요청에 따라 “민생파탄 정치보복 평화파괴 친일매국 윤석열 퇴진",  “주가조작 허위경력 상습사기 김건희 특검!”이 적히 피켓을 들고 정권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외쳤습니다. 중간중간 “퇴진이 추모다”라는 피켓도 보입니다. 

이태원 참사 이야기를 하며, ‘피해자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촛불행동 대표의 말을 포함해서, 이태원 참사는 이 집회에서 중요하게 이야기되었습니다. 연단에서 한 시민은 “윤석열 대통령은 ‘참사의 책임이라는 것은 책임 있는 사람에게만 딱딱 물어야 한다’고 했”는"데 참사 당일 평화롭기 그지없었던 집회에 경찰을 총동원해서 감시했다”며, “경찰이 지키려고 했던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또 한 시민은 “그날의 참상은 어느 집 자식이었더라도 예외일 수 없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한겨레. 2022.11.19)

10차 이상 이어져 온 퇴진운동의 분위기가 이미 무르익었던 것인지, 이태원 참사가 퇴진행동의 급격한 확산에 핵심 계기로 작동했는지 딱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아마도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합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대응은 정권 퇴진 운동으로 환원 되느냐, 그와 구별되는 구체적 대응에 대한 요청으로 이어지느냐의 물음에 직면한 듯 보입니다.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며 퇴진운동을 추진하는 것이 잘못된 방향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퇴진운동에 참여하는 분들이 이태원 참사의 대응에 함께 연대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말도 절대 아닙니다. 퇴진운동의 이태원 참사에 대한 연대는, 오히려 꼭 필요한 고마운 마음의 필연적인 결과일 것입니다. 다만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응이 퇴진을 위한 땔깜으로 소모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규명되고 책임자가 처벌되고, 사회적으로 기억되고, 대응체계가 마련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 시간 반 전 녹사평역 3번 출구 인근으로 되돌아 가보겠습니다. 


 이태원 광장 맞은 편, 언덕에 추모 플래카드가 걸려 있네요. 


참여연대 주최로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촛불'이 열렸습니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옵니다.(참여연대 홈페이지


어둠이 내리기 전, 시민추모촛불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촛불'은 “성역없는 진상규명. 책임자를 처벌하라”, “이태원참사, 국가 책임이다.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를 핵심 구호로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발언들이 이어지고, 추모 공연이 이어지는 사이에 어둠이 내렸습니다.

"참사가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는 사이, '추모하겠다' 이야기하며 마음을 나눠주시는 여러분들이 있어 다행"이라는 박성현 4.16재단 나눔사업1팀 팀장의 발언이 숭례문 퇴진행동과 떨어져 작게나마 이루어지는 추모촛불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파하는 분들의 마음을 보듬고, 2차 가해를 막고, 피해자의 마음으로 접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들이 이어졌습니다. 158명의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이태원의 주민들, 현장에서 대처한 소방관과 경찰관, 참사의 생존자들까지도 어떤면에서 피해자라는 이야기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날 집회는 이태원 참사 당일 112에 첫 신고 전화가 접수된 시간인 '6시 34분'에 촛불을 일시 소등하며 끝났습니다.(프레시안. 2022.11.19)


출처(오마이뉴스)는 사진 클릭

출처(오마이뉴스)는 사진 클릭

3일 후, 2022년 11월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이 이루어졌습니다. 흐느낌과 절규 속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유족의 메세지와 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습니다.(상세한 내용은 기자회견 전체 영상 확인) 이날 유족들은 6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하였습니다.(한겨레, 2022.11.22)

  • 참사 책임이 정부·지자체·경찰에게 있다는 정부 입장 발표 및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
  • 성역 없는 책임 규명
  • 피해자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규명
  •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 지원
  • 희생자에 대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조처
  •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정부의 공식 입장 표명 및 구체적 대책 마련

책임 규명과 사회적 기억·추모, 무엇보다도 이 과정에서의 피해당사자의 참여 보장에 대한 당사자의 목소리가 나온 셈입니다. 퇴진행동을 주도 해 온 ‘촛불행동'에서는 “10.29 참사 유가족 대책본부를 꾸리”자며, “유가족분들의 연락을 기다리겠”다고 제안한 상황입니다.(촛불행동 페북 페이지숭례문의 20만 퇴진행동 가운데에 이루어진 녹사평의 100명의 시민추모촛불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퇴진 구호로 환원되지 않는 이태원 참사의 원인·책임 규명 및 사회적 기억·추모, 안전사회를 위한 대안 체계의 마련 등이 이제 가시화 된 피해자·유족 당사자의 직접적·주도적 참여와 함께 이어져 가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이는 퇴진행동 참가자들의 이태원 참사 피해자에 대한 연대의 마음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연대가 잘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녹사평역 옆 이태원 광장에서 숭례문으로 이동하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며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역 방향의 길을 봅니다. 불은 밝지만 쓸쓸한 느낌이 듭니다.



댓글

물론 추모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겠습니다만.. 10.29 이태원 참사가 도구로써 소모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참사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이 풀리고 유족들의 요구가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정부와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두 군데밖에 가보지 못했는데, 직접 다녀오시고 내용을 잘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양한 이야기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퇴진이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는 행동은 분명 아니지만, 퇴진에 대해 어느 정도 찬성하는 입장이기도 하고.... 제 생각도 매우 복잡합니다 ㅠㅠ 

"민주노총, 민변, 참여연대 등 163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을 비롯한 참사 피해자들과 함께 전방위적 연대와 지원, 실천행동에 나"선다고 합니다.
http://worknworld.kctu.org/new...

같은 원인에서 시작되었지만, 하는 이야기가 달라졌군요. 공간과 시간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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