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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와 테무의 초저가엔 기후위기가 빠졌다
기후위기와 고물가 밥상은 물가 체험현장이다. 식생활은 기본 욕구이기에 물가 상승을 바로 체감할 수 있다. 식자재 가격이 연일 상승하면서 고물가를 체감중이다. 양배추는 한 포기에 5,000원을 넘었고, 도매가격도 2배 올랐다. 고물가에 차라리 “직접 키워 먹겠다”는 아우성이 나온다. 식자재 물가 상승 이유는 기후위기다. 비가 많이 내리거나 내리지 않아서, 생산량이 줄고, 공급량이 감소해 가격이 오른 것이다. 이는 세계적 추세로, 심지어 ‘기후 플레이션'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기후 변화로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해 물가가 치솟는 걸 말한다. 네이처지에는 “2035년이면 기후 플레이션으로 인해 식품 물가는 최대 3.5%, 전체 물가는 1.2% 증가할 수 있다"는 논문이 게재되기도 했다. 기후위기 대처 없이 고물가 대책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기후위기와 경제성장의 디커플링 기후위기를 벗어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대표적으로 이산화탄소(CO2) 배출 감소가 있다. 기업과 정부가 가장 집중하는 부분이다. 탄소 중립과 2050 Net Zero 달성, Scope 1, 2, 3 배출량 측정도 CO2 배출 감소가 목적이다.  문제는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CO2 배출도 함께 증가한다는 것이다. 경제성장과 CO2 배출은 동조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물러날 수 없듯, 경제성장도 물러날 수 없다. 때문에 경제성장과 CO2 배출 감소를 동시에 이루는 건 대부분 선진국과 기업의 꿈이다.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이라는 용어가 있다. 물리학 용어로, 서로 영향을 주던 변수의 연결이 끊어지는 걸 말한다. 기후위기가 커지면서 산업계에도 쓰이고 있다. 경제 성장을 이루며, CO2 배출 감소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루어진 적은 없다. 오히려 요원해 보인다. 위 사진은 GDP 성장과 CO2 배출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 대한민국, 호주와 뉴질랜드 등 선진국 그룹은 GDP 성장과 CO2 배출이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반면, 중국, 인도, 아프리카 대륙, 라틴 아메리카 대륙,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등 개발도상국 그룹은 GDP와 CO2 배출이 동조하는 걸 볼 수 있다. 사진만 보면 선진국 그룹이 디커플링을 이룬 듯 보인다. 착각이다.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생산 단계에서 측정한다. 선진국 그룹 배출량이 줄어든 건 생산 공장을 개발도상국,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에 이전했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세우고 생산하며 탄소 배출량을 개발도상국에 떠넘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국 경제가 성장하며 CO2 배출이 줄었다고 하는 건 오류다.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경제 성장도 이루었다고 선진국이 자축하는 것이야말로 '오류'다. 선진국의 환경오염이 개선된 것은 단순히 기술 발전에 의한 결과가 아니며, 자원 채굴과 쓰레기 처리 등 경제 발전에 따라오게 마련인 부정적 영향의 적지 않은 부분을 글로벌 사우스라는 외부로 떠넘긴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1) 현재의 생산자 단계의 측정법을 소비 단계 측정법으로 바꾼다면, 선진국은 디커플링을 입에 담을 수 없다. 오히려 개발도상국의 탄소 배출량은 감소하고, 선진국의 배출량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선진국이 누리는 풍요로운 삶을 위해 개발도상국이 희생하고 있음이 분명해질 것이다. 이런 오류를 바로 잡기 위해선, 생산보다 소비에 초점을 두고, 제품 1개 생산에 얼마나 많은 물질이 소비되지도 봐야한다. 물질 발자국으로 보면 경제성장과 디커플링 되지 않았다 물질 발자국(Material Footprint)이란, 특정 국가의 자원에 대한 최종적인 소비가 국제적 자원 추출에서 차지하는 정도를 나타내기 위한 지표으로, 바이오매스, 화석 연료, 금속 광석 및 비금속 광석 물질발자국의 합계다. 예를 들어 금 3.75g을 얻기 만들기 위해선, 3.75g만큼의 땅만 파면되는 게 아니다. 광산을 부수고, 깨며 그중 일부만 추출하는 것이다. 실제 금 3.75g을 얻기 위해 소비된 자원은 54만 배에 달하는 2,025kg이다.2)  두 개 그래프를 보면 GDP가 증가하는 동시에, 물질발자국도 동시에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 해당 그래프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아래 그래프가 나온다. 조금 오래된 논문이긴 하지만, 내용은 유효할 것이다. 해당 그래프는 1990년부터 2008년까지 국가별 물질 발자국을 추적한 논문인 ⟪The material footprint of nations⟫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래프를 보면, GDP와 MF(물질 발자국)가 동조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물질 발자국 차원에서 보면 선진국이 말하는 디커플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처럼 제품 생산은 전 세계적의 자원 소비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CO2 배출은 당연하다. CO2 배출만 봐서도 안 된다. 태양광 에너지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였다고 해도,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지구 어딘가에서 광산을 깨부수고 있다면 그건 환경 오염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광범위한 환경 오염을 CO2 배출로만 한정해도, 약 30년 간 CO2 배출이 줄어든 건, 세 번 뿐이다. 모두 경기 침체와 연관됐다. 세 번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세번의 사례는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 2009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이중 경제성장과 환경 파괴의 분리, 녹색 성장, 지구를 보호하려는 의도적 행동으로 감소한 사례는 없다.3) 오히려 경제의 엔진인 생산과 소비에 제동으로 나타난 결과였다. 경기가 침체하자 우리는 본적 없던 맑은 하늘을 마주했다. 코로나 19 팬데믹 당시, 인도에선 30년 만에 히말라야 산맥이 보였고, 국내엔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이 목격됐다. 마스크를 잠시 내려 들이마신 공기는 상쾌했고, 사람들은 열광하며 저마다 사진을 찍고 올렸다. “많은 사람이 공기가 깨끗해진 것은 다들 집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더 정확한 이유는 소비경제가 멈춘 것이었다. 공장이 문을 닫았다. 비행기가 운항되지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해, 또는 쓰기 위해 매일 하던 통근이 중단되었다. 이것이 바로 본질을 꿰뚫은 듯 분명해진 소비의 딜레마였다. 우리 경제의 동력은 소비지만, 소비는 탄소 배출의 동력이다. 이 관계가 너무나도 견고해서, 기후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둘 중 하나의 성장을 다른 하나의 성장 지표로 삼았다.”3)  경제 성장 지표인 GDP는 생산과 소비로 측정된다. GDP 성장을 위해선 작년보다 더 생산하고, 소비해야 한다. 생산량 증가는 자원 소비의 증가이고, 제품 소비량 증가는 곧 그만큼의 제품이 버려졌다는 의미다. 경기 침체기의 CO2 배출 감소는 생산과 소비 자체를 줄여야 CO2 배출 감소를 이룰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문제는 경기침체와 고물가에 “물건을 더 적게 사는 것이 아니라 더 저렴한 물건을 구매하고, 부유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자유롭게 원하는 물건을 구매한다”3)는 점이다. 고물가는 더 싼 제품을 소비하게 이끈다 기후위기로 인한 고물가를 벗어나기 위해선, 생산과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한다. 문제는 고물가가 저품질 제품의 생산과 소비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기업도 이러한 소비자 심리를 자극해 끌어모은다. 최근 급성장 중인 중국 이커머스 기업인 ‘알리 익스프레스(Ali Express, 이하 알리)’와 ‘테무(Temu)’가 하는 일이다. 이들은 값싼 제품을 빨리 가져 가라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국내를 잠식한 알리와 테무 알리와 테무는 모두 중국 이커머스 기업이다. 한국에서 서비스 런칭 후, 급격히 성장 중이다. 2024년 2월 기준 알리의 월 이용자 수는 818만 명(국내 2위)이고, 테무는 581만 명(국내 4위)이다. 테무가 2023년 7월에 한국 서비스를 런칭했다는 점에서, 그 성장세가 얼마나 급격하고, 한국 소비자가 열광하는지 알 수 있다. 두 개 기업은 국내 이커머스 1위 기업인 쿠팡(월 이용자 3,010만 명)을 위협하고 있다. 알리와 테무는 중국 제품을 직거래할 수 있게 해준다. 2023년 4/4분기 해외 직구 구매액은 1조 9,639억 원이었다. 2022년 4/4분기 대비 46.1% 증가한 수치다. 이중 중국 직구 구매액은 1조 656억 원으로 전년도 동분기 대비 161.1% 증가했다. 알리와 테무의 역할이 컸다고 알려졌다. 미국은 4,645억 원, 유럽연합은 1,765억 원이었다. 거래규모는 택배 물량으로도 확인 가능하다. CJ 대한통운은 알리 물류를 독점하고 있다. 2023년 1분기에 350만 박스, 3분기에는 900만 박스를 처리했다. 4분기에는 중국 광군제(중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액 기준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 이벤트다) 영향으로 1,000만 박스를 처리했다.4) 2024년 알리의 택배 물량은 월 500~600만 박스, 테무 물량은 월 200~300만 박스로 전망된다.5) 초초초저가, 알리와 테무의 전략 알리와 테무가 급성장한 데는 초초초저가 전략이 있다. 테무는 ‘억만장자 처럼 쇼핑하기'를 내세우며, 신규 가입자에게 13만 원 상당의 쿠폰을 발급하는 등 저가 제품을 마음껏 사도록 유도하고 있다. 실제 테무 홈페이지에는 초초초저가 상품이 즐비하다. 아무리 골라 담아도 비싸지 않게 느껴진다. 알리의 경우 ‘천억 페스타'라고 하여 초저가 상품을 내세우고 있다. 천 억 페스타는 알리가 천 억의 손해를 보면서, 진행한다는 의미다. 두 기업 모두 적자를 감내하고, 싼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무는 배송 한 건 당 7USD의 손해를 감내하고 있으며, 2023년 한 해에만 30억 달러의 손해를 손해를 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적자를 보더라도, 이용자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값싼 제품을 무료로 배송해주고 90일 내 무료 반품까지 해주는 이유다. 고물가 시대에 초저가 제품은 소비자 구매욕을 자극한다. 알리 천억 페스타 당시 딸기 한 팩에 750원, 계란 두 판에 1,000원이었다. 테무에서는 가습기가 원화로 1,500원에 판매됐고, 미국에서는 광고비에 560억 원을 쓰는 등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테무는 국내 방송사와도 협업해 방송에서 PPL을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알리와 테무를 이용하는 이유(중복투표)는 ①제품 가격이 저렴해서 (93.1%), ②다양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어서 (43.5%), ③득템하는 쇼핑 재미가 있어서 (33.8%), ④할인혜택이 많아서 (30.6%), ⑤국내 상품도 함께 구입가능해서 (10.3%), ⑥정품 같은 가품을 구입할 수 있어서 (8.9%)로 조사됐다. 가격 경쟁력이 압도적 1위다. 물론 불만사항도 많았다. 전체 사용자 중 80.9%는 불만이 있었다. 상위 3개 이유(중복투표)는 ①배송 지연 (59.5%) , ②낮은 품질 (49.6%), ③제품 불량 (36.6%)이었다.  이용 이유와 불만 사항에서 알 수 있는 건, 10개 중 1~2개만 성공해도 국내 이커머스보다 싸기 때문에 쓴다는 것이다. 8개를 버려도 2개 건지면 이득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향후 알리와 테무를 이용하겠다는 비율도 높다. ①의향 있다(56.6%) ②반반 (37%) ③의향 없음 (6.4%)으로 이용하겠다는 의견이 절반 이상이다. 인터넷에 테무 이용 후기를 검색하면 제품불량 후기가 쏟아진다. 구입한 제품이 아예 망가져서 오는 경우도 있다. 품질이 낮고, 망가져서 온다면 사용 몇 번 사용 해보지 못하고 버리게 된다. 제품이 튼튼한 건 그 자체로 환경에 이롭다. 오래 쓸 수 있고, 버려지지 않으며, 불필요한 소비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반면, 제품을 버리는 건 환경에 큰 피해다. 그 점에서 테무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테무의 경영은 환경에 위협적이다. 한편 테무는 한발짝 더 나아간다. 개인적으론 믿을 수 없는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테무, “쓰던 제품 버리고 무료로 새제품 받아 가세요" 테무의 광고는 이렇게 말한다. “기존의 이어버드는 버리세요. 지금 테무에서 무선 이어버드를 무료로 가져가세요. 작은 우주선 모양으로 아주 좋습니다. 사운드 품질도 정말 좋습니다. 운동할 때도 쉽게 빠지지 않아요. 세 가지 색상으로 원하는 색상을 고르세요. 지금 테무에서 무료로 받아가세요.” 제품 수명이 다해 교체하는 게 아닌, 새것을 위해 기존 것을 버리는 건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환경을 짓밟는 행위다. 또한 불필요한 소비를 창출하는 행위다. 테무 판매 제품이 고품질이라면 모를까, 이용자 중 약 87%가 낮은 품질 (49.6%)과 제품 불량 (36.6%)을 불만사항으로 말하는 것을 보면 테무가 고품질 제품을 줄리없다고 생각한다. 기존 제품 고쳐쓰라고 광고해도 모자랄 판에, 쓰던 걸 버리라는 건 소비자에게 쓰레기를 만들라는 것과 다름 없다. 금 3.75g에 2,050kg의 물질이 소비된 걸 생각하면, 테무의 광고가 얼마나 많은 자연을 파괴하는 내용인지 생각할 수 있다. 테무의 광고가 무시무시한 이유다. 한편, 테무는 광고와 달리 환경 지속가능성을 이루고 있다고 말한다. 테무의 의심스러운 나무 심기 더구나 포집할 수 있다는 CO2의 양도 납득하기 어렵다. 나무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나무 한 그루가 40년 동안 CO2 4톤을 흡수하는 게 정설이다. 기부한 나무 수로 따지면, 약 20년 간 최소 1,600만 톤의 CO2 흡수가 되어야 한다. Trees for the Future에서 CO2 계산 근거를 계속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또한, 2022년 9월에 정식 출시한 테무가 2년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8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는 것도 너무 큰 비약이 아닌가 싶다. 유한킴벌리는 40년 동안 5,700만 그루를 심었다 국내 대표 기업 사회공헌 사업으로 유한킴벌리의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가 꼽힌다. 국내 최장수 사회공헌 사업으로, 2024년 40주년을 맞이했다. 40년 간 유한킴벌리가 심은 나무는 약 5,700만 그루다. 국내에 약 3,100만 그루, 북한 지역에 약 1,300만 그루, 몽골 지역에 약 1,280만 그루, 중국에 약 42만 그루를 심었다. 나무 심기에 참여한 사람은 약 40만 명이다.7) 유한킴벌리가 40년 동안 꾸준히 진행해서 5,700만 그루를 심었는데 반해, 테무는 2년도 채 되지 않아 8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말하고 있다. 결론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유한킴벌리가 게을렀거나, 테무가 엄청 빨랐거나. 개인적으론 유한킴벌가 게을렀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테무의 주장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테무의 문맥에서는 차이도 있다. 상단 설명에는 '심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하단에는 '기부했다'고 말하고 있다. 믿을 수 없는 통계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테무의 나무 심기는 실로 그린워싱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그린워싱의 7가지 죄악 그린워싱은 친환경이 아닌데, 친환경으로 포장하는 걸 말한다. 테라초이스(Terra Choice)는 ⟪그린워싱의 7가지 죄악:북미 소비 시장의 친환경 주장에 관한 연구⟫에서 그린워싱을 7가지로 분류했다. 7가지 분류는 이렇다. ①숨겨진 상충 효과 ②불충분한 증거 ③애매모호한 주장 ④관련성 없는 주장 ⑤유해상품 정당화 ⑥거짓말 ⑦허위 라벨 부착이다.8) 테무의 나무심기 공약은 ①숨겨진 상충 효과 ②불충분한 증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심은 나무와 포집 양을 정확히 알 수 없다. 또한, 소비 양산으로 만들어지는 환경 오염 역시 전혀 말하고 있지 않다. 설령 테무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테무의 경영 전략은 나무 심기보다 더 빠르게 나무를 뽑는 전략이다. 지속가능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한 곳에서 나무를 뽑고, 한 곳에 나무를 심었다고 자랑하는 건 그 자체로 그린워싱이다. 생산과 소비 메커니즘 자체는 어떤 친환경을 내세워도 지구를 갉아 먹는다. 나중엔 친환경 드릴로 땅을 파헤칠지도 모른다. 생산과 소비가 바뀌지 않는 한, 기후위기는 늦출 수는 있어도, 멈출 수는 없다. 멈추지 않으면, 기후위기는 가속화되고 고물가는 이어진다.  그렇게 되면 테무와 알리 같은 저가와 저품질 제품의 양산과 소비 매커니즘은 더욱 주목받고 빠르게 돌아갈 것이다. 이러한 비즈니스를 막기 위해선 생산과 소비개념 자체에 도전해야 한다. 21세기에 가장 주목해야 할 과제일지 모른다. 제 값을 안 치르면, 사채 이자가 붙는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지구진화 및 역학 센터 교수인 ‘호프 자런'은 “우리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도록 해주는 마법 같은 기술은 없다. 소비를 줄이는 것이 21세기의 궁극적인 실험이 될 것이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것은 우리 세대에게 던져진 가장 커다란 과제다.”9) 라고 말했다. 우리의 소비 품목은 다양해졌고, 방법은 편리하고 빨라졌다. 동시에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또 사용하는 방식은 점점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왔다. 무분별한 소비,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유행을 좇는 패스트패션 그리고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달려오는 당일배송 등이 이런 현상을 입증한다.”10) 쿠팡의 유산인 당일 배송은 이제 고정값이 됐다. 당일 배송하지 않는 유통사는 살아남기 어렵다. 알리와 테무 역시 국내에 물류 센터를 설립하고, 당일 배송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의 경제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언론도 알리와 테무가 위협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위험성과 대응만 중점으로 다루고, 환경 이슈는 다루고 있지 않다. 침체기의 경제 효과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그것이 환경을 파괴하고, 그 파괴로 침체가 더욱 커진다면 우리는 한발자국 물러나 그 위험성을 봐야 한다. 그것이 경제를 살리는 것인지 지구를 죽이는 것인지 따져야 한다. “죽은 행성에서는 어떤 비즈니스도 할 수 없다.” 비즈니스가 없으면 경제효과 창출도 어렵다. 기존 제품을 버려서까지 소비하라는 테무, 값싼 제품을 내세우며 구매를 유도하는 알리의 제품 구매가, 당장은 싸게 느껴지겠지만 이는 비용을 제대로 치르지 않는 것이다. 당장 치르지 않은 비용은 사채 이자를 붙여 갚아야 한다. 그때가 되면, 지금 비싸다고 말하는 5,000원짜리 양배추가 몇 년 뒤 “정말 싸다"고 말하는 가격이 될지도 모른다.  이걸 막기 위해서는 우리는 당장 값싼 소비에 대한 무분별한 추종을 멈추고, 값싼 소비와 성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부디 싸다는 제품에 현혹되어 새로운 물품을 사기보단, 집에서 안쓰고 있던 물건을 다시 쓰는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다. 환경을 생각한다며 온라인 쇼핑몰에서 싼 에코백 여러 개를 구매해 쓰는 것 보단, 집에 있는 비닐봉지를 쓰는 게 훨씬 낫다. ※ 참고자료 1) ⟪지속불가능 자본주의⟫ (사이토 고헤이/ 다다서재/ 2020) p.35 2) ⟪좋아요는 지구를 어떻게 파괴하는가⟫ (기욤 피트롱/ 갈라파고스/ 2023) p.87 3) ⟪디컨슈머⟫ (J.B. 매키넌/ 문학동네/ 2023) p.41, 84, 87 4) ⟪CJ대한통운:택배 성장 추세로 북귀 전망⟫ (양지환/ 대신증권 리포트/ 2023.11.24) 5) ⟪한진:쿠팡 가고 알리&테무 온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포트/ 2024.03.22) 6) ⟪빌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빌게이츠/ 김영사/ 2021) p.183 7)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40주년 백서⟫ (유한킴벌리/ 2024) 8) ⟪The sins of Greenwashing⟫ (Terra Chice/ 2010) 9)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김영사/ 2020) p.127 10) ⟪넷 포지티브⟫ (폴 폴먼, 앤드르 윈스턴/ 현대지성/ 2023) 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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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지켜보는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AI 윤리 뉴스 브리프 2024년 4월 넷째 주 by. 🎶소소 1. AI Index Report로 보는 AI 윤리 스탠퍼드 인간중심AI연구소가 발간하는 AI Index Report는 전세계 AI 주요 현황을 가늠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를 제공합니다. 최근 이 보고서를 인용한 한국 기술 수준이 이집트, UAE에 밀렸다는 보도가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우리나라 과기정통부는 보고서의 분석 대상에서 한국이 제외되었다는 항변과 함께 우리의 기술 수준이 얼마나 뛰어난 지에 대한 정책브리핑을 냈습니다. AI 연구가 영미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이런 소동도 벌어지는데요. 대학 순위 같은 지표에 우리가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고서에서 참고할 만한 AI의 사회적 영향과 관련된 지표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AI 사고 건수는 2013년 대비 2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AI 활용이 확대되고, 위험에 대한 인식도 같이 높아지며 신고 건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추측됩니다. AI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52%)뿐만 아니라 AI가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66%)은 모두 작년 대비 증가했습니다. AI 규제도 전세계적으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점점 더 많은 규제기관이 AI 시스템의 영향을 평가하고 위험을 완화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에 반해 아직 AI 모델의 위험 평가 지표는 표준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AI 모델의 위험이 정확히 평가되지 않으면 규제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AI 모델의 개인정보보호, 투명성, 안전성, 공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최근 연구와 벤치마크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2. 오픈소스로 공개된 라마3 메타가 새로운 오픈소스 모델 라마3(Llama3)를 공개했습니다. 모델의 성능이 크게 향상되어 GPT-4 못지않다며 AI 커뮤니티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요. 더 많은 사람이 사전 학습의 부담 없이 초거대AI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라마 모델을 기반으로 많은 서비스가 생겨나고 관련 연구도 활발해졌습니다. 오픈소스 모델은 누구나 어떤 목적으로든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위험하게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메타는 AI 모델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종합적인 안전 조치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용자의 질문(프롬프트)과 모델의 답변의 안전성을 감지하고 분류할 수 있도록하고 내외부 전문가 레드팀으로 모델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개선했다고 하는데요. 앞으로 라마3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게 될 개발진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메타는 책임있는 개발 가이드를 배포하며, 모델의 오픈소스화는 AI 생태계를 하나로 모으고 잠재적 위험을 완화하는 방법임을 강조했습니다. 한 편 라마3가 진정한 오픈소스라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오픈소스의 정의에는 정보의 공개 여부뿐만 아니라 사용 권한의 범위도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라마3는 모델 카드에서 모델 아키텍처, 매개변수, 여러 벤치마크 평가 결과를 함께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라마3의 사용 제한 조건은 라마2와 동일합니다. 출시일 기준 MAU(월간활성사용자)가 7억 명 이상인 서비스 사업자는 모델을 사용할 수 없고, 라마3의 생성 결과물로 다른 모델의 학습에 활용할 수 없으며, 모델 훈련 데이터도 15T라는 것 외에 공개된 것은 없습니다.  3. 영국, AI로 성착취물 생성만 해도 처벌 영국 정부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AI로 성적인 이미지나 영상을 만든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형법 개정안을 마련했습니다. 제작자는 이미지나 영상의 공유/유포와 관계없이 처벌됩니다. 물론 성착취물을 외부에 공유하는 경우에는 지난해 개정된 온라인안전법에 의거하여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됩니다. 앞으로 AI로 만든 사진이나 영상의 품질은 더 높아지고, 진위를 구분하기는 점점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미국 FBI는 AI로 생성한 성착취물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딥페이크로 합성한 영상물로 인한 디지털 성범죄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피해자 절반 이상이 10~20대 여성이라는 점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생성 AI를 이용한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막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예방책이 절실합니다. 더 읽어보기 생성 AI 성착취물 시장의 구조(2023-09-04) AI 분야의 젠더 격차(2024-02-21) 4. 데이터를 사모으는 어도비 어도비(Adobe)가 영상 생성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 분당 3달러에 비디오 데이터를 구입한다고 합니다. 이미지나 영상 데이터의 출처를 언급하지 못하고 있는 오픈AI와 달리 어도비는 ‘저작권 문제 없는 데이터’를 강조해 온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학습 데이터를 구매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요. 더 읽어보기 데이터, 어떻게 팔아야 잘 판 걸까? ...팔아야 하는 걸까?(2024-03-25) 오픈AI를 곤란하게 하는 학습데이터(2024-03-18) 생성 AI와 저작권, 정산은 본질이 아니다(2023-07-10)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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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이야기] 청소년인권 관점의 교사가 되지 못했어요
청소년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십대 시절, 어린 건 이용해볼만한 소재였다. 나이주의와 청소년혐오가 부당하다고 생각하서도 그걸 이용하려고 했으니 어찌 보면 영악한 편이었다. 열일곱 살이니까, 뒤로 물러서도 괜찮겠지. 이럴 땐 하고 싶은 걸 내세워도 괜찮겠지. 좀 시무룩해지면 내 말 들어주겠지? 아방하게 굴면 뭐라고 못하겠지. 적어도 스물 셋 넘은 어른들은 아이에게 약해서 난 좀 더 무책임할 수 있었다. 나이주의를 공부한 반골 십대가 자기 편하자고 나이주의를 역이용한 셈이었다. 정작 청소년 인권 활동가 동료들 사이에선 누굴 어리다고 특별대우 해주는 건 없었다. 걔넨 나이주의에 찬성하지 않았고, 열넷이고 스물셋이고 우린 모두 대등한 "야"였으니까. 그땐 또 소심하고 여성적인 내 특징을 내세워 뒤로 숨었던 적 많았다. 그래도 어린 게 무기일 순 없었으니 조금 덜 바보인 척 했다. 그러더니 엉겁결에 20대가 되었다. 또 덜컥 2년 전엔 중고등학교의 교사가 되어버렸다. 십대를 '아이'라거나 계도의 대상으로 여기지 못한 형편 없는 교사 말이다. 지금도 친구들과 부모님, 스승들, 그리고 청소년이 연령에 따라서 달리 보이지 않는다. 뭔가 다르다면, 경험의 축적이 다를 것이다. 그들은 나처럼 능수능란하게 말하고 행동하기를 못하겠지만 단순 경험의 차이일 뿐. 다 같은 사람인지라. 결국 나이가 아니라 상황과 경험이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당위적으로는 '아이'나 '어른'의 딱지를 떼고 서로 사람 취급하는 게 존중일 것이다. 난 열아홉 살 때까지도 서너 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린 걸로 묻어가겠다는 게으른 심보였다. 이런 날 너무 매정하고 대등하게 대해준 어느 연장자 덕분에, 무안을 당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후론 예전처럼 나이빨로 설렁설렁 지낼 수가 없었다. 그제서야 제대로 존중받았고, 온전한 사람으로서 엄격하게 평가당했다. 자기가 미숙하다는 통념을 지닌 십대들이 교사인 나에게 어리광을 부릴 때가 잦았다. 그들은 사람으로 구실하는 대신 청소년의 역할에 머물렀다. 그렇다면 상대역인 내가 더 큰 '어른'으로 굴어줘야 짝이 맞아보였다. 상황이 우리의 관계를 그렇게 형성해온 것이다. '애들'은 스스로 지혜로울 기회를 얻지 못하고, 돌봄을 받기만 하며 미래를 유예하는 위치에 머물게 되어 있었다. 뻔히 있는 길을 편하게 갈 수 없는 난 당시에도 사잇길을 찾아서 고생을 자처했다. 이들이 '교사-아이'의 역할에 의문을 품는 과정에 동행해보자고. 갇힌 틀에서 나오는 건 그들 자신의 의무이겠지만, 교사인 내가 망치질 정도는 도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배움을 위한 타인의 역할은 조력과 촉진일 것이라며. 난 그럴싸한 교사로서 이렇게나 실격이었다. 넓고 무거운 등으로 필요한 권위를 짊어질 수도 있었는데, 그건 나의 가르침이 아니었다. 난 교사 대 학생이 아닌 새로운 관계양식을 함께 맺어나가는 가르침만을 지향하고 있었다. 예전에 만난 연장자가 그랬던 것처럼, 대등하게 존중하는 게 어떤 건지 보여주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이 가르침은 어느 정도 실패했다. 관계는 상호 맺는 건데 나 혼자 선구자처럼 새로운 관계양식을 보여준다는 건 일방적이고 모순적이었으니까. 더구나 학교는 교사의 권위와 학생의 수동성으로 굴러가기에 그로부터 벗어나는 건 근본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상대에게 의아함만 선사한 듯했고, 그들은 틀을 깨고자 하는 의지와 당위가 없었다. 모범생같은 두 눈, 교사의 말을 들으면 좋은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과 행동들... 그런 반응은 어느 정도 무력감을 불러일으켰다. 내 권위와 명령을 기다리는 어느 청소년들의 태도 앞에서 슬기로운 제3의 제안같은 걸 떠올리지 못했다. 내가 조각해온 존중의 형태를 낙관적으로 확산하고 싶었지만 교사로 지낸 기간 동안 희망을 다소 접었다. 그래도 존중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그대로다. 단지 나의 영향력은 좁은 곳에서 내밀하게 이뤄질 때야 온전할 수 있다고 다시금 확인했을 뿐이다. 이것은 조용하지만 강단 있는 내 뜻이, 여러 곳에서 자꾸만 접히는 것을 또 목격했던 실패 이야기다. 그래도 난...난, 다시 한번 내밀하고 찌릿한 소통을 찾으려고 한다. 내일도 나이가 많고 적은 이들의 눈을 보고 대화를 청하려고 한다.
교육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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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등재, 세계가 인정한 4.19 혁명의 가치
들어가며 4월 19일,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상징적이고 중요한 날이다. 이 날은 독재 정권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처음으로 명확한 성과를 이룬 기념비적인 순간을 기리는 날이다. 4·19 혁명은 단순한 시위를 넘어서, 대한민국에서 민주적 가치가 꽃피우기 시작한 역사적 전환점이 되었다. 2023년, 이 혁명의 중요성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로써 4·19 혁명은 한국 내부의 역사를 넘어 전 세계에 그 의미를 전달하게 되었다. 2024년 4·19 혁명 기념일은 이 특별한 인정을 받은 후 처음 맞이하는 해로서, 우리는 4월 19일을 통해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앞으로도 그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할 중요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4·19 혁명 흐름을 간단히 살펴보며, 이 날이 우리 모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그 정신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3.15 부정 선거 1960년은 우리나라가 여러모로 어지러운 시기였다. 일제에 의한 경제 수탈에서 회복 중이었고, 한국전쟁의 상처가 아물기 전이었다. 어지러운 시국을 틈타 이승만은 경찰력과 물리력을 동원해 대한민국을 자신의 입맛대로 다스리고 있었다. 이승만은 1952년 부산 정치 파동, 1954년 사사오입을 통해 영구 집권을 노렸다. 자유당은 1958년 12월 24일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을 강제로 축출하고 국가보안법 및 지방자치법을 개악했다. 국가보안법에는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을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고, 지방자치법은 선거로 선출하던 지방자치단체장을 정부가 임명하겠다는 쪽으로 개악됐다. 이를 '24파동'이라 한다. 결국 1년 뒤, 3.15 부정선거가 발생했다. 1960년 1월 23일에 실시된 경북 영일군(을)과 영주군 국회의원 재선거는 3.15부정선거를 위한 예행연습이었다. 이 재선거에서는 자유당은 미리 기표한 투표용지 40%를 투표함에 미리 넣어두는 부정을 저질렀고, 여기에 더해 3명과 9명씩 짝을 지어 조장이 기표 사실을 확인하는 공개투표까지 저질렀다(3인조·9인조 공개 투표). 이러한 수법은 이후 3.15부정선거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다.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 계획을 사전 입수한 민주당은 3월 3일 언론을 통해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 비밀지령’을 폭로했다. 선거 전 부정선거 계획이 들통났음에도 이승만 정권은 계획대로 강행했다. 민주화운동사전에서 정리한, 대표적인 부정선거 방법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1) 민주당 참관인의 투표소 입장 및 참관 방해. 2) 투표 개시 이전, 새벽부터 참관인 없이 진행된 사전 투표(지역에 따라 사전 투표율은 75~80%에 달함). 3) 민주당 참관인에 대한 폭행과 축출. 4) 유권자와 취재기자 폭행. 5) 한 기표소에 3명이 함께 들어가는 3인조 공개 투표. 6) 야당 지지자는 투표하지 못하도록 번호표 미교부. 7) 참관인석에서 볼 수 없는 위치에 투표소와 기표소 설치. 8) 대리 투표와 무더기 투표. 1960년 3월 15일 부정선거에 맞서 대규모 규탄 시위가 마산에서 일어났다. 경찰은 이를 진압하기 위해 물리력을 행사하는 강경진압을 택했다.이때 마산 집회에 참가한 고등학생 김주열 군이 집으로 돌아 오지 않았다. 4.19혁명 약 한 달 후인 4월 11일 오전, 마산 앞바다에서 최루탄이 박힌 채 시신 한 구가 떠올랐다. 김주열 군이었다. 김 군은 3월 15일 시위 때 경찰이 쏜 최루탄에 목숨을 잃었으며, 경찰은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기 김주열 군의 시신을 바다에 유기한 것이었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마산 시민들은 분노했다. "살인 선거 물리쳐라", "시체를 인도하라"라고 외치며 시의회 의장 김성근, 자유당 허윤수, 파출소, 경찰서를 습격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발포로 또 다른 시민이 한 명이 사망했다. 마산 시위는 12, 13일까지 계속 이어졌다. 다만 한 달 전의 시위와 달리, 4월 마산에서의 시위는 새로운 요구사항이 나타났다.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구호가 등장한 것이다. 3월 15일 부정선거 항의 시위에서는 주로 학원의 자유, 정치 도구화 반대, 부정선거 배격, 공명선거 보장 등의 구호가 외쳐졌다. 시위는 곧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고등학생이 주도하는 가운데 4월 12일 대전, 14일 진주, 15일 마산, 16일 청주 그리고 18일 부산과 청주에서 대규모 학생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었다.  4월 18일 고려대 학생 3000여 명이 모여 "민주 역적 몰아내자", "자유, 정의, 진리 드높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가두행진으로 이어 가려 했지만, 경찰의 저지선을 뚫지 못 했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몰래 빠져나와 국회(현 서울시의회 건물) 앞에서 1000여 명이 다시 결집했다. 시위대는 연행된 학우들의 석방과 이승만 대통령이나 최인규 내무부장관의 부정선거 해명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6시 40분경 평화적으로 해산했다. 그러나 귀가하던 고려대 학생들이 봉변을 당했다. 종로4가 천일백화점 앞에서 유지광 대한반공청년단 동부특별단 부단장이 이끄는 화랑동지회 소속 정치깡패 60여 명이 흉기를 들고 학생들을 습격했다. 이로 인해 50여 명의 학생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다음 날, 고려대 학생들의 피습 소식이 대서특필되었고, 다른 대학 학생들에게도 급속도로 퍼졌다. 이 사건으로 인한 학생과 시민들의 분노가 일제히 폭발하면서 4월 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4월 19일 오전, 대광고와 동성고 학생들이 가두 행진을 진행하면서 국회(현 서울시의회 건물) 앞에 모인 학생과 시민이 1만 명에 달했다. 점심 전후로 동국대에서는 2000여 명이, 중앙대에서는 4000여 명이 한강대교를 넘어왔다. 한편, 광화문 쪽에서는 성균관대, 연세대, 홍익대 학생들이 서대문 이기붕 집 앞에서 경찰대, 헌병, 정치깡패와 대치했다. 내무부(현 외환은행 본점, 을지로입구역) 앞에서도 서울대, 건국대, 동국대, 성균관대 학생들이 시위를 벌였다. 늦은 오후가 되자, 중앙청(조선총독부 건물)에서 남대문까지의 대로를 10만 명이 넘는 군중이 메웠다. 경찰이 곳곳에서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 사상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광주, 부산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시위가 일어났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이승만 정권은 계엄령을 고려했다. 내무부장관 홍진기가 계엄령 선포를 건의했고, 국방부장관 김정렬이 동의했다. 이승만의 승낙으로 오후 3시경 서울지구 일대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다. 김정렬은 가평에 있는 국군 제15사단을 끌어 들여 시위를 무력 진압하고 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시위는 '피의 화요일'로 불리는 4월 19일부터 4월 26일까지 계속되었다. 서울은 물론 부산, 대구, 대전, 인천, 김천, 목포, 천안, 포항, 울산, 공주, 원주, 묵호(동해), 진주, 밀양, 여수, 수원, 임실, 제천 등 전국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4월 26일 오전 8시 30분경 동대문, 세종로 일대에 75,000여 군중이 모였다. 시위대는 광화문 사거리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뚫고 중앙청(조선총독부 건물)으로 나아갔다. 진압대는 이에 최루탄으로 맞섰다다. 오전 10시경 시위대는 10만 명으로 늘어났다. 이때 주한미국 대사 월터 매카너기는 김정렬 국방부장관에게 정부통령 재선거 문제를 논의하고 이승만의 장래 역할을 숙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이승만은 대통령직을 내려놓기로 결심한다. 약 한 달 뒤인 5월 29일 이승만은 하와이로 망명을 떠났다. 4.19 혁명이 남긴 것 4.19 혁명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독재에 맞서 국민이 직접 일어나 목소리를 높인 최초의 사례이며, 대한민국 최초로 전국적으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이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가 시위를 주도하였고, 이후 시민들의 대규모 참여로 사회 전반의 민주화 운동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학생과 시민이 사회 변화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더 큰 의미에서 볼 때, 4.19 혁명은 내전으로 확전되지 않고 비교적 평화로운 방법으로 대통령을 하야시킨 시민혁명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러한 평화적 접근 방식은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시민혁명은 약 55년이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다.  2023년 5월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6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4.19 혁명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사실은 이 혁명의 세계적인 의미와 가치를 입증한다. 4.19 혁명을 기념하며, 우리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결코 잊지 말자. 4.10 혁명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정의의 기반을 마련해주었다. 참고문헌  4.19혁명디지털아카이브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4·19혁명 (四一九革命)’민주화운동사전 ‘4월혁명(4.19혁명) ‘국가기록원 <연표와 기록>《조선일보》, 1960. 3. 14.(석간)《동아일보》, 1960. 3. 14.(석간)《부산일보》, 1960. 3. 15.(석간)《조선일보》, 1960. 3. 15.(석간)《조선일보》, 1960. 3. 15.(조간)《동아일보》, 1960. 3. 16.(석간)《마산일보》, 1960. 3. 16.《서울신문》, 1960. 3. 15.(석간) 《고려대학교 4.18의거 실록》, 고려대학교출판부, 2012, 586쪽. 일상 속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학습 놀이터 '성찰과성장' 글 작성 및 편집 : 박배민 성찰과성장.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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