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기후 위기, 교통 시스템의 대안은?
이 글은 대화 참여자들의 주장을 압축하여 재구성한 것으로 오마이뉴스에 2023년 8월 30일에 발행된 글입니다. 전기차가 친환경? 대안은 따로 있다 [오마이뉴스 23.08.30] 북극의 얼음은 녹고 뒤죽박죽인 날씨가 세계 어디서나 쉽게 목격되는 시대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추세를 지속할 경우, 지구 온도가 3~5℃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2015년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서는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BAU) 2℃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협약을 채택했다.우리 정부도 일찌감치 서둘렀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세계 최초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통과시켰고,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61번째 국정과제로 '신기후체제에 대한 견실한 이행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2020년 10월 28일에는 2050년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거창한 선언과 달리,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탄소중립의 목표가 원활하게 달성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온실가스 배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에너지 분야다. 특히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분야는 교통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꾸준히 어디론가 이동할 수밖에 없고, 걷지 않고 동력 기관을 사용한 이동 수단을 선택하는 순간 온실가스 배출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탄소중립이 지구적 과제라면, 교통 부문의 탄소 배출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내연기관차가 아니라 전기차를 타면 해결될까? 자가용을 멈추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괜찮을까? 대중교통을 타더라도 지하철을 타야 할까, 버스를 이용해야 할까? 새로운 길을 내야 한다면 철도망인가 도로인가?사회적으로 필요한 논쟁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는 '대담한 대화'에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교통 부문의 대안을 살펴보기 위해 두 명의 전문가를 찾았다.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의 저자이자 철도 전문가인 전현우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 <전기자동차가 다시 왔다?!>의 저자이자 대기업 연구소에서 자동차 개발을 연구하는 박근태 박사다. 이들의 대화를 축약하고 재구성해 싣는다. 전기차, 친환경은 '멋진 명분'   ▲ 자동차 전문가인 박근태 박사(우)와 철도 전문가인 전현우 연구원(좌)이 기후 위기에 대응할 교통 시스템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손우정  기후 위기의 출처는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이 특별히 집중하고 있는 것은 '교통' 부문이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 부문에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이다.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지금, 이유는 뭘까?박근태 "전기차도 처음에는 장거리용이 아니라 시내에서만 타는 시티카였어요. 그런데 장거리를 가야 하니까 배터리를 크게 달고 항속거리를 늘리기 시작한 거죠. 처음에 테슬라가 고급 전기차인 모델 S를 만들었을 때 배터리 용량이 60kWh 정도였는데, 지금은 중소형 전기차도 그 정도 달아요. 큰 차가 100kWh 정도 달기도 하고. 배터리를 크게 만들고 많이 달면 환경에 해로워요. 전기차를 흔히 친환경차라고 하지만, 사람들이 전기차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 연료비 절감이에요. 친환경은 멋진 명분이고. 전기차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어요."전현우 "인류가 '기후가 문제'라고 인식한 지 30년이 지났습니다. 온실가스 배출은 주로 화석연료 연소에서 비롯되는데, 사용 분야를 크게 발전소나 정유시설 같은 에너지 변환, 공장 같은 산업, 건물, 그리고 교통으로 나눠요. 이 30년 가운데 초기 15년 정도까지는 모든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폭증하지만, 그 이후 15년은 다릅니다. 선진국에서는 그래도 배출량이 줄어들기 시작한 분야들이 나오지만 교통 부문 배출량은 그대로고,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는 교통 분야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이 제일 높아요. 이대로면 교통이 배출량의 핵이 될 겁니다."  ▲ 화석연료 연소로 인해 발생한 2005년의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2019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하면 OECD국가와 비OECD국가 모두 교통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이 심각하다. ⓒ 국제에너지기구    자동차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술들은 계속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의 속도에 맞춰 인간의 욕망도 덩달아 커지고 빨라졌다. 흔히 사람들은 전기차를 타는 것이 환경에 이롭다고 생각하지만, 배터리 제작에 사용되는 화석연료의 양을 고려하면 내연기관차보다 반드시 친환경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게다가 발전된 기술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더 크고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차를 만드는 데도 활용됐다.만일 전기자동차 제작에 화석연료가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면, 전기차의 죄는 면해질까? 자동차 전문가인 박근태 박사는 전기자동차 제작에 쓰는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더라도 전기차에 '친환경차'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고 단언한다. 동력 에너지의 출처를 떠나 자동차는 환경을 훼손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또한 전현우 연구원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게 되면 '공간'이라는 또 다른 문제와 마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박근태 "(전기차 제작에 들어가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도 자동차는 환경을 오염시킵니다. 주행하면서 타이어 마모나 브레이크 마찰에서도 미세먼지를 일으키잖아요? 생산 과정에서도 오염물질이 나와요. 그런데 지금은 마치 전기차가 진짜 친환경차인 것처럼 생각하게 해서 전기차를 타면 '난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야'하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식이에요. 100kWh 배터리 달던 차에 배터리 용량을 반으로 줄인 배터리로 교체한다고 해서 전기차가 환경에 해롭지 않은 건 아닙니다. 자동차는 안 타는 게 제일 (환경에) 좋지만, 어쩔 수 없이 타야 한다면 가능한 덜 해롭게 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해요."전현우 "(전기차 제작의) 재생에너지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재생에너지를 본격적으로 쓰게 되면 에너지 문제가 공간 문제로 바뀝니다. 자동차의 주행 거리를 유지한다는 조건에서,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발전소가 얼마나 더 필요할까요? 전기차와 태양광 발전소의 표준스펙으로 계산해보니까, 필요한 전력량은 126TWh, 이걸 충당하려면 1442㎢, 즉 서울의 3배, 제주도 수준의 면적이 필요해요. 추가 면적이 그 정도예요. 전기차만이 아니라 다른 에너지 분야도 소비량을 크게 줄여야 해요."철도 중심의 교통 시스템 개편, 대안이 될 수 있을까?전기차도 기후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면, 교통 시스템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두 사람은 교통 부문의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현 교통 체제를 대중교통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구체적인 쟁점으로 들어가면 강조점이 다르다. 전현우 연구원은 철도를 중심으로 한 재편을 주장하지만, 박근태 박사는 회의적이다.전현우 "200년 동안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이뤄낸 성취 중에 남겨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저는 그게 대도시와 그 속의 삶이라고 봐요. 잘 뜯어보면, 걷기는 남아 있어요. 걷기를 기반으로 교통 체계를 쌓아 올려 대도시, 나아가 광역 도시권 전체를 연결해야 합니다. (대도시의 중심지) 기능을 유지하려면 대중교통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입니다. 걷기와 대중교통이 서로 결합한 '확장된 걷기 공간'이 대도시의 미래이고, 그 뼈대가 철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박근태 "그것만으로는 불완전해요.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철도로 확장할 수 있는 곳까지는 철도를 깔면 되는데, 안 되는 곳은 자동차밖에 대안이 없어요. 교통연구원에서 낸 보고서를 보면, 2050년에도 철도 분담률이 50%가 안 됩니다. 철도로 확장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철도 중심의 재편만이 대안이라는 건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교통수단, 특히 자동차에 대한 대책도 고민해야 해요."전현우 "철도가 무조건 답이라는 건 아닙니다. 제가 계산해보니까 철도 한 량에 3명 미만의 승객이 탑승하면 에너지 효율이 없어요. 탄소 배출량은 (한 량에) 6명 미만이면 철도가 더 많고. 그 이하의 승객이 탄다면 버스나 다른 수단을 공급하는 게 맞겠죠. 버스전용차로가 건설비 당 용량 측면에서는 제일 효과적이지만, 시간당 1만 명 이상 통과할 수 있는 건 철도만 가능해요. 물론 일본에서 지방 선로를 폐지할 때 썼던 기준을 고려하면, Km 당 하루 2000명 이하가 이동한다면 버스가 낫죠. 그 이상이면 여러모로 철도가 낫다는 거고."박근태 "정책적으로 철도를 확산하는 게 정말 좋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어요. 이동 수단과 인프라를 늘리면, 거기에서 끝나지 않아요. 철도망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이동을 유도하죠. 철도망도 깔 수 있는 곳에 다 깔라고 할 건가요? 또, 환경 효율을 생각하면 철도로 승객을 대량으로 수송하면 좋은데, 지금은 옛날처럼 승객을 빡빡하게 밀어 넣을 수는 없어요. 이동할 때의 개인적 만족이라는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대중교통 유인책, 인센티브와 페널티기후 위기에 대한 교통 부문의 대안은 대부분 가장 적은 에너지를 사용해 가급적 가장 많은 사람을 수송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효율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정책의 의도대로 움직이도록 만들 것이냐는 점이다.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에 동참하는 사람에게 혜택을 주거나 동참하지 않는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물론 두 방법을 적절하게 조화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더 중요하고 효과적인 것은 뭘까? 또한, 무엇이 혜택이고 무엇이 불이익일까? 그것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박근태 "예전에 우리 선배들은 절대 집보다 차를 먼저 사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은 집보다 차를 먼저 사는 시대입니다. 또 우리 젊었을 때는 작은 차부터 사서 점차 큰 차로 바꿨는데, 지금은 처음부터 큰 차를 사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세대의 경제적 합리성과 지금 세대의 합리성이 다른 거예요.이런 상황에서 교통 시스템의 대안을 짜려면 적어도 세 가지를 충족해야 해요. 하나는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 둘째는 비용이 싸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동 경험이 만족스러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걸 충족하지 못하면 철도는 경쟁력이 없고 서민의 교통수단에 머물게 될 뿐이에요."  ▲ <전기자동차가 다시 왔다?!>의 저자인 박근태 박사는 자동차산업과 노동 연구 전문가다. ⓒ 손우정  전현우 "왜, 무엇이 만족인지 성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비만율이 올랐습니다. 움직임이 줄어서라는 진단이 많죠. 그런데 자동차 이동은 오히려 늘었어요. 반면 대중교통 통행은 (코로나 이전의 통행량으로) 회복이 안 되고 있어요. 어디 등록해서 억지로 가야 하는 운동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운동이 사실 제일 중요하거든요. 의학에서는 아예 활동적 교통, 활동적 생활환경이라는 말로 대중교통을 조명합니다. 대중교통은 걷는 걸 유도하고, 신체 활동을 늘려서 신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유리하다는 거죠."박근태 "그렇게 쉽게 말할 문제가 아니에요. 이동의 만족을 교통수단과 관련해서 생각해 보면, 사적공간이 필요한 영역이 있어요. 예를 들어 연인이 데이트를 하고 싶으면, 대중교통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죠.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대중교통의 질을 높여줘야 해요. (대중교통에) 개인 공간을 늘려 주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KTX도 너무 좁아요. 지하철에서도 요즘에는 짐을 올려 둘 수 있는 선반을 없애고 있어요. 선반 없애면서 가방을 갖고 다니는 게 불편해지고, 피로도가 확 높아졌어요.흔히 대중교통으로 유도한다고 자동차에 페널티를 주는 걸 자주 이야기하는데, 이런 방식도 곤란해요. 자동차를 이용하는 분 중에는 생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타야 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더 비싼 하이브리드차, 전기차를 사면 비용을 보조해 줍니다. 페널티를 주는 방식은 오히려 부자들이 혜택 보는 방식일 수 있어요. 좋은 방법은 아닌 거죠. 대중교통의 공공성과 편의성을 높여주고 더 쾌적하게 만드는 투자를 늘리는 것이 필요해요."전현우 "저는 페널티를 주는 방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봐요. 박근태 선생님이 언급하신 교통연구원 보고서 계산은 탄소 중립을 위해 자동차 주행 거리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것인데, 이걸 현실화하려면 대중교통이 괜찮은 수도권은 차량 주행 거리가 4분의 1 정도로 줄어야 할 겁니다. 그러려면 대중교통에 투자해야 해요. 그런데 지금도 유류세로 철도를 짓는데, 지금처럼 리터당 일정액의 유류세에 의존하는 건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이 많은 비수도권에서 세금을 거둬서 철도가 밀집한 수도권에 퍼주는 구조예요.이런 방식으로는 지역균형발전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수도권에서 상당한 페널티는 불가피해요. 도로 용량을 좀 줄이고, 유지되는 차량 통행량에는 막대한 세금을 부과해서 수도권 대중교통은 물론 비수도권 대중교통까지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차주한테는 주행세, 혼잡통행료를, 차량을 끌고 오게 만든 사업자에게는 교통유발부담금을 물려야 합니다."   ▲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 저자인 전현우 연구원은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을 철도에서 찾고 있다.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다. ⓒ 손우정  대안 교통, 어떻게 스며들게 할까?교통 시스템의 구조와 사람들의 생활패턴을 바꾸기 위해서는 일정한 인센티브도, 일정한 페널티도 불가피하다. 다만 정도의 문제는 있다. 약한 규제는 행동의 획기적 변화를 유도하기 어렵지만, 과한 규제는 정책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어느 수준이 적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때로는 충격요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전현우 연구원은 그의 책에서 자동차를 '공간의 납치범'으로 불렀다. 자동차가 '걷는 사람들'을 납치해 가장 기본적인 이동 수단인 '걷기'를 없애고 있다는 것이다.전현우 "'공간의 납치범'이라는 표현은 누가 납치되고 누가 해방되느냐가 초점이죠. 여기서 납치되는 건 '걷는 사람'이에요. 걷는다는 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이동 모드고 어떤 변화가 와도 지켜야 할 이동방식이죠. 대중교통은 정류장과 집을 오가며 수백 미터는 걷습니다. 그런데 자동차는 걷기를 축소하고 문과 문의 간격을 좁히는 것에 주목하죠. 이렇게 걷는 사람을 무시한 채, 도시를 자기에 맞춰 재구성하는 자동차의 면모를 포착해서 납치라고 쓴 거죠."반면, 박근태 박사는 자동차만을 문제 삼는 것은 오히려 해결책을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을 적대시하기보다 알게 모르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박근태 "제 생각은 좀 다른데, 원래 환경파괴의 원조는 기차였어요. KTX 만들 때도 논란이 많았고. 문제는 인간의 욕망이 기계화된 교통수단을 활용한 거죠. 우리가 특정한 교통수단만을 문제 삼는 건 해결책을 제약할 수 있어요. 해결책이라는 건 첫 번째로는 충격요법을 쓰는 방법이 있고, 다음으로는 알게 모르게 스며들게 하는 방법이 있어요. 둘 다 필요하지만, 지금은 스며드는 방식에 주목해야 해요. 자동차는 납치범이고 악마라고 낙인찍기보다 그로 인한 사회적 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봐요."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견디고 있는 지금, 기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는 이미 충분히 무르익었다. 그러나 위기를 받아들이는 정도와 구체적 해법에 대해서는 여러 시각차가 존재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후 위기 해법은 우리에게 일정한 불편, 귀찮음, 단기적 손해를 감수하라고 요구한다. 그래서 모두 겉으로는 기후 위기 극복에 공감을 보내지만, 현실은 더디거나 거꾸로 가기도 한다.철도망을 중심으로 대안 교통 체제를 설계할 것인가, 자동차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그 피해를 줄이는 데 주력할 것인가? 조금만 대화하면 합의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폭넓은 합의만큼이나 미세한 쟁점에 대한 사회적 토론은 부족한 편이다. 기후 위기 운동 진영 내에서도 합의가 쉽지 않은 쟁점들이 무수하게 있다. 그러나 기후 위기 극복을 단지 선언할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구현하려면, 그런 쟁점을 더 이상 묻어 두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대화의 전문과 관련 통계는 대담한 대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담한 대화] 기후 위기, 교통 시스템의 대안은?(대화 전문) [대담한 대화 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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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 선진국과 개도국의 책임이 다를까요?
탄소배출과 관련해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정책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기차 중심의 로드맵을 펼치고 있습니다. 2021년 8월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절반을 친환경차로 대체할 계획입니다. 연계적으로 공공 전기차 충전인프라를 50만개로 늘리기 위한 예산 150억 달러를 의회에 요청했습니다. EU는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수입되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일종의 무역관세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할 예정입니다. EU는 차량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도 크게 강화합니다. 2030년에는 디젤과 휘발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이 기존 대비 55% 강화됩니다. 5년 뒤에는 100%로 상향 조정할 계획입니다. 2035년이 되면 EU에 가입한 국가에서 내연기관차를 판매할 수 없습니다.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처럼 공격적인 기후변화 대응 로드맵 준비에 시간, 돈, 경제 인프라도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해당 정책은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에 경제적 종속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특히 유럽의 탄소배출권의 경우 여전히 제조업 기반에 갇힌 중국 및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무역장벽'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대의명분은 있지만 결과적으로 개발도상국들이 경제와 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모양새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에 산업혁명으로 발전한 선진국들이 ‘환경오염 책임’을 개도국에 전가한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전세계적인 문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최근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개도국의 기후위기 피해를 선진국이 보상해야한다는 내용을 담은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을 위한 목소리가 모였습니다. 기후위기 피해, 선진국이 개도국 책임져야 파키스탄은 2022년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로 1,717명이 사망했습니다. 또한 전체 인구의 약 15%인 3,300만 명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아프리카 19개국은 올해 홍수로 500만 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으며 농경지 약 100만 ha가 물에 잠겼습니다. 영국 일간지인 가디언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니제르, 차드에선 올 하반기 홍수로 수백 명이 숨지고 150만 명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지난 100여 년간 선진국이나 부국들의 산업 개발과정에서 대량으로 배출된 탄소가 그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반해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은 상대적으로 탄소배출량이 적습니다. 개발도상국의 상황이 더 열악해 같은 피해를 입더라도, 받는 타격과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더 크고 이를 위한 자원 마련도 쉽지 않습니다.   더 깊고 오래가는 개도국의 타격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이하 COP27)에서 작은 실마리가 나왔습니다. COP27 의장 사미흐 슈크리 이집트 외교장관은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총회 결정문이 당사국 197개국 합의로 채택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산업 개발 과정에서 대량 배출된 탄소로 인해 개도국이 지구온난화 피해를 본 것을 선진국들이 보상해야 한다는 취지도 담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20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COP27 폐막 총회에서 해당 기금 조성의 내용을 담은 총회 결정문이 발표되었습니다. 6일 개막한 COP27은 18일 끝날 예정이었으나 기후변화 보상 문제 등에 대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견해차로 20일 새벽에야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이코노믹리뷰 2022.11.20)(연합뉴스 2022.11.20)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이후 방향성은 어떻게? 아직 구체적인 기금 운용방식은 향후 과제로 남았습니다. 기금 조성 방식과 국가별 기여방식, 기금을 받는 국가와 기금 운영 방식 등은 미정입니다. 또한 아직 선진국으로 분류되지 않은 중국과 인도 등 현재 주요 탄소 배출국이 보상제공을 얼마나 감수할지도 미지수입니다. 또한 COP27에선 ‘지구 온도 상승폭 섭씨 1.5도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뿐만 아니라 석유 천연가스 등 모든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자는 제안은 합의되지 못했습니다. 외신들은 이번 기금 마련 합의를 ‘획기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기후 관련 싱크탱크인 ‘파워시프트아프리카’의 모하메드 아도우 상임이사는 “처음에는 손실과 피해 보상 기금이 논의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며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기금 의무부담국가 불포함입니다. 199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채택 당시, 의무부담국의 범위를 선진국으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COP27의 주요쟁점 중 하나는 ‘기후변화협약 채택 이후 크게 성장한 국가들이 손실과 피해를 부담해야 하는지’였습니다. 선진국 측은 “중국과 중동 산유국들은 협약 이후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했기 때문에 손실과 피해를 함께 부담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등의 반대로 합의까진 다다르지 못했습니다. (동아일보 2022.11. 21) 균형적인 시각의 고민, 좀 더 다양한 산업에서 필요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은 과거 탄소배출에 대한 책임을 다양한 주체들의 관점을 담아 묻는 의제입니다. 계속적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인공지능 같은 신기술들이 이후 비슷한 문제를 만들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COP27이 균형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살펴보고 다양한 문제에 적용하려는 생각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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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디지털화에 따른 사회 대전환과 노동 참여 민주주의
이 글은 탄소중립과 디지털화로 인한 한국 사회의 변화는 그에 따른 혜택을 골고루 나누고, 변화의 과정에서 누구도 탈락하거나 뒤처지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변화(전환)와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과정에 노동자를 비롯한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되고, 전환에 따른 이해 충돌과 갈등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쌍둥이 전환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탈탄소 전환과 더불어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한 기술‧산업 혁신에 기초한 디지털 전환이라는 깊고 거대한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탄소)의 실질적 배출량이 0(zero)이 되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산림 등)하거나 제거하는 방식으로 달성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탈탄소 전환과 디지털 전환은 내적으로 긴밀하게 연계된 하나의 전환, 즉 쌍둥이 전환(twin transition)의 성격을 갖는다고 한다. 이는 탄소배출을 억제하거나 제거하는 탈탄소 전환을 실제 구현하기 위해서는 생산과 소비 모두에서 디지털 기술의 효과적 활용을 통한 에너지와 자원의 효율적 활용 및 재활용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사회, 산업 및 노동과 일상생활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탈탄소 전환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산업적 적용 등에 따른 디지털 전환(4차 산업혁명)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 되고 있는데, 나라마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되기도 하고 기회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2021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함으로써 2050까지 탄소중립을 약속하고,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퍼센트 이상으로 감축한다는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법제화한 세계 14번째 국가가 됐다. 그리고 2023년 3월 향후 20년 간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담은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정이 순조롭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혜택(성과)과 비용(부담)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사회 구성원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갈등을 어떻게 그리고 언제 시의적절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전환 과정과 그 결과에 큰 차이를 발생시킬 것이다.   쌍둥이 전환과 정의로운 전환 전략 탄소중립 및 디지털화가 노동자를 비롯한 취약계층, 산업 및 지역사회에 초래하는 변화를 다루는 전략으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노동조합, 시민사회, 국제기구, 국가 및 지방정부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환경정책 강화에 대응한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에서 시작하여 2000년대를 거치면서 기후 변화 영향에 대한 적응 및 노동력 자동화와 관련된 전환과 같은 주요 사회적 변혁 전략으로 확대되었다. 탄소중립과 관련하여 정의로운 전환은 고용 안정과 환경 보호가 상충된다는 것에 반대하고, 에너지 시스템 전환에 대한 기술적 문제에서부터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경제적 개입의 종류에 대한 부분까지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한 사회적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의 개념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게 된 계기는 국제기구의 공식적 채택에 의해서다. 2015년 9월, 국제노동기구(ILO)는 정부, 기업 및 노동조합 간의 대화를 기반으로 한 노동력의 정의로운 전환 지침을 채택했는데,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7가지 원칙 중 하나로 사회적 대화를 제시하였다. 정의로운 전환은 디지털화나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목표로 하는 과정과 그 결과가 모두에게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는 전환 전략이다.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하여 이를 위한 단호한 정책은 필요하되 그 과정은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절차적 정의), 그 효과는 노동자 또는 취약계층에 불리하게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실질적‧결과적 정의)을 의미한다. 노동자에게 실질적 측면에서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은 고용보장이고, 절차적 측면에서는 이해당사자로서 노동자(노동조합)의 참여이다. 이해당사자가 전환과정에서 정부 정책에 대해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현실화하는 틀은 사회적 대화이다. 우리나라 역시 이를 반영하여 2021년 확정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사회적 과제 중 하나로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제언하고 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이해관계자 참여를 보장하는 사회적 대화체계 구축, 노동전환 지원방안 마련,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제시하였다. 사회적 대화체계 구축과 관련하여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과정에서 모두의 책임과 역할이 있음을 인정하고 사회구성원 중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이해관계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논의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탄소중립 관련 정책과 계획 등의 입안 단계부터 실행과 결과까지 전 과정에 이해관계자의 의미있는 참여를 보장하는 대화 체계를 공고하게 구축하고 이를 민주적으로 운영해 전환 과정의 성과와 책임을 공유하고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안은 탄소중립정책의 설계 및 결정, 이행과정에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쌍둥이 전환이 한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디지털 전환과 탈탄소 전환은 그 영향력이나 파급효과가 커서 노동시장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산업을 넘어 경제 전반의 구조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되고 있다. 쌍둥이 전환은 일자리 측면에서는 신산업의 등장 및 성장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사양 산업 및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거나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존 산업에서는 생산 위축에 따른 일자리 소멸 및 감소가 발생하고, 특히 고용충격이 취약계층에 집중될 경우 양극화 및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위기요인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전환의 혜택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경우 고용 불안과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는 등 노동자, 취약계층을 배제하는 사회구조가 심화될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화 및 탈탄소 전환의 양상 및 관련 정책은 위기요인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제조업과 금융업 등 기존 산업에서 디지털화가 고용 감축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탄소중립을 위한 퇴장산업인 석탄화력발전산업과 내연기관 부품산업의 경우 대규모 고용감소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관련 정책 결정에 핵심 이해당사자인 노동자(대표)의 참여가 배제되고 제대로 된 고용‧사회 정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제조업에서 자동화를 비롯하여 정보통신기술의 산업적 적용은 인력감축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금융업의 경우 은행들이 금융과 IT를 융합한 핀테크(Fintech)의 확산으로 비대면거래를 확대하고 오프라인 점포를 급격히 축소시킴에 따라 대규모 인력감축이 진행되고 있다. 탄소중립에 따라 퇴장해야 할 산업인 석탄화력발전과 내연기관차 부문, 사라지지는 않지만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재료산업에서 대규모 고용 감축이 우려되고, 이에 따라 이들 산업들이 집중되어 있는 지역경제가 위태로울 수 있다. 석탄화력발전 부문의 경우 2050년까지 발전소의 폐쇄로 비정규직을 포함하여 2만 5천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전후방 효과까지 감안하면 사라지는 일자리 수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이며, 발전소가 집중되어있는 충청남도, 경상남도 등의 지역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전환되면 부품수가 크게 줄어들고, 이로 인해 고용이 줄어든다. 자동차 부품사만 보면 내연기관차의 파워트레인과 배기계 및 연료탱크 등의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은 앞으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생산량이 감소하고 위기에 빠질 것이다. 이에 따라 노동자 10만 8천여 명의 고용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이는 내연기관 부품업체가 집중된 충청남도, 부산‧울산‧경상도 지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재료산업에는 21만 2천명이 고용되어 있는데, 생산방식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퇴장산업보다 더 큰 고용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철강산업이 집중된 경상도와 충청남도, 석유화학산업이 집중된 전라남도와 울산, 시멘트산업이 집중된 경기도, 충청도 등의 지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주요 이해당사자인 노동자를 배제한 정책결정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디지털화나 탄소중립 관련 대책이 핵심 이해관계자인 노동자를 비롯한 시민사회를 배제한 채 정부 주도하에 일부 기업관계자와 기술전문가를 중심으로 수립, 추진되어 왔다. 그 결과 산업 및 노동 현장의 실태가 제대로 진단·분석되지 않고 있으며, 전환의 위협요소인 일자리의 소멸이나 감소, 질의 저하 문제, 교육문제, 노동자의 권리나 사회적 보호 등의 문제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분명한데, 그 영향을 받는 노동자의 고용 문제에 대한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해 1조 원이 넘는 예산이 ‘노동전환’을 위한 사업에 투입되었지만 현장에서는 와닿는 것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하여 핵심 이해당사자인 노동자(대표)는 국가 및 산업, 지역, 기업 차원의 대응에서 배제되어왔다. 2021년 정부의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의 추진을 위한 주요 정책 및 계획과 그 시행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제1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소중립위원회)가 구성되었는데, 98명의 위원 중 노동자 대표 1명이 위촉됨으로써 비로소 관련 논의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비해 기업 대표는 11명이 참여했다. 2022년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지난 해 10월 비로소 제2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위원 32명으로 출범하였는데, 노동자와 시민사회 단체 대표는 배제한 채 전문가와 사용자단체(중소기업중앙회‧대한상공회의소)만으로 구성하였다. 대표적 퇴장산업인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정책은 관련 노동자들의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노동조합)가 의사결정과정에서 주변화되는 등 노동배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석탄발전 폐지 계획을 결정하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설계, 기존 발전소의 폐쇄에 따른 고용관련 문제 등과 관련하여 당사자인 노동자들(노동조합)과의 논의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고, 진행된 경우에도 당사자들은 참여 주체가 아닌 결정된 사항을 통보받는 대상에 불과하였다. 이는 발전공기업의 대응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발전공기업들은 각 회사 내·외부 전문가로 탄소중립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실무조직을 꾸리고 있다. 하지만 각 회사의 탄소중립위원회에 노동자 대표(노동조합)의 참여는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전환과정에서 고용보장정책이나 일자리 창출이 주요 사업으로 채택되지도 않고 있다. 퇴장산업인 석탄화력발전의 경우 보상과 사업전환 및 지역의 산업정책적 프로그램을 담은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탄소중립정책에 저항할 것이다. 실제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40%로 상향하자 2021년 10월 13일 관련 노동조합들이 탄소중립위원회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물론 이들의 요구는 기후위기 대응을 늦추자는 것이 아니라 고용전환 대책을 제대로 세우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요구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회보장제도가 약해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절규가 나오는 한국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실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노동자의 분노가 탄소중립에 대한 저항으로 돌아서기 전에 민주적 출구전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출구전략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한데, 이에 따라 탄소중립과 발전소 폐쇄에 대한 노동자의 태도와 수용성은 달라질 것이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 노동자 대표 참여와 사회적 대화 탈탄소전환과 디지털전환의 진행 속도와 범위에는 기업, 노동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의 인식 및 적응도와 사회 전반의 수용성이 큰 영향을 미친다. 쌍둥이 전환이 가져올 위험요소는 낮추고 동시에 주어지는 기회는 잘 활용하면서 우리 사회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발전 방향에 대한 폭넓은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공유와 참여,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성장과 기후보호는 상충되는 관계가 아니고 전체 고용량에는 큰 변화가 없다 하더라도 산업과 지역별로는 많은 변화가 나타난다. 기후위기 대응으로 사라지는 산업이 있는가 하면 새롭게 성장하는 산업도 있으며, 이러한 산업들의 지역적 분포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동자의 양극화 뿐 아니라 지역간 양극화와 지역의 소멸 현상이 심화되고, 사회적 갈등과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사는 민주사회에서 갈등과 논쟁은 필연적으로 일어나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독일의 경우 ‘사회적 대화’의 방식으로 이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현재 디지털화나 탄소중립으로 일어나는 여러 노동 문제들은 매우 복잡하고 시스템적으로 연계되어있어 어느 한 행위자집단에서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4차산업혁명 정책인 ‘산업 4.0’이 추진 초기에 기술과 경쟁력 위주로 전개된다는 비판이 일어났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16년 ‘노동 4.0’을 진행했다. ‘노동 4.0’은 노동계, 재계, 학계, 시민사회 등 모든 사회주체가 참여하여 디지털 전환이 노동 등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는 사회적 대화 플랫폼으로, 미래의 노동세계를 사회적 대화와 공동연구를 통해 같이 만들어가고자 했다. 석탄산업의 경우 2018년 에너지 부문, 광산업체, 지역시민 단체, 환경단체, 노조, 전문가, 정부 및 정당 등의 대표 31명이 참여한 ‘석탄위원회’를 설립하였다. 이는 석탄산업 노동자들이 고용불안 속에서 탄소중립을 반대하고, 기후 보호보다는 자국의 산업 보호와 일자리를 우선시하는 극우정당(AfD)에 동조하는 경향이 높아지자 이를 막기 위해 사회적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출구전략을 찾고자 한 것이었다. 독일의 ‘노동 4.0’과 ‘석탄위원회’가 시사하는 바는 사회적 대화가 상반된 이해관계를 조절하고, 적절한 방안을 찾아냄으로써 전환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아무런 대책 없이 일자리를 내주고 실업자가 된다면 누구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 갈등과 충돌이 발생하고 탄소중립과 디지털화는 지연되며, 정의로운 전환은 어려워진다. 노동자(노동조합)의 입장에서 실질적 정의의 핵심은 탄소중립에 따른 에너지 및 산업구조 전환과정에서 일자리의 유지 및 창출을 통해 고용이 보장되거나 일자리를 잃는 경우 생계 및 전직 지원 등 사회안전망을 통해 보호받는 등의 정책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리고 절차적 정의의 핵심은 이해당사자로서 탄소중립 및 정의로운 전환 정책의 설계, 계획의 수립 및 시행, 이행점검 및 평가 과정 등에 동등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으로 인한 산업전환은 포괄적인 변화로 개별 기업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다. 따라서 중앙차원의 사회적 대화와 더불어 관련 당사자들이 참여하여 합당한 대책을 세우는 사회적 협의체를 산업별로 구성하고, 특히 그 산업의 비중이 높은 지역에는 지역협의체를 두어야 한다. 또한 모든 산업적 변화가 일어나는 실천의 장은 사업장이다. 중앙 및 산업·지역적 차원에서 논의한 여러 정책적 대안들은 사업장에 적용되어 결실을 맺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차원에서 노동자(노동조합)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단체교섭, 노사협의회, 노동이사제(공공기관)를 통하여 기후위기 대응관련 논의가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의사결정과정에서 모든 이해 당사자의 동등하고 실질적인 참여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다. 탄소중립기본법에서는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의사결정과정에 동등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기후정의에 해당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은 노동자에게도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자의 집단적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관으로서 노동조합의 차별 없는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박태주‧이정희(2022),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과 노동조합의 대응전략-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중심으로』, 한국노총중앙연구원. 황선자‧이문호‧백승렬(2017), 『4차 산업혁명과 노동조합의 과제』, 한국노총중앙연구원. 황선자‧이문호‧임찬영(2022), 『탄소중립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조합의 과제』, 한국노총중앙연구원.
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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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람하는 친환경 인증마크, 진짜 '그린'일까?
친환경과 그린워싱 사이에서 헤매던 시민들이 빠띠의 '시민 공익데이터 실험실 1기 그린이지Green easy' 라는 이름 아래 모였습니다. 두 달 동안 함께 데이터를 발굴하고이슈, 시각화, 평가지표·가이드 이렇게 총 3팀으로 나뉘어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직접 모색해보았는데요.아래는 이슈팀에서 '그린워싱 인증마크'를 주제로 5월 23일 '함께 그린 공론장'에서 나누게 될 발제문입니다.일상 속에서 소비할 때 비슷한 고민을 가졌던 여러분의 소중한 이야기도 댓글로 더해주세요. 범람하는 친환경 인증마크, 진짜 '그린'일까? 내가 사용하는 제품에서 친환경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된 인증마크를 유심히 본 적 있나요?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일반 소비자들도 제품을 구입할 때 '친환경 마크' 유무를 눈여겨 보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바람을 타고 일상의 매대에선 식품, 화장품, 의류, 생활용품 등 영역을 막론하고 친환경 마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장의 제품은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이미지와 단어를 사용합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인증마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지만 매일 소비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겐 꽤 수고가 필요한 일입니다. 일상에서 우리가 가장 흔하게 보는 친환경 마크는 우리나라 환경부가 부여하는 녹색마크가 있습니다. '환경 표지 제도', '환경 성적 표지 제도', '탄소발자국 인증 마크', '에너지 절약 마크 및 GR 마크' 로 나누어 부여하고 있으며 각 마크마다 엄격한 심사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 하지만 화장품과 같은 특정 제품군은 국내 친환경 마크보다 생소한 해외 인증마크를 부착해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해외 선진국에서 인증을 받았다고 하면 다른 제품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소비자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에서는 국가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연구소, 사단법인, 협회 등 독립적 기관에서 친환경과 비건 관련 인증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화장품에 비건 관련 인증 마크를 많이 표시하는데 문제는, 인증마크가 무조건적인 친환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또 '우리나라와 환경이 다른 해외에서 받은 인증마크와 국내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지리적, 환경적 조건이 다른 것은 차치하고, 인증 전과정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정보가 적절히 제공되는 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제품의 전성분이 아니라 일부 성분으로 해외 인증 마크를 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꼼꼼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친환경 제품군 가운데서 소비자들이 가장 깐깐하게 보는 제품군은 '생리대'입니다. 생리대는 장시간 여성의 몸에 직접 닿는 제품이기에 무엇보다 '성분'이 제품 구매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런 이유로 시중에서 판매중인 대부분의 생리용품 제품포장에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친환경임을 인증하는 인증마크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케미컬뉴스에서 작성한 기사에 따르면 '국내 생리용품에서는 주로 해외 공인 인증마크인 'OCS', 'SGS', 'FDA', '더마테스트', '에코서트' 등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증마크는 불분명한 민간기관에서 받은 것도 포함되어 있어 소비자가 어떤 의미와 신뢰도를 확보하여 부착되었는지 알기 어려울뿐더러, 제품 효능이 과장되어 표현될 우려가 큽니다. (참고기사: [생리대 인증마크] 해외 인증마크와 국내의 허술한 관리) 이렇듯 비건 인증을 포함한 범람하는 해외 인증마크의 문제는 인증마크가 부착된 제품이 무의식적으로 더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외 인증마크가 국내 인증마크보다 일부 더 엄격한 기준으로 부여되는 경우, 까다롭게 친환경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반가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일반 소비자들에겐 해석해야 할 정보 데이터중 하나입니다. 분명한 개념과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쏟아내는 각종 인증마크는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진선미 국회의원은 "인증마크들 때문에 터무니없이 제품 가격이 비싸지거나 효능에 관해 소비자들이 오해해선 안 될 것"이라며 "식약처에서 범람하는 인증마크와 관련해 현황을 파악하고 적어도 소비자들에게 신뢰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등 관련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진짜 녹색을 소비 할 권리 일반 소비자의 일상 소비영역에서 제품의 생산, 유통의 전 과정을 알아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인증마크의 해석방법을 소비자의 문제의식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공공이 나서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면 그린워싱으로 인한 피해와 오인을 방지하고 더 유의미한 소비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겐 친환경 인증마크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가 필요합니다. 독일 환경부 사이트 (https://www.siegelklarheit.de/siegelverzeichnis#/sort:rating_desc)에 접속해 보면, 인증 라벨이 어떤 과정으로 받았는지 '신용도', '환경 친화성', '사회적 호환성'의 기준으로 나눠 평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크를 보고 원료에 대한 표기인지, 제품의 제작 과정인지, 배출 과정인지 정도를 인지한다면 소비 선택의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보는 획득하는 셈입니다.  친환경 제품 소비에 인증 마크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기업의 친환경 활동에 응원을 보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물건을 살 때 인증 마크가 있는 제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친환경 제품이라는 인식은 이제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자와 기업 모두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건강한 소비 행위를 지향합니다. 여기에는 소비자의 주체적 판단뿐만 아니라 기업의 정확한 정보제공과 공공의 감시 역할이 요구됩니다.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공공은 명확한 기준 제시, 외부 인증을 통한 신뢰성 확보, 위반 활동에 대한 처벌로 이어지는 체계를 통해 기업을 감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린워싱을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데이터와 이를 인증하는 제도를 마련하도록 기업과 정부에 요구하고, 그것이 수용될 때 소비자는 '진짜 녹색을 소비 할 권리'를 획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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