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군대는 자정自淨이 가능한가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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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철학 연구자. 일어/중국어 교육 및 번역. => 돈 되는 일은 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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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경험을 생각해보면 군대에서의 경험이 괴롭고 힘든 것이었지만 그래도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의미를 찾으려는 것도 있다.) 좋든 싫든 그것도 내 과거의 일부를 이루고 있으니 마냥 헛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거기서 배운 게 있긴 있네’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냥 신체 일부를 자르고서라도 가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아직도 있다.

군대에 가기 전에는 군대 가야 사람 된다는 말의 의미를 몰랐다. 군대를 갔다와도 철없는 사람은 계속 철없고 사고치는 사람은 계속 사고를 치며 멀쩡하던 사람들도 살짝 이상해져서 나오고 심지어는 건강하던 사람들이 병을 얻어 나오기까지 하니 말이다. 그냥 군대에 가는 사람에게 해줄 말이 없으니 작게나마 위로가 되라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측면도 있다) 군대에 가서 자대배치를 받은 이후에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전역하고 예비군이 끝난 지금도 가끔 이 말을 떠올리곤 한다. 그들이 말하는 사람이 이런 것이었구나!

(병역을 거친 사람들에게 군대에 대한 기억, 군대가 주는 영향은 군대 안에서의 시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입대 전의 긴장감과 불안감, 훈련소에서의 당혹감, 자대에서의 억압, 전역 이후 군대에 대해 떠올리는 시간, 모든 게 군대라는 생각까지 들 때도 있다.)

전역을 하고 조금씩 사회생활을 하면서, 군부독재가 끝났다고 해도 한국 사회 자체가 커다란 병영이고 군대는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몸도 마음도 갈리고 갈려서 더 이상 저항할 힘이 없어져서 자신의 불편함에도 입을 다물고, 자신이 듣고 본 불의와 불합리를 작고 사소한 일처럼 넘어가게 되는 것, 그게 군대에서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거기에 젠더와 서열까지 들어가니 이 세상이 이 모양이다.

내가 나서서 세상이 바뀌냐 안 바뀌냐 같은 이야기 이전에, 그냥 기운이 없어서 남의 일을 무신경하게 무관심하게 떠나보낼 때, 누군가의 말이 길어지면 말을 자르고 결론이 뭐냐고 물어볼 때, 길에서 앞사람이 밍기적거리고 느리게 걸어서 확 짜증이 날 때, 이것이 군대가 내게 남긴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군대에서 말하는 사람이다. 부끄러움을 모른척하는 것, 내 생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 뻔뻔해지는 것, 이게 군대에서 만드는 사람일 것이고,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일지도 모른다.

군대를 갔다오지 않은 사람들 중에도 이런 사람들이 많은데 군대는 오죽할까. 이런 상황 속에서 애초에 인간의 집합체가 자정이 가능할까 싶은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군대가 스스로 자정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0%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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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번 양보해서 군부독재 시절이야 어쩔 수 없었다 쳐도, 문민정부 이후에도 군대를 개혁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았고, 한국 사회도 군대에 많은 기회를 주었다. 


괴롭힘, 구타, 폭행

1962년 7월 8일 학도병 연서 사건 제15보병사단(강원도 철원, 화천)에서 서울대 천문기상학과 4학년 최영오 일병이 선임 정방신 병장과 고한규 상병을 사살. 정 병장과 고 상병이 최영오 일병의 여자친구가 보낸 편지를 계속 먼저 뜯어보자 최 일병이 이를 따졌는데, 두 선임이 도리어 최 일병을 구타하자 이에 격분한 최 일병이 두 선임을 총으로 쏘아 죽인 사건. 당시 판결 기록에는 웃고 넘겼으면 좋았을 것을 비사교적인 성격의 최 일병이 선임병에게 대들다가 결국 이런 사건이 벌어지게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일보.1962.08.04.)

1968년 6월 15일 예비군 훈련 사망 사건 예비군 훈련에 참석한 25세 최 모 씨가 복통을 호소하다 사망. 훈련 중 폭행이 있었다는 증언이 있었으나 군대는 이를 무시하고 유족들에게 복막염으로 죽었다고 알린 후 시신을 화장했다. 이 사건은 2013년 유족이 재판을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유족이 일부 승소하였다. (뉴스토마토.2013.10.17.)

1982년 2월 5일 제주 C-123 추락사고 육군 제707특수임무대대 소속 육군 장병 47명, 공군 장병 6명이 탄 수송기가 한라산 개미등계곡에 추락해 전원 사망. 2월 6일 당시 대통령 전두환이 제주국제공항 신활주로 준공식에 참석하기로 결정되자 대통령 경호를 위해 악천후 속에서도 강제로 수송되던 중 수송기가 추락해 벌어진 사고. 군대는 사고 잔해물과 시신을 그 자리에서 전부 불태우고 외부에는 대간첩훈련 중 사망했다고 보도하게 했다. (오마이뉴스.2007.03.13. SBS 2023년 3월 9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로도 방영)

1984년 4월 7일 최승균 소위 사망 사건 육군보병학교 최승균 소위가 교관들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사건. 훈련 도중 발목을 다쳐 행군에서 낙오되자 음식물 잔반통에서 얼차려와 구타를 당했고 밤새 구타를 당해 다음날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자 발에 밧줄을 묶어 거꾸로 매달고 다시 구타, 결국 사망한 사건. 관련자들 중 처벌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JTBC.2021.10.15. MBC 2022년 7월 15일 <PD수첩>으로도 방영)

1985년 2월 24일 제28보병사단 총기난사 28사단(동두천) 화학지원대 박 모 이병이 선임들의 가혹행위 끝에 총기를 난사, 8명이 죽고 4명이 부상. 당시 군대에서는 부대 장병들의 휴가와 외출을 막고 유가족에게 사건 현장을 보여주지 않았으며 유가족들끼리 연락를 하지 못하게 했다. 이 사건은 20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드러났다. (오마이뉴스.2005.06.22.)

1987년 12월 4일 정연관 상병 사망 사건 제3군수지원사령부(경기도 고양시) 11보급대대 정연관 상병이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를 찍었다는 이유로 구타당해 사망. 단순구타로 사건을 종결했다가 2000년이 지나서야 밝혀졌다. (동아일보.2009.10.09.)

2005년 1월 10일 육군 논산훈련소 인분 사건 육군 논산훈련소 이경진 대위가 화장실 청소가 깨끗하지 않다는 이유로 훈련병 192명에게 인분을 먹임. (MBC.2005.01.20.)

2005년 6월 19일 김일병 사건 530GP에서 김동민 일병이 내무반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 8명 사망, 2명 부상. 육군 군내 부조리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사건. (MBC.2005.06.19. ) 지금도 극우 유튜브에서는 이를 북한의 공작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2012년 4월 제1공수특전여단 전기고문 사건 제1공수특전여단 이 모 중사가 업무를 가르친다는 이유로 후임 하사의 입과 혀에 전선을 연결해 고문한 사건. 2014년에 밝혀졌다. (연합뉴스.2014.09.15.)

2011년 7월 4일 강화도 총격 사건 강화도 해병대 제2사단 김민찬 상병이 부대 안에서총을 쏴, 4명 사망, 2명 부상. 이유는 기수열외, 구타, 성추행. 이때 김 상병의 총을 빼앗고 상황을 진정시키려고 한 것은 권혁 이병 한 명 뿐이었고 나머지 선임병들과 간부들은 모두 숨거나 부대 밖으로 도망을 쳤다는 것이 알려졌다. (민중의소리.2011.07.07. 한국일보.2023.06.05)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이 문제의 원인은 체벌이 아니라 부적응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노컷뉴스.2011.07.12.)

2013년 7월 1일 김지훈 일병 자살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성남)에서 한지훈 중위의 지속적인 폭력과 괴롭힘으로 김지훈 일병이 자살한 사건. 이 사건이 보도되자 15비행단에서는 모든 문제의 원인은 김 일병이 정신질환 탓이라고 표현. (노컷뉴스.2015.05.23.)

2014년 4월 6일 28사단 의무병 사망(윤일병 사건) 이찬희 병장, 유경수 하사, 하선우 병장, 지정현 상병, 이상문 상병 등이 후임 윤승주 일병을 괴롭히고 구타한 끝에 사망케 한 사건.

2014년 6월 21일 22사단 총기난사 사건(임병장 사건) 임도빈 병장이 부대 내에서 총기를 난사, 5명 사망, 9명 부상.

2014년 6월 해병대 1사단 가혹행위 포항에 있는 해병대 1사단에서 전 모 일병이 화장실 청소가 제대로 안 되었다는 이유로 후임에게 소변기를 핥게 함. (연합뉴스.2014.08.07.)

2014년 7월 10일 이 모 씨 자살사건 경북 제2탄약창 경비2중대에서 근무하던 이 모 씨가 오랜 가혹행위 끝에 정신질환이 발병, 결국 전역 당일 자살한 사건. (동아일보.2014.08.04.)

2016년 2월 7일 철원GP 일병 자살 사건 선임병 네 명의 구타와 괴롭힘에 시달리던 일병이 총기로 자살. 1심에서 가해자 중 한 명만 벌금 300만원을, 나머지 셋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한겨레.2016.11.24. 연합뉴스.2016.12.25.)

2016년 9월 해군 헌병대 러시안룰렛 사건해군 헌병대의 한 상병이 총알 다섯 발이 들어가는 회전식 탄창에 총알 하나를 넣어 놓고 후임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장난을 지속적으로 해온 것이 발각. (YTN.2016.12.29.)

2017년 7월 19일 22사단 고필주 일병 자살 사건 부대 내에서 지속적으로 괴롭힘과 구타를 당하던 고필주 일병이 국군수도병원에 진료하러 가 자살. (경향신문.2017.07.20. 한겨레.2017.10.27.)


책임 회피, 책임 전가

1993년 6월 10일 예비군 훈련장 폭발 사건 경기도 연천 예비군 훈련장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화약에 불이 붙어 포탄이 폭발, 현영 장병 3명, 예비군 17명 사망. 이후 지금까지도 몇몇 정훈장교들이나 안보강사들이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예비군들이 오함마로 포탄을 내려치는 장난을 치다 일어난 사고라고 이야기하고 다닌다는 말이 있다. (KBS.1993.06.10. 동아일보.1993.06.11.)

1998년 4월 1일 제5공수특전여단 동사 사건 제5공수특전여단에서 행군 훈련을 하던 중 충북 영동군 민주지산에서 여섯 명이 저체온증으로 사망. (매일경제.1998.04.03.)

2005년 10월 27일 노충국 사망 사건 육군병원에서 위궤양으로 진단 받았던 노충국 병장이 전역 후 사망, 알고보니 위암이었던 사건. (2005.11.8.MBC PD수첩) 군의관의 진료 기록 조작도 발각되었다. (KBS.2005.11.05.)

2014년 9월 2일 제13공수특전여단 훈련 사망 사건 충북 증평에 있는 제13공수특전여단에서 포로체험 훈련 중 2명 사망, 1명 중상. (연합뉴스.2014.09.03.) 새로 도입된 훈련인데 충분한 사전 준비나 안전장치 없이 사람을 결박하고 얼굴에 복면을 씌운 채 방치하다가 질식사.

2015년 8월 4일 DMZ 지뢰 사건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에 하재헌, 김정원 두 하사가 발목을 절단한 사건. 군대에서는 각각 1억 원도 안 되는 두 사람의 치료비를 책임지지 않고 개인이 알아서 하게 두고서 희생을 기린다며 2억 원짜리 발목동상을 만들어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한겨레.2015.08.10. 중앙일보.2015.09.06.)

2015년 육군 형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발병 사건 군에 입대한 두 형제가 각각 부상을 입었는데 제때 치료하지 않고 꾀병이라며 방치했다가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발전한 사건. (프레시안.2015.12.08.)

2016년 에탄올 주사 사건 목 디스크를 앓고 있던 육군 병장에게 육군 청평병원 군의관과 간호장교가 에탄올을 주사해 왼쪽팔이 마비되고 호르너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갖게 됨. 국방부는 보상금 천만 원과 6개월 치료비 지원만을 제공랬고, 군 관계자들이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에게 언론에 제보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YTN.2016.09.23. 중앙일보.2016.08.16.)

2017년 8월 18일 제5포병여단 자주포 폭발 사고 강원도 철원 제5포병여단에서 훈련 도중 원인불명의 폭발이 발생, 3명 사망, 4명 부상.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두고 곡사포 제작사와 군대가 아직도 소송으로 다투고 있다. (오마이뉴스.2022.08.22.)

2017년 9월 26일 제6보병사단 사망 사고 진지공사 후 하산하던 이 모 상병이 훈련장에서 날아온 총알을 맞고 사망한 사건. (연합뉴스.2017.09.27. SBS.2017.10.09.) 책임자와 관리자는 모두 처벌되지 않았다. 

2019년 7월 4일 해군2함대 허위자백 사건 2019년 7월 4일 신원불상의 거동수상자가 탄약창에 다가오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소령이 사건을 덮기 위해 부하 병사(병장)에게 ‘그 수상자가 본인(병장)이다’라고 허위자백하게 하였다. (news1.2019.07.12.)

2023년 7월 19일 해병대 제1사단 채수근 일병 사망 사건 


의문사

1984년 4월 2일 허원근 일병 의문사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징집된 허원근 일병이 총상을 입고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것이알고싶다 913회(2013.10.12. 방영) 요약본)

1998년 2월 24일 김훈 중위 사건 판문점 벙커 안에서 김훈 중위가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 군대 내 의문사 중 대표적인 사건. (그것이 알고싶다 934회(2014.04.05 방영) 요약본)


성범죄

2010년 7월 해병대 사령관 성폭력 사건 해병대 2사단 사단장 오 모 대령이 운전병 이 모 상병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사건. (경향신문.2010.07.23.)

2012년 10월 제15보병사단 성추행 자살 사건 15사단 노승원 소령이 여군 오혜란 대위에게 지속적으로 성희롱, 성추행을 가해 오 대위가 자살한 사건. (오마이뉴스.2014.03.24.)

2014년 10월 송유진 소장 성추행 사건 제17사단 사단장 송유진 소장이 여군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했음이 밝혀져 헌병대에 체포되었다. 성범죄로 구속된 최초의 장성. (SBS.2015.03.31.)

2017년 5월 24일 성폭력 피해 해군 대위 자살 사건 해군 대령이 후임 여군 대위를 석 달간 지속적으로 성폭행, 결국 해군 대위가 충남 계룡시에서 자살한 사건. (한국일보.2017.05.25.)

2018년 3월 14일 72사단 성폭력 사건 육군 72사단 사단장(준장)이 여군을 자신의 차에서 성추행하였음이 군인권센터를 통해 밝혀졌다. (미디어오늘.2018.07.08.)

2021년 5월 21일 이예람 중사 자살

2021년 7월 12일 해군2함대 여군 중사 자살 상관(상사)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해온 여군 중사가 자살. (연합뉴스.2021.08.14.)

2021년 11월 공군 병사들의 성추행 문서 사건 공군 제8 전투비행단 소속 병사들이 ‘계집파일’이라는 이름으로 여군들의 신상을 모으고 성희롱 발언을 작성하고 공유 한 것이 2023년에 밝혀졌다. (한겨레.2023.05.22.)


갑질

2017년 박찬주 대장 갑질 사건 육군 대장 박찬주와 그 부인 전성숙이 오랜 기간 공관병들에게 갑질과 가혹행위를 해왔음이 2017년 7월 31일 군인권센터를 통해 폭로되었다. 법원은 박찬주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 전성숙에 대해서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박찬주는 군인권센터를 두고 삼청교육대에 보내야 한다고 말해 또논란을일으켰다. (모바일한경.2019.11.04.)


군기문란, 하극상

1984년 6월 26일 조준희 일병 월북 22사단 조준희 일병이 부대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총기를 난사한 후 월북하였다. (연합뉴스.2005.06.23.)

2012년 10월 2일 북한군 노크 귀순 사건 북한군 육군 중급병사 한 명이 22사단 철책을 넘어 귀순한 사건.

2017년 12월 22사단 음주 논란 22사단 병사 일곱 명이 초소 등지에서 경계근무 중 종종 음주를 하고 이를 촬영(인증샷)한 것이 밝혀졌다. (MBN.2018.03.12.)

2020년 4월 1일 중대장 야전삽 폭행 사건 경기도 모 부대의 상병이 일이 힘들다는 이유로 중대장(여성 대위)을 야전삽으로 폭행한 사건. (한겨레.2020.04.20.)


비인권적인 행위

2017년 4월 13일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의 동성애자 군인 색출 지시 한국 기독군인연합회 회장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에 처벌 하라고 지시 하고 이 과정에서 비 인격적이고 반인권적인 수사가 이루어졌으니 군인권센터를 통해 폭로되었다. (한겨레.2017.04.13.)

2021년 3월 3일 변희수 하사 자살


수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군대 그리고 군대 문화의 개혁을 실패한 것이 군대만의 문제인지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다. 한국 군대는 스스로를 돌아 보고 자정할 수 있는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군대라는 것 자체가 무력을 다루는 집단이고 규율과 통제가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곳인 만큼 어느 정도의 부작용은 예상하고 그때그때 처벌을 제대로 하면 된다고. 하지만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처벌은 처벌 대로 중요한 것이고 애초에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끔 문화와 제도를 정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가 비단 한국 군대 많이 문제는 아니다. 전세계 어느 군대를 다 살펴 봐도 이와 비슷한 문제들은 많건 적건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우리는 더 이상 이런 문제들을 개인의 윤리적, 법적 책임만으로 한정 해서는 안 되며, 군대라는 조직에 대해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최근 해병대 고 채수근 일병의 사망과 관련하여 국방부 장관과 사단장의 수사 외압 의혹 그리고 이에 대한 폭로가 연일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무리한 지시를 한 간부들을 일벌백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2의 채상병 제3의 채상병이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해병대 간부들과 사단장, 국방부 장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당연한 것이고 이와 더불어 새로운 군대 문화 새로운 군대에 대한 우리 모두의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진전된 논의가 없다면 우리가 징병제를 하건 모병제를 하건 안타까운 죽음은 계속 될 것이다. 군대와 무기가 필요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오면 너무나 좋겠지만 그런 세상이 언제 올지는 알 수 없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가 다 같이 군대라는 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찰을 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저는 변화된 사회와 세대에 발맞춰 군대 내 민주화는 더욱 더 확립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자정이 가능할 것이라 봅니다.

수많은 사건사거들이 있었네요. 항상 '군대가 그렇지 뭐'하고 넘어왔던 것이 현재까지도 개선되지 못하도록 만드는 생각이 아니었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유튜브에서 국뽕 영상을 보면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을 말하며, 한국사회는 비판적 사고의 자유가 있어 선진적이고 그런 문화 콘텐츠를 만들 수 없는 나라는 후진적이라고 말하는데, DP의 '재현'은 '하이퍼 리얼리즘'이고, 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말할 자유는 어느정도 있을지언정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은 사회라고 해야 할 지...
"이게 군대에서 말하는 사람이다. 부끄러움을 모른척하는 것, 내 생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 뻔뻔해지는 것, 이게 군대에서 만드는 사람일 것이고,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일지도 모른다."를 읽으니 아찔하네요. 군대가 만드는 '사람', 군대에 있는 사람, 군대가 지키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어야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군복무 할 때에도 사고가 있었는데요. 옆 부대에서 훈련 중 장갑차 사고 때문에 사망했고, 저는 그 병사 장례식 준비를 했습니다. 본문처럼 어떤 부조리로 인한 사고는 아니었습니다만, 해당 사건이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의무복무는 했지만 군대라는 이 특수한 집단을 어떻게 봐야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건 사고 목록을 정독한 후에 글 윗부분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몸도 마음도 갈리고 갈려서 더 이상 저항할 힘이 없어져서 자신의 불편함에도 입을 다물고, 자신이 듣고 본 불의와 불합리를 작고 사소한 일처럼 넘어가게 되는 것’이라는 문장이 참 속상하면서도 공감이 많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