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최근 노동시간 논의에 대하여: 모욕감을 주는 정치

20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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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철학 연구자. 일어/중국어 교육 및 번역. => 돈 되는 일은 다 함

서기 2000년이 오면 우주로 향하는 시간

우리는 로켓트타고 멀리 저 별 사이로 날으리

그때는 전쟁도 없고 끝없이 즐거운 세상

그대가 부르는 노래소리 이세상을 수 놓으리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그날이 오면은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우리는 행복해

다가오는 서기 2000년은 모든 꿈이 이뤄지는 해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행복한 그날을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우리는 기다려

서기 2000년이 오면 더욱더 편리한 시대

그대의 즐거운 모습 나는 그 어디서나 보리라

그때는 가난도 없고 저마다 행복한 마음

우리가 부르는 노래소리 이세상을 수 놓으리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그날이 오면은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우리는 행복해

다가오는 서기 2000년은 모든 꿈이 이뤄지는 해

<서기 2000년> 노래: 민해경, 작사: 박건우, 1982년 노래


2021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정치와 사회에 깔려있는 기본 정서를 저는 반사회적 범죄주의, 쉬운 말로 사이코패시즘(Psychopathism)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나만 잘 먹고 잘 살 수 있으면 남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다는 생각이 그런 후보를 대선판으로 불러들였고, 그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국민들에게 모욕감을 주자 이제 와서 자기가 윤석열을 뽑은 것은 자기 탓이 아니라 다른 사람 누구누구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모두 반사회적인 정서 속에서 태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춘추전국시대에 양주(楊朱)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 세상에는 죽느니만 못한 삶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바르지 못한 일을 당하고 괴롭고 혐오스러운 것을 계속해서 보고 들어야 하는 삶은 그것을 모르느니만 못한데, 그런 것을 모른다는 것은 우리의 인지작용이 멈추어야 가능한 것이고, 우리의 인지작용이 멈춘다는 것은 죽음을 뜻하므로, 이 세상에는 죽음보다 못한 삶이 있다는 것입니다.

고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썩은 쥐고기를 말하는 것은 아니요, 술을 좋아한다고 해서 상한 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삶을 존중한다는 것이 핍박받는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嗜肉者,非腐鼠之謂也;嗜酒者,非敗酒之謂也;尊生者,非迫生之謂也。(『여씨춘추』「귀생(貴生)」中)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가 있는” 삶이면 너무나 좋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그저 원치 않는 것과 뜻하지 않는 것을 피할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지금 여러분의 삶은 어떠십니까? 많은 사람들이 기대해 마지않던 새천년이 20년이나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대통령의 노동시간론

지난 2022년 8월 3일, 빠띠에서는 <주4일제 도입,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설문을 진행한 적 있었습니다. (캠페인즈 투표) 주4일제를 놓고 토론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 정부는 노동시간 연장과 주휴수당 폐지를 거론합니다.

2022년 12월 20일, 추경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함께 국회를 향해 올해 종료 예정인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 추가연장근로'를 계속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했습니다. 추 장관은 주52시간 노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603만 명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 이들 기업들은 급격한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추가연장근로제도에 기대어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다"

 "추가연장근로제도가 일몰 종료된다면 취약 중소기업·소상공인이 감내할 고통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심각한 인력난을 겪는 뿌리산업·조선산업과 집중근로가 불가피한 IT 분야에서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업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의 막대한 고통도 우려된다. 최대 52시간의 근로수입만으로 생계를 담보할 수 없어 이탈하거나 투잡으로 내몰리는 근로자도 속출할 것이다. 특히 중소조선업 등 특근 비중이 높은 분야에서 급격한 소득 하락, 삶의 질 저하의 부작용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영세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의 가장 취약한 근로자들부터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오마이뉴스.2022.12.20.)


사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 노동시간이 늘어날 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이미 있었습니다.

후보 시절에는 120시간 노동을 이야기했고, 인수위 시절에는 주52시간을 유연화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며 (이데일리.2022.04.18.) 당선 이후 6월에는 고용노동부에서 노동시간을 주단위에서 월단위로 바꾸자는 이야기를 했었죠 (SBS.2022.06.23.). 

이제 우리는 주4일제는 커녕, 지금 가진 한줌의 권리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됩니다. 민주주의 사회는 후퇴와 전진을 반복하지만 어쨌든 발전을 향해 간다고 이야기를 합니다만, 지금의 후퇴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모든 정권마다 다 나름의 문제가 있었지만, 이 정도로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고 말하는 정부가 또 있었는지, 이렇게 국민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정부가 있었는지요. 

농민들에게 수입 농산물을 선물로 주고 (굿모닝충청.2022.12.18.), 자기가 사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하사품을 내리는 정부(서울신문.2022.12.20.). 탄핵이다 뭐다, 1찍이냐 2찍이냐 이야기 하기 전에 우리는 왜 이런 사람을 선출하였나 라는 반성부터 해야할 것입니다. 본인에게 사이코패시즘이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의 노동

지난 8월, 서울에 있었던 대규모 폭우로 인해 강남을 비롯한 서울 일부가 완전히 물에 잠기고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던 그 때, 대통령은 자기 집에 있었습니다. 대통령실에서는 자택에서 보고를 받고 대응을 했다, 대통령이 있는 곳이 곧 대통령실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했지만, 애초에 비상상황에 대통령이 집, 그것도 민간 아파트에 앉아서 전화로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요. 또, 호우 피해가 조금씩 드러나던 8월 8일 오후에 자기 집으로 퇴근을 했다는 것 자체도 이해가 안 가고요. 

"내가 퇴근하면서 보니 벌써 다른 아파트들이, 아래쪽 아파트들이 벌써 침수가 시작되더라고" (부산일보.2022.08.09.)

심지어 자신의 퇴근을 위해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 국군 장병들을 동원해 자신의 퇴근길을 손보게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오마이뉴스.2022.09.30.)

(한겨레21.2022.08.12.)

8월 3일, 미국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방한 했을 때 자신은 휴가중이라는 이유로 만나지 않았고요(프레시안.2022.08.29.), 빵을 사거나 술을 마시기 위해, 지방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경호인력을 동원하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고 흔히 말합니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문명을 건설했고, 노동을 통해 수많은 가치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노동을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닙니다. 노동은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피지배자이고 자유를 빼앗겼음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노동은 노동일 뿐입니다. 그 자체로 악도 선도 아닌 것입니다. 결국 노동이 신성하다는 것 또한 하나의 프로파간다인 것입니다. 

대통령이 노조의 파업이나 노동시간의 증가를 운운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은 자기와 자기 주변을 제외한 나머지 인간들을 가치 창출의 수단으로만 여기며 노동자들이 노동의 신성함을 알지 못하고 감히 불성실을 꾀한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듭니다. 하지만 당장 대통령 본인부터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 우리는 그가 불성실한 노동자라는 것을 많은 곳에서 확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 회사에서 저렇게 일하면 해고당하기 쉽습니다.

본인의 불성실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아직 유해도 발견하지 못하고 30명의 실종자를 그대로 둔 채 (한경.2006.04.03.) 역대 최악의 재해 장소, 발견될지도 모를 시신 위에 세워진 아파트에 살면서, 노조의 파업을 북핵과 동급이라고 말하는 대통령과 (경향신문.2022.12.05.) 그를 뽑은 사람들. 그리고 나는 그를 뽑지 않았다며 다시 탄핵을 외치는 사람들. 그 어디에도 우리 사회에 대한 반성은 없습니다. 

제가 지금의 정치를 보며 모욕감을 느끼는 이유는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이 벌이는 망령된 언행과 눈에 뻔하게 보이는 비리의 흔적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누구도 반성하지 않는 사회의 분위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자기가 살아온 세월만큼 이 사회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를 먹고 있는 저를 가리키며 너는 얼마나 사회에 기여했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적어도 세상을 이 정도로 밖에 만들지 못한 죄책감을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매일 저녁 듭니다.


번외: 그의 어록들

“부정식품이라 그러면은 없는 사람들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 줘야 된다 이거야... 이거 먹는다고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이 (위생) 단속은 별로 가벌성이 높지도 않고 안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인제 소위 공권력의 발동을 막는 데에 많이 써먹었습니다.” (매일경제.2021.07.19. 21:10 부터)

“집도 생필품이어서 세금을 과세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머니에스.2021.08.04.)

 "사람이 이렇게 손발 노동으로, 그렇게 해 가지곤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그건 이제 인도도 안 한다. 아프리카나 하는 것" (뉴시스.2021.09.16.)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그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를 못합니다.” (한겨레.2021.12.22.)

“한국 국민, 특히 청년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하고 중국 청년들도 대부분 한국을 싫어한다.” (YTN.2021.12.28.)

"나라가 없으면 국민이 있겠습니까?" (부산일보.2021.12.31.)

"영어로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라고 하면 멋있는데 (우리말로)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면 멋이 없다" (오마이뉴스.202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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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록들을 한 번에 모아서 읽으니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쉬운 비난과 혐오을 접어두고 이러한 노동관을 가진 대통령이 어떻게 등장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나는 말에 동감합니다.

노동은 신성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지만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노동시간과 그 시간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한국사회의 기본 정서를 '사이코패시즘(Psychopathism)'이라고까지 규정하시는 걸 보면서 그렇게까지 말해야 할까 싶었는데, 글을 전부 읽고나니 부정하기가 어려운 통렬한 말 같이 느껴지기도 해서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노동시간 유연화(라고 쓰고 증가라고 읽는..), 걱정입니다. 번외 어록들도 전부 충격적이네요. 

하지만 그러한 규정이 많은 분들에게 '사이다'처럼 느껴질수도 있지만.. 또 다른 많은 분들에게는 대화하지 말자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의 변화를 바란다면, 이렇게 된 나름대로의 이유를 대체 뭐라고 생각해야 할 지 고민하며, 함께 서로를 존중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을 만들어 가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진짜요. 요즘엔 정말 '짜증'이 나더라고요. 이쪽이고 저쪽이고, 노동탄압, 사회적참사와 재난, 앞에서 묘하게 신나있다는 인상도 받습니다. 한 쪽이 안하무인으로 힘으로 찍어누르고 인간을 톱니바퀴쯤으로 안다면, 별다를 것 없는 저 쪽은 짐짓 엄중한척 비판하지만 후안무치한 얼굴로 묘하게 신나있죠;; 

저는 장관들이 취약층 노동자를 걱정하는 단어들을 사용하는 목적이 정말 그들을 위한 것인가 의문이 들 때가 있는데요. 이번에도 같은 마음입니다. 

대통령과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친기업쪽이냐 친노동쪽이냐 하는 지향은 있어도 이렇게까지 척을 지고 악으로 규정하는게 맞나...싶습니다. 국정운영은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는게 아니라 자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현 행정부에는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이제는 정치를 하셔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연주 비회원

형체가 뚜렷하지 않은 막연한 분노였는데 써주신 글을 읽으니 정말 명확하고 뚜렷한 분노가 되었습니다. 본인의 불성실은 생각안하고 노동시간을 늘리려고 하지 않나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과 자리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네요. 글 잘읽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나만, 내편만 보는 사람들이 서로를 무찔러야할 대상이라고 보면서 모욕하고 무시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할거 같습니다. 그들도 스스로는 꽤나 지적이며 성찰적이고 반성하는 존재라고 생각할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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