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탄소 중립 농업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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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철학 연구자. 일어/중국어 교육 및 번역. => 돈 되는 일은 다 함

전세계가 농업에서의 탄소중립, 탄소중립농업을 시도하고 있는 지금, 한국도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 농업은 과연 가능할까요? 그 전에, 농업은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고 있을까요? 


한국 농업의 탄소 배출

한국의 농업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21.2백만 톤으로, 1990년 이후 21백만 톤 내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에서 농업의 배출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7.4%에서 2018년 2.9%로 꾸준히 줄고 있습니다. 


(통계출처: KDI 경제정보센터. 글쓴이 제작)

온실가스 배출을 배출원에 따라 이야기하면, 경종부분이 1,180만 톤을 53%를 차지하고, 축산부문은 940만 톤으로 42%, 시설원예와 농업기계 등이 백만 톤으로 4.5%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경종부분은 논 면적이 감소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축산부분은 가출의 사육두수가 증가하면서 오히려 재출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통계출처: KDI 경제정보센터. 글쓴이 제작)


한국의 육류 소비를 생각하면 가축의 사육두수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종부분에 있어서는 탄소의 과다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기후변화의 영향이 커지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물, 비료, 흙을 더 많이 쓰는 방식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자원을 더 많이 쓰는 방식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면 탄소 배출이나 환경 파괴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실제로 농약을 치지 않는 농산물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농가의 농약 사용량은 2010년 1헥타르 당 11.2kg에서 2019년 10.2kg으로 약간 줄었지만, 비료 사용량은 2010년 1헥타르 당 232kg에서 2019년 262kg으로 늘었습니다. (KDI 경제정보센터)

또, 식량안보가 국제적으로 중요해지면서 식량 생산량 증대가 또 하나의 과제가 되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농업이 환경문제를 의식하면서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한국 농업의 미래는 불투명할지도 모릅니다.


정밀농업

여러분은 혹시 정밀농업(精密農業, precision agriculture, satellite farming, smart farming, site specific crop management)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영어 표현이 정말 많은데 혹시 스마트 팜이라는 표현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지요?

농촌진흥청 성제훈 디지털농업추진단장은 정밀농업과 스마트 팜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디지털농업: 농업의 모든 과정에서 구현해야 할 기술. 농업 공정별 디지털화.
정밀농업: 재배와 생산과정의 자동화와 첨단화.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투입 농자재와 기술 기준.
스마트팜: 생산과 가공과정에서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탄소중립과 ESG 개념도 포함. 생산과정뿐만 아니라 농업부산물의 처리도 포함한 순환경제의 개념도 연계. 다만, 스마트팜은 환경제어가 비교적 쉬운 시설농업위주로 범위가 한정되고, 벼농사처럼 노지 농업의 경우 스마트팜에는 포함되지 않음. 
스마트농업: 디지털농업, 정밀농업, 스마트팜을 포함하는 개념
(원예산업신문.2022.08.18.)

국제정밀농업협회(ISPA: International society of precision agriculture)에서는 정밀농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시간적, 공간적, 개별적인 데이터를 수집, 처리, 분석하여 다른 정보와 통합하고, (추정된 불균형에 따라 농업 생산의) 자원이용효율, 생산성, 품질, 수익성 및 지속가능성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경영 전략 (ISPA)

이를 요약하면 정밀농업이란 발달된 과학기술(항공영상촬영, 기상예측, 토양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여러 농업 관행을 작물 수요와 최대한 일치시키는 작업입니다. 정밀농업을 통해 비료나 물, 토양 사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고, 이는 농업에 투하되는 자본의 양을 줄일 수 있으므로 농산물 가격의 하락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기농업

유기농업(有機農業, organic farming)은 화학 비료를 쓰지 않는 농업을 말합니다 (FP.2022.05.05.). 유기농업을 이야기하려면 유기화합물을 알아야 합니다. 유기화합물은 탄소 원자를 기본 골격으로 하는 화합물을 말하는데, 생물을 구성하는 중요한 화합물입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화학비료가 무기물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달리, 과거의 비료는 주로 퇴비였던 것에서 착안하여 유기라는 말이 상징적으로 붙은 것입니다. 

유기농업의 시작은 영국의 식물학자 알버트 하워드(Albert Howard, 1873~1947)입니다. 그는 장기간의 현장실험을 통해 토양조건에 적합한 뿌리성장을 만들어주면 병충해의 공격을 무시해도 좋으며, 토양과 작물, 가축의 상호연쇄에 의해 그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그는 이 원리를 축산에도 적용하여 소에게 화학비료를 주지 않은 식물을 사료로 주었더니 소의 전염병도 줄어들었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의 방법은 특히 아프리카에서 큰 효과를 보았는데, 코스타리카의 커피를 시작으로 중남부 아프리카 여러 곳의 사탕수수, 목화, 벼 농사에 적극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이후, 세균이 식물의 뿌리에 해로운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균근공생 이론, 농축산업에서의 페니실린 사용이 조금씩 효과를 얻으면서 더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다만, 퇴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거름이 되는 동물의 배설물에 화학물질이 들어있지 않아야 합니다. (최병철, 한국유기농업학회 2005년도 하반기 학술대회 발표 논문집 2005 Dec. 09 <유기(생명)농업의 원리에 관한 연구 - 알버트 하워드의 이론을 중심으로 ->, 2005)


탄소를 흙에 저장?

여러분은 혹시 토양탄소저장, 탄소농업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토양에 저장된 탄소의 양은 대기 중의 탄소의 양의 세 배라고 합니다. 탄소가 유기화합물의 축인 만큼, 토양 속의 탄소는 미생물과 식물의 번식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토양을 너무 뒤집어 엎어서 탄소가 공기 중으로 나가는 것을 막고, 공기 중의 탄소를 최대한 토양 속으로 흡수시키는 농법이 많은 곳에서 연구/시행되고 있습니다.

국립농업과학원 한양수는 유기재배 토양이 기존의 재배 토양보다 많은 탄소를 저장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이것이 지구온난화 해결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농사로, <유기농업의 토양탄소 저장능력 증진 효과>). 전세계적으로 탄소농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땅을 지나치게 갈아엎지 않는 무경운 농법과 퇴비를 이용한 유기농법, 덮개 작물 심기와 돌려짓기, 바이오차(Biochar)의 토양 공급 등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후 계획에는 탄소농법을 채택한 농부에게 크레딧을 제공하는 ‘탄소은행’이 포함되어 있고, 미국의 농업 스타트업인 인디고 애그리컬처는 농부들이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톤당 15달러에 매입해 탄소배출권이 필요한 기업 고객에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EU도 2021년 6월 전체 농업직불금의 25% 정도를 탄소농업에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옥용식 고려대 교수는 “무경운 농법을 예로 들면, 우리나라는 경지 규모가 작고 시스템화되지 않아 대규모로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하며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 한정되고 외국과 토양도 다르기 때문에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경.2021.12.15.)


논물 얕게 걸러 대기

메탄가스는 늪가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산업화 이전에 메탄 가스가 가장 많은 곳은 물이 오래 고여 있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논농사를 위해 물을 오래 저장해두면 그곳에서도 상당한 양의 메탄가스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농업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논농사를 할 때 물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벼 이앙을 하고 한달 동안 논물을 깊이 댑니다. 한달 정도가 지나면 그 이후부터는 논물을 2∼5㎝ 정도로 얕게 댑니다. 그리고 그 물이 자연적으로 마를 때 쯤 되면 다시 물을 얕게 댑니다. 이삭이 익을 때까지 이 방법을 반복하는 것을 ‘논물 얕게 걸러대기’라고 하는데, 늘 논물을 저장해두는 것과 비교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63%, 용수사용량은 28.8%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벼 이앙 후 한달 동안 논물을 깊이 대고 1∼3주 정도 물을 빼서 논바닥에 실금이 보이면 다시 물을 대는 ‘중간물떼기’라는 방법도 있는데 이것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5.2%, 용수 사용량을 16.8%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농민신문.2022.03.09.)

저메탄 사료와 저탄소 사육, 가축 분뇨 처리

소 네 마리의 방귀와 트림에서 발생한 메탄가스는 자동차 한 대가 뿜는 메탄가스와 동일한 양이라고 합니다. (서울신문.2023.02.15.) 이에 사료에 들어있는 탄소 자체를 줄여서 메탄가스 배출을 줄이는 저메탄 사료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는 “저메탄사료는 꾸준히 먹일 경우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를 최대 80%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라 말하며, “한국 정부도 2030년까지 한육우와 젖소 사료의 30% 이상을 저메탄사료로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고 했습니다(전자신문.2022.06.01.).

저메탄 사료는 물론, 식용 소를 빨리 크게 키워서 이른 나이에 도축하는 방법도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이학교 전북대 교수에 따르면 “유럽연합과 미국의 도축 월령은 20개월 안팎인 반면 한국은 마블링을 만들기 위해 30개월 키운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것이 메탄 배출량을 늘게 하는 한 원인”이라고 말하며 “기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입맛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겨레.2023.01.26.)

전북 정읍시 다움목장에서는 사료용 풀을 기르기 위해 땅을 갈아엎지 않고 소들을 계속해서 다른 곳으로 돌아다니며 풀을 뜯게 함으로써 토양 속에 있는 탄소를 대기중으로 내보내지 않고, 마블링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소들의 살을 찌우는 방식을 거부하며 소를 기르고 있다고 합니다. (한겨레.2023.02.02.)

이 외에도 가축 배설물을 에너지 자원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축산분야 저탄소 인증제를 마련해 소비를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고,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국장은 “무조건적 규제가 아닌 농가의 공감을 바탕으로 한 민간 주도 정책을 이끌기 위해선 생산자와 정부의 소통이 강화돼야 할 텐데 소통과 협의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농민신문.2022.08.29.)


좀 덜 먹자!

한편, 식품의 수입/수출, 운반 과정에서 생기는 이동수단의 배기가스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물론 운반할 때 생기는 온실가스는 농작물 재배와 목축을 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비하면 적은 양이긴 하지만(6~10%) 이것도 줄여야 하지 않냐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수입을 덜 하면 비록 적은 양이더라도 온실가스도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우리의 식사량 자체를 줄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식품의 소비를 줄이고 버려지는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면 환경보호는 물론 건강에도 좋겠지요!

(Our World in Data <Food: Greenhouse gas emissions across the supply chain>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기 쉽게 소수점 둘째자리에서 반올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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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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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업계에서의 탄소배출도 고민해야 한다는 인식 정도는 가지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해결책들을 알아본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논물 얕게 걸러 대기나 저메탄 사료 사용, 적절한 시기에 도축하기 등 다수의 방법이 특별한 신기술 없이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네요.

한국 농업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본문에서 강조한 '식량안보'와 이 문제가 엮이면서 해결하기 쉽지 않아보이기도 하네요. 

정밀농업, 유기농업, 탄소 흙 저장, 논물 얕게 걸러 대기, 저탄소 사육 등 농업에 있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탄소를 줄이기 위한 방법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효과가 있다면 당연하게도 이러한 방법들이 퍼져나가면 좋겠습니다.

다만 플러스마이너스로 탄소를 제로로 만들 수 있다는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이 가진 위험성을 항상 비판적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배출을 정당화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탄소중립'이라는 이름 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이 의미가 없다고 보는 반대의 극단 또한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탄소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조치는 언제든 진지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농업의 종류도 이렇게 많군요...! 탄소 중립 관련해서 공급망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각각의 식량에 따라서도 구분해서 볼 수 있구나 싶네요. 먹는 음식으로도 개인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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