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거대 양당이 외면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란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 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 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 상태, 사회적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 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ㆍ예방(차별금지법안)”하는 법안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번번이 무산되어왔다. 일부 개신교 단체의 반대 입김이 거센 것이 주 원인으로, 일부 개신교계에선 성경을 근거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서 성소수자를 떼어내고 싶어한다. 한국은 모두가 알듯 정교분리 사회로 성경의 뜻을 따를 필요가 없다. 그러나 백보 양보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일부 개신교인의 성소수자 차별을 박해(?)하기 때문에 그들의 차별할 자유(?)를 침해한다고 봐 보자. 음… 동성애라는 잘못을 잘못이라 외치지 못하게 되어 답답한 가슴. 애타는 마음. 그 외에 무엇이 있을까.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 그건 사람을 미치게 만들긴 한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데, 이웃이 미칠 지경이라니 그 지점에서 생각해볼 의의는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한 번 짚고 넘어가보자. 동성애가 정말로 세상을 잘못 돌아가게 하는가? 동성애를 악마화하지 못하면 모두가 동성애를 하게 되는가? 역사상 인류에 동성애자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는 사실, 그러니까 동성애자 때문에 세상이 잘못 돌아가는 거라면 세상이 잘 돌아간 적 없이 현재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잊어두자. 그런데 동성애가 세상을 잘못 돌아가게 하기란 아무래도 힘든 것이, 동성애자란 무릇 힘이 없다. 일부 개신교인들이 어떤 무시무시한 모습을 상상하고 있을진 모르겠으나 동성애자들이 할 수 있는 사회적 활동이라야 기껏 퀴어 퍼레이드 참가하기, 혼인신고서 내고 불수리 통지서 받기 정도인데, 여기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세상이 바뀐다면? 이제 뒤집어지는가? 아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여파로 혼인평등법까지 제정된다면야 ‘혼인신고서 내고 불수리 통지서 받기’가 ‘혼인신고서 내고 기뻐하기’ 정도로 바뀔 수는 있겠다. 행복한 동성애자들이 조금 늘 뿐으로, 뭐 그리 크게 바뀌는 건 없다.  행복한 동성애자들이 늘어난다고 해서 모두가 동성애를 하게 될까? 이제 동성애가 차별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성애자가 돌연 동성애자가 되는 일이 과연 있을까?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있을 것이다. 차별이 사라진다면 동성애가 잘못인 줄 믿고 있던 디나이얼 동성애자가 디나이얼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려움으로 가려져있던 본래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된다니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일부 개신교인들이여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된다. 이성애자는 언제나 다수일 것이다. 동성애를 터부시하는 세상에서도 동성애자들은 존재하는데, 하물며 이성애를 터부시하지도 않는 세상에서 이성애자가 이성애자의 자리를 벗어날 일이 얼마나 있을까. 이성애자를 우습게 보지 말고 안심하자. 행복한 동성애자들이 늘어나는 건 그저 행복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일일 뿐, 세상이 뒤집어지는 일은 아니다. 무엇을 걱정하는건지 모르겠다. 동성애가 그렇게 솔깃하단 말인가? 부추기면 막 동성애 할 것 같고? 차별만 없으면 나도 동성애자 될 것 같고? 그래요…?  종교의 이름으로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부조리하지 않은지, 또 나의 기준은 나의 기준일 뿐이지 않은지는 차치해두고서 동성애를 악마화하지 못하면 세상이 잘못 돌아가게 되는가를 생각해봤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한다고 처벌을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알고보면 동성애를 악마화 할 길이 아주 막히지는 않는다. 슬프게도. 차별금지법에서 처벌성을 갖는 행위는 보복성 불이익 조치를 행했을 때로 한정된다. 풀어 말하자면 "공공영역에서 피해자가 차별 행위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거나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좌천을 시키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등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면 형사처벌 대상(차별금지법, 말 잘못하면 감옥 가? [오해와 진실 편] | 닷페이스)"이 된다는 것. 다시말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도,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일부 개신교인들의 권리(?)는 지켜진다는 것이다. 그렇든 저렇든 어쨌든 저쨌든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안된다는 외침이 크게 들리는 세상 속에서, 이번 총선에 차별금지법을 공약한 정당은 녹색정의당과 진보당, 노동당, 새진보연합이 있다(정당정책). 작고 소중한 당들. 거대 양당은 언제나 그렇듯 관심이 없다. 여론을 시끄럽게 만드는 소수자 문제는 무시하는 게 표에 이득이라는 심산이 아닐까. 실제로 민주당은 여성 정책으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이라는 진보적 행보를 보였지만 일각에서 논란이 일자 공약을 철회했다(‘비동의 강간죄 공약’ 착오로 넣었다는 민주당). 논란이 일면 꼬리를 내린다. 각종 차별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사람들이 기울어지다 못해 떨어져 죽고 있는데, 여전히 기득권의 목소리에 집중할 뿐 사람이 죽고 산다는 문제의식이 없다.   그런데 거대양당의 문제의식 부재도 무색하게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70프로 가까이가 찬성([사설] ‘사회적 합의’ 확인된 차별금지법, 더 미룰 이유 없다 - 경향신문)으로, 국민적 합의는 이미 이루어져 있다. 어떤 정치인들은 그저 겁을 낼 뿐이다. 혹시 모를 표를 잃을 것에 대해서. 그에 반해 성소수자는 소수니까 잃어도 되는 표, 혹은 어차피 들어올 표로 세는 곳도 있겠다. '니들이 거길 찍겠어? 더 힘들어질텐데.' 울며 겨자먹기로 거대 양당 중 조금 더 진보적인 당에 표를 주는 성소수자들도 실제로 많다. 그러나 이제는 성소수자들이 거대 정당에도 웃으며 기꺼이 표를 주는 사회가 되어도 좋지 않을까. 앞서 말했듯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도 차별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는 그 행위를 처벌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가. 우리 사회는 아직 차별을 차별이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정체성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면서도 그 정체성으로 인해 자신의 권리에 해를 입었다고 믿으며 자신의 믿음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그렇다. ‘난민이 들어오면 우범지역이 된다’, ‘동성애를 막지 못하면 우리 아이가 동성애자가 된다’, ‘중국인이 많아지면 공산주의에 먹힌다’, ‘전라도 사람들은 뒤통수를 친다’, ‘여자들은 쉬운 일만 하려고 든다’....등등등. 우선은 나의 언행이 '차별'이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무엇이 차별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선 처벌성이 없는 법률로라도 차별 금지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거기에 어떤 정체성은 빼고 어떤 정체성은 넣어야 한다는 기준을 세운다면, 어떤 정체성은 차별해도 괜찮다는 용인이 된다. 차별금지법의 의미가 사라진다. 그래, 여전히 극렬하게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 정치인들이 이 세력에 거스르는 것은 꽤나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제도가 먼저 미래를 향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이미 사회적 합의가 어느정도 이루어져있다면 더욱 그렇다. 모든 국민이 동의하는 법안은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정말로 옳은지, 무엇이 정말로 합리적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차별은 사람을 죽이고, 인권은 생명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되새기면서. 차별은 결코 합리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는 사실을 직시하면서. 그리고 차별금지법 하나 생긴다고 세상이 그렇게 크게 변하지도 않는다는 것에 안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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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갈등 해결을 위한 4인 대담
*이번 '대담한 대화'는 대구 지역 언론 뉴스민과 대담한 대화의 공동 기획으로 추진되었습니다. 이 글은 전체 대화를 요약해 재구성한 것이며, 오마이뉴스에 2023년 8월 10일에 발행된 글입니다.  외신도 주목했던 돼지머리 사태... 본질을 왜곡했다 [오마이뉴스 23.08.10]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갈등은 뜨거웠다. 대구 이슬람 사원 신축을 둘러싼 대구 사회 이야기다. 기원은 깊다.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상황에서 소멸 위기의 문턱에 선 지방대학은 유학생 유치로 살길을 찾았다. 여기에 부족한 노동력 수요까지 맞아떨어졌다. 중국을 비롯해 동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유학생 유치 결과, 외국 유학생은 계속 늘었다.  당연히 이슬람 유학생도 늘었다. 무슬림은 하루 다섯 번씩 의무적으로 기도를 한다. 이슬람 유학생이 많은 경북대 학생들은 길을 가다가도 기도하는 무슬림 유학생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무슬림 유학생들은 학교 인근에 집을 빌려 함께 기도하다, 인원이 계속 늘자 경북대가 있는 대구시 북구 대현동에 이슬람 사원을 신축하기로 했다. 주민들은 처음에 새로 짓는 건물이 유학생 숙소인 줄 알았다. 그런데 2층짜리 사원이 들어선다는 걸 알고 불만이 터져 나왔다. 여기에 보수 기독교계가 결합하면서 갈등은 종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일부 주민이 이슬람에서는 금기하는 돼지머리를 공사장 앞에 가져다 놓고 삼겹살 파티를 열면서 외신도 보도에 나섰다.  주택가 이슬람 사원 문제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대립, 타인종에 대한 혐오 문제로 번졌다. 지난 5월에는 전광훈 목사 등 극우 개신교 목사들이 독려한 '국민이 먼저다! 대구 대현동 주민 보호, 국민주권 침해 규탄 5.20 국민대회 및 기도회'가 열리기도 했다. 대구시와 법원은 이슬람 사원 건축이 합법이라고 확인했지만, 공사는 예정일을 훨씬 넘겨도 준공을 못 하고 있다. 뿌리 깊은 상처와 갈등의 골을 만들고 있는 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문제, 정말 해법은 없을까?  대화가 힘을 갖는 합리적 소통의 자리를 만드는 '대담한 대화' 프로젝트는 그 첫 번째 기획으로 지난 1일 대구 지역 언론 <뉴스민>과 함께 '이슬람 사원 해법 모색을 위한 대담한 대화'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이슬람 사원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에서 활동하는 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대구NCC) 인권위원회 총무 박성민 목사, 경북대 내에서 이슬람 혐오 반대 운동을 펼친 경북대 사범대학 김상천 학생, 지난 6월 20일 보수 기독교 단체가 주최한 포럼에 참여한 법무법인 우리들 박상흠 변호사, 이슬람 전문가인 감신대학교 박성수 교수(부산 온누리교회 목사)가 참여했다. 그날의 대화를 요약하고 재구성해 싣는다. 정당한 주거권 요구인가, 인종적·종교적 혐오인가  ▲ 종교갈등, 혐오, 주거권과 종교의 자유가 뒤범벅 된 대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갈등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4인이 모여 '대담한 대화'를 진행했다. ⓒ 뉴스민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갈등의 원인은 무엇일까? 참가자들의 해석은 다양했다. 뿌리 깊은 인종주의와 타 종교에 대한 혐오가 바탕에 있다는 시각과 주민의 주거권과 행복추구권이 종교의 자유와 충돌한 것이 원인이라는 진단이 제기됐다. 또한, 애초 유학생을 유치한 경북대의 '이슬람에 대한 무지'와 행정청의 대응 실수가 원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박성민(대구NCC 총무) "성경을 보면, 두 번의 급식 사건이 나오는데, 첫 번째는 유대인이었고 두 번째는 이방인들 문제였어요. 그런데 두 번째 급식 사건에서 제자들이 이상하게 침묵해요. 그 안에서도 인종주의가 작동하는 것이 보이는 거죠. 하지만 예수님은 유대인과 이방인의 구별 없이 애간장이 끊어질 정도로 불쌍히 여기셨어요. 저는 이 사건의 첫 번째 책임은 (주민과 유학생 사이의 소통과 중재를 못한) 북구청의 행정적 실수에 있다고 보지만, 그 배경에는 기독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인종주의가 있다고 봐요."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변호사) "'인종주의 때문이 아니냐?', '종교 때문 아니냐?'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문제 제기가 해결을 막고 있어요. 현장에 가보니까 갈등의 주체는 주민과 이슬람 사원 측이에요. 그런데 오히려 기독교인하고 이슬람인이 주인공처럼 등장했어요. 열한 채 집이 모여 있는 한복판에 이슬람 사원을 세워놨어요. 주민들의 주거권과 행복추구권과 이슬람의 종교 자유 간에 일어난 충돌을 중재하고 갈등을 해결해야 할 행정이 어설프게 진행한 거죠. 언론도 돼지 족발 문제만 보도하고 인종차별이라고 몰아가요. 이렇게 몰아가면 해결이 안 됩니다."김상천(경북대 학생) "(박상흠) 변호사님은 이슬람에 대한 혐오 문제가 너무 부각됐다고 하시지만, 일부 동의하면서도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어요. (이슬람 사원에 반대하는) 경북대 학생들은 주민의 주거권보다는 이슬람에 대한 혐오 감정이 더 커요.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테러 집단. 탈레반. IS(이슬람 국가) 이야기가 나오고, 그런 집단을 우리 근처에 둘 수 없다는 얘기도 나와요."박성수(감신대 교수) "이슬람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보면, 이슬람에 대한 이해 부족이 크지 않았나 싶어요. 경북대에서 이슬람 학생을 유치할 때는 파급효과를 예측했어야 하는데 무지했어요. 무슬림에게 하루에 기도 다섯 번은 의무 사항이에요. (경북대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어요. 유학생들을 (학교의) 필요 때문에 초청했으면서 그들의 종교에 대한 고민은 소홀했던 거죠."   ▲ 감신대 교수이자 부산 온누리교회 목사인 박성수 교수는 이슬람 전공자다. 그는 이슬람에 대한 무지가 사태를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 뉴스민  대화 기회 없앤 교회, 주인공이 아니라 중재자 역할 해야 원인에 대한 해석은 다르지만, 현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갈등에는 종교 문제, 인종 문제, 주거권과 행복추구권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초기에는 해결이 전혀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일부 교회와 기독교 단체가 이 문제에 개입하면서 화해하기 어려운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대화 참가자 중 두 명은 현직 목사다. 개신교의 반이슬람적인 대현동 관련 집회와 활동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박성민(대구 NCC) "목사로서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대현동 사원 건립 문제가 이슬람과 기독교의 문제처럼 되어 버렸는데, 중동에서 벌어진 여러 문제에 대한 미국의 근본주의 기독교적 시각을 우리도 따라가고 있어요. 석박사 과정인 유학생들이 한국 법과 문화를 존중하며 살아가고 있는데도 갑자기 테러리스트로 몰리는 상황이 됐어요."박성수(김신대) "한국 기독교가 '예수님이라면 무슬림들에게 어떻게 하셨을까'를 고민해 봐야 해요. 내쫓으려고 하지 말고 차라리 전도를 하는 게 더 건강한 거죠. 십자가 신앙이란 우리가 죽어서 남을 살리는 거예요. 예수님이 죽어서 우리를 살리셨듯, 우리가 죽어서 인류를 살리는 것이 우리 신앙이라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이 문제가 나아갈 수 있어요. 그게 기독교 복음의 핵심 아닌가요?"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교회가 (반대가 아니라) 중재를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요? 마치 기독교와 이슬람의 갈등처럼 몰아가고, 언론도 그렇게 쓰고 있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잖아요? 주민이 조연이 되고 기독교가 주연이 된 것 같은 상황에서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어요. 교회는 중재자 역할을 우선해야 해요. 이슬람을 배척하는 이야기는 오히려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어요."박성민(대구 NCC) "교회가 중재할 수 있지요. 뉴욕에서 2010년에 9.11 테러 공격을 받은 무역센터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이슬람 센터 설립이 추진됐었는데, 야단이 났었어요. 갈등이 심해지니까 신학교에서 이맘(이슬람 지도자)을 초대해 같이 토론했어요. (9.11테러로) 월드트레이드센터 무너질 때도 그 안에 무슬림들이 있었고 그들도 고통받았다, 무슬림들도 (9.11테러처럼) 극단적인 것은 거부한다, 이슬람은 평화를 위한 종교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결국 신학교 안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해요. 우리 교회가 그런 일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박성수(감신대) "대화를 하려면 종교 이야기를 배제해야만 해결책이 나와요. 제가 있는 동네도 교회를 세우려고 하니까 주위 아파트에서 현수막을 걸고 난리가 났어요. 이슬람이어서가 아니라 종교시설에 대한 혐오감이 한국 사회 전반에 있는 거예요. 구청에서 허가를 내줬다는 건 법리적인 문제가 없다는 건데, 사실 이건 정서적인 문제예요. 무슬림들도 주변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는 것이 과연 공감받는 종교가 할 일인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해요." 갈등과 문제의 해결, 정말 방법 없을까 극단적 대립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문제는 복잡할 대로 복잡해졌고, 꼬일 대로 꼬였다. 정말 이 문제의 본질이 종교나 인종 문제가 아니라면, 서로의 감정적 적대를 걷어 낼 수 있다면, 중재안을 도출하거나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쉽지는 않아요. 북구청에서 처음 중재 자리를 만들고 여러 방안을 제안했는데도 결렬됐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유학생들이 공대에 많으니까, 최대한 경북대 안에 공간을 마련하는 방향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부산 동아대 같은 경우 대학에서 이슬람 기도실을 마련했어요."   ▲ 법무법인 우리들의 박상흠 변호사는 보수 기독교 단체가 주최한 포럼에 발표자로 초대되면서 이슬람 사원 건립 갈등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 뉴스민  박성민(대구 NCC) "대체 부지 이야기는 초기에도 나왔고 유학생들도 동의했어요. 문제는 조건이죠. 유학생들이 하루에 다섯 번 기도하는데, 연구실에서 너무 멀면 안 되니까 비슷한 거리와 규모의 공간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했어요. 그런데 결국 흐지부지됐어요. (주민들이 주장하는) 소음 문제도 라마단 기간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다 들어가지 못하니까 생긴 거예요. 사원이 완공되면 오히려 소음 문제는 해결할 수 있어요. 다 실내에 들어가서 하면 되니까."박성수(감신대) "소음 문제가 종교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실 다른 곳에서도 층간 소음 문제로 갈등이 많아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소음 문제와 종교 혐오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예요."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만약에 소음 문제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면 (사원 측에) 손해배상의 책임이 생겨요. 사원을 계속 운영하기 힘들어지게 될 겁니다. (사원 측도) 한발 물러서야 해요." 주민들은 일조권과 조망권, 소음 문제 등 이슬람 사원이 들어서면서 나타나는 생활문제를 주로 제기했다. 이런 문제는 종교시설과 상관없이 우리 일상에서도 흔히 벌어지는 갈등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웃에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와 기준이 마련되어 있고, 그에 따라 다양한 법적 조치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해결책으로 논의되지 못할 정도로 감정의 골은 깊다. 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일단 지금은 감정의 골이 깊어요. 아무리 합리적인 안이 있어도 서로 미워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합리성 문제가 아니에요. 솔직히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에요."김상천(경북대) "주민분들 의견은 일치되어 있는지도 궁금해요. 제가 (혐오 반대) 대자보를 붙일 때 충돌했던 분은 목사님인데 주민대책위라고 하셨어요. 제게 '저런 애들이 테러라도 하면 어떻게 할 거냐', '밤에 범죄가 일어나면 어떡하냐' 이런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그래서 (단순한 생활권 문제가 아니라) 혐오 감정이 원인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주민들은 그런 혐오 감정 없이 주거 문제에 집중하고 계신 상황인 건가요?"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주민들이 느끼는) 혐오감이라고 하면, 검은 옷이나 긴 수염 같은 모습들이 겁이 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서로 대화를 많이 해야 하는데 부족했죠. 사원 지을 때도 별다른 소통 없이 기습적으로 진행되다 보니까 더 심각한 상태를 부른 거예요." 대화를 위해 필요한 일 지금은 해결책이 없다기보다 해결책을 논의할 수 있는 조건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다. 서로를 부정하는 조건에서는 어떤 대화도 시작할 수 없다. 묵은 감정부터 털어내는 것은 가능할까? 박성민(대구 NCC) "(유학생들이) 동네에서 살아가려면 주민들과 대화하고, 요구가 있으면 반영해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게 충분히 가능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지금처럼 외신까지 다 보도하면서 갈등이 폭발하기 전이에요. 갈등 초기에 부산의 한 미국 영사가 유학생들에게 연락해서 '지금 상황은 인종 차별적이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상황이니까 필요하면 외신에 이 문제를 알리겠다'고 했는데 유학생들이 거절했대요. 자기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인들의 환대를 받았다는 거죠. 자신들에 대한 혐오가 있어도 국제적으로 한국의 부정적인 모습을 알리기보다 지역에서 대화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방법이 없었다고 해요."   ▲ 박성민 목사는 대구NCC 인권위원회 총무로, 이슬람 사원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다. ⓒ 뉴스민  박성수(감신대) "남 이야기는 쉽게 할 수 있지만, 내 문제가 되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죠. 내 집 바로 앞에 공사가 진행되고, 밤에 잠도 못 자면, 그때도 남 일처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주민들은 공사 때문에 집에 금도 갔다고 해요. 그런 피해를 감수하면서 저분들의 종교를 인정한다고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이슬람 입장에서도 무엇 때문에 이 종교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봐야 해요. 대현동 주민들도 어떻게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고민해야 하고요. 주민들은 다른 부지로 가면 된다는데, 그렇다면 거기에 사는 주민들은 용납하느냐는 문제도 있어요. 보완적 방법과 방향이 나와야 해요."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행정기관장들이 현장에 가서 1주만 생활했으면 해요. 1주일은 주민 집에서 살고 1주일은 사원에서 생활해 보자고요. 그러면 양측 입장을 이해할 실마리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지금은 탁상공론에 머물고 있어요. 홍준표 시장도 '이슬람과 기독교가 한 형제'라고 본질에서 벗어나는 말을 하던데, 이건 실제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문제예요. 중재를 하려면 행정기관이 좀 더 나서야 해요."김상천(경북대) "전 거꾸로 생각해 보자고 제안하고 싶어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권리의 충돌을 해결할 때 어느 쪽도 피해가 0이 되는 대책은 없어요. 유학생들이 원하는 만큼 '아잔'(무슬림이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을 틀고 마음껏 요리하고 큰 소리로 예배하는 것도 불가능해요. 주민들도 한치의 피해도 안 보겠다는 건, 좀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욕심일 수 있어요. 일방적으로 한쪽만 완전히 피해를 보지 않는 방법은 불가능하다는 걸 먼저 인정해야죠."서로를 이해하자는 말은 머리로는 가능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없는 말이다. 특히 대현동 주민들은 마음부터 굳게 닫혀 있다. 극단적 갈등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서로의 마음은 어떻게 열 수 있을까?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논리적인 것보다 정서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열린 음악회라도 열어보면 어때요?"김상천(경북대) "공감해요. 학생들끼리도 '같이 등산이라도 가보자'는 시도가 있긴 했어요. 거창하게 하지 않더라도 행정이나 학교가 중재해서 주민분들에게 대접하는 자리도 만들어 봤으면 좋겠어요."  ▲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학과 김상천 학생은 경북대에서 이슬람에 대한 혐오를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이는 등 종교와 인종 혐오를 반대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뉴스민    박성수(감신대) "언론 역할이 중요할 것 같아요. 주민들이 대화 자리에 안 나오는 이유는 피해의식이 너무 강해서예요. 언론에 돼지 족발 올려놓은 것만 나왔으니까. 주민들이 아파하는 게 뭔지를 언론이 보여주고 공감해 주면 (대화에) 나올 수 있어요. 또 무슬림은 어떤 아픔을 겪고 있는지 들어줘야 해요."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덧붙이면, 서울 언론의 문제도 있어요. 대구 시민을 야만적이고 반인권적이라고만 몰아가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말초적인 보도만 써서 문제를 더 꼬이게 하고 있어요." 대화는 주인공이, 조연은 중재해야 대현동 이슬람 사원의 문제는 이미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청, 경북대, 교회, 그리고 언론이 촘촘히 개입되어 있다. 사태의 원인과 해석, 의미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오늘의 대화에서는 돌파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그 출발은 논리적 방법보다 감정적 적대감을 먼저 해소하는 것,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공감했다.    박성수(감신대) "경북대에만 무슬림이 있는 게 아닌데 왜 하필 경북대, 대현동에서 이렇게 갈등이 격화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해요. 한국 사람에게 필요한 건, 무슬림을 이해하는 거예요. 우리가 너무 몰라요. 알면 이해되는 부분이 있어요. 무슬림에게도 부탁하고 싶은 건 한국 땅에 왔기 때문에 한국을 이해해 주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슬람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을 해달라는 거예요. 그런 고민을 한다면 이 문제는 조금은 더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어요."박성민(대구 NCC) "무슬림도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 해야 할 부분이 있어요. 오늘 같은 대화가 필요해요. 완공 전후해서 목사들이 가서 대화하면 다른 가능성도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가 공격적으로, 폭력적으로 다가가면 그런 가능성조차 놓치는 거예요.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문제를 풀어주면서 예수의 가르침을 보여줘야 해요.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그리스도인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행정청이 제 역할을 못 한 것이 문제의 기원이예요. 행정청은 노이즈 마케팅하지 말고 현장에 가서 주민이 어떤 어려움 겪고 있는지, 양측의 갈등이 어떤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해요. 언론도 편중 보도 습관을 지양하고 양측 이야기 들어보고, 실제 생활도 해보는 노력과 시도가 있어야 해요. 한국 교회가 역사적으로 빛이 되는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약자들이 아니라 권력자와 친해요. 이건 예수님의 가르침이 아니죠. 이슬람 유학생에게도 교회가 먼저 다가가야 해요."김상천(경북대) "토론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뀐 점도 있어요. 당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조연으로 남아야 할 곳이 있어요. 원칙적이지만 대화와 토의를 하고 접점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어요. 이상적으로 들릴지라도, 대화와 토론을 통해 접점을 늘려가기 위해 경북대학교와 북구청,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도 중재하고 지원하는 게 필요해요." [인터뷰] 대구투쟁본부 대표 우재호 목사 "유튜버가 돈벌이 수단으로 갈등 키워"   ▲ 주민 입장에서 활동해온 대구투쟁본부 대표 우재호 목사는 일부 유튜버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이슬람 사원 문제에 개입하면서 문제 해결이 더 어렵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 손우정 쉬는 시간 없이 3시간 가까이 진행된 '대담한 대화'는 의견의 대립보다 해결 방향에 대한 공감으로 마쳤다. 아쉬운 것은 이슬람 유학생과 주민이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늘의 대화를 기반 삼아, 향후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대화의 자리도 추진해 보기로 했다.그런데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의 대화 자리에 조용히 찾아와 끝까지 자리를 지킨 사람이 있었다. 대구투쟁본부 대표인 우재호 목사다. 그는 투쟁본부 내 대현동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주민 입장을 대변해 왔고, 반월동에서 열린 대규모 종교집회의 공동대표였다. 대화 이후, 그와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왜 비대위를 꾸려 활동하고 있나?"이슬람 사원의 출입구는 사유지 도로다. 주민들이 (자기 집을) 한옥을 양옥으로 건축할 때 일부 대지의 도로 사용을 승낙했다. 그런데 땅 주인도 모르게 사원이 지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자기 땅을 찾겠다고 하는데 북구청은 이미 도로가 되어서 안 된다고만 한다. 주민 입장에서는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다. 공사주가 하는 말이 지금은 800명 정도지만, 완공되면 2000명 정도 무슬림이 올 거라고 하더라. 이 좁은 골목에 그게 말이 되나?"- 주민들의 반대 이유가 종교적, 인종적 혐오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기독교계가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비판도 있는데?"그 집회는 내가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원래는 시민들의 잔치, 문화 축제를 하고 싶었는데, 내가 코로나에 걸려 누워 있는 와중에 종교집회로 바뀌면서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립처럼 되어 버렸다. 주민 비대위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사람, 유튜버 몇몇이 자극적으로 해야 사람들이 주목한다고 돼지 바비큐, 돼지머리도 갖다 놓은 거고, 언론이 그걸 활용한 거다. 돼지머리 때문에 본질이 전도됐다. 유튜버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이 문제에 개입하면서 자꾸 자극만 하니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의 불만도 많을 것 같다."주민들이 '무슬림이 유학을 와서 꼭 사원을 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자기 신앙을 유지하고 기도할 수는 있지만 굳이 왜 사원까지 지어야 하냐는 것이다. 우리도 외국 유학 가면 교회 짓고 절 짓지 않는다. 이들이 그냥 유학생이 아니라 이슬람 선교사가 아닌가 의심도 된다. 북구청이 서문에 다문화 거리를 만든다고 하는데 이슬람은 자기 종교관을 1%도 양보 안 하는데 어떻게 다문화냐?"우 목사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후 이야기를 나누면서 타협까지는 몰라도 서로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소통할 수 있는 측면이 무척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의 해법은 역시나 '대화' 밖에 없어 보인다. '뉴스민'에서는 또 다른 버전의 기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돼지머리에 묻힌 이슬람 사원 갈등…“종교계 자성 필요” [뉴스민 23.08.09] 대담 전문과 참가자들의 발표문은 대담한 대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담한 대화 전문] 대구 이슬람 사원 신축 갈등 [대담한 대화 2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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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건 이상 발생하는 증오범죄
 최근 기사를 보면 인종차별 관련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이제는 인종차별의 대상이 흑인만이 아니라 우리가 속한 아시아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아시아인 혐오 범죄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 2021년 3월 17일에 일어났는데요, 미국 애틀란타에서 한 남성이 “아시아인을 다 죽이겠다”라고 말한 후 아시아인들에게 총을 쏴 8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 중 4명은 한국인이었다고 하네요.  아시아 퍼시픽 정책기획위원회(A3PCON)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한인대상 증오범죄가 미 전역에서 최소 하루 한 건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더이상 흑인종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발생하는 인종차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아시안 차별의 시작  아시아 인종에 대한 차별의 시작을 먼저 살펴보자면, 19세기 서부개척시대 때에는 미국으로 이주해온 중국인들이 철도 노동자로 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중국인 노동자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다가 1870년대 미국의 경제 악화가 왔고, 자국민주의가 강한 미국인들의 특성상 그 경제 불황의 화살이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권 노동자에게 향하게 되면서부터 차별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후로 중국인 노동자의 이민과 시민권을 불허하는 법안인 ‘중국인 배제 법안’이 1882년 체스터 A.아서 미국 대통령에 의해 통과되었고, 이를 계기로 미국 내에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에 대한 혐오적 정서가 점차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합니다.이렇게 국가에서 특정 인종에 대한 규제를 법으로 지정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YTN 채널] 와이즈맨 아시안 증오범죄 늘어나는 이유가 다 부러워서라고?? 현대의 아시안 차별  아시안 차별은 현대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는데요, ‘모범적 소수민족’ “아시아인들은 주류 백인 못지않게 잘 먹고 잘 사는데 무슨 차별을 받는다고?” 이러한 고정관념 때문에 아시아인들은 지나치게 성공만 지향한다, 이기적이다, 그래서 다른 인종들과 불화를 일으킨다는 고정관념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2019년 인종별 미국인 가구 중위소득을 비교해보면 아시아계 미국인 가구의 중위소득이 백인보다 높은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모범적 소수민족의 형태는 반이민적 성향을 가진 미국인들에게 반아시아 정서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아시안 차별은 코로나 사건 이후에 더욱 증가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트럼프가 코로나 19를 ‘우한 바이러스, 쿵 인플루엔자’라고 칭하기도 했는데요, 여기서 쿵 인플루엔자는 중국의 무술인 쿵푸와 인플루엔자를 합친말입니다. 이러한 발언은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혐오나 차별을 조장한 발언으로 볼 수 있습니다. [YTN 채널] 와이즈맨 아시안 증오범죄 늘어나는 이유가 다 부러워서라고??  최근 K팝을 비롯한 각종 한류 문화들이 점점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에 대한 혐오 관념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합니다. 최근에는 이런 아시안 혐오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한인들이 사이에서 호신술을 배우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동양인 혐오 범죄가 많이 일어나기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2022.04.04. "스스로 지킨다"…호신술 배우는 한인 여성 는다. 출처 중앙일보 장수아 기자 한국 내 아시안 차별  그렇다면 아시아인, 그 중에서 한국인들은 단순히 피해자이기만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국가인권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 인종차별이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국 거주 외국인의 68.4%가 매우 그렇다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차별의 이유가 국적, 인종, 피부색 때문이라고 답했는데요, 인종차별을 당하는 인종이 같은 이유로 다른 이들에게 차별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JTBC 채널] 차이나는 클라스 211회    가장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사건으로는 프로축구 울산 현대 소속 정승현, 박용우, 이명재, 이규성 선수의 SNS 내 인종차별 발언이 있는데요, 대화 중 동료의 피부색이 어둡다는 이유로 태국 선수를 빗대어 언급하며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 사건으로 선수들에게 징계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사실 이러한 인종차별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도 정말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아직까지도 이러한 말과 행동이 인종차별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하기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한국 내에서 발생하는 인종차별은 어느 정도로 심각하다고 느껴지시나요? 경험하거나 목격했던 사례가 있다면 함께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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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는 과도한 PC?
피씨(PC)라고 하면 ‘퍼스널 컴퓨터(Personal Computer)’보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말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더 많아졌을지도 모른다. 정치적 올바름이란 언어생활 속에서 인종이나 성별, 성적지향, 출신지 등에 대한 편견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을 말한다. 한국에서 PC는 ‘PC 묻었다’, ‘과도한 PC’라는 식으로 사용되곤 한다. PC라는 말은 한국뿐 아니라 그 말이 탄생한 미국에서도 경멸이나 조롱의 어조로 자주 사용된다. 여성이나 유색인종, 성소수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가 나오면 이런 말이 더 자주 등장한다.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 올바름이 과도하다는 게 무슨 뜻일까? PC란 무엇인가? PC라는 것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도덕/윤리적인 기준이나 태도를 지칭할 때보다는 공적인 담론(공론)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주로 사용된다. PC라고 하면 대체로 ‘~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쓰지 않는 게 좋다/쓰지 마라’ 등의 말을 떠올리기 때문에 PC는 부정적이고 억압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반대로 ‘~라는 표현을 쓰는 게 좋다/낫다’ 등 긍정적인 문장으로 사용할 경우엔 부정적/억압적인 느낌은 줄어들지만 이렇게 선택된 표현이 옳은지/나은지에 대한 생각 때문에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하지만 목적은 같다. 특정한 사람들이 넓게는 우리 사회에서, 구체적으로는 여러 기회와 분배 과정에서 소외당하거나 비하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언어 생활에서 주의를 하는 것이 PC의 목적이고 이것을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PC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소외나 비하를 당하는 특정 집단을 위해 발언을 한다고 해서 그를 보고 ‘PC하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발언이 사회의 특정 집단을 소외시키거나 비하하는 경우, 혹은 그것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거나 암시하는 경우에 ‘PC하지 않다/언피씨(unPC)하다’라 평가한다. 즉 PC는 관련된 사람들 전체의 이익을 증진한다기 보다는 모욕이나 혐오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PC는 역사의 산물이다. 짧게는 수백 년에서 길게는 수천 년에 이르는 차별과 배제의 역사에 대한 반성이다. 적어도 도덕적인 진보에 대해 방해는 하지 말자는 것이고, 우리 사회 속에 존재하는 차별과 배제, 혐오에 대해 최소한의 역할을 하자는 것이고, 우리 사회에 내재된 잠재적인 위협을 없애보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PC는 차별과 혐오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사실 우리는 이미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처벌하고 있다. 그리고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다면 우리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 PC는 왜 공격을 당할까? 전세계적으로 PC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 ‘PC 묻었다’라거나 ‘과도한 PC’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은 PC를 좌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PC에 대해 단어를 다시 정의하기 위해 기괴한 단어를 가져오거나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자유를 억압하고 침묵을 만들어내는 전체주의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도덕이나 윤리는 피상적인 것이고 껍데기이며 그 안에는 그보다 더 큰 - 예를 들면 사상통제나 독재 같은 -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PC에 대한 조롱과 경멸, 더 나아가 PC를 파괴하기 위해 특정 집단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언어는 자유를 침해하는 전체주의적 사상통제에 대한 반항(혹은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인터넷 댓글을 쓰는 사람들이 여기까지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인어공주』 디즈니 만화영화 『인어공주』의 실사화가 결정되었을 때 내가 걱정했던 것은 세바스찬이나 플라운더 같은 동물 캐릭터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였다. 그리고 포스터가 공개되었을 때, 플라운더는 현실의 돌돔이 되었고, 세바스찬은 현실의 달랑게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나와 달랐다. 사람들은 주인공을 맡은 배우 핼리 베일리(Halle Bailey, 2000~)가 흑인이라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들은 인어공주가 흑인이어선 안 된다고 말하면서 자기들은 인종차별을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인어를 실제로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왜 인어공주가 흑인이어선 안 되는 것일까?  동화건 만화건 『인어공주』는 이제 세계 보편적인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면 우리는 황인 인어공주, 흑인 인어공주도 상상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인어공주가 백인이어야만 되는 이유는 없는 것이고, 30여 년 전 만화에 백인을 그려넣었다고 해서 지금도 인어공주가 백인이어야만 되는 이유도 없다. 시대가 바뀌었다. (외모 비하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것이다. 『인어공주』 실사판에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애초에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보긴 봤을까? 흑인이 아니라 백인 인어공주가 나온다고 한들 그들이 영화 『인어공주』를 보러 갈까? 『인어공주』를 빌미로 PC에 대한 원없는 한풀이를 하려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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