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총선, 인재영입이 말해주는 것
총선 시즌만 되면 정당들은 인지도 높은 인재를 영입해 ‘리프레시’를 시도합니다. 특정 분야를 대표하거나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내세워 당의 방향성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막 깃발을 올린 제3지대에서는 인재영입이 한창입니다. 양당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외부 인재를 영입해왔죠. 각 정당의 영입인재와 인재 전략을 정리해봤습니다. 인재영입 특정 분야의 상징성 있는 인물, 숨은 인재를 발굴하는 인재 영입은 20대 총선부터 본격화됐습니다. 영입 시스템과 후보자 선출 시스템은 별개입니다. 영입 인재는 각자 지역구나 비례대표를 선택해 당내 후보자 선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각 당은 인재영입기구를 따로 두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당 사무총장을 지낸 이철규 의원을,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인재영입기구 위원장으로 지명했습니다. 민주당은 국민들이 직접 총선 인재를 추천하는 국민추천제를 전격 도입했습니다. 추천 인재가 인재위 검증을 거치면 총선 후보로 나서거나 정책 자문을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서울 강남, 대구, 울산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만 국민추천제를 적용합니다. 어디서 누구를 영입했는데? 🟥국민의힘(48명) 키워드 #인지도 #범죄 #체육 #탈북민 #과학기술 1호 인재: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여성 대상 범죄 전문가입니다. 이외에 육아 서적 <삐뽀삐뽀 119 소아과>로 알려진 소아청소년과 의사 하정훈 , 전 사격 국가대표 진종오, 탈북민 출신 현대제철 책임연구원 박충권, 전 삼성전자 사장 고동진 등을 영입했습니다. 90년대생 4명을 영입해 청년인재를 눈여겨보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국힘은 지역구 공천에서 청년, 여성 비중이 지난 총선보다 낮아져 비판받고 있었습니다. ➡️평가: 대표 분야보다는 인지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모습입니다. 기업인·관료 출신 비중이 높습니다. 한편 영입인재의 대다수가 험지로 보내지거나 공천이 진행되지 않아 ‘홀대’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역을 우선시하는 소극적인 공천의 영향으로 해석됩니다. 🟦더불어민주당(27명) 키워드 #기후위기 #정권심판 #교육 #시민운동 1호 인재: 박지혜 플랜 1.5 변호사, 환경 분야 공익 소송을 해온 기후위기 전문가입니다. 윤석열 정부 비판에 앞장선 인사들을 우선 영입하고 있습니다. 정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 류삼영, 이지은 전 총경 영입이 대표적입니다. 이외에 앤씨소프트 전무를 역임한 미래산업 전문가 이재성, 전 현대자동차 사장 공영운, 전국초등교사 노조 수석부위원장으로 서이초 사건에서 목소리를 내온 초등교사 백승아, ‘직장갑질119’를 창립한 노동인권 변호사 이용우 등을 영입했습니다. ➡️평가: 특정 분야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보수정권에 저항한 인물을 영입해 당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국힘과 달리 영입인재 대부분이 지역구에 우선 공천됐습니다. 이에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개혁신당(3명) 1호 인재: 김범준 전 부산대 특임교수, 거제도를 기반으로 정책을 연구해왔습니다. 합당 전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최연소 광역의원 출신인 이태환 세종시의회 의장을 영입했습니다. ➡️평가: 지역기반을 다질 수 있는 인재 영입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조국혁신당(8명) 1호 인재: 신장식 변호사, MBC 뉴스하이킥 진행자였으나 ‘편파 진행’ 논란으로 하차했습니다. 이외에 법무부에서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 감찰에 관여한 박은정 전 검사, 문재인 정부 법무비서관이던 김형연 변호사 등을 영입했습니다. ➡️ 평가: 가장 최근에 인재 영입을 밝히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검찰개혁을 주장해온 인사들이 눈에 띕니다. 이외에 새로운미래는 청년 전문가 4인을, 녹색정의당은 30년 경력의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를 각각 1호 인재로 영입했습니다. 외부 영입이 해결책일까? 정당의 인재 충원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외부 인사를 영입하거나, 정당 내부 인재를 발굴하는 겁니다.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인재 영입을 안 하면 ‘그 나물에 그 밥’, 인재 영입에 몰두하면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나옵니다. 외부인사 영입 👍장점: 각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영입해 의제를 확고히 할 수 있습니다.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단점: 외부인사는 현실 정치 경험이 부족합니다. 지지기반이 확고하지 않아 당의 강성 지지층에 휘둘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당에서 오래 활동한 사람들이 배제되면서 당의 정체성이 약해집니다. 내부인사 발굴 👍장점: 현실 정치에 익숙하고 당과 국회의 구조,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습니다. 내부 인재를 많이 등용하면 당의 인력 유출도 막고, 장기적으로 인재를 육성할 수 있습니다. 👎단점: 내부인사는 차별화된 관점을 내놓기 어렵고 기존의 정치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부 경쟁이 치열해져 계파 싸움이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여론은 두 방식 모두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외부인사 영입 긍정 여론은 41.9%, 당내 신인 육성 긍정 여론은 39.5%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내부 인재 육성 시스템을 만들고 외부 인재는 선거와 무관하게 수시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외부 인사는 선거에 이용될 뿐, 이들의 확장 시도는 가로막힌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민주당 이탄희, 홍성국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대표적입니다. 초선 영입인재인 두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영입돼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의 정치 환경에선 뜻을 펼칠 수 없다며 불출마했습니다. ‘선거 흥행’에 급급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영입인재 2호가 데이트 폭력으로 사퇴했고, 미래통합당 영입인재는 돈 봉투를 받았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이 뒤늦게 밝혀져 영입이 취소됐습니다. 올해는 민주당에서 영입한 백범 김구의 증손자 김용만, 유동철 동의대 교수의 음주 운전 경력이 논란입니다. 민주당은 음주운전을 공천 배제 사유로 보지만, 윤창호법 시행(2018년 12월 18일) 이전 적발된 건은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정치개혁
·
2
·
지금까지의 청년정치를 거부한다
*본 기고문은 캠페인즈x정치학교 반전의 공동 기획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지난 2022년 12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약 반 년 동안 <정치학교 반전>의 첫 시즌을 함께했다. ‘한국정치의 반성과 비전을 말하자’는 반전의 제안에 반응하고 모여들 사람들이 궁금해서 문을 두드린 것이 시작이었고, 살아온 배경도 정당도 관심사도 제각각인 이들을 관통한 공통의 문제의식을 수 개월간 반복적으로 탐구하면서 우리가 발 딛고 서야 할 정치의 본질은 무엇인지 하나씩 다시 차근차근 세워보며 금새 6개월을 보냈다. 그간의 여정을 매듭짓는 ‘실천선언문’ 작성을 맡았던 나는 우리의 이름으로 어떤 반성과 다짐을 최종적으로 남겨둘 것인지 거듭 고민한 끝에 첫 번째 선언의 문장을 이렇게 썼다. “첫째, 지금까지의 청년정치를 거부합니다.” *사진=정치학교 반전 1기 수료식, 2023. 05. 20 우리가 ‘지금까지의 청년정치를 거부’하기로 결심한 이유 청년정치라는 말 자체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지난 선거에 왔던 청년정치 죽지도 않고 또 왔다 말해도 어색함 없을만큼 선거철마다 특히 자주 소환된다. 하지만 이 안에 ‘청년의 삶’도 함께 소환되어 왔을까? 이제껏 정치 기득권이 청년정치를 위치시킨 자리를 살펴보면 가늠할 수 있다. 나이가 어리고 젊으니 새롭고 신선해보이는 ‘이미지’를 전면에 배치시켜 보정효과를 톡톡히 노리고 주로 2030세대에 해당하는 스윙보터의 표심을 가져오려 애쓰지만, 정작 필요한 권한과 자리 앞에서는 ‘젊으니까 다음 번에도 기회가 있다’며 후순번을 쥐어준다. 청년다운 패기로 정치 생태계를 바꿔줄 것을 주문하지만, ‘우리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라는 전제 조건은 차마 빼놓지를 못한다. 별다른 고민 없이 솔깃한 제안에 응하는 청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청년 정치인들은 이 현실을 아주 모르지 않는다. 다만 애석한 건, 알면서도 스스로를 장식품 내지 들러리로 세우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적잖다는 점이다. 그렇게라도 열리는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지 않으면 또 얼만큼의 시간을 기다리며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존 정치 생태계에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식으로 소모되었던 청년정치를 마땅히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수동적인 위치에 세우는 일, 어느 쪽에 줄 서야 더 유리할지 골몰하는 일, 의사결정 과정에 마땅히 내야할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는 일, 부당함과 불합리함을 관행으로 여기는 데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일을 거부하지 않고서 새로운 정치를 말한다는 건 모순이다. 시민들이 ‘청년정치’에 실망하면서도 거듭 기대를 걸어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너무 많은 걸 손에 쥐어버린 이들은 결코 쉽게 할 수 없는 말과 행동, 결단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아가 조금 더 주체적으로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할 수 있다고 믿기에 약간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청년정치가 복원해야 할 기준은 바로 여기에 있다. 본질은 ‘젊은 나이로의 교체’가 아닌 ‘세계관의 교체’ 그렇다면 청년정치의 주체가 되겠다고 나선 우리는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얼만큼 제대로 준비하고 있을까? <정치학교 반전> 졸업 이후 몇몇 동료들과 그동안의 고민과 논의를 숙성시켜 실체가 있는 행동으로 전환해나가기 위한 그룹을 만들었다. 첫 모임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일곱가지 원칙을 정했다. 만장일치로 채택된 첫 번째 원칙은 “나이가 아닌 감각과 대안으로 승부한다” 였다.  그동안 청년정치인들이 자주 쓰던 핵심 구호는 ‘나이가 어린/젊은 사람에게도 기회를 제공하라’는 것이었다. 일견 필요한 주장이다. 제21대 국회에서 2030대 의원은 2.4%에 불과하다. 지방의회의 경우 약 10%에 해당하지만, 30%에 달하는 청년세대 유권자를 대변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수치다. 하지만 ‘청년정치는 다르다’고 말하려는 이들이라면, 젊음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젊음을 바탕에 둔 대안과 방향은 어떻게 다른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당장 5-10년 뒤에 거대한 현실의 문제로 닥칠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외교-안보위협, 지역소멸 등과 이로 인해 생겨날 새로운 유형의 불평등을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의 문제로써 어떻게 유능하게 풀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청년정치인이 주류에 설 수 있도록 하는 힘의 본질은 ‘젊은 나이로의 교체’가 아닌 ‘세계관의 교체’에서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과거 선배세대의 성공 사례만을 답습하거나 관성적 사고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가 가장 잘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 문법으로 이 다음을 상상하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많은 시민들에게 유효한 미래는 이 뱡향이라고 설득하고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지금껏 청년정치를 표방하는 개인이나 그룹 단위에서 이러한 논의가 제대로 깊이있게 전개된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본질을 잃은 기득권 정치를 비판하기 전에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이미지=정치의 본질에 다시 집중하기 위해, 가치-비전 수립 및 미래 의제 우선순위 세우기 (2023. 10~) 청년 정치인들만의 개인기로 돌파 가능할까 그렇지만 동력을 잃은 청년정치의 현주소의 책임을 과연 청년 정치인 개개인에게 오롯이 돌릴 수 있을까. 분명 그간의 청년정치가 보여준 행보엔 아쉬운 지점이 많지만, 동시에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앞선 제안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 정치 영역에서는 꽤 높은 수준의 역량과 자질이 요구된다. 충분한 훈련의 기회와 준비의 공간이 필요한 이유다. 흔히 청년정치의 비교 사례로 언급되는 유럽의 어느 젊은 총리나 국회의원들 역시 반짝 탄생하지 않았다. 10대 시절부터 정당 내외에서 꾸준하게 훈련하고 실력을 쌓을 여건이 뒷받침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요 정당에서는 이런 당내 인재 양성 시스템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정당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청년정치를 그저 소모하고 있으니 ‘정치학교 반전’과 같은 기획이 정당 바깥에서 생겨난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이렇듯 준비운동을 할 여건은 하나도 갖춰지지 않았는데, 출전하기 위한 장벽은 너무 높게 설정되어 있다. 출마를 위한 각종 제반비용은 물론이고 유권자와의 연결이나 당 내외 네트워크까지, 청년 정치인은 이미 완벽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군분투할 수 밖에 없다. 기울기를 임의로라도 조정하고 그나마의 가능성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어떻게든 당내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의 신임을 받는 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개인의 신념과 비전을 펼치기 쉽지 않은 이유다. 이런 고질적인 시스템과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청년 정치인 개개인만을 비판할 수는 없다.  더 이상 망가진 정치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어서 뭐라도 직접 해보겠다고 나선 친구, 동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수 번을 다짐한 것들이 때때로 꺾이고 무너지고 길을 잃기도 하면서 실망하는 날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럼에도 지키고 싶은 존재와 가지고 싶은 미래를 포기하지 않고 끝내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위기의 순간 가장 먼저 손쉽게 밀려나고 지워졌던 우리 세대의 이름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우리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세우고, 유효한 힘을 가지고, 책임을 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구조적 문제와 현실의 한계를 지적하되 비판자의 위치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선명히 제시하며, 근거있는 희망을 품고 성실하게 미래를 준비해나가자.
정치개혁
·
8
·
제3지대 정당, 어떻게 봐야 할까?
캠페인즈 미디어를 통해 직접 캠페이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안녕하세요, 애증의 정치클럽 건조 에디터입니다. 빠띠 캠페인즈를 통해 인사드리게 되어 너무나 반갑습니다! 22대 총선까지 앞으로 두 달 남짓이 남았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여러분이 기대하는 그림은 무엇인가요? 승리하길 바라는 정당이나 당선되길 바라는 정치인이 있으신가요?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는 무당층이라면, 혹시 제3지대 소식에 관심을 두고 계신가요?  제3지대의 가능성은 매 총선 때마다 화제였습니다. 유권자들은 제3지대에 기대를 품었다 양당으로 회귀하길 반복해왔어요. 22대 총선은 제3지대 바람이 돌아올 순서입니다.  그 열망에 응답하듯, 이미 다수의 진영이 제3지대 야영장의 텐트를 펼쳤죠. 캠페인즈에서 그 야영장의 풍경은 어떤지 정리해보고, 그 앞에서 유권자인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 얘기해보려 합니다. 제3지대 야영장 훑어보기 이번에 새로 세워진 텐트는 현 시점에서 3개입니다. 개혁신당, 개혁미래당, 새로운선택입니다. 개혁신당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창당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양향자 의원이 창당한 한국의희망과 합당했습니다. 개혁미래당 더불어민주당 탈당파 중심입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새로운미래와 이원욱 의원 등의 미래대연합이 공동창당했습니다. 새로운선택 더불어민주당 출신 금태섭 전 의원이 창당했습니다. 류호정 전 의원이 이끄는 정의당 내 그룹 세번째권력이 합류했습니다.  이들이 이번 총선에서 유의미한 규모로 자리잡으려면 하나의 빅텐트로 뭉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빅텐트 만들기는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우선 각 세력 중심 인물의 출신 정당을 보면 알 수 있듯, 정치적 성향의 차이가 있습니다. 세 정당 모두 중도를 표방하긴 하지만 페미니즘 등 특정 의제를 두고는 노선이 크게 다르죠. 다들 합당의 가능성은 보고 있지만, 절차와 형식을 두고 계산이 복잡합니다. 한 정당에 흡수 합당되어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죠.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당을 공동 창당하기도 까다롭습니다. 각 세력의 지지층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죠. 역사로 보는 제3지대 성공조건 제3지대 아영장의 모두가 공유하는 고민은 두 가지입니다. 1) 빅텐트로 합칠 것인가, 2) 어떻게 정치권에 뿌리내릴 것인가.  제3지대 흥망성쇠의 역사를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겠죠. 지금까지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되는 제3정당은 통일국민당, 자유민주연합, 국민의당입니다.  통일국민당: 재벌의 정치사업 1992년 14대 총선에서 31석을 얻었습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창당했습니다. 정주영은 1992년 통일국민당 대선 후보로 나서 16.3%의 득표율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정주영이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당은 빠르게 몰락했습니다. 은퇴 사유는 대통령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인한 검찰 수사였습니다.  통일국민당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정주영의 천문학적인 자금 지원 덕분이었습니다. 소속 의원들은 그가 가진 가능성만을 보고 모였기 때문에 이념이나 유대감을 공유하지 않았죠. 즉 정주영 없는 통일국민당은 존속 이유가 없었고, 대다수의 의원들은 탈당 후 당시 여당이던 민주자유당에 입당했습니다. 자유민주연합: 지역을 쥔 캐스팅보트 1996년 15대 총선에서 50석을 얻었습니다. 민주자유당을 탈당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창당했습니다.  김종필은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인 순간을 만든 캐스팅보트를 쥐어왔습니다. 3당 합당으로 김영삼 대통령을, DJP 연합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을 당선시켰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는 최초이자 마지막인 연립 정부를 구성했어요. 이러한 영향력은 튼튼한 지역 기반 덕분에 발휘됐습니다. 충청 기반의 자민련이 지역정치 구도를 비호남권(영남+충청)과 호남권으로 재편하며 정계가 크게 바뀌었죠. 그 결과 지역주의는 더욱 강화됐습니다. 국민의당: ‘새정치’에 대한 기대 2016년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었습니다. 2012년부터 ‘새정치’를 내세우며 돌풍을 일으킨 안철수 의원이 창당했습니다.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삼았습니다. 2016년 호남 지역구 28개 중 23개에서 국민의당 후보가 당선됐죠. 호남의 젊은 세대가 호남을 ‘잡힌 물고기’ 취급하며 홀대하는 민주당에 불만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모호한 정치적 입장으로 갈수록 지지율이 떨어졌고, 내부 분열도 심해졌습니다. 결국 창당 2년 만에 해산하고 보수정당 계열의 바른정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이 됐습니다. 2020년 안철수 의원은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다시 국민의당을 창당하지만, 2022년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과 합당했습니다. 세 가지 성공 사례의 공통점은 대선 주자급 인물과 탄탄한 지역 기반입니다.  특히 중심 인물들의 특성을 통해 제3지대에 걸린 기대의 성격을 분석해볼 수 있는데요. 정주영과 안철수는 정치 입문 전부터 대중적 인기가 높았습니다. 정치 경력의 부재는 기성 정치에 냉소적인 대중들에게 외려 매력으로 작용했어요. ‘그놈이 그놈’인 정치판에 완전히 새로운 판을 깔아줄 참신한 영웅으로서 부상한 겁니다. 정치혐오를 등에 업고 성장한 측면이 있죠. 김종필은 탄탄한 정치 경력과 강력한 지역 기반을 융합시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지역 기반의 중요성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는 말 그대로, 지역이 전략적으로 사용하기 유리한 지지층이란 것이고, 둘째는 꼭 지역이 아니더라도, 확실하게 지목할 수 있는 타겟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조건들은 제3정당이 지속되지 못한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중심 인물이 이탈하자마자 정당 조직이 무너졌죠. 지역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지역 기반도 빠르게 약해졌습니다. 결론적으로, 인물과 지역은 제3정당 부상의 조건일진 몰라도 지속의 조건은 되지 못합니다. 제3지대, 어떻게 바라볼까 과거 사례들에 비추어 지금의 제3지대를 살펴보면 어떤가요? 핵심 텐트로 불리는 개혁신당과 개혁미래당에는 각각 이준석, 이낙연이라는 인지도 높은 인물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어요. 지역을 놓고 보면, 개혁신당은 대구를 중심으로 당원 모집을 하고 있습니다. 개혁미래당은 호남을 노릴 가능성이 높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제3지대의 성공 여부는 무엇보다 새로운 세력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에 걸려 있습니다. ‘새정치’를 한다는 세력이 기성 정치와 똑같아 보인다면 전혀 매력적이지 않겠죠. 또한 정치 구도 개편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합의가 필요합니다. 당장 확실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고, 여기에 나서 줄 안정적인 세력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면 불확실한 제3지대는 선택지에서 제외될 테니까요. 유권자들은 이미 숱한 실패를 목격했어요. 제3지대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상황입니다. 제3지대가 기회를 얻으려면 ‘어차피 오래 못 가고 거대양당과 합당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야 합니다. 이제는 부상과 지속의 가능성을 동시에 증명해야죠. 이에 제3지대 세력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해답은 ‘합리성’과 ‘원칙’입니다. 기존의 이념 중심 정치에서 벗어나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정치를 추구하고, 정치의 원칙에서 벗어난 양당과 달리 공정한 태도를 보여주겠다는 건데요. 중도·무당층을 노린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4%가 ‘제3지대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답했고, 그중 무당층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렇다면 제3지대를 바라보는 여러분의 마음은 어떠신가요? 몇 가지 질문을 준비해봤어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한국 정치가 가장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요? 제3지대의 출현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나요? 제3지대 세력들과 거대양당이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제3지대가 모두 손잡고 ‘빅텐트’를 이룬다면, 부상과 지속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까요? 참여자들 간 노선 합의는 지지층을 모으는 데 긍정적일까요, 부정적일까요?
정치개혁
·
5
·
약자의 관점을 가진 사람이,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다
2024년 4월 10일,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길을 걷다보면 벌써 현수막을 걸고, 국회의원 후보 혹은 예비 후보라며 자신을 어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내 지역구에서도 볼 수 있었다. 내 지역구의 한 후보자는 현수막에 윤석열 정권 심판을 써놨다. 맞은편 다른 후보자는 자신을 마음껏 부려먹어 달라고 써놨다. 그 옆 또다른 후보자는 자신이 지금까지 이룬 성과와 지역구에 만들 인프라를 써놨다. 후보자 현수막에서는 그들의 관점과 어필 대상을 알 수 있다. 윤석열 정권 심판을 내건 후보자는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며, 본인과 동일한 생각을 갖는 유권자에게 어필함을 알 수 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유권자는 포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마음껏 부려먹어 달라는 후보자는 구민을 위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무엇을 하겠다는 건 보이지 않았다. 모든 걸 손에 쥘 수는 없다. 너무 삐뚤게 보는 걸수도 있으나,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걸로도 보였다. 마지막 다른 후보자는 구 전체에 돌아갈 이득을 말한 것으로 보였다. 인프라 구축되면 구민이 이용할 시설이 늘어나는 것이니 혜택이 돌아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관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얼핏 알 수 있다. 한편으로, 지금 인프라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새로운 인프라가 늘어난다고 해서 좋아지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았고, 유세 운동도 펼치지 않은 상태라 정확한 판단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현수막을 내 건 세 후보 모두 실망스러웠다. 자신과 다른 유권자는 포기하는 태도, 단순히 열심히 하겠다는 구호, 구의 성장을 이끌겠다는 어필 모두에서 ‘구민'을 위한 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4년을 이끌어 갈 정치인을 뽑는 선거에, 이번에도 뽑을 후보가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 이 정치이고, 정치인은 이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만들고, 펼쳐야 한다. 나는 여기서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 후보자라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다운 삶이 무엇이고,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이 누구냐의 판단 기준과 관점은 다양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불평등과 혐오, 차별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열심히 하루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대개 눈에 보이지 않는다. 환한 낮과 화려한 밤에 버려진 쓰레기가 아침만 되면 사라져 있는 이유는 새벽 어스름에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 미화원이 있기 때문이다. 바닥에 버려진 수많은 폐지가 아침이 되어서 사라져 있는 이유는 새벽에 일어나 리어카를 끌고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 때문이다. 혐오와 차별을 받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없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그들이 말없이 참고 견디고 있기 때문이며, 말없이 참고 견디는 이유는 혐오와 차별에 대한 고통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의 조롱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 조롱으로 인해 받을 더 큰 상처가 두렵고, 아무른 흉터마저 다시 벌어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좋은 정치란 이러한 사람들의 고통을 헤아려서, 그들까지도 인간 답게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좋은 정치인이란 그들의 고통을 보는 눈과 보이지 않는 그들을 찾아가는 노력과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쓴 신형철 교수는 인간이 배울만한 것중 가장 가치있고, 어려운 것은 타인의 슬픔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자질로) 혹자는 성품이 아니라 능력을 봐야 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성품이냐 능력이냐'라는 물음은 잘못된 양자택일이다. (중략) 성품이 곧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고통받아 본 사람이 고통받는 사람의 마음을 안다. 그들은 가만히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능력과 그것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능력 때문에 (중략) 귀 기울일 것이다. 반값 임금에 혹사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말을, 차별당하는 소수자들의 말을, 그 고통을 알겠어서, 차마 도망칠 수 없어서, 무슨 일이라도 할 것이다.”* 고통받지 않았다고 해서, 고통받은 사람을 헤아리지 못하고,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다. 그들이 고통받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 만약 그런 사람들이 고통받는 사람을 보는 눈을 갖고, 그런 사람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는 관점을 가진다면 수많은 동일한 고통을 받은 적 없는 사람들을 향해 저들을 고통과 슬픔을 헤아려야 한다며 설득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관점이다. 약자의 고통을 알고, 그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걸 아는 사람이 그들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약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상이 얼마나 잔인하고, 잔혹한지 아는 사람이 사회를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 그것이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한다는 정치의 의의와 맞닿는다고 생각한다.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한겨레 출판/ 2021) p.27, 203, 204
정치개혁
·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