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도시생물다양성을 고려한 새로운 도시공원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류가 초래한 기후위기가 온 지구의 시스템을 부정적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Steffen et al.). 기후위기로 인한 지구 시스템의 변화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 피해와 군소도서국 소멸위기, 해충과 전염병의 확산, 홍수와 가뭄 심화와 폭염 및 폭설과 같은 극한기후 등 다양한 문제를 초래했다. 기후위기로 인해 이처럼 다양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지만 이들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것은 바로 생물다양성의 대규모 손실이다. 사실 기후위기 요인이 아니더라도 생물다양성은 이미 위기에 처해 있었다.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세계 교역으로 인한 외래종 확산, 산업화로 인한 오염, 인구의 폭발적 증가, 남획 등으로 생물의 6차 대멸종이 시작되었던 것이다(Wilson, 2016). 그런데 기후변화는 기존의 위험요소에 더해 생물종의 서식지 환경 변화, 먹이사슬 붕괴, 침입 외래종 증가, 감염병의 증가를 일으키며 6차 대멸종을 더욱 가속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Urban, 2015).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는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의 감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IPCC는 지구 기온 2-3도 상승 시 최대 54퍼센트의 생물종이 멸종할 것, 해양생태계의 경우 2도만 상승해도 산호의 99퍼센트가 절멸할 것으로 내다봤다(IPCC, 2022; IPCC, 2018).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국립생태원은 RCP8.5 시나리오(21세기 말 기준 4.5도 상승)에서 우리나라 산림의 53퍼센트, 갯벌의 58퍼센트, 습지의 26퍼센트가 위험에 처하게 될 거라 예상했다(국립생태원, 2021).  이뿐 아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은 ‘향후 10년간 전 세계의 가장 심각 위험’으로 1위 생물다양성, 2위 극한기후, 3위 생물다양성의 손실을 꼽았다(WEF, 2022).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포럼은 생물다양성(biodiversity)과 도시(city)를 합친 ‘BiodiverCities by 2030’라는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며 도시와 자연의 관계 재조정을 통한 도시 회복력과 거주환경 개선, 인류를 위한 지속가능한 미래의 보장을 목표를 세웠다. 이제 생물다양성 손실이 생물권 보호의 문제를 넘어 세계 경제 문제로도 부상하게 된 것이다.  세계경제포럼 'The global risk report 2022' 필자는 여러 지역의 생물다양성 중 특히 도시생태계의 생물다양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도시 생태계는 철저히 인간을 중심으로 형성된 공간으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등 인공적 요소가 지배하는 변형된 생태계이다. 따라서 자연상태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여러가지 환경적 문제가 발생하는데 오염물질과 아스팔트로 인한 열섬현상 등 미기후(microclimate) 현상, 포장면 증가로 인한 토지환경 악화, 물질 순환체계 왜곡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생태계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저하되고 복구가 불가능해지는데 이로 인해 생물다양성은 크게 손실된다. 따라서 최소한의 회복탄력성 유지를 위해서라도 도시생태계의 연결성과 서식지의 질을 증진시킬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KEI, 2022). 육상, 해양생태계의 생물다양성 보전정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부족하지만 오랜 시간 관심이 있어온 반면 도시생물다양성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시작되었다. 도시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기회로는 도시의 녹지공간(green space)인 도시공원(urban park), 공공정원(public garden)이 제시되고 있다. 실제 UN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2015-2030) 타겟 11번 ‘지속가능한 도시와 커뮤니티’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쉽게 접근 가능하고, 안전한 공공정원(green and public space)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 열린 생물다양성협약(CBD) 제15차 총회에서 채택된 향후 10년의 생물다양성 보전 계획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Post-2020 GBF)’ 역시 도시지역과 인구 밀집 지역 사람들의 건강과 웰빙을 위해 녹지를 확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UN 지속가능발전목표 11.7 인간 중심의 관점 외 도시생물을 위한 서식지 확충 관점의 접근도 존재한다. 세계조경가협회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달성에 있어 공원을 통해 도시생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하고 생물군의 보호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데 공헌하겠다고 말한다(IFLA, 2022). 런던동물학회(ZSL) 역시 도시의 재야생화(rewilding cities)를 통해 멸종위기 야생동물 등 야생생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해야 하며 그 공간으로서 공원과 공공정원을 제시했다(ZSL, 2022).                                 런던동물학회 'Rewilding our cites' 이러한 흐름에 따라 주요국의 도시공원들은 변화하고 있다. 파리시는 ‘생물다양성플랜 2018-2024 Action plan 30’을 통해 도시계획에 있어 생물다양성 증진을 반영하도록 했다. 공원 및 정원을 생물다양성 전시와 교육의 장소로 활용하고, 파리의 자연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공원-정원-건물의 연결성을 연구하며, 30헥타르의 새로운 녹지를 개방함으로써 새로운 생물다양성 공간을 개발하고, 지역종 보전을 위해 꽃 농원 진화, 생물다양성 증진에 있어 공원과 정원에서 나무의 역할을 강화하는 등의 정책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러한 계획 하에서 파리의 도시공원들은 시민들에게 생물다양성 교육, 생물다양성을 위한 축제 등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야생동물들에게는 서식처를 제공한다.                                                 파리시 생물다양성 계획 2018-2024                                                 파리 도시공원 생물다양성 증진 노력   파리식물원 2022 생물다양성의 날 기념행사, 크리스마스 기념 생물다양성 조명 축제 뉴욕 하이라인 공원 역시 도시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곤충을 위한 서식처를 제공하고 서식하는 곤충들에 대한 설명을 정리해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또한 자생식물에게도 서식처를 제공하고 그 목록을 공개하고 있다. 뉴욕 하이라인공원  'Celebrating insects on the High Line' 뉴욕 하이라인 공원 'Plants List' 이처럼 선진국의 도시공원은 생물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하고, 시민들에게 생물다양성 교육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회색 도시 속 생태계 네트워크, 그리고 생물다양성 교육의 거점으로서 도시공원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도시공원의 생물다양성 보전 노력은 아직 아쉽다. 생물다양성을 고려한 설계보다는 사람 중심의 설계가 이뤄지고 있다(허한결 외, 2015). 몇몇 생태공원을 표방하는 공원이 아니면 우리 고유의 식생 보전, 야생동물들에게 서식처를 제공, 생물다양성 교육의 거점 역할을 하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례로 필자가 견학했던 서울의 대표적 공원에서는 공원 내 생물다양성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도시공원 우리의 정책도 완전히 변화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생태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로 인해 각박한 환경에서 힘들게 생존하는 도시생물들에게 서식처를 내어주고 그로 인해 생물다양성과 기후 회복탄력성을 지킬 수 있는 그러한 도시공원 정책을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국립생태원, 2021, 기후변화 우리생태계에 얼마나 위험할까?. 한국환경연구원(KEI), 2022, KEI포커스 도시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녹색복원의 방향. 허한결 외, 2015, 접근성과 생물다양성 증진을 고려한 도시공원 녹지의 필요지역 선정, 한국환경복원기술, 18(5). pp.13-26. Convention on Biodiversity, 2022,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 Edward O. Wilson, 2016, Half-Earth, Liveright. IFLA, 2022, A Landscape Architecture Guide to the 17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High Line, 2021, Celebrating insects on the High Line. High Line, Plant List. IPCC, 2022, AR2. IPCC, 2018, Global Warming of 1.5 ºC Special Report Summary for policimakers. Marie de Paris, 2019, A PORTRAIT OF BIODIVERSITY IN PARIS-TheParisBiodiversityplan. Mark C. Urban, 2015, Accelerating extinction risk from climate change, Science, 348 (6234), pp.571-573. Steffen, Will ; Crutzen, Paul J ; McNeill, John R, 2007, The Anthropocene: Are Humans Now Overwhelming the Great Forces of Nature, Sweden: 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Ambio, Vol.36 (8), p.614-621. UN, 2018, World Urbanization Prospects 2018. WEF, 2022, The Global Risks Report 2022. WEF, 2022, BiodiverCities by 2030: Transforming Cities' Relationship with Nature-Insight report. ZSL, 2022, Rewilding our C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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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협약, 제주남방큰돌고래 서식지를 보호할 수 있길
사진: 생물다양성협약  지난 12월 19일, 몬트리올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 제15차 당사국총회 제2부가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196개국이 참가한 이번 총회에서는 지난 10년의 생물다양성 보전 전략목표였던 아이치타겟의 후속으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가 채택되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2.12.20.)  프레임워크는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2050 비전’으로 삼았으며 ‘2050 목표’, ‘2030 미션’과 함께 23개의 구체적 실천목표로 이루어진 2030 타겟을 포함했는데, 이번 실천 목표 중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단연 ‘2030년까지 육지, 내수면, 해양의 30% 보전(30 by 30)’이다. 이는 아이치타겟에서 제시했던 ‘육지 17%, 해양 10% 보전’에서 크게 강화된 목표치로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요구되는 수준이다. (생물다양성협약, 2022.12.19.)  ‘2021 국가생물다양성 전략 시행계획’에 따르면 ’20년 말 기준 국내 보호지역 비중은 육상의 경우 16.8%로 아이치타겟에 근접했다. 그러나 해양 보호지역은 2.1%에 불과해 지난 10년의 목표치를 조차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발표한 ’21년 기준 우리나라 해양 보호구역 비중 역시 2.46%로 큰 개선은 없었다. (환경부, 2021; 에너지데일리, 2021.05.12.)  이번 프레임워크의 ‘30 by 30’ 소식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있다. 바로 국제적멸종위기종(CITES)이자 국내 해양보호생물 지정종인 ‘제주남방큰돌고래’의 서식처 보호 문제이다.  사진: 한겨레, 2022.01.04.  제주남방큰돌고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 서귀포 바다에서만 서식하고 있는데 총 110여 개체에 불과하다. 그나마 현존하는 개체들도 기후위기, 선박, 해양쓰레기 등 여러 부정적 환경 요인들로 인해 줄어드는 상황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2017-2020년 국내 연안에서 발견된 제주남방큰돌고래 폐사체는 31개체에 달한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핫핑크돌핀스 등 시민단체들은 남방큰돌고래 서식처를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이는 당국의 미온적인 태도로 여전히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향신문, 2022.10.05.; 서울신문, 2022.11.20., 한겨레, 2022.01.04.)  우리나라는 1994년 생물다양성협약에 가입하고, 2014년 강원도 평창에서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를 개최하며 국제사회에서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의지를 천명해 왔다. 그러한 모습이 단지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하려면 생물다양성협약의 체약국으로서 프레임워크 목표에 대한 책임 있는 이행이 필요할 것이다.   지지부진했던 제주남방큰돌고래의 서식처에 대한 보호구역 지정이 이번 ‘쿤밍-몬트리올 글로벌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를 계기로 빠른 시일 내에 진취적으로 이뤄질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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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교통 육성, 잘 되고 있나요?
제목: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교통 육성, 잘 되고 있나요?   ◎ 기후변화 억제를 위한 국제사회와 국내의 노력 지구기온 상승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국제사회는 파리기후협정(Paris Climate Agreement 2015)을 통해 지구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억제하는데 합의했다. 그에 따라 세계 각국은 국가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담은 2030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수립하고, 탄소중립 선언을 이어왔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년간 탄소중립을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2020년, 문재인 대통령이 ‘2050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기존 2018년 대비 26.3% 감축을 목표로 했던 NDC를 40%로 대폭 상향했다. 또한 탄소중립위원회를 통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수립했고, 지난 해 9월 2050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법정 절차 및 정책 수단을 담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제정·공포 되었다.   ◎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배출은? 세계 최상위권. 한국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 크게 기여해온 국가로 기후변화에 있어 어깨가 무거운 국가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발표한 2017년 기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는 세계 11위다(2020년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 또한 클라이밋워치(Climate Watch)에 따르면 한국이 2019년 세계에서 9번째 이산화탄소 배출국으로 나타났으며, UN기후변화협약(UNFCCC) 제 26차 당사국 총회에서 영국의 단체에 의해 발표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석탄발전으로 인한 1인당 온실가스 배출이 전 세계 2위로 나타났다. 지난 4월,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승인한 제6차 평가보고서(AR6 WG3)에 따르면 1.5℃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해야 한다. 8년 채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는 절반에 가까운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제는 최종 사용의 전기화를 통해 이산화탄소의 직접배출을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배출 없는 재생에너지 전력발전을 통해 에너지 생산과 사용 전 과정에서의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공격적 전환이 필요하다.   ◎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노력은 정부와 기업 단위에서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노력이 함께 가야 한다. 정부의 법·정책 마련, 기업의 ESG와 함께 개인의 생활습관과 그에 따른 소비가 배출에 미치는 영향, 기업과 정부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2050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분명 모두의 방식에 있어 대 전환이 필요하다.   ◎ 내가 바로 기후악당이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2014년부터 2021년 중반까지 출퇴근을 비롯한 이동에 자가용을 이용했었다. 자가용 1km 이동시 대략 0.2kg의 이산화탄소 직접배출이 일어나는데, 나는 수년간 출퇴근 이동으로 하루 5.2kg, 연간 14t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직접배출을 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는 많은 죄책감을 느꼈다. 바로 내가 기후변화에 크게 기여해온 기후악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삶의 방식을 기후위기에 기여하는 방식이 아닌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자 많은 노력을 시작했다.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고, 전기자전거도 장만했다.   ◎ 전기자전거 라이더로서 느낀 자전거 주류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 그런데 전기자전거로 집(마포구)과 대학원(관악구)을 왕복하기 시작하면서 자전거 라이더로서의 생활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자가용을 이용할 때와는 달리 자전거를 타며 수많은 불편함을 몸소 느끼며 왜 자전거가 아직 주류화 되지 못했는지, 주류화를 하려면 어떤 정책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우선 자전거 활성화의 근거가 되는 법을 살펴보았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약칭:탄소중립기본법)> 제32조(녹색교통의 활성화) 제6항에 따르면 정부가 자전거 이용 활성화 등 다양한 이동수단의 도입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탄소중립을 위한 방안에 자전거 활성화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내가 전기자전거 라이더로 생활하면서 느꼈던 많은 불편함들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자가용 이용자를 자전거로 유인 할 수 있는 힘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전거의 주류화를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에 대한 정리를 시작했다.   1. 기존 자전거도로 정비 - 자전거는 울퉁불퉁한 도로에 매우 취약하다. 정비되지 않은 도로는 서리가 내리거나 비가 왔을 때 더욱 미끄러워져 사고를 유발한다. 그러나 도로에 대해 자전거보다 덜 취약한 자동차를 위한 도로는 거의 잘 정비가 되어 있지만, 자전거도로는 그렇지 못한 곳이 많다. 나는 실제 자전거를 주행하면서 패인 도로의 위험성에 알게 되었는데, 기사나 인터넷 포털을 통해서도 이러한 패임으로 인한 사고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 전북일보(https://www.jjan.kr/article/20210421730819)   2. 안전을 고려한 기존 자전거 도로 설계 -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나 골목의 경우 운전자가 볼 수 없는 사각지대에 도로반사경을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험을 줄인다. 그러나 자전거도로의 경우 이러한 고려가 전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전거 진입로에 반대편에서 오는 자전거를 확인 할 수 있는 시야를 가리는 나무들도 심어져 있다. 자전거 운전에 있어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경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 도로에 비해 자전거 도로에서는 조경 등 설계에 있어 사고위험에 대한 고려가 현저히 낮다고 볼 수 있다. 사진: 박현지 촬영/광흥창역 자전거도로 입구.마포대교쪽으로 좌회전을 할 때 시야를 가리는 조경으로 인해 충돌 위험 상황을 몇 번 경험했다.     3. 자전거 전용도로 확충 - 자전거로 이동 하는 것은 아무래도 자동차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예를 들어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 있는 한강이나 천 등에서는 속도가 잘 나오기 때문에 자동차 출퇴근 유인이 충분하다. 그러나 거주지나 회사가 자전거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경우 이야기는 크게 달라진다. 자전거-인도 겸용도로, 자전거-자동차 겸용 도로에서는 항상 눈치를 봐야 하는 쪽이 자전거이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니라면 자동차 이동과 크게 시간차가 나게 되며 유인은 떨어진다.   4. 자전거 인프라 정비 상황에 대한 알림 기능 필요 - 자전거로 등교를 하다가 크게 난감한 적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한강대교 자전거엘리베이터가 점검 중이었을 때다. 무거운 전기자전거를 끌고 계단으로 올라가보려고 했지만 너무 위험해서 실패했다. 그래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 마포대교에서 한강을 건넜는데,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려 리스크가 컸다. 두 번째는 지난 늦여름 폭우가 있은 며칠 후 등교를 하는데 자전거도로가 중간부터 뻘에 잠겨 있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 살살 뻘 위를 지나가려고 했으나 와장창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다. 할 수 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 자전거도로에서 빠져나와서 일반 도로, 인도-자전거 겸용 도로를 통해 학교로 이동했다. 시간도, 옷도 모두 버린 날 이었다. 자동차를 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정부나 지자체가 자전거 인프라 비상 상황(점검, 공사 등) 정보를 어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해준다면 미리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도로 상황에 대해 교통방송을 하듯, 자전거의 주류화를 위해서는 이런 서비스가 필요하다.   사진: 박현지/ 폭우가 지난 후 한강자전거도로(여의도-동작 구간). 진흙으로 뒤덮여 있어 주행하기에 위험하다.   5. 위험한 문화: 자전거를 위협하는 자동차 - 자동차 중심의 문화 속에서 자전거는 아직 자동차 이용자에게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인 것 같다. 자전거 라이더는 자전거 우선도로에서도 자동차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종종 자전거에 바짝 따라붙거나, 크락션을 심하게 울리는 자동차들도 있었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경험한 그런 종류의 차들에 대해 위협적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자전거를 탈 때 그런 자동차를 만나면 정말 위협적이다. 자전거는 안전상 자동차보다 한 없이 취약하고, 크락션 소리도 50배쯤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 자전거 우선도로에서 만큼은 자동차도 자전거를 엄연한 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문화, 위협하지 않는 문화가 필요하다. 그런 문화를 위해 공익광고 등 홍보가 필요하며, 바짝 붙어 위협을 가하는 차량에 대한 벌금 부과 등 법적 조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진: 박현지/자전거우선도로   6. 레저용 자전거와의 분리, 속도제한 - 자전거 이용자에게 자동차만큼 위협적인 것이 더 있었다. 바로 레저용 자전거들이다. 몇 번 아찔하게 마주친 적이 있었다. 레저용 자전거를 타는 단체가 자전거도로 중앙선을 넘어 앞, 뒤가 아닌 횡으로 넓게 펼쳐져 자전거를 타며 반대편에서 오는 자전거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광경을 몇 번 보았다. 물론 나도 반대편에서 가고 있던 자전거였다. 자동차들이 자전거 우선도로를 고려하지 않고 도로의 주인이라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게, 레저자전거 단체들도 본인들이 자전거도로의 주인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자전거도로에는 분명 20km의 속도제한 표지판이 곳곳에 부착되어 있는데, 레저용 자전거의 속도는 20km를 훨씬 뛰어 넘는다. 사고 발생 시 큰 부상이 우려된다. 속도제한 준수를 위한 행정적 조치가 필요하며, 가능하다면 레저용 자전거와 일반 자전거가 분리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7. 자전거 보험 등 위험 관리제도 마련 - 자전거를 탄지 2개월로, 짧은 시간이었는데, 벌써 2번의 사고가 있었다. 첫 번째 사고는 사람 없는 주차 상태의 내 자전거를 오토바이가 받은 일이었고, 두 번째는 한강 자전거도로 주행 중 뒤따라오던 자전거가 내 자전거와 겹쳐질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내 자전거를 받은 일이었다. 첫 번째 사고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과실로 그 운전자가 내 자전거 파손에 대한 손해 배상을 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두 번째 경우에서는 나와 자전거가 넘어지고, 뒤에서 받은 자전거와 사람도 넘어져 내가 다치고 내 자전거도 휠 보호대가 휘어져 파손이 되었는데, 해결할 방도가 아무 것도 없었다. 나를 받은 자전거 운전자는 미성년자였고 자전거 보험 역시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사고의 경우 제도가 잘 되어 있어 접촉사고라 하더라도 해결이 되는데 자전거의 경우 자전거는 물론 사람이 다치더라도 사고처리를 할 방법이 없었다. 자전거 우선도로, 자전거 전용도로 등 이용자에게 최소한의 자전거 보험을 들도록 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2050 탄소중립, 녹색교통 자전거 주류화를 위한 공론화와 정책이 필요하다. 탄소중립기본법이 담고 있듯, 탄소중립을 위해 자전거를 대체할 녹색교통인 자전거 이용 활성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노르웨이 오슬로,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전체), 스웨스 루체른 등 친환경 녹색도시를 표방하는 선진국의 도시들은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자동차 이용자를 자전거로 이끌 유인이 충분히 존재하는가?   길지 않은 시간에 자전거로 인한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면서, 내 가족에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라고 아직은 말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꿋꿋하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 볼 것이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자전거 친화적 환경이 갖춰질 수 있도록. 공론의 장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눠보고 싶다. 
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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