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연구원정] 더불어사는 사회를 위해, 불평등 문제를 연구합니다

202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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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최근에는 환경 문제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1. 불평등한 사회를 연구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한국 사회 내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에 공감할 것입니다. 그러나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이는 단순히 ‘소득 격차가 커졌다’나, ‘계층 상승이 어렵다’ 정도의 이야기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경제적 수준에 따라 누군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누군가는 교육, 보건, 문화 등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불평등한 경험을 할 수밖에 없으며, 더 나아가서 누군가는 당장의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불평등 문제는 단순히 누군가가 더 많이 벌고 누군가가 더 적게 번다로 정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아주 다차원적이고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한 차원에서의 불평등이 필연적으로 다른 차원에서의 불평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 상의 문제라는 것이죠. 먹고 살기 급급한 사람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형편도 되지 않고, 문화생활을 즐길 여유도 누릴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험을 할 수밖에 없는 이 사람은, 더 고소득의 직장을 가지기도 어렵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개천에서 용 날 수가” 없는 것이죠.

이런 현대 한국 사회를 잘 반영하고 있는 한국의 신조어가 하나 있습니다. 흙수저, 금수저와 같은 “수저”입니다. 부모님의 경제적 능력과 같이, 한 개인의 배경을 가지고 계층을 나누는 용어이지요. 몇 년 전부터 SNS는 물론, 뉴스나 TV 예능에서도 이 용어는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용어가 유행하는 만큼, 한국 사회에서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배경이 한 개인의 삶에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불평등 문제를 함께 이야기해야 합니다. 개인의 역량만으로 이 불평등한 구조를 벗어날 수 없기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이 구조를 깰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요?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사회 구조는 점점 더 탄탄해지고 있습니다. 2020년 이후 새로 창출된 42조 달러의 재산 중 거의 3분의 2를 상위 1%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향후 5년간 전 세계 정부의 4분의 3이 부에 대한 세금을 늘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신에 건강, 교육, 사회적 안전망에서의 복지 예산을 약 7.8조 달러 줄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불평등이 논의되기는커녕, 온 세계가 나서서 부는 점점 부를 극대화하고, 가난은 가난을 더욱 극대화하는 사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불평등을 연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왜 우리는 이 무시무시한 사회 구조를 무시하는가? 왜 우리는 더불어 사는 사회와 점점 멀어지고 있는가? 이에 대한 원인을 연구해보면서 어떤 지점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해야 우리 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게 될지 알고 싶었습니다.

 

2.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왜 우리가 불평등을 불평등으로 생각하지 못한다고 말하나요?

비슷한 문제의식을 저 혼자만 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라는 책을 쓰기도 했고요, 여러 사회학자나 인문학자들이 불평등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지적을 해주었습니다. 바우만은 현재 우리 사회는 한 개인이 불평등으로 겪은 불이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욱 심한 불평등을 생산해내야만 하기에, 점차 이 구조가 견고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형근 사회학자는 “불평등 논의에서 빠져 있는 것 중 하나는 불평등 문제의 주체이자 당사자다. 이들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논의가 상대적으로 적다. 불평등 문제조차 주류화한 방식으로 논의된다는 게 불평등 문제를 다룰 때 가장 간과되는 지점이다.” 라고 하며, 불평등의 직접적인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차별하는 구조 차별받는 마음>의 저자 이주희는 이미 불평등한 구조가 고착화 되어있어, 이에 벗어나려 할 경우 그에 따른 위험 비용이 너무 커지고, 불평등의 당사자가 이 구조에 체념하고 순응해버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많은 학자들이 지적한 원인은 바로 “능력주의 신화” 였습니다. 성공도 실패도, 모두 개인의 책임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지난 2022년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청소·경비노동자의 학내 집회를 학습권 침해로 형사·민사 소송을 제기했던 사건이나, 2020년에 인천국제공항사가 보안검색요원 19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히자 정규직 노조가 거세게 반발했던 사건 모두 능력주의 정신이 밑바탕에 깔린 사건들입니다. 더 열심히 노력(공부)해서 시험 성적 등에서 자신들이 더 나은 결과를 보였으니, 그에 비례한 보상을 받아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능력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을 불평등으로 보이지 않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물론 더 노력했으니, 더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러나 같은 정도의 노력을 해도 한 사람의 배경에 따라, 누군가는 더 쉽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누군가는 그것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밖에 내놓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누군가는 노력할 기회조차 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구조적인 차별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능력주의는 이 구조를 모두 지워버리고 모든 것을 개인의 역량으로 환원해버리고, 사회 구조에 대한 논의가 사라지게 만듭니다.

그래서 저는 이 “능력주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왜 능력주의를 긍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해졌는지, 그리고 이것이 우리 사회를 어떤 식으로 더 “불평등”하게 만들고 있는지 파악하려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나가야 할지 알아보고 싶습니다.

 

3.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해야하나요

지금까지 저는 “불평등이 불평등으로 인식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어떤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정리하고, 이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제가 무엇에 집중하여 불평등 문제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갈지 결정하였습니다. 이제, 조금 더 학구적으로 넘어가야 할 차례겠지요. 사회문제라는 것이 한 학과에서만 다루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저는 여러 학과들 중에서도 사회학과와 철학과, 그리고 경제학과에서 불평등과 능력주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알아보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어떤 모델과 어떤 이론을 이용하여 이 문제를 분석하고 있는지, “불평등”이나 “능력주의”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어떻게 정량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논의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는지 공부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저만의 “지수”를 만들고, 사람들을 직접 연구해보아야겠죠!

불평등의 사회구조가 재생산되는 핵심적인 원인은 '능력주의 신화'이며, 이는 "불평등을 불평등으로 보이지 않게 만든다는 것"과 관련된다는 지적을 유념하여 보게 되네요.


이어질 관련 연구 내용들이 궁금해집니다. :)

오, 개천에서 용 나는 신화라는 단어 굉장히 공감됩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게 아니라 망둥어, 가재 등 다양한 생물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거죠. 연구 후속 이야기 꼭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