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살아도 괜찮아
가족 안에서 때로 소외감을 느낀 적 있으세요? 공부 잘하거나 특출난 재능 있는 형제자매한테 관심이 쏠리면 서운한 티라도 낼 수 있겠죠. 하지만 아픈 가족을 돌보느라 부모님이 바쁘시다면? '너는 알아서 잘할 수 있지?'라는 말을 들어도 혼자 고민하게 되잖아요. 이런 경험, 한 번쯤 해보셨나요?
이번 인터뷰는 이런 감정들을 더 깊고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분들, 바로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를 둔 '비장애형제'들을 만나보았어요. '비장애형제모임'을 이끄는 은아, 영아, 신영 님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 안에서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개인의 행복에 대해 함께 생각해봤죠.
아울러 같은 경험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돕는 과정에서 어떻게 가족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독립된 개인으로서 함께 행복을 찾아가는지, 그 여정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이 이야기들이 우리 모두의 삶과 어떤 식으로든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읽어보시겠어요?
정당한 소외 속에 자라는 ‘착한 아이’
| 세 분 소개 부탁드려요.
정영아 (35세) 다운증후군을 가진 연년생 남동생과 함께 자랐어요. 현재 ‘나는’ 운영진으로 활동하며 다른 비장애형제들을 돕고 있어요.
이은아 (36세) 한 살 차이 셋째 여동생이 중증 발달장애를 갖고 있어요. 나만 이렇게 힘든 건지, 다른 비장애형제들은 어떤지 궁금해 나와 같은 사람들을 찾아보다 모임을 시작하게 됐어요.
김신영 (32세) 3살 아래 남동생이 자폐성 중증 장애인 이예요. 2018년 ‘나는’에서 출간한 책 북토크를 통해 저와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때부터 모임에 참여하고 있어요.
| ‘비장애형제’는 누구인가요?
은아, 영아 | 비장애형제란 장애인의 형제자매 중 장애가 없는 사람을 말해요. ‘나는’에서는 주로 정신적 장애인을 형제자매로 둔 청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정신적 장애에는 조현병과 같은 정신장애, 그리고 발달장애, 자폐성장애, 지적장애 등이 포함돼요. 청년 시기에 공통적으로 가지는 고민이 있기에 처음에는 20~30대를 중심으로 모임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40대 이상도 참여하고 있죠.
장애의 종류에 따라 경험도 다양한데, 예를 들어 조현병은 청소년기 이후나 성인기 초반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발달장애는 처음부터 장애를 갖고 태어나죠. 저 같은 경우에는 1살 차이 발달장애 형제와 함께 자라며 그의 삶을 내내 지켜보며 돌봄에 참여해 왔어요. 부모님은 대개 자녀를 통해 장애를 처음 접하면서 큰 충격을 받아요. 장애를 치료하고 교육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게 되죠. 이렇게 장애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족 안에서 비장애형제는 종종 뒤로 밀리는 경험을 하게 돼요.
| 발간한 책『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에서 ‘정당한 소외’, ‘착한 아이’, ‘죄책감’ 등 문구가 와닿았어요. 비장애형제들의 공통된 경험은 무엇인가요?
은아 | 저는 어릴 때부터 유기불안과 인정욕구를 많이 느낀 것 같아요. 엄마가 동생을 돌보느라 바쁘셔서, 제가 조금이라도 말썽을 부리면 엄마가 떠나실까봐 늘 불안했죠. 아버지가 자식에게 장애가 있다는 걸 오랜 기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셔서 엄마 혼자 고군분투 하셨거든요. 항상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하다보니 20대 후반에 뒤늦게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어요. '나는 장애인의 언니일 뿐인가?'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던졌죠.
신영 | 저는 '2인분의 몫'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어요. 부모님을 비롯하여 친척분들께서도 '너라도 잘해야지'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고 그 말은 제게 큰 책임감을 안겨 주었어요. 그러나 열심히 노력했지만, 부모님께서 원하는 기대에 다다르지 못했을 땐 '네가 이렇게 밖에 못 한다면 대체 우리 집에서는 누가 해낼 수 있겠니?'라고 채근하셨죠. 장애를 가진 형제의 몫까지 감당해내야 한다는 기대와 부담감이 버거웠어요.
영아 | 저는 좀 다른 경험을 했어요. 부모님이 제게 미안해하시는 마음이 커서인지, 제게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요구하신 적이 없어요. 항상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만 하셨거든요. 공부하란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어요. 자유로워 보이겠지만 사실 부모님의 관심과 의견이 필요하기도 했는데 어리고 속상한 마음에 방임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삶의 대부분의 결정들을 혼자 알아보고 결정했어요. 이렇게 자라다 보니 모든 일을 알아서 대비하고 혼자서 결정하는 독립적인 성격이 됐어요.
은아 | 가족에게 느껴지는 죄책감도 문제예요. 성인이 되고 나서 제가 뭘 하고 싶은지 알아가기 시작했는데, 그게 가족들의 기대와 다르다는 걸 깨달을 때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죠. 유학을 가거나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하고 싶어도, 가족을 위해 안정적인 선택을 해야 하나 고민하게 돼요. 심지어 친구들과 영화 보러 가는 것조차 '나만 이렇게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우리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압박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자식 노릇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이나 직업 선택과 연애, 결혼에 대한 고민도 무게감을 더하죠. 장애 형제의 존재가 우리의 인생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쳐요.
| “언니 같은 비장애형제 때문에 제가 엄마한테 욕을 먹는 거예요.”란 문장이 기억에 남아요. 비슷한 경험 속에도 각자의 느낌과 대응은 다른가봐요.
은아 | 그 '언니 같은'의 언니가 바로 저예요. 신영님과 영아님은 모두 특수교육 전공인데, 저희 모임에도 특수교육이나 사회복지 전공인 분들이 과반 이상이에요. 장애 형제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족 환경 속에서 자란데다 가족을 돕고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영아 | 자라온 환경의 영향도 크겠지만 저는 제 일을 너무 좋아하고 적성에도 잘 맞아요. 동생한테 말을 가르쳐주는데 동생이 잘 따라왔던 순간의 희열을 지금도 기억하거든요. 그래서 동생 같은 아이들을 위해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특수교육을 진로로 결정했어요. 스스로 선택한 진로이긴 하지만, 마흔 이 후엔 다른 일을 해볼까도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독립해 다른 지역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2주에 한번씩은 꼬박 집에 내려가 가족과 시간을 함께 보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좀 벅차단 느낌이 들더라구요. 내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서른이 넘어 사춘기가 찾아온 것 처럼 정신적 독립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자식 노릇을 해야 할 사람이 나 밖에 없다는 부담감, 또 그걸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에 맞춰 사는 게 어느 순간 너무 힘들어져서 물어볼 사람을 찾았어요. 그래서 모임의 문을 두드렸는데, 각자의 상황도 비슷한 듯 다르고, 사는 모습도 다양하더라구요.
은아 | 맞아요. 다들 저희처럼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모임에서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어요. 되려 장애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완전 다른 전공과 진로를 선택한 경우도 있었어요. 그분들을 통해서 이런 선택도 할 수 있구나..를 알게 됐죠. 타인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려 애쓰는 삶이 가족 안에서 끝나는 게 아니더라고요. 직장이나 사회에서도 항상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데 언제나 그럴 수 만은 없잖아요. 결국 자신을 몰아붙여 소진하게 되는데 이건 건강하지 않지요. 다른 비장애형제들을 통해 비슷한 상황에서도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고, 나 중심으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로 나누며 ‘나’를 찾는 방법, ‘나는’
| 자조모임을 만든 계기와 과정이 궁금해요.
은아 | 처음에는 그냥 비장애형제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대학교 때 저를 종종 챙겨 주시던 발달장애 자녀를 두신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는데 지인 분의 자녀를 소개해주셨죠. 그렇게 처음 만나 얘기를 나눠보니 너무나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장애에 대한 어떤 설명 없이도 바로 통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았죠. 그러고 나니 다른 사람들도 더 만나고 싶더라구요. 같이 모임을 시작해 4-6명 정도가 되었을 때, 전국에 퍼져 있을 비장애형제들을 더 모아보자고 합심해서 홈페이지도 만들고 여러 방법으로 홍보를 시작했어요. 그 때가 ‘16년이었는데 이후 모임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어요.
| ‘나는’ 이라는 모임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은아 | 모임 이름을 고민하던 중 한 친구가 외국의 비장애형제 관련 책을 언급했어요. 그 책 제목이 'What about me?'였는데, 우리말로 하면 '나는?'이 되죠. 비장애형제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워해요. 나라는 존재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죠. 우리는 가족 안에서 하기 어려운 이야기, 수용되지 못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어요. 그래서 나에 대해 질문을 하는 모임이 되자는 의미에서 ‘나는?’, 나아가 'It's about me', 즉 '나는!'이라는 의미를 담아 '나는'으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는, It's about me'를 같이 사용했는데, 모임 이름을 더 간결하게 하고자 지금은 '비장애형제모임 나는'을 정식 이름으로 쓰고 있어요.
| 모임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은아 | 주요 프로그램으로 '대나무숲티타임'이라는 자조모임을 운영하고 있어요. 비장애형제들이 모여 어디에서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예요. 상, 하반기로 나눠 월 1회씩 3개월간 진행하며 한 번에 15-20명 정도가 참여합니다. 주제는 연애, 결혼, 독립 등 비장애형제들의 관심사를 다루고, 경험 많은 선배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있어요.
심리검사 프로그램도 운영 중인데, 전문적 지원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비장애형제 상담사가 심리검사를 진행하고, 필요시 상담으로 연결해드려요. 위기 상황에 처한 비장애형제들을 위한 긴급 상담 지원도 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 DM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 모임 운영에 있어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은아 | 가장 큰 고민은 모임마다 비장애 형제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고 갔는지 여부예요. 그리고 모임에서 ‘앞으로 난 이렇게 살 거야’ 하는 결심을 하더라도 현실에서는 장벽에 부딪히게 마련이거든요. 예를 들어 내가 원하는 일상을 살려면 부모님이 안 계실 때 장애 형제를 어떻게 돌볼지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딱히 대안을 찾기 어렵죠. 그래서 해결 방법에 집중하다보면 '나는'이라는 모임의 목적이 흐려질 수 있어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아요.
영아 | 우리 모임의 목적은 정해진 답을 찾기보다, 각자에게 맞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나누는 거라 생각해요.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고, 특히 부모님 사후 문제 같은 건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 당장 방법을 찾기도 어려워요. 처음엔 답을 얻기를 기대하고 왔다가 함께 이야기 나누며 결국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은아 | 운영 관련해서 연령대별 니즈가 다른 부분도 고민이에요. 모임을 지속하며 원년 멤버들의 나이가 들어가는지라 40대 모임도 따로 운영해봤는데, 같은 나이대라고 해서 꼭 비슷한 삶의 단계에 있는 건 아니더라구요. 20-30대에 해결했어야 할 문제를 40대에 가져오는 분들도 계셔서, 이런 차이를 어떻게 다룰지도 어려운 부분이에요.
| 자조모임을 통해 느끼는 나의 변화는 무엇인가요?
신영 | 우리 가족의 모습을 한 걸음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어요. 같은 경험을 나눈 사람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며, 그 과정에서 ‘우리 가족은 어떤 사람들인지’, ‘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등 우리 가족을 정의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변화죠.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도 되고, 나를 위해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중요한 변화예요. 마음먹는다고 해서 바로 행동이 바뀌는 것은 어렵지만 모임에서 서로 주고받는 응원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강한 원동력이 되기도 해요.
영아 | 고립감에서 벗어났어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진정한 공감을 받을 수 있었죠. 같은 고민을 해본 사람들이 주는 위로가 더 와닿고 든든하게 느껴지거든요.
은아 | 저는 한때 우울증 상태였는데, 모임을 통해 ‘그냥 존재 자체로 살아도 되는구나’를 느꼈어요. 또한 이 모임 자체가 저를 설명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비장애 형제 모임을 하는 나’로 소개할 수 있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과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됐어요. 그냥 ‘장애 형제가 있다’고 하는 것보다 훨씬 가볍게 받아들이더라고요.
| 주변이나 가족들의 변화도 감지되시는지요?
신영 | 대학 졸업 이후 물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는 일찍이 독립했지만, 정서적으로 독립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어요. 집에 자주 내려가서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한 몫 했죠. 하지만 점차 동생을 보살피는 것보다 내가 살아가고 싶은 일상을 선택하는데 집중하며 작은 변화부터 시도하기 시작하였어요. 놀랍게도 제가 먼저 변하자 부모님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적응하시더라고요. 결국 부모님께서도 제게 기대하던 역할을 내려놓으시고, 본인들만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가셨어요.
은아 | 저희 부모님의 경우, 활동지원 제도 같은 정부 지원을 활용하지 않으셨어요. 동생을 돌보는 건 항상 가족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셨거든요. 그래서 저는 '일당을 달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씀드리고, 활동지원사를 적극 활용하자고 제안했어요. 처음엔 갈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지원 제도를 이용하시면서 부모님도 편해지셨죠. 어머니와도 1년 넘게 대화를 나누며 설득한 끝에 저를 많이 이해하시게 됐어요. "엄마가 그때 잘 몰랐다. 미안하다"라고 말씀하셨죠. 하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자식된 도리'를 강조하세요. 모든 부모가 변화하는 건 아니에요. 부모 교육을 해보면, 정작 교육이 필요한 분들은 잘 오시지 않아요.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이미 자녀를 잘 이해하고 계신 분들이에요. 변화가 필요한 부모님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에요.
1인분만 해도 괜찮은 삶
| 사회나 장애 가족이 아닌 사람들에게 기대하시는 바가 혹시 있으신가요?
영아, 신영 | '2인분을 하는 아이'가 아닌 '1인분을 하는 아이'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비장애형제라고 하면 안쓰러운 눈빛으로 보시는데, 환경의 일부분일 뿐 ‘비장애형제’가 우리를 온전히 대표하는 건 아니에요. 모든 사람이 각자의 상황에서 특별할 수 있잖아요. 그냥 "아, 그렇구나"하고 평범하게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어요. 일반적인 형제자매 이야기하듯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은아 | 우리 주변에 장애가 잘 보이지 않아서 더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특히 우리 사회에는 나이 든 장애인들의 삶에 대한 대책이 없어요. 이건 가족 내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예요. 저는 실제로 부모님이 안 계신 상황을 겪으면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어요.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우리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은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영아 | 맞아요. 이건 정말 큰 문제예요. 비장애형제나 장애인 가족들이 자신의 삶을 살려면 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이 필요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탈시설화 이후 오히려 갈 곳이 없어졌어요. 특수학교도 부족하고, 성인 장애인들이 활동할 곳도 없어요. 그래서 장애인들이 주변에 잘 보이지 않는 거예요. 결국 가족들이 모든 부담을 떠안게 되는 거죠. 이런 부분들이 사회적으로 개선되었으면 좋겠어요.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은아 | 모임은 주로 서울역 근처에서 하고 있어요. 지역에서 오시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이죠. 지역마다 모임이 생기면 좋겠지만 각기 주도적으로 운영할 분이 있어야 하기에 활성화가 쉽지 않아요. 부산 지역에서 모임을 결성했었는데 정기적으로 지속하고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참여 문의가 계속 있어서 꾸준히 지역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지원하려고 해요. 코로나 때 온라인 모임도 시작했는데, 대면 모임과 병행하기에 힘에 부치더라고요. 직접 만나 소통하는 게 더 깊이 있는 나눔이 가능해서 현재는 대면 모임에 집중하고 있지만 온라인 모임도 계속할 생각은 있어요.
비장애형제들의 이야기를 알리는 일에도 집중하고자 해요. 우리가 모든 비장애형제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 홀로 힘들어하는 비장애형제와 그 가족들이 도움을 얻었으면 좋겠거든요. 유튜브 채널도 오픈했는데 풀타임 직장과 병행하려니 관리하기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은 인스타그램에 비장애형제들의 이야기를 짧게 올리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죠. 전시를 해보자는 이야기도 나누고 있는데, 올해 오티즘 엑스포에서 부스를 운영해보니 부모님들과 관련 기관 등의 반응이 좋았어요. 부모 교육도 계속하고 있어요. 주로 특수학교나 복지관에서 요청이 와요. 주로 초등학생 부모님들 대상인데, 한 달에 한 번 정도 진행하고 있죠. 우리는 이미 다 컸지만, 다음 세대는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 비장애형제, 또는 나만의 어려움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영아 | '나를 알자'란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우리는 스스로를 표현할 기회가 없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자신을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죠. 그러려면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해요. 저도 심리검사, 상담 외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 알게 됐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그리고 강점과 한계를 아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죄책감 없이 자신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어요.
신영 |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처음 모임에 오셔서 ‘이런 이야기를 할 곳이 없었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만큼 혼자서 모든 것을 감내해왔다는 뜻이겠죠. 저 역시 이 모임에서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았어요. 여러분도 혼자가 아니라는 걸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은아 | 저는 ‘행복해도 된다, 그리고 나의 가족도 나의 행복을 바라고 있다’는 말을 다시 한번 하고 싶어요. 저도 이 말을 계속 스스로 되뇌고 있거든요.
글 | 김지선
나는, 어떤 비장애형제들의 이야기
도서, 296쪽
이 책은 정신적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를 둔 청년들의 솔직한 경험을 담았어요. 장애인 가족의 현실을 생생히 그려내며, 비장애 형제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죠. 가족 관계와 정체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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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오늘도 괜찮지 않습니다
도서, 264쪽
이 책은 정신 장애인 가족의 형제들을 위한 매뉴얼과 같은 도서인데요. 비장애 형제들이 직면하는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 제시하고 있어요. 건강과 가족 관계에 관해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 떠오른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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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
도서, 360쪽
정신질환을 겪는 이들과 그 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쓰인 책이에요. 심리학적 통찰과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어려운 감정을 다루는 법, 균형 있는 돌봄의 중요성,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죠. 더 나은 일상을 위한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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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덜 가는 아이’ 어떤 비장애 형제·자매의 이야기
기사
자조모임 ‘나는’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 형제에 대한 책임감, 가정에서 느낀 외로움과 부모의 기대,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등을 풀어낸 시리즈예요. 형제 관계와 장애, 가족 내 역할 분담에 관한 사회적 시선을 재조명하며 비장애 형제들의 감정과 고민을 생생히 다루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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