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SNS는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는가?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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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NS는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는가?



  현재 우리 사회의 갈등은 이념, 세대, 노사, 젠더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표출되고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회에서 갈등의 발생은 필연적이지만, 현재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사회 갈등의 정도는 매우 심각하고 만성적입니다.

  한편 이러한 사회 갈등을 SNS가 증폭시키고 확산하고 있다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서울연구원에서 발간한 『서울시 사회갈등 이슈 진단과 정책 시사점』에서는 세대 가치관의 차이가 남녀 간의 가치관의 차이와 중첩되는 20~30대에서 심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밀레니얼 세대의 젠더갈등은 일상생활 영역에서는 물론이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등을 통해 확대 증폭되고 변형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보고서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비대면 소통의 증가가 정보를 편향적으로 습득하거나 끼리끼리 소통함에 따라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를 적대시하거나 아에 대화자체를 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면서 디지털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공론장 활성화를 통해 나타나는 민주주의의 긍정적 측면과 동시에 혐오와 갈등이 심화되는 부정적 측면이 현재 한국 사회를 ‘디지털 갈등사회’로 규정짓게 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조정열 교수는 SNS 발전과 사회갈등에 관한 연구에서 SNS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인 탈맥락화¹, 집단극화², 자기정당화³라는 이론적 개념을 활용해 실제로 SNS가 사회 갈등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증했는데요. 연구 결과 SNS 사용의 증가와 사회갈등에 대한 인식의 확대 사이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와는 무관하게 연구모델로서 사용한 SNS 커뮤니케이션의 세 가지 특징에 대한 개념은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각 특징들의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


‘탈맥락화(decontextualization)’는 표정, 몸짓, 목소리, 맥락 등이 사라지고 메시지 자체만이 전달되는 현상으로 전후 문맥은 빼버리고 독자를 자극할만한 문구만을 부분 인용하는 사례는 주로 정치성향이 강한 언론에서 자주 쓰였는데, SNS 논쟁에서는 더 많이 자주 활용됩니다. SNS에서 쓰이는 뉴스콘텐츠는 필연적으로 탈맥락화의 과정을 거치는데 해당 뉴스 기사에 대한 전달자의 의지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집단태도극화(group polarization)’는 나와 같은 성향의 의견의 사람과 함께 있으려는 욕구 혹은 성향인 homophily가 특히 SNS 소통방식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는데, 혼자일 때보다 내 편과 함께 있을 때, 그리고 동질적인 집단에 속해 있을 때, 생각과 표현이 강경해지기 쉬워지게 됩니다. 이때 집단태도극화가 나타나게 됩니다. 

 ‘자기정당화(self-justification)’는 스스로의 판단을 합리화하는 심리적 습관을 말합니다. 대화나 토에서 의견을 표현하고 나면 기존의 태도를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SNS 이용자가 아닌 알고리즘 시스템이 갈등을 증폭시킨다?

  국민일보의 알고리즘 관련 탐사보도 1편 ‘극단의 광장에 갇힌 사람들(2020. 12)’에서는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한 극단화 현상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해당 기사에서는 보수, 진보 성향의 유튜브 채널 이용자가 해당 영상을 시청한 다음 어느 채널로 이동했는지 이동 경로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보수 채널 영상을 본 유저들은 또 다른 보수 채널로, 진보 채널 영상을 본 유저들은 또 다른 보수 채널로 이동하는 등 양극화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이는 자신과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만 소통하면서 점차 편향된 사고를 갖는 ‘에코 체임버’ 현상이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전통 언론 보다 이념적 편향성이 높은 개인 채널, 대안 언론 등의 영상이 더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통 언론은 이슈가 터지면 이를 단순히 전달하는 형태가 많았습니다. 반면 인터넷 매체나 개인 채널은 이를 바탕으로 해석하고 주관적 감정을 지속 배출하는 식으로 영상을 가공하고 있음을 밝히며 이러한 방식은 유저들에게 진영 논리를 지속 주입하는 기제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지적합니다.

  해당 기사는 앞에서 살펴본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이라던가, SNS 이용에서 극대화되는 집단태도극화, 자기정당화와 같은 인간 본성의 문제가 아닌, SNS 시스템 중 하나인 알고리즘 문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는 증오의 증폭제? : 테러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인종 차별적인 행동은 변화하는가?

   SNS가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가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출처: Catalyst of hate? Ethnic insulting on YouTube in the aftermath of terror attacks in France, Germany and the United Kingdom 2014–2017)

  이 연구에서는 서유럽의 테러 사건 이후 특정 종교와 민족에 대해 인과관계를 부여함으로써 인식적 차별, 혐오, 증오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을 소셜 미디어가 촉진하고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즉 현실 사건에 대해 소셜미디어가 증오 및 혐오를 증폭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분석합니다.

  연구진은 선행연구의 결과를 인용하면서, 소셜미디어의 에코챔버 효과(반향실 효과)와 익명성이 강조되는 환경이 종종 극단적인 의견을 촉진시키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익명성이 강조되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소셜 미디어의 온라인 환경이 증오 표현 의향을 높이고, 이념적 견해가 다른 그룹 간의 충돌을 발생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인데요. 이를 밝히기 위해 유튜브를 전략적 연구장소로 설정했다고 합니다.

  이 연구에서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서유럽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 이후 인종 차별적 발언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지, 테러 공격 전·후에 소셜미디어에서 인종 차별적인 행동이 변화하는지를 조사했는데요. 이를 위해 유튜브 개별 사용자의 ‘댓글 혹은 좋아요’ 데이터를 사용하여 인종 차별적인 발언의 개별 수준 변화를 조사했습니다.

  연구 결과 테러 공격 이후 이민 관련 주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증오 발언이 비례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주목할만한 결과는 혐오나 적대적 발언의 증가가 일반적인 사용자의 행동변화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였다는 것입니다. 테러 이전에 댓글을 단 대부분의 사용자는 사건 이후 댓글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혐오적 사용자들이 토론에 참가하여 댓글을 달면서 집단적인 혐오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점입니다. 즉 개인의 변화보다는 인구 구성의 변화(혐오적 사용자 증가)가 집단적인 경향을 변경시키고 있었습니다.

  연구의 시사점

  이 연구는 SNS가 갈등을 촉진하고 있다고 밝힙니다. 특정 이벤트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거기에 비례해 혐오 발언이 증가하는 것은 예상 가능한 결과로 보입니다. 그러나 혐오에 대한 집단적인 경향을 형성하는 것이 적대적 사용자가 등장하면서 시작된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이 연구의 결과를 놓고 보자면, 갈등과 관련된 SNS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선 혐오 발언을 제재하고 그러한 발언을 하는 사용자를 퇴출 시키는 방식이 주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혐오, 인종차별적 댓글이 자주 노출되게 되면, 일반 사용자들이 그러한 댓글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나가며..

  지금까지 SNS와 사회 갈등의 관계에 관한 글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SNS 활동의 특성들 혹은 SNS 알고리즘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확산하고 증폭시키는데 얼마나 기여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SNS는 단순히 현실의 문제, 인간의 본성과 편견 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일 뿐 SNS는 잘못이 없는것일까요? 혹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SNS를 이용해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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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말씀하신대로 인터넷은 편향적 정보의 습득이 너무 쉬운 공간이니 더 많은 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도구가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다루는 사람이 목적을 달리한다면, 그건 언제든 흉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흉기가 될 수 있는 도구에는 규제나 규칙이 있는 것이죠. sns도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SNS의 긍정적인 면을 미디어에서 많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알고리즘의 문제에 관한 이야기도 긍정적인 이야기만큼이나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혐오표현이 너무 SNS상에서 무분별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 역시도 문제이죠.

SNS가 사회 갈등 증폭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다만, SNS가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인지,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길 원하는 사람들이 SNS를 의도에 맞춰 사용하는 것인지 고민이 드네요. 혐오와 차별이 만연하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SNS에서 사회 갈등이 증폭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다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한 공간이 마련되면 좋겠네요.

최인숙 비회원

SNS의 알고리즘과 늪에 대해 깊이 사고할 자극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귀한 글 작성해주셔서 배움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SNS가 사회적 갈등, 특히 노골적인 혐오를 증가시킨다는 것은 일상적으로도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적대적/혐오적 사용자의 증가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상당히 위험하네요. SNS가 지닌 소통의 기능은 발휘되지 못하고 혐오 확산의 기능만 강화된다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혐오 발언을 제재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소통이 이루어지는 장으로서 발휘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운영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해보입니다. (캠페인즈가 좋은 사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