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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틀어막지 말고, 길을 뚫으십시오!
[성명서] 입을 틀어막지 말고, 길을 뚫으십시오!R&D 예산 정책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소통을 요구합니다. 2024년 2월 16일, 대전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한 졸업생이 “생색내지 말고 R&D 예산을 복원하십시오!”라는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입을 틀어막힌 채 식장 밖으로 내쳐졌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십시오.”라는 내용이 담긴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 도중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2024년 정부 R&D 예산은 2023년 대비 4.6조 삭감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신진 연구자들의 인건비 삭감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과학 강국으로의 퀀텀 점프를 위해 R&D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신진 연구자의 성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로 과학기술인들을 분노케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통령에게 다음을 요구합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를 포함하여 카이스트 구성원 모두에게 진정으로 사과하십시오. 언론과 시민 앞에서 R&D 예산 삭감의 이유와 해결 방안에 대해 직접 해명하십시오. 윤석열 대통령은 축사에서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가 여러분의 손을 굳게 잡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정부가 정책 소통의 실패를 인정하고 "언제든 다시" 책임 있는 길로 돌아오기를 촉구합니다. 과학기술인들이 건넨 이 손을 "굳게 잡"을지 내칠지는 대통령의 몫입니다.2024년 02월 20일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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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예산 삭감에 맞서는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듣다
지난 25일 토요일, 서울 시청역 근처에서 개최된 ESC와 FOSEP(공공을 위한 과학기술인 포럼)이 공동 주최한 ‘국가 R&D 삭감, 붕괴하는 연구현장’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지방의 한 대학에서 석박통합과정 4학기를 마무리하는 저년차 연구자로, 정부의 R&D 삭감 발표 이후 ESC 학생위원회에서 배포한 성명서를 보고 ESC에 가입하게 되었고 평소 정책에 관심이 많아 정책위원회에도 가입한 ESC 신입 회원이기도 합니다. 이번 심포지엄은 과학기술계의 위기와 미래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나누고자 기획된 자리였습니다. 아직 연구책임자(PI)로 직접 연구를 이끌어보지 않은 저로서는 평소에 R&D 삭감에 대해서 체감한 것은 지금까지는 크게 없었습니다. 학생 연구자로 그나마 걱정된 것이 인건비 문제였는데 내년에 신입생이 새로 들어옴에도 불구하고 지도교수님께서 아직 아무 말씀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변의 동기들이나 선후배들 역시 대부분 대체복무 중이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대신 임상에 바로 뛰어들어 돈을 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다른 전공에 계시는 연구자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도 심포지엄에 신청하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ESC 소속으로 처음 참여하는 행사이다 보니 아무도 아는 얼굴이 없어 걱정했지만 다행히 맹미선 정책위원장님께서 행사 전에 위선희 젠더다양성위원장님을 비롯한 몇몇 ESC 회원분들과의 식사에 초대해주셔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학생 대표로 참여하기로 했던 연사분이 불참하게 되어 다른 분께서 그 자리를 대신하는 과정에서 여러 학생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특히 기초과학 전공의 대학원생들은 연구에 대한 꿈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것을 느끼며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행사장에 걸어갔던 것 같습니다. 심포지엄의 1부에서는 실제 정부출연연구원에서 일하고 계시는 이홍식 FOSEP 연구국장님의 ‘윤석열 정부 R&D 혁신방안의 개요와 쟁점’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평소에 여러 기사를 통해 어떤 점이 개편되는지 접했지만, 정확히 어떤 점이 문제인지 와닿지 못했고 주변에서 이야기해주는 분들도 없었는데 하나하나 자세하게 알려주셔서 잘 이해가 됐습니다. 기존 제도에서 바뀌는 점들에 앞서 연구개발이 진행되는 방식, 연구비의 구성과 사용 규칙 등 나중에 제가 직접 과제 계획서를 쓴다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많았습니다.특히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진행되었던 연구 중심대학 육성사업 (World Class University, WCU)의 사례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총 8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여하여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해외 우수인력들을 초청하는 취지 자체는 좋았지만, 몇 차례의 특강만 한다거나 80%의 참가자가 사업기간 종료 직후 귀국한 사례로 보아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는 국제 협력 연구 강화 역시 비슷한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또한, 해외 우수 연구기관과 협력 시 특허를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지, 주요 선진국이 리쇼어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시대에 수출주도형 국가인 우리나라에 적지 않은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기초연구연합회 천승현 부회장님의 기초연구사업 중심으로 2024 정부 R&D 예산안 분석하는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저 역시 지도교수님의 기본연구 1년차 과제를 수행하고 있기에 체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내년 예산에 현재 수행하고 있는 생애기본연구의 신규과제 예산이 없으므로 저희 실험실이 1년만 더 늦었더라면 과연 저를 비롯한 다른 학생들이 실험은 할 수 있었을지 두렵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나중에 제가 연구책임자가 된다면 생애기본연구가 없는 상태에서 1억원 이상의 과제를 처음부터 따와야 하는데 부회장님이 말씀하신대로 신진연구자가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없애는 것이 아닐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원생들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고 이런 문제들이 하나하나 쌓이다 보면 미래의 연구자들은 더욱더 학계에서 이탈할 것으로 보입니다.이후 2부에서는 1부에서 발표하신 분들뿐 아니라 공공연구노조 이상근 ETRI 지부장님, ESC 젠더다양성위원회 위선희 위원장님, 그리고 ESC 학생위원회 김정우님까지 학계, 출연연, 산업계, 학생 등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토론회가 이어졌습니다. 사전에 받았던 질문들에 대해 각자 생각했던 것들을 말씀하셨는데, 모두 현재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대해 우려할 뿐 아니라 일종의 분노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신진연구자와 중견 연구자의 갈라치기, 카르텔을 없애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카르텔을 양성하는 모순,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존재에 대한 의문, 미래 연구자 수급의 불안정성 등에 대부분 참가자가 공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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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다시 움직이겠다고요?
몇 해 전 우연히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비교적 가까운 자리에서 긴 호흡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행운처럼 알게 된 배경과 쟁점. 다양한 맥락, 그리고 결과를 중심으로 짧은 글로 정보전달을 해볼까합니다. 글을 쓰기에 많은 부분이 망설여졌습니다. 가장 처음 이슈 카테고리에 대한 선택부터 힘들었네요. 환경보전, 참여, 거버넌스, 공론화 등... 여러가지에 해당하는 복합 내용인데 저의 선택은 '국가폭력'입니다. 제주 제2공항은 장시간의 제주공항의 포화, 인프라 확충의 요구가 빗어낸 배경이자 결과라고 합니다. 공항인프라 확충방안에 대해 비상도민회의 등 반대 의견을 가진 도민과 단체는 “사업추진과정의 절차적 타당성 결여, 주민 생존권, 환경 파괴” 등을 이유로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해 맹렬하게 반대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민 의견수렴을 위한 도민 공론화를 통해 ‘제2공항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반면에, 제주도청 및 국토교통부, 제주 제2공항과 관련해 찬성의견을 가진 도민과 단체는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방안으로서의 제주 제2공항 건설이 필요하고 국책사업으로서의 조속한 추진”, 제2공항 건설 관련 공론화는 그간 충분한 도민사회 의견수렴을 거쳤기에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조사결과를 두고 제기된 각종 의혹과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비상도민회의 등 반대 단체의 요구를 수렴했습니다. 국가 공공정책의 사전타당성 결과를 다시 검증한다는데에는 이례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전타당성조사 검토위원회 운영기간 동안 조사결과와 관련된 쟁점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고 운영 결과 역시 미흡하게 종료되었습니다.  20년 봄 쟁점해소를 위한 연속토론회가 도내에서 4차례 열렸습니다. 다시 한번 제주는 제2공항을 두고 분열했습니다. 이때 공항인프라 필요성과 기존공항의 활용가능성, 입지선정의 적절성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해소되지 못한 쟁점을 서로 다른 입장에서 다루었지요. 찬반의견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사실관계를 둘러싼 쟁점을 확인, 해소하고 제주 지역사회에 종합적인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했습니다.차마 그안에 불거진 adpi 검증, 입지평가와 선정 결과, 숨굴 등 환경 보전과 생태계를 열거해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이후 제주도의회를 중심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간략하게 전달하자면 제2공항 건설 반대 의견이 51.1%로, 찬성(43.8%)보다 오차범위를 보다 많았습니다. 별도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반대’가 47%, ‘찬성’이 44.1%를 기록했습니다. 반면에 후보지 성산읍의 결과는 건설 찬성 응답이 두 조사 모두 약 두배정도 높았습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찬성 64.9%, 반대31.4%, 2개 여론조사기관에서는 찬성 65.6%, 반대 33%)  환경부의 두 차례에 걸친 “제주 제2공항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재보완” 통보에 대해 국토교통부의 보완서 제출하였습니다. 검토 결과 환경부는 최종 ‘동의’ 여부 결정 과정에서 평가서를 반려함으로서 일단락이 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지난 2021년 7월 20일 보완내용 미흡으로 반려)http://www.me.go.kr/home/web/b... 23년 3월 6일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과에서는 반려 사유에 대한 보완이 평가서에 적정하게 반영되는 등 입지타당성이 인정됨에 따라 조건부 협의를 통보했습니다. 행정계획 확정 및 이후의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지지역 주민과 제주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제기되는 다양한 쟁점을 해당 계획과 사업 승인 등에 검토·반영하도록 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21년 이후 1년 반 만에 첨예한 쟁점이 되던 제주의 환경은 무엇이 변경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전의 '반려'가 '조건부협의'로 바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리고 국내 정치 환경이 바꼈다는 것도 알겠고요. 그밖에는 건설 여부를 둘러싼 문제가 해결되거나 대안이 제시되지도 않았는데 제2공항 건설계획은 다시 움직이고 있습니다. 참고로 2018년 영리병원(녹지병원) 설립과 관련해 공론조사의 판단을 근거로 하겠다는 정책결정을 뒤집었던 도지사는 장관이 되어서 다시 제주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경위에 대한 정리는 해보겠는데요. 너무 답답한 마음에 내용에 대한 결과는 정리할 수가 없겠습니다. 설렁 옳은 방향이라고 해도 모두가 동의하지 않으면 가지 않아야 할 용기가 필요하겠고요. 정책의 실패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의 태도에 대해서도 묻고 싶습니다. 제주공항의 안전, 환경, 장래, 수용력을 볼 때 무리가 있다는 공직자. 제주의 미래를 위해 안전하고 쾌적한 대중교통을 만들겠다던 국토교통부 관계자의 토론회 마지막 말을 다시 상기해봅니다. 모두가 동의하지 않은 제2공항을 건설하고 탄소중립을 고려한 친환경 공항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강정마을의 비극이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요. 단지 저는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던 국가의 폭력성을 요즘 모습으로 다시 한번 보게 되어 매우 유감스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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