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팩트체크]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의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적이 없었는지 팩트체크 해보았습니다.

20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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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보다 낮은 적이 없었다?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1960년부터 2023년까지 비교한 결과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의 경제성장률보다 낮았던 때가 모두 7번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따라서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의 “역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일본보다 낮은 적이 없었는데” 라는 발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사실이 아님

지난 4월 29일,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민생회복지원금과 관련된 발언을 하던 중“역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전 세계 경쟁률보다 낮은 적이 거의 없었어요. 특히 일본보다도 낮은 적이 없었는데 지금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일본보다 낮고 물가상승률이 높은데”라고 발언하였습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의 발언은 사실일까요? 지금부터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제성장률, 어떻게 산출할까

한 나라의 경제 추이를 분석하는 도구는 다양합니다. 그중 경제성장률이라는 단어는 뉴스를 보면서 종종 들어서 익숙할 것입니다. 경제성장률은 무엇일까요? 막연하게 정의해보면 한 나라의 경제가 지난해 대비 성장한 비율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경제성장률은 어떻게 산출할까요. 이번 기회에 조금 더 정확하고 자세하게 경제성장률의 정의와 산출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제성장률이란?

경제성장률(Economic growth rate)이란 일정기간 동안 각 경제활동부문이 만들어낸 부가가치가 전년에 비하여 얼마나 증가하였는가를 보기 위한 지표로서 한 나라의 경제 성과를 측정하는 중요한 척도이며 실질GDP의 증감률로 나타낸다.

<출처: 통계청>


통계청(한국은행 제공)의 경제성장률 정의를 보면, 경제성장률은 일정 기간(예를 들어 분기 또는 1년)동안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창출했고, 그것이 전년도(기준 연도)와 비교하여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백분율로 표시한 것입니다. 경제성장률을 구하는 방법을 공식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경제성장률 = {(당해 연도 GDP - 직전 연도 GDP) ÷ 직전 연도 GDP} × 100

예를 들어 2023년의 경제성장률은, 2023년도의 GDP에서 2022년도의 GDP를 뺀 후 이를 다시 2022년도의 GDP로 나누고 100을 곱하면 구할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의 정의를 보니 GDP(국내총생산)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고, 실질 GDP라는 단어도 눈에 띕니다. 이건 무엇일까요?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

한 나라의 영역 내에서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기간 동안 생산한 재화 및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하여 합산한 것.

여기에는 비거주자가 제공한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에 의하여 창출된 것도 포함되어 있다.

<출처: 통계청>


국내총생산은 내국인, 외국인을 막론하고 한 나라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경제주체가 생산한 모든 부가가치를 합산한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생산물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서비스 등을 모두 포함해서 산출하며,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거주하는 외국인이 생산한 부가가치도 포함합니다. 단, 해외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생산한 부가가치는 포함하지 않습니다. 합산하는 기준은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부가가치인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해당 연도에 새롭게 창출된 생산물의 부가가치를 합하면 국내총생산(GDP)이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때 물가라는 변수가 등장합니다. 당해연도에 물가가 오르면 생산량이 그대로여도 생산액이 커져 더 많이 생산한 것처럼 보이게 되고, 물가가 떨어지면 생산량이 그대로여도 생산액이 감소하여 생산을 적게 한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산출된 것을 명목 국내총생산(명목 GDP)이라고 합니다.

한편 국내총생산이 물가가 올라서 오른 것인지, 물가는 그대로이지만 생산량이 올라서 오른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물가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은 지표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실질 국내총생산(실질 GDP)이라고 하며, 경제성장률을 구할 때는 실질 국내총생산 지표를 활용합니다.

실질 GDP를 산출할 때는 당해연도의 시장가격이 아닌 기준 연도의 시장가격으로 산출하므로 기준 연도 대비 생산량의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국내총생산은 당해연도 및 기준년도 중 어느 해의 시장가격을 이용하여 생산액을 평가하느냐에 따라 명목 및 실질GDP로 구분된다.

명목GDP는 생산액을 당해연도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것으로 물가상승분이 반영된 것.

실질GDP는 생산량에 기준년도의 시장가격을 곱해서 계산하므로 가격 변동은 제거되고 생산량 변동만을 반영하게 된다.

이와 같이 GDP를 명목과 실질로 구분하여 추계하는 것은 각각의 용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민경제의 전체적인 규모나 구조변동 등을 분석하고자 할 때에는 명목계열을 사용하며 경제성장, 경기변동 등 국민경제의 실질적인 생산활동 동향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실질계열을 이용한다.

<출처: 한국은행>

 

경제성장률을 구할 때 명목 국내총생산을 활용하느냐, 실질 국내총생산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값은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지표누리>


위의 그래프는 1970년부터 2022년까지의 경제성장률을 명목 국내총생산과 실질 국내총생산으로 나눠 비교한 것입니다.

2000년대 이전, 특히 1970년부터 1980년대를 보면 명목 경제성장률과 실질 경제성장률 그래프의 차이가 매우 큽니다. 차이가 가장 큰 1974년의 명목 경제성장률은 43%이지만 실질 경제성장률은 9.5%입니다. 명목 경제성장률만 보면 엄청나게 경제가 성장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9.5% 성장한 것입니다.

이런 차이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물가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1974년의 물가지수는 24.3%입니다. 3.6%였던 2023년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이지요.

즉, 1974년은 경제성장률이 매우 높았던 것 같아도 이는 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며, 물가 변동을 감안하고 나면 실제 경제성장률은 확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경제성장률 간 격차가 큰 기간(1970~90년대)의 물가 추이는 2000년대 이후보다 높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실질 경제성장률을 활용해서 경제성장률을 구하는 이유입니다. 물가라는 영향을 배제하여 순수 증감률을 파악하려 함이죠.

물가지수 데이터는 하이퍼링크로 연결하였습니다. 물가지수를 클릭하여 ‘시점’을 눌러 연도를 체크하시면 원하는 기간의 물가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역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일본보다 낮은 적이 없었다?

경제성장률과 그와 관련된 지표의 정의에 대해 알아보았으니, 이제 박성준 수석대변인의 발언이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를 확인해보겠습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의 말처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일본보다 낮은 적이 없었을까요? 발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제성장률 추이를 찾아보았습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서는 일본의 경제 성장률을 1971년부터 제공하고 있으므로, 두 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비교하기 위해 1971년부터 2023년까지의 경제성장률을 검색해보았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데이터를 확인하시려면 위의 URL을 누른 뒤, ‘분기’ 체크를 해제하고 ‘년’을 선택하여 조회를 누르면 됩니다.

※ 다음의 링크(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bok.or.kr)을 누른 뒤 9. 해외/북한 > 9.1. 주요국제통계 > 9.1.4. 국민소득 > 9.4.1.1. 국제 주요국 경제성장률 순으로 눌러 대한민국과 일본 국가 선택 후 빠른 조회를 누르면 됩니다.

파란색 그래프는 대한민국, 검은색 그래프는 일본의 경제 성장률을 나타냅니다. 그래프를 보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 그래프 선이 대체로 일본의 그래프 선보다 위에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이 더 높다는 뜻이지요.

그러나 매년 높았던 것은 아닙니다. 1972년, 1980년, 1998년, 2023년을 보면 대한민국의 그래프가 일본의 그래프보다 밑에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이 일본보다 낮은 때가 4번 있었다는 뜻입니다. 아래의 표는 각 연도의 경제성장률을 표로 기록한 것입니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증가했을 때 대한민국이 역성장한 때(1980년)도 있고, 하락의 폭이 더 크거나(1998년) 증가의 폭이 더 작았던 때(1972년, 2023년)가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일본

1972년

7.214%

8.414%

1980년

-1.646%

2.818%

1998년

-5.129%

-1.27%

2023년

1.357%

1.923%

따라서 역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보다 낮은 적이 없다고 말한 박성준 수석대변인의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다른 기관(월드뱅크)에서 제공하는 경제성장률 추이를 비교해봐도 결과는 동일합니다.


월드뱅크는 두 나라의 경제성장률을 1960년대부터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이 자료를 보면 1961년부터 1970년 사이에 세 번, 일본보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은 적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두 그래프를 정리하면 1961년부터 2023년까지 모두 7번,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의 경제성장률보다 낮았습니다.

 

주요 나라의 경제성장률은?

그렇다면 대한민국과 일본을 제외한 주요 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어떨까요.

국가통계포털에서 제공하는 국가별 GDP 데이터를 확인해본 결과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2022년 기준 1위는 미국이었으며, 대한민국은 13위였습니다. 중국, 일본, 독일, 인도, 영국,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 이탈리아,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가 그사이에 존재합니다. 이들 나라 중 통계를 제공하지 않는 2개 나라(인도, 브라질)를 제외한 나라들의 경제성장률 추세는 어떤지 확인해보았습니다.

<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자료의 가시성이 떨어지는 관계로 원문 엑셀 파일을 첨부합니다. 원하시는 분은 링크를 눌러 확인하시면 됩니다.

 

보다 편한 비교를 위해 나라의 수를 줄여 한국을 포함한 GDP 상위 5개 국가의 경제성장률을 비교해보았습니다.

<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GDP가 높은 상위 5개 국가(데이터가 없는 인도는 제외)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은 위와 같습니다.

나라마다 조금씩 예외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상승할 때는 함께 성장하고 하락할 때는 함께 하락하는 그래프의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침체하였던 2020년의 그래프 하락과 다음 해인 2021년의 반등도 눈에 띕니다.

  

한 나라의 경제를 경제성장률로만 파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물가 변동을 반영한 경제성장률도 알아야 하고, 개인 1명이 벌어들이는 수입(1인당 GDP)은 어떤지도 비교해야 합니다. 국내총생산이 같아도 인구수가 다르면 개인의 소득은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1만 달러를 2명이 벌면 5천 달러를 버는 셈이지만 10명이 벌면 1인당 1천 달러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라가 벌어들이는 소득이 같아도 혼자 5천 달러는 버는 사람과 1천 달러는 버는 사람의 경제생활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1인당 GDP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벌어들인 수입이 어떻게 배분되는지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국내총생산이 높아도, 혹은 경제성장률이 높아도 그렇게 벌어들인 소득이 상위 몇 %에 집중되어 있으면 중산층 이하 사람들의 생활은 고단할 것입니다. 따라서 소득분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알아보면 그 나라의 소득분배가 평등한지 불평등한지,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지 아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런 소득 분배의 불평등도를 보여주는 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흔히 들어서 알고 있는 로렌츠 곡선, 지니계수, 10분위 분배율, 소득 5분위 배율이 바로 그것입니다.

 

경제성장률로만 그 나라의 경제 상황을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보다 다양한 지표를 활용한다면 한 나라의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더 면밀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경제 뉴스를 볼 때 더 관심을 가지고 경제지표를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요? 뉴스 속에 담겨 있는 다양한 정보가 눈에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이 콘텐츠는 노무현시민센터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 활동으로 작성됐습니다.

**노무현시민센터는 지원 외에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의 활동에 개입하지 않으며,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가 작성하는 콘텐츠는 독립적으로 기획, 작성됩니다.

***콘텐츠 작성은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와 시민팩트체커 그룹 K.F.C.의 협업을 통해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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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네요. 발언을 보니 자기 주장을 강조하려다가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만큼 한국 정치인들이 근거 없이 어디서 들었던 주장을 많이 사용한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근거를 바탕으로 주장을 내세우는 정치인들이 많아지면 좋겠네요.

분석이 엄청 자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