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으로 태어나고 길러진 30대 중반
저는 한국의 남성으로 태어나고 길러졌습니다. 제가 페미니스트 교사를 진작 만났었다면, 아주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 규격화된 남성성을 체화하려고 애쓰지도, 상처 받지도, 헛된 폭력을 휘두르지도 혹은 폭력의 수동-능동의 세계 내부에만 있지도 않았을 것이며,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여성을 대하며 행한 크고 작은 폭력들과 그 책임의 사슬을 묶고 다니지 않았을 것이며, 아직도 온전히 벗어나지 못한 남성적 시선을 가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보다 더 행복하고, 다양하고, 선명하며, 풍부하고, 넓고, 깊고, 착취적이지 않고, 질척거리지 않은 방식의 세계와 욕망을 지니고 제가 만나는 인류의 절반과 다양한 만남과 경험을 함께 이뤄갈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 남성으로서의 역사에 대한 반성, 새롭고 품위 있는 욕망의 창안 혹은 재건, 새롭고 넓은 방식의 인간관계와 경험을 통해, 더 훌륭한 어른, 더 이 세상에 필요한 어른, 더 안전한 어른, 더 유쾌한 어른, 더 무해한 어른, 더 함께 갈 수 있는 어른, 더 맑은 어른, 더 즐거운 어른, 더 재미 있는 어른, 더 생의 기쁨을 향유할 수 있는 어른, 제가 페미니스트 교사를 만났더라면, 인생에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런 페미니스트 교사를 제 어린 시절에 만났더라면, 그런 어른의 미래가 열렸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쨌건 여기서 또 걸어는 건 그 사람의 몫이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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