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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등재, 세계가 인정한 4.19 혁명의 가치
들어가며 4월 19일,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상징적이고 중요한 날이다. 이 날은 독재 정권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처음으로 명확한 성과를 이룬 기념비적인 순간을 기리는 날이다. 4·19 혁명은 단순한 시위를 넘어서, 대한민국에서 민주적 가치가 꽃피우기 시작한 역사적 전환점이 되었다. 2023년, 이 혁명의 중요성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로써 4·19 혁명은 한국 내부의 역사를 넘어 전 세계에 그 의미를 전달하게 되었다. 2024년 4·19 혁명 기념일은 이 특별한 인정을 받은 후 처음 맞이하는 해로서, 우리는 4월 19일을 통해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앞으로도 그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할 중요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4·19 혁명 흐름을 간단히 살펴보며, 이 날이 우리 모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그 정신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3.15 부정 선거 1960년은 우리나라가 여러모로 어지러운 시기였다. 일제에 의한 경제 수탈에서 회복 중이었고, 한국전쟁의 상처가 아물기 전이었다. 어지러운 시국을 틈타 이승만은 경찰력과 물리력을 동원해 대한민국을 자신의 입맛대로 다스리고 있었다. 이승만은 1952년 부산 정치 파동, 1954년 사사오입을 통해 영구 집권을 노렸다. 자유당은 1958년 12월 24일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을 강제로 축출하고 국가보안법 및 지방자치법을 개악했다. 국가보안법에는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을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고, 지방자치법은 선거로 선출하던 지방자치단체장을 정부가 임명하겠다는 쪽으로 개악됐다. 이를 '24파동'이라 한다. 결국 1년 뒤, 3.15 부정선거가 발생했다. 1960년 1월 23일에 실시된 경북 영일군(을)과 영주군 국회의원 재선거는 3.15부정선거를 위한 예행연습이었다. 이 재선거에서는 자유당은 미리 기표한 투표용지 40%를 투표함에 미리 넣어두는 부정을 저질렀고, 여기에 더해 3명과 9명씩 짝을 지어 조장이 기표 사실을 확인하는 공개투표까지 저질렀다(3인조·9인조 공개 투표). 이러한 수법은 이후 3.15부정선거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다.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 계획을 사전 입수한 민주당은 3월 3일 언론을 통해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 비밀지령’을 폭로했다. 선거 전 부정선거 계획이 들통났음에도 이승만 정권은 계획대로 강행했다. 민주화운동사전에서 정리한, 대표적인 부정선거 방법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1) 민주당 참관인의 투표소 입장 및 참관 방해. 2) 투표 개시 이전, 새벽부터 참관인 없이 진행된 사전 투표(지역에 따라 사전 투표율은 75~80%에 달함). 3) 민주당 참관인에 대한 폭행과 축출. 4) 유권자와 취재기자 폭행. 5) 한 기표소에 3명이 함께 들어가는 3인조 공개 투표. 6) 야당 지지자는 투표하지 못하도록 번호표 미교부. 7) 참관인석에서 볼 수 없는 위치에 투표소와 기표소 설치. 8) 대리 투표와 무더기 투표. 1960년 3월 15일 부정선거에 맞서 대규모 규탄 시위가 마산에서 일어났다. 경찰은 이를 진압하기 위해 물리력을 행사하는 강경진압을 택했다.이때 마산 집회에 참가한 고등학생 김주열 군이 집으로 돌아 오지 않았다. 4.19혁명 약 한 달 후인 4월 11일 오전, 마산 앞바다에서 최루탄이 박힌 채 시신 한 구가 떠올랐다. 김주열 군이었다. 김 군은 3월 15일 시위 때 경찰이 쏜 최루탄에 목숨을 잃었으며, 경찰은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기 김주열 군의 시신을 바다에 유기한 것이었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마산 시민들은 분노했다. "살인 선거 물리쳐라", "시체를 인도하라"라고 외치며 시의회 의장 김성근, 자유당 허윤수, 파출소, 경찰서를 습격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발포로 또 다른 시민이 한 명이 사망했다. 마산 시위는 12, 13일까지 계속 이어졌다. 다만 한 달 전의 시위와 달리, 4월 마산에서의 시위는 새로운 요구사항이 나타났다.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구호가 등장한 것이다. 3월 15일 부정선거 항의 시위에서는 주로 학원의 자유, 정치 도구화 반대, 부정선거 배격, 공명선거 보장 등의 구호가 외쳐졌다. 시위는 곧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고등학생이 주도하는 가운데 4월 12일 대전, 14일 진주, 15일 마산, 16일 청주 그리고 18일 부산과 청주에서 대규모 학생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었다.  4월 18일 고려대 학생 3000여 명이 모여 "민주 역적 몰아내자", "자유, 정의, 진리 드높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가두행진으로 이어 가려 했지만, 경찰의 저지선을 뚫지 못 했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몰래 빠져나와 국회(현 서울시의회 건물) 앞에서 1000여 명이 다시 결집했다. 시위대는 연행된 학우들의 석방과 이승만 대통령이나 최인규 내무부장관의 부정선거 해명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6시 40분경 평화적으로 해산했다. 그러나 귀가하던 고려대 학생들이 봉변을 당했다. 종로4가 천일백화점 앞에서 유지광 대한반공청년단 동부특별단 부단장이 이끄는 화랑동지회 소속 정치깡패 60여 명이 흉기를 들고 학생들을 습격했다. 이로 인해 50여 명의 학생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다음 날, 고려대 학생들의 피습 소식이 대서특필되었고, 다른 대학 학생들에게도 급속도로 퍼졌다. 이 사건으로 인한 학생과 시민들의 분노가 일제히 폭발하면서 4월 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4월 19일 오전, 대광고와 동성고 학생들이 가두 행진을 진행하면서 국회(현 서울시의회 건물) 앞에 모인 학생과 시민이 1만 명에 달했다. 점심 전후로 동국대에서는 2000여 명이, 중앙대에서는 4000여 명이 한강대교를 넘어왔다. 한편, 광화문 쪽에서는 성균관대, 연세대, 홍익대 학생들이 서대문 이기붕 집 앞에서 경찰대, 헌병, 정치깡패와 대치했다. 내무부(현 외환은행 본점, 을지로입구역) 앞에서도 서울대, 건국대, 동국대, 성균관대 학생들이 시위를 벌였다. 늦은 오후가 되자, 중앙청(조선총독부 건물)에서 남대문까지의 대로를 10만 명이 넘는 군중이 메웠다. 경찰이 곳곳에서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 사상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광주, 부산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시위가 일어났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이승만 정권은 계엄령을 고려했다. 내무부장관 홍진기가 계엄령 선포를 건의했고, 국방부장관 김정렬이 동의했다. 이승만의 승낙으로 오후 3시경 서울지구 일대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다. 김정렬은 가평에 있는 국군 제15사단을 끌어 들여 시위를 무력 진압하고 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시위는 '피의 화요일'로 불리는 4월 19일부터 4월 26일까지 계속되었다. 서울은 물론 부산, 대구, 대전, 인천, 김천, 목포, 천안, 포항, 울산, 공주, 원주, 묵호(동해), 진주, 밀양, 여수, 수원, 임실, 제천 등 전국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4월 26일 오전 8시 30분경 동대문, 세종로 일대에 75,000여 군중이 모였다. 시위대는 광화문 사거리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뚫고 중앙청(조선총독부 건물)으로 나아갔다. 진압대는 이에 최루탄으로 맞섰다다. 오전 10시경 시위대는 10만 명으로 늘어났다. 이때 주한미국 대사 월터 매카너기는 김정렬 국방부장관에게 정부통령 재선거 문제를 논의하고 이승만의 장래 역할을 숙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이승만은 대통령직을 내려놓기로 결심한다. 약 한 달 뒤인 5월 29일 이승만은 하와이로 망명을 떠났다. 4.19 혁명이 남긴 것 4.19 혁명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독재에 맞서 국민이 직접 일어나 목소리를 높인 최초의 사례이며, 대한민국 최초로 전국적으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이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가 시위를 주도하였고, 이후 시민들의 대규모 참여로 사회 전반의 민주화 운동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학생과 시민이 사회 변화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더 큰 의미에서 볼 때, 4.19 혁명은 내전으로 확전되지 않고 비교적 평화로운 방법으로 대통령을 하야시킨 시민혁명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러한 평화적 접근 방식은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시민혁명은 약 55년이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다.  2023년 5월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6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4.19 혁명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사실은 이 혁명의 세계적인 의미와 가치를 입증한다. 4.19 혁명을 기념하며, 우리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결코 잊지 말자. 4.10 혁명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정의의 기반을 마련해주었다. 참고문헌  4.19혁명디지털아카이브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4·19혁명 (四一九革命)’민주화운동사전 ‘4월혁명(4.19혁명) ‘국가기록원 <연표와 기록>《조선일보》, 1960. 3. 14.(석간)《동아일보》, 1960. 3. 14.(석간)《부산일보》, 1960. 3. 15.(석간)《조선일보》, 1960. 3. 15.(석간)《조선일보》, 1960. 3. 15.(조간)《동아일보》, 1960. 3. 16.(석간)《마산일보》, 1960. 3. 16.《서울신문》, 1960. 3. 15.(석간) 《고려대학교 4.18의거 실록》, 고려대학교출판부, 2012, 586쪽. 일상 속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학습 놀이터 '성찰과성장' 글 작성 및 편집 : 박배민 성찰과성장.com
👨‍🚒시민 이슈 구조대 활동을 보고합니다
22대 국회의원선거를 두고 많은 수식어가 등장했는데요. 그중 하나는 ‘의제가 사라진 선거'였습니다. 그래서 캠페인즈는 기후위기, 저출생, 젠더, 노동 등 함께 이야기해야 하는 의제를 찾고, 나의 의제를 더 많은 시민과 공유하는 ‘함께 행동: 시민 이슈 구조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4월 5일, 활동을 마무리하며 시민 이슈 구조대가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 모였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을 나눴는지 지금 바로 확인해 보시죠! “지치지 않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번 모임에선 창작그룹 성찰과 성장의 신동주 님과 ‘세상은 망했는데 눈 떠보니 투표일?! 전국투표전도 2024’의 저자 조현익 님이 초대손님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먼저 이야기를 시작한 성찰과 성장의 동주 님은 ‘총선에서 의제가 실종된 이유와 이민자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눴는데요. 동주 님은 선거 시기 의제가 사라진 다양한 원인과 함께 극우정당의 이주노동자 혐오 행동에 주목했습니다. 이어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이주민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사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지치지 않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의제가 실종된 선거 = 다음 선거 때까지 의제를 만들 기회’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한 현익 님은 기존의 정치방식에서의 개선방향을 짚었습니다. 현익 님은 저서에서 썼던 “민의를 ‘받드는’ 정치 말고, 민의를 ‘만드는’ 정치가 필요하다”라는 문장을 언급하며 유권자와 정치인이 함께 의제를 만드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현실 정치에서의 활동 경험과 정치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후 “세상이 망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끝에 『세상은 망했는데 눈 떠보니 투표일?! 전국투표전도 2024』를 발행했다”라고 저서 작성 배경을 공개했습니다. “내일을 위해 투표를 하자"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줄 손님들의 목소리와 함께  3주간 다양하게 활동했던 시민 이슈 구조대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겠죠? 이번 이야기 모임엔 4명의 캠페이너가 시민 이슈 구조대로 활동한 경험을 나눴습니다.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이자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철빈 캠페이너는 ‘2030 유권자 네트워크 - 지겨운 절망을 넘어, 내일을 위한 투표를!’을 통해 전세사기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와 투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철빈 캠페이너는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로 전세사기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 자체를 지금 제대로 논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내일을 위해 투표를 하자"라고 제안했습니다.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하고 있는 짠미 캠페이너는 ‘프리랜서 번역가는 최저 시급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를 통해 프리랜서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이야기했습니다. 짠미 캠페이너는 동일한 업무임에도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열악한 프리랜서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언급하며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회 문제에 관심은 있지만, 생업과 육아로 인해 참여하기 쉽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고민과 논의에 참여해 보게 되어 좋았다"라는 함께 행동 프로젝트 참여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창작그룹 성찰과 성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배민 캠페이너는 ‘부적격자는 밖으로: 대한민국 낙천낙선운동’을 통해 그동안 이뤄졌던 시민사회의 낙선, 낙천 운동을 정리했습니다. 박배민 캠페이너는 낙천, 낙선 운동이 성장해 온 과정을 설명하며 의미를 짚었고, “단순히 인물 교체에만 초점을 맞추며 근본적인 정치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 강한 당파성으로 인해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점” 등 한계를 함께 정리했습니다. 바둑,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작성하고 있는 백아인 캠페이너는 ‘알고리즘, 인공지능이 결정하는 선거의 결과’를 통해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야기했습니다. 백아인 캠페이너는 “우리가 제대로 된, 자신의 선택에 따른, 공정한 선거를 치르려면 오히려 원론적으로 각 정당과 후보들의 정책을 스스로 찾아 보고 직접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라며 유권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양한 사람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초대손님과 시민 이슈 구조대의 이야기 후엔 모임에 참여한 캠페이너들이 함께 ‘의제가 사라진 선거가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는데요. 그 중에선 “당사자성의 결여로 인한 공감 부재”, “극단적인 상황을 부각하는 언론 보도”와 같은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어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는데요. “시민의 목소리를 의제화하는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 “조직된 힘이 필요하다” 등 변화의 시작점을 찾고, 실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40분의 테이블 토론 시간이 훌쩍 지나간 뒤 오늘 이야기 모임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과 터놓고 이야기하는 게 오랜만이어서 좋았고, 이런 대화가 캠페인즈에서도 이루어지면 좋겠다”라는 소감을 남긴 캠페이너도 있었습니다. 캠페인즈의 함께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시민 이슈 구조대의 더 많은 활동은 함께 행동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캠페인즈의 함께 프로젝트는 더 많은 시민이 사회 문제를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앞으로 진행될 함께 프로젝트는 캠페인즈와 시티즌패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변지 도봉구갑, 김재섭이 뽑힌 이유
수도권의 두 이변 2024년 4월 10일 총선,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애초 더불어민주당 우세로 전망된 총선이었다. 파란색 물결은 누구나 예상했다. 기대한 건 이변의 발생이었다. 의외 지역에서 이변이 나왔다. 첫 째는 경기도 화성시 을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당선이다. 더불어민주당 텃밭으로, 더불어민주당 공영운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된 지역이다. 이준석 후보는 여론조사부터 공영운 후보에게 밀렸다. 첫 여론조사에서 20.2%가 나왔고, 공영운 후보는 43%가 나왔다. 결말은 달랐다. 이준석 후보가 최종 42.41%의 득표율로 공영운 후보 39.73%를 누르고 당선됐다. 여론조사부터 지지율 20%를 끌어올린 이변이었다. 화성시을에서 이변이 일어나는 사이, 서울 동북부에도 이변이 일어났다. 도봉구갑 김재섭 후보의 당선이었다. 도봉구는 더불어민주당 텃밭으로, 더불어민주당 안귀령 후보 당선이 예상된 지역이었다. 출구조사도 안귀령 후보가 52.4%로 김재섭 후보 45.5%를 약 7% 앞섰다. 현실은 달랐다. 최종 득표율은 김재섭 49.05%, 안귀령 47.89%였다. 현 도봉구갑 국회의원인 인재근 의원이 3선이라는 면에서 12년만의 교체였다. 예상못한 이변이었다. 궁금증은 왜 이변이 발생했는가다. 전문가와 평론가의 의견은 그들의 생각일 뿐이다. 정확한 답은 유권자에게 있다. 도봉구갑 이변은 도봉구갑 유권자에게 물어야 한다. 김재섭 후보를 찍은 유권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흥미로웠다. 인터뷰 내용이다. — Q. 자기소개 부탁한다 도봉구 주민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도봉구에서 나왔다. 이사도 도봉구에서 맴돌았다. 토박이다. Q. 김재섭을 찍었다. 이유는 난 언더독 편이다. 뻔한 결말은 재미없다. (웃음). 농담이고 간단하다. 안귀령은 도봉구에 비전이 없었고, 김재섭은 있었다. 그 비전이 내가 추구하는 것과 맞든, 맞지 않든 난 비전있고 해보려고 하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표를 준 이유다. Q. 언더독 이변에 대한 심정은?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다. 기쁠 것도 없고, 슬플 것도 없다. 김재섭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능력 있다고 생각해서 뽑은 게 아니다. 후보자 모두 국회의원으로서 능력을 판단할 만한 근거가 없었다. 소위 경력자가 없었다. 다만, 김재섭이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하니까, 해보라는 마음이었을 뿐. 안귀령은 그게 없었을 뿐이다. Q. 녹색정의당 윤오도 해보고 싶은 건 있었을 것 같은데 맞다. 윤오도 4번째 도전하는 것으로 안다. 문구가 기억난다. ‘땀이 빽을 이기는 정치’였다. 땀 흘릴 기회를 얻지 못했다. 개인은 많이 아쉬울 거다. 그런데 그런 말이 있지 않나. 노비 생활도 대감 집에서 하라고. 같은 땀을 흘려도, 큰 정당이냐 작은 정당이냐에 따라 받는 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걸 타파하려면, 대감 집에 가거나 소속된 정당을 대감 집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지 못했다. 녹색정의당이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만큼 컸다면 그가 뽑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 인물 자체도 어필이 안 됐다. 같은 시간 같은 노동을 해도 대기업은 돈을 많이 벌고, 중소기업은 적게 번다. 정치도 다르지 않다. 같은 비전이 있다면 난 더 가능성 있는 사람에게 힘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일 할 사람 뽑는 거다. 그렇다면 일할 가능성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총선 전 현수막 Ⓒ 한량 Q. 유권자로서 김재섭에게 비전이 있고, 안귀령에게 없다고 생각한 이유가 궁금하다 현수막부터 차이가 난다. 김재섭은 현수막에 “재건축, 재개발 용적률 개선, SRT와 KTX를 창동으로 가져오겠다” 등 공약을 걸었다. 안귀령은 “검찰 독재 못살겠다. 심판하자.”였다. 생각해봐라. 누가 도봉구에 비전이 있어 보이겠나? 선거 공보물도 차이가 난다. 안귀령은 얼굴과 구호만 있다. 그나마도 검찰・정치・언론개혁이 절반이다. 지역 발전이 없다. 어느 구에 내놔도 다 쓸 수 있는 내용뿐이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선거는 구호와 사진이 아니라, 공약이다. 주먹 꽉 쥐고 열심히 하겠다가 비전이 될 수 없다. 반면, 김재섭은 공보에 지역 발전 공약을 나열했다. 이것만 봐도 누가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는 건지 바로 나온다. 추진하겠다고 한 정책 옆 사진을 봐도 “아, 이 사람이 지역에서 뭔가를 했구나.”를 알 수 있다. 보여주기라고 해도, 중간에 본인 사진 크게 배치한 사람과 지역 활동 사진 배치한 사람 중, 누가 지역에서 뛰었는지는 명확히 나온다. 또한 김재섭은 각 동별 정책을 정리해놨다. 내가 사는 '동'의 정책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안귀령 공보물엔 없는 내용이었다. 물론 안귀령도 공약은 있다. 하지만 내가 사는 동의 공약은 찾기 어려웠다. 애초, 유권자가 왜 일일이 그걸 찾아야 하는지 싶다. 뽑히고 싶으면, 유권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게 맞다. 유세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김재섭과 윤오가 직접 와서 하는 유세를 보진 못했다. 근데 안귀령은 우연히 봤다. 마이크를 잡고 말하는 데, 거기서도 도봉구에 대한 비전은 들리지 않았다. Q. 뭐라고 했었나 창동역 부근에서 한 차량 유세였다. 안귀령이 이런 말을 했다. “이번 총선은 첫 번째가 윤석열 정권심판, 두 번째가 도봉구 발전입니다.” 도봉구 후보로 나온 사람이 첫 번째로 하겠다는 게 도봉구 발전이 아니라니, 말이 되나? 아무리 정권심판이 프레임이었다고 해도, 너무 안일한 거 아닌가? 지역구 후보가? 이걸 듣고 누가 지역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겠나. 지역 무시로 보이지. Q. 안귀령은 후보 전략 공천부터 말이 있었다 도봉구가 더불어민주당 텃밭이다. 지금 현역 의원도 3선인가 했다. 3선 의원이 당 대표 말에 후보 자리를 포기했다. 그것도 이상했다. 아니 괴상했다. 저렇게 쉽게 물러나나? 그 뒤 전략공천 한 게 안귀령이었다. 누군지도 몰랐다. 연고가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다. 연고가 없어도 능력과 인물 파워가 되면 뽑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전 YTN 앵커, 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이라는 걸 빼면, 가진 게 없었다. 애초 그 경력이 도봉구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나 싶었다. 또 갑자기 떨어진 인물 아닌가. 도봉구를 알리도 없고, 전문성이 있을리도 없다. 과거엔 지역 연고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안귀령을 보니까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후보로 세우는데 도봉구와 주민을 어떻게 본 건지 싶다. 텃밭이니 될 거라 생각한 건 아닌지. 정당 전략 공천이 왜 중요한지 알겠다. Q. 개혁신당 이준석도 연고가 없는데 뽑혔다. 연고가 중요하지 않다는 방증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준석과 안귀령은 입장이 다르다. 그간 보여준 모습 자체에 차이가 크다. 이준석이 대중에 등장한 건 10년도 넘었다. 거기에 여당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했다. 경력이 다르다.  이준석은 원래 다리 건너 노원구에서 세 번인가 나왔다. 노원구가 고향인 걸로 안다. 계속 나오다 안 돼서 경기도로 내려갔다. 고향에서 3번 나와서 안 됐는데,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내려와 당선되는 것도 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이준석 SNS에 들어가면 “~동 주민은 친구추가 최우선 순위” 이런 걸 써놨다. 노원구에 있을 때부터 그랬다. 개인적으론 주민과 가까워지겠다는 신호로 느껴졌다. 지역을 생각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안귀령은 오히려 "여기가 어느 동이냐"는 주민 물음에 아무 답변도 못했다. Q. 안귀령이 유세 동을 몰랐던게 유권자 입장에선 어떻게 보였는지 “아, 지역을 모르는구나.” 그게 패착인지는 알 수 없어도, 유권자가 안귀령을 안 뽑을 이유는 됐다고 생각한다. 치명타는 이재명 고향은 알았다는 점이다. 지역은 모르는데 당대표 고향은 안다라. 참. 그 외중에 후보 포스트에는 ‘도봉 대변인’으로 써놨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인 걸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말과 행동이 다르게 느껴졌다. 박자와 음정을 못 맞추는 가수가 좋은 노래를 할리 없다. 총선 이후 현수막 Ⓒ 한량 Q. 도봉구갑 출구조사와 실제 결과가 달랐다. 어땠는지. 출구조사를 보곤 “그래, 뭐 그렇지.”라며 당연하게 생각했다. 예상 결과도 5% 이상 차이가 났다. 5% 이상이면 뒤집기 어렵다. 오차범위 밖이니까. 그런데 막상 까보니 달랐다. 김재섭이 근소하게 이겼다. “어? 이긴다고? 이걸?” 출구조사 한 사람들이 출구를 잘못 안건 아닌가 싶다. (웃음). Q.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프레임은 정권심판이었다. 실제 민심이 안 좋기도 했고. 그래서 더 먹힐 줄 알고 텃밭에 신입을 후보로 냈는데, 인터뷰를 해보니 그 심판론이 역으로 먹혔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점에선 김재섭이 더욱 발전을 이야기할 수도 있어서 유리했다고도 생각이 드는데, 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실제 지역발전보다 심판이 우선한 걸 비판했으니 그렇게까지 생각은 안 해봤다. (웃음). 갑자기 생각해보면, 심판받아야 한다는 당의 입장에선 심판을 막아달라고 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다. 더군다나 정부가 헛발질을 너무 많이 하자 않았나. 민심이 돌아선 건 여당 후보라도 다 알았을 것이고. 심판 단어 언급 자체가 꺼림칙 할 테니. 질문처럼 발전을 더 말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도봉구갑 개표 결과 켭처 생각해보면 김재섭은 몇 년 전부터 계속 자신을 어필했다. 지하철 입구, 신호등 주변에 현수막을 걸고 어필했다. 내 기억으론 GTX 개통과 지하화가 확정 됐을 때 모두 그랬다. “저 홍보 예산이 어디서 나오나" 이런 생각도 했었다. 그 모든 게 메시지였고, 총선에 작용 한 것 같다. 최소 하늘에서 떨어진 후보가 아니라, 몇 년간 준비해 올라왔다는 인식을 주니까. 혹시 아나, 안귀령도 김재섭처럼 어필하면 다음 총선에서 뽑힐지. Q. 밑에서 올라온 사람과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의 차이라는 것인지 내겐 그랬다. 사실 그간 도봉구 발전에 김재섭의 기여는 없다고 생각한다. 시의원도, 구의원도 아닌데 지역 발전에 무슨 기여를 할 수 있었겠나. 그래도 계속 어필 한 게 통한 것 같다. 놀라운 점은 안귀령이 꽤 많은 표를 가져갔다는 점이다. 김재섭과 불과 1% 남짓 차이였다. 텃밭은 텃밭이다. 만약 안귀령이 정말 도봉구에 정착해서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면, 다음번에는 뽑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낙하산 이미지로도 1% 남짓 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김재섭처럼 이미지를 쌓아 올린다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말하면 도봉구갑 주민 절반은 김재섭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곧 4년 동안 보여주는 게 없으면 다음 기회는 없다는 의미다. 물론 4년 뒤 김재섭이 나온다는 가정하에 이야기지만. 1% 남짓으로 진 안귀령이, 4년동안 차곡차곡 입지를 쌓아 올린다면 다음에는 된다고 생각한다. 김재섭은 지난 총선에서 인재근에게 졌다. 아마 4년간 계속 준비했을 것이다. 이젠 보여줄 때다. 과연 4년 동안 진짜 지역을 위해 뛰었는지, 사진찍기 위해 뛰었는지 기대가 된다. Q. 윤오도 가능성이 있나 아, (침묵) 그게 참 (침묵) 힘들다. 한 정당에서 한 지역구에 4번이나 같은 후보를 냈다. 그런데 계속 떨어진다. 지지율 10%를 넘긴 적도 없고. 정당과 후보 모두 힘이 없다는 의미다. 22대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이 단 1석도 못 가져 간 건 물론 당의 실패다. 하지만 윤오가 도봉구갑에서 보여준 게 없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총선 이후 현수막 Ⓒ 한량 소수정당이 소신있는 건 좋다. 철새보다 훨씬 낫다. 하지만, 소수의 소신이 소수에 머무는 건 이유가 있다. 윤오가 4번째 나왔다는 것도 몰랐었다. 4번이면 익숙할 법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4번 모두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고, 존재감도 없었다는 의미다. 같은 후보를 계속 내는 것도 당에 인물이 없다 의미고. 4년 후에 또 뵙겠습니다, 라고 하던데. 다른 결과가 나올지 의문이다. Q. 도봉구에 새인물이 온 건 어떻게 생각하나. 어째든 3선 의원이 물러난다. 개인적으로 물러난 의원이 다시 돌아오진 못한다고 생각한다. 후보 등록을 양보했다는 건 지역을 스스로 떠난 거니까. 이번 선거 양강 후보 모두 젊었다. 두 후보는 4년 뒤에도 만 40세 이하다. 이 점이 주민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 좋다. 개인적으로 국회의원이 3선 넘어서까지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3선이면 12년이다. 국회의원이 300명인 상황에서 한 인물이 너무 오래하는 건 좋지 않다. 고이면 썩는다. 그 점에서 3선이 나가고 새인물이 들어온 건 좋다. 질문처럼 김재섭과 안귀령은 4년 뒤에도 젊다. 한 지역에 젊은 정치인들이 경쟁하는 건 그 자체로 좋은 현상이다. 개인적으론 내 지역이 젊은 사람들의 무대가 돼서 좋다. 젊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만, 늙었다고 더 좋은 것도 없다. 4년 뒤에는 어떨지 벌써 기대 된다. Q. 비례대표는 어느 정당을 뽑았나 조국현식당을 뽑았다. (웃음). 개인적으로 조국을 좋아하지 않는다. 현 정권은 더 좋아하지 않는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부다. 조국이 잘났다는 것도, 과오가 없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잘못한 사람들 밖에 없다면, 부끄러움을 알고, 여론의 난도질을 당한 사람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최소 같은 과오를 반복하진 않을 테니까. 그 점에서 조국혁신당은 현 정부를 비판하며, 제 1야당에게 영향력도 행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Q. 지역구 의원은 정부 여당 후보를, 비례대표는 그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당을. 아이러니하다.  지역구에는 지역 발전을 말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민심이 정권에 불만족스럽다는 걸 아는 여당 당선인이라면, 민심을 우선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 점에서 여당 정치인 뽑는 걸 현 정부에 힘을 실어 주는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당 당선인이 민심을 따르면 정부 비판에 더 힘이 실린다고 생각한다. 김재섭이 당선돼서 그렇지, 실제 안귀령과 표 차이 얼마 나지도 않는다. 윤오까지 합치면, 김재섭 지지자는 과반이 안 된다. 도봉구을은 더불어민주당이 뽑히기도 했고. 눈치 볼 거라고 생각한다. 22대 총선 결과 하면 캡쳐 Q. 민심은 정부에 반한다고 생각하나 총선 결과에 답이 있다. (웃음). 개혁신당도 철저히 야당 입장이라던데. 생각 제대로 있는 정치인이라면, 민심이 뭔지는 정확힐 알 거다. Q. 다음 총선에선 누굴 뽑을 건가 (웃음) 총선 끝난지 언제라고 벌써 다음이냐. (웃음). 난 언더독 편이다. 이제 언더독이 누구일까? (웃음)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재밌었다. 정치 얘기하면 싸우기 마련인데, 다 까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누굴 뽑고, 어느 당을 지지하느냐가 그 사람을 보여주는 건 아닐 텐데. 어째 사회는 그렇게 몰아가려는 것 같다. 그 점에서 신선한 대화였다. — 22대 총선 및 인터뷰 후기 : 이변을 만드는 건 유권자다 개인적으로 소신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그 소신이 나와 맞다, 안맞다는 다른 문제다. 제 22대 총선 도봉구갑 선거에서 소신 있는 사람은 김재섭과 윤오였다. 김재섭은 21대 총선에서 낙선하고 다시 나왔고, 윤오는 3번의 낙선을 딛고 다시 나왔다. 이 자체로 지역에 대한 소신은 증명됐다고 생각한다. 인터뷰이의 말대로 그 소신이 진짜였는지는, 김재섭 당선인이 향후 4년동안 보여줘야 할 모습이다. 평가는 4년 뒤 총선에서 유권자가 할 것이다. 도봉구갑 지역의 개표 과정은 흥미로웠다. 출구조사부터 승리가 점쳐진 안귀령 후보는 개표 초기, 김재섭 후보를 앞서나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차이가 좁혀지더니, 김재섭 후보가 역전을 했다. 이후 탑독이던 안귀령이 언더독이 되어 김재섭 후보를 따라가는 모양새였다. 그 차이가 너무 미묘해, 개표가 완료될 때까지 '유력'이란 글자가 뜨지 않았다. '당선'이라는 글자는 선거 다음날 새벽이 되어서야 떴다. 덕분에 나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서울 도봉갑과 경기도 화성을을 보며 두 가지가 보였다. 첫째, 선거는 시작 시점 숫자가 아니라, 끝날 때의 숫자로 하는 경기라는 것. 둘째, 그 경기의 이변은 유권자가 만든다는 것. 도봉갑과 화성을은 모두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었다. 이변이 보여주는 건 텃밭이라고 안심하지 말고, 지역 유권자의 바람을 정확히 알라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언제나 이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텃밭이 당의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지역은 당의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 즉 유권자의 것이다. 텃밭이 누구 텃밭인지도 지역 유권자가 만든다. 김재섭이 이변을 만들었다, 이준석이 이변을 만들었다는 건 맞지 않는 표현이다. 유권자가 만든 이변이 정확한 표현이다. 인터뷰에서 보여주는 건, 지역민은 당의 프레임이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해 투표한다는 것이다. 후보가 지역에 어떤 비전과 공약을 갖고 있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 인터뷰였다. 김재섭 당선인이 어떤 지역 발전을 이룰지, 낙선한 안귀령 후보가 어떤 절치부심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가 된다. 안귀령 후보는 "여기가 무슨 동이냐"는 지역민의 물음에 우물쭈물하며 답하지 못했다. 그걸 보고 지역민이 "어차피 철새처럼 떠날 사람인데, (왜 뽑냐)"고 하자, 안귀령 후보는 "아니에요, 저 이제 여기에 뿌리 박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 말이 진심인지 기대가 된다. 진심이라면 행동은 따라올 것이다. 소신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다음 총선에서도 소신있는 후보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때는 진짜로 내 한 표가 선거를 결정짓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작할 때의 숫자가 아닌, 끝날 때의 숫자에 내 표가 영향력을 줄 수 있도록, 내 표를 누구한테 줄지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김재섭, 안귀령, 윤오 모두 지역을 위해 힘 내줬으면 좋겠다.
선거가 끝났다(feat. 이승빈 - 무지개 대한민국).
선거가 끝났다. 출구 조사와 다른 결과에 놀란 사람도 있고, 계속된 접전 끝에 새벽이 다 지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번 총선에 대해 큰 기대나 관심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검색창을 새로고침하고 개표 방송을 한 번씩 보면서 어떤가 확인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선거를 몇 번 하다 보니 눈에 익은 얼굴들이 생겼고, 어쩌다 보니 관계가 있는 분들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정치는 세상을 바꾸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국가의 모든 예산은 법에 근거해서 집행된다. 정치를 통해 법을 만들고, 법 한 줄, 예산을 이야기하는 근거를 만든다. 그 한 줄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다툰다. 그러나 아직 누군가에게 투표를 해야 한다고 설득할 자신은 없다. 나 한 사람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냐는 물음에 그동안 쌓인 불신을 해결할 만한 해결책은 없다. 표 하나가 얼마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아무리 뉴스에서 이야기해도 각자의 삶이 바쁜 지금, 우리들에게는 와닿지 않는다. 그렇게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1.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정계 은퇴를 발표했다. 4선 의원이자 2번이나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번에 경기 고양시갑 선거에서 18.41%로 3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가 소속된 녹색정의당은 2.14%를 기록해 국회에 한자리의 의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이전 선거 때는 10% 가까이 차지할 만큼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던 그들의 자리는 어느새 사라졌다. 녹색정의당은 이번 선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타격이 많았다. 의원들의 탈당부터, 내/외부의 다양한 이슈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에 의구심이 생겼다. 그뿐만 아니라 조국혁신당, 새로운물결 등이 눈에 들어오며 정의당만의 날카로움과 뾰족함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노회찬에서 시작해서 심상정으로 이어지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의 인물은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10%의 기대감은 어느새 2%의 실망감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20년 진보 정치가 그렇게 막을 내렸다. 21대 국회의원인 장혜영 의원은 서울 마포구을에서 8.78%로 3위를 기록했다. 그다음을 기약한다면 여기에서부터 시작이지 않을까. 거대담론과 뜬구름 잡는 이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와닿는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따라 다음 도약의 시기는 달라질 것이다. 2. 극단의 정치가 계속된다. 조국혁신당이 24.25%를 기록해 12석을 차지했다. 개혁신당은 3.61%를 차지해 2석을 가져갔다. 그리고 이준석은 지역구에서 당선되어 개혁신당은 총 3석을 확보했다. 엘리트주의와 혐오를 통해 지지를 얻기 시작한 그들은 정책이 아닌 정권 심판에만 집중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정당별 특색과 정책이 보이지 않았다. 서로를 심판하겠다는 이야기 외의 모든 이슈는 묻혔다. 그들의 전략과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지역구를 공천하지 않고, 비례에만 집중해 민주당의 빈 부분을 끌어들인 조국혁신당의 전략,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고 여론&출구 조사 모두 뒤지고 있었지만 결국 역전을 통해 가능성을 증명한 이준석과 개혁신당. 당선이 확정된 조국은 바로 대검찰청으로 달려가 김건희 여사 소환 조사를 외쳤다. 내가 괴롭힘당한 것처럼 나 역시도 응징하겠다는 표현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몰려든다. 네거티브와 혐오가 더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더욱 커지고, 이로 인해 앞으로의 선거는 정책 없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비판과 타인에 대한 비난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점점 더 우리는 끝으로만 모이고 있다. 3. 무엇이 남았을까. 우리에게는 무엇이 남았을까? 더불어민주당이 잘 해서 지금의 의석을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는 역전을 당하기도 했고, 예상외로 비슷한 득표를 보였던 지역도 많았다. 그렇다면 국민의 힘은 무엇을 했을까?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지지자층을 열심히 다시 모았다. 그리고 그 사이를 혐오와 비판으로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이 들어왔다. 그게 전부다. 조국과 이준석의 돌풍에 놀라고, 국민의 힘을 보며 손가락질하고, 녹색정의당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검색창을 닫는다. 앞으로 4년 동안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우리 동네 의원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다음에 또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4. 그럼에도 조금씩 변한다. 내가 살고 있는 도봉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였다. 몇 년 동안 접전은 있었더라도 꾸준히 민주당이 당선되었다. 그러나 이번에 이변이 나타났다. 심지어 당선인은 기존 유력 인사가 아닌 젊은 신인 정치인이다. 서울 도봉구갑에서 국민의힘 김재섭 후보가 2% 차이로 당선되었다.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 동북권에서 여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당선되었다. 도봉구 토박이일 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내 입장에서도 정말 열심히 유세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를 가도 계속 있고, 그 누구보다 일찍 나와 좋은 자리를 많은 사람들과 차지했다. 여러 방송에도 등장하고, SNS를 통해 10대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그의 모습에 도봉구 주민들도 다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의힘에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보게 된다.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이 이번에도 재선에 성공하고, 김재섭 후보가 공천에 성공하고 당선될 만큼 세대교체도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무엇이,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투표를 하는 이유는 이런 변화를 기대하고 보기 때문이지 않을까. 5. 무지개 대한민국을 그린다. 요즘 가끔씩 보는 유튜버가 있다. 피아노 방송을 하는 '이승빈'이다. 피아노 코드를 굉장히 잘 치면서도 살짝 나사가 빠진 모습이 재미있어 보인다. 어느 날 이분이 과거에 발매한 노래를 하는 쇼츠를 보았다. 노래의 제목은 무려 '무지개 대한민국'. 살펴보니 만 19세일 때 노래를 발매했다고 한다. 노래를 발매했던 당시에는 굉장히 악플을 많이 받았는데, 오히려 지금 사람들이 많이 듣기 시작했다고 한다. 노래 가사가 굉장히 와닿고, 어렵지 않아서 이동할 때 계속 반복해서 듣는다. 다 같이 사이좋게 하하호호 웃으면서 지낸다는 말은 동화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바뀌고, 같이 있는 사람들도 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와 비난의 시대에서 함께 웃는 그 모습을 오늘도 한 번 더 상상한다. 남녀노소 서로간의 갈등부 가난 대물리는 신분좌우남북 슬픈 편 가르기두려움 가득한 색안경 하나로모든 것이 나뉘어져 가는 혐오의 시대 ... 그대와 내가 좋아하는 색이 달라도서로를 미워하지는 말아줘요하늘에 만개하는 무지개 나라에서도일곱 요정들이 서로 손을 잡아요촛불을 드는 아이도 태극기 할아버지도다 아름다운 꽃과 같은 사람들누구나 함께해요 무지개 대한민국 ... 두려움을 떨치고 서로를 바라봐줘요조금 다를 뿐 우린 모두 아름답죠내 편은 생각하는 것만큼 선하지 않지만그들도 생각만큼 악하지 않아요누구나 함께해요 무지개 대한민국
의제가 실종된 선거 = 다음 선거 때까지 의제를 만들 기회
제가 쓴 책의 작가로서 “함께 행동”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의제가 사라진 선거가 된 이유’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사실 그렇습니다. 저는 확고하게 지지하는 정당이 있고, 그 정당의 주요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기도 합니다. ‘정치 산업’에 꽤 깊이 발을 담근 사람으로서, 저는 의제가 사라진 선거라고 평가받는 2024년 총선을 만드는 데 알게 모르게 기여한 장본인일지도 모릅니다. 지역과 전국 단위 정치활동에서 아무리 의제를 발굴하고 내세우더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찾거나 만들지 못하고, 미리 잘 만든 의제를 다른 정당에 빼앗긴 뒤에는 “너희 당은 늘 비현실적이고 엉뚱한 이야기만 한다”는 핀잔을 듣길 반복하다보니 지치는. 그래서 의제를 내세우는 정치활동에는 비전이 없다고 포기하게 되는, 그런 장본인이요.  돌이켜보니 이런 회한이 제가 쓴 책 〈세상은 망했지만 눈 떠보니 투표일?! 전국투표전도 2024〉에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정치로 세상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세상이 너무 망해있다는 공감대에서 시작한 이 책은, 특정 정당이나 정권을 막론하고 지난 6년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망해갔는지 과거의 사건들을 복기하는 내용으로 출발합니다. 총 43가지 주제, 295개의 사건으로 정리한 이 내용 하나하나가 (저를 비롯한) 정치 산업 종사자와 정치 그 자체가 실패해서 한국 사회가 망해버린 모습이고, 또 우리 유권자가 선거에서 다뤄야한다고 생각하는 의제일 것입니다.  이런 의제들이 왜 지금껏 소외되었는지 생각해보니, 정치 산업 종사자 그리고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정치 평가의 기준이 수명을 다 한 것 아닌가 합니다. 그 중 하나로, 책에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민의를 ‘받드는’ 정치 말고, 민의를 ‘만드는’ 정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민의를 받드는 것이 정치인의 최고 덕목이라고 일컬었지만, 사실 민의를 받든다는 것은 모든 유권자가 갈등 없이 함께 바라는 것, 예를 들어 지역개발 사업이나 지원금 사업 같은 것을 추진할 때에나 가능합니다.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이해관계가 직접 충돌하는 갈등 사안에서는 어느 정치인이라도 모든 민의를 받드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결국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지요. (1) 양쪽 중에서 원래 조직력과 자본을 많이 가진 쪽이 주장하는 의견, 즉 대세를 따르거나. 아니면 (2) 사안에 대한 논의 자체를 뭉개고 회피하거나. 이렇게 의제가 실종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미 존재하는 민의를 받들겠다는 정치 말고, 민의를 만드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갈등이 있고 깊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에 정치인들이 뛰어들어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의견이 민의의 대세가 되도록 사람들을 설득하고 조직하는 일. 또는  민의가 만들어질 때까지 공론장을 열고, 정치인들이  갈등하는 사람들끼리 조율하고 협상하도록 중재하는 일.  이런 일을 가치있게 평가하고 좋은 정치라고 인정하는 사회가 된다면, 정치에서 실종된 의제를 다시 복원하고 망해버린 세상도 되살릴 기회가 생길 겁니다.  “민의를 ‘받드는’ 정치 말고, 민의를 ‘만드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말은 사실 정치 산업 종사자 뿐만 아니라 우리 유권자에게도 적용되는 말입니다.  우리는 지금껏 정당·정치인에게 우리의 민의(의제)를 받들어달라고 요구하거나, 우리의 민의를 받들어 줄 사람을 발굴하여 열광적으로 응원하고 출마시키는 것에만 익숙했습니다. 2024년 총선에는 그럴 만한 정당·정치인을 찾을 수 없어서 절망적이라고 느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유권자가 이렇게 수동적으로만 정치할 이유는 없습니다.  유권자도 직접 민의를 만드는 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나와 같은 요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서 모으고, 약간 다른 위치성을 가지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비슷한 요구를 가진 사람들도 합류할 수 있도록 의제를 키워보고, 이렇게 키워진 민의를 외부에 위협적으로 드러내서 더 큰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동료 유권자들은 ‘아하, 이 뜻에 동참하는 게 좋겠어 / 내게도 뭔가 이익이나 도움이 되겠구나’ 라고 느끼고, 정당·정치인들은 ‘아하, 이 뜻에 동참하면 내 가치관도 실현하고 표의 이익도 되겠구나’ 라고 느끼며 우리와 함께 움직일 겁니다. 이런 시도에 참고할 사례가 2가지 떠오릅니다.  첫째는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주간경향 기사) 입니다. "체제전환운동"은 지금까지의 정당 질서의 논리에 무비판적으로 편입되지 않고, 기후위기 대응과 자본주의 체제 변화 등의 주제를 정치에 적용시키려고 하는 사회운동 및 시민운동 활동가들의 모임입니다. 10대부터 60대까지, 여러 성별을 넘나들며 모인 이들은 서로 다양한 입장을 가졌지만 "적어도 총선의 시계에 우리의 시간을 맞추지 말고 [정치에 대응하는] 우리의 시계를 만들자는 취지"(미류 공동집행위원장)에 동의하여 공동행동을 조직하고 앞으로의 활동을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 일정에 연연하지 말고 기후위기와 자본주의 체제 변화를 주제로 하는 의제화에 꾸준히 도전하여 독자적인 힘으로 정치를 움직이자는 시도이지요.  둘째는 플랫폼P(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를 지키기 위한 "플랫폼피 입주사 협의회"의 활동입니다. 마포구청이 운영하던 플랫폼P를 다른 창업지원기관으로 용도변경하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센터 운영이 파행에 빠지자, 센터에 입주해 있던 소형 출판사, 작가, 디자이너, 프리랜서 편집자, 번역가, 사진작가 등 50여 개 입주사가 협의회를 결성하고 이를 막는 운동을 벌였습니다. (잡지 '출판문화' 기고글) 마포구 주민과 도서문화를 사랑하는 전국의 개인/단체 2,000여 곳의 서명을 조직하고 "마포책소동" 북페어 등의 캠페인을 벌인 결과 마포구청은 결국 센터를 존치시켰으며, 2024년 총선에서는 이 지역구(서울 마포구 을)의 후보 3명이 모두 이 이슈에 주목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플랫폼P를 비롯한 마포의 출판·디자인 관련 공약을 내걸기에 이르렀습니다. 플랫폼P 문제를 일찍이 지역 정치와 전국적인 출판문화 이슈로 만들어, 끝내 선거에서 의제화하는 데에 성공한 셈이지요.  사실 선거 직전 며칠 동안 이번 선거를 살펴보고는 의제가 실종되었다고 실망하기만 할 것은 아닙니다. 유권자든 직업 정치인이든 민의를 ‘만드는’ 작업에는 몇 년씩 시간이 걸리기 마련입니다. 그 작업을 우리가 미리 해놓지 못했기 때문에 2024년 선거에서 너무 많은 의제가 실종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선거를 시작으로 4년의 긴 시간동안 정당·정치인과 유권자들이 더 많은 민의를 조직하고 의제를 쌓도록 해서, 2028년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더 풍부한 의제를 논의하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만약 그 과정에 도움이 될 만한 정당·정치인을 (운 좋게도) 발견할 수 있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그에게 우리의 소중한 표를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총선에서 의제가 실종된 이유와 이민자에 대한 고민
정쟁만 있고 의제는 없는 이번 선거에 대해 그 이유를 한 번 고민해본 적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정답은 찾지 못하였지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든 생각은 ‘실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2016년 총선 때에는 ‘청년’이 의제였습니다. 청년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반영이 되지 않은 시기였고 청년 후보라고 나온 이들은 40세가 넘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부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청년기본법이 제정되었으며, 진짜 청년 나이대인 국회의원도 등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청년의 삶이 그다지 나아진 것 같지 않습니다. 청년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은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을 하였고, 청년이 직접 정책을 제안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정책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청년수당, 청년센터 등 제안 정책이 막상 실현되어도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기도 했습니다. 재작년부터 큰 이슈로 뜨고 있는 전세 사기 피해자의 50% 이상이 2030 청년이었지만, 정부는 이들을 구제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정치권은 계속 청년을 위한 정책을 하겠다고 부르짖지만 여전히 청년세대의 목소리는 기성세대 목소리보다 작습니다. 담론의 당사자인 청년의 입장에서 이러한 현실은 정치에 대한 관심을 사그라들게 만듭니다. 청년 외에도 다양한 의제가 있었습니다. 여성, 환경, 기본소득 등 2010년대 후반부터 과거에는 대중적이지 않았던 의제들이 대중화되었습니다. 여성 의제는 우리의 실생활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지만(몰카 범죄, 성범죄가 ‘범죄’임을 인식하도록 함) 이에 대한 백래시는 엄청 납니다. 레디컬 페미니스트의 행동을 일반화하면서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현상이 생겨나고, 대다수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정치인들은 더 이상 ‘여성’을 의제로 하지 않습니다. 한편으로 ‘페미니스트’ 의제로 정치인이 된 이들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환경 의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개인의 노력이 지구를 고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됨에 따라 약해졌습니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체감하지만, 금세 무기력해집니다. 많은 이들이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강력한 운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기본소득도 한때 혁신적인 의제였으나, 완전하지 않은 기본소득(청년수당, 재난지원금 등 소득기준 없이 지급되었던 소득)이 지급된 후, 그 정책은 단지 삶에 약간의 도움을 주는 복지 정책이 되었습니다. 기본소득만으로는 지금의 경제 문제들을 해소할 수 없음을 경험한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실망들이 모여 의제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지 않았나 추측합니다.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의제들이 선거 후에는 지속적으로 실망을 안겨주니, 사람들도 더 이상 의제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이러다 영영 의제가 사라지는 선거만 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두렵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우울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최근 주변 친구들에게 투표를 할 건지 물어본 적이 있는데요, 친구들이 하나같이 ‘남들은 안할 것 같은데 나는 할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무엇을 보고 후보를 뽑을 것이냐는 질문에 ‘지역을 위해서 일할 것 같은 사람’이라는 뻔한 답변을 받았지만, 중요한 것은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2030 청년의 투표율은 점점 오르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누군가가 ‘실망하지 않을, 그러면서도 매력적인 새로운 의제’를 띄우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그 의제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렵겠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이민자와 관련해서 최근 큰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위 기사는 극우성향 정당 자유통일당의 총선 후보자와 자국민보호연대라는 단체가 이주노동자들을 강제 검문·체포하는 활동을 했다는 기사입니다. 저는 이 기사를 처음 접하고 나서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불법이민자’를 직접 잡아서 경찰서에 넘기는 행위를 총선 전략으로 세웠다는 것과 그것을 실행하는 단체 이름이 ‘자국민보호연대’라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비인간적 행위를 총선전략으로 선택했다는 것은 사람들이 암암리에 가지고 있는 이민자 혐오를 이용하겠다는 것이고, ‘자국민보호연대’라는 이름을 사용했다는 것은 이민자를 자국민의 적으로 보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전형적인 약자에 대한 혐오입니다. 경제가 불안정해지고 삶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어떠한 집단을 혐오하게 되는데, 앞으로의 혐오 대상이 ‘이민자’가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과거부터 여러 나라에서 이어져온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는 이민자가 많지않아 정책적인 고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면서, 마치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을 간 것처럼,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들어오고 있어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민자들은 한국에서 고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제도에 의해 불법체류자가 되고, 실생활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사실 작년까지 크게 관심을 가져보지는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가을에 두바이에 가게 되면서 이민자를 자국민과 차별하는 것이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두바이가 속해있는 아랍에미리트는 80%가 이민자로 구성되어있는데 2021년 이전까지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거의 내주지 않았습니다(21년도부터 부동산을 보유하거나 과학자, 의사, 엔지니어, 예술가, 작가 등 특별한 재능과 직업을 가질 때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음). 그래서 온갖 복지혜택은 20%의 자국민만 받고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은 모두 이민자가 하고 있으며, 자국민은 주로 편안한 일자리를 얻습니다. 이 사실을 처음 인지하였을 때, ‘이민자 문제’가 얼마나 큰 문제인지 깨달았습니다. 그 나라 경제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80%가 정치적 권리를 가질 수 없다니,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만큼 자국민이 적지는 않으나 이민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2015년 1,711,013명이었던 외국인주민 수는 2022년 2,258,248명으로 증가함). 이들은 우리나라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치적, 경제적으로 차별당합니다. 정치적 권리가 없으며 수혜의 대상으로만 인정됩니다. 신체적으로 힘든 일을 주로 하며, 비자가 끝나 불법체류자가 되면 그나마 있던 보호망도 잃은 체 저임금으로 착취당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시민권이 없다면 차별은 계속될 것입니다(물론 시민권 획득이 충분조건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생김새, 말투 등에 의해 시민권을 획득했더라도 차별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시민권 획득은 정치적 권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두바이에 같이 간 지인에게 너무 심각한 문제이지 않냐고 물어보자 “어쩔 수 없지 뭐. 자국민이 먼저지”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지인에게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주는 방법을 고민해봐야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했을 때, 그 지인은 절대 그러면 안된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너무나 단호하여 당황한 기억이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국제결혼 했지만 남편이 아기 태어난지 일주일 만에 죽어서 한국 국적을 따지 못한 여성에 대한 영상을 보았는데 많은 댓글들이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주면 도망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늦게 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이 문제를 다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두가 이민자 친구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집단에 대한 혐오는 그 집단의 구성원을 직접 만나고 이해했을 때 해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친구가 이민자일 때, 이민자에 대한 차별을 목격하면 함께 분노하겠죠. 다만 이민자와 친구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정책입안자 분들이 고민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이민자 권리를 확대하는 캠페인을 하거나, 공론장 논의 주제로 띄우거나, 관련 컨텐츠 등을 만드는 활동이 있을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이민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의제를 어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유통일당과 같은, 인권에 대한 아무런 의식도 없고 타인에 대한 혐오로 가득한 극우 정당이 득세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총선 공약, 국민에게 ‘힘’이 될 수 있을까?
🌪️총선이 성큼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각 정당은 공식 선거운동에 나섰고 후보자들이 나와 토론회를 여는 모습도 보입니다. 제일 재밌는 것 중 하나가 싸움 구경이라지만, 선거철 후보들의 입씨름을 보는 마음은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 하나뿐인 표를 어디에 던져야 할지도 고민이고 어디에 투표한들 좋은 변화가 있을지 불안하기도 합니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가져와 봤어.”라며 갖가지 공약을 쏟아놓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시민을 위해 뛰겠습니다”라며 입바른 소리를 하지만... 과연 이번엔 믿어도 될까요?🤔 정말 나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존경하고 나를 위해 일해줄 후보라면 나와 닮은 점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장 둘러보았을 때 제 삶을 이해할 것 같은 후보는 보이지 않습니다. 후보들의 평균 나이는 작년보다 높아졌고, 여성 후보의 비율은 줄었습니다. 다양한 삶은 끼어들 틈을 잃고 절박한 의제들이 외면받는 것 같다고 느끼는 건 저 하나뿐일까요? 허울좋은 단어로 길어진 고속열차가 달리는 동안 걸어서 이동하는 수많은 사람은 잔상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질 것만 같습니다. 🏃‍♂️🏃‍♂️🏃‍♂️ 저는 벌써 다리가 아프네요. 나열하기에 끝도 없을 문제들이 한국인의 삶을 짓누르고 있는 지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캠페인이 한창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 복합적 위기들은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 시민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결국은 정부와 정치권이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문제들이다. 정부와 21대 국회는 대부분의 미래 의제들에 대해 눈을 감고 입을 닫아 대안을 생산하지 못했다.  미래 의제가 사라진 선거, 괜찮은가요? (참여연대 2024.03.29) 그래서, 뭘 하시겠다고요? 👀 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각 정당의 공약을 둘러보니 나열한 순서에 따라 어떤 분야를 우선하고 있는지 알 것 같은데요. 1호 공약이 아무래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의제일 테니까요. 재미있게도 국민의 힘에서 발표한 1호 공약은 가족, 육아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지만요. 여가부 폐지를 염두에 둔 듯 해당 부처의 업무를 흡수하는 ‘인구부’를 신설한다는 내용이 눈에 띕니다. 일터와 가정에서 ‘모두 행복’할 수 있게 하겠다면서 여성/가족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는 폐지하겠다는 기조가 참 아이러니합니다. 국민의힘 '저출생' 총선 1호 공약…부총리급 '인구부' 신설 (노컷뉴스 2024.01.18)  우편으로 오는 공보물이 아닌, 선관위 홈페이지와 각 정당의 보도자료를 찾아 읽으면서 공약을 정독한 건 처음이었는데요. 매 호마다 다른 작성자에 의해 쓰인 티가 많이 난다는 걸 느끼면서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로 느껴진 감상은 답답함, 실망감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제목에는 청년의 행복, 희망 같은 것을 적었지만, 세부 내용을 읽다 보면 반가운 변화나 희망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지원을 확대하고 이것저것 바꾸겠다고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제 삶에 적용될지 그려지지 않는 것도 같습니다. (글쎄요, 아무래도 공약에 기술된 청년은 결혼을 준비하는 청년, 여성은 일도 하고 아이도 낳는 여성이었달까요) 저출생 등 주요 의제에 관해 여야의 주요 공약을 비교하는 기사도 읽어봤지만, 글에 인용된 전문가 역시 ‘아쉽다’는 평을 내놓았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여야 정책의 차별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청사 세종 이전이나 차별금지법, 경제민주화 등 논쟁적인 공약도 적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정치인들이 큰 어젠다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측면도 있고, 한국 사회가 고도화·선진화돼서 선택지가 좁아진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여야가 띄운 총선 화두는 ‘저출생과 기후위기’ (경향신문 2024.03.14)  휴, 저의 힘은 안 되어주실 모양😅 제 눈앞의 여러 문제를 ‘국민의 힘 총선 공약’이라는 채에 걸러보았는데, 걸러지는 것 없이 후두둑 제 몫으로 남은 것 같습니다. 가진 것 없이 먹고 살아야 하는 저의 주거 문제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혼자서도 잘 살고 싶은 저의 노후는 어떻게 상상해야 할까요? 🤯 ‘청년 없는 총선’이 맞는 것 같아서 한숨이 조금 나오지만, 투표를 포기할 순 없고요. 남은 시간 동안 작고 소중한 제 표 하나가 어디로 향해야 할지 고민해 보려 합니다.. 총선을 앞두고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이라면,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각 정당의 공약을 통합 조회해 보시길 권합니다. 묘하게 재미있는 시간일 수도 있어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정당까지 줄지어 총 59개 정당이 표시되어 있는데요. (선관위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정당의 버튼은 비활성 되어있습니다) 분석이 포함된 정보가 필요하다면 총선을 위해 작성된 여러 읽을거리를 함께 참조해도 좋습니다.  📌그래도 들여다 보자! 총선 공약 바로가기 📌 🔎22대 총선 관련 캠페인즈에서 더 읽기🔎 총선 저출산 공약, 함께 비교해볼까요? - 지은의 투표 | 캠페인즈  제22대 총선 친환경선거만들기 캠페이너 | 디지털 시민 광장, 캠페인즈  🤝총선, 인재영입이 말해주는 것 - 애증의 정치클럽의 토론 | 캠페인즈  요즘 핫한 동물권, 총선에서도 핫할까? - 진솔의 토론 | 캠페인즈 
부적격자는 밖으로: 대한민국 낙천낙선운동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 지난 1월 3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이하 2024 총선넷)'가 '다시 한번, 기억 약속 심판'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식을 가졌다. 90여 개의 시민 조직이 참여한 2024 총선넷은 혐오 정치를 종식시키고 희망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낙천낙선 활동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 시민사회가 이뤄온 낙천낙선운동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 *본 글에서는 낙천낙선운동을 처음 시작한 진보 진영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다룬다.▲ 2024총선시민네트워크 출범식 모습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제공 낙천 그리고 낙선 지난 3월 한 달간 뉴스에서 자주 등장한 단어는 아마 '공천'일 것이다. 데이터 분석 서비스 'Sometrend'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공천' 키워드 언급은 2,145건으로, 단순 계산 시 하루 평균 71.5건, 시간당 세 번씩 뉴스에서 다뤄졌다. 공천이란, 정당이 선거 출마자를 당의 후보로 공식 추천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성찰' 정당 소속 '박성장'이 선거에 출마하려면, 공천을 받아야 '성찰당의 박성장입니다'라고 소개할 수 있다. 공천에서 떨어지면 선거를 포기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한다. 낙천낙선운동은 바로 이 공천에서 시작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낙천(공천에서 탈락시키기) 운동은 부적격자를 사전에 정당 밖으로 나오지 못 하게 하는 것이며, 낙선(후보자를 탈락시키기) 운동은 이미 후보로 등록된 사람을 선출하지 않는 것이다. ▲ 지금도 쏟아 지고 있는 ‘공천’ 키워드 ⓒ성찰과성장 감시에서 낙천낙선으로 대의민주주의(의회정치)에서 정당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다. 정당은 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를 하나의 정치적 의제로 집약하여 유권자가 자신의 의견을 정책과정에 반영시킬 수 있게 한다. 또한 정당 활동을 통해 유권자가 정치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시민 참여가 촉진되고, 민주적 참여 방법에 대해 배우게 된다.그런데 이런 정당 시스템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 할 때, 정당의 역할을 대체하려는 새로운 흐름이 생겨난다. 이미 유럽(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는 1970년대부터 유럽의 시민사회는 기성 정당 체제(위계적이고 비민주적인 대의 방식)에 비판을 제기하며, 새로운 정치 이슈를 제안해왔다(Lawson and Merkl, 1988; Dalton and Keuchler, 1990).이런 세계적 흐름 속에서 등장한 것이 2000년 ‘총선시민연대’다.  잠시 세기말로 눈을 돌려보자. 1999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등 중앙시민단체를 주축으로 ‘국정감사 모니터 시민연대(이하 국감연대)’가 결성됐다. 목적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평가였다. 하지만 국회 14개 상임위원회 중 9개 상임위가 국감연대의 방청을 불허하고, 2개 상임위는 부분 방청만 허용했다. 국회의 입장은 시민이 감히 국회의원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 변호사 출신 의원은 “시민단체가 무슨 권력 집단이냐? 아예 완장 차고 교통단속도 하지 그러냐.”라며 비꼬았다(참여연대 2012).상임위 회의실에 입장조차 못 한 국감연대는 좀 더 근본적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실무자를 중심으로 낙천낙선 운동팀을 꾸렸다. 여성단체연합,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이 주축이 돼 2000년 총선시민연대를 결성했다. 총선시민연대는 2000년 1월 1차로 66명을, 2월 2차로 42명의 공천 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부적격 기준은 부패 행위, 선거법 위반, 헌정파괴 반인권 이력 등이었다. 총선시민연대가 부적격자로 판단한 102명 중 64명은 결국 당의 추천을 받아 총선 후보로 공천되었다. 2000년 4월, 총선시민연대는 64명에 출마자 22명을 더해 86명의 낙선 대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최종적으로 86명 중 59명(68.6%)이 낙선되는 성과를 얻었다. 시대별 낙천낙선 운동 낙천낙선운동은 16대(2000), 17대(2004), 19대(2012), 20대(2016) 총선에서 이뤄졌다. 18대와 21대 총선은 연대 조직이 결성되지 않았다. 이 운동은 각 시기의 쟁점에 맞춰 부적격자 기준을 조정했다. 구성 조직이나 세부 방향에 차이는 있어도 핵심은 낙천낙선운동이었다. 현직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17대 총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찬성투표 의원들이 낙천낙선 대상에 추가되었다. 또한 ‘비례대표 부적격 후보’도 개별적으로 별도로 발표했다. 17대 총선에서 낙선 대상자 63%를 낙선시키는 성과를 얻었다(206명 중 129명 낙선).18대 총선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 운동을 펼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는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 등으로 인해 진보 진영 시민사회가 결집하는 총선 대응 조직은 꾸려지지 않았다. 각 단체에서 개별 대응하거나 분야별(2008총선미디어연대)로 대응 조직이 꾸려졌다.19대 총선에서는 ‘2012총선유권자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낙천낙선운동이 개진됐다. 해당 시기의 뜨거운 쟁점이었던 한미자유무역협정, 의료 민영화 등이 부적격자 기준이 되었다. 19대 총선에서는 낙선 후보 55명 중 15명(27%)만 낙선하는 아쉬운 성과를 얻었다.20대 총선은 비극적인 세월호 참사 이후 치러진 첫 총선이었다. 부적격자 기준에 세월호 참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기준 등이 추가되었다. 또한 시대 흐름에 맞춰 ‘3분 총선’ 등 온라인 환경을 적극 활용했다. 2016총선넷이 추린 집중심판대상자(낙선명단) 35명 중 15명(42.9%)이 낙선했다.21대 총선에서는 18대 총선처럼 범연대 조직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경실련이 '21대 총선 후보 선택 도우미(vote2020.ccej.or.kr)' 사이트를 통해 특정 후보자에게 ‘낙선’ 표시를 달았고, 환경운동연합은 각 당의 환경 공약을 평가하여 등급을 매기는 등 단체마다 개별 대응했다. 성과 그리고 과제 2000년에 시작된 낙천낙선운동은 높은 낙선율로 시민운동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성과를 보였다. 이 운동을 주도한 총선시민연대는 낙선 대상자의 67%를 낙선시키며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특히, 수도권에서 비적격 판정을 받은 20명 중 19명을 낙선시키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 운동은 권력 감시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정치운동으로 발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그러나 이 운동에는 명확한 한계도 있었다. 단순히 인물 교체에만 초점을 맞추며 근본적인 정치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 강한 당파성으로 인해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점,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네거티브 운동이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이러한 비판을 수용하여, 2004년 총선부터는 긍정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한 당선 운동도 등장했다.▲ 2024총선넷에서 선정한 ‘최악의 후보’ ⓒ2024총선넷 누리집 갈무리한편 2024년 총선시민네트워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 운동이 과거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구체적인 정치 개혁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시민사회와 정치권 사이의 건설적인 대화와 협력의 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단순히 부적격자를 배제하는 것을 넘어, 유능하고 도덕적인 인물들이 정치에 참여하도록 격려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신뢰와 참여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해나가길 기대한다.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의 노력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동력이 되길 바란다.참고문헌 참여연대 누리집 경실련 누리집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누리집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정치] 의정 감시에서 업그레이드된 정치 참여 시민운동, 낙천낙선 운동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요?>, 2020.10.13. 강창구, <안산 시민 70% 시민단체 낙천ㆍ낙선운동 공감>, 연합뉴스, 2000.12.16. 김호경, <20대 총선 낙천·낙선 운동 본격화…공천 부적격자 기준은?>, 동아일보, 2016.2.23. 손봉석, <20대 총선 낙선·낙천운동 위력은?…16·17대 총선은 낙선운동 성공률 60% 넘어>, 경향신문, 2016.3.23. 김태진, 이수현, <시민단체 '총선 사이트'는 낙천·낙선운동 버전?>, 매일신문, 2020.4.29. 조재연, <보수·진보 시민단체 4·15 총선 낙천·낙선운동 시동>, 문화일보, 2020.2.21. 김현철, <‘낙선운동 합법’ 2024 총선넷 “혐오정치 끝내고 희망정치로”>, 인천투데이, 2024.1.31. Lawson, Kay and Peter Merkl, eds. 1988. When Parties Fail.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Dalton, Russell and Manfred Kuechler. 1990. Challenging the Polit cal Order.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안을 배달해드립니다 - 창작그룹 '성찰과성장'글 작성 및 편집 : 박배민성찰과성장.com
2030 유권자 네트워크 - 지겨운 절망을 넘어, 내일을 위한 투표를!
저는 전세사기 피해자입니다. 또한, 청년 유권자이기도 합니다. 올 1분기 저는 줄곧 답답하고 우울했습니다. 좁게는 전세사기 문제해결에 별 뜻이 없어보이는 정부와 정치권 때문이기도 했지만, 넓게는 선거가 다가오는데 정작 청년은 배제되고 있다는 인상 때문이었습니다. 응원하던 청년 정치인들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공천에서 떨어졌구요. 나이와 관계없이 우리 사회에서 빛과 소금같은 역할을 해온 예비후보들도 응원했는데, 대부분은 정식 후보로 선정되지 않았습니다. 2030보다 60대 이상이 더 많은 첫번째 선거라고 하고, 청년정치인이 역대 최저 인원만 국회에 입성할 것이 유력한데요. 그만큼 저와 같은 청년 유권자들은 누가 내 마음, 우리 세대를 대변해 목소리를 내줄지 도무지 가망이 보이지 않아 답답합니다.  그럼에도 정치가 할 수 있는 일,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기 때문에 도무지 가만히 있을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청년 당사자들과 함께 힘을 합쳐 우리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모였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이태원참사 유가족,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을 지켜봐온 해병대 예비역, 서이초 사건을 겪은 예비교사, R&D 예산 삭감을 걱정하는 이공계 대학생 등이 모여 2030 유권자 네트워크를 만들고 전국 대학가에 대자보를 붙여서 투표하자, 목소리 내자고 외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선거가 권력과 명예의 발판이겠지만, 일상의 안전을 빼앗기고 있는 우리 청년들에게는 유일하게 외칠수 있는 창구일 겁니다. 우리 모두 지겨운 절망을 넘어, 내일을 위해 투표합시다! 2030 유권자 네트워크를 제안 취지문 지금의 무능한 정치는 청년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전세사기로 전 재산을 잃은 청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희생당한 청년, 급류에서 구명조끼도 없이 수색작업을 하다 사망한 해병대도 청년, 빵을 만들다 기계에 끼어 죽은 노동자도 청년, 교실에서 생을 포기한 교사도 모두 청년입니다. 청년들의 죽음 앞에 책임있는 자들은 방관하고 있습니다. 그 어떤 청년의 죽음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사회에서 청년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총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정치권은 사회적 재난으로 인한 청년들의 죽음 앞에 책임있는 반성과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약속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총선에서 청년은 실종되었습니다. 선거는 청년들의 이야기는 없고, 관심 가는 뉴스도 없습니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정치를 모르지 않습니다.  어느 세대보다도 더 높은 투표율이 증명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정치의 무능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무당층’이 되길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치’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현실을 바꿀 수단이 정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선 전에는 청년의 나라를 만들겠다더니 당선 후 온갖 지원책을 없애고, 예산을 축소한 것도 정치였습니다.  R&D 예산 삭감으로 젊은 연구자들과 나라의 미래를 팔아먹은 것도 정치였고, 선거철이 되니 “장학금 주겠다”며 손 내미는 뻔뻔함도 정치입니다.  대한민국 정치가 이정도 수준은 아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슬픔과 좌절을 딛고 일어나 싸웁시다. 우리의 무기는 투표와 참여입니다. 지금의 현실에 실망한 청년의 목소리를 모아 총선에 대응합시다. 윤석열 정권의 2030 세대 피해자들이 동 세대 청년들에게 각자도생을 멈추고, 함께 지금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호소합니다.  윤석열 정권의 가장 큰 피해자인 청년들은 함께 힘을 모아 대한민국이라는 지옥을 바꿔낼 것입니다. 지겨운 절망을 넘어, 내일을 위해 투표합시다.  2024년 3월 28일 2030 유권자네트워크 참가자 일동 /// P.S.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서 여러 대학에 붙은 인증샷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생각보다 많은 대학에서, 여러 학생 분들이 함께해주고 있고 기사도 나오고 있네요.  [기사모음] <3월 21일> [한겨레] “내일을 위해 투표”…동생 숨진 이태원 골목에서 대자보 쓰다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33306.html  [경향신문] “다녀왔다는 이 말, 왜 못 듣게 된 건지…이날이 잊히지 않도록 투표해 주세요”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3212237055#c2b  [뉴시스] 이태원 참사 유가족 "지겨운 절망을 넘어 내일을 위해 투표합시다" [뉴시스Pic]https://news.zum.com/articles/89512221  [오마이뉴스] "지겨운 절망을 넘어서 내일에 투표" 이태원 골목에서 쓰여진 공개대자보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_w.aspx?CNTN_CD=A0003012839  [경향신문] (논설) 언니의 대자보https://m.khan.co.kr/opinion/yeojeok/article/202403211852001    <3월 24일>  [경향신문] 청년을 죽음으로 내모는 정치…바꿔주세요 (1면)https://www.khan.co.kr/politics/election/article/202403242032015  [경향신문] “지겨운 절망을 넘기 위해 ‘대자보’를 붙입니다”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3241738001#c2b    <3월 25일> [경향신문] (사설) 청년 없는 총선, “죽음 내몰지 말라”는 대자보 응답하라https://m.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403251933001#c2b    <3월 27일>  [경향신문] 과학 꿈 다시 펼칠 수 있게, 가장 쉬운 방법은 투표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3272149035  [중도일보] KAIST 물리학과 채동주 씨 "걱정 없이 과학기술 연구할 수 있는 세상, 가장 쉽고 빠른 방법 투표“https://m.joongdo.co.kr/view.php?key=20240327010008832  [디트news24] “과학 꿈꾸는 세상 위해 투표하자” 카이스트에 걸린 대자보https://www.dtnews24.com/news/articleView.html?idxno=768997  <3월 28일> [한겨레] ‘투표’ 대자보에 화답 대자보…“나도 그 물살에 휩쓸릴 수 있었다” (10면)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34087.html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ㅏhttps://omn.kr/2810k
🚀 3년차 스타트업이 연구자 부트캠프 만든 썰 (2)
*Active Research Journal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뉴스레터 입니다. 연구탐사대에서 매주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이 링크 를 클릭하세요. 지난 글(🚀 3년차 스타트업이 연구자 부트캠프 만든 썰 (1) )에서 이어집니다. #2. 부트캠프를 애자일 방식으로 개발하기 위와 같은 계기를 통해 ‘연구자 부트캠프를 만들자’라고 했지만, 3년차 스타트업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연구자 부트캠프 프로그램을 바닥에서부터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희 또한 Beta과정까지 포함하면 5개의 기수가 졸업한 후에야 어느 정도 프로그램이 안정화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동시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위한 보다 효과적인 커리큘럼을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리뉴얼 또한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부트캠프가 어떠한 방식으로 개발되게 되었는지를 설명드린다면 연구자 부트캠프의 구성과 취지가 보다 잘 이해되시지 않을까 하여 간략하게 그 과정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0. 시작 : 논문 쓰는 과정 전체를 해킹하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연구탐사대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프로그램은 연구원정 부트캠프가 아닌 ‘연구산악대’라고 불리는 논문리뷰 커뮤니티 서비스였습니다. 일주일에 1편씩 논문을 읽고 리뷰하면서 연구지도를 완성해나가는 챌린지형 프로그램이었죠. 이 당시에는 가장 작은 단위로서 ‘일주일에 1편의 논문을 찾아 읽고 템플릿에 맞춰서 논문 리뷰하기’가 주요 미션이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총 500 여명의 대원들이 1030여편의 논문들을 리뷰했었습니다. 논문리뷰라는 활동은 개개인에게 있어 논문을 찾고 논문의 지식을 습득하고 기록으로 정리하기에는 가볍고 효과적인 활동이었지만, 말 그대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내는 ‘연구’라는 과정에 있어서는 다소 부족할 수 있는 과정이었습니다. 따라서 처음 이 ‘논문리뷰’라는 과정을 시작으로 저희는 ‘논문읽기’가 아닌 ‘논문쓰기’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기본적으로 참고해야 했던 커리큘럼은 당연히 ‘대학원’ 커리큘럼 이었습니다. 대학원이야말로 논문을 쓰고 지식을 생산하는 연구자들을 길러내는 기관이었으니깐요. 하지만 실제 대학원 커리큘럼을 살펴보면서 저희는 대학원의 커리큘럼이 대부분 ‘학과의 핵심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연구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각 연구실별로 도제식 활동을 통해 함께 논문을 써보는 과정으로 훈련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렇다할 표준화된 연구훈련 프로세스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죠. 특히 학과별, 교수님별로 그 편차 또한 컸습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2022년 발간한 ‘인문사회분야 학문후속세대의 연구력 강화를 위한 실태조사 및 과제’라는 보고서에서는 국내 대학원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로 ‘국내 인문사회분야 박사양성모델의 정립’을 들고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어떠한 소양을 갖춘 연구자를 길러내고자 하는지’에 대한 모델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보니 커리큘럼 또한 방향을 잃고 석사과정의 연장선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구실에서 도제식으로 배우게 되는 연구 또한 한정된 개인의 연구습관을 모사하는 방식으로 훈련되다보니 연구방법론이나 연구주제 등에 대해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연구자의 진심을 중심으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커리큘럼을 구성해야 할까?’에 대한 질문을 갖던 중, 저희는 ‘논문 쓰는 과정 전체를 해킹하자’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여러 모양과 방법으로 연구를 수행하지만 결국 연구자들이 생산해내는 지식의 형태는 ‘논문’이라는 형태를 가지고 있고, 논문이 요구하는 형식들을 맞추기 위해서 연구자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룰’이 있었기 때문이죠. 실제 연구방법론과 관련된 여러 책과 지식들에서 이에 대한 학술적 배경들이 나와 있었고, 이를 조합할 때에 저희는 ‘논문 쓰는 과정 자체에 대한 표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결론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연구자 부트캠프의 개발이 시작되었죠. P.S. 저희가 프로그램을 개발할 당시, 연구를 ‘계획’하는 단계까지는 표준화된 프로세스가 구축 가능하고 그것이 큰 의미를 가지지만, 이후 연구를 계획해서 수행하는 단계로 들어오면 연구질문에 따라 데이터, 방법론, 계획 등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표준화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저희는 ‘연구계획’을 수립하는 부트캠프를 먼저 구성하였고, 그럼에도 자신의 주제에 대한 진심과 문제의식에 맞추어 데이터와 방법론을 선택하고 연구를 수행하는 표준화된 프로세스가 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후속 프로그램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1. Beta : 연구자 부트캠프, 가능할까? 저희는 당시 연구산악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원들 중 연구원정 과정에 참여하기 희망하는 대원들을 모집하였고 총 12명의 대원들이 부트캠프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A과정과 B과정으로 나뉘어진 프로그램에서 A과정에서는 연구주제 찾기와 선행연구 학습을 중심으로 연구질문을 만드는 과정을, B과정에서는 양적, 질적 방법론들을 배우고 이를 중심으로 연구계획을 완성하는 과정을 구성하였습니다. 매주 2회의 시간마다 온라인을 통해 세미나가 진행되었고, 주차별로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서 이를 공유하면서 연구를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Beta 과정에서 저희의 화두는 결국 ‘연구자 부트캠프가 정말 실현가능한가’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연구주제찾기부터 선행연구분석, 연구계획까지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구성하였지만 이것을 연구배경이 전혀 없는 대원들이 어느 정도까지 습득해서 어느 수준까지 연구를 할 수 있게 되는가는 실제로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었고, 그에 따라 Beta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많은 부분에서의 수정이 필요했지만 연구자 부트캠프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2회의 세미나 과정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한 경우도 많았고, 커리큘럼이 미처 다 커버하지 못하는 연구의 영역들도 분명하게 존재했지만 본 과정을 통해서 단계마다 과제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연구주제를 발전시켜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저희가 처음 세웠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구자’가 가지는 잠재력 또한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가덕도 신공항 설립 반대 운동을 하던 중에 이 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자 ‘생태학살Ecocide’이라는 개념을 연구하던 대원 분은 관련 대학원에 진학해서 연구를 지속하게 되셨고, 제로 웨이스트샵의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역할을 연구하고자 하는 마케터 출신의 대원분은 부트캠프 이후 석사과정을 지속해서 석사학위논문을 본 주제로 완성하기도 하였습니다. 연구로 발전시키는 과정 자체의 검증일 뿐만 아니라, 이런 부트캠프 방식의 연구가 곧 보다 다양하고 ‘진심이 소실되지 않은 연구’로 이어질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된 자리였죠. 2. 기후위기 1-3기 : 4명의 연구자 이후 커리큘럼을 리뉴얼해서 16주 과정으로 개편하고 본격적으로 광고를 통해 연구원정 1기를 모집했습니다. Beta 과정에서는 기존의 연구산악대 대원들이 대상이기도 했고 완주시 전액환불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었지만, 이제부터는 실제 비용을 지불하고 연구를 배우고자 하는 분들을 모집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총 12명의 대원분들이 1기에 참여해주셨고 16주의 과정을 통해 총 4명의 대원들이 연구계획서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Beta 과정에서는 A과정이 연구질문에 가까운 형태였기 때문에 각자 대원들의 생각은 발전시킬 수 있었으나 뚜렷한 결과물은 보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1기부터는 16주 과정을 통해 연구계획서가 완성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설계되었고 대원들 또한 16주 과정을 통해 연구계획서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최종보고회를 공개보고회로 진행하면서 높은 퀄리티의 연구계획서를 대중 앞에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수료대원들은 Alumni Community를 구성해서 후속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였습니다. 이후 3기에 이르기까지 16주 과정을 기반으로 연구계획서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의 아쉬움은 16주 과정 중에서 연구계획에 대한 파트가 여전히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점과 함께 기후위기 라는 영역에 국한되어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른 파트에 대한 니즈가 계속해서 생기는 와중에 연구자 부트캠프가 ‘기후위기 연구자 부트캠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부트캠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른 영역에도 본 프로그램을 도입해보는 시도가 필요한 상황이었죠. 3. 기후 1기, 교육 1기, 공공 1기 :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부트캠프 Ver 1.0 앞선 프로그램을 교훈 삼아 연구원정 커리큘럼의 대대적인 리뉴얼과 함께 주제를 확장한 형태의 대원 모집을 진행하였습니다. 기존에 16주과정 3개 부문(연구주제 찾기, 선행연구 읽기, 연구계획하기)으로 구성된 커리큘럼을 24주 과정 6개 부문(나의 연구주제 찾기, 나만의 커리큘럼 만들기, 나의 연구지도 만들기, 나의 핵심논문 리뷰하기, 나의 연구계획 세우기, 나의 연구 Prototype 만들기)로 확장 보완하였고 기후위기 뿐만 아니라 교육문제, 공공문제에 대한 대원들도 모집을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에 대한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3개 부문 17명의 대원들과 함께 진행하면서 각 영역별로 인원은 줄어들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밀도 있게 커리큘럼의 운영이 가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6개월의 과정이 확실히 체계화되면서 그 난이도 또한 어려워졌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대원들의 숫자 또한 많아졌습니다. 낙오하는 비율 또한 적지 않았구요. 그럼에도 모든 과정을 견디어내고 연구계획서를 완성하신 분들의 이야기는, 그 어느 때보다 순도 높은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의 전범이라 볼 수 있는 연구들이었습니다. 그 연구들을 가지고서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이 이번 2월에 개최되었던 2024 연구원정 LAUNCH Conference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연구자 부트캠프 또한 그 틀을 확실히 갖추기 시작하였고, 영역을 막론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위한 ‘길’을 어느 정도 구성하기 시작하였죠. 사실 영역이 확장되면서 보다 다양한 논의들이 연구 공동체 안에서 오갈 수 있었고, 그에 따라 각 단계들의 의미 또한 더욱 확실하게 커리큘럼 속에 자리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 각 부문별로 기계적으로 4주 과정을 구성하면서 루즈해진 영역이 없지 않았고 중복되어 보일 수 있는 커리큘럼 부분에 대한 효율화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동시에 매주 같은 요일의 세미나가 확정되어 있다보니 해당 요일에 시간을 내지 못하는 이들의 참여가 어려웠고, 주 3회동안 진행되는 세미나 운영으로 인해 운영진의 업무 또한 과중해지고 있었습니다. 세미나 자체에 의존하는 학습모형보다는 연구습관을 기르고 주도적으로 연구를 훈련하는 프로그램의 구성이 시급해졌죠. 4. 연구원정 부트캠프 : 부트캠프는 시작점이다. 그에 따라 이번 모집에서는 총 5개 부문(기후위기, 도시문제, 인권문제, 교육문제, 기타 사회문제)으로 부문을 확장하면서 동시에 매주마다 미션을 인증하는 형태로 운영방식을 전환하였습니다. 부문을 막론하고 자유롭게 일요일 저녁마다 참여하는 위클리 밋업에서 서로의 연구들을 피드백하고 응원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했고, 프로그램 또한 24주 과정을 다시 압축한 16주 과정으로 전면 개편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전체 연구계획 과정을 배우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도록 밀도를 높였습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연구원정 부트캠프가 그저 ‘16주 동안 연구기초를 배우는 과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진행될 ARC(Active Researcher Crew) 과정을 비롯해서 사회문제해결형 연구를 실제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기초훈련과정’이라는 자리가 확실해졌다는 것입니다. 기초훈련을 통해 훈련을 배운 이들은 커뮤니티에 소속되어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게 되고, 연구를 수행하면서 연구를 더 깊이 배워가는 과정 속에 훈련되는 것이죠. 자리들이 선명해지자 저희의 역할 또한 선명해졌고, 이를 토대로 현재 연구원정 부트캠프의 모집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2024년 상반기 연구원정 부트캠프는 총 34명의 대원들과 함께 막을 올렸습니다! ARJ에서도 대원들의 연구여정을 전달드릴 예정이니 계속해서 함께 관심 가져주세요! 5. 소결 : 애자일 방식으로 부트캠프를 발전시킨다는 것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저희는 ‘부트캠프’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이나 경험을 가졌던 것도 아니고, 부트캠프라는 것이 기존에 존재했던 과정이었던 것도 아닙니다. 전혀 존재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 일련의 실험 과정이 필요했고 그 과정을 반복한 후에 보다 나은 형태의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었고, 프로그램 자체가 계속해서 진화하는 프로세스 또한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했던 것은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의 양성’이라는 연구원정 부트캠프의 비전과 ‘부트캠프’라는 방식에 대한 구심점을 확고하게 잡고,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프로그램을 테스트하고 발전시켰다는 점입니다. 물론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부트캠프의 특성상 그 발전속도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매 기수마다 이전 기수의 회고를 바탕으로 절반 정도는 새롭게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발전시키면서 보다 빠르게 원하던 목표에 가까운 부트캠프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저희 나름대로 배운 ‘애자일(Agile)’ 방식이자, 동시에 연구자분들에게 ‘애자일 연구’에 대해 소개시켜드리기 전에 저희 나름대로 수행하면서 터득하게 된 저희만의 ‘애자일 연구’이기도 합니다. #3. 나가며 : 부트캠프 그 이후 연구원정 부트캠프는 올해 중에도 대규모 리뉴얼을 앞두고 있습니다. 비단 논문과정에 국한되어 있던 프로그램에 대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형태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죠. 선행연구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이론적 논의만을 탐색하는 것을 넘어 문제와 관련된 개념, 맥락, 역사, 사례 등을 체계적으로 탐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한편, 그 표현 방식에 대해서도 학술적인 방식의 논문 뿐만 아니라 심층기사, 정책제안서, 무브먼트 기획 등으로까지 다변화할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협력 기관들과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들은 프로그램이 개발되는대로 함께 공유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어쩌면 ‘부트캠프 특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부트캠프에 대해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게 되었는데요. 부트캠프에 대해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고 인사이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 호에서는 부트캠프를 넘어 저희가 꿈꾸고 있고 만들어나가고 있는 ‘사회문제를 연구하는 커뮤니티’에 대한 구성, 그리고 사회문제해결의 유니콘이라 할 수 있는 ‘ITT(Indie ThintTank)’에 대해 깊이 있게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보다 길어진 뉴스레터 상 부트캠프를 먼저 소개해드리게 되었고, 다음 호에서 더 깊이 있게 저희의 꿈에 대해 나눠드리고자 합니다. 글을 적으면서 돌아볼 때에 연구원정 부트캠프가 많은 고민과 시도들이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분들의 응원과 관심 덕분에 여기까지 만들 수 있었음을 다시 한번 새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만이 만들어 간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관심 갖고 응원해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과정 속에서도 계속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위해 프로그램들 또한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테니깐요. 관심 갖고 지켜봐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호에서 뵙겠습니다-! *2024년 상반기 연구원정 부트캠프는 총 34명의 대원들과 함께 막을 올렸습니다! ARJ에서도 대원들의 연구여정을 전달드릴 예정이니 계속해서 함께 관심 가져주세요! 다음 기수 알림신청을 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연구원정 부트캠프 알림신청 액티브 리서치 저널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전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나머지 이야기를 미리 읽고 싶으신 분들이나 구독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Active Research Journal 뉴스레터 구독하기
내 이름은 김재경, 시민팩트체커죠.
 ‘명탐정 코난’(이하 코난)은 만화책 기준 올해까지 약 30년째 연재중인 유명한 추리 만화다. 필자는 애니메이션으로 코난을 자주 봤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증거들을 수집해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코난의 모습이 정말 멋있고 재밌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코난 만화에 대한 흥미는 떨어졌지만, 비슷하게 내 눈길을 사로잡는 게 있었다. 바로 JTBC의 ‘팩트체크’코너다. 수많은 가짜 정보(뉴스)를 ‘의심’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에 대해 일반 시민들도 알기 쉽게 근거를 들며 통쾌하게 검증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팩트체크는 멋있고, 나도 따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와중, 캠페인즈에서 시민팩트체커를 모집하고, ‘시민팩트체크 기초 교육’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해 빠르게 신청했다. 나는 전체 교육 중 2회차와 3회차 교육을 들었다. 팩트체크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들 중 인상깊었던 점 3가지를 후기로 남기고자 한다. 우선, 팩트체크 대상을 찾는 건 쉬우면서 어렵다.  팩트체크 교육중에 인상 깊었던 예시가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현장이라며 틱톡에 돌아다니던 영상을 검증한 것인데, 영상 속에 등장하는 호텔을 구글 어스에 검색해 영상과 동일한 구도의 이미지를 찾았던 것이다. 이런 팩트체크의 경우, 크게 품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팩트체크 아이템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본격적인 팩트체크를 하지 않을 때는 왠지 많이 본 것 같은 허위정보들은 사실 평소에 꼼꼼하고 비판적으로 여러 정보를 수용하는 태도를 가져야 볼 수 있다는 점을 느꼈다. 실제로 내가 선정하고 준비한 팩트체크 아이템인 ‘의대 정원 확대의 공익성’의 경우, 검증하기가 너무 까다롭기도 하고 이미 검증된 내용도 많아 새로 팩트체크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팩트체크 교육에 참가한 다른 사람들이 준비해온, 재밌거나 검증하기 용이한 팩트체크 아이템을 보며 ‘와 세상은 넓구나’라는 감상이 들었다. 다음으로, 팩트체크의 정의에 대해 보다 명확한 기준을 가지게 되었다. 팩트체크 교육을 듣기 전에는 막연하게 팩트’체크’니까, 단순히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게 팩트체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히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핵심 요약, 배경 확인’에 불과했다. 팩트체크는 1)검증대상이 존재하며 2)객관적인 자료를 활용해 3)사실관계를 검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검증할 대상이 실제로 공익성,중대성,시급성을 가지는지도 판단해야 했다. 예를 들어, 내가 어제 먹은 저녁 메뉴에 대한 팩트체크는 공익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중대사항도 아니며 시급하게 검증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팩트체크는 중립을 지키고 투명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평소 사회문제에 대한 글을 쓸 때도 보다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 의견과 주장을 펼치는 글 위주로 작성해왔다. 이 습관이 팩트체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자꾸 드러나려고 했지만, 팩트체크에는 팩트체커의 입장이 반영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확실히 배워 신경쓰며 팩트체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또한, 팩트체크 과정에서 사용된 근거나 방법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다른 사람이 똑같이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저작권을 지키는 걸 포함해서 이런 원칙들은 평소에 다른 글을 쓸 때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팩트체크는 다른 글 종류와 다르게 사실에 대한 검증을 다루고 있으므로 더 엄격하게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시민팩트체크 교육을 들으며 알게 된 심주형님의 아이템을 가지고 공동으로 팩트체크를 진행하고 있다. 팩트체크 교육을 들으면 팩트체크의 이론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내가 팩트체크를 진행해보고 이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으며, 좋은 동료 팩트체커와 함께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코난처럼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은 현실에서 어렵겠지만, 가짜 뉴스를 보며 눈살이 찌푸려졌던 경험이 있다면 한 번쯤 가짜 뉴스라는 범인 잡기를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자 한 명을 길러내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 어김없이. (2)
*Active Research Journal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뉴스레터 입니다. 연구탐사대에서 매주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이 링크 를 클릭하세요. 지난 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자 한 명을 길러내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 어김없이. (1) )에서 이어집니다. #2.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꿈은 이렇게 컸지만, 해나가야 할 일은 너무도 많고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도 적었습니다. 지금 당장 개인 혹은 작은 조직에 불과한 우리가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면서 하나하나씩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1. 씨앗은 있다 먼저 확실한 것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씨앗이,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 연구의 역할에 대해서는 앞선 글들에서 소개했던 베버리지 리포트 등과 같은 사례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았고, 동시에 이미 연구 현장에서 사회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씨름하고 있는 많은 연구자분들을 만나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구자 한 분 한 분에 대해서는 천천히 설명 드릴 기회가 있겠지만, 오늘은 ‘연구활동가(액티비스트 리서처, Activist Researcher)’에 대한 개념에 대해 대표적으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연구활동가 연구활동가(액티비스트 리서처, Activist Researcher)는 연구자 중에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와 활동을 병행하는 연구하는 활동가, 활동하는 연구자로 이야기합니다. 이 개념에 대해서 ‘아시아 다음세대 연구자 교류협력 플랫폼 구축방안 연구’라는 연구를 수행한 LAB2050에서는 아래와 같이 액티비스트 리서처의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해법을 찾는 연구자: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론과 현실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적극적으로 분석하는 사람. 학계와 시민사회의 협력자: 연구자와 활동가의 간극을 메우고자 하며, 연구와 활동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협력의 주체. 이행기의 청년 연구자/활동가: 학교에 있지만 현장에서 실험하고자 하는 청년 연구자. 활동가이면서 연구를 위해 학교에 가는 것을 고민하는 청년 활동가 활동의 체계적 구축자: 활동의 경험과 깊이를 연구자의 전문성으로 체계화시키고 사회적 임팩트의 지점을 짚어내고자 하는 사람.  ‘N포 세대’를 ‘액티비스트 리서처’로 호명합니다 이와 같이 연구활동가는 ‘연구, 활동, 공론화’에 있어서 셋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셋의 연결과 융합을 주도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렇게 될 때에 이 세 가지의 연결과 융합이 ‘무엇을 위함인가?’라는 질문을 가져갈 수 있겠죠. 이것은 결국 연구, 활동, 공론화가 지향하고 있는 ‘사회문제의 해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음을 알고 또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서울시 청년허브에서 개최한 <아시아의 청년들, 도시 삶의 연구자가 되다>라는 연구활동가 컨퍼런스에는 연구자들이 전체 강연장을 꽉 채울 정도로 많은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실제 LAB2050에 연구를 의뢰한 서울시 청년허브에서는 2019년 AYARF(Asian Youth Activist Researcher Fellowship)이라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진행하기도 했었습니다.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서 연구계 안에도 ‘그냥 연구와 다른 결을 가진 ‘연구활동가(Activist Researcher)’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구나에 대한 감각들이 생겨났던 것을 기억합니다. 다만 AYARF의 경우, 2회 이후 프로그램이 중단되었고 이후 추가적으로 연구활동가를 위한 프로그램들이 등장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나마 ‘연구활동가의 문제해결플랫폼’을 지향하는 LAB2050에서 계속해서 연구활동가의 개념과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계시고, 실제 저희 컨퍼런스에서도 연구활동가의 개념에 대해 발제를 해주신 바 있으십니다. 사회 문제 해결의 삼위일체, 연구활동가 - 윤 형중의 토론 | 캠페인즈 연구활동가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반응하는 연구자들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여러 활동과 사례들이 발굴되었다는 점, 그리고 그 당시의 문제의식과 대안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은 보여줍니다. 연구활동가 : 생태계의 씨앗 저희가 특히 이러한 ‘연구활동가’라는 개념에 집중하게 된 것은, 그 자체로 ‘연구활동가’라는 존재가 가지는 3가지 특성 자체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어 ‘스타트업’이 가지는 3가지 특성과 맞물렸기 때문이었죠. 스타트업에서는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는 3가지 요소로 ‘기획, 개발, 디자인’을 꼽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을 만든다고 할 때에 먼저 그 문제에 대한 ‘기획’이 필요하구요. 그 기획을 실제로 구현해줄 수 있는 ‘개발’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개발된 제품이 소비자에게 원활하게 전달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죠. 세가지 요소의 결합을 통해 스타트업은 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창출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의 프로세스가 문제해결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활동을 전개해서, 그 전개한 활동에 대한 공론화를 수행하는 3가지 요소의 프로세스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는 결국 스타트업과 연구활동가의 작동원리(Dynamic)가 비슷하지 않을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이는 곧 스타트업 생태계 같은 울창한 숲을 이 작은 연구활동가라는 씨앗 속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죠. 2. ‘길’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씨앗을 어떻게 울창한 숲으로 키워낼 수 있을까요? 그저 연구활동가들이 각자 개인기로 살아남아야 하는 이 삭막한 현장에서 역동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If you want to build a ship, don't drum up the men to gather wood, divide the work and give orders. Instead, teach them to yearn for the vast and endless sea.- 생텍쥐페리, 어린왕자의 작가 그것의 시작은 ‘길’과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비전에 공감하는 연구자들이 모여야 했고, 그들이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할 수 있는 장이 필요했습니다. 그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필요해’라는 이야기에서 끝나서는 안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어야 했고, 그러한 연구가 기존 연구와 다른 점은 무엇이고 그 다른 점을 통해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 확실하게 연구자를 설득하고 예비연구자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야 했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 또한 처음에 이들이 이야기하는 ‘사업’이라는 것은 수백년 전부터 존재하던 돈을 버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고안해낸 ‘스타트업 창업방법론’이라는 것은 기존의 기업과 선명하게 다른 특징들을 가집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예비창업기부터 창업기, 성장기, 도약기와 엑싯 이후까지의 생애주기에 대한 길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처음 창업정보를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각 단계별로 투자의 단계가 다르고, 시드투자부터 시리즈 A,B,C 등 단계별 용어들과 해야 할 일 등이 어느 정도 표준화 되어 있죠. 물론 모든 스타트업들이 이 순서를 따르는 것은 아니고, 이것에 대한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처음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들어왔을 때에 이러한 나아가야 할 ‘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그 차이가 크게 나게 됩니다. 또한 지원사업들에 있어서도 각 단계에 맞는 필요와 내용들에 대한 지원 등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여러 성공사례들이 축적되면서 그것이 또 다른 기업들에게 Reference가 되어주는 등 그에 맞는 ‘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길’은 의도를 가지고 임의로 닦은 도로라기보다는 모두가 지나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도보와 같은 모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가 녹아들어 있고, 동시에 같은 길을 지나던 이들이 함께 동료의식을 느끼면서 이 길을 끝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돕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게 되는 것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길의 ‘목적지’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속칭 유니콘(Unicorn)이라 불리는,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기업이 되는것은 모든 스타트업들의 꿈과 같습니다. 그 꿈을 실제로 이루고 산업을 혁신하는 경우들도 많고, 이에 성공한 유니콘 기업들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재투자하는 일들도 많이 일어납니다. 이와 같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심에는 ‘스타트업 창업방법론’이라는 ‘길’이 존재하고 그 길을 중심으로 그 길 위를 나아가는 스타트업들과 그 스타트업들을 돕는 여러 조력자들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 것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는 마치 한 생태계에서 씨앗으로 시작한 생명이 어떻게 거대한 나무가 되는지에 대한 ‘생애주기’를 보여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하는 씨앗의 생명력을 돕기 위해 서로 얽혀있는 먹이사슬과 공존의 상호작용이 생태계를 더욱 역동적이고 풍성하게 하는 것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길’을 찾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연구자가 실제 그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해결에 도움이 되는 자리까지 나아가는 그 길에 대해서 말이죠. 3. 연구원정 부트캠프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의 길 닦기 그 길을 직접 만드는 방법 중에 하나로 저희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부트캠프’를 개발했습니다. 부트캠프(Bootcamp)라는 것은 원래 신병훈련소를 뜻하는 단어로, 민간인이 신병훈련소를 통해 군인으로 거듭나게 되듯이 부트캠프의 집중훈련과정을 통해 전문기술을 습득하는 교육훈련을 의미합니다. 실제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단기간에 훈련시키는 개발부트캠프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총 16주의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부트캠프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란 누구인가에 대한 저희 나름의 정의와 필요한 기술들을 중심으로 기존의 연구방법론을 ‘연구자의 진심’을 중심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역량개발에 초점을 맞춰서 개발한 프로그램입니다. 연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자신의 연구주제 찾기부터 연구에 필요한 선행연구를 찾고 학습하는 법, 연구가설을 수립하고 연구계획을 세우는 법 등에 대한 활동들을 배우게 되고 이를 토대로 자신만의 연구계획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진행되는 활동은 대학원의 과정과 사뭇 다릅니다. 대학원이 해당 학과의 핵심이론을 공부하는 것에 커리큘럼의 중점을 두었다면, 저희는 자신이 풀어내고자 하는 사회문제에 대해서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이 중에서 자신이 학습하고 연구할 수 있는 주제를 보다 구체화하고 뾰족하게 만들어내는 데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리고 스스로 필요한 논문과 지식을 찾아서 습득하고 정리하고 기록할 수 있도록 관련된 툴들을 제공합니다. 네, 맞습니다. 저희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 방법론’을 저희가 직접 개발하기로 결심했고, 개발한 연구방법론을 가지고 사회문제 해결에 진심인 연구자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정식 학교도 아니고, 저희의 방법론 또한 새롭게 고안한 특출난 방법론이 아니라 연구자들이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는 노하우들을 커리큘럼화 한 과정입니다. 말 그대로 ‘사회문제해결형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이 걸어간 자리들을 ‘길’로 만든 셈이지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희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해서 그러한 연구가 존재하고, 그러한 연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그러한 연구 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 취지에 공감해 준 13명의 사회문제해결형 신진연구자들이 저희와 함께 해주셨고 실제 연구멘토로 함께 활동해주고 계십니다. 2022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연구원정 부트캠프는 2022년 베타테스트를 마치고 2023년 기후위기 1기를 시작으로 현재 기후위기 4기와 공공문제 1기, 교육문제 1기가 활동을 마치고 수료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지금 3월 14일까지 2024년 상반기에 함께 연구를 훈련할 연구대원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아직 새싹 같은 연구자들일지 모릅니다. 부트캠프 또한 ‘연구계획서’까지 만드는 프로그램입니다. 실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그리고 그 연구가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부트캠프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길을 닦기 시작했고, 이 부트캠프를 시작으로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들을 모으고, 예비연구자들을 길러내면서 정말로 사회문제의 대안을 연구할 수 있는 연구공동체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진심, 도전, 협력’의 문화를 가진, ‘역동적인 문제해결 지식생태계’를 말이죠. #3. 나가며 : 연구탐사대를 소개합니다 다음 호에서는 연구원정 부트캠프를 제작할 때에 어떠한 고민과 난관에 부딪쳤는지, 그리고 그것을 나름의 어떤 방식들을 통해 극복하고 있는지에 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동시에 부트캠프를 시작으로 본격젹인 사회문제 연구 커뮤니티로 구축하고자 하는 ARC(Active Researcher Crew)와 저희가 궁극적으로 양성하고자 하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계의 유니콘 기업인 ITT(Indie Thinktank)에 대해서도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연구원정 부트캠프를 시작으로, 저희가 하고 싶은 일은 정말 많습니다. 이제 막 시작단계이고, 저희의 계획은 1,2년 짜리가 아니라 30년, 50년짜리 계획입니다. 생태계를 일구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으니 그 정도로 길게 바라보는 것은 당연하게 가져야 할 자세이겠죠.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의 성과와 성패에 좌지우지되기 보다 차근차근히 저희만의 실력을 쌓아나가면서 그렇게 단단한 생태계를 구축해나가고자 합니다.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함께 하실 분들도 너무 환영이구요. 저희와 함께 이런 연구들을 수행해나가실 분들, 연구자들과 함께 협력해서 실제 사회문제 해결에 뛰어드실 분들도 모두 환영입니다. 이번 호에서 미처 설명드리지 못했지만 가장 많은 고민이 되는 ‘자원’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도 저희의 계획을 곧 소개드릴텐데요. 관련해서 이런 생태계를 지지하시는 후원자분들이나 기관, 재단 등도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저희에게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공부하면서 아래 문장이 가장 많이 와닿았었습니다.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속담이라고 하는데요. 정말 좋은 연구, 정말 좋은 연구자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그 연구자가 연구를 끝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공동체와 마을, 생태계가 너무나도 필요합니다. 그런 연구생태계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저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긴 편지 끝까지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호에 뵙겠습니다! *D-1! : 3월 14일(목) 까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시작부터 함께 배울 수 있는 <연구원정 : 부트캠프> 상반기 대원 모집을 모집 중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함께 신청해주세요.(아래 그림 클릭!) 액티브 리서치 저널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전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나머지 이야기를 미리 읽고 싶으신 분들이나 구독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Active Research Journal 뉴스레터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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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알못’이 팔레스타인 평화 집회에 가봤습니다
이 글은 시티즌패스의 '팔레스타인 평화를 바라는 집회, 같이 가요!'의 후기이지만 사실 저는 평화를 그렇게 깊게 고민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태어났을 때도 전쟁의 위협은 없었고, 살아오는 내내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면 ‘전쟁과 내 삶은 큰 연관이 없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새벽에 능률이 가장 높은 새벽형 인간입니다.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주중엔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나지만 주말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새 나라의 어른(?)으로 살고 있는데요. 그래서 시티즌패스의 ‘팔레스타인 평화를 바라는 집회, 같이 가요!’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도 고민했습니다. 이제 막 일어나서 비몽사몽 할 시간인 토요일 낮 1시에 진행되는 집회는 큰 마음을 먹어야 참석이 가능했습니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잔뜩 들어찬 토요일 아침 힘겹게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청계천 광장이 집에서 멀지 않아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꽤 쌀쌀한 날씨에 차가운 바람이 잠에서 깨라고 독촉했고, 긴 시간 앉아있을 생각을 하니 카페인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평소엔 잘 마시지 않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10분 정도 일찍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전쟁을 만드는 나라의 시민으로 살고 싶지 않다" 찬 바람에도 멸종반란의 집회엔 7명의 이야기와 하나의 시, 하나의 연주로 진행된 오픈 마이크에서 전쟁의 종식을 바라고,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이 나왔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각자의 삶에서 평화를 바라는 마음들이 모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전쟁의 종식을 바라며 팔레스타인 아동의 입장에서 편지를 쓰고, 누군가는 시를 쓰면서, 또다른 누군가는 이스라엘산 자몽과 복숭아의 소비를 보이콧하면서 평화를 꿈꿨습니다.  특히 인상깊었던 몇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려 하는데요. 이날 오픈 마이크에서는 전쟁없는 세상 쭈야, 펭귄 활동가가 발언뿐만 아니라 연주를 통해 전쟁의 종식을 바라는 마음을 나누어주셨는데요. 두 활동가는 지난해 6월 대한민국 방위사업전 행사에서 전쟁을 위한 무기 수출을 반대하며 장갑차 위에서 연주를 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장갑차 위에서 연주했던 곡을 오픈 마이크에서 연주하며 쭈야 활동가는 “우리가 낸 세금이 국제 전쟁에 쓰이고 있음을 목격"했다며 “전쟁 만드는 나라의 시민으로 살고 싶지 않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단체의 활동 사례를 공유한 경우도 있었는데요. 피스모모는 올해 1월 해외 미군 반환기지의 환경오염 문제를 연구로 환경재단의 연구지원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선정 이후 환경재단이 자체 ESG 플랫폼에서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무기 제조 기업을 높게 평가한 점을 확인했고, 그린워싱 문제 제기와 함께 지원사업 참여를 취소했습니다. 피스모모 뭉치 활동가는 “무기 기업들이 장난치듯이 쓰는 돈에도 시민사회가 영향을 받는다”라며 “우리의, 삶과 전쟁 무기 산업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직시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뭉치 활동가는 침기자들에게 “지치지 말고 무력하지 말고 행동으로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찬바람 속에 진행된 멸종반란의 집회는 각자가 생각하는 전쟁의 종식 방법을 적어 붙이고, 크게 외치며 종료됐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연대할 수 있다면 이날의 집회는 가까운 장소에서 이어서 진행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의 10차 집회로 이어졌습니다. 아쉽게도 긴급행동의 집회는 끝까지 함께 하진 못했습니다. 찬 바람을 함께 맞으며 집회에 참여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토요일 오후 지하철에서 다양한 생각을 했습니다. 평화 ‘알못’인 저는 집회에 참여하며 ‘저 사람들은 왜 자기 일이 아님에도 저렇게 열정적일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참여하면서 생각해 보니 질문이 틀렸더라고요. ‘자기 일이 아님에도 열정적인’ 게 아니라 ‘우리 일이기 때문에 열정적인’ 게 맞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집회에 참여해서 앉아있는 시간은 각자의 이야기, 음악, 시를 들으면서 평화란 무엇인지, 왜 우리가 저 멀리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함께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시티즌패스를 통해서 집회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아마도 부족한 잠을 채우며 보냈겠죠? 그래서 다음에도 집회에 갈 거냐고요? 어… 솔직히 토요일 낮 1시는 저에겐 너무 힘든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시티즌패스의 다른 집회 참여 모임을 보면서 고민은 조금 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집회에 가서 앉아있는 대신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스라엘산 복숭아, 자몽의 소비를 멈추는 일부터 당장의 이익보다 소신을 지키는 연구를 응원하는 일까지 할 수 있는 일이 많겠더라고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 할 수 있는 일들로 연대하며 세상을 바꾸는 동료 시민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자 한 명을 길러내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 어김없이. (1)
*Active Research Journal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뉴스레터 입니다. 연구탐사대에서 매주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이 링크 를 클릭하세요. 지난 시리즈에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는 데에 마주하는 장애물들에 대해 설명을 드렸었는데요. 이번 시리즈에서는 저희가 그 장애물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의 어떤 면을 주목하게 되었고, 그것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계에 어떻게 접목시키고자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 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첫번째 스텝으로 왜 저희가 ‘부트캠프’라는 것을 기획하게 되었는지도 설명 드리고자 해요. 자연스럽게 광고글이 되는 것 같은(?) 흐름이지만, 저희가 개발하는 부트캠프와 커뮤니티 서비스는 어쩌면 저희가 고민하고 지향해오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그리고 그러한 ‘역동적인 문제해결 지식생태계’를 만드는 가장 주요한 채널입니다. 그렇기에 독자 분들에게 왜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 취지를 적극적으로 설명드리고, 또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여정 속에서 적극적으로 이야기들을 나누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스타트업 생태계 : 먼저 온 미래 앞선 글에서 설명드렸듯이, 저희가 주목한 ‘스타트업 생태계’는 unknown unknowns(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와 같은 환경을 동일하게 마주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등장한 새로운 흐름이었습니다. 물론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서만 설명하는 데에도 글 한편, 어쩌면 책 한 권이 필요할 지 모르지만, 이 중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활성화하는 데에 있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참고할 수 있는 요인들을 뽑아보았어요. (1) 시작 : ‘그럴거면 너가 대표 하던가’ 어쩌면 연구자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주제의 연구를 가져 갔을 때 교수님께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는 ‘그건 너 정교수 되고나서 해라’는 말일지도 모르겠어요. 이 말은 한편으로는 배움에도 순서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연구자로 성장하는 프로세스가 그만큼 경직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가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있을 때에 그것을 가지고 회사로 가게 되면 ‘너무 좋은 아이디어이니 당장 시행해보세요’라는 이야기를 듣기보다, ‘그럴거면 너가 대표하던가’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사업 아이디어의 질에 상관없이 결국 회사 안에서도 신입사원부터 대리, 과장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있고 그 프로세스를 지키면서 사원이 성장할 때 그 직급에 맞는 일들이 주어지게 되죠. 하지만 그러다보니 앞서 언급한 unknown unknowns(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라는 환경에 기업이 적응을 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회사 내의 프로세스라는 것 또한 회사가 자체적으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직급에 따라 습득하는 과정인 것인데, 회사 밖의 시장환경은 기존의 노하우와 경험이 무용지물이 되는 혼란한 상황이 닥쳐오게 되었으니깐요. 그러면서 ‘회사의 노하우를 직급에 맞춰 차근차근히 배우면서 성장하는 프로세스’가 아닌, ‘지금 당장 시장환경에 뛰어들어서 직접 부딪쳐보면서 시장의 기회와 혁신을 찾는 기업활동’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고 그러한 흐름이 ‘스타트업 생태계’라는 새로운 영역을 등장하게 됩니다. ‘그럴거면 너가 대표하던가’라는 말에 ‘그래요 제가 대표할게요’라며 창업전선에 뛰어든 이들이 기존 기업보다 훨씬 혁신적이고 유연한 서비스를 개발해서 시장을 선점하는 상황들이 펼쳐지게 된 것이죠. (2) 스타트업이 혁신의 대명사가 된 요인 3가지 : 진심, 도전, 협력 스타트업 생태계가 어떻게 혁신의 대명사가 되었냐는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저희가 참고해볼만한 요소는 크게 3가지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여러분이 만드는 프로덕트는 여러분이 원하는 미래입니다.소비자들은 여러분의 미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죠.항상 승리할 수 없더라도 여러분이 원하는 걸 만드세요.그것만이 주변 사람들과 여러분의 동료를 감동시킬 수 있습니다. 개인의 창작에서 시작된 무언가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팀을 이뤄 그 결과가 위대한 제품으로 거듭난다면 어떨까요?그런 제품들은 많은 사람들을 깨우치게 할 것이고,더 많은 사람들이 그 제품을 찾게 될 겁니다. - 잭 도시(Jack Dorsey), Twitter(X) 창립자 먼저는 진심 입니다. 갑자기 왠 진심?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스타트업의 시작에는 항상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가 존재합니다. 시장의 환경이 있고, 그 환경에서 발생하는 고통의 요인(Painpoint)들이 있고, 그 요인들을 해결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존재하죠. 스타트업은 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을 계속해서 발전시키면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을 선점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아이디어에 대한 진심’이 스타트업의 전부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많은 학습과 시행착오, 이를 통한 전략의 변화가 있지만 큰 틀에서 풀고자 하는 시장과 문제, 그리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는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것을 한편으로는 기업의 ‘미션’이라고 부르죠. 이 미션을 중심으로 사업을 구성하면서 미션이 짧게는 3-4년, 길게는 정말 20-30년이 걸릴 정도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제품을 설계하고, 테스트하고, 발전시키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려갑니다. 기존의 기업에서 ‘시키는 일을 하던대로 하는 것’이 주 업무가 되고 주어진 매뉴얼대로 ‘시키는 일을 잘 하는 것’이 초점이었다면, 스타트업에서는 문제를 풀기 위한 아이디어와 ‘미션’이 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함께 제품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초점이 되는 것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연구는 어떨까요. 이번에 써야 하는 논문, 이번에 해야 하는 연구용역, 주된 초점이 ‘어떤 연구를 할 것인가’ 이상으로 ‘주어진 방식대로 연구를 해내는 것’과 ‘시키는 일을 잘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채로 연구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지는 않나요. 여기에서, 정말 10년짜리 20년짜리 ‘미션’과 ‘목표’를 가지고 그에 맞는 일련의 연구계획을 우리가 세울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요. 단회적인 ‘프로젝트’가 아닌, 미션을 달성하는 ‘프로덕트’로 연구를 바라보고 이를 계획한다면 우리는 어떤 연구를 할 수 있게 될까요? 두번째는 도전 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속칭 ‘애자일(Agile)’이라는 방법론이 존재합니다. “프로세스를 짧게 가져가면서 결과물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사이클을 반복해서 변화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방법론”이라고 불리는 이 방법론은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빠르게 실패하고 학습해서 발전시키는 방법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unknown unknowns(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의 시장환경 속에서 보다 중요시되는 것은 지금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의 완성도 자체보다, 얼마나 제품이 빠르고 유연하게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는가가 되기 시작했어요. 시장환경과 고객의 수요가 계속해서 빠르게 변화하다보니, 하나의 masterpiece를 만드는 것보다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수요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면서 발전해나가는 제품이 더욱 인기를 끌게 된 것이죠. 2007년에 처음 출시된 아이폰을 2024년 현재 출시되는 아이폰15과 비교했을 때에 전혀 다른 제품이 되어 있는 것과, 그 사이에 15번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발전되어 온 것이 대표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거의 매년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하고, 그에 대한 시장반응을 확인하면서 추가된 기능이 사라지기도 하고 시범운영되던 기능이 전면화가 되기도 했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이번 제품이 얼마나 완성도 높은 ‘masterpiece’인가 보다 일단 출시를 해서 현장의 반응을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나은 제품을 다음 버전에 출시하는 것이 됩니다. 물론 품질에 대한 기준선은 유지하지만 보다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더 나아가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가 생겨나게 됩니다. 실패는 그 자체로 실패가 아니라 도리어 더 나은 학습을 위한 시도가 되는 것이고, 실패가 두려워 아무 시도도 하지 않을 때에는 불확실한 현장에 대한 정보를 아무것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실패한 시도보다 못한 결과를 낳게 되는 셈이죠. 그러면서 실패를 ‘학습’으로 바라보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이에 따라 앞서 언급한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보다 과감한 실험들이 쉽고 빠르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도 연구를 돌아보자면, 결국 Publish or Perish라는 문화를 뗄레야 뗄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연구 자체가 현장에 대해서 얻게 되는 인사이트와 정보가 무궁무진함에도, 학회의 심사를 통과하지 않은 연구는 연구로 취급되지 못하는 현실은, 그리고 Publish 된 논문으로 연구자를 평가하는 문화는 결국 실패하는 과감한 시도보다 성공할만한 시도만을 하게 만들고 그것이 미션에 다가가는 데에 소극적인 문화를 만들게 되기도 하지요. 학술적인 엄밀함을 놓쳐서는 안되는 영역이 분명하게 존재하지만, 연구계 안에서도 연구를 빠르게 도전하고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학습해서 보다 나은 도전을 할 수 있는 연구문화가 만들어진다면, 우리는 어떤 연구를 할 수 있게 될까요? 마지막으로는 협력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제품들은 디지털 제품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주로 제품을 만들게 되는데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기본적으로 ‘오픈 소스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스 코드를 개방하고 공개하고 공유하는 문화인 셈이죠. 그 대표적인 것이 ‘라이브러리’라고 할 수 있는데요. 프로그래밍 언어별로 각 기능들을 구현할 수 있는 소스블록들을 ‘라이브러리’라고 명명하고 이를 모아서 서로 공유합니다. 특정 기능을 구현하고 싶은데 그 개발코드를 알고 싶을 경우, 이 라이브러리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먼저 구현한 전세계 개발 고수들의 코드를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이죠. 동시에 Stack Overflow나 Github 등에서는 개발자가 개발하는 과정에서 갖게 되는 궁금증들을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장이 형성되어 있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개발자들을 위해 그 Q&A들이 모두 공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개발자들은 얼마든지 개발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답을 받을 수 있는 지식창고가 있는 셈이죠. 개발자들 간의 지식들이 빠르게 공유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보니 신입 개발자들은 앞선 개발자들의 라이브러리와 경험, 노하우들을 제한없이 받아들이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이 곧 개발자 생태계 전체의 질을 향상시키면서 개별 제품 자체의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죠. 이는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그대로 문화가 이식되어서 Pay it Forward 문화로 발전하게 됩니다. ‘나에게 도움을 청할 때에 대가를 바라지 않고 기꺼이 도와주는 문화’를 일컫는 이 문화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이 관련된 정보와 노하우 등을 필요로 할 때에 생태계 구성원들이 대가 없이 도움을 주는 문화를 의미합니다. 그 과정에서 초기 창업가들은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성장을 할 수 있게 되고, 이들이 다음 창업가들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생태계 전체가 활성화되게 되는 셈이죠. 사실 이런 문화는 어쩌면 연구계가 그 원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학회에서 자유롭게 연구를 발표하고 그에 대해서 서로 피드백해주고, 논문에서는 앞선 선행연구들에 대한 자취를 기록해둠으로서 해당 연구를 하고자 하는 이들이 어떤 연구를 참조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연구의 의미와 한계를 모두 기술하면서 다음 연구자들이 그 바톤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하는 문화. 이를 통해 사회 전체의 지식이 빠르게 발전해왔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연구에 있어 ‘협력’은 경계하는 단어가 되어오기도 했습니다. 연구 아이디어를 훔쳐가는 일을 경계하게 되고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확보한 데이터를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것들. 그 이유야 인센티브구조부터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다시 Pay it Forward와 협력의 문화를 회복해서 연구자들이 서로의 지식을 빠르게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계 전체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속도를 높여갈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연구를 할 수 있게 될까요? 3. 이런 연구가 가능할까?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 진심과 도전과 협력이라는 스타트업의 문화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들어줍니다. 정말 15년에서 20년의 연구계획을 가지고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되는 연구주제, 그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빠른 실패와 학습을 통해 보다 과감한 연구들을 수행하는 것, 그리고 여러 연구자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연구노하우와 자료들, 지식들을 공유하면서 공동체로 연구를 수행하는 것. 그렇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쩌면 금융을 혁신하고 유통을 혁신하고 새로운 산업을 창조한 스타트업들보다 더욱 혁신적인 방법으로 정부를 혁신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저희는 그런 꿈을 꾸면서, “역동적인 문제해결 지식 생태계”라는 미션을 가지고 그러한 문화를 가진 연구 공동체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계속) *3월 14일까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시작부터 함께 배울 수 있는 <연구원정 : 부트캠프> 상반기 대원 모집을 모집 중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함께 신청해주세요.(아래 그림 클릭!) 액티브 리서치 저널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전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나머지 이야기를 미리 읽고 싶으신 분들이나 구독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Active Research Journal 뉴스레터 구독하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3)
*Active Research Journal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뉴스레터 입니다. 연구탐사대에서 매주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이 링크 를 클릭하세요. 지난 글(🚀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2) )에서 이어집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는 계속 되어야 하니까 박사과정을 거쳐 이들이 생산해낼 지식은 한국 사회가 지닌 다차원적 문제와 모순을 가시화하고 이를 해결해갈 수 있는 중장기적 전망을 내포하는 것으로서, 지식 자체의 깊이와 현장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다른 그 어느 곳도 아닌 이곳, 다른 그 어떤 시간도 아닌 현재의 한국 사회와 깊이 관련된 쟁점을 연구한다는 것에는 학문생산의 내적 기반 강화를 통한 지식의 내생성, 토착성, 성찰성의 강화라는 지향이 내포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서 국가정책을 통해 육성하고 양성해가야 할 최고 고등교육과 전문지식의 모습은 그러한 지향을 적극적으로 내면화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인문사회분야 학문후속세대의 연구력 강화를 위한 실태조사 및 과제 : 박사과정생을 중심으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발간 중 2022년 국무총리 산하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국내 인문사회분야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의 연구환경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학문후속세대의 연구력(Research Capacity)을 평가하고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연구를 수행하고 보고서를 발간합니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100여명의 박사과정생에게 설문을 수행하고 그 중 29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이 보고서는 비단 박사과정생 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계열의 연구자 전반에 대한 통찰을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 저희에게도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는 보고서였는데요. 이 보고서의 내용 하나하나가 굉장히 의미 있었지만 그 중에서 특히나 마음에 남은 부분은 ‘연구자란 누구인가’라는 부분이었습니다. 학문적 성취와 사회문제 해결을 대학원 진학의 가장 큰 이유로 가지고 있는 이들이 실제 연구자가 되어서 만들어내는 지식은 “한국 사회가 지닌 다차원적 문제와 모순을 가시화하고 이를 해결해갈 수 있는 중장기적 전망”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이었죠. 이후 이 보고서가 지적하고 있는 인문사회분야 박사양성모델의 부재와 연구환경의 한계 등에 대해서는 다음 뉴스레터에서 더 깊이 다루겠지만, 저희는 이 보고서에서 이야기하는 대상이 비단 박사과정 대학원생 뿐만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고자 하는 독자분들을 포함한 액티브 리서쳐 모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장애물들은 ‘그렇기 때문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는 할 수 없다’라는 이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 요소들을 극복한다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는 가능하다’라는 목표점을 설정한 것에 가깝습니다. 뒤집어서 이 장애물들을 극복할 수 있는 여건들을 마련한다면, 연구자들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고 그것은 분명 한국사회의 사회문제 해결에 있어서 하나의 큰 전환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연구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지금이지만, 저희는 여전히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가지는 힘을 믿습니다. 지금 마주하는 이 장애물들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할 수 없는 이유’가 아닌, ‘사회문제의 변화에 따라 대응해야 하는 지식생태계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지식 생태계이겠죠. 5. 다음 호 예고 : 스타트업 생태계와 역동적인 문제해결 지식생태계 저희는 그 가능성을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회가 복잡다양해지면서 unknown unknowns와 같은 환경을 마주한 것은 사회문제 영역만이 아닌 비즈니스 영역도 마찬가지 였거든요. 비즈니스 영역은 이를 ‘스타트업 생태계’의 조성을 통해 보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면서 극복해나가고 있었는데요. 그 이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빠른 시도와 학습을 통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문화’를 조성하면서 대안을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들의 역동적인 방법론과 문화를 차용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접목시킨다면 충분히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그에 따라 연구탐사대의 서비스들을 개발 및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어떻게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식’을 통해 문제해결의 프로세스를 혁신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역동적인 문제해결 지식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하는지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오늘도 긴 편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사회문제 해결 여정을 응원합니다! *3월 14일까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시작부터 함께 배울 수 있는 <연구원정 : 부트캠프> 2024년 상반기 대원을 모집 중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신청해주세요!(아래 그림 클릭!) 액티브 리서치 저널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전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나머지 이야기를 미리 읽고 싶으신 분들이나 구독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Active Research Journal 뉴스레터 구독하기
[후기] ‘함께 변화’ 집담회 : 우리가 상상하는 더 나은 정치
캠페이너들이 같은 기간동안 동일한 주제로 사회 이슈에 대한 토론을 만드는 ‘함께 프로젝트’ 2월에는 ‘함께 변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는데요, 프로젝트를 정리하며 참여한 캠페이너와 ‘정치’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집담회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이스브레이킹 먼저 모두가 마음 속에 품고 오셨을 질문부터 던져보았습니다. 시즌이슈 토의 시리즈 ‘더 나은 정치를 가로막는 걸림돌은?’에 답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요즘 제왕적 대통령제를 전제로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투표 선택지에 대부분 동의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가 지금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기보다는, 이를 통한 권력을 제도적으로 이용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바뀌는 과정을 생각했을 때 여론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여론이 투표로도 연결되기 때문이죠.” 🤔제가 요즘 고민이 되는 건 극단적 진영 대결입니다. 양당 외의 다른 목소리는 잘 나오지 못 합니다. 극단적 진영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봐도 해결법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더 나은 정치를 상상하는 질문들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 정치를 진단하기 위해, 점수를 매겨보았습니다. 참여자들은 한국의 정치에 어떤 점수를 주었을까요? 여러분이라면 몇 점을 주시겠어요?👀 3.95점 ⭐⭐⭐⭐ "세계적으로 보면 한국이 나쁜 편이 아니예요. 다른 나라를 보면 ‘선거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당선된다' 라는 당연한 절차가 안 지켜지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우리가 여기 모여 정치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잡혀가지는 않으니 그래도 희망적인 점수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문제점은 많으니 4점 이상은 주고 싶지 않네요." 3점 ⭐⭐⭐ "서구 국가에서도 대통령을 끌어내린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 한국 민주주의는 사회운동 민주주의기도 합니다. 민주화, 노동, 탄핵 등 대중운동과 사회운동이 제도적인 민주주의를 견인해 온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3점을 주고 싶어요. 4점까지 주지 않은 이유는 경제적으로 나아진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운동적 민주주의는 성숙했으나 경제적 민주주의는 택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관점에서 지금 경제는 다 안 좋으니, 우리나라는 그에 비해 대단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운동이 이끌어왔다고 말씀 해주셨는데. 시민운동 측면에서는 지금 최대의 위기라는 생각도 듭니다. 당파성을 너무 많이 띄고 있어서요. 민주정권을 지나면서 시민사회 쪽으로 많이 풀렸고, 정치와 제도 쪽으로 많이 빨려들어가면서 정치와 시민사회의 경계가 많이 모호해졌다고 생각합니다." 2점 ⭐⭐ "제가 영화에 평점을 주는 기준으로 치환하면. 2점은 보다가 꾸벅꾸벅 존 영화입니다. 1점은 돈이 아까운 영화인데요, 한국 정치는 2점을 주고 싶네요. 저는 사람들이 정치 이슈를 보면서 ‘정치가 왜 필요’한지 느낄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곤 합니다. 정치가 내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실감하기 어려운 게 한국 정치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나를 이끌어주는 의제가 없다는 측면에서, ‘졸리다'는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1점 ⭐ "정권이 바뀌고, 예산이 없어져 일을 잃은 활동가들이 많습니다. 삶이 가난해지고 세금 도둑 소리를 듣기도 하니 정치가 더 가깝고 더 민감하게 느껴집니다. 예전보다도 지금 더 정치에 대해 무기력함을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비해서는 지금은 정치 점수가 높을 거예요. 그러나 배분의 실패가 계속 누적되어 왔고, 지금은 기후위기라는 새로운 국면에까지 접어들었습니다., 새로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원 배분을 생각해야 할 시점에 여전히 폭탄 돌리기만 하고 있고 문제를 회피하고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정치가 내 삶을 바꾼다기 보다는 정치인들이 내 삶과 유리되어 있다는 생각만 하는 무기력감을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치가 모두에게 5점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각자 생각하는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행정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행정을 아는 사람들의 목소리'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지금 정치에서 유리되어 있는 계층이라고 해서 이걸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행정을 익히고 시스템을 알면 질문을 던질 수 있고, 공무원들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을 두려워 하고, 그게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대선보다 지선, 총선, 지방정치, 주민자치회 등에 관심을 가져서 지역에서 작은 단위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효능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제가 국정감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는데요, 뜯어보면 의미있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감 보도를 검색하면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 없다’, ‘고성을 질렀다’ 등 자극적인 뉴스만 있습니다. 그런 것만을 부각하는 언론이 정치에 대한 기대를 구체화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저 같은 경우는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에는 어려운 지식을 쉽게 만들어서 전파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간과정은 내용을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합니다. 공론을 위한 지식은 이런 유통체계가 부족합니다. 시민들은 자신과 관련된 의제에서 어떻게 좋은 지식을 접할 수 있을까요? 그건 언론도 한계가 있습니다. 중간 유통자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심있는 사람들이 좀 덜 관심 있는 사람에게 전파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사회 전반적으로 기득권 층들이 ‘나 아니면 안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명감이 있으신 것은 좋지만 ‘나만 할 수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죠. 왜 20대가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될까요? 왜 20대 국회의원이 국회의 과반수면 안 될까요?”  “캠페인즈 같은 시민들이 질적으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분노 같은 감정만이 아니라 의견을 표출하고 얘기 나눌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고 “아까 우리가 매긴 한국 정치 점수의 평균이 2.66점이더라고요. 평균을 넘어섰으니 희망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 화이팅!“ “정치에 대한 얘기는 지인들이랑만 하게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지인이 좁아지는데요, 싸우지 않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만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오기 전에는 뭘 이야기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주제와 질문을 던져주시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도 주셔서 잘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웃으면서 정치얘기 했던 게 언제였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방식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내가 가진 정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충격으로 시작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정당으로 옮겨갔다가, 이제는 현실로 옮겨가게 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각 분야에서 활동하다 오신 분들의 얘기를 들어서 좋았습니다. 저 업계, 저 현장에 있으면 저런 게 보이는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특히 학계, 시민운동, 지역운동 얘기가 흥미로웠어요. 현장을 더 많이 겪고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화의 장이 끊이지 않고,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누는 행동이 더 중요해진 시기입니다.  디지털 시민광장 캠페인즈는 항상 시민 여러분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