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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지 도봉구갑, 김재섭이 뽑힌 이유
수도권의 두 이변 2024년 4월 10일 총선,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애초 더불어민주당 우세로 전망된 총선이었다. 파란색 물결은 누구나 예상했다. 기대한 건 이변의 발생이었다. 의외 지역에서 이변이 나왔다. 첫 째는 경기도 화성시 을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당선이다. 더불어민주당 텃밭으로, 더불어민주당 공영운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된 지역이다. 이준석 후보는 여론조사부터 공영운 후보에게 밀렸다. 첫 여론조사에서 20.2%가 나왔고, 공영운 후보는 43%가 나왔다. 결말은 달랐다. 이준석 후보가 최종 42.41%의 득표율로 공영운 후보 39.73%를 누르고 당선됐다. 여론조사부터 지지율 20%를 끌어올린 이변이었다. 화성시을에서 이변이 일어나는 사이, 서울 동북부에도 이변이 일어났다. 도봉구갑 김재섭 후보의 당선이었다. 도봉구는 더불어민주당 텃밭으로, 더불어민주당 안귀령 후보 당선이 예상된 지역이었다. 출구조사도 안귀령 후보가 52.4%로 김재섭 후보 45.5%를 약 7% 앞섰다. 현실은 달랐다. 최종 득표율은 김재섭 49.05%, 안귀령 47.89%였다. 현 도봉구갑 국회의원인 인재근 의원이 3선이라는 면에서 12년만의 교체였다. 예상못한 이변이었다. 궁금증은 왜 이변이 발생했는가다. 전문가와 평론가의 의견은 그들의 생각일 뿐이다. 정확한 답은 유권자에게 있다. 도봉구갑 이변은 도봉구갑 유권자에게 물어야 한다. 김재섭 후보를 찍은 유권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흥미로웠다. 인터뷰 내용이다. — Q. 자기소개 부탁한다 도봉구 주민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도봉구에서 나왔다. 이사도 도봉구에서 맴돌았다. 토박이다. Q. 김재섭을 찍었다. 이유는 난 언더독 편이다. 뻔한 결말은 재미없다. (웃음). 농담이고 간단하다. 안귀령은 도봉구에 비전이 없었고, 김재섭은 있었다. 그 비전이 내가 추구하는 것과 맞든, 맞지 않든 난 비전있고 해보려고 하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표를 준 이유다. Q. 언더독 이변에 대한 심정은?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다. 기쁠 것도 없고, 슬플 것도 없다. 김재섭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능력 있다고 생각해서 뽑은 게 아니다. 후보자 모두 국회의원으로서 능력을 판단할 만한 근거가 없었다. 소위 경력자가 없었다. 다만, 김재섭이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하니까, 해보라는 마음이었을 뿐. 안귀령은 그게 없었을 뿐이다. Q. 녹색정의당 윤오도 해보고 싶은 건 있었을 것 같은데 맞다. 윤오도 4번째 도전하는 것으로 안다. 문구가 기억난다. ‘땀이 빽을 이기는 정치’였다. 땀 흘릴 기회를 얻지 못했다. 개인은 많이 아쉬울 거다. 그런데 그런 말이 있지 않나. 노비 생활도 대감 집에서 하라고. 같은 땀을 흘려도, 큰 정당이냐 작은 정당이냐에 따라 받는 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걸 타파하려면, 대감 집에 가거나 소속된 정당을 대감 집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지 못했다. 녹색정의당이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만큼 컸다면 그가 뽑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 인물 자체도 어필이 안 됐다. 같은 시간 같은 노동을 해도 대기업은 돈을 많이 벌고, 중소기업은 적게 번다. 정치도 다르지 않다. 같은 비전이 있다면 난 더 가능성 있는 사람에게 힘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일 할 사람 뽑는 거다. 그렇다면 일할 가능성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총선 전 현수막 Ⓒ 한량 Q. 유권자로서 김재섭에게 비전이 있고, 안귀령에게 없다고 생각한 이유가 궁금하다 현수막부터 차이가 난다. 김재섭은 현수막에 “재건축, 재개발 용적률 개선, SRT와 KTX를 창동으로 가져오겠다” 등 공약을 걸었다. 안귀령은 “검찰 독재 못살겠다. 심판하자.”였다. 생각해봐라. 누가 도봉구에 비전이 있어 보이겠나? 선거 공보물도 차이가 난다. 안귀령은 얼굴과 구호만 있다. 그나마도 검찰・정치・언론개혁이 절반이다. 지역 발전이 없다. 어느 구에 내놔도 다 쓸 수 있는 내용뿐이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선거는 구호와 사진이 아니라, 공약이다. 주먹 꽉 쥐고 열심히 하겠다가 비전이 될 수 없다. 반면, 김재섭은 공보에 지역 발전 공약을 나열했다. 이것만 봐도 누가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는 건지 바로 나온다. 추진하겠다고 한 정책 옆 사진을 봐도 “아, 이 사람이 지역에서 뭔가를 했구나.”를 알 수 있다. 보여주기라고 해도, 중간에 본인 사진 크게 배치한 사람과 지역 활동 사진 배치한 사람 중, 누가 지역에서 뛰었는지는 명확히 나온다. 또한 김재섭은 각 동별 정책을 정리해놨다. 내가 사는 '동'의 정책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안귀령 공보물엔 없는 내용이었다. 물론 안귀령도 공약은 있다. 하지만 내가 사는 동의 공약은 찾기 어려웠다. 애초, 유권자가 왜 일일이 그걸 찾아야 하는지 싶다. 뽑히고 싶으면, 유권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게 맞다. 유세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김재섭과 윤오가 직접 와서 하는 유세를 보진 못했다. 근데 안귀령은 우연히 봤다. 마이크를 잡고 말하는 데, 거기서도 도봉구에 대한 비전은 들리지 않았다. Q. 뭐라고 했었나 창동역 부근에서 한 차량 유세였다. 안귀령이 이런 말을 했다. “이번 총선은 첫 번째가 윤석열 정권심판, 두 번째가 도봉구 발전입니다.” 도봉구 후보로 나온 사람이 첫 번째로 하겠다는 게 도봉구 발전이 아니라니, 말이 되나? 아무리 정권심판이 프레임이었다고 해도, 너무 안일한 거 아닌가? 지역구 후보가? 이걸 듣고 누가 지역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겠나. 지역 무시로 보이지. Q. 안귀령은 후보 전략 공천부터 말이 있었다 도봉구가 더불어민주당 텃밭이다. 지금 현역 의원도 3선인가 했다. 3선 의원이 당 대표 말에 후보 자리를 포기했다. 그것도 이상했다. 아니 괴상했다. 저렇게 쉽게 물러나나? 그 뒤 전략공천 한 게 안귀령이었다. 누군지도 몰랐다. 연고가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다. 연고가 없어도 능력과 인물 파워가 되면 뽑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전 YTN 앵커, 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이라는 걸 빼면, 가진 게 없었다. 애초 그 경력이 도봉구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나 싶었다. 또 갑자기 떨어진 인물 아닌가. 도봉구를 알리도 없고, 전문성이 있을리도 없다. 과거엔 지역 연고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안귀령을 보니까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후보로 세우는데 도봉구와 주민을 어떻게 본 건지 싶다. 텃밭이니 될 거라 생각한 건 아닌지. 정당 전략 공천이 왜 중요한지 알겠다. Q. 개혁신당 이준석도 연고가 없는데 뽑혔다. 연고가 중요하지 않다는 방증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준석과 안귀령은 입장이 다르다. 그간 보여준 모습 자체에 차이가 크다. 이준석이 대중에 등장한 건 10년도 넘었다. 거기에 여당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했다. 경력이 다르다.  이준석은 원래 다리 건너 노원구에서 세 번인가 나왔다. 노원구가 고향인 걸로 안다. 계속 나오다 안 돼서 경기도로 내려갔다. 고향에서 3번 나와서 안 됐는데,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내려와 당선되는 것도 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이준석 SNS에 들어가면 “~동 주민은 친구추가 최우선 순위” 이런 걸 써놨다. 노원구에 있을 때부터 그랬다. 개인적으론 주민과 가까워지겠다는 신호로 느껴졌다. 지역을 생각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안귀령은 오히려 "여기가 어느 동이냐"는 주민 물음에 아무 답변도 못했다. Q. 안귀령이 유세 동을 몰랐던게 유권자 입장에선 어떻게 보였는지 “아, 지역을 모르는구나.” 그게 패착인지는 알 수 없어도, 유권자가 안귀령을 안 뽑을 이유는 됐다고 생각한다. 치명타는 이재명 고향은 알았다는 점이다. 지역은 모르는데 당대표 고향은 안다라. 참. 그 외중에 후보 포스트에는 ‘도봉 대변인’으로 써놨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인 걸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말과 행동이 다르게 느껴졌다. 박자와 음정을 못 맞추는 가수가 좋은 노래를 할리 없다. 총선 이후 현수막 Ⓒ 한량 Q. 도봉구갑 출구조사와 실제 결과가 달랐다. 어땠는지. 출구조사를 보곤 “그래, 뭐 그렇지.”라며 당연하게 생각했다. 예상 결과도 5% 이상 차이가 났다. 5% 이상이면 뒤집기 어렵다. 오차범위 밖이니까. 그런데 막상 까보니 달랐다. 김재섭이 근소하게 이겼다. “어? 이긴다고? 이걸?” 출구조사 한 사람들이 출구를 잘못 안건 아닌가 싶다. (웃음). Q.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프레임은 정권심판이었다. 실제 민심이 안 좋기도 했고. 그래서 더 먹힐 줄 알고 텃밭에 신입을 후보로 냈는데, 인터뷰를 해보니 그 심판론이 역으로 먹혔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점에선 김재섭이 더욱 발전을 이야기할 수도 있어서 유리했다고도 생각이 드는데, 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실제 지역발전보다 심판이 우선한 걸 비판했으니 그렇게까지 생각은 안 해봤다. (웃음). 갑자기 생각해보면, 심판받아야 한다는 당의 입장에선 심판을 막아달라고 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다. 더군다나 정부가 헛발질을 너무 많이 하자 않았나. 민심이 돌아선 건 여당 후보라도 다 알았을 것이고. 심판 단어 언급 자체가 꺼림칙 할 테니. 질문처럼 발전을 더 말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도봉구갑 개표 결과 켭처 생각해보면 김재섭은 몇 년 전부터 계속 자신을 어필했다. 지하철 입구, 신호등 주변에 현수막을 걸고 어필했다. 내 기억으론 GTX 개통과 지하화가 확정 됐을 때 모두 그랬다. “저 홍보 예산이 어디서 나오나" 이런 생각도 했었다. 그 모든 게 메시지였고, 총선에 작용 한 것 같다. 최소 하늘에서 떨어진 후보가 아니라, 몇 년간 준비해 올라왔다는 인식을 주니까. 혹시 아나, 안귀령도 김재섭처럼 어필하면 다음 총선에서 뽑힐지. Q. 밑에서 올라온 사람과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의 차이라는 것인지 내겐 그랬다. 사실 그간 도봉구 발전에 김재섭의 기여는 없다고 생각한다. 시의원도, 구의원도 아닌데 지역 발전에 무슨 기여를 할 수 있었겠나. 그래도 계속 어필 한 게 통한 것 같다. 놀라운 점은 안귀령이 꽤 많은 표를 가져갔다는 점이다. 김재섭과 불과 1% 남짓 차이였다. 텃밭은 텃밭이다. 만약 안귀령이 정말 도봉구에 정착해서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면, 다음번에는 뽑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낙하산 이미지로도 1% 남짓 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김재섭처럼 이미지를 쌓아 올린다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말하면 도봉구갑 주민 절반은 김재섭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곧 4년 동안 보여주는 게 없으면 다음 기회는 없다는 의미다. 물론 4년 뒤 김재섭이 나온다는 가정하에 이야기지만. 1% 남짓으로 진 안귀령이, 4년동안 차곡차곡 입지를 쌓아 올린다면 다음에는 된다고 생각한다. 김재섭은 지난 총선에서 인재근에게 졌다. 아마 4년간 계속 준비했을 것이다. 이젠 보여줄 때다. 과연 4년 동안 진짜 지역을 위해 뛰었는지, 사진찍기 위해 뛰었는지 기대가 된다. Q. 윤오도 가능성이 있나 아, (침묵) 그게 참 (침묵) 힘들다. 한 정당에서 한 지역구에 4번이나 같은 후보를 냈다. 그런데 계속 떨어진다. 지지율 10%를 넘긴 적도 없고. 정당과 후보 모두 힘이 없다는 의미다. 22대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이 단 1석도 못 가져 간 건 물론 당의 실패다. 하지만 윤오가 도봉구갑에서 보여준 게 없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총선 이후 현수막 Ⓒ 한량 소수정당이 소신있는 건 좋다. 철새보다 훨씬 낫다. 하지만, 소수의 소신이 소수에 머무는 건 이유가 있다. 윤오가 4번째 나왔다는 것도 몰랐었다. 4번이면 익숙할 법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4번 모두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고, 존재감도 없었다는 의미다. 같은 후보를 계속 내는 것도 당에 인물이 없다 의미고. 4년 후에 또 뵙겠습니다, 라고 하던데. 다른 결과가 나올지 의문이다. Q. 도봉구에 새인물이 온 건 어떻게 생각하나. 어째든 3선 의원이 물러난다. 개인적으로 물러난 의원이 다시 돌아오진 못한다고 생각한다. 후보 등록을 양보했다는 건 지역을 스스로 떠난 거니까. 이번 선거 양강 후보 모두 젊었다. 두 후보는 4년 뒤에도 만 40세 이하다. 이 점이 주민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 좋다. 개인적으로 국회의원이 3선 넘어서까지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3선이면 12년이다. 국회의원이 300명인 상황에서 한 인물이 너무 오래하는 건 좋지 않다. 고이면 썩는다. 그 점에서 3선이 나가고 새인물이 들어온 건 좋다. 질문처럼 김재섭과 안귀령은 4년 뒤에도 젊다. 한 지역에 젊은 정치인들이 경쟁하는 건 그 자체로 좋은 현상이다. 개인적으론 내 지역이 젊은 사람들의 무대가 돼서 좋다. 젊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만, 늙었다고 더 좋은 것도 없다. 4년 뒤에는 어떨지 벌써 기대 된다. Q. 비례대표는 어느 정당을 뽑았나 조국현식당을 뽑았다. (웃음). 개인적으로 조국을 좋아하지 않는다. 현 정권은 더 좋아하지 않는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부다. 조국이 잘났다는 것도, 과오가 없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잘못한 사람들 밖에 없다면, 부끄러움을 알고, 여론의 난도질을 당한 사람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최소 같은 과오를 반복하진 않을 테니까. 그 점에서 조국혁신당은 현 정부를 비판하며, 제 1야당에게 영향력도 행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Q. 지역구 의원은 정부 여당 후보를, 비례대표는 그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당을. 아이러니하다.  지역구에는 지역 발전을 말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민심이 정권에 불만족스럽다는 걸 아는 여당 당선인이라면, 민심을 우선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 점에서 여당 정치인 뽑는 걸 현 정부에 힘을 실어 주는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당 당선인이 민심을 따르면 정부 비판에 더 힘이 실린다고 생각한다. 김재섭이 당선돼서 그렇지, 실제 안귀령과 표 차이 얼마 나지도 않는다. 윤오까지 합치면, 김재섭 지지자는 과반이 안 된다. 도봉구을은 더불어민주당이 뽑히기도 했고. 눈치 볼 거라고 생각한다. 22대 총선 결과 하면 캡쳐 Q. 민심은 정부에 반한다고 생각하나 총선 결과에 답이 있다. (웃음). 개혁신당도 철저히 야당 입장이라던데. 생각 제대로 있는 정치인이라면, 민심이 뭔지는 정확힐 알 거다. Q. 다음 총선에선 누굴 뽑을 건가 (웃음) 총선 끝난지 언제라고 벌써 다음이냐. (웃음). 난 언더독 편이다. 이제 언더독이 누구일까? (웃음)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재밌었다. 정치 얘기하면 싸우기 마련인데, 다 까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누굴 뽑고, 어느 당을 지지하느냐가 그 사람을 보여주는 건 아닐 텐데. 어째 사회는 그렇게 몰아가려는 것 같다. 그 점에서 신선한 대화였다. — 22대 총선 및 인터뷰 후기 : 이변을 만드는 건 유권자다 개인적으로 소신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그 소신이 나와 맞다, 안맞다는 다른 문제다. 제 22대 총선 도봉구갑 선거에서 소신 있는 사람은 김재섭과 윤오였다. 김재섭은 21대 총선에서 낙선하고 다시 나왔고, 윤오는 3번의 낙선을 딛고 다시 나왔다. 이 자체로 지역에 대한 소신은 증명됐다고 생각한다. 인터뷰이의 말대로 그 소신이 진짜였는지는, 김재섭 당선인이 향후 4년동안 보여줘야 할 모습이다. 평가는 4년 뒤 총선에서 유권자가 할 것이다. 도봉구갑 지역의 개표 과정은 흥미로웠다. 출구조사부터 승리가 점쳐진 안귀령 후보는 개표 초기, 김재섭 후보를 앞서나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차이가 좁혀지더니, 김재섭 후보가 역전을 했다. 이후 탑독이던 안귀령이 언더독이 되어 김재섭 후보를 따라가는 모양새였다. 그 차이가 너무 미묘해, 개표가 완료될 때까지 '유력'이란 글자가 뜨지 않았다. '당선'이라는 글자는 선거 다음날 새벽이 되어서야 떴다. 덕분에 나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서울 도봉갑과 경기도 화성을을 보며 두 가지가 보였다. 첫째, 선거는 시작 시점 숫자가 아니라, 끝날 때의 숫자로 하는 경기라는 것. 둘째, 그 경기의 이변은 유권자가 만든다는 것. 도봉갑과 화성을은 모두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었다. 이변이 보여주는 건 텃밭이라고 안심하지 말고, 지역 유권자의 바람을 정확히 알라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언제나 이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텃밭이 당의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지역은 당의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 즉 유권자의 것이다. 텃밭이 누구 텃밭인지도 지역 유권자가 만든다. 김재섭이 이변을 만들었다, 이준석이 이변을 만들었다는 건 맞지 않는 표현이다. 유권자가 만든 이변이 정확한 표현이다. 인터뷰에서 보여주는 건, 지역민은 당의 프레임이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해 투표한다는 것이다. 후보가 지역에 어떤 비전과 공약을 갖고 있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 인터뷰였다. 김재섭 당선인이 어떤 지역 발전을 이룰지, 낙선한 안귀령 후보가 어떤 절치부심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가 된다. 안귀령 후보는 "여기가 무슨 동이냐"는 지역민의 물음에 우물쭈물하며 답하지 못했다. 그걸 보고 지역민이 "어차피 철새처럼 떠날 사람인데, (왜 뽑냐)"고 하자, 안귀령 후보는 "아니에요, 저 이제 여기에 뿌리 박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 말이 진심인지 기대가 된다. 진심이라면 행동은 따라올 것이다. 소신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다음 총선에서도 소신있는 후보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때는 진짜로 내 한 표가 선거를 결정짓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작할 때의 숫자가 아닌, 끝날 때의 숫자에 내 표가 영향력을 줄 수 있도록, 내 표를 누구한테 줄지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김재섭, 안귀령, 윤오 모두 지역을 위해 힘 내줬으면 좋겠다.
선거가 끝났다(feat. 이승빈 - 무지개 대한민국).
선거가 끝났다. 출구 조사와 다른 결과에 놀란 사람도 있고, 계속된 접전 끝에 새벽이 다 지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번 총선에 대해 큰 기대나 관심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검색창을 새로고침하고 개표 방송을 한 번씩 보면서 어떤가 확인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선거를 몇 번 하다 보니 눈에 익은 얼굴들이 생겼고, 어쩌다 보니 관계가 있는 분들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정치는 세상을 바꾸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국가의 모든 예산은 법에 근거해서 집행된다. 정치를 통해 법을 만들고, 법 한 줄, 예산을 이야기하는 근거를 만든다. 그 한 줄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다툰다. 그러나 아직 누군가에게 투표를 해야 한다고 설득할 자신은 없다. 나 한 사람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냐는 물음에 그동안 쌓인 불신을 해결할 만한 해결책은 없다. 표 하나가 얼마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아무리 뉴스에서 이야기해도 각자의 삶이 바쁜 지금, 우리들에게는 와닿지 않는다. 그렇게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1.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정계 은퇴를 발표했다. 4선 의원이자 2번이나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번에 경기 고양시갑 선거에서 18.41%로 3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가 소속된 녹색정의당은 2.14%를 기록해 국회에 한자리의 의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이전 선거 때는 10% 가까이 차지할 만큼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던 그들의 자리는 어느새 사라졌다. 녹색정의당은 이번 선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타격이 많았다. 의원들의 탈당부터, 내/외부의 다양한 이슈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에 의구심이 생겼다. 그뿐만 아니라 조국혁신당, 새로운물결 등이 눈에 들어오며 정의당만의 날카로움과 뾰족함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노회찬에서 시작해서 심상정으로 이어지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의 인물은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10%의 기대감은 어느새 2%의 실망감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20년 진보 정치가 그렇게 막을 내렸다. 21대 국회의원인 장혜영 의원은 서울 마포구을에서 8.78%로 3위를 기록했다. 그다음을 기약한다면 여기에서부터 시작이지 않을까. 거대담론과 뜬구름 잡는 이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와닿는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따라 다음 도약의 시기는 달라질 것이다. 2. 극단의 정치가 계속된다. 조국혁신당이 24.25%를 기록해 12석을 차지했다. 개혁신당은 3.61%를 차지해 2석을 가져갔다. 그리고 이준석은 지역구에서 당선되어 개혁신당은 총 3석을 확보했다. 엘리트주의와 혐오를 통해 지지를 얻기 시작한 그들은 정책이 아닌 정권 심판에만 집중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정당별 특색과 정책이 보이지 않았다. 서로를 심판하겠다는 이야기 외의 모든 이슈는 묻혔다. 그들의 전략과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지역구를 공천하지 않고, 비례에만 집중해 민주당의 빈 부분을 끌어들인 조국혁신당의 전략,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고 여론&출구 조사 모두 뒤지고 있었지만 결국 역전을 통해 가능성을 증명한 이준석과 개혁신당. 당선이 확정된 조국은 바로 대검찰청으로 달려가 김건희 여사 소환 조사를 외쳤다. 내가 괴롭힘당한 것처럼 나 역시도 응징하겠다는 표현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몰려든다. 네거티브와 혐오가 더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더욱 커지고, 이로 인해 앞으로의 선거는 정책 없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비판과 타인에 대한 비난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점점 더 우리는 끝으로만 모이고 있다. 3. 무엇이 남았을까. 우리에게는 무엇이 남았을까? 더불어민주당이 잘 해서 지금의 의석을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는 역전을 당하기도 했고, 예상외로 비슷한 득표를 보였던 지역도 많았다. 그렇다면 국민의 힘은 무엇을 했을까?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지지자층을 열심히 다시 모았다. 그리고 그 사이를 혐오와 비판으로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이 들어왔다. 그게 전부다. 조국과 이준석의 돌풍에 놀라고, 국민의 힘을 보며 손가락질하고, 녹색정의당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검색창을 닫는다. 앞으로 4년 동안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우리 동네 의원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다음에 또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4. 그럼에도 조금씩 변한다. 내가 살고 있는 도봉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였다. 몇 년 동안 접전은 있었더라도 꾸준히 민주당이 당선되었다. 그러나 이번에 이변이 나타났다. 심지어 당선인은 기존 유력 인사가 아닌 젊은 신인 정치인이다. 서울 도봉구갑에서 국민의힘 김재섭 후보가 2% 차이로 당선되었다.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 동북권에서 여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당선되었다. 도봉구 토박이일 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내 입장에서도 정말 열심히 유세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를 가도 계속 있고, 그 누구보다 일찍 나와 좋은 자리를 많은 사람들과 차지했다. 여러 방송에도 등장하고, SNS를 통해 10대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그의 모습에 도봉구 주민들도 다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의힘에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보게 된다.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이 이번에도 재선에 성공하고, 김재섭 후보가 공천에 성공하고 당선될 만큼 세대교체도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무엇이,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투표를 하는 이유는 이런 변화를 기대하고 보기 때문이지 않을까. 5. 무지개 대한민국을 그린다. 요즘 가끔씩 보는 유튜버가 있다. 피아노 방송을 하는 '이승빈'이다. 피아노 코드를 굉장히 잘 치면서도 살짝 나사가 빠진 모습이 재미있어 보인다. 어느 날 이분이 과거에 발매한 노래를 하는 쇼츠를 보았다. 노래의 제목은 무려 '무지개 대한민국'. 살펴보니 만 19세일 때 노래를 발매했다고 한다. 노래를 발매했던 당시에는 굉장히 악플을 많이 받았는데, 오히려 지금 사람들이 많이 듣기 시작했다고 한다. 노래 가사가 굉장히 와닿고, 어렵지 않아서 이동할 때 계속 반복해서 듣는다. 다 같이 사이좋게 하하호호 웃으면서 지낸다는 말은 동화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바뀌고, 같이 있는 사람들도 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와 비난의 시대에서 함께 웃는 그 모습을 오늘도 한 번 더 상상한다. 남녀노소 서로간의 갈등부 가난 대물리는 신분좌우남북 슬픈 편 가르기두려움 가득한 색안경 하나로모든 것이 나뉘어져 가는 혐오의 시대 ... 그대와 내가 좋아하는 색이 달라도서로를 미워하지는 말아줘요하늘에 만개하는 무지개 나라에서도일곱 요정들이 서로 손을 잡아요촛불을 드는 아이도 태극기 할아버지도다 아름다운 꽃과 같은 사람들누구나 함께해요 무지개 대한민국 ... 두려움을 떨치고 서로를 바라봐줘요조금 다를 뿐 우린 모두 아름답죠내 편은 생각하는 것만큼 선하지 않지만그들도 생각만큼 악하지 않아요누구나 함께해요 무지개 대한민국
의제가 실종된 선거 = 다음 선거 때까지 의제를 만들 기회
제가 쓴 책의 작가로서 “함께 행동”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의제가 사라진 선거가 된 이유’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사실 그렇습니다. 저는 확고하게 지지하는 정당이 있고, 그 정당의 주요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기도 합니다. ‘정치 산업’에 꽤 깊이 발을 담근 사람으로서, 저는 의제가 사라진 선거라고 평가받는 2024년 총선을 만드는 데 알게 모르게 기여한 장본인일지도 모릅니다. 지역과 전국 단위 정치활동에서 아무리 의제를 발굴하고 내세우더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찾거나 만들지 못하고, 미리 잘 만든 의제를 다른 정당에 빼앗긴 뒤에는 “너희 당은 늘 비현실적이고 엉뚱한 이야기만 한다”는 핀잔을 듣길 반복하다보니 지치는. 그래서 의제를 내세우는 정치활동에는 비전이 없다고 포기하게 되는, 그런 장본인이요.  돌이켜보니 이런 회한이 제가 쓴 책 〈세상은 망했지만 눈 떠보니 투표일?! 전국투표전도 2024〉에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정치로 세상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세상이 너무 망해있다는 공감대에서 시작한 이 책은, 특정 정당이나 정권을 막론하고 지난 6년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망해갔는지 과거의 사건들을 복기하는 내용으로 출발합니다. 총 43가지 주제, 295개의 사건으로 정리한 이 내용 하나하나가 (저를 비롯한) 정치 산업 종사자와 정치 그 자체가 실패해서 한국 사회가 망해버린 모습이고, 또 우리 유권자가 선거에서 다뤄야한다고 생각하는 의제일 것입니다.  이런 의제들이 왜 지금껏 소외되었는지 생각해보니, 정치 산업 종사자 그리고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정치 평가의 기준이 수명을 다 한 것 아닌가 합니다. 그 중 하나로, 책에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민의를 ‘받드는’ 정치 말고, 민의를 ‘만드는’ 정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민의를 받드는 것이 정치인의 최고 덕목이라고 일컬었지만, 사실 민의를 받든다는 것은 모든 유권자가 갈등 없이 함께 바라는 것, 예를 들어 지역개발 사업이나 지원금 사업 같은 것을 추진할 때에나 가능합니다.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이해관계가 직접 충돌하는 갈등 사안에서는 어느 정치인이라도 모든 민의를 받드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결국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지요. (1) 양쪽 중에서 원래 조직력과 자본을 많이 가진 쪽이 주장하는 의견, 즉 대세를 따르거나. 아니면 (2) 사안에 대한 논의 자체를 뭉개고 회피하거나. 이렇게 의제가 실종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미 존재하는 민의를 받들겠다는 정치 말고, 민의를 만드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갈등이 있고 깊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에 정치인들이 뛰어들어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의견이 민의의 대세가 되도록 사람들을 설득하고 조직하는 일. 또는  민의가 만들어질 때까지 공론장을 열고, 정치인들이  갈등하는 사람들끼리 조율하고 협상하도록 중재하는 일.  이런 일을 가치있게 평가하고 좋은 정치라고 인정하는 사회가 된다면, 정치에서 실종된 의제를 다시 복원하고 망해버린 세상도 되살릴 기회가 생길 겁니다.  “민의를 ‘받드는’ 정치 말고, 민의를 ‘만드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말은 사실 정치 산업 종사자 뿐만 아니라 우리 유권자에게도 적용되는 말입니다.  우리는 지금껏 정당·정치인에게 우리의 민의(의제)를 받들어달라고 요구하거나, 우리의 민의를 받들어 줄 사람을 발굴하여 열광적으로 응원하고 출마시키는 것에만 익숙했습니다. 2024년 총선에는 그럴 만한 정당·정치인을 찾을 수 없어서 절망적이라고 느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유권자가 이렇게 수동적으로만 정치할 이유는 없습니다.  유권자도 직접 민의를 만드는 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나와 같은 요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서 모으고, 약간 다른 위치성을 가지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비슷한 요구를 가진 사람들도 합류할 수 있도록 의제를 키워보고, 이렇게 키워진 민의를 외부에 위협적으로 드러내서 더 큰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동료 유권자들은 ‘아하, 이 뜻에 동참하는 게 좋겠어 / 내게도 뭔가 이익이나 도움이 되겠구나’ 라고 느끼고, 정당·정치인들은 ‘아하, 이 뜻에 동참하면 내 가치관도 실현하고 표의 이익도 되겠구나’ 라고 느끼며 우리와 함께 움직일 겁니다. 이런 시도에 참고할 사례가 2가지 떠오릅니다.  첫째는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주간경향 기사) 입니다. "체제전환운동"은 지금까지의 정당 질서의 논리에 무비판적으로 편입되지 않고, 기후위기 대응과 자본주의 체제 변화 등의 주제를 정치에 적용시키려고 하는 사회운동 및 시민운동 활동가들의 모임입니다. 10대부터 60대까지, 여러 성별을 넘나들며 모인 이들은 서로 다양한 입장을 가졌지만 "적어도 총선의 시계에 우리의 시간을 맞추지 말고 [정치에 대응하는] 우리의 시계를 만들자는 취지"(미류 공동집행위원장)에 동의하여 공동행동을 조직하고 앞으로의 활동을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 일정에 연연하지 말고 기후위기와 자본주의 체제 변화를 주제로 하는 의제화에 꾸준히 도전하여 독자적인 힘으로 정치를 움직이자는 시도이지요.  둘째는 플랫폼P(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를 지키기 위한 "플랫폼피 입주사 협의회"의 활동입니다. 마포구청이 운영하던 플랫폼P를 다른 창업지원기관으로 용도변경하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센터 운영이 파행에 빠지자, 센터에 입주해 있던 소형 출판사, 작가, 디자이너, 프리랜서 편집자, 번역가, 사진작가 등 50여 개 입주사가 협의회를 결성하고 이를 막는 운동을 벌였습니다. (잡지 '출판문화' 기고글) 마포구 주민과 도서문화를 사랑하는 전국의 개인/단체 2,000여 곳의 서명을 조직하고 "마포책소동" 북페어 등의 캠페인을 벌인 결과 마포구청은 결국 센터를 존치시켰으며, 2024년 총선에서는 이 지역구(서울 마포구 을)의 후보 3명이 모두 이 이슈에 주목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플랫폼P를 비롯한 마포의 출판·디자인 관련 공약을 내걸기에 이르렀습니다. 플랫폼P 문제를 일찍이 지역 정치와 전국적인 출판문화 이슈로 만들어, 끝내 선거에서 의제화하는 데에 성공한 셈이지요.  사실 선거 직전 며칠 동안 이번 선거를 살펴보고는 의제가 실종되었다고 실망하기만 할 것은 아닙니다. 유권자든 직업 정치인이든 민의를 ‘만드는’ 작업에는 몇 년씩 시간이 걸리기 마련입니다. 그 작업을 우리가 미리 해놓지 못했기 때문에 2024년 선거에서 너무 많은 의제가 실종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선거를 시작으로 4년의 긴 시간동안 정당·정치인과 유권자들이 더 많은 민의를 조직하고 의제를 쌓도록 해서, 2028년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더 풍부한 의제를 논의하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만약 그 과정에 도움이 될 만한 정당·정치인을 (운 좋게도) 발견할 수 있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그에게 우리의 소중한 표를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총선에서 의제가 실종된 이유와 이민자에 대한 고민
정쟁만 있고 의제는 없는 이번 선거에 대해 그 이유를 한 번 고민해본 적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정답은 찾지 못하였지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든 생각은 ‘실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2016년 총선 때에는 ‘청년’이 의제였습니다. 청년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반영이 되지 않은 시기였고 청년 후보라고 나온 이들은 40세가 넘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부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청년기본법이 제정되었으며, 진짜 청년 나이대인 국회의원도 등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청년의 삶이 그다지 나아진 것 같지 않습니다. 청년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은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을 하였고, 청년이 직접 정책을 제안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정책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청년수당, 청년센터 등 제안 정책이 막상 실현되어도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기도 했습니다. 재작년부터 큰 이슈로 뜨고 있는 전세 사기 피해자의 50% 이상이 2030 청년이었지만, 정부는 이들을 구제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정치권은 계속 청년을 위한 정책을 하겠다고 부르짖지만 여전히 청년세대의 목소리는 기성세대 목소리보다 작습니다. 담론의 당사자인 청년의 입장에서 이러한 현실은 정치에 대한 관심을 사그라들게 만듭니다. 청년 외에도 다양한 의제가 있었습니다. 여성, 환경, 기본소득 등 2010년대 후반부터 과거에는 대중적이지 않았던 의제들이 대중화되었습니다. 여성 의제는 우리의 실생활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지만(몰카 범죄, 성범죄가 ‘범죄’임을 인식하도록 함) 이에 대한 백래시는 엄청 납니다. 레디컬 페미니스트의 행동을 일반화하면서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현상이 생겨나고, 대다수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정치인들은 더 이상 ‘여성’을 의제로 하지 않습니다. 한편으로 ‘페미니스트’ 의제로 정치인이 된 이들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환경 의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개인의 노력이 지구를 고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됨에 따라 약해졌습니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체감하지만, 금세 무기력해집니다. 많은 이들이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강력한 운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기본소득도 한때 혁신적인 의제였으나, 완전하지 않은 기본소득(청년수당, 재난지원금 등 소득기준 없이 지급되었던 소득)이 지급된 후, 그 정책은 단지 삶에 약간의 도움을 주는 복지 정책이 되었습니다. 기본소득만으로는 지금의 경제 문제들을 해소할 수 없음을 경험한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실망들이 모여 의제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지 않았나 추측합니다.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의제들이 선거 후에는 지속적으로 실망을 안겨주니, 사람들도 더 이상 의제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이러다 영영 의제가 사라지는 선거만 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두렵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우울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최근 주변 친구들에게 투표를 할 건지 물어본 적이 있는데요, 친구들이 하나같이 ‘남들은 안할 것 같은데 나는 할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무엇을 보고 후보를 뽑을 것이냐는 질문에 ‘지역을 위해서 일할 것 같은 사람’이라는 뻔한 답변을 받았지만, 중요한 것은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2030 청년의 투표율은 점점 오르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누군가가 ‘실망하지 않을, 그러면서도 매력적인 새로운 의제’를 띄우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그 의제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렵겠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이민자와 관련해서 최근 큰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위 기사는 극우성향 정당 자유통일당의 총선 후보자와 자국민보호연대라는 단체가 이주노동자들을 강제 검문·체포하는 활동을 했다는 기사입니다. 저는 이 기사를 처음 접하고 나서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불법이민자’를 직접 잡아서 경찰서에 넘기는 행위를 총선 전략으로 세웠다는 것과 그것을 실행하는 단체 이름이 ‘자국민보호연대’라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비인간적 행위를 총선전략으로 선택했다는 것은 사람들이 암암리에 가지고 있는 이민자 혐오를 이용하겠다는 것이고, ‘자국민보호연대’라는 이름을 사용했다는 것은 이민자를 자국민의 적으로 보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전형적인 약자에 대한 혐오입니다. 경제가 불안정해지고 삶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어떠한 집단을 혐오하게 되는데, 앞으로의 혐오 대상이 ‘이민자’가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과거부터 여러 나라에서 이어져온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는 이민자가 많지않아 정책적인 고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면서, 마치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을 간 것처럼,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들어오고 있어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민자들은 한국에서 고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제도에 의해 불법체류자가 되고, 실생활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사실 작년까지 크게 관심을 가져보지는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가을에 두바이에 가게 되면서 이민자를 자국민과 차별하는 것이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두바이가 속해있는 아랍에미리트는 80%가 이민자로 구성되어있는데 2021년 이전까지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거의 내주지 않았습니다(21년도부터 부동산을 보유하거나 과학자, 의사, 엔지니어, 예술가, 작가 등 특별한 재능과 직업을 가질 때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음). 그래서 온갖 복지혜택은 20%의 자국민만 받고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은 모두 이민자가 하고 있으며, 자국민은 주로 편안한 일자리를 얻습니다. 이 사실을 처음 인지하였을 때, ‘이민자 문제’가 얼마나 큰 문제인지 깨달았습니다. 그 나라 경제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80%가 정치적 권리를 가질 수 없다니,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만큼 자국민이 적지는 않으나 이민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2015년 1,711,013명이었던 외국인주민 수는 2022년 2,258,248명으로 증가함). 이들은 우리나라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치적, 경제적으로 차별당합니다. 정치적 권리가 없으며 수혜의 대상으로만 인정됩니다. 신체적으로 힘든 일을 주로 하며, 비자가 끝나 불법체류자가 되면 그나마 있던 보호망도 잃은 체 저임금으로 착취당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시민권이 없다면 차별은 계속될 것입니다(물론 시민권 획득이 충분조건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생김새, 말투 등에 의해 시민권을 획득했더라도 차별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시민권 획득은 정치적 권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두바이에 같이 간 지인에게 너무 심각한 문제이지 않냐고 물어보자 “어쩔 수 없지 뭐. 자국민이 먼저지”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지인에게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주는 방법을 고민해봐야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했을 때, 그 지인은 절대 그러면 안된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너무나 단호하여 당황한 기억이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국제결혼 했지만 남편이 아기 태어난지 일주일 만에 죽어서 한국 국적을 따지 못한 여성에 대한 영상을 보았는데 많은 댓글들이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주면 도망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늦게 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이 문제를 다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두가 이민자 친구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집단에 대한 혐오는 그 집단의 구성원을 직접 만나고 이해했을 때 해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친구가 이민자일 때, 이민자에 대한 차별을 목격하면 함께 분노하겠죠. 다만 이민자와 친구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정책입안자 분들이 고민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이민자 권리를 확대하는 캠페인을 하거나, 공론장 논의 주제로 띄우거나, 관련 컨텐츠 등을 만드는 활동이 있을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이민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의제를 어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유통일당과 같은, 인권에 대한 아무런 의식도 없고 타인에 대한 혐오로 가득한 극우 정당이 득세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