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무엇이 내 지갑을 얇디 얇게 만드는가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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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는 활동가

사진출처 = 캔바


물가가 ‘겁나게’ 올랐다. 식자재, 과일, 외식비 등 전반적 물가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올라버렸다. 뉴스 기사를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만에 2%대로 떨어진 2.9%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일반 시민들이 물가 상승 둔화를 체감할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외식, 장보기가 겁나는데.  물가 상승률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올해 4월 생활물가지수는 작년 대비 3.5% 상승했다. 농축산물 등 과일, 채소, 식자재 가격이 고공상승을 하기 때문에 외식비도 오르는 것이다. 

생활물가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가격도 오르고 있다. 쿠팡,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등 대표적인 온라인 플랫폼의 멤버십 요금을 다달이 지불하는 이용자들은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자동결제라 인지를 못하고 있었다면, 지난 1년 전과 비교하여 구독 서비스 가격을 비교해 볼 것을 추천한다. 대표적으로 유튜브 프리미엄은 10,450원에서 14,900원으로 약 40%, 쿠팡 와우 멤버십은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약 60%가량 올랐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쿠팡이 쏘아올린 플랫폼 기업의 생존전쟁
해외 플랫폼 기업의 가격 인상 건은 차치하고, 가장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요금 현황만 짚어보자. 지난 4월 13일, 쿠팡이 와우 멤버십 서비스 가격을 60% 가까이 인상했다. 기존의 4,990원이던 멤버십 요금을 7,890원으로 인상한 것이다. 쿠팡은 자신만만했다. 지난해 흑자로 전환한 데에 이어 충성 소비자를 꽉 잡고 있으니 거침이 없었다. 총선 이전에 쿠팡이츠에 ‘무료배달‘ 서비스를 도입하며 음식배달 플랫폼에 가격전쟁을 시작했다. 이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울며 겨자 먹기로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다 총선 직후인 18일만에 쿠팡이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 뒤통수를 친 것이다. 

쿠팡은 쿠팡이츠 무료배달 정책으로 맞은 손실을 멤버십 요금으로 메꾸고자 했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는 음식 배달 외에 다른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어디서 출혈을 메꿀지 치열하게 고민 중일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매우 높은 확률로 플랫폼에 입점한 배달 점주들에게 기업 손실이 전가되고, 이후에는 소비자들에게 높은 사용료가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다. (주간조선, 2024.05.03)

현재 쿠팡이 쏘아 올린 온라인 플랫폼 업계 가격경쟁에 여러 앱마켓이 소비자 끌어들이기를 위해 참여하고 있다. 네이버, G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 플랫폼들이 너도나도 당일배송, 무료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낮은 가격에 경험할 수 있도록 대폭 행사 중이다. 

플랫폼 전쟁의 끝은 시장 독점
4월 총선 전, 음식 배달 플랫폼들의 가격경쟁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그러나 요즈음의 앱 마켓 경쟁(같은 전쟁)은 다소 심각해 보인다. 그 후폭풍이 어떨지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은 무언가 새로운 ‘정책’이라며 기존의 서비스들을 묶음 판매할 것이고, 그로 인해 높은 수수료가 책정될 것이다. 기업이 가격을 정하면 소비자는 돈을 내야 한다. 스포츠 생중계, 음식 배달 등 기존에 플랫폼의 영역 밖에 있던 서비스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플랫폼이 구축해 놓은 디지털 시장 인프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앱 마켓이 깔아놓은 판은 빠져나오기 힘들다. 더 구체적으로는 ‘당일 배송, 새벽 배송, 즉시 배송’과 같은 서비스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빠른 속도와 앱 구조에 너무나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비스에 적응한 소비자들은 구독을 끊지 못하고 기꺼이 - 혹은 어쩔 수 없이 - 멤버십 요금에 지갑을 연다. 기업의 목표는 ‘성장’이고,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최종 목적지는 ‘시장 독점’이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게는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한정된 소비자를 최대한 자사로 끌어들이는 미션이 주어진다. 

물가는 ‘원래’ 오르는 게 아니다
다시 물가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덮쳐오는 물가 상승의 파도 속에서, 무엇이 나의 지갑을 지속적으로, 또 ‘의도적으로’ 얇게 만드는가. 식자재 물가 상승의 원인을 짚기는 어렵다. 유통과정이 복잡하고 분쟁, 환율 등 국제적 요인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식량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해결책을 내기도 어렵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요금 인상은 맥락이 다르다.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유통은 기업 확장과 성장률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유튜브가 영상 콘텐츠와 연관 없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 ‘확장’하고, 쿠팡이 앱 마켓과 연관 없는 음식 배달, OTT 서비스 등으로 ‘확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초기에 의도적으로 적자를 내더라도 소비자를 끌어들인 후 안정권에 진입하면 서비스 이용료를 올리는 것이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통상 전략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일상 중 많은 활동이 디지털 시장의 ‘상품’으로 변한다. 기업의 서비스가 편리함으로 삶의 질을 높여주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여러 긍정적인 부분도 물론 있다. 그러나 입구는 있지만 출구가 없는 서비스를 과연 ‘선택’이라고 볼 수 있을까. 

오늘날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시장은 말 그대로 요동치고 있다. ‘불만 있으면 안쓰면 그만’의 태도는 과거의 일이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 일상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플랫폼에 입점한 수많은 상인들의 생계를 쥐고 있다. 

서비스 요금은 ‘그냥’ 오르지 않는다. 철저히 기업의 관점에서, 기업의 전략에 따라 오른다. 성장은 무한할 수 없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가격 경쟁, 그다음 행보는 과연 우리의 모습을 얼마나 바꾸어놓을까. 우리는 과연 얼마나 대비가 되어있나.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에 잡아먹히지 않을, 서비스의 ‘도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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