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경험이 다른 결과를 도출하더라도
<한국의 대화>라는 콘텐츠에 참여하게 되었다. 사전 설문조사에서 10개 문항에 답변을 달았는데, 서로 답변이 다른 사람과 매칭되어 대화를 나누는 콘텐츠였다. 대화 장소에 도착하기 전, 큰 부담을 안은 채 계단을 올랐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더군다나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낯을 많이 가리는 나에겐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계단을 올라 대화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신기하게도 떨림는 마음의 일부가 설렘으로 전환되었다. 청년활동을 하면서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주로 만났는데, 이곳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일상에서 청년층과 노년층이 한 공간에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마주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생소한 광경을 통해 설렘의 마음이 생겼을지 모른다.    나는 나이차이가 꽤나 있어보이는 분과 매칭되어 대화를 나눴다. 약 세가지 질문에 대한 대화를 나눴는데 첫 번째는 “회사가 어려운 상활일지라도 노동조합이 파업하는 것에 동의하나요?”라는 질문이었다. 나는 평소에 노동조합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활동또한 하고 있다. 파업은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에 더 이상의 대화가 필요없다고 느끼는 주제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의견은 밖에서 상황에 따라 숨겨진 적도 있었다. 근무처에서 기관장이나 사업주, 직책있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다보면 노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악마’라고 표현하는 모습도 꽤나 발견했다. 그래서 어느정도 나이가 있고, 직책있는 사람들에게는 ‘노조’활동을 한다든지, 파업에 찬성한다는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나와 대화하는 파트너분도 ‘파업에 동의하느냐’라는 질문에 ‘아니다’라는 답변이 체크되어 있었다. 답변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곧바로 집으로 가고 싶어졌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노조’나 ‘파업’에 대한 의견을 내세우면 존중받지 못하고, 오히려 부정당하기 빈번했다.   대화파트너는 나에게 먼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우리가 평소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고, 연결지점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화를 나눴기에 평소보다 더 솔직한 마음을 내비췄다. 내 이야기를 한참 들어주시더니, 상대방은 잠시 생각하더니 ‘사실 저도 젊었을 때 철도쪽에 일하며 노동조합 활동을 한적 있어요..’ 라고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우리의 의견이 다르다는 것보다 같은 경험을 했다는 것에서 위안을 얻었다. 비슷한 경험을 해봤다는 것에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결론적으로 다르게 파생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대화파트너는 노동조합을 하는 기간동안 노동자들의 입장이 주가 되지 않거나, 뚜렷한 제안 없이 목적이 수단이 되는 지점을 느낀 후 많은 고민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대화파트너는 파업에 반대하기보다 파업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거나, 그 과정을 통해 실망하여 그것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니다’를 선택했다고 느껴졌다. 이에 대화파트너에게 ‘우리는 서로 의견이 갈리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라고 이야기했고, 파트너분도 기다렸던 말이라는 듯 적극 공감했다.    우리는 살아가며 꽤 많은 의견이 갈린다. 선뜻 나와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과 마주할 때 두려운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나는 그것을 회피하거나, 대화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100인의 대화는 ‘그럼에도 우리는 같은 일상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번 쯤겪어봤고, 그 경험이 때로는 다른 결과를 도출하더라도 마주하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라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서로 다른 생각은 생각보다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는 것! 대화하다보면 결국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구나 라고 느낄 수 있는 것! 이러한 작은 대화가 결국 연결하는 세상을 만든다는 기분 좋은 교훈을 얻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 <한국의대화>행사 안내    👉 관련 기사  [한겨레] 68살·32살 대화 실험…생각 바꾸진 못해도 이해는 되네  [한겨레] 생각 다른 23쌍의 1대1 대화…세상 바꿀 실마리 될 수 있을까  <한국의대화>의 상세한 내용과 결과는 오는 10월 11일 제 14회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2 한국의대화 Korea Talk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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