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기후위기의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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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녹색금융 활성화 방안 - 선행 연구 살펴보기
기후 위기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유의미하게 받아들이는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요즘 날씨 정말 이상해'라고 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조금 헌 것은 쓰레기로 가고, 먹다 만 일회용잔의 커피는 분리수거조차 없이 쓰레기통에 버려지죠. 사람들은 분명 지구 온난화가 문제라는 생각을 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욱 더워지면 에어컨을 더 틀면 되고 더 추워지면 난방을 더 틀면 되지, 라는게 당장의 생각 아닐까요. 그건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인프라를 비교적 저렴한 값에 누려왔기 때문인 것일지도 모릅니다. 맞습니다. 사실, 한국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라는 단일 정부 기관에 의해 전력을 통제해왔습니다. 그렇기에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도 특히 산업용 전기값을 유지해왔죠. 제조업, 철강업, 반도체업의 발전을 비롯해 LTE, 5G 등 '초스피드'의 인터넷을 누릴 수 있는 것 또한 전기값이 그만큼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도 계속해서 표류되는 것 같습니다. 신재생에너지는 사실 한국에서 도입하기에 마구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보다도 단가가 높고 생산량은 해외같지 못합니다. 이렇게 높은 전기값은 평소 한국의 전기값을 생각한다면 더더욱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되기 싶죠. 게다가 에너지 정책은 그 무엇보다도 '장기' 플랜이 중요함에도 정권마다 너무나 다르게 잡히고 있죠. 그래서 안타깝게도 민간 차원에서의 투자가 더욱 '머뭇'하고 있는 형국이죠. 저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중요하다곤 생각하지만, 막무가내로 "그러니깐 여기부터 최대한 예산 배정해" 라고 이야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보단, 법률 제도의 개선, 절차의 개선을 통해 '돈이 덜' 들어갈 수 있는 포인트는 없을까, 혹은, 민간에서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러 논문을 살펴보았지만 오늘 캠페인즈에서는 국내 논문 중 검토했던 것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녹색금융 활성을 위한 개선방안 연구> (김이배, 심동희, 최종원) (2023)  먼저 살펴본 것은 비교적 최신 국내 논문입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 때 크게 한 번, 윤석열 대통령 때 또 다시 한 번 크게 바뀐 탓에 과거의 논문을 보면 지금은 전혀 맞지 않는 제도에 대해 보게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무용지물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점에 기인하여 2023년의 논문을 참고했습니다. 논문에서의 '녹색금융'은 UNEP의 정의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1) 환경 개선과 관련된 상품 및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에 자금을 제공 (2)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에 자금공급을 차단하는게 녹색금융인데요, 신재생에너지 관련한 금융은 (1)로 볼 수 있겠습니다. 논문에서는 (1)과 관련해 두 가지로 나누어 사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1) 차입 : 대형 상업은행의 기업 대출 프로그램. 상공회의소에서 ESG 확인서 및 인증을 받으면, 각 은행의 프로그램에 맞추어 우대 금리를 받을 수 있음. 혹은 전기차 구매시 할부 혜택 등 제공. (2) 채권발행 : 발행자금을 환경개선 목적을 위해 녹색프로젝트에 사용하고, 녹색채권원칙 (GBP, Green Bond Principles) 네 가지(자금 사용처, 프로젝트 평가 및 선정과정, 조달자금 관리, 사후보고) 요건을 충족하는 채권. 캠페인즈에 계신 여러분들이라면 기후 주제에 대해 큰 관심이 있으신 편일텐데요, 여러분 주식 앱에서 한 번이라도 녹색금융채권 공모채를 보신 적이 있나요? 공모는 물론이고 사모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ESG 인증을 받는 절차는 물론이고 특히나 녹색채권 발행은 공시 등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죠. 당연히 녹색금융을 가장한 일들은 없어야겠습니다만, 차주(돈을 빌린 기업) 입장에서 은행별로 서로 다른 자료 제출 요건 등을 이야기하고 허들이 너무 높다면 '에이 그냥 대출 받고 말지' 라고 생각하게 될 수 있곘죠. 특히나 중소기업 등은 이러한 일을 또다시 처리할 인력도 부족하고 이해도 부족합니다. 즉, 녹색금융의 요건을 맞출 수 있는 게 대기업 몇 곳에 불과하다면, 이는 '녹색을 빙자한 차별'이 되버리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문에서도 이와 같은 아쉬움을 같이하며, 공시 장소의 일원화 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민간에서 투자를 하기 위해선 투자의 매력도가 있어야 합니다. 투자 매력도 즉 수익률은 두 가지 방식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1) 투입되는 자본을 줄이기 (2) 수익률을 더 높이기. 다만 특히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경우, 대량의 차입을 필요로 하며, 요즘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프로젝트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엔 한계가 있습니다. 전기세를 높인다면 가능하겠지만, 이건 용이해보이는 옵션은 아니니깐요. 하지만, 이런 투자를 진행한 경우 세금을 대폭 줄여준다면, 투자자로서는 궁극적인 수익률을 높이는 매력이 있겠죠? (논문에서는 세금 이야기는 없습니다만) 더불어, 자본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100만원을 투자해도 회계상 잡아야 하는 위험값은 90만원으로 줄여준다면 금융기관으로서는 상대적으로 똑같이 10만원이 돌아오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곗죠. 참고로 금융기관은 원하는대로 마구 투자를 할 수는 없구요, 투자하는 프로젝트별로 증권사는 NCR, 보험사는 RBC 등 위험계수를 반영한 수치를 다르게 반영합니다. 즉, 100을 투자했다고 100만큼 그대로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죠.  구체적인 방식은 추후 제도를 더욱 자세히 보며 알아보아야 하겠습니다만, 이 논문에선 우선 '아이디어' 차원에서 다양한 방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나 아쉬운 것은 기후위기에 가장 직접적인 신재생에너지 관련해서는 더더욱 녹색금융제도상 서포트는 적어도 이 논문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훨씬 큰 레벨의 녹색금융,에서 다룬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보급과 여타 일반 기업이 ESG상 친환경적인 경영을 하도록 하는 것은 상당히 다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이라는 측면에서의 녹색금융에 대해 국내외적인 사례를 살피고, 현재 한국의 이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돈이 덜 드는 정책이 된다면, 조금이라도 덜 논란이 되고, 더욱 적극적으로 보급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친환경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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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철새의날_저어새 등급조정 관련 의견서
저어새 5월 두번째 토요일인 오늘은 세계철새의날입니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등에서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등급조정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인천갯벌 세계자연유산등재추진협력단에서 긴급하게 의견을 보냈습니다. 2009년 4월 남동유수지에서의 저어새번식을 목격한 날의 감격과 2010년 3월 처음 저어새섬을 청소하고 둥지재료를 전달하던 날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2010년 2천여마리에서 2023년 6천여마리까지 전세계 저어새 생존개체는 3배이상 늘었습니다. 그러나 멸종위기등급을 두단계나 하향조정하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아래는 의견서 전문(국문과 영문)입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저어새 등급조정 관련 의견서  하나뿐인 지구와 야생생물 보호를 위해 노력해주시는 IUCN 등 국제기구 관계자 여러분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인천갯벌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의 2단계등재를 위해 64개 시민사회단체들이 협력하여 활동하고 있는 인천갯벌세계자연유산등재추진협력단(이하 협력단)입니다.   최근 IUCN에서 저어새의 등급조정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긴급하게 의견을 드립니다. 협력단에서도 저어새의 멸종위기등급의 조정의 의견에 대해 일정정도 공감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Endangered; EN)단계에서 취약(Vulnerable; VU)으로 한 단계 조정이 아닌 준위협(Near Threatened; NT)으로 두단계 하향조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며 재고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2010년경 2천여마리에서 2024년초 6천여마리까지 3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아직 6천마리정도입니다.   저어새의 개체수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고 반가운 일입니다. 전문가들뿐 아니라 여러 국가와 NGO(시민사회)들의 노력과 국제협력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인천에서는 해마다 둥지터를 정비하고 둥지재료를 가져다놓고 시민모니터링을 통해 번식과정을 기록하는 등 시민들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시민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저어새 개체수는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멸종위기에 처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저어새는 대부분 인천의 무인도에서 번식하고 갯벌과 주변의 강과 논에서 먹이활동을 합니다. 저어새는 특히 전세계 번식군의 90% 이상이 한반도의 서해안 무인도에서 번식하며 그중에서도 특히 강화, 영종, 남동유수지 등 인천의 갯벌과 연안의 번식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둥지재료를 가져다 놓거나 둥지터를 정비해준 시민들의 노력이 없을 경우 저어새 번식지의 번식 개체군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더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두 단계 하향조정이 자칫하면 저어새보호와 서식지보전 활동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저어새 서식지는 여전히 훼손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갯벌의 대규모 매립계획은 진행되지 않지만 갯벌을 가로지르는 다리(도로)계획이 추진되고 주변의 논들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만조 시 휴식지로 이용되는 곳 중 개발계획이 진행되는 곳도 있습니다. 이에 협력단에서는 저어새 멸종위기등급조정에 신중하실 것을 정중하게 요청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24년 5월 10일 인천갯벌세계자연유산등재추진협력단 ---------------------------------------------------------------------------------- Opinion on the Reclassification of the Black-faced Spoonbill on IUCN List (May 10, 2024)Incheon Tidal Flats World Natural Heritage Inscription Promotion Cooperation Team We would like to express our gratitude to the members of international organizations such as the IUCN for your efforts in protecting the planet and wildlife. We are the Incheon Tidal Flats World Natural Heritage Inscription Promotion Cooperation Team (hereafter referred to as "the Promotion Cooperation Team"), a coalition of 64 civil society organizations working together to achieve the second phase of UNESCO World Natural Heritage inscription for the Incheon tidal flats. We have recently learned about discussions within the IUCN regarding the reclassification of the Black-faced Spoonbill. While we agree with the reclassification of the species from Endangered (EN) to Vulnerable (VU), we believe that a further downgrade to Near Threatened (NT) is premature and request reconsideration. Although the Black-faced Spoonbill population has nearly tripled from about 2,000 individuals in 2010 to roughly 6,000 individuals in early 2024, the current population is still relatively low. The steady increase in the population of Black-faced Spoonbills is a fortunate and welcome development, thanks to the efforts of experts, multiple countries, NGOs, and international cooperation. In Incheon, citizens have been actively involved in tasks such as maintaining nesting sites, providing nesting materials, and monitoring the breeding process, resulting in a gradual increase in the population. Experts have indicated that without these voluntary and proactive conservation efforts from citizens, the population of Black-faced Spoonbills might not have increased and could have faced an even greater risk of extinction. The Black-faced Spoonbill primarily breeds on uninhabited islands in Incheon, foraging in the tidal flats and surrounding rice paddies. More than 90% of the global breeding population of Black-faced Spoonbills breed on uninhabited islands along the western coast of the Korean Peninsula, with significant nesting sites in Incheon such as Ganghwa, Yeongjong, and Namdong Reservoir. Research has shown that without citizen efforts to provide nesting materials and maintain nesting sites, the breeding population of Black-faced Spoonbills in these areas could be halved. The habitats of Black-faced Spoonbills still face threats of destruction. Although large-scale reclamation projects in tidal flats are not being carried out, plans for bridges (roads) crossing the tidal flats are underway, and surrounding rice paddies are gradually disappearing. Development plans are also underway in areas used as resting sites during high tide. In light of these concerns, we respectfully request cautious reconsideration regarding the reclassification of the Black-faced Spoonbill’s endangered status. Thank you. #저어새 #세계철새의날 #남동유수지 #인천갯벌 #인천갯벌세계유산등재추진협력단
생태 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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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자본주의가 환경 파괴를 가리는 꼼수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자본주의 폐해를 지적 토마스 모어(Thomas More)는 15~16세기 영국의 정치인이다. 그의 저작 ⟪유토피아(Utopia)⟫는 현대의 기본소득, 공유경제, 6시간 노동의 원형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다. 유토피아는 그 모든 게 이루어지고 있는 섬이다. 책은 라파엘이라는 인물로 ‘유토피아'를 설명한다. 라파엘은 유토피아에 머물다 섬 밖 사람들에게 유토피아를 알리고 싶어 섬을 나온 인물이다. 유토피아를 묘사한 그림에서도 유토피아를 설명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설명에 따르면, 유토피아 사람들은 자본주의와 정반대 삶을 산다. 자본주의가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비하고, 소유하고, 심지어 기존 것을 버리는 것과 반대로, 유토피아는 생산을 줄이고, 공유하고, 수리하며 오래 사용한다. 단편적으로 유토피아 사람들은 집을 후대에 물려주고, 후손들은 집을 수리해 수명을 최대한 연장한다.1) 6시간 노동도 여기서 나온다. 신규 생산에 시간을 쓰지 않고, 필요한 것만 수리하면 되기에 6시간 노동만으로 충분히 살 수 있다. 사치가 아닌, 필요를 위한 노동만 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6시간도 “안락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초과 생산”1) 하는 시간이다. 반면, 라파엘이 방문한 산업화된 영국은 전혀 달랐다. 사치품 생산에 과한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었고, 생산 수단을 소수가 독점해 부의 분배가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이는 자본주의의 폐해였다. 라파엘은 “건강한 사회의 필수적 조건이 재산의 균등한 분배임이 명백하나, 자본주의 하에서는 불가능하며, 각자의 능력에 따라 차지할 수 있다면, 이는 그러한 자산이 아무리 많다 해도 반드시 소수의 수중에 들어가며, 그렇지 못한 다수는 가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1)고 말했다. 또한, “사태를 더 악화시킨 것은 이 비참한 빈곤에 따르는 가장 부조리하고 사치스러운 취미이며, 하인, 직공, 심지어 농업 노동자까지도 사실상 모든 사회 계급이 옷과 음식을 무모하게 낭비하고 있다.”1)라고 지적한다. 부의 분배가 없고, 재산에 상관없이 필요 없는 물건의 생산과 소비를 추종하는 게 토마스 모어가 본 자본주의의 일상이었다. 한편, 극단적으로 가난한 사람은 생존을 위해 도둑이 되기도 했다. 기본소득 개념이 나온 대목이다. “도둑에게 사형 대신 생계 수단을 지급해야 한다” 기본소득의 원형 토마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최소한의 생계 보장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본소득의 시작으로 여겨진다. 라파엘이 도둑질로 사형당한 사람 20명을 본 뒤, 함께 있던 신부에게 한 말에서 나온다. “도둑을 사형으로 다루는 건 공정하지도 못하고,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처벌로는 너무 가혹하고 억제책으로는 매우 비효과적입니다. 양식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훔치는 거라면, 아무리 엄벌을 가해도 절도를 막지 못할 것입니다. 가공할 처벌 대신, 모든 사람에게 생계 수단을 마련해 주어, 아무도 처음에 도둑이 되고, 다음에 시체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1) 사형당한 도둑들은 농장주에게 노동력을 제공해도 물건을 살 정도의 급여를 받지 못했다. 필수품을 살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의 결과가 도둑질이었다. 살고자 하는 본능과 생존욕, 도둑이 될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토마스 모어는 생존을 위한 수단 제공이 사회문제를 막는 길이라고 생각했고, 이것이 현대 기본소득의 원형이다. 발전된 기본소득, 일자리 소멸의 대안 토마스 모어가 제시한 개념은 시간이 지나며 발전했다. 발전사가 다채로워 일일이 언급하기 어렵다. 현대에는 AI, 로봇,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와 소득원 소멸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논의됐으며, 대표적으로 김종인, 이재명, 조정훈 등 전현직 국회의원이 다뤘다. 기본소득의 불을 지핀 건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었다. 그 대국으로 인간이 더이상 AI를 이길 수 없다는 게 증명됐다. 그전까지 바둑은 AI가 인간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여겨지던 영역이었다. 그의 역투가 안타까워 보인 이유다. 인류 최강의 쎈돌인 그의 흑돌과 백돌은, 알파고가 그려 놓은 기보를 따라 그릴 뿐이었다. 알파고는 이세돌이 만든 집을 무너트렸고, 쎈돌은 그렇게 부서졌다. 그의 돌은 알파고를 딱 한 번밖에 무너트리지 못했다. 대국 후, 이세돌은 “알파고가 이렇게 완벽하게 둘 줄 몰랐다"고 인정했다. 알파고의 아버지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CEO)도 “알파고가 이렇게 창의적일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국내 프로 바둑 기사들도 알파고의 착수를 창의롭다고 인정했다. 이세돌의 패배가 충격적이었던 건 AI는 절대 인간을 바둑에서 이길 수 없다는 신념과 아름다운 기보가 창의적인 예술이라는 신념이 깨졌기 때문이었다. 실제 대국의 기보를 예술로 보기도 한다. 이세돌도 “바둑은 예술이었지만, 알파고 등장으로 더이상 그렇지 않게 됐다"며 돌을 놓았다. 이후, 문학상 받는 AI와 영상 제작 AI가 등장했고, 인간의 영역을 위협하고 있다. 생성형 AI와 로봇의 효율성과 효과성은 인간과 차원이 다르다. AI와 로봇은 잠을 자지 않고, 에너지 공급만 있다면 끊임없이 생산할 수 있다. 반면, 생산성에서 크게 뒤처지는 인간은 생산 노동에 참여해 소득을 창출할 기반이 없어져 소득이 없게 된다. 프랑스 경제학자 故 앙드레 고르츠는 책, ⟪경제이성비판⟫에서 “한 사회의 생산력은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더 적은 노동으로도 같은 양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어 노동의 양으로 임금이 결정되면 (임금이 점점 적어져) 사회구성원들이 삶을 지탱할 수 없다”며 그 대안으로 사회의 모든 개인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주장했다. 국내에서는 정치권에서 기본소득을 주장하지만, 미국에서는 경제계에서 언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오픈 AI의 샘 알트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이다. 물론 주장과 언급은 다르지만, 경제계에서 나온다는 것도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또 그렇기에 더 중요한 논의를 할 수 있다. 기본소득을 말하는 경제인들 모든 경제인의 주장을 다룰 수 없기에, 오픈 AI의 CEO ‘샘 알트먼'의 행적만 보려고 한다. 샘 알트먼은 “로봇 등 첨단 기술이 기존 직업을 빠르게 대체하는 상황에서 기본소득은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기본소득이 사람들에게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자유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픈 AI 부임 전인 2018년, 사재 111억을 들여 설립한 비영리 조직 YC 리서치 랩에서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실험을 진행했었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시에서 100가구를 선정해 6개월에서 1년 동안 매달 1,000~2,000달러의 기본소득을 지급했다. 이는 당시 오클랜드시 최저임금으로 하루에 8시간, 20일 일한 수준이었다. AI와 로봇의 발전으로 기존 인간의 영역을 빠르게 대체될 것이고, 그로 인해 인간이 자유시간을 더욱 누릴 것이라는 주장은 일말 타당해 보이고, 심지어 좋아 보인다. 노동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기본소득의 원칙과 재원 기본소득의 원칙은 이렇다. ①현금으로 지급한다. ②개인에게 지급한다. ③보편적으로 지급한다. ④구직 노력 등의 조건을 따지지 않고 지급한다. ⑤정기적으로 지급한다.2) 원칙에 따라 현금을 조건 없이 모두에게 지급해야 하기에 막대한 현금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모든 재정의 원천은 세금이다. 만약 AI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한다면 인간은 더 이상 세금을 낼 수 없게 된다. 기본소득 도입이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다. 소득원이 없는데 세금을 어떻게 내고, 세금이 안 걷히는데 어떻게 기본소득을 주냐는 것이다. 샘 알트먼, 국가적 펀드와 토지세 주장 샘 알트먼은 국가형 펀드와 토지세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국가형 펀드는 미국 내 기업에게 매년 시가 총액의 2.5%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토지세는 토지를 보유한 개인과 기업에게 2.5%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걸 재원으로 국가형 펀드를 만들고, 만 18세 이상 국민들이 배당금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한 2021년 당시, 미국 기업의 시가 총액은 50조 달러였다. 샘 알트먼은 무어의 법칙에 따라 10년 내 2배로 증가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렇게 되면 10년 뒤 미국 내 기업 가치는 160조 달러에 달하고, 2.5%의 세금을 걷으면 만 18세 이상 미국 성인 2억 5,000만 명에게 1만 3,500달러를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샘 알트먼의 주장은 배당 당사자를 만 18세 이상 성인으로 한정했다는 점에서,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이 지급한다는 기본소득 원칙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다만, 부의 분배 측면에서 하나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빌 게이츠, 로봇세 주장. 기본소득은 시기상조 빌 게이츠는 기본소득 자체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서 자신에게 무엇이든 물어보라는 페이지에, 한 유저가 “기본소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묻자 “훗날 국가들이 기본소득을 할 정도로 충분히 부유해질 수 있지만, 아직은 노인과 아동 교육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며 시기상조 임을 밝혔다. 반면, 그는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미래에는 로봇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Quartz와의 인터뷰에서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한다면, 로봇을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인간에게 부과한 만큼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일각에서는 빌 게이츠의 로봇세를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이원재, 데이터 기업으로부터 재원 마련 이원재의 주장도 생각해 볼만하다. 그는 데이터 기업에게 세금을 거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메타와 구글 등 데이터 기업이 사용자가 만들어 주는 데이터를 통해 수익 활동을 벌이지만, 정작 생산자인 소비자에게는 이익이 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데이터 기업의 고용이 낮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2) 그는 "데이터는 사용자의 노동 결과이므로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라며 “만약 데이터가 이익으로 전환됐다면 그 부를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하며, 이것이 “‘모든 개인에게 조건 없이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기본소득제 논의에서 데이터 경제가 그 재원으로 논의되는 이유”라고 말한다.2) 또한, AI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인 개인의 생계 수단 확보 문제가 해결되면, AI가 그리는 사회 비전이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2)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2017년 하버드 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우리는 기본소득 같은 아이디어를 모색해야 하며, 이는 모든 사람이 새로운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안전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가 이원재의 주장대로 세금을 낼지는 모르겠지만, AI 발전에 있어서 일자리 위협과 소득원 상실 문제가 사라진다면 AI 발전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보면 AI 분야 리더들이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게 납득이 간다. 기본소득은 AI 발전 위험을 줄여주는 완충제이자, AI 발전을 더욱 가속화 할 발판이 되어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같은 주장을 두 팔 벌려 환영해서는 안 된다. 보이지 않게 감춰둔 게 무엇인지 봐야 한다. 기본소득 주장에서 언급되지 않은 게 있다. 그건 바로 생산과 소비다. 생산과 소비에 문제는 기후위기 상황 속에서 기본소득보다 훨씬 압도적으로 논의해야 할 주제다. 환경이 없다면, 기본소득이 말하는 자유 따윈 존재할 수 없다. 이 차원에서 기본소득은 생산을 유지하려는 도구일 뿐이다. 생산과 소비는 멈추지 않아야 한다 AI와 로봇은 생산의 혁신이다. 전에 없던 생산성을 보인다. 생산은 그간 인간의 영역이었다. 인간은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했고,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받았다. AI와 로봇 혁신은 인간의 노동력을 필요치 않게 만들고, 그로인해 금전적 보상의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하게 한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이다. 생산성이 아무리 높아져도, 소비가 없으면 공급과잉과 공황으로 번진다. 소비 없는 생산은 의미가 없다. 이는 경제가 멈추는 것을 의미하고, 자본주의 자체가 멈추는 걸 의미한다. 때문에 자본의 논리는 언제나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추구하고, 어느 하나가 멈추면 억지로라도 돌아가게 만든다. 자본시장에서 기본소득을 말하는 이유도, 생산을 뒷받침 할 소비를 지탱하기 위해서다. 생산과 소비를 움직일 윤활유 역할이다. AI와 로봇의 생산을 지속하기 위한 소비 재원일 뿐이다. 문제는 AI와 로봇이 만들어 낼 생산성 혁신과 경제 성장을 지구가 견딜 수 있느냐이다. 2022년, 생산과 소비에 지구 1.71개 사용 길지만 짧게 짚고 넘어가자. 우리는 생태수용력(biocapacity)과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을 알아야 한다. 이는 현재 생활 방식 유지를 위해 얼마나 많은 지구가 필요한지를 알게 해준다. 생태발자국이란, 인간이 소비하는 모든 자원을 생산하고, 폐기물을 흡수하는데 필요한 토지, 물 등 생태계의 면적을 측정한 값이다. 인간의 모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생태 면적을 계산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흡수, 식량 재배, 어장, 방목장, 임산물, 건축 기반 시설 수용 등에 필요한 생태학적 공간을 모두 계산한다. 그리고 글로벌 헥타르(global hectares, 이하 gha)로 나타낸다. 생태수용력이란, 인간이 지구상에서 요구하는 것을 다시 만들어내는 생태계의 용량이다. 현재 기술과 관리 관행을 고려해, 인구가 소비하는 자원을 제공하고 폐기물을 흡수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으로 생산적인 육지와 바다의 양의 측정 값이다. 이역시 글로벌 헥타르(gha)로 나타낸다. 만약 생태발자국 값이 생태수용력 값보다 작다면, 이는 우리가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생산과 소비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그 값이 클 경우 우리는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생산하고 소비한다는 의미다. 위 지도는 각 나라별 <생태수용력-생태발자국> 값을 나타낸 것이다. 붉은색으로 표시된 곳은 해당 나라의 생태수용력을 초과한 생산과 소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고, 녹색은 생태수용력이 감당할 수준으로 생산과 소비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 값이 -를 기록하면, '생태적자'라고 한다. 붉은색 국가는 모두 생태적자국이다. 대부분의 선진국과 중국, 인도 등 인구가 많은 국가들이 생태수용력을 넘어섰다는 걸 알 수 있다. 참고로, 중동과 사하라 사막 부근에 위치한 나라가 붉은색으로 표시된 것은 그 나라 생산과 소비의 영향도 있지만, 애초 생태수용력(숲, 강 등)이 낮기 때문이다. 위 사진은 전 세계 생활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몇 개의 지구가 필요한지를 나타낸 것이다. 2022년 기준, 이미 1.71개의 지구가 필요하다. 생태적자는 1970년부터 시작됐다. 문제는 AI와 로봇은 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그래프를 칠하기 위해 더 붉은 물감이 더 많이 필요해 질 것이다. 참고로 2022년 기준, 전 세계 사람들이 미국인 처럼 살려면 약 7.5개의 지구가 필요하고, 우리나라처럼 살려면 5.8개의 지구가 필요하다. 생산의 유토피아,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는 1932년 책,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를 발표했다. 책은 포드 자동차가 출시된 해인 1908년을 새로운 기원으로 삼은 미래를 그린다. 포드 자동차 창립자 ‘헨리 포드'는 생산 혁신을 이룬 인물로, 1918년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도입해, 자동차 한 대 생산 시간을 750분에서 93분으로 줄였다. 멋진 신세계는 포드주의를 채택한 영국을 배경으로, 더 빠르고 많은 생산을 추종한다. 심지어 인간마저 컨베이어 벨트에서 ‘생산'한다. 책에서는 34층이 저층으로 묘사되고, 난자 하나에 인간 한 명이 태어나는 게 아니라, 난자가 스스로 8개에서 96개까지 싹을 틔워 인간을 생산한다.4) 책은 그런 세상을 유토피아라고 말한다. 자본주의식 유토피아다. 물론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미래가 ⟪멋진 신세계⟫처럼 될리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책 초반부 내용이 거북하고, 잘 상상가지 않아 덮기도 했다. 소설이라도 비현실적이었다. 하지만, 책은 자본주의가 생산을 어디까지 중요시 여기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과연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인지, 필요한 것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멋진 신세계가 묘사하는 모습이 ‘혁신'이라면 나는 혁신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AI와 로봇이 감당 못할 수준의 생산을 이뤄낸다면, 나는 엑셀을 밟기보다 기본소득을 주지 않음으로써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소득은 자본주의의 환경파괴를 가리는 꼼수일 뿐, 진짜 논의해야 할 건 따로 있다. 토마스 모어는 기본소득의 원 개념을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며 언급했다. 자본주의에서 불평등과 생존 위협이 발생하기 때문에 생계 수단을 마련해 줘서 문제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가 사치품을 생산하고, 사치품 생산과 소비에 과하게 집중하기에 자신을 위한 시간이 줄고, 환경도 파괴된다고 말했다. 이는 곧 생산과 소비의 추종이 인간을 불행하게 하고,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경제 전체의 주요 목표는 사회의 필요가 허용하는 한, 각자를 육체노동에서 해방시켜 많은 자유 시간을 갖도록 하는 데 있으며, 이렇게 함으로써 각자는 각자의 마음을 계발할 수 있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1) 기본소득이 말하는 자유는 자본주의 하의 생산과 소비 이념을 넘어설 때 가능하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AI 발전으로 사람들이 노동에서 해방되고, 자유를 얻고, 자신을 위해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AI가 편리한 세상을 만들지도 모른다. 노동시간이 줄지도 모른다. Chat GPT 등장만으로 업무 효율성이 좋아졌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결국은 더 많은 무언가를 생산하는 걸로 연결될 뿐이다. 그것이 끝나고서야 우리는 내 시간을 가질 뿐이다. 그마저도 외부에 무엇이 있나 보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화면 속에 무엇이 올라왔나’를 보는 것으로 소비된다. 혁신으로 시간을 얻고 그 시간을 더 많은 영상 시청과 제작, 더 빠른 인터넷, 더 편리한 자료 서치에 사용할 뿐이라면, 그게 진짜 자유인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유튜브 영상을 더 많이, 더 생동감 있게 보고, 더 생동감 있게 게임하고, 더 빨리 자료를 찾는 게 자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필요를 위한 생산과 소비는 분명히 필요하다. 자연이 허용하는 만큼의 자연스러운 성장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생산과 소비는 자연의 허용치를 넘었고, 자연을 고갈시키며 용량을 더욱 줄이고 있다. 경제계가 말하는 기본소득이 도입된다 한들, 그때는 깨끗한 공기를 마실 자유와 산과 바다 등 자연을 누릴 자유를 박탈 당한 뒤일 것이다. 때문에 생산과 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본소득은 나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논의해야 할 건 기본소득 도입과 재원 마련 방안이 아니라, 생산과 소비 시스템에 기반한 성장의 추종을 언제까지 받아들일 것인지, 어떻게 필요를 위한 경제 시스템을 만들 것인지, 필요(needs)와 욕구(desire)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생산과 소비를 멈췄을 때 피해를 받을 사람들의 피해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생산과 소비 시스템을 자연을 회복시키는 도구로 쓸 수는 없을지 등을 고민하며, 생산과 소비 시스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질문해야 한다. 토마스 모어가 말한 자유는 사치로운 생활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생산과 소비에 얽매이지 않는 삶이다. 기본소득의 원형이 말하는 자유가 이것이라면, 현대의 논의 역시 생산과 소비에 얽매이지 않는 삶과 방식, 시스템을 논의해야 한다. ※ 참고 자료 1) ⟪유토피아⟫ (토마스 모어/ 범우사/ 2000) p.36~37, 44, 77~78, 96~101 2) ⟪소득의 미래⟫ (이원재/ 어크로스/ 2019) p.337, 340~341, 349~351, 369 3) ⟪성장 없는 번영⟫ (팀 잭슨/ 착한책가게/ 2015) p.30 4)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러/ 문예출판사/ 2018) p.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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