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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정부가 허락한 병원 노예, 간호조무사 실습생
정부가 허락한 병원 노예, 간호조무사 실습생 (2023-10-16) 임정은 | 간호조무사·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특성화고노동조합 운영위원 지난 8월30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이 간호조무사 실습생 최저임금 청구 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제공 저는 2022년 9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해 10개월째 정형외과 병동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조무사입니다. 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해서는 740시간 이론수업과 780시간 의료기관 실습을 거쳐 시험을 보고 합격해야 합니다. 환자의 생명, 건강과 관련된 일을 하는 만큼 이런 과정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780시간 실습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아니라, 온갖 잡일과 허드렛일, 심부름 등으로 채워진다는 점입니다. 병원의 부족한 인력을 메꾸는 일을 하는데 ‘실습’이란 이유로 임금도, 노동법의 보호도 받지 못합니다. 광고 저는 정형외과 병원에서 약 5개월 동안 실습했습니다. 주로 환자 대기실 의자 청소, 진료실 문 열어주기, 환자 혈압 및 체온 재기, 원무과로 환자 안내 등 단순 업무를 했습니다. 그러다 실습생 관리 담당자인 간호부장이 갑자기 자기공명영상(MRI) 부서에서 실습하라고 하더군요. 그곳에서 환자들 자기공명영상 검사 안내를 했는데, 한달 뒤 신규 직원이 채용되더니 제 업무를 하더군요. 저는 또 다른 부서로 옮겨졌고요. 자기공명영상 부서 직원을 구할 때까지 임시방편으로 간호조무사 실습생에게 업무를 맡겼던 것입니다. 제가 운이 없었던 걸까요? 아닙니다. 실습생 대부분 단순 허드렛일로 시간을 보내는데, 심지어 빨래, 직원 커피나 우체국 심부름, 병원 에어컨 청소를 하며 시간을 채우기도 합니다. 일부 병원은 간호조무사 학원에 연락해 ‘우리 병원에 실습생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답니다. 광고 광고 지난해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에서 간호조무사 실습생 603명을 대상으로 병원실습 실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단순하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업무가 주요 실습 내용에 있는지 묻는 말에 71.3%가 ‘그렇다’라고 응답했습니다. 부당한 업무로는 잡무, 허드렛일이 71.9%로 가장 많았고, 병원 직원 개인 심부름(49.1%), 청소(41.2%)가 뒤를 이었습니다. 병원 특성상 감염 등 산업재해를 당할 우려가 크지만, 간호조무사 실습생은 노동자가 아니기에 다쳐도 산재 적용을 받지 못합니다. 환자 혈당을 체크하다가 주삿바늘에 찔려도 개인 돈으로 검사를 진행하라고 하거나 방역 마스크 하나 던져주고 감염병실에서 혈압을 재라고 시켰던 사례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실습생이 결핵에 걸리거나 감염돼도 병원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광고 보건복지부의 방관 아래 병원들이 간호조무사 실습 제도를 통해 인력난을 해결하는 사이 실습생은 그저 혼자 버티는 수밖에 없습니다. 매년 간호조무사 시험에 응시하는 이는 약 4만명에 이릅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렇듯 무임금으로 노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8월 말, 실습병원 병원장을 상대로 임금청구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임금청구는 저의 780시간 노동에 대한 정당한 권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근로자성 여부를 형식이 아니라 실질에 비추어 종속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합니다. 형식은 ‘자격 취득을 위한 실습’이지만, 실제로 병원에서 지시하는 노동을 했다면 노동자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2016년 고용노동부는 실습생, 수습생, 수련생 등이 교육 없이 단순 노동력으로 활용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일경험 수련생에 대한 법적 지위 판단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직무교육 프로그램 없이 업무상 필요에 따라 수시로 업무를 지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일경험 수련생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경우’, ‘교육·훈련 내용이 지나치게 단순·반복적이어서 처음부터 노동력의 활용에 그 주된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련생이 사실상 근로를 제공한다면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실습생은 노동자로 인정돼야 합니다. 저의 소송이 간호조무사 실습생들의 권리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첫 시작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소송으로 다른 간호조무사 실습생분들도 용기와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간호조무사 실습생 노동착취 문제가 알려지고,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기를, 실습생의 노동 사각지대가 없어지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간호조무사 실습생은 정부가 허락한 병원의 노예가 아닙니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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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일본에 당당하게 사과를 요구하려면
일본에 당당하게 사과를 요구하려면 (2024-04-15) 이동석 | 재일동포 지난해 10월29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필자가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과 함께 일본에 있는 조선학교 고교무상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김창섭 제공 나는 1952년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2세다. 일본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18살에 조선 사람임을 자각하게 됐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조선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많은 고민 끝에 재일동포 동급생과 일본학교 내에 ‘조선문화연구회’를 만들고 그때까지 썼던 일본 이름을 버리고 조선 사람으로 살기로 결심했다. 조선문화연구회에서 조선 고등학교 학생하고 교류하며 일본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포 학생들의 모임에도 참가했다. 그 과정에서 조선 사람으로 살려면 우리말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한국 유학을 결심했다. 1971년 처음으로 서울에 왔고, 1973년 한국외국어대학 프랑스어과에 입학했다. 1975년 11월 보안사 요원이 하숙집에 와서 영장 없이 나를 연행했다. 40일간 보안사에 감금된 채 고문과 협박으로 자백을 강요당하고 나는 ‘간첩’이 됐다. 우리말과 우리 역사를 배우고 싶어서 가입했던 조선문화연구회에서 총련계 사람을 만나 이야기했다는 게 ‘간첩’이 된 주요 혐의였다. 재일동포 17명이 구속된 이른바 ‘재일교포 학원침투 간첩단 사건’이다. 나는 5년형을 받아 대전교도소에서 옥살이를 하게 됐다. 그러한 나를 지원해주고 격려해준 건 일본 사람들이 조직한 ‘구원회’였다. 구원회 사람은 재판을 방청하고 격려하기 위해 서울에 몇번이나 왔고 대전에도 여러 차례 면회를 왔다. 광고 나는 구원회가 없었더라면 건강한 정신으로 못 있었을 것이다. 내가 석방되어 1981년 일본에 돌아온 후에도 전두환 독재정권하에서 재일동포 간첩 사건이 많이 일어났다. 구속된 재일동포의 가족을 만나서 격려하고 구원회와 함께 지원 운동을 했다. 내가 많은 사람의 지원을 받았으니 이번에는 내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동운동에 관심이 있던 나는 한국의 양심수가 거의 석방된 1990년대 후반에 ‘재일고려노동자연맹’(고려노련)에 가입했다. 고려노련은 우리나라에 뿌리가 있는 재일동포라면 남북 관계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었다. 그 조합에서 재일동포에 대한 노동차별 개선, 한국 노동자 지원과 교류를 위해 활동했다. 비록 감시를 받긴 했지만 2000년대 들어 한국에 올 수 있게 됐고, 일본과 한국 노동자의 교류 과정에서 통역을 맡아 여러 번 한국에 왔다. 광고 광고 2005년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생겼으나 일본에 사는 우리가 그 존재를 알게 된 건 한참 후였다. 국가권력으로부터 고문을 받고 교도소 생활을 오래 한 재일한국인 양심수는 국가기관인 진실화해위를 믿지 못했고 처음에는 진상규명 신청을 망설이는 분위기였다. 나도 그랬으나 진실화해위는 한국의 민주화 투쟁의 성과라고 생각해서 2011년에 진상규명을 신청했다. 그 뒤 법원이 재심에서 ‘고문으로 강요한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2015년 무죄가 확정되었고 배상금도 받았다. 배상금은 국가 잘못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돈을 줄 테니 더는 국가 책임을 묻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대학에 재입학하기로 했다. 2017년 외국어대학에 들어가 나보다 젊은 교수님한테서 배우면서 2020년 2월에 졸업했다. 대학 생활 동안 좋은 한국 사람을 많이 알게 되어 졸업 후에도 한국에서 살고 싶어졌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서울에서 살면서 재일한국인 양심수의 재심을 지원하고, 한국 내 난민 문제나 외국인 노동자 문제,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 등에 관심이 있어 모임이나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 식민지하의 아픔을 경험했고, 해방 후 4·3 사건으로 많은 난민이 생겨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한국인도 노동자로 외국에 일하러 간 역사가 있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이나 난민을 대하는 한국 정부나 국민의 태도를 보면 너무 안타깝다. 한국이 국가의 잘못을 인정해 수정하고, 외국인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을 보장해야만 ‘위안부’나 ‘징용공(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또 재일동포 차별을 없애라고 외칠 수 있다. 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대 활동을 하는 이유는 잘못한 역사는 고쳐야 하고, 좋은 사회를 만들 책임이 한국인으로 사는 내게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나는 언제나 약자의 입장에 서서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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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커먼즈는 어떻게 좌절되는가?
커먼즈는 어떻게 좌절되는가? 커먼즈의 정의 – 자원을 장기간 돌보기 위한 사회 체계로서, 공유된 가치들과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보존한다.– 자기조직된 체계로서, 이 체계에 의해서 공동체들이 자원을 (고갈될 수 있는 자원과 고갈되지 않는 자원 공히) 시장이나 국가에 의존하지 않거나 최소로 의존하며 관리한다.– 우리가 함께 물려받거나 창출한 부를 가리키는데, 이 부를 우리는 감소되지 않은 채로 혹은 더 증가된 채로 우리의 자식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우리의 집단적 부에는 자연의 선물들, 사회 기반시설들, 문화 생산물들, 전통들, 지식이 포함된다.– 경제(그리고 삶!)의 부문으로서, 대체로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는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한다. 이 방식은 종종 시장/국가에 의해서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커먼즈의 총목록이란 없다. 어떤 공동체가 자원을 집단적인 방식으로, 균등한 접근 및 사용 그리고 지속 가능성에 특별히 초점을 두어 관리하고 싶다고 결정할 때마다 커먼즈가 생기기 때문이다.- 커먼즈는 자원이 아니다. 자원 + 윤곽이 뚜렷한 공동체 + 필요한 자원을 관리하기 위해 그 공동체가 고안해내는 프로토콜들, 가치들, 규범들이다. 대기, 대양, 유전자 지식, 생물다양성과 같은 많은 자원이 커먼즈로서 관리될 절실한 필요가 있다. 출처 : 커먼즈란 무엇인가, 커먼즈 번역 네트워크 http://commonstrans.net/?p=24 먼저 나의 연구는 문학 / 다큐멘터리 분야 창작을 위한 것임을 밝힌다. 일반적인 학계 연구에 포함되지 않을 내용이 다수 있지만나라는 개인에게 중요한 논의들을 포함시키고자 한다. 민족지학 분석을 통해 분석한 나라는 유령 존재 부모님과 어린 시절의 나는 1993년까지 서울 금호동에 살았다. 당시 금호동은 재개발 열풍으로 자신의 삶과 공동체가 파괴된 철거민들의 투쟁이 한창이었다. 우리 가족은 철거민이었는가. 나는 그 질문에 답하지 못했었다. 부모님은 서울에서 10여곳의 집을 돌아다녔고, 나 또한 6년간 세 곳의 집에 살았으나 마지막 집은 무너지지 않았고, 부모님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부산으로 이사했다. 그러나 용역이 직접 집을 부수지 않았어도 내가 태어난 곳이 세상에서 사라졌음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나의 성장과정은 부모님의 빈곤과 거기서 느껴지는 수치심으로 억눌려 있었다. 계급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가족을 해석하지 못했고, 공부를 통해 부산을 벗어나는 것을 희망으로 삼았다. 가족과 상관없는 단독자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다. 내가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건 고등학교 때였는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직업에 대한 책을 보며 그들이 세상을 유랑하는 자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나는 집과 가족을 떠나 어딘가에 발을 딛지 않고 유령처럼 떠돌기를 바랐던 것 같다. 공동체에 대한 관심 스무살에 나는 서울로 돌아왔고 공동체를 꿈꿨다. 아직 유령이 될 준비가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내가 낭만적인 공동체로 생각했던 것들은 ‘내가 나 본연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지는 장소’를 의미했다. 배제되지 않음을 찾아다녔고, 우연히 그런 곳을 만났을 때의 편안함과 기쁨이 컸다. 그러나 모든 현실의 공동체가 그렇듯 그것들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무너지고 변화하였다. 공동체는 공간 위에서 세워졌고, 공간은 늘 영원하지 않다. 이러한 경험에서 느꼈던 것은 첫번째, 자본주의의 논리는 반드시 공간과 공동체의 배제를 만들고 소멸을 이끈다는 것, 두번째, 낭시가 말했듯 공동체를 위한 인위적인 노력도 독재와 공동체의 파괴로 흐른다는 것, 세번째, 인간이 존재론적으로 공동체인 것과 현실의 공동체를 만드는 문제는 분리되어 있다는 것 등이 있겠다. 즉, 공동체에 속하고 싶은 혹은 만들고 싶은 내 노력은 반드시 실패할 일인데 그럼에도 나는 그걸 늘 지금도 마음 속 깊이 원하고 있다. 이 모순이 내 안에 굴러다닌다. 내가 연구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이러한 스스로에 대한 민족지학적 반성을 통해서였고, 그러한 생각과 내가 처하고 있는 세계에 대한 분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창작자/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연구는 이것들을 돕기 위한 수단으로 파악했다. 내가 아직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이러한 연구와 학습 과정이 어떻게 창작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공간과 공동체, 커먼즈 지난 3년간 주거관련 사회적 기업에 다니며 공적 재원을 통한 주거개발, 기획 업무를 하였다. 주거복지가 필요한 계층을 위해 제안서를 작성하고 공유공간을 설계했다. 별개로 공유부엌이나 서점을 직접 운영했으며, 스쾃과 커먼즈 활동을 여러 경로로 접했다. 집 앞 산책로에서 빈 땅을 발견했고 (청량리동 950) 불온하고 무용한 이 땅이 왜 나의 마음에 들어왔을까 고민했다. 그건 빈 땅이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으나 아직 발현되지 않은 - 자본주의적인 의미에서도 아니면 공동체적으로도 - 곳이었으며 그 덕분에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상상하게 만드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곳을 지배하는 어떠한 종류의 관습과 규칙이 존재하지 않아 아무것도 배제되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존 버거의 말에 의하면 그 땅은 ‘부재의 땅’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도래하는 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과거 자료에서 제기동의 재개발 이주민을 이 공간에 일종의 수납하려던 시도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 땅을 관찰하며 아무런 용도로도 사용되지 않는 이 빈 땅을 시민의 공유지/커먼즈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 생각했다. 학습을 통해 커먼즈가 단순히 자원이 아니라 공동의 것을 만드는 활동과 과정인 커머닝을 포함하는 것이라는 개념이 내게 그나마 숨통을 틔게 해준 것 같다. 자원으로 접근했을 때 어떤 땅은 소유권이 명확하고 소유자의 자본 혹은 공적인 목표를 충족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 적합하다. 그러나 어떤 땅이 커머닝의 과정, 공유화의 과정을 거친다면 시민의 의견이 반영되고 공적인 목표에도 시민의 필요가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나의 생각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대한민국에서 그러한 시도가 잘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경의선, 배다리, 송현동 땅, 빈집 등 커먼즈 시도가 있었으나 결국 오래 지속하지는 못했다. 나는 이러한 커먼즈/커머닝이 현재 우리에게 쉽지 않은 문제일 때 그 이유가 무엇일지, 장애물이 무엇일지를 연구과정을 통해 알아보고 싶었다. 질문들 이러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나에게 남은 질문들을 되새겨보자. 그동안 시도되었던 수많은 공동체들, 그들은 어떻게 시작되어 어떻게 소멸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스쾃과 커먼즈는 임시적인 공동체를 생성했지만 소멸이 예정된 그것들이 결국 남긴 건 무엇일까. 커먼즈 과정을 어렵게 만드는 난제들은 무엇인가. 어떤 종류의 자원이 필요하고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 의사결정 과정, 정보의 부족, 자본주의적 압력 등 여러 과정을 고민해보자. 특히 나에게는 해외와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과도하고 커먼즈에 필요한 시민적 합의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나라는 가설을 세워본다. 이를 위해 필요한 학습지도를 만들어보았다. 연구를 위한 유력한 학문 계열로 인문지리학 / 공간 철학 / 도시사회학 / 도시정책학 등을 탐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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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기 유연근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정부는 올해부터 육아기 자녀를 둔 근로자의 유연근무를 허용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금이 확대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대상에게 시차출퇴근제도를 도입한 중소 및 중견기업에 장려금을 지급하고, 재택과 원격근무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컨설팅과 인프라 지원도 유연근무에 확대되어 개편될 예정입니다(출처 시사저널). 그렇다면 육아기 유연근무, 잘 정착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기업 입장에서는 워킹맘, 워킹대디의 출산과 육아 공백의 타격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육아기 유연근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 많습니다. 업무공백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직원들 간의 노노갈등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지원은 물론 인식을 바꾸는 교육과 분위기 정착도 고려해야 할 사안입니다.  유연근무제를 사용하는 대부분이 대기업과 정규직 노동자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대부분 중소 및 중견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것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그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육아기 유연근무 뿐만 아니라 기업의 근무환경 자체도 유연하게 바꿀 필요도 있습니다. 일과 삶이 양립될 수 있는 구조가 자연스러워져야 어떤 상황에서도 본인의 시간을 활용하면서 업무의 성과도 낼 수 있습니다. 근무혁신을 통해 오히려 성장을 한 케이스도 많습니다. 실제로 ‘코어타임제(의무 근무기간 외에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 설정 가능)’를 적용한 회사의 관계자는 “직원들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오히려 업무 능률이 향상되었다. 프로젝트 완성도는 빠르게 높아지고 불필요한 야근도 없어졌다”며 대체로 만족감을 표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경제TV). 그렇다면 올해 총선에서 육아기 육아근무, 돌봄과 관련되어 주요 정당은 어떤 정책을 내놓고 있을까요?(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 공약마당). - 더불어민주당: 저출생 극복을 위한 결혼-출생-양육 양립이 가능한 사회구조 실현을 위해 우리아이 보듬주택 마련, 결혼-출산-양육 드림 패키지(출생기본소득), 아이돌봄서비스 국가 무한책임 보장, 남성육아휴직 강화, 지자체 협력형 온동네 초등돌봄재능학교 도입, 저출산 대응을 위한 소득세제 개선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이행기간은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여 연간 최소 10조원에서 최대 23조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저출생 대책 재원은 정부재정 지출구조 조정분(경직성경비를 제외한 재량지출의 10%인 18조원 수준) 및 2023~2027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른 연간 총수입 증가분(2023~2027년 연평균 증가율 3.7%, 2025년 49조원 증가) 등으로 충당할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 국민의힘: 국가 차원의 저출생 문제를 대응하고 일하는 부모에게 아이와의 시간을 보장하며 육아기 유연근무를 기업문화를 정착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 아빠휴가 1개월(유급)의무화, 초3까지 유급 자녀돌봄휴가 신설, 배우자에게도 임신 중 육아휴직 사용 허용, 육아기 유연근무 취업규칙 등 정기적 공지 의무화 및 육아기 근로기간 단축 급여 상한 인상, 육아휴직 동료수당 활용 활성화 등 현재의 고용보험기금 재원을 활용하여 제공할 예정입니다.  - 조국혁신당: 저출생 대응 책임부서 설치와 재정지출 전면 재검토, 높은 수준의 아동 보육과 교육서비스 제공과 평등한 생애 출발 지원, 여성청년세대의 삶과 육아를 지원하는 육아친화 사회구축 등을 올해부터 단계적 추진하여 부처별로 분산되어 있는 저출생 돌봄 예산의 합리적 조정과 지출, 재정 수입 혁신과 개혁을 통해 재정을 마련할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 녹색정의당: 저출생 5대 요인인 '고용불안, 주거부담, 출산 및 육아부담, 교육경쟁 심화, 일·생활 조화 어려움' 해소에 중점을 두고 삶의 질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함께 살면 10년, 아이가 태어나면 10살이 될 때까지 공공주택과 주거지원비를 제공하는 방안, 임신 출생 사회책임제로 무상 임신, 출생 실현, 자동육아휴직제 및 노동시간 단축 등을 22대 국회 임기내 실현을 목표로 일반회계, 특별회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예산을 조달할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이러한 정책이 잘 정착되기 위해서는 혜택을 받는 부모의 실정을 이해하여 정책을 설계하는 것은 물론 기업과의 적극적인 공조가 필요합니다. 실제 기업의 참여는 미온적인 것이 대부분입니다. 실태를 파악하고, 기업과 수혜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한 보다 섬세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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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을 위한 정책, 어디까지 와있나요?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근 25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주재하면서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통합돌봄을 6월부터 전국확대하고 정책 예산도 10.7% 늘리기로 했습니다. 장애인과 그 가족을 살피기 위해 국가가 많은 부분 힘쓰겠다고 밝혔는데요(출처 뉴시스). 우리 사회의 발달장애인을 위한 정책은 현재 어디까지 와있을까요? 또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1.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통합돌봄사업이 확대되어야 해요 최근 가족 돌봄 부담이 큰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통합돌봄서비스 사업이 처음 시행되었는데요. 최중증 발달장애인들은 극심한 도전행동으로 인해 기존의 돌봄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워 사실상 돌봄 사각지대에 놓여있었습니다. 이에 새로 도입된 맞춤형 돌봄서비스는 '24시간 개별', '주간 개별', '주간 그룹형' 3가지로 방식으로 제공되어 통합돌봄 전문교육을 받은 인력이 1:1로 배치됩니다(출처 연합뉴스). 그동안 최중증 발달장애인 가정은 심각한 경제적, 심리적 위기 속에서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반복되어 사회적 문제가 되었습니다. 경기도가 실시한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실태조사에서도 가족들의 우울함이 매우 높은 비율로 나타났으며, 응답자의 73%가 공적 돌봄서비스 시간이 부족하여 불만을 표해왔습니다. 이제 첫 사업이 시행되는 만큼 많은 수혜자가 생길 수 있도록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며, 가정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가족을 위한 정신적 치료 지원 및 여러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으로 그들을 돌볼 필요가 있습니다(출처 경기신문). 2.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해요  정부 부처 장애인 예산액은 증대되었지만 교육 및 고용 등 장애인 일상활동에 필요한 예산은 일부 삭감되었는데요. 대표적으로 대상자 감소로 인한 장애수당, 장애인연금, 최저임금적용제외 근로장애인 전환지원 예산 삭감 등이었습니다. 특히 최저임금적용제외 근로장애인 전환지원은 보호고용에서 벗어나 일반노동시장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라 장애인 권리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움직임으로 보입니다(출처 에이블뉴스).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것을 활용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한 교육과 시스템도 사회적 격차가 생기지 않게하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실제 2021년 1월 장애인과 고령층의 디지털 접근성을 보장하는 국가의 책무 등의 내용을 담은 '디지털 포용법' 역시 지지부진하고 있는데요. 저소득층의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는 '사회 안전망 패키지'설립에 1400조원을 투입하는 미국이나 2005년부터 디지털 격차 해소 규제를 위한 'E-유럽 플랜'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유럽에 비교되는 행보입니다(출처 스카이데일리). 이번 총선에서 주요정책에 장애인 관련 내용을 다룬 녹색정의당의 공약입니다(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  □ 장애인 권리 보장     - 친환경 저상버스 100% 도입과 무장애 시내버스 정류장 설치     - 장애인콜택시 2배 확대 및 지자체 직접 운영     - 탈시설 및 비리시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유형·성별에 따른 장애인정책 마련     - 발달·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보장, 활동지원서비스 중증장애인 2인 1조제 도입, 신체활동보조 추가 가산금 인상, 활동지원사 월급제 도입     -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장애인고용장려금 인상,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확대     -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 동료지원센터 설치, 보호의무자에 의한 사실상의 강제 입원제도 폐지 등 정신장애인 탈시설·탈원화와 인권 기반 지역사회 실현     - 농학교 수어교육 및 교사 수어자격증 의무화, 지상파 및 종편, 영화관, 공연장 화면해설 확대 및 지원 등 시청각 장애인 정보 접근권 보장 정책 공약에서 장애인 권리에 대한 공약은 녹색정의당 외에 다른 주요 정당에서는 조약하거나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시의성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여전한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도 여전히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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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서울 마지막 산업단지, 문래동 기계공의 하루
서울 마지막 산업단지, 문래동 기계공의 하루 (2024-04-08) 전희순 | 1인 소공장 운영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대부분의 공장은 10~20평 정도 되는 오래된 주택에 금속가공에 필요한 기계와 장비를 들여놓고 일을 한다. 윤주성 사진작가 아침 출근길, 일터 앞 슈퍼마켓을 지나려는데 골목이 시끄럽습니다. 얼핏 보니 영화나 드라마 촬영 중인가 봅니다. 몇년 전부터 문래동에서 가끔 마주치는 풍경입니다. 어떤 촬영을 하는지 호기심이 살짝 생기지만 출근이 늦은 관계로 궁금증을 뒤로하고 일터를 향해 걸음을 재촉합니다. 일터에 좀 늦게 도착했습니다. 지각입니다만, 늦었다고 눈치 주는 사람은 없네요. 혼자 일하는 사업장이라 그렇습니다. 문래동에 있는 공장 대부분은 1인 기업이거나 가족과 함께 일하는 소규모 사업장입니다. 10평에서 20평 정도 되는 오래된 주택에 금속가공을 하기 위해 필요한 기계와 장비를 들여놓고 일을 합니다. 광고 아무리 작은 부품이라도 완성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쳐야 합니다. 문래동은 각 공정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공장들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업체들끼리 잘 연결된 네트워크 덕분에 소재부터 최종 완성품에 이르는 과정이 원스톱으로 가능합니다. 경기가 한창 좋았을 때는 3천여개의 사업장이 문래동 일대에 있었습니다. 지금도 1230여개의 기계금속 관련 사업장이 문래동에 있다고 합니다. 기계 전원을 올리고 일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기계를 예열하는 동안 믹스커피를 마시면서 오늘 작업할 도면을 살펴봅니다. 도면의 형상을 머릿속으로 그려가면서 작업 방법과 가공 순서를 정합니다. 가공 공정마다 어떤 공구를 쓸지, 재료를 고정하기 위한 지그(jig, 보조용 기구)도 어떤 게 좋을지 정합니다. 마지막으로 도면을 한번 더 들여다봅니다. 도면의 지시 사항을 제대로 보지 않고 작업하다 낭패를 당한 경험 때문입니다. 평소 성격과 상관없이 일을 대할 때는 차분하고 꼼꼼해집니다. 그렇지 않으면 실수가 뒤따르니까요. 광고 광고 준비가 끝났으면 프로그램을 짜고 기계를 세팅합니다. 제가 다루는 기계는 엔시(NC)공작기계입니다. 가공물과 공구를 세팅하고 프로그램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가공해주는 기계입니다. 수동 공작기계에서 하기 어려운, 정밀하고 복잡한 형상을 가공할 수 있습니다. 철공 일을 한 지 30년이 되었지만 기계 앞에서는 늘 긴장합니다. 아무리 숙련되었다고 하더라도 자칫 실수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까요. 혼자 일하는 중에 사고를 당하면 당장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 더 큰 일입니다. 광고 이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합니다. 사실, 준비만 잘해놓으면 그다음은 어렵지 않습니다. 작업공정을 잘 관리하고 그것에 맞게 정해진 노동을 하면 됩니다. 오후에는 필요한 재료와 공구를 사기 위해 밖으로 나섰습니다. 거리를 지날 때마다 많이 변해버린 풍경과 마주칩니다. 골목마다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공장이 있던 자리는 음식점과 카페, 술집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방송과 온라인 매체를 통해 자주 소개되더니 어느새 서울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네요. 오래되고 낡은 공장이 있는 거리가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갔나 봅니다. 우리의 뜻과 상관없는 이런 변화는 참 곤혹스럽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되었으니까요. 여기에 재개발 이슈까지 더해져 공장들이 빠른 속도로 밀려나는 중입니다. 예술인들이 문래동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런 변화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비록 불편하긴 했지만,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잘 지내고 있었거든요. 어차피 낮은 철공인, 밤은 예술인의 시간이었으니 부딪칠 일도 많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예술인들과 협업을 한다면 침체된 철공단지에 활기를 주지 않을까도 기대했습니다만, 현실의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네요. 이 도시에서 작은 공장들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습니다. 문래동 공인들이 가진 기술적인 자산가치가 세월과 함께 없어질 것 같습니다. 문래동과 같은 처지에 있지만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일본 도쿄 오타구의 사례를 본 적이 있습니다. 문래동과 마찬가지로 1990년대 마을공장을 이전시키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남은 공장들이 마을과 함께하는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공장들은 지역사회와 환경 개선에 공헌하고 마을은 그런 공장들에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상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은 공장이 가진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광고 이제 퇴근입니다. 아침에 늦게 와놓고 일찍 가려니 너무 좋습니다. 골목 사이로 비치는 노을이 몽글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오래도록 느끼고 싶은 정든 퇴근길입니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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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나는 대리기사 노동자다
나는 대리기사 노동자다 (2022-07-13) 한기석 |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경기지부장 지난 5월12일 오전 서울 중구 동반성장위원회 앞에서 ‘대리운전기사 권익과 시민 안전을 보장하는 사회적 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리운전을 시작하고 벌써 13년이 지났다. 조그만 사업을 하다가 문 닫고 심한 우울증에 빠져 있을 때 친구가 매일같이 찾아와 운전면허증이 있으니 대리운전이라도 하라고 얘기한 게 그 시작이었다. 대개 그렇듯, 새로운 직업을 찾을 때까지 6개월 정도만 하리라 마음먹었다. 친구가 소개해준 업체를 찾아 “수중에 만원도 없으니 대리운전 보험료와 콜 수수료 충전금을 먼저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하니, 업체 사장님이 웃으면서 그러자고 말해 일을 시작했다. 지금도 첫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업체에서 알려준 식당으로 찾아가 “대리운전 부르신 분 계세요?”라고 외칠 때 심장이 쿵쾅거렸고, 식당 안 모든 사람이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아 가슴이 답답했다. 짧은 거리를 운전하면서도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집으로 가는 길을 설명해주는 고객의 목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장거리, 그러니까 타 지역으로도 나가기 시작했다. 자주 다니는 지역이 아닌데다 한밤중이라 사방을 둘러보아도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곳에 서 있는 경우가 잦았다. 혼자 고립됐다는 생각에 이렇게 살아야 하나 슬퍼지기도 했다. 낮과 밤을 바꿔 살면서 세상일에 점점 무덤덤해지고 이웃이나 친구들과도 점점 멀어져 가니 더욱 외로워졌고 나 자신이 외계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광고 대리운전 기사들은 밤에 혼자 일하기에, 본인이 얘기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각자의 사정이나 어려움을 알 수 없었다. 매일같이 마주치던 동료가 갑자기 사라진 뒤 2~3개월 만에 나타나 “그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고 말한 경우도 있었다. 또 동료 결혼식이나 상갓집에 찾아가면 자신이 대리기사라는 말을 주변에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해오기도 했다. 안타까웠고 속상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열심히 사는데 왜 당당하게 자신의 직업을 밝히지 못해야 하는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지 고민이 시작됐고, 대리기사의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며 계속 나를 설득해왔던 민승 형을 찾게 됐다. 형은 나를 서울 강남 교보사거리 현장에서 진행된 첫번째 공식 회합에 데리고 갔다. 2015년의 일이다. 회합에 모인 기사들은 업체들의 갑질을 개선하고 기사들을 모으기 위한 방안에 관해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었다. 업체들의 대표적인 갑질 중 하나는 콜을 받는 프로그램을 서울, 인천, 경기 세개로 쪼개 사용료를 세배로 받는 것이었다. 장거리 콜을 받기 위해 기사들은 지역별로 쪼갠 같은 프로그램 두세개를 핸드폰에 깔고, 두세배 사용료를 낼 수밖에 없었다. 프로그램당 사용료가 한달에 1만5천원이고, 수도권 대리기사가 10만명 정도임을 고려하면 대리운전 업체들은 대략 매달 20억~30억원의 부당이익을 얻어 프로그램 개발사와 4 대 6으로 나눠 가졌다. 광고 광고 대리운전 업체들은 대리기사들을 단체보험에 가입하도록 묶어두고 보험사와 손잡고 월 7만~8만원 하던 보험료를 12만~15만원 수준으로 올리기도 했다. 물론 업체는 보험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 또 업체들은 매달 관리금 명목으로 3만원을 고정적으로 빼갔지만 뭘 관리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업체의 갑질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콜을 잘못 수락해 미안하다며 빼달라고 요청하면 온갖 쌍욕을 들어야 했다. 이런 상황들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던 터라 자연스럽게 회합에 합류하게 됐다. 함께 고민해 끌어낸 결론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이를 통해 대리기사 개개인의 의식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저녁과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고, 새벽에는 홍보 활동과 업체 갑질 철폐투쟁에 나섰다. 물론 순탄치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짓밟혀도 또 다른 새싹이 피어나는 세상의 이치처럼, 다시 모이기를 반복하면서 차츰 동료 기사들을 설득해나갔다. “우리는 한 가정의 가족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다. 왜 패배의식에 젖어 있어야 하는가?” “일하다 다쳐도 보상은커녕 휴무수당도 받지 못하는데, 함께하면 4대 보험 가입을 쟁취해낼 수 있다”고 가는 곳마다 호소하고, 기사들과 토론도 마다하지 않았다. 언론사 인터뷰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응해 대리운전 기사들의 현실을 국민에게 최대한 알리려 했다. 광고 그런 끝에 2019년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경기지부가 설립됐고, 지부장을 맡게 됐다. 이후 3년 동안 참 많이 변했다. 조합원 수는 100명 남짓에서 500여명으로 늘었고, 몇몇 시·군에는 풀뿌리 지회도 생겼다. 하지만 업체들의 갑질은 여전하고, 개선해야 할 노동조건은 수두룩하다. “나는 대리기사 노동자다!”라고 자신 있게 외치며 동료 기사들과 함께 계속 전진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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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똑같은데 표 주실 건가요?
22대 국회의원 사전투표는 4월 5일 금요일과 4월 6일 토요일, 본 투표는 4월 10일 수요일이다.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없었다. 단군이래 가장 중요한 선거다. 윤석열 정부가 저질러 놓은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몇 가지 뽑아봤다. 지난 시절을 복기해 보자.청와대 국방부 이전 2022년 3월 - 현재 윤석열은 후보자 신분부터 당선인 시절까지, 청와대 이전을 공약에 담고 이전 계획 발표도 했었다. 최종적으로 기존의 국방부를 밀어내고 청와대가 아닌 대통령실 명칭을 사용하며 입주했다. 수십 년간 구축된 보안 시스템이 있는 청와대를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시켰다. 제왕적 대통령 잔재 청산을 위해 청와대 개방 및 대통령실을 신축한다고 밝혔었다. 국민과의 소통 강화라는 이유도 있다고 하는데. 빛 좋은 개살구 같은 핑계다. 이를 제외하면 이해 가능한 이유는 제시되고 있지 않다.이 결정으로, 국방부를 이전하고 대통령실 시설을 구축하고 관련 인원들과 시설 이동을 위한 비용이 발생했다. 국방부 입주 이전 계획 발표 당시, 비용은 517억이라고 발표했었다. 행안부, 국방부, 대통령 경호처 예비비로 충당한다고 했었다. 이는 처음 발표한 496억에서 추가로 발생한 비용이다. 여기에 또 추가로 368억 비용이 집행되었다고 한다. 당시 민주당이 계산한 이전 비용은 1조에 가깝다. 만약, 청와대를 그대로 사용했다면,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500억은 다른 부분에 사용할 수 있었다. 행정안전부의 예산도 들어갔다고 한다. 만약, 행안부와 국방부 예산이 대통령실 구축에 사용되지 않고 시민 안전을 위한 곳에 사용되었다면 10.29참사(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침수, 채일병 사망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의 알 수 없는 고집이 야기한 피해가 크다.    서울 폭우 침수 2022년 8월 8일 폭우야 여름이면 언제든, 어느 지역에든 오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폭우에 얼마나 대비를 했고, 어떻게 수습을 하는지다. 하지만, 그 해 여름에 서울시와 윤석열 정부는 부존재했다. 서울이라는 세계적인 도시에서 폭우로 인해 사람이 죽고 도심 중심부는 침수되어 차들이 잠겼다. 폭우 피해 다음날 대통령의 퇴근시간이 언제였는지 호우 피해 보고는 언제 받았는지 도마에 올랐다. 국방부에 대통령실 구축을 하면서 완벽하게 세팅되지 않은 국가위기관리센터 운용의 부재라는 비판도 있었다. 윤석열은 8일에서 9일 밤, 청와대도 대통령실도 아닌 자택에서 지시를 내렸다. 그들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에 누가 책임을 다했었나.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2022년 9월 22일  윤석열이 미국 방문에서 한 혼잣말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다. MBC는 윤석열이 했던 말을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로 자막을 달아 보도했었다.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 한 것이고, 국회도 한국 국회를 언급합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 뒤 외교부는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2024년 1월 12일 재판부는 외교부의 손을 들어줬다. 더불어 재판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은‘과 ’날리면‘ 중 어떤 발언을 한 것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을 향해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했다.   MBC는 항소했고 해당 건은 2심 법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희대의 사건이다. 미국 정부나 국회도 이 사실을 알 것이다. 대통령의 어이없는 실언 한 마디가 지난 2년간 미국과의 외교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앞으로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자칭 보수 정치와 정권이 미국과의 외교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경제와 안보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얻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 긴 하는걸까. 대통령의 입이 너무나도 가벼워 큰일 날 지경이다.  선제타격, 윤석열의 주적은 북한 윤석열은 대선 이전부터 북한에 대해 선제타격을 해야 한다는 날선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당선인 신분 시절 워싱턴포스터지와 인터뷰에서 주적이 북한이라는 발언도 했다. 이제는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는 강한 워딩 쓰길 두려워하지 않는다. 북한과의 관계가 자연스레 빙하기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 정부의 대북기조다. 아니나 다를까 윤석열 정부 이래 북한은 수차례의 도발을 했다. 북한도 분명 잘못이 있다. 하지만,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건 윤석열이다. 불을 끄면서 북한 또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과 대북 외교를 어떻게 할지 골똘히 머리를 싸매야 하는게 정부의 역할인데.북한을 빌런 정도로만 생각하는 걸까. 오죽하면 북한 김여정은 윤석열 인간 자체가 싫다고 말했을까. 작년엔 서울에 경계경보 오보 사태도 있었다. 지난 1월엔 윤석열이 이번 총선을 두고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것이라는 발언도 했다. 시대가 언제인지 아직도 북풍을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순수하게 북한의 도발을 기대하는 걸까? 설마 그럴까 싶지만. 이 정부는 상식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정부라 한편으로 걱정되기도 한다.    10.29 참사 – 2022년 10월 29일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나서 발생한 가장 안타까운 일이다. 폭우로 서울에서 시민이 사망한 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이태원 골목에서 159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당시 이태원에 모인 수많은 인파를 통제할 경찰의 수는 턱없이 부족했다. 왜 그랬을까? 현장에서 인파가 모이고 참사가 발생할 때까지 이태원 파출소에서 10여 명위 형사들이 마약 단속을 위한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현장 상황은 몰랐다고 한다. 일전에 윤석열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었다. 수많은 인력이 붙어야 했다.게다가 경찰은 행안부 산하에 들어갔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에 더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대통령이 청와대를 버리고 아크로비스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퇴근을 하느라 경호 인력 및 경찰 인력도 추가로 동원되는 상황이었다. 참사 당일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 역 집회 관리를 위해 경찰 인력이 이태원 쪽으로 이동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런저런 상황이 겹쳐 이태원 현장 안전 통제를 위한 인력이 부족했다는 건 명백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참사 이후다. 국민의힘 소속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핼러윈 데이는 축제가 아니라 ’현상‘이라고 발언했고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는 표현을 쓰며 역대급 발언을 내놨다. 국민의힘 소속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아직도 용산구청장 자리에 있다. 10.29 참사와 관련해 국민의힘 소속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에게 책임을 물으며 사퇴 또는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과 정치권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탄핵은 기각되었다. 그는 아직도 행안부 장관직을 역임 중이다.    윤석열은 참사 다음 날인 30일 현장을 방문했다. 그의 발언을 살펴보자.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단 말이야?”, “아, 그럼 여기에 인원이 얼마나 있었던 거야?”, “여기서 백몇십 명이...”, “어디? 파이어 라인, 어디?”, “저쪽 앞에?”, “여기서도 내려가는 골목이 저긴가요?”, “뭐, 5.7M? 고 안에서?”, “그럼 이 폭은 얼마나 돼요?”, “압사?”, “뇌진탕, 이런 게 있었겠지.” 그는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10.29 참사 발생부터 지금까지 윤석열과 정부는 어떠한 책임 있는 태도나 사죄를 표하지 않았다. 참사가 발생한지 일 년 반이 지나가고 있다. 유족들은 아직도 길거리에 있다.  일본은 협력 파트너 2022년 3월 1일, 2023년 8월 15일, 2024년 3월 1일 윤석열은 작년 3.1절 기념식에서 일본이 한국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가 됐다는 발언을 했다. 3.1절은 일제에 항거해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날이다.일제 전범 기업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을 한국 내 민간의 자발적 기여를 통해 마련한다고도 발표했다. 작년 광복절에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가 일본이라고 발언했다. 올해 3.1절 기념행사는 역대급 사고로 기억될 장면이 연출되었다. 이 정도만 나열해도 일본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외교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굴욕적이다. *오므라이스 외교라는 최악의 식탁 외교 대접도 당했다.     일본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2023년 8월 24일 2023년 8월 24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에 버리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에 앞서 한국 정부는 아무런 반대 의사도 내지 않았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으로 문제없다는 식으로 발표했다. 유튜브에는 대한민국 정부 계정으로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홍보영상도 게시했다. 지금도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를 버리고 있다.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지금까지 아무런 영향이 없는 건 운이 좋아서 일까. 정말 과학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일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모르는 걸까. 윤석열 정부는 국민 안전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렸고 어떤 수습을 하고 있는지 자기 객관화가 되어 있는가. 4-5년이 지나고 오염수가 한국 해양에 다다랐을 때, 삼중수소가 희석되지 않았다면 감히 그 책임은 누가 질 수 있는가. 우리 식탁은 누가 책임지는가.    오송 지하차도 참사 2023년 7월 15일 /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2023년 8월 14일 22년 서울 폭우 피해 이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때,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 2지하차도에서 폭우 침수로 14명이 사망했다. 당시, 김영환 충청북도지사는 현장에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발언했었다. 지자체장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관할 주체 문제를 거론하며 각 지역 침수 대응에 바빠 다른 관할 도로까지 챙길 수 없었다고 밝혔었다. 정부나 지자체는 22년도 폭우 피해를 경험했기에 23년도 여름 폭우는 대비했어야 했다. 그런데 또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터널에서 침수되어 사람이 죽었다는 건 태어나고 나서 처음 듣는 뉴스였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4대강 사업과 금강 범람을 폭우 피해와 연결 지으며 4대강 사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금강 유역의 세종보, 공주보, 영산강 유역의 죽산보 등 3개 보를 정부와 주민이 협의해 해체 시기를 결정했지만 참사 당시까지 4대강 보 가운데 해체된 곳은 한곳도 없었다. 사람이 죽었는데 국책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국민의 힘 국회의원의 발언이 적절한가. 대통령은 어땠나? 윤석열은 우크라이나 방문을 위해 폭우 피해 수습을 제쳐두고 귀국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한국 대통령이 당장 서울로 뛰어가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었다. 당시 폭우로 인해 경상북도 예천군의 실종자 수색을 나간 채일병이 사망했다. 조사를 위해 박정훈 수사단장은 해병대 1사단 임성근 사단장 등 8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가 있어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조사 결과 보고서를 국방부에 보고했다. 국방부장관 결재를 받고 경상북도 경찰청에 수사 결과를 이첩하려 했지만 국방부 법무관리실이 이첩 보류 지시를 내렸다. 이에 굴하지 않고 박 대령은 수사자료를 이첩했다.   이로 빌미로, 국방부 검찰단은 박정훈 대령을 집단 항명 수괴죄로 입건하고 해병대 수사단을 압수수색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이 격노했고, 사단장 처벌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국방부장관에게 지시해 이첩 보류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 당시 국방부장관인 이종섭은 주호주 대사로 파견 나갔지만 11일 만에 귀국했다. 채상병 사망 사건도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국가 재난에 대해 책임자들이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사과 2만원, 대파 875원 마지막으로 사과를 먹은 게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비싸기 때문이다. 최근 사과 가격은 허용 가능한 선을 넘었다. 3월 28일 목요일 집 근처 리플러스 마트에서 사과 5-6개가 2만 원에 판매 중이었다. 평범한 남성 주먹 크기 정도의 사과였다. 특대 사이즈도 아니었다. 다음날 다시 마트를 갔을 때도, 2만 원 사과는 단 한 포장도 팔리지 않았다. 진열 상태도 바뀌지 않았다. 다른 농산물도 가격 변동은 항상 있다. 하지만 사과 가격만 고점을 찍고 있는 건 이례적 현상이다. 가격이 계속 올랐다는 것이기 때문에 한 순간에 가격이 떨어지긴 쉽지 않아보인다.    얼마 전, 윤석열이 방문한 마트의 대파 한단 가격이 875원이었다.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말까지. 아주 화룡정점이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이수정 후보는 대파 한 단이 아니라 한 뿌리에 875원이라면서 오해였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지금 대파는 밈이 되어 윤석열 정부를 희화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대파 한단에 5-6개의 뿌리가 포장돼 팔린다. 한 뿌리에 875원이라도 대파 한단이면 4300~5200원 사이의 가격이 형성된다. 비싸다. 내가 자주 다니는 마트에서 대파 한 단이 가장 비쌀 땐 3000원 중후반으로 형성되었었다. 농림축산식품부 할인이 들어가면 1900원대. 앞선 가격보단 저렴하긴 하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돈을 풀어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형성된 가격이다. 가격이 상승한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데, 차선책으로 예산을 부어서 식품 가격을 잡겠다고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야 좋을 수 있겠지만. 좀 더 똑똑한 정부였다면, 그 돈을 쓰지 않고도 또는 덜 쓰고서 물가 안정이란 목표를 달성하지 않았을까.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무능하면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위에 나열된 내용은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이 당선되고부터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이다. 이 외에도 윤석열 정부의 수많은 실정이 있다. 정말로 셀 수 없을 정도다. 투표와 정치가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치명적이기도 하다. 정치가 나와는 상관없다는 말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정치가 절망적일수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를 모른다며 투표하지 않는 모습은 cool한 것이 아니다. 최선의 선택이 보이지 않는다면 무지와 무능의 결과를 가져올 것 같은 선택지라도 피해야 한다.   위에 나열된 일들 모두가 우리 일상에서 멀지 않은 일이다.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투표다. 일상의 스트레스는 정치로부터 온다. 그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기회가 찾아왔다. 22대 국회의원 사전투표는 4월 5일 금요일과 4월 6일 토요일이다. 본 투표는 4월 10일 수요일이다. 소중한 한 표를 올바르게 행사하는 기간이 되길 바란다. 강력히 부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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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민생토론회와 대파 한 단
총선을 약 일주일 앞둔 유권자로서 요즘 고민이 많다. 정정, 고민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참담한 심정이다. 역대급 고물가 시대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청년 유권자로서,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선거철 중 여러 측면에서 어지러움을 느끼는데, 그중 하나가 윤석열 대통령의 유해한 선거 유세 방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식에는 유례없는 독특함이 있다. 특유의 불통과 몰아붙임이 선거철 공세와 맞물려 그 정체성이 또 한 번 확인되고 있다.  그 대통령의 선거 유세 방식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지역 곳곳을 돌며 민생토론회를 총 스물네 차례 진행했다. 취임 극초기인 2022년 5월부터 11월까지 약 반년간 실시한 도어스태핑 이후 최다로 진행되는 연속적 언론 노출이다.  총선 시즌에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스물네 차례 진행하는 것이 상식적인가 하는 물음에 참고하고자 역대 대통령의 사례를 찾아봤다. 보도된 뉴스 기사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 중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각각 선거 두 달 전, 지방 방문 횟수는 각각 3회, 8회였다고 한다. (2024.03.07. 중앙일보.) 민생토론회 횟수가 잦다 보니 너무 많은 공약과 내용이 쏟아져서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방식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토론회의 의도와 내용이다. 우선 스물네 차례나 민생토론회를 진행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없이 명백한 선거 개입이다.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공직선거법 제85조 1항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서울 수도권뿐만 아니라  수원, 부산, 울산, 충남, 대구, 전남 등 전국 곳곳을 돌며 이른바 ‘지역 숙원사업’을 해결하겠노라 유세활동을 벌인 것이다. 애초에 이런 활동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제지해야 하는 일이었으나, 선관위는 직무 유기로 일관하고 있다. (2024.03.27. 참여연대 성명서) 선거법 위반이라는 형식적 문제와 더불어 그 내용과 방식도 심히 문제적이다. 4/2 뉴스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로 GTX 조속 개통 및 의료개혁 등 240개 과제를 도출했다고 한다.( 2024.04.02.뉴시스) 윤 대통령은 “빠르게 행동하고, 벽을 허물자”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특유의 몰아붙이기 방식이다.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한 내용에는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 그린벨트 해제,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대형마트 영업규제 개선, 늘봄학교 전국 초등학교 확대 등의 정책이 포함된다. 그린벨트를 해제에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완화, 거기에 신공항 신사업단지 건설계획을 얹는다. 각 영역의 환경단체, 시민사회단체에서 요구하는 ‘기후공약’과는 거리가 먼 행태다. 또한 국가장학금, 주거장학금, 연구생활장학금 등 각종 장학금 지원 정책을 실시하겠노라 이야기하지만,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한 언급은 없다.  민생에 대해 대파 한 단 만큼의 감각도 없는 권력 현실 가능성을 떠나서 윤 대통령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이번 총선이 윤석열 대통령 임기 2년 차에 맞이하는 총선이라는 점, 시민들의 현 정권에 대한  ‘무능’과 ‘후퇴’라는 평가가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위기감이 들고 정권 영향력에 대한 심각성을 느낀다 해도, 민생에 대한 상식적 감각이 있다면 이렇게까지 폭주하긴 어렵다. 즉,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무감각한 상태’에서 본인이 휘두를 수 있는 칼을 최선을 다해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대파 한 단에 875원인 상황을 보고 ‘합리적’이라고 하는 모습에서 민생 삶에 대한 무지를 확인할 수 있지 않는가.  윤 대통령의 선택적 추진력은 위협적이다. 대통령은 ‘민생’을 앞세워 폭주 중이고, 양당은 모두 이 사태를 막지 못하고 있다. 거대 야당은 22대 총선 이후에 현재 국면을 어떻게 바꿀지 시간을 앞서 이야기한다. 그러나 흘러가는 그 시간 동안 후퇴한 정책들과 피해 입은 민생은 어떻게 보상을 받을 수 있나.  무기력한 당신, 혼자가 아니다 이번 총선이 흔히 이야기하는 ‘정권 심판’이라면, 심판은 단연 유권자의 몫이다. 그러나 ‘심판’은 이후에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적 가정이라는 점에서 현 총선의 ‘정권심판론’은 적절하지 않다. 위성정당이 판을 치며 의원 비례성은 아작나고, 진보 가치와 소수자의 목소리가 국회의 문턱을 넘기는 요원해졌다. 지역구에 투표할 만한 후보가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이런 상황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세요’라는 메시지는 오류 같다. 그러나 받아들여야만 하는 오류다. 이번 총선에 좌절감과 무기력을 느낀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어렵지만 함께 흘러가는 시간을 받아들이고 이 순간을 역사의 한 점으로 만들자. 방법은 하나뿐이다. 할 수 있는 최선의 표를 던지자. 최선이라고 여길 수 있도록 성실하게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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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자활근로자의 노동은 노동이 아닌가요
자활근로자의 노동은 노동이 아닌가요 (2023-10-22) 이종천 | 자활노동자 삼색 볼펜심을 보디에 하나씩 꽂고 각각 스프링을 끼운 뒤 디바이더를 삽입해 볼펜심들을 나눈다. 그 뒤에 선축을 조립하고 마지막으로 볼펜을 쥐면 손에 닿는 라바라는 고무를 끼운다. 이렇게 볼펜 한자루가 조립된다. 필자 제공 오늘도 오전 9시에 출근해 작업 책상에 앉는다. 옆자리 동료와는 눈인사나 대화도 없이 바로 볼펜 조립을 시작한다. 내가 하는 일은 검정, 파랑, 빨강 볼펜심에 스프링을 끼우고 볼펜 본체에 끼워 넣어 조립한 뒤 제대로 조립이 되었는지 딸깍딸깍 작동해보고 바구니에 담는 일이다. 이렇게 온종일 작업해서 한 사람당 하루 볼펜 400~500개가량을 만든다. 단순 작업이라 일은 쉬워 보이지만, 일하는 환경까지 수월하지는 않다. 50분 작업에 10분 휴식 주기로 돌아가는 근무시간. 화장실도 가고, 담배도 한대 태우고, 작업시간 중이라 받지 못했던 전화 통화라도 할라치면 휴식시간 10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특히 10년 전 위암 수술을 받고, 올 초에는 대장, 소장 협착으로 절개 수술을 받았던 나는 물이나, 커피 같은 걸 조금만 잘못 마셔도 바로 설사를 하는데, 작업시간 50분을 참다가 휴식시간 10분 안에 해결하려면 여간 고통스럽지 않다. 그렇게 철저히 시간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휴식시간 10분에서 1분이라도 늦으면 ‘지시 불이행’이라며 징계를 받기 때문이다. 물론, 징계라고 해서 무슨 큰 제재를 가하는 건 아니지만, 감독관의 눈이 늘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광고 나는 2년차 자활노동자다. 정확한 사업 명칭은 ‘자활 근로 참여자’. 노동자(근로자)가 아니란 얘기다. 그러나 자활 근로 참여자도 엄연히 법정 근로시간인 하루 8시간 일한다. 그렇게 한달을 일하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120만원 남짓. 자활 근로 참여자는 노동자가 아닌 참여자이기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최저임금이나 4대 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 저소득 취약계층의 자활과 자립을 위해 마련된 자활센터 사업장은 만기 5년짜리 한시적 일자리다. 5년을 채우면, 더 일하고 싶어도 떠나야 한다. 5년간 일한 데 대한 퇴직금은 물론 없다. 퇴직이 아닌 참여 종료이기 때문에. 내 나이 60이다. 1989년부터 알루미늄 업계에서 30년간 일했다. 품질관리 기사로 시작해 관리팀장, 공장장을 거쳐 개인사업까지 그야말로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 그 결과 완성차 대기업에도 내가 생산한 제품을 여럿 납품했다. 그러나 내리막은 한순간이었다. 한번 삐끗한 사업은 다시 살아나지 못했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가진 것이라곤 몸뚱어리 하나 딱 남게 된 나는 닥치는 대로 일하기 시작했다. 한여름에 가로등 세우는 현장 일은 물론 아파트 경비, 지하주차장 관리원 등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고된 노동으로 건강이 나빠지며 그마저도 모두 그만두게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깨 골절 수술까지 받게 되면서 먹고살 길이 막막해졌다. 하지만 죽으란 법은 없는지 거주지 행정복지센터에 신청해 일정 정도 생활비를 지원받고 치료도 받을 수 있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다. 광고 광고 3개월이 지난 뒤 구청에서 연락이 왔다. 수급자 신분이 유지되려면 자활센터에서 근무해야 한다고. 나 또한 일하고 싶었기에 잘된 일이라고 여겼다. 나처럼 자립 의지는 있으나 여러 상황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노동자로서 일할 기회를 준다니 너무도 감사한 일이었다. 누구든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쓸모와 노동의 가치를 확인하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채울 기회라니, 그것을 또 공적으로 지원해주다니, 참으로 좋은 제도 아닌가. 그러나 한달, 두달 일을 해나갔지만 나는 자존감을 얻지 못했다. 자립과 자활을 돕기 위한 것이라던 나의 일이 정작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노동자로서 사회 구성원의 일원이 되고 싶어 참여한 자활사업이지만, 정작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또 한번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현실이 서럽다. 정부가 취약계층에 ‘희망’을 준다며 일자리 늘리기에 열을 올리면서 정작 보호받아야 할 이들의 권리는 왜 보호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다가오는 2026년이면 나도 참여 기간이 종료돼 더는 이곳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때까지 나는 이곳에서 노동 아닌 노동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과연 나는 이 사회의 일원인 노동자로서 내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고 있는지, 값싸게 빼앗기고 있는 것인지 헷갈려 하면서.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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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나는 네번의 전쟁을 겪은 27살 팔레스타인 난민입니다
나는 네번의 전쟁을 겪은 27살 팔레스타인 난민입니다 (2024-04-01) 살레 알란티시 | 팔레스타인 난민 지난 3월2일 협동조합 쩜오책방에서 열린 ‘파주 팔레스타인 평화’ 행사에 필자가 발표자로 참여해 가자지구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H6s김지하 제공 폭발의 굉음이 시작된 2008년 여름, 나는 영어시험을 치르려고 교실에 앉아 있었다. 학교의 온 사방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제야 이스라엘 점령군이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았다. 급히 집으로 돌아와 텔레비전을 틀었다. 사람이 죽어가고 건물이 파괴되는 충격적인 장면들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가자에서 내가 목격한 첫번째 전쟁이 시작됐다. 내 이름은 살레 알란티시, 1997년 가자시티에서 태어났다. 세상에 나온 첫날 이래 지금까지 난민으로 살고 있다. 1948년 야브나로부터 강제 이주한 내 부모님과 가족은 칸유니스, 마가지, 마지막으로 샤티까지 여러 난민 캠프를 전전해야 했다. 2022년 12월, 한국에 유학생으로 입국한 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한국 정부에 난민 지위를 신청한 상태다. 생계를 위해 중고차 매매업에 종사하며 팔레스타인의 인권 상황을 알리는 활동가로 살아간다. 광고 광고 이스라엘의 점령 아래 살아가는 가혹한 현실을 깨닫게 한 그날 이후, 가자에서 나고 자란 팔레스타인인으로 고통은 점점 커졌다. 지구의 어떤 곳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지옥과 같은 상황을 견디며 살아야 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75년이 넘도록 초법적인 살인과 자의적 체포와 구금에 시달려왔다. 내가 처음으로 폭격에 노출된 건 2001년, 네살 때였다.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 나는 시장에서 산 조그만 병아리의 집을 짓고 음식과 물을 주면서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즐거움에 들떠 있었다. 해 질 무렵, 폭격이 시작되고 집이 마구 흔들렸다. 어머니가 달려와 덜 위험한 아래층 할아버지 집으로 피하라고 했다.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고, 미처 데려오지 못한 병아리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첫번째 폭격의 기억은 불행히도 마지막이 아니었다. 광고 살아오며 네번의 전쟁(2008, 2012, 2014, 2021년)을 겪은 나는 현재 스물일곱살의 난민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지붕 없는 감옥’으로 불리는 가자에서 19년 동안 가혹한 봉쇄 속에서 살아왔다. 사람이 아니고 새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 적이 있는가? 한국에 오기 전에 내가 그랬다. 벽을 넘어, 어떤 곳이든 여행할 수 있는 자유로운 새와 달리, 나는 장벽과 가시철조망에 둘러싸인 새장에 갇혀 있었다. 가자를 벗어날 수 없는 나와 200만 주민들의 고통은 이스라엘 점령군이 이집트로 통하는 육로를 차단하고, 물건의 이동을 가로막으며, 유일한 공항을 파괴하고, 지상과 해상 봉쇄를 시작한 2006년 시작됐다. 가자지구는 기본적인 생필품마저 바닥난 거대한 감옥이 되었다. 16시간이 넘게 전기가 차단되어 봉쇄가 시작된 직후엔 완전한 암흑 속에서 지내야 했다. 작은 손전등에 의지하다 배터리가 다 되면 촛불을 켜기도 했지만 그 때문에 가자의 다른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자동차 배터리로 등을 밝히는 것을 생각해냈다. 부엌 가스가 바닥나 나무나 종이로 불을 지펴 요리했고, 유일한 이동 수단인 자동차의 연료가 없어 주민들은 요리용 오일을 이용했다. 담수화를 위한 연료 부족으로 물을 얻기도 쉽지 않았다. 이것이 가자에서 매일 겪어야 했던 일이고, 나는 그 세세한 장면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 나는 심각한 파괴와 참혹한 전쟁을 피해 안전하고 더 나은 삶을 찾으려 한국으로 왔다. 2022년 12월에 새로운 삶이 나를 맞이했다. 그리고 한국에 온 지 1년이 채 안 돼, 잔혹한 전쟁이 다시 가자에서 벌어졌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전쟁은 120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대부분 여성과 아이들인 3만명에 가까운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6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부상을 당했으며, 70%가 넘는 주택과 시설이 파괴되었다. 할아버지, 삼촌, 외숙모, 사촌 그리고 많은 내 친구들이 죽임을 당한 이후,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아버지 차에 떨어진 폭탄, 여동생 집을 파괴한 포탄에도 불구하고, 기적처럼 내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은 살아남았다. 전쟁은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수천명이 고향을 잃고 난민이 되어 극한의 추위에도 텐트에서 살고 있고, 먹을 것이 없어 나뭇잎과 동물 사료를 먹으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나의 민족이 겪는 고통이 끝나기를, 전쟁이 종식되기를, 내 나라가 해방되어 모두가 평화와 안전 속에 살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광고 번역 유유리 ‘한옥커즈’ 공동대표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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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나는 배달라이더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
나는 배달라이더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 (2022-07-06) 위대한 | 라이더유니온 조합원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배달의민족(배민)의 실거리요금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배민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에 대한 검증과 안전배달료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달을 시작하고 벌써 3년이 흘렀다. 27살에 시작해 지금은 계란 한판 나이다. 시작은 너무나 쉬웠다. 동네배달대행사에서 면허증 확인하고 보증금 10만원을 내고 리스 오토바이를 받아 일을 시작했다. 일을 시작할 때 보통 오토바이는 렌트와 리스 가운데 선택하는데, 하루 사용료가 더 저렴한데다 1년 계약기간을 채우면 내 오토바이로 가져올 수 있는 리스를 선택했다. 광고 그렇게 1년2개월을 배달대행사에서 일하다 팬데믹이 오면서, 배달의민족(배민)이나 쿠팡이츠 등에서 배달하는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가 되었다. 당시는 너도나도 일반배달대행에서 더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던 배민, 쿠팡으로 갈아타던 때였다. 배민과 쿠팡은 기사 모집을 위해 돈을 엄청나게 쏟아붓고 있었다. 여러곳이 아닌 한곳만 배송하는 단건배달이라는 것도 장점이었다. ‘생각대로’라는 일반배달대행업체에선 평균 3~6개를 모아 배달을 했는데 쿠팡이츠와 배민은 한번에 한건 배달이니 여유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착오였다. 시시각각 변하는 실시간 배달수수료와 피크시간의 높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선 정말 위험을 감수하고 달릴 수밖에 없었다. 납득이 안 되는 상황도 여럿 있었다. 라이더들은 최초 배달수수료 단가를 보고 콜을 수락하는데, 안내받은 수수료와 배달 완료 뒤 수수료가 달랐다. 고객센터에 항의하니 (서로 다른 액수가 나온) 스크린샷을 찍어 보여달라는데, 구글 정책상 앱 내 캡처가 안 돼 입증할 수가 없었다. 고객센터 상담사는 정해진 가이드로만 안내할 뿐, 결국 손해를 보고 말아야 했다. 광고 광고 개인이 아무리 불합리하다고 외치고 싸워봤자 씨알도 안 먹힐 거라는 생각에 2020년 12월께 라이더유니온이라는 배달노조를 찾아갔다. 이때부터 플랫폼 회사들이 혁신적이라고 말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에 대항하면서 내 인생 첫 노조활동이 시작됐다. 사실 말이 좋아 인공지능이고 알고리즘이지, 어차피 사람이 하던 일을 사람이 프로그래밍해 컴퓨터에 입력하는 것 아닌가 싶을 때가 많았다. 일하다 보면 ‘이게 과연 인공지능이 계산해낸 최적의 일감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치동에 있는데 잠실 롯데타워 또는 잠실새내까지 가서 픽업해서 다시 대치동 아파트로 배달하라는 콜을 받은 적이 있다. 4㎞ 이상 이동해 음식물을 픽업한 뒤 다시 4㎞ 이상 되돌아와 배달하란 것인데, 저녁시간에 편도 15~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왕복 운행하라니 이게 말이 되나? 보통 콜은 내가 있는 지역 근방에서 픽업해 근방으로 배달하는 것들인데, 인공지능은 되레 이렇게 꽤 먼 거리를 오가도록 지시를 내린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인공지능 배차 방식을 지금도 하루에 몇번씩 받곤 한다. 광고 인공지능은 그냥 플랫폼 회사의 좋은 방패막이이자 우산 아닐까? 우리가 이런 문제를 제기해도 플랫폼 회사는 인공지능 뒤에 숨기 바쁘다.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는데 오히려 인공지능을 내세우며 더 갑질을 한다. 영화에서나 그려지는 인공지능에 의해 지배되는 시대를 사는 것 아닌가 느낄 때도 잦다. ‘생각대로’나 ‘바로고’ ‘부릉’ 같은 일반배달대행업체 라이더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일반 직장인처럼 출퇴근 시간을 정해 놓고 일한다. 근로기준법상 이렇게 일하면 근로자로 봐야지만, 라이더들은 아직도 프리랜서, 개인사업자일 뿐이다. 이런 문제들이 산적한데 관계 부처와 정치권 움직임은 거북이보다 느리다. 두곳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라이더의 경우 한 사업장에서 월 소득 115만원 이상을 벌거나 93시간 이상을 일해야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전속성 기준 폐지에도 2년이 걸렸고, 이 과정에서 정말 많은 투쟁을 해야 했다. 선진국들은 다르다고 한다. 스페인만 보더라도 배달라이더를 근로자로 인정하고 알고리즘을 공개하도록 한 ‘라이더법’이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배달라이더는 플랫폼 노동자의 문제점을 몸으로 받아내는 직업군이다. 사회적으로 이슈화가 되면서 많은 점이 개선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자기가 일을 하는 수수료 결정권도 없을뿐더러 평점제도에 묶여 결국엔 회사가 원하는 대로 일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하지만, 우리는 플랫폼 노동자이자 개인사업자고 프리랜서일 뿐이다.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도로 위에 있을 것이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계단을 오르고 내려가며, 여러분들이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남아 있지 않을까 한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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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재단-조선일보 노동시장 이중구조 공동기획, 한석호 소명서
전태일재단-조선일보 노동시장 이중구조 공동기획, 한석호 소명서 - 2024년 3월 26일, 전태일재단 전 사무총장 한석호   소명에 들어가며   3월5일 조선일보 창간 104주년 특집호 1면 탑 “12 대 88, 쪼개진 노동시장을 바꿔야 한다”부터 3월22일 “‘나눔과 상생’ 전태일 정신… 이제 사회와 기업이 응답해야 할 차례”까지 10회차 특집은 전태일재단 이름을 앞에 걸고 진행한 기획입니다. 사안 성격상, 공동기획에 앞서 재단 안팎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고 이사회에서 승인하는 절차가 필요했습니다. 전태일재단 이사회는 과정과 절차의 책임을 물어 한석호 사무총장 사퇴 권고를 의결했습니다. 수용했습니다.   마무리와 짐 정리로 출근하는 길, 해방촌 위 남산자락 개나리가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눈을 찬찬히 돌렸습니다. 산수유도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다시 눈을 돌렸습니다. 뽀리뱅이, 지칭개, 원추리, 망초 등 내 친구들이 곧 꽃 피울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 했습니다. 무릎 구부리고 봤습니다. 누구도 잘 보려 하지 않고 짓밟히기만 하는 보도블록 틈새의 개미자리가 슬피 울고 있었습니다. 나의 영원한 친구들, 고마워. 일 다 정리하고 힘내서 너희와 어깨동무하러 곧 산으로 들로 찾아갈게, 인사하며 환하게 미소 지었습니다.   사회적 파장과 충격을 예상했습니다. 보수와 진보, 노와 사를 북극과 적도의 환경과 거리만큼 가른 대한민국입니다. 편부터 따지고, 한 몸통의 다른 쪽 날개를 청산 대상으로 삼는 진영논리의 나라입니다. 관중까지 검투사에 이입되어 상대진영을 죽이려 덤비는 살벌한 검투장정치의 대한민국입니다. 지지 후보가 다르다는 이유로 아빠가 아들을 때리고 형제자매가 의절한 뒤 SNS에 자랑하기도 하는 삭막한 진영의 나라입니다. 그 험악한 풍토에서 대표적 진보단체 전태일재단과 대표적 보수매체 조선일보의 공동기획은 상상 이상의 파장과 충격을 불렀습니다. 조선일보와의 공동기획에 응한 이유를 소명하겠습니다.   1. 전태일을 국민의 바다에서 맘껏 헤엄치게 해야 한다는 마음, 간절했습니다 아동노동의 시절, 장시간노동에 배곯는 열서너 살 여공들에게 버스비 30원을 털어 풀빵을 사주고 평화시장에서 쌍문동 판잣집까지 13키로를 허청허청 걷고 뛰다 야간통금에 걸려 파출소에서 쪼그려 잔 따스한 청년 전태일, 실 먼지 풀풀 날리는 공장에서 폐병에 걸려 피 토하는 미싱사를 돕다 근로기준법에 눈뜬 각성한 청년노동자 전태일,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의 시다·미싱사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려 동료 재단사를 모아 바보회·삼동회를 만들고 진정서 써서 노동청에 청원하고 설문지 돌려 기자에게 배포하고 대자보를 붙이며 집회를 개최한 불굴의 전태일, 150년 전 뉴래너크공장의 실험으로 사회적경제의 아버지가 된 로버트 오언처럼 노동의 처우를 개선하려 노·사가 상생하며 시장에서 제품으로 인정받고 세금도 제대로 납부하는 모범업체 태일피복을 구상한 뒤 창업자금을 마련코자 눈 한쪽을 팔려던 창의적·헌신적 기획자 전태일, 무고한 생명체들이 시들고 있는 이때에 한 방울의 이슬이 되기 위하여 발버둥 치오니 긍휼과 자비를 베풀어주시옵소서 기도한 독실한 기독교인 전태일,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의 노동자를 우선 생각한 아름다운 전태일의 진면목, 낮은 곳에 임한 전태일의 사랑과 나눔과 연대와 실천의 정신이 국민의 바다로 두루두루 퍼져 나가는 희망의 꿈을 꾸었습니다.   다들 말합니다. 전태일을 노조만의 전태일로 가져가면 안 된다, 전태일을 진영에 가둬도 안 된다. 그 말 듣고 그렇게 하려고 하면 화들짝 놀랍니다. 누구하고는 안 된다, 어떤 매체하고는 안 된다, 어떤 정부하고는 안 된다, 진영의 그물망 안에 머물라 합니다. 추상적 사고는 진영 너머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 현실은 진영을 벗어나지 말라 만류합니다. 전태일로 국한된 현상이 아닙니다. 같은 정책도 이 정부면 찬성 저 정부면 반대하는 현상, 같은 대안도 기업의 제안이냐 노조의 제안이냐에 따라 찬성과 반대를 뒤집는 현상, 같은 논조 기사도 이 매체면 용인 저 매체면 비난하는 현상, 대한민국을 옥죄는 극단의 진영논리가 만든 현상입니다. 그물망이 빽빽하고 억세져 가기만 하는 진영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전태일과 전태일정신도 진영 그물망을 넘나들 수 없었습니다.   전쟁 폐허에서 국내총생산 세계 10위대 3만불 시대를 일궈낸 나라, 세계 청년이 선망하는 나라, 앞으로 계속 도약해야 할 대한민국은 진보와 중도와 보수가 함께 만들었고 노와 사와 각계각층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보수 국민, 중도 국민, 진보 국민, 함께 만들었고 또 함께 만들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새는 좌·우·꼬리 날개에 균형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국가와 국민인 몸통은 훨훨 비상할 수 없습니다. 시름시름 앓다가 죽습니다.   전태일과 전태일정신이 대한민국 구석구석 살아 숨 쉬게 하고 싶은 마음 간절했습니다. 노조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진영의 그물망으로도 불가능합니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의 논리와 토론하고 설득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전태일과 진영 너머 국민이 손잡게 하고 싶었습니다. 진영 너머 국민이 전태일을 받아들이게 하고 싶었습니다. 꼭, 꼭 그렇게 만들어, 위로만 향하는 대한민국의 시각점을 아래로 향하게 해서 나눔과 연대의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게 하고 싶었습니다. 진보·중도·보수 가릴 것 없이 전태일과 어울려서 함께 만들어가는 대한민국 재설계 기획을 간절하게 꿈꾸고 있었습니다. 공동기획에 응한 이유입니다.   2.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더 방치하면 나라가 절단 난다는 마음, 절박했습니다 3만불의 나라입니다. 하나의 계급이라는 노동이 8만불, 9만불, 10만불, 11만불로도 부족하다면서 계속 오르려고만 하는 상위 노동과 2만불, 3만불에 머물면서 허덕이는 하위 노동으로 분단됐습니다. 상층 노동과 하층 노동의 격차가 5배에서 6배까지 벌어졌습니다. 노동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재벌의 일상과 달리, 노동의 일상은 상층과 하층이 서로 매일 바라보며 비교합니다. 그 상황에서 30여년에 걸쳐 누적되며 고착된 노동의 분단은 임금 격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상층 노동과 하층 노동의 얼굴과 피부색, 음식과 의복과 차량 종류까지 갈라놓았습니다. 육아, 교육, 결혼, 출산, 휴식, 여행, 건강, 노후까지 일생의 모든 삶을 갈라놓았습니다. 하층 노동이 상층 노동과의 격차를 매일 느끼며 평생 안고 갑니다. 재벌과의 격차 때문이 아니라, 일상의 삶 속에서 목격하고 비교되는 노동의 격차 때문에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자존심 상해합니다. 사태가 그렇게 심각한데 문제 해결의 주체인 노·사·정은 저마다 상대방 탓만 하면서 먼 산 불구경입니다. 평등주의가 태생 철학인 진보도 소홀합니다. 온정주의가 태생 철학인 보수도 소홀합니다.   10년 전부터였습니다. 노동의 분단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노조 바깥의 더 어려운 노동과 손잡는 사회연대전략을 노동운동 전면에 띄웠습니다. 대한민국 소득 기준, 상층에 진입한 조합원이 기금을 조성해 노조 바깥의 하위 노동을 지원하자 주장했습니다. 하위 임금은 두텁게 올리고 상위 임금은 얇게 올리는 하후상박 임금연대를 주장했습니다. 당시 노동운동 주류는 기업만 양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10만불 상위 노동은 2만불 하위 노동에 양보하면 안 된다 했습니다. 재벌 일가의 주식과 배당금을 포함해, 잘 나가는 아이돌·연예인·체육인 등이 밀집한 최상위1%의 소득을 0으로 만드는 양보를 해도 노동의 격차를 줄일 수 없는데, 다음상위9%의 주축인 상층 노동은 양보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 상태에서 사회연대전략은 노동운동의 역린을 건드린 이단이었습니다. 숱한 비난과 욕설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사회연대기금을 주장한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에서 징계성 공개사과까지 했습니다.   무릎 꺾지 않았습니다. 성과가 나왔습니다. 징계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노총 공공부문 5개 산별 노사의 공공상생연대기금, 금융 노사의 금융산업공익재단, 사무금융 노사의 우분투재단이 잇달아 출범했습니다. 금속노조·보건의료노조·화섬식품노조 등은 사회연대기금을 적립해 노조 바깥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청년 고용을 늘리려고 조합원 1인당 1천만원 양보라는 파격의 고용연대를 실행했습니다. 현대차 노사는 하청 기본급을 원청보다 더 인상하는 하후상박 임금연대를 실험했습니다.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의회, 제화산업 노사 상생협의회가 출범했습니다. 따스하고 시원한 사회연대의 바람이 노·사 현장에 확산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정부 상생임금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은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사회적 파장이 있었습니다. 노조 바깥 노동의 처우 개선이라는 일념으로 돌멩이 맞았습니다. 논쟁 없던 상생임금위원회는 호봉·직무급 임금체계는 이중화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점, 노사정 각각 부분적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이중구조 문제의 종합적 분석과 종합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 그러면서 순서대로 하나하나 풀어가야 한다는 점을 합의하고, 마쳤습니다.   사회가 감당할 만큼의 적절한 경쟁은 대한민국의 활력입니다. 경쟁의 한계치를 넘으면 경쟁 도피 현상이 벌어집니다. 1차와 2차 노동시장 격차가 미국보다 더 심각한 대한민국 이중화는 한계치를 훌쩍 넘었습니다. 청년이 경쟁에서 도피합니다. 충격적 저출산의 핵심 원인입니다. 아이와 부모를 피폐하게 만들면서 한계치를 넘은 교육경쟁의 근저에도 노동시장 이중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이중화는 유럽처럼 1차 노동시장 괜찮은 일자리와 2차 노동시장 기초일자리 간 격차를 개선해야 하는 난제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이중화는 유럽과 달리 2차 노동시장 일자리를 나쁜 노동으로 인식하며 기피하는 현상도 풀어야 하는 난제입니다. 모두가 머리 맞대고 사회적 대타협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20년에서 30년 걸리는 난제입니다. 그래도 꼭 해야 합니다. 미래세대가 더 크게 고통당하는 문제입니다.   대한민국 현재가 있기까지, 노사정과 사회 구성원 각각 공7 과3의 역할을 했습니다. 이중화는 정치의 산업전략, 기업의 경영전략, 노조의 임금전략 등에서 각각의 과3이 뒤엉켜 만든 합작품입니다. 보수·중도·진보 정치도 더 책임지고, 기업도 노조도 사회적 책임을 더 나누어야 풀 수 있습니다. 이중화는 노·사 측면만으로는 풀 수 없습니다. 노·노와 사·사, 노·상, 세대, 남녀, 생산자와 소비자 갈등까지 얽힌 난제입니다. 울타리 외부와의 갈등이 필수적 요소인 단결만으로도 풀 수 없습니다. 울타리 너머와의 협력을 무한대로 넓힐 수 있는 연대의 가치도 필요합니다. 시각점을 위가 아닌 아래에 둔 전태일정신이 절실합니다.   청춘 다 바친 민주노총에서 사회연대기금 주장을 이유로 징계당할 때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소득을 재벌과 아이돌과 스포츠인 등 최상위1%가 14.7퍼센트(14.7배) 점유하고, 상층 노동이 주 구성원인 다음상위9%가 31.8퍼센트(3.53배) 점유하고, 중위40%는 37,5퍼센트(0.93), 하위50%는 16퍼센트(0.32) 점유하는 황당한 불평등의 나라입니다. 그러한 사태를 20~30년에 걸쳐 최상위1%는 10퍼센트로, 다음상위9%는 20퍼센트로 낮춰, 아래 국민 90%의 점유율을 높이자는 주장에 대해, 공산당 위세가 서슬 퍼런 중국조차 임금은 정부가 강제로 삭감할 수 없는 것인데, 소득 점유율 낮추자는 주장을 임금 삭감이라 왜곡하면서 노동 분단 문제를 회피하는 민주노총이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최저임금위의 올해 최저임금 논의에서 공익위원의 9920원 제안이 1만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9860원을 결정하게 만든 민주노총의 몽니를 지켜보며 무척 슬펐습니다. 회계 공시를 거부할 경우 조합원에게 미칠 불이익 연간 3~5만원 세액공제는 아까워 공시를 수용한 민주노총이 매몰차게 걷어찬 그 시급 60원은 연간으로 계산하면 150,480원입니다. 최저임금 노동자에게 그 금액은 상층 노동과 비교하면 50만원 60만원 가치가 있는 소중한 피땀입니다. 민주노총에 절망했습니다. 그만 멈추고 싶었습니다.   멈출 수 없었습니다. 낮은 곳의 노동을 품고 실천하고 나누고 구상하다 온몸 던져 산화한 전태일의 불에 타 절규하는 아픈 손을 차마 놓을 수 없었습니다. 사회연대전략을 민주노총이 거부해도 민주노총 산하의 금속노조 지부, 보건의료노조, 부산교통공사노조 등으로 확산하고 있었습니다. 한국노총은 임금인상분 중 1.5%를 사회연대기금으로 조성하자고 했습니다. 사회연대는 제3노조로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기업도 사회연대 대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노사에 희망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노동의 상하 분단과 격차는 노동 당사자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노동 가족의 삶의 모습도 서로 다른 격차로 쪼갰습니다. 천진한 아이의 이유식과 밥과 간식, 옷과 신발, 학용품과 장난감, 놀이터와 여행경험까지 쪼개 버렸습니다. 그 가족의 가슴앓이와 한탄을 켜켜이 쌓고 있는 대한민국입니다. 비애감에 젖어 들게 하는 노동시장 이중화 문제를 대한민국 전면에 띄우고 싶었습니다. 관련 당사자가 모두 머리 맞대고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한국판 베버리지보고서를 만들어 사회적 대타협을 하는 대한민국 노·사·정과 대한민국 보수·중도·진보를 간절하게 희망했습니다. 조선일보와의 공동기획에 응한 이유입니다.   3. 기초노동의 애환, 그리고 전태일과 이소선의 삶을 떠올렸습니다 따듯한 찬성과 응원이 답지했고, 성마른 비판과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글에 못 담을 욕설도 묵묵히 감수하겠습니다.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향해 던지는 돌팔매입니다. 과거 한때, 조중동 폐간의 언소주 회원으로 조선일보 폐간 피켓도 들어 봤기에, 어떤 심정이고 어떤 생각일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전태일은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오로지 어린 여공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일념만으로 물불 가리지 않다 산화한 전태일입니다. 공동기획에 응했을 것입니다. 진영과 매체를 가리지 않았던 전태일입니다. 독재자 박정희 대통령에게 존경 표현을 사용하며 편지를 썼습니다. 당시에는 박정희 정부 관제언론이던 경향신문 기자에 매달려 “골방에서 하루 16시간 노동” 기사를 싣도록 했고 평화시장의 열악한 노동 문제를 사회화했습니다. 재단사 친구 최종인은 손목시계를 전당포에 맡기고 그 기사가 나온 관제신문을 대량으로 사서 평화시장 곳곳에 뿌렸습니다.   아들 대신 41년간 낮은 곳에 임하다 아들 곁으로 떠난 이소선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는 전태일기념사업회 안팎의 성마른 비난을 무릅쓰고 전태일기념사업회에서 민주노총 그물망을 걷어내고 한국노총을 품었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껏 전태일재단과의 연대를 거부하는 일부 흐름이 민주노총 안팎에 있습니다. 어머니는 강퍅한 진영논리에 강한 심적 압박을 받고 숙고하기는 했겠지만, 아들처럼 제안을 받았을 것입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조선일보와의 공동기획 제안에 응했냐, 물어 왔습니다. 조선일보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전태일재단에 공동기획을 제안한 것 같냐, 물어 오기도 했습니다. 보수로 전향했다는 비난도 받았습니다.   숱하게 천명했듯, 안정적 임금인상도, 고용안정도, 기업복지도, 노조 보호도 없는 2차 노동시장의 기초노동과 어울리며 기획하고 조직하고 지원하고 개선하는 일에 매진할 것입니다. 41년 전 어느 한밤, 건설노동자 아버지의 뜻을 따르려 고위 공무원을 꿈꾸던 대학생의 눈물을 쏟아내게 해서 운동의 삶으로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게 만든 전태일의 절반이라도 채우다 죽는 것이 목표입니다. 노동시장 이중화와 기초노동의 처우를 개선할 수만 있다면, 진영과 노사의 그물망에 개의치 않겠다는 결심입니다. 진보 외투를 벗은 이유입니다. 조선일보에서 “변화를 만드는 것은 강력한 투쟁도, 시장 논리도, 자본가나 정부만의 몫도 아니다” 했습니다. 강력한 투쟁과 시장 논리를 같은 반열로 엮어 놓았습니다. 노조 투쟁에 우호적이지 않았던 조선일보가 말입니다. “‘나눔과 상생’ 전태일 정신… 이제 사회와 기업이 응답해야 할 차례”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노조로 한정하지 않은 채, 전태일 정신을 사회와 기업이 응답해야 한다, 했습니다. 조선일보에서 말입니다. 가슴이 벅찼습니다. 전태일과 함께 평화시장 어린 여공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감옥에도 갔고 아내와 자식을 먹여 살리려고 봉제업에 복귀해 큰돈을 벌다가 어느 날 불현듯 이렇게 계속 돈 벌면 전태일 친구로서 전태일 이름에 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사업을 접은 전태일 친구 최종인은 살아생전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가 나올 줄 상상도 못 했다며 기뻐했습니다.   전태일재단도 조선일보도 노조도 기업도 정당도 손가락입니다. 전태일과 이소선도 손가락입니다. 달은 노동과 국민의 삶이고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입니다. 누구도 전태일의 열 손가락 가운데 한 손가락만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전태일재단은 종합적으로, 민주노총·한국노총·제3노조는 각자 방식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종교는 종교대로, 보수·중도·진보도 제 방식대로, 각계각층은 저마다의 방식대로, 단 분신은 빼고, 실천과 나눔과 상생 등등 전태일의 열 손가락 가운데 마음에 드는 손가락을 알아서 선택하면 되는 것입니다.   과거의 나에게 무릎 굽히지 않겠습니다. 기초노동의 눈물을 닦을 수만 있다면, 무릎 꿇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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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나의 퇴직공제금은 누가 가로채 갔나?
 나의 퇴직공제금은 누가 가로채 갔나? (2023-10-29) 최우영 | 권리찾기유니온 마루지부장 ‘전국 아파트 마루시공 불법하도급 명단발표 및 폐지투쟁 돌입 기자회견’이 지난 4월11일 오후 정의당과 권리찾기유니온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나는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실내에 마룻바닥을 시공하는 노동자다. 7년 전 일을 시작할 때는 열심히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기에 죽어라 일만 했다. 하루 평균 14시간 마루를 시공하느라 온몸 관절이 골병들어 신음하는데, 받는 돈은 일하는 시간으로 환산하니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일당이 아닌 시공하는 만큼 돈을 받는 평단가 구조에서 전국 각지를 돌며 일하느라 식비, 숙박비까지 부담해야 하니 주 80시간, 90시간 노동할 수밖에 없다. 주 52시간을 지키면 최저임금도 안 되기에 장시간 일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시공 전 바닥 기초작업, 청소, 짐 치우기 등 무보수 노동시간도 많았다. 왜 이 일을 시작했나, 자괴감 속에 하루하루 버티던 중 일본에서 일했던 작업자를 만났다. 일본은 하루 일당 30만원에, 노동자를 보호하고자 하루 시공 평수를 8평으로 제한한다고 했다. 미국, 유럽에서도 마루 시공자가 전문기술자로 존중받는다는 말도 들었다. 나는 왜 존중받지 못할까. 마루 현장의 실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2021년 10월부터 부산에서 파주까지 5개월 동안 현장을 돌며 많은 시공자와 대화하며 하나씩 문제를 알게 됐다. 광고 건설 현장에서 마루 회사는 실내건축 면허가 없는 불법 하도급업체 ‘오야지’로 불리는 중간관리자에게 노무관리를 맡기고, 오야지는 노동자를 고용해서 마루를 시공한다. 임금 지급은 세가지 방식이 있다. 먼저, 마루 회사에서 4대 보험을 공제하고 마루 노동자에게 임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는 경우다. 두번째는 마루 회사와 불법 하도급업체가 6 대 4 비율로 임금을 나누어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때 마루 회사 지급분은 정상적인 근로소득으로 신고하지만, 나머지는 3.3% 세율이 적용되는 사업소득으로 신고한다. 세번째는 불법 하도급업체가 전액 지급하는 방식인데, 이때 임금 전부를 사업소득으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마루 회사가 직접 고용할 때 지켜야 하는 근로기준법, 4대 보험 가입 등을 피하기 위한 꼼수였다. 광고 광고 임금은 20년째 ‘1평 시공 1만원’이다. 건설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주기 위한 퇴직공제금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건설사나 마루 회사는 공사를 시작하면 퇴직공제금으로 노동자 1인당 하루 3000~6500원을 건설공제회에 적립해야 하는데, 한달을 일했는데 한두주만 적립해주거나 아예 하루도 적립해주지 않는 현장도 있었다. 공사비에 포함된 나의 퇴직공제금은 누가 가로챈 것일까? 부당한 마루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 2022년 6월 대구에서 뜻 맞는 동료들과 만나 회의하고 규약을 만들어 한국마루노동조합 설립 신고필증까지 받았다. 기자회견, 간담회, 국회 방문, 노동청 고발, 국토교통부 고발 등 정신없이 달렸다. 일과 노동운동을 병행하니 가정생활은 엉망이 되었고 생계 때문에 떠나는 동료들이 생겨 2명만 남았다. 광고 그러던 중 올해 3월 같은 현장에서 일하던 동료가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금요일에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먼저 숙소로 들어간 뒤 다시는 볼 수 없었다. 뉴스로만 보던 과로사가 내 옆에서 일어나다니. 결혼도 안 하고 부산에 노부모를 모시고 일만 하던 49살 동료는 산재 인정도, 어떤 사과도 못 받고 떠나갔다. 알려지지 않은 동료들의 죽음이 소문처럼 들려왔다. 나는 일자리를 잃었다. 나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지난 9월 체불 임금 사건 조사 때 마루 회사 대표는 노동청 근로감독관 앞에서 대놓고 노조원을 고용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조합원들에게 백지 근로계약서를 사진 찍게 하고 일한 일수를 기록하게 한다. 그리고 퇴직금이 적립되고 있는지 건설공제회에 확인하고 만약 누락돼 있으면 전국 노동청에 진정을 넣는다. 하지만 건설공제회는 강제수사권이 없다며 공제금 적립 감시에 손을 놓고 있고, 불법 하도급을 없애겠다던 국토교통부는 검찰에 가보라고 한다. 그 결과 지금도 마루 공사 현장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임금 체불이 여전하고, 불법 하도급과 백지 근로계약서 관행 등도 마찬가지다. 우리 투쟁을 보면서 같은 처지의 타일 노동자들도 노조를 만들겠다고 한다. 우린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기도한다. 다시 현장에서 마루를 시공할 그날이 오기를.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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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인디음악인들은 버리고 가는 대상인가
인디음악인들은 버리고 가는 대상인가 (2022-06-29) 안악희 | 뮤지션유니온 조합원·인디밴드 ‘리셋터즈’ 베이시스트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소규모 인원만 입장시키던 지난해 4월 서울 마포구 ‘생기스튜디오’ 공연장이 텅 비어 있다. 사진 안악희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의 일터가 폐쇄된다면 어떨까? 한참 영상편집 작업 중인데 누군가 들이닥쳐 컴퓨터 전원을 내린다면? 공장에서 일하는 도중 누군가 컨베이어를 멈추며 나가라고 한다면? 바로 이런 일이 팬데믹 기간 공연음악(라이브음악) 업계에서 벌어졌다. 지난 2년간 인디 공연은 방역수칙 변동에 따라 전면적 금지와 절반의 허용 사이를 오갔다. 음악인들은 방역수칙에 따라 환호성도 못 지르는 관객들 앞에서 간헐적으로 공연을 이어왔다. 대체로 6개월 단위로 공연을 기획하고 계획을 짜던 음악인들은 순식간에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세월을 보내야 했다. 광고 그러던 중 지난해 2월 말, 서울 마포구청 직원들이 라이브음악 클럽에 들이닥쳐 진행 중이던 공연을 중단시켰다.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된 곳이었고, 구청 담당자들은 공연장으로 분류된 곳이 아니면 공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항의하자 “세종문화회관 같은 곳이 공연장이고, 일반음식점에서 칠순잔치 정도는 그냥 넘어갔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이것도 안 된다”는 반박이 돌아왔다. 인디음악가들의 ‘일’인 공연이 부정당하는 순간이었다. 1990년대까지 식품위생법 시행령 7, 8조에 의해 음악인들은 ‘유흥접객원’으로 분류됐고, 일반음식점에는 2인 이상 유흥종사자를 둘 수 없었다. 그러나 1999년 ‘라이브클럽 합법화 운동’으로 규제가 폐지됐다. 당시에는 이것도 큰 성과였으나, 불완전한 승리였다. 일반음식점에서 공연을 하면 ‘안 된다’는 규제를 삭제했을 뿐, 소규모 클럽의 법적인 권리를 명확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에서 공연을 위한 ‘정식’ 공간은 공연장과 나이트클럽이 전부다. 하지만 라이브클럽은 나이트클럽과 성격이 다르고, 영세한 소규모 라이브클럽이 법적 지위를 얻자고 유흥업소로 등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나이트클럽에서 인디음악을 올리는 일 또한 없다. 시대는 변했는데, 법은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다. 광고 광고 한국은 유독 음악공연에 엄격하다. 카페에서 미술 전시는 괜찮고, 심지어 식당에서 연극공연도 가능하지만, 이런 장소들에서 음악공연을 하면 따져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다른 장르들은 ‘예술’이지만 음악공연은 ‘유흥’ 내지는 ‘행사’다. 방역규제가 강화되면서 음악공연이 금지된 이유다. 거리두기 업종 분류표에도 ‘공연장’과 ‘일반음식점’만 존재할 뿐 ‘공연을 하는 일반음식점’은 고려 대상에서 배제됐다. 결국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기에 관료들은 이들의 외침에 대답할 의무도 없었다. 군대에서는 전쟁 중 후퇴하게 될 때 싣고 갈 물건과 방치할 물건을 분류해두라고 가르친다. 팬데믹 상황을 이에 비유한다면, 공연음악인들은 버려두고 가는 대상인 셈이다. 광고 공연음악은 대중음악의 풀뿌리다. 많은 음악인은 작은 베뉴(공연을 볼 수 있는 카페나 클럽)에서 활동을 시작한다. 베뉴는 새 음악인들이 수급되는 장이기도 하다. 여러 베뉴를 오가며 서로 교류하고 새로운 사조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체계를 전문용어로 신(scene)이라고 한다. 지난 2년 정부는 비대면 공연 육성에만 집중했고 이미 존재하는 소규모 라이브클럽에는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결국 음악인들 사이 소통은 끊어졌고 신은 무너졌다. 이 와중에 치러진 선거 유세에 수백, 수천명이 운집했을 때 ‘이게 다 뭔가’라고 생각한 이는 필자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온라인이 아무리 발달해도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는 없다. 음악인들은 관객의 반응을 통해 자신과 곡에 대한 평가를 가늠할 수 있고, 관객들은 신곡의 ‘베타테스터’(시험 사용자)가 된다. 그리고 양질의 온라인 공연을 위해서는 오프라인에 필요하지 않던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많은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팬데믹이 시작됐을 때, 음악인들과 스태프들은 “당분간 공연은 없겠구나”라고 직감했다. 대중에게 잘 드러나지 않지만 공연음악은 창조적인 한편 상당히 노동집약적인 분야다. 공연과 창작을 위해 적지 않은 숙련 기간과 오랜 학습이 병행돼야 하는데, 팬데믹은 이들의 일을 빼앗아갔다. 학교, 도서관, 카페, 박물관도 문을 닫아야 했다. 심지어 공원의 벤치에도 접근금지 표시가 붙었다. 그러나 소위 ‘핵심 생산부문’이나 큰 기업들은 팬데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던 일을 지속했다. 모두가 강제당한 것이라 생각했던 거리두기에서 누군가는 ‘예외’였다. 이름난 대기업 중 팬데믹으로 도산에 가까운 위기를 맞이한 곳이 있다는 뉴스를 들어본 적 있는가? 음악인들도 팬데믹을 함께 이겨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공연장과 음악인들은 사실상 2년간 셧다운 상태였다. 우리의 존재와 활동은 ‘삭제’됐다. 누구를 버리고 가자고 정한 이는 누구일까? 모두가 함께 견딜 줄 알았는데 버려진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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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계약기간은 절대 12개월을 넘지 않아요
계약기간은 절대 12개월을 넘지 않아요 (2023-11-06) 문세경 | 사회복지사·‘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 에너지 서울 동행단’ 사업에 참여한 문세경씨가 취약계층 집을 방문해 현관문에 방풍재를 붙이는 창호 시공을 하고 있다. 필자 제공 “이 일이 연장되면 또 하실 생각 있으세요?” 함께 일하는 동료가 내게 물었다. 지금 하는 일은 서울시 공공일자리인 ‘에너지 서울 동행단’ 사업이다. 여름철에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홍보와 캠페인을 하고 가을과 겨울철에는 취약계층의 노후 주택에 창호 시공을 해주는 일로, 6월1일 시작해 12월20일 끝난다. 내년에도 이어서 할 모양이다. 전문 기술이 필요한 시공 일이라 힘들다. 계속할지는 생각해 봐야겠다. 광고 연말이 다가오면 우울하다. 내년에도 일할 수 있을까? 한다면 무슨 일을 하게 될까? 나는 사회복지를 전공했지만, 경증의 청각장애가 있어서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다. 초등학교 5년 때 갑자기 청력이 나빠졌다. 보청기를 끼려 해도 나의 청력에 맞는 보청기를 찾지 못해 안 하고 있다. 학부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보니 차별받는 장애인이 너무 많았다. 차별은 구조적이고, 삶을 지속하기 어렵게 한다.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법을 만들고, 건물 구조를 바꾸고, 장애인을 가두는 시설을 없애야 했다. 장애인운동판에 뛰어들었다. 활동가로 살다가 장애인 문제를 더 공부하고 싶어 석사과정을 밟았다. 공부 마치고 결혼하고 아이 키우느라 활동을 지속하지 못했다. 광고 광고 생계를 위해 사회복지 쪽 직업을 찾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잘 듣지 못하는 나를 써주는 곳은 ‘장애인 우대’라는 조건을 단 곳이다. 주로 공공기관에서 이런 단서를 단다. 공공기관은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켜야 하니까. 서울시 일자리 포털에서 채용공고를 본다. 이력서를 백번도 넘게 넣었다. 서류 100% 합격, 면접 100% 불합격이다. 2009년 1월, 지인이 만든 쪽방촌 공동체인 ‘동자동사랑방’에서 사회복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2년간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직책은 사무국장이지만 그냥 활동가였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활동비를 받고 일했기에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부족한 생활비를 메꿨다. 그 일도 오래 하지 못했다. 서비스를 받는 어르신이 내가 말을 잘 못 듣는다며 교체를 원했다. 요양보호센터장은 어르신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잘렸다. 광고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생계를 위한 일을 찾았다. 서울시 뉴딜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 지역아동센터에 파견돼 아이들 독서를 지도했다. 근로계약서에 적힌 계약 종료일은 12월31일이다. 연말이면 계약이 종료되고 연초엔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불안한 노동자로 산 지 십년이 돼 간다. 2015년에는 뉴딜일자리 아동독서멘토링 지도(10개월)를 시작으로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단기 아르바이트로, 2019년에는 수도사업소 수질검사원으로(8개월), 2020년엔 여성인력개발센터 홍보마케터로(10개월), 2022년엔 50플러스센터 중장년 인턴으로(6개월), 국립공원공단사무소 직원 식당 조리원으로(3개월) 일했다. 2023년 현재 7개월짜리 공공일자리는 계약 종료까지 한달 반 남았다. 수도사업소와 국립공원공단을 빼고 나머지는 계약자(서울시)와 실제 일하는 곳이 다른 파견직이었다. 계약기간은 평균 8개월이다. 12개월은 절대 넘지 않았다. 12개월 이상 근무하면 퇴직금을 줘야 하니까. “2023년 10월20일 오전 8시,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및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 촉구 기자회견이 있습니다. 많이 참여해주세요.” 광고 며칠 전 아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온 문자다. 30년 전 함께 활동했던 장애인 동지들은 아직도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출근길이 지체된다는 시민들의 온갖 비난을 받으며 말이다. 2007년 3월, 지난한 투쟁 끝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다. 이 자리를 빌려 법을 만들기 위해 싸워 온 수많은 동지에게 경의를 표한다. 법이 제정된 지 16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게 냉혹하다. 20년째 이동권 보장을 외치며 목숨 건 투쟁을 해도 완전한 이동의 자유는 오지 않았다. 그런 사회에 청각장애인의 일자리, 그것도 전공 관련 일자리 내놓으라는 나의 요구는 공허한 메아리 같다. 고령화 사회니 정년이 65살이라고 치자, 나에게 남은 노동 가능 기한은 십이년이다. 십이년 동안 근로 시작과 근로 종료를 몇번이나 반복해야 할까? 내년에도 내가 일할 곳은 있을까?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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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지역아동센터, 빛없이 머무는 이들
지역아동센터, 빛없이 머무는 이들 (2024-03-18) 김용희 | 하늘샘 지역아동센터장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학습을 지도하고 있다. 필자 제공 나는 인구 4만명 남짓한 폐광지역 군 소재지 지역아동센터에서 17년째 일하고 있다. 센터를 이용하는 35명의 아이는 읍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5개 학교와 집에서 센터 차량으로 등하원을 한다. 학기 중에는 학교가 마친 뒤부터, 방학 때는 아침부터 아이들을 돌보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방학 때는 아침 9시에 문을 열지만 늦어도 30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 아이들 몇 명은 이미 40~50분 전부터 센터 앞이나 복도에서 서성인다. 일찍 일 나가는 부모들이 서둘러 다녀가서다. 아이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난방을 가동한다. 9시가 되면 대학생인 근로장학생과 조리사,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출근한다. 센터에서는 모두 7명이 일한다. 많아 보이지만 사회복지사 3명을 제외하면 모두 2시간, 3시간, 5시간, 7시간씩 일하는 시간제 근무자들이다. 차량 운전을 하는 선생님은 오후 3시에 출근해 3시간 근무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시작된 노동 유연화는 여기도 예외가 아니다. 아침 시간, 근로장학생이 아이들을 보살피는 동안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은 그날 프로그램에 대해 상의하고 전날 했던 프로그램 일지를 쓴다. 아이들은 레고나 할리갈리 게임, 그림 그리기를 하다가 11시 무렵부터 한자와 영어 공부를 한다. 점심은 12시부터다. 대개 아침을 먹지 않은 아이들이라 넉넉하게 준비한다. 급식관리지원센터에서 제공해 준 식단표에 사과나 귤 같은 제철 과일을 곁들인다. 광고 오후 1시, 학습지도 전담 교사, 특수목적 교사들이 출근한다. 장애아동이나 느린 학습자들을 집중적으로 보살피는 특수목적 교사는 하루 2시간 근무한다. 해마다 예산이 줄어 근무시간도 4시간에서 3시간, 2.5시간, 2시간으로 짧아졌다. 운전 선생님은 오후 3시에 출근해 차로 왕복 1시간 이상 거리에 사는 아이의 귀가를 위해 차량 운행을 시작한다. 9인승 승합차 1대뿐이라 이 차가 돌아온 뒤 저녁 식사를 마친 다른 아이들 귀가가 시작된다. 차량 운행을 마치면 정각 오후 6시. 운전 선생님은 꼬박 3시간 동안 일하다 퇴근한다. 40평 남짓한 센터 안에 아이들이 종일 북적거리며 머무는 동안 사회복지사들은 아이들을 돌보고, 프로그램일지, 상담일지를 작성한다. 아이들은 수시로 달려와 문제를 호소한다. 재미있게 놀다가도 툭하면 다툼이 벌어진다. 별것 아닌 다툼도 소홀히 하면 큰 싸움으로 번지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 한다. 광고 광고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피려면 모든 선생님이 종일 센터에 머물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느린 학습자들을 보살피는 특수목적 선생님은 아이들 활동을 지켜본 후 교육을 해야겠지만 하루 2시간으로 정해진 근무시간은 숨 고르기에도 부족하다. 학습 전담 교사도 마찬가지다. 하루 5시간을 가르치려면 연구하고 준비하는 데만 3시간 이상이 필요하지만 도착하자마자 아이들 앞에 앉아야 한다. 패스트푸드나 패스트패션처럼 아이들마저 패스트 케어의 대상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아이들도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고 스스로의 존엄을 키우며 성장하려면 ‘적절한 돌봄’이 요구되는데 현실은 여의치 않다. 오후 3시부터 2시간, 3시간, 5시간씩 근무하는 선생님들이 차례로 퇴근한다. 최저시급을 받고 짧은 시간 일하는 선생님들 급여는 노동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힘이 든다. 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고는 매일 하는 학습을 제외하면 일주일에 한번씩 하는 독서 프로그램과 방송 댄스뿐이다. 요리나 영화관람, 1박2일 캠프라도 데려가고 싶지만 꿈일 뿐이다.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는 날에는 선생님들이 가진 재능을 살려 놀이활동이나 미술활동을 한다. 저출산으로 국가 소멸을 염려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을 품어줄 지역아동센터의 현실은 늘 빠듯하다. 광고 아이들이 귀가한 6시부터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은 관찰일지와 상담일지, 운영일지를 작성한다. 아이들의 성장을 관찰하고 보살피는 데 꼭 필요한 일이지만 7시를 넘기기 일쑤다. 중학생들이 영어를 하는 날은 8시까지 이어진다. ‘래디컬 헬프’를 쓴 힐러리 코텀은 ‘돌봄은 인간적인 연결, 우리 모두의 발전,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안녕과 존엄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돌봄은 선의를 가진 사람의 일방적인 보살핌이 아니다. 서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할 때 더 건강하다. 그렇게 될 때 지역아동센터는 가장자리 환하게 밝히는 봄맞이꽃처럼 따뜻한 공간이 될 터이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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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주주 여러분께 드리는, 넥슨의 지속가능성 이슈에 관한 투명한 소통을 요구하는 소수주주권 행사 제안 공개서한
요약 : 넥슨 사의 지속가능성 공시가 최근의 중대 이슈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투자자의 이익 보호에 미흡한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여성 혐오 논란 대응, 확률형 아이템의 소비자 기만, 윤리 규범 준수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건은 넥슨의 평판과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리스크 요인입니다. 회사는 관련 문제들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재발 방지와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한국 게임 시장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가운데, 넥슨 사는 시장 점유율을 오히려 높여가고 있습니다. 이런 영향력을 감안할 때 넥슨 사의 행보가 업계 전반에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직결된다는 데는 넥슨 역시 지속가능성 공시를 통해 동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주들께서는 소수주주권 등을 활용하여 넥슨 사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여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적극 요구할 것을 제안 드립니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회사가 겪을 수 있는 잠재적인, 재무 이외의 부문에서 발발한 재무적 위협에 대한 대처 역량을 회사가 스스로 대중에 알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투자자들의 투자 자산을 보호하는 표준 장치로써 세계 각국의 주식시장에 의무로 점차 확대 적용될 예정입니다. 게임업계의 기업은 지속가능성 공시에 다른 업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재미와 의미를 제공하는 데서 수익을 창출하는 게임 업계의 경우 흔히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로 표현되곤 하는, 새로운 시대의 표준에 회사가 발맞추고 있음을 천명하는 것이 회사의 경영으로 인한 이윤 창출을 높여줄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넥슨 사도 이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넥슨 사는 지속가능성 공시(https://csr.nexon.co.jp/en/esg...)와 '넥슨 그룹 행동강령 및 기업 윤리 규범'(https://ir.nexon.co.jp/en/stoc...)을 통해 스스로 지속가능한 기업 활동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제시하고 이를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넥슨 사의 2023년을 다룬 최신 IR자료(IR, Investor Relations,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활동)(https://pdf.irpocket.com/C3659...)는 그러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자자와 주주의 권익을 침해할 여지가 있는 사실이 나타나 있지 않으며, 이렇게 숨겨진 사실은 넥슨 사의 지속가능성 공시가 드러내는 주제와 상충합니다. 이는 넥슨 사가 투자자와 주주에게 제공하는 자료의 일관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투자자의 재무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투자 손실을 초래하는 등의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에 한국게임소비자협회의 활동가인 필자는 넥슨 사가 공개하지 않는 사실들과 함께 넥슨 사의 자료를 읽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주주 여러분들의 투자 자산 보호를 위하여 주주 여러분께서 회사에 요청하실 수 있는 제안을 준비하였습니다. 넥슨 사는 3월 28일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주주들에게 작년의 성과에 대해 보고하고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할 예정입니다. 부디 정기주주총회에 임하실 때 이 자료가 도움되길 바랍니다. 일본 주식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넥슨 사는 닛케이 225에 포함되어 있는, 일본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종목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실은 일본 내에서의 영업 활동이 타국에서의 활발한 활동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넥슨 사의 IR 자료에 따르면 넥슨 사의 매출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국가는 한국으로 2023년 기준 60%의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한국의 전체 게임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21조 1,847억 원에 달하며, 넥슨 사의 자회사인 넥슨 코리아 사는 2022년에 매출 2조 5,04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넥슨 사의 자료로는 2022년의 낮은 전망치와 대조적으로 한국-PC 게임시장의 매출은 61% 증가했으며, 이는 피파온라인4, 메이플스토리, 던전&파이터의 성장에서 기인하였습니다. <그림 1, 한국의 콘텐츠 및 게임 산업 시장 규모, 2022년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 분석 보고서, 한국콘텐츠진흥원> <그림 2, 넥슨 사의 2022년 투자자 대상 프레젠테이션, 넥슨 코리아 사의 PC 시장의 핵심 프랜차이즈 나열, Q4 2022 Investor Presentation, 10p, Nexon,https://pdf.irpocket.com/C3659/bU43/WksG/EiXg.pdf> 넥슨 사는 2023년에 한국의 PC 게임시장에서 22%의 성장을 기록하였습니다. 전년 대비 정체된 성장률은 메이플스토리와 FC온라인(이전 피파온라인)에서의 부진한 성적을 원인으로 하며, 특히 메이플스토리에서는 예상한 것보다 저조한 54%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그 이유로 한국의 외부 업체를 통해 제작한 프로모션 비디오가 논란을 만들었고, 이것이 소비자의 부정적 반응을 이끌었으며, 이 때문에 마케팅을 중단하고 수익 창출에 지장이 있었음을 언급합니다. 넥슨 사의 2023년 Earnings Letter에서는 이 문제가 크게 해결되었으나 4분기의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고 주장합니다. <그림 3, 넥슨 사의 2023년 투자자 대상 프레젠테이션, PC게임 시장에서의 저조한 매출 증가에 대한 넥슨의 설명, Q4 2023 Investor Presentation, 9p, Nexon,https://pdf.irpocket.com/C3659... > <그림 4, Q4 2023 Earnings Letter, 2p, Nexon,https://pdf.irpocket.com/C3659... > 필자는 한국게임소비자협회의 활동가로서 넥슨 사의 이러한 주장에 강한 우려를 표합니다. 매출 지표상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었을 수 있으나, 넥슨 사의 주장은 게임 소비자 관점에서 보기에 객관성이 부족하며, 이 주장으로 투자자와 주주를 상대로 한 자료에서 지속가능성 위기에서의 잘못된 판단을 호도하는 것은 투자가치 보호 관점에서도 매우 염려됩니다. 논점 1 : 넥슨 사는 프로모션 비디오와 관련한 논란에서 스스로 불러온 단기적 재무 악영향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논란을 만든 것은 악성 이용자들이며 넥슨 사는 이를 수용하여 자신들이 스스로 제시한 지속가능성 공시와 넥슨 그룹 행동강령 및 기업 윤리 규범의 기준을 어겼으며, 논란이 날조된 것임이 밝혀진 뒤에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음으로써 악성 이용자들의 의견이 사회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갖는 데 일조했습니다. 프로모션 비디오 그 자체는 논란을 만들만한 어떠한 문제도 없었습니다. 비디오 그 자체는 논란을 만들 수 없으며, 논란을 만드는 것은 오직 인격체만이 가능한 행위입니다. 이 논란을 만든 주체는 게임 커뮤니티의 악성 이용자입니다. 이들은 인간 신체의 움직임을 모방하는 애니메이션의 자연스러운 중간 동작에서 애니메이션이 흔히 지적받곤 하는 판치라(팬티+치라로 팬티를 살짝 보여주는 연출로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에 포함되어 논란을 불러일으키곤 합니다.)를 찾아내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프레임 단위로 끊어서 보았지만, 해당 애니메이션에는 이러한 연출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림 5, 악성 이용자들이 남성 혐오 표현이 '은근슬쩍' 삽입되었다며 논란이 소재로 삼은 프레임,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PV, 넥슨, 스튜디오 뿌리> 악성 이용자들은 해당 PV를 제작한 애니메이션 회사에 근무 중인 특정 애니메이터의 SNS 과거 행적을 털어내어 이 애니메이터가 페미니스트를 자칭했음을 발견합니다. 구체적으로 문제 삼은 트윗은 안티페미니즘을 선거 캠페인으로 내세운 대통령 후보자 윤석열이 선거 승리가 확정된 날과 그 다음 날, 예상되는 사회의 큰 변화에도 불구하고 생활 속에서 그 신념을 잃지 않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림 6, 악성 이용자들이 문제 삼은 애니메이터의 트윗> 악성 사용자들은 이 트윗으로부터 비약을 거듭하여 한국 사회 내에서 한때 여성 우월주의를 주장하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메갈리아'의 '핀치' 싸인을 애니메이션에 몰래 숨겨놓았다고까지 주장하기에 이릅니다. <그림 7, 악성 이용자들이 문제 삼는, 여성우월주의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한국 남성의 작은 성기를 희화화하는 싸인> 소수의 이용자가 상주함으로써 전체 사용자를 대표하는 것 같은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인터넷 공론장의 특징 탓에 논란은 순식간에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한국의 게임 커뮤니티 중 독성이 강한, 주로 젊은 남성 게이머들로 이루어진 커뮤니티에는 여성 페미니스트가 게임에서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여성의 노출을 줄이고 남성의 노출을 강조한다는 여성 혐오 기반의 피해망상이 존재하고 있었고, 음모론이 이 피해망상과 만나 폭발적인 악영향을 발휘한 것입니다. 일부 악성 이용자들은 해당 애니메이션 회사에 찾아가 다짜고짜 회사와 임직원의 사진을 찍거나,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마녀사냥을 하였고, 다른 커뮤니티 이용자들에게 해당 회사에 대한 현실에서의 응징(범죄)을 부추기는 글을 작성하기도 하였습니다. 넥슨 사는 이 논란에 대해 일부 이용자들의 문제 제기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논란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림 8, 넥슨 사의 해당 논란과 관련한 사과문> 그 탓에 해당 애니메이션 회사는 여성혐오에 기반을 둔 악성 이용자와,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시민 양쪽으로부터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4개월 전 게임업계에서 벌어진 유사한 사건이 한국 사회에 문제를 일으켰고, 12,745명의 게이머가 넥슨 사의 행태를 비판하며 노동자를 보호하라는 성명에 동의하여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게임 회사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이 요구되기도 한 상황이었으나(https://m.khan.co.kr/national/...), 넥슨 사는 법무팀을 통해 해당 애니메이션 회사의 의견 청취마저도 없이 사과를 종용하고, 법무팀을 보내겠다고 전화로 통보하며 법적 조처를 할 것임을 암시하는 등 사실상 책임을 전가하였고, 애니메이션 회사는 압도적인 비판 여론에 짓눌려 사과문을 게재하며 혐오표현을 애니메이션에 넣지는 않았음을 밝히는 동시에 비판에 대해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애니메이션 회사는 논란이 제기된 애니메이터와의 근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의 2차 사과문을 게재하였다가 곧 철회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의 양대 노동조합, 여성단체, 각종 시민단체가 연합하여 시민 25,000여 명의 넥슨 사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취합하여 넥슨 사옥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벌였으며(http://www.womentimes.co.kr/ne... ), 한국게임소비자협회는 해당 애니메이션 회사와 접촉하여 논란이 된 프로모션 애니메이션에 대한 논란이 허위사실로 날조된 것임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돕는 데 도움을 드렸습니다. 문제가 된 애니메이션은 사실 마녀사냥의 대상이 된 애니메이터가 아닌, 성별마저도 다른 남성 애니메이터가 그린 것으로 확인되었으며(https://m.khan.co.kr/national/...), 또한 많은 애니메이션 전문가들은 양심을 걸고 움직임을 모방하는 중간 과정으로서 매우 자연스러운 포즈임을 증언했습니다.(https://thisisgame.com/webzine...) 해당 움직임의 필요성이 신뢰도를 가진 여러 매체에서 다각도로 조명된 반면, 악성 이용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실에 근거한 신뢰할만한 출처의, 공신력 있는 의견이 주장된 바는 없으며, 오히려 문제가 된 사안은 넥슨 사가 철저히 검수를 하였으므로 책임이 있다면 넥슨 사에 있다고 할 수 있을 정황만 밝혀졌습니다.(https://m.khan.co.kr/national/...)그럼에도 악성 이용자들은 마지막 댓글을 달면 논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라는 태도로, 자신들의 주장이 맞는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해 합리적인, 사실에 근거한 비판을 제기하는 단체와 시민활동가, 게임 소비자에 대해 날조에 기반을 둔 중상모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뿌리는 언론사, 그리고 게이머들에 대한 간담회와 설명회를 통해 해당 모션이 남성혐오적인, 악의로 연출된 것이 아니라 동작을 모사하는 애니메이션의 중간 프레임으로서 자연스러운 것임을 밝히고, 이에 대한 질문에는 언제나 성실하게 답변하겠다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실제로 게임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는 참여한 사용자들마저 ‘집게손’에 대한 오해는 불식되었다고 밝혔습니다.(https://thisisgame.com/webzine...) 그러나 자신들의 기분을 상하게 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모션의 남성혐오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스튜디오 뿌리가 쓴 누명을 벗기 위해 도움을 준 한국게임소비자협회와 함께함으로써 자신들의 기분이 상했으니 사과하라는, 탈 사실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그림 9, 악성 이용자들의 순환 논리를 비판하는 한 게임 소비자가 제작한 이미지> 이는 사회의 건전함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인터넷 상의 혐오 범죄가 실제 현실에까지 확대되는 징후를 상징하는 사건입니다. 실제로 앞서 넥슨 사가 불러일으킨 논란으로 열린 넥슨 사 앞에서의 기자회견장에는 묻지마 칼부림을 예고하는 인터넷 게시글이 두 건 올라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특공대의 경호 하에 기자회견이 이뤄진 바 있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ar...) 넥슨 사는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는 가운데 문제를 확대한 자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자사의 게임에서 논란이 된 손가락과 비슷한 여러 표현을 수정하겠다는 뜻을 밝혀 게임 개발과 서비스의 핵심인 맨아워(Man Hour : 사람과 시간을 곱한 노동의 단위를 나타내는 단위)를 크게 낭비합니다.(https://www.globale.co.kr/news...)게임 제작과 서비스는 매우 노동집약적이고, 평소에도 한국 게임 업계는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몰아서 근무하는 '크런치' 관행이 문제가 될 정도인 상황에 악성 이용자들의 논란을 수용함으로써 불필요한 연장근무를 통해 회사 내외부적인 재무적 리스크를 키웠습니다.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익명 커뮤니티에 넥슨 종사자들로 추정되는 익명 사용자들이 연장근무 신기록을 경신했다는 저주와 푸념 섞인 자조를 남긴 사실에서, 넥슨 사에 미친 재무적 손해가 적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악성 이용자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게임 내에서 ‘집게손’과 얼핏 비슷해 보이거나 남성혐오라고 몰아 주장할 수 있는 요소마다 시비를 걸고 있습니다. <그림 10, 게임에 포함된 각종 요소가 남성혐오를 암시하는 것이라는 주장, 디비디프라임,https://dprime.kr/g2/bbs/board...> 넥슨 사가 Earning Letter에서 언급된 대로, 이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요? 리스크 관리에 아쉬움이 있어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넥슨 사의 일본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넥슨은 회사 거버넌스 운영과 내부 통제 및 리스크 관리에서 (https://pdf.irpocket.com/C3659..., 77~78p) 법무팀을 준법감시인으로 하여 법을 지키게 할 것을 천명하고 습니다. 그러나 넥슨 사가 주로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 게임 시장에서의 사업에서 협력관계에 있는 애니메이션 회사, 그리고 게임을 소비하는 한국 시민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오히려 회사의 지배적 위치를 통해 협력사에 부당한 악영향을 끼치는데 일조하였으며, 그 해결에도 나서지 않는 것입니다. 준법감시인이 따르는 '법'은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핵심으로 하는 수단이며, 이번 사태로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림 11, 넥슨 사의 거버넌스와 내부 통제를 다루는 부분, 2022 annual securities report, 넥슨> <그림 12, 넥슨 사의 리스크 관리를 다루는 부분, 2022 annual securities report, 넥슨> 위와 같이, 넥슨 사는 논란을 잘못 인식하고 있고, 사태가 해결되었다고 주장하며 스스로 열어놓은 재무 리스크를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입장을 바로잡아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논점 2 : 넥슨 사는 확률 기반 아이템 획득 메커니즘에서 공시와 실제를 다르게 적용하였습니다. 스스로와 사회의 신뢰자본을 훼손하는 중대한 위법 행위로, 이 또한 법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또한 넥슨 사의 지속가능성을 크게 위협하는 중대 이슈로 자회사인 넥슨 코리아가 서비스하는 메이플스토리와 버블파이터에서의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 건이 있습니다. 2024년 1월 3일,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이를 빠뜨려 알리지 않고, 거짓으로 알린 행위에 대하여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16억 원(잠정)을 부과하였습니다. 넥슨 사는 2022년 annual securities report에서 세계 각국의 정부가 확률 기반 아이템 획득 매커니즘의 사행성과 도박성에 주목함에 따라 그 확률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엄격한 규제, 혹은 엄격한 사법적 판단으로 넥슨의 사업이 제한을 받거나 더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림 13, 확률형 아이템 규제 강화에 대한 언급, 2022 annual securities report, 넥슨> 실제로 각국의 정부가 사행성 및 도박성에 주목하고 있음을 넥슨 사가 인지하고 있음이 자료로도 확인되나, 자회사인 넥슨 코리아는 이를 인지한 가운데에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확률 조작 및 거짓 공지를 하였음 역시 알 수 있습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 코리아는 2018년 게임 '서든어택'에서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거짓, 기만행위에 대하여 이미 제재를 받은 적이 있음에도 또다시 확률형 아이템에서 비슷한 위법행위를 반복하였습니다. 특히 메이플스토리에서 문제가 된 확률형 아이템은 메이플 스토리 전체 매출액의 30%를 차지하는 확률형 아이템 '큐브'로, 게임 캐릭터를 더욱 강하게 하기 위하여 캐릭터가 장착하는 장비에 부여되는 옵션을 재설정하거나 장비의 잠재능력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는 아이템입니다. 넥슨 사는 큐브 판매과정에서 이용자들이 원하는 잠재옵션이 적게 나오거나 나오지 않도록 확률 구조를 변경하였고, 이용자들의 확률 문의를 받을 경우에는 고객에게 이를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리도록 내부 지시를 하였습니다. 2010년 5월에 큐브 상품이 도입된 이후 2010년 9월 15일부터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인기 옵션이 덜 나오도록 구조를 변경하였고, 2011년 8월 4일부터 2021년 3월 4일까지는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특정 옵션은 중복으로 부여되지 않도록 변경하고도 사용자들에게 큐브에는 변경 사항이 없다고 알렸습니다. 2013년 7월 4일부터는 최상위 등급인 레전드리 등급을 만들고 이 등급으로의 등급 상승이 가능한, 등급 상승 확률이 1.8%인 고급, 고가 큐브 상품인 블랙 큐브를 출시하였으나 12월까지는 이를 1.4%가 될 때까지 매일 조금씩 낮추고, 2016년 1월에는 그 확률을 1%까지 낮추었으나 이 역시 사용자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이 확률변경 역시 공지되지 않았으며, 2021년 3월 4일에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자율공개에 응하여 2021년 3월 4일에 아이템의 옵션 확률을 공개한 이후에도 상술한 ‘물밑 변경’은 공지된 바 없습니다. 또한, 다른 게임인 버블파이터에서는 일정 횟수의 아이템 획득 시도까지는 사용자의 당첨 확률을 0%로 설정하기도 하였습니다.(https://www.ftc.go.kr/solution...) 넥슨 코리아는 이와 같은 공정위의 조사 및 제재 이전에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문제 사항을 바로잡았으며, 공정위의 결정에 불목하여 행정소송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동시에 이와 같은 소급 처분이 한국의 게임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멘트를 덧붙였습니다. (https://m.etoday.co.kr/view.ph... 이에 공정위는 단호하게 넥슨 코리아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규율하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선택에 있어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인 확률을 소비자에게 거짓 혹은 기만으로 제대로 알리지 않는 행위를 저지른 것이며, 특히 많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게임산업은 관련 서비스의 투명한 운영 등을 통한 소비자 권익 보호와 소비자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넥슨 코리아를 비판했습니다. (https://www.ftc.go.kr/solution...) 이번 일로 소비자, 사회와의 신뢰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투자자와 주주에게는 규제가 강화되면 지출이 증가할 것을 우려한다고 말하면서도 뒤로는 당국의 규제 강화 의지를 불태울 위법행위를 태연하게 저질러왔으며, 위법 행위가 발각되자 정부 당국에는 궤변에 기반을 두고 게임산업 전체를 볼모로 잡는 적반하장 발언까지 일삼았습니다. 공정위와의 공방이 오가는 와중에 메이플스토리에서는 또다시 아이템의 실제 획득이 불가능한 0%이나 획득 가능하다고 표기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 https://www.asiatime.co.kr/art... ) 이번 사건의 경우 게임 플레이를 통해 제공되는 무료 재화로 앞선 ‘큐브’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게임 플레이 시간 역시 현금성 재화만큼의 가치를 지니며, 결과적으로 소비자에 대한 희망고문을 자행한 것은 물론, 바로 앞의 확률 공지 기만 사건에서 넥슨 사가 내놓은 반성을 바로 어기는 듯이 보이는 게임 운영 행태에 대해 소비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은 2004년 메이플스토리에 처음 도입된 이후로 정액제 모델에서 부분유료화로 비즈니스 모델의 대세가 넘어가며 하락하던 게임 회사의 수익에 가뭄의 단비가 되어준 긍정적 면이 있으나, 사행성과 도박성 측면에서의 비판 여지가 있습니다. 각국의 정부 당국이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은 이런 비판과 맥을 같이 하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사행성과 도박성 사업의 대표주자인 카지노, 파칭코 등은 확률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이를 조작하거나 거짓으로 공지할 시 운영 주체는 영업 정지 등 단호한 법적 제재를 받습니다. 메이플 스토리의 확률 조작으로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사용자들은 과징금 추징은 물론 피해자에 대한 직접 소송을 요구하며 여러 곳에서 공동소송을 조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결국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 공개규제를 넘어서 상당히 엄격한 수준의 의무 공개 규제 입법이 이뤄져 오는 3월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넥슨 사가 2024년 2월 8일에 내놓은 2023년 12월기 결산단신(IFRS)에 따르면, 메이플스토리에서의 불공정거래로 인한 제재와 이로 인해 메이플스토리 커뮤니티의 여론이 악화되었다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주의 투자가치 보호를 위한 정보로 보기에는 불충분한 자료로, 넥슨은 이와 관련하여 과징금과 관련한 직간접적 피해를 계량하여 밝히고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일각에서 주장되는 실추된 회사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입장을 내놓아야 합니다.  넥슨 사가 투자자와 주주, 소비자와의 소통에서 투명성을 제고하고 3월에 있을 정기 주주총회에 맞춰서 발행할 2023 annual securities report 에는 스스로 한국 게임업계의 지속가능성에 스스로 입힌 타격의 내용과 이를 재무적 및 비재무적, 정량 및 정성적으로 평가한 정보를 공시하여 투자자와 주주들이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논점 3 : 넥슨 사가 주주와 투자자,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내놓은 지속가능성 공시는 그 목적인 지속가능성 이슈를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넥슨 사는 2016년 1월 22일 이사회에서 'UN 글로벌 콤팩트'와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자사와 그 자회사의 기업 행동과 비즈니스 활동을 규율하는 '넥슨 그룹 행동강령 및 기업 윤리 규범'(https://ir.nexon.co.jp/en/stoc...)을 채택했습니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넥슨 사는 좋은 법인으로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을 사업의 지속가능성의 기본으로 삼으며, 사회와 경제 전체의 성장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모든 비즈니스를 수행할 것임을 명시합니다. 또한, 영업활동을 하는 모든 국가와 지역의 소비자 보호, 공정 경쟁, 반사회적 세력 배제 등을 위한 법률을 준수하고, 국제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인정되는, 즉 성별, 국적, 인종, 종교, 성 정체성, 장애 등에 의한 차별 없는 평등한 고용 기회 제공을 포함하는 인권을 존중하며, 임직원이 회사나 그 직원이 윤리 규범을 위반하는 행위를 발견한다면 즉시 상황을 보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넥슨 사의 경영 현실은 윤리 규범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다룬 논점 1에서의 협력사에의 책임 전가, 반사회적 여성 혐오에 대한 검증 없 수용으로 말미암은 협력사 직원의 고용 안전성에의 악영향은 거래 지위상 우월한 지위를 악용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으며,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인권을 침해하며 반사회적 세력의 의견을 스스로의 입장으로 수용하는 일과 다름이 없습니다. 또한 논점 2에서 다룬 게임 소비자 기만은 소비자 보호 침해 및 공정경쟁을 규율하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입니다. 넥슨 사는 이런 현실이 보여주듯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윤리 규범을 지속가능성 경영의 지표로서 지속가능성 공시의 '사회 – 인권&커뮤니티' 항목에 실었습니다. 이 공시의 수준은 일반적으로 규정되는, 그리고 넥슨 사가 공시의 기준으로 삼는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지속가능성 회계표준위원회)가 제안하는 최소 범위를 상회합니다. 넥슨 사는 통념상 요구되는 것 이상의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자랑스럽다는 듯이 공시하였지만, 사실 이는 지속가능성이 가장 필요한 부분을 필요해 점수만 따는 체리피킹일 뿐입니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기업과 사회와의 관계를 통해 해당 회사가 환경 혹은 사회 관련 이슈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를 정량적, 정성적으로 표현해서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윤라 규범이 실제 행동 기준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넥슨 사는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그림 14, 넥슨 지속가능성 공시(ESG 공시), 인권 및 커뮤니티 관계 항목,https://csr.nexon.co.jp/en/esg...> 넥슨 사의 윤리 규범이 실제 행동 기준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으며, 이 지적을 뒷받침하는 사건 역시 존재합니다. 2023년 10월 25일에 오프라인에서 열린, 넥슨 코리아가 서비스하는 던전&파이터 게임의 플레이마켓 행사(일러스트 작가, 애니메이션 작가 등이 게임 캐릭터와 관련된 상품을 만들어 파는 행사)에서는 악성 이용자들이 ‘남성 혐오’ 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할 수는 없다며 참여 작가들의 SNS 계정을 알아내 작가의 사상을 검증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미 누차 발생한 사상검증 사건으로 게임업계 내 뿌리 깊은 여성혐오가 공론화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운영사무국은 악성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행사 참여 팀원 전체의 SNS 주소 제출을 요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10월 19일, 한 여성 이용자가 ‘넥슨의 집게손 지우기’(논점 1)의 연장 선상에서 벌어진 던전&파이터 게임 내 집게손 모양 수정을 비판하자,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가 해당 이용자와 이에 동조하는 기색을 보이는 SNS 계정을 상대로 사상검증과 신상털기를 자행한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실제로 이 여성 유저의 비판을 리트윗(다른 사용자의 트윗[게시글]을 확산하는 행위)하였다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작가가 플레이마켓 행사 참가를 포기한 사례가 있으며, 이 작가는 자신이 '페미가 아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나서야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되었습니다. (https://m.khan.co.kr/national/...) 이 작가는 "일부 이용자들은 남성혐오에 분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게임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희열에 손가락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 문장은 게임업계 사상검증 사태에 대한 밀도 높은 통찰을 보여줍니다. 즉, 여성 혐오를 소재로 게임 서비스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일부 과대표된 게임 이용자와 이를 비판의식과 검증 절차 없이 수용하는 넥슨 사의 태도가 스스로 지속가능성에 지속적 장애물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게임 소비자는 그것이 제공하는 재미와 의미 때문에 게임을 찾습니다. 이 재미와 의미에 게임이 다른 사용자를 괴롭혀 내쫓거나 폭력적으로 억압하기 위한 비윤리적 행위를 포함하는 이용자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넥슨 사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조직된 소수의 과장된 의견을 수용하고, 게임사의 공식 입장으로 내세움으로써 게임 소비자와의 불협화음을 빚었습니다. 특히 소비자 의견 수렴 과정에 대해 넥슨 코리아의 전(前) 직원이 증언한 바로는, 넥슨 사는 게임 서비스와 관련한 의견을 모니터링할 때 ‘주로 ‘남초’ 인터넷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하며 과도하게 대표된 일부 의견에 귀를 기울여 여러 가지 오판을 낳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한편, 자사에 우호적인 글에 대해 현금성 자산을 제공했다는 '넥슨 콘텐츠 리워드 프로그램'의 운영 방식은 여론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https://m.khan.co.kr/national/...) 게임업계의 여성혐오에 기반을 둔 사상검증과 마녀사냥은 소위 ‘티셔츠 게이트’ 사건으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2016년에 넥슨 코리아가 처음 '여성에게 왕자는 필요 없다.'는 티셔츠를 입고 자신의 SNS에 인증 사진을 올렸던 성우의 목소리 연기를 자사 게임에서 삭제한 사건입니다. 한국 업계를 이끌어가는 1위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업계에 성차별 사례의 정석을 남긴 넥슨 사는, 또다시 악성 이용자의 성차별적 의견을 수용함으로써 사회의 성별 갈등을 심화시키고 다시 한번 장단기적 재무 약점을 만들었습니다. 넥슨 사는 2016년과 2023년의 자사의 무분별한 여성 혐오 수용에 대한 재무/비재무적, 정량/정성적 평가를 매겨야 하고 투자자와 주주는 이를 기반으로 책임 있는 투자를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넥슨 사의 윤리 규범은 지속가능성 공시의 의무 공시 사항은 아닙니다. 정 지킬 수 없다면 윤리 규범을 공시하지 않거나, 아예 철회하는 것 역시 방법이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게임 소비자를 대표하고자 하는 한국게임소비자협회는 한국 게임 업계의 1위 회사인 넥슨 사의 경영 행태를 소비자로서, 또 간접적인 투자자이자 주주로서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지분 29.3%를 한국 정부의 기획재정부가 소유한 상황으로, 한국 국민은 넥슨의 주주라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 기획재정부는 넥슨 그룹의 김정주 전 회장 사망 이후 상속세를 NXC의 지분으로 납부받았습니다. 이렇게 납부받은 4.7조 원에 달하는 NXC의 주식 29.3%에 대한 공매 시도가 있었으나 유찰된 상황으로, 규정상 50%까지 할인하여 매각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납세자이자 간접적 주주인 게임 소비자는 NXC의 지분이 할인 판매되는 것이 달갑지 않습니다. 투자자와 시민 모두에게 있어서 넥슨의 주식은 윤리규범을 준수하며 UN과 OECD가 규율하는 다국적 기업으로서의 모범을 보이는 기업이자 우량한 투자가치를 인정받음으로써 제 가치를 인정받으며 팔려야만 합니다. 결론 : 게임 소비자이자 대한민국의 납세자, 넥슨 사의 간접적 주주로서, 넥슨 사의 소수주주 여러분의 투자 자산 보호와 이익 극대화를 위한 소수주주권 행사를 요청합니다. 이에 한국의 게임 소비자를 대표하고자 하는 한국 게임소비자협회의 활동가인 필자는 게임의 소비자이자 한국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넥슨 사의 주주분들께, 넥슨 사가 다루지 않은, 이 공개서한이 말씀드린 사건과 논점에 대한 지속가능한 경영 관점에서의 회사의 입장을 밝힐 것을 소액주주의 권리로서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제안해주실것을 요청드립니다. 우리 게임 소비자는 투자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게임 기업에 인센티브가 돌아감으로써, 더 나은 회사에서 더 나은 게임, 더 재미있고, 더 유익하며, 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게임이 나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세계 굴지의 거대 게임 기업들은 대부분 다양성을 게임 내부 콘텐츠로 적극 포용하는 등, 넥슨 사가 대부분의 매출을 올리는 한국 내에서의 행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한국의 게임 시장을 다루는 콘텐츠진흥원의 게임 백서 역시 여성 게이머가 이제 남성 게이머와 그 규모와 지출에서 크게 뒤지지 않음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넥슨 사는 시대의 변화에 역행하며, 투자자와 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자료에서마저 현실을 외면하고 스스로의 책임이 있는 문제마저 외면하고 있습니다. 넥슨 사의 사회적 책임 이행이 미흡했을 때의 잠재적 비용과,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을 때 얻게 될 더 많은 이익에 대한 고려가 투자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함을 투자자와 주주로서 주장해주시길 바랍니다. 넥슨 사의 2016년에 여성혐오에 편승하기로 한 이래로 대한민국 게임업계는 1위 기업의 결정을 관성적으로 따라왔고, 이 때문에 게임 업계 내부적으로는 종사자의 사이버불링과 성차별을 허용하는 인권 침해의 무법 지대(https://www.lawleader.co.kr/ne...)가 되었습니다. 이를 보다 못한 정부가 게임업계를 포함한 IT 업계에 기획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하였으며,(https://www.fnnews.com/news/20...)이 특별근로감독으로 가는 길에는 넥슨 코리아사의 자회사인 넥슨게임즈 사를 포함한 게임업계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https://www.labortoday.co.kr/n...) 이 있었습니다. 그 무엇보다 지속가능성 공시에 기록됨으로써 투자자의 투자 의사 결정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어야 할 이 사건을 넥슨 사의 지속가능성 공시에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게임 업계 외부의 경우, 게임을 즐기는 여성 게임 소비자에 대한 증오와 차별이 극에 달하였습니다. 이는 게임을 다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혜지’라는 여성적 이름이 비속어나 ‘밈’처럼 사용되는 현상이 바로 보여주고 있습니다.(https://news.sbs.co.kr/news/en...) 이러한 경향성 때문에 게임 소비를 멈추고 이탈하는 소비자가 생기고 있습니다. 넥슨 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의 게임 시장은 2023년 콘텐츠진흥원의 게임백서에 따르면 게임 이용 비율은 전년도 74.4% 대비 62.9%의 큰 폭의 하락을 겪었습니다. 넥슨 사의 메이플 스토리가 놀라운 성장을 거둔 가운데 한국의 게임 시장은 전년 대비 10.9% 감소한 19조 7,9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한국 상장 게임사 상위 10곳의 전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 감소했습니다. 넥슨 사는 축소되는 한국 게임 시장에서도 매출 증대를 이루어냈지만, 핵심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에서 소비자와 투자자, 주주의 권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고, 관련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려는 노력도 부족해 보입니다. 축소 추세인 한국 게임 시장에서 넥슨 사의 점유율은 오히려 확대되었습니다. 이처럼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넥슨의 이번 대응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게임 업계 1위 기업의 비합리적이며 비전문적인 결정에 따라 불필요한 연장근무 수당이 지출되었고, 사용자가 이탈하고 시장이 축소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투자 자산에 대한 보호 측면에서라도 넥슨 사에 대한 비판에 동참해주십시오. 넥슨 사의 주식이 속한 닛케이225를 포함하는 일본 증시가 고공비행을 이어가는 이유로 한 언론에서는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꼽고 있습니다. 소액 주주의 권리 개선과 금융청을 중심으로 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가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활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행동 지침')와 도쿄증권거래소 주도의 기업 거버넌스 코드 도입을 통해 기업의 체질이 개선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업 법인 그 자체와 이에 투자한 투자자와 주주의 수익성이 동시에 개선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 https://www.sedaily.com/NewsVi... ) 일본의 회사법 제303조 2항은 이사회를 설치한 회사에 대하여 1%, 혹은 300개 이상의 의결권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소수주주에게 주주제안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주총회에서 회사 또는 주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안건을 회사에 직접 제안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며, 넥슨 사는 이사회를 설치한 회사로써 의결권 300개 이상을 보유한 주주 여러분께서 요구하시기만 한다면 회사의 지속가능성이 의심되는 일련의 사건을 회사 차원에서 해명하거나 견해를 표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법인이 소속된 사회와의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첫 발걸음은, 회사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침해하였을 소지가 있는 상황을 발견했을 때에 사회에 책임을 진 법인으로서의 입장을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앞선 잘못을 직시하고, 반성하며,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천명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지속가능성 공시가 투자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된 진정한 이유입니다. 넥슨의 지속가능성 공시가 가리고 있는 진상을 넥슨이 스스로 파헤치도록 하는 것이, 주주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길입니다. 또한, 넥슨 사의 컴플라이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소수주주의 또 다른 권리인 주주대표소송권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회사법 제847조에 따르면 단 1주라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에게 보장되는 주주대표소송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사 등의 임원을 상대로 회사를 위해 주주가 제기하는 소송을 말합니다. 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경영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기구로서 회사의 컴플라이언스 정책과 프로그램을 승인하고, 그 이행 상황을 감독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공개서한에서 다룬 사례를 종합해보면,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침해하는 회사 내 타 기구와 법무팀의 행위에서 컴플라이언스가 작동하였다는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이사회와 법무팀은 상호 견제와 협력의 관계 속에서 컴플라이언스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사회는 특히 이사회 내부에 감사위원회를 두어 법무팀의 활동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중대한 컴플라이언스 이슈에 대해서는 직접 보고를 받기도 합니다. 컴플라이언스를 담당하는 법무팀이 우월한 거래 지위를 악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에는 이를 감독하지 못한 이사회의 책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회사는 소액주주의 대표소송 청구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할 의무가 있고,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주주는 회사를 위해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제847조 3항) 대표소송을 제기한 주주가 패소하더라도 악의가 있었던 경우가 아니면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제847조 6항) 대표소송 주주에게 변호사 보수 등을 청구할 수는 있으나(제847조 7항) 회사의 합리적 경영이 주주에게 가져다줄 이익은 변호사 보수가 아쉽지 않을 것입니다. 위 소수주주권은 단일한 주주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뜻이 맞는 소수주주들이 힘을 모은다면, 넥슨 사가 비합리적이고 비전문적인 의사결정을 그만두고 주주의 이익을 더욱 극대화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 상장한 넥슨 사도, 그 지주사로 한국에 소재한 비상장 회사인 NXC 사도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각종 법 앞에 자유롭지 않습니다. 행동하는 투자자, 주주로써 그 권리를 쟁취하여 주십시오. 이 방향을 선택하기만 한다면 게임 소비자는 기꺼이 여러분과 같은 편에 설 것입니다. 더 재미있고, 더 가치 있는 게임을 찾는 수많은 소비자와 더 많은 수익을 안겨다 줄 회사를 찾는 투자자와 주주 사이에 기꺼이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투자자와 주주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과 행동을 기대합니다. 소수주주간의 의결권 규합을 지원하기 위한 창구를 열어놓았습니다. jclee@kgcs.co.kr 혹은 010-9760-0333 번으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2024년 3월 15일, 한국게임소비자협회 활동가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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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열악한 봉제 노동 환경’ 함께 개선을!
‘열악한 봉제 노동 환경’ 함께 개선을! (2022-06-22) 박만복 | 봉제노동자 서울 성북구 인촌로 한 주택가 건물 지하에 있는 봉제공장에서 노동자가 쉴 새 없이 일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나는 열일곱살에 돈을 벌러 서울로 올라왔다. 누나들을 따라서 봉제공장에 취직한 뒤 지난 36년 동안 봉제 일을 해왔다. 지금은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조그만 봉제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 공장에 들어가서 막내 시다(보조원)로 일했다. 조금 숙련된 시다를 거쳐 보조 미싱사가 되고, 오야(팀장) 미싱사가 될 때까지 죽어라 일을 배웠다. 입사해서 받은 첫 월급이 13만5천원인데, 5천원은 오야가 내게 일 잘했다고 얹어준 거였다. 내가 일한 만큼 받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공장에서 만난 아내와 밤낮으로 일하면 둘이서 한달에 500만~600만원을 벌었다. 마냥 이렇게 벌릴 줄 알았다. 광고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지면서 봉제공장에도 예외 없이 일거리가 줄었다. 단가도 내려가 미싱을 해서 먹고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장을 그만두고 8개월 택시운전을 했는데 그것도 힘에 부쳐 다시 양복공장으로 돌아왔다. 공장으로 돌아와서 미싱을 그만두고 옷감의 치수를 재고 자르는 재단을 배웠다. 맨날 좁은 자리에 앉아 미싱 발판을 밟는 것보다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며 칼질하는 게 재미있었다. 그리고 봉제공장에서 마무리 단계에 쓰이는 지그재그 미싱 등 여러 기계들을 익혀나갔다. 이런 노력으로 공장장이 됐다. 광고 광고 그러다 봉제공장에서 옷의 마무리 공정인 시아게(다림질)를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1년 정도 배운 뒤에는 작업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 객공 시아게사로 일했다. 오전 8시에서 밤 10시까지 일을 했다. 일이 많을 때는 자정을 넘기기도 했다. 돈을 버는 재미가 있었지만 온종일 서서 다림질을 하다 보니 다리, 발바닥, 어깨 등이 아파왔다. 시아게를 하면서 내가 공장을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품 팔아 이곳저곳 공장을 알아보러 다녔다. 드디어 신당동에 있는 공장을 운영할 기회가 생겼다. 계약하는 순간 ‘이제 나도 사장이 되는구나!’ 싶어 기뻤다. 포부도 있었다. 완성도 높은 옷을 만들어 홍보도 하고 내가 직접 영업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주문이 들어오면 납품기일 맞추기에 정신이 없었다. 영업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래도 알음알음 소개로 온 사람들 덕에 일감이 조금씩 늘어났다. 광고 하지만 성수기인 봄가을에는 일감이 많아도 미싱사들을 구하지 못해 일감을 놓칠 때도 있다. 미싱사들은 일감이 많을 때는 하루 15시간 넘게 일한다. 하지만 비수기에는 미싱 한번 돌리지 못하는 날도 있다. 그러면 미싱사들이 다른 곳으로 일감을 찾아 떠난다.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됐다. 요즘 봉제노동자 평균 나이가 55~60살이다. 수십년을 일한 숙련된 봉제노동자들이 처한 노동환경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일하는 환경, 노동시간, 공임 등 처우가 나쁘니 청년들은 봉제 일을 하지 않는다. 30년 전 처음 미싱사가 됐을 때 난 내가 일한 만큼 돈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객공 시아게사로 일할 때는 새벽까지 일해도 벌이가 괜찮아 좋았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공임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중국, 베트남 등에서 싸게 들어오는 옷이 많아 단가 인하 경쟁을 하는 의류업체들 탓에 공임이 낮게 책정되기도 한다. 옷마다 다르지만 한장에 500원짜리도, 2천원짜리도 있다. 20년 전 재킷 한벌에 7천~8천원 하던 공임이 지금은 겨우 1천~2천원 정도 올랐다. 일당 노동자는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한다. 미싱은 12만~13만원, 마무리는 17만원, 재단은 20만원 정도를 일당으로 받는다. 일이 많을 때는 400만~500만원도 벌지만 일이 없을 때는 50만원도 못 벌 때가 있다. 광고 지금 영세공장을 운영하는 처지에서 봤을 때, 봉제업의 객공 시스템은 결코 좋은 게 아니다. 객공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기 어렵고 보너스도 퇴직금도 없다. 4대 보험도 가입되지 않는다. 서울 도심 제조업 중 가장 큰 게 봉제산업이다. 신당동에만 봉제공장이 수백~1천개 가까이 된다. 그중 노동자에게 4대 보험을 가입시킬 형편이 되지 않는 영세사업장이 열에 아홉이다.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서울만 봉제노동자가 9만명이 넘고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제는 좀 바뀌면 좋겠다. 봉제노동자들의 공정임금, 공정단가 그리고 기본적으로 12시간 이상 일하는 작업시간을 바꿔나가고 싶다. 봉제노동자 주 5일 근무, 4대 보험 등 여러 가지를 바꾸고 싶은데 혼자서는 뜻대로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영세한 봉제사업주가 노동자들을 4대 보험에 가입시킬 수 있게 독려하고 비용을 일부 보조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사업장 단가, 임금, 노동환경 개선에 나서주면 좋겠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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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수선한 옷 만족해하는 손님 보면 뿌듯해요
수선한 옷 만족해하는 손님 보면 뿌듯해요 (2023-11-13) 유미애 | 수선집 운영·서울 성북구 패딩점퍼 소매를 수선하고 있다. 필자 제공 올해로 수선집을 시작한 지 4년이다. 이젠 잘한다는 소문도 나고 자리가 잡혔다. 사실 내가 수선일을 하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손재주가 좋았던 나는 결혼 전부터 손으로 하는 건 뭐든지 금세 배웠고 그 시간이 행복했다. 하지만 결혼하고 살림하며 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특히 일곱살부터 운동을 시작해 선수의 길을 걸은 작은아이 챙기느라 하루하루가 바빴다. 아이 뒷바라지가 끝나면 취미생활 겸 공방을 운영하면서 중년을 보내고 싶었다. 광고 인생은 내 바람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작은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일 때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고 파산했다. 아이들에게도 위기가 왔다. 특히 작은아이가 10년 동안 해온 운동을 그만두게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집안일만 해온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고된 식당 알바를 하며 생활비와 작은아이 레슨비를 보탰다. 아이가 대학에 가면서 꿈꿔오던 공방 대신 돈벌이가 되는 수선일을 택했다. 아이와 함께 운동하던 누나의 어머니가 수선집을 운영하셨는데 일을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주말마다 경기 고양시에서 서울로 와 수선 기술을 배웠다. 그런 와중에 사장님 제안을 수락해 아예 수선집을 맡아 운영하기 시작했다. 광고 광고 실전은 쉽지 않았다. 예전 사장님 단골들을 다시 내 손님으로 만들려면 실력도 있고 친절해야 했다. 처음엔 전 사장님과 비교하시는 손님들이 많았다. 가장 기본적인 바지 기장 줄임부터 소매 기장 줄임, 품 줄임, 지퍼 교환, 누빔, 고무줄 교체, 허리 줄임과 늘림 등 다양하게 수선을 의뢰받는데 그때까지 배운 것으로는 부족했다. 해보지 않은 수선이 들어오면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보며 배웠다. 그렇게 세월이 쌓이며 안 될 것 같은 수선을 통해 옷이 바뀌는 게 신기했고, 좋아진 내 실력에 스스로 감탄을 하기도 했다. 수선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옷 만드는 법을 알아야 할 것 같아 요즘은 옷 제도와 재봉을 공부하며 틈틈이 실제 옷도 제작한다. 평일에는 오전 9시30분부터 저녁 8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6시까지 일하고 일요일은 쉰다. 보통 하루에 20~30벌 정도 작업한다. 간절기에는 수선하는 양이 두배 정도 늘어 매일 밤 10시가 넘도록 일하고 휴일에도 일할 때가 많다. 광고 처음엔 너무 오래 입어 해진 옷을 굳이 수선해 계속 입으려는 손님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의외로 그런 분들이 많아 놀랐다. 더 신경 써서 오래도록 입을 수 있게 도와드리려 한다. 수선협회에서 정한 가격을 기준으로 수선비를 책정하고 어떤 수선이든 손님이 만족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하려 노력한다. 수선 실력만이 아니라 손님을 상대하는 일도 중요하다. 다양한 손님을 만나면서 배우기도 하지만 힘들 때도 잦다. 보통 바지 기장 수선에 4천원을 받는데 손님들 반응도 제각각이다. 1만원 주고 산 바지인데 수선비 4천원은 너무 비싼 거 아니냐고 항의하던 손님이 기억난다. 원하는 대로 수선했는데도 트집 잡고 수선비도 내지 않고 가는 손님도 있었다. 한번은 자기 바지 대신 남의 비싼 바지를 가져간 손님이 있어, 옷이 없어진 다른 손님에게 바지값을 드리기도 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수선표를 만들어 손님 이름과 전화번호를 기재해 손님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했다. 고생했다고 커피나 과일 같은 간식을 주시는 손님도 있다. 몸에 딱 맞게 옷 입는 걸 좋아하시는 한 손님은 수선하러 자주 오시니 내가 그 손님 취향을 잘 알게 되고 그에 맞춰 수선해 드리면 항상 만족해하신다. 손님이 만족할 때면 나 역시도 수선집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분들이 훨씬 많으니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잊게 된다. 남편도 다시 일을 시작하고 수선집 운영도 안정적이어서 아이들 뒷바라지나 생활에 어려움은 많이 줄었다. 나도 어느새 오십대 초반이지만 아직 젊으니 배울 게 더 많다고 생각한다. 가게에 오시는 손님이 만족해서 다시 오실 수 있도록, 발전하는 나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어려울 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힘을 주고 도와주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내가 받은 도움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려 한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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