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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론과 동물권리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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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齊法)’은 법과 멀어진 대중들이 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된 법이 무엇인지 토론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출처: Unsplash)

오늘날 동물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과거와 확연히 다릅니다. 종교나 건강을 이유로만 행해지던 비거니즘이 이제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었고, 반려동물은 삶을 함께하는 가족이 되었으며,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놀이가 아니라 학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이제 동물에게 권리를, 즉 동물권을 인정하자는 사회적 담론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기후위기가 심화하고 생태주의가 대두되면서 동물권 담론은 일부 활동가들의 급진적 주장을 넘어 다수 시민의 법제화 요구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동물권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입니다. 동물권이 인권의 확대인 것은 분명 아닙니다. 토끼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거나, 호랑이에게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은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동물권을 정당화하는 별도의 사유가 필요합니다. 결국 어떤 사유에 기반해 동물권을 인정하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채택하는 사상에 따라 법의 양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물의 도덕적 지위를 주장하는 동물 윤리 사상에는 다양한 흐름이 있지만, 현대의 법체계에 적용할 수 있으면서도 널리 인용되는 흐름으로는 동물복지론동물권리론이 존재합니다. 두 사상은 모두 인간의 이익을 위해 동물에게 필요 이상의 고통을 가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이는 오늘날 동물권 운동의 핵심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둘은 구체적인 논지에서 크나큰 차이를 보입니다. 실제로 동물권을 법적 차원에서 확립하고자 할 경우에도 둘 중 어디에 근거를 두느냐에 따라 내용과 구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동물복지론과 동물권리론 중, 어떤 사상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본 글의 목적은 동물복지론과 동물권리론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직접 자신의 입장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습니다. 따라서 각 입장의 내용을 매우 간략하게 축약했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오류가 발생했을 수 있습니다. 글의 내용 중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알려주세요!


동물복지론의 입장

피터 싱어(Peter Singer, 1946~)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철학자로, 윤리학의 대상을 동물로 확대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인물로 꼽힙니다. 싱어는 공리주의에 근거하여 동물을 도덕적 고려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러한 접근을 동물복지론이라 부릅니다.

공리주의는 19세기에 제레미 벤담, 존 스튜어트 밀 등의 철학자에 의해 제창된 윤리학 이론으로, 쉽게 말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끌어내는 행위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입니다. 행위의 동기나 과정이 어떻든, 결과적으로 행복의 총량만 커진다면 도덕적으로 옳다는 것이죠. 이는 유색인종도, 여성도, 장애인도, 빈민도 동등한 도덕적 고려의 대상으로 삼아야 함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수많은 차별의 벽을 깨부수는 사상이었습니다.

싱어는 공리주의를 철학적 기반으로 삼아 동물의 권리를 인정합니다. 그는 공리주의에서 인간종 내에서의 경계뿐 아니라 ‘종species’의 경계까지도 허물 것을 주장했습니다. 물론 인간과 비인간 동물 간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지만, 이들은 모두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동등하게 도덕적 고려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동물복지론의 입장에서는 공장식 축산업과 동물 실험, 미용(화장품, 의류) 목적의 동물 착취를 반대합니다. 이로 인한 비인간 동물의 고통이 극심한 데 비해 인간의 이익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동물 착취 관행을 멈추고, 복지형 축산을 확대하고 윤리적 채식주의를 실천함으로써 비인간 동물이 겪는 과도한 고통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행복의 총량이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물복지론의 접근은 다양한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우선 동물복지론이 중시하는 것은 행복의 총량이기 때문에, 전체의 행복이 증가할 수 있으면 개별 개체의 희생을 충분히 정당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존재합니다. 아무리 동물의 복지를 신경 쓴다고 해도 결국 인간의 이익을 위해 비인간 동물이 수단화될 수 있다면 합당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한, 인간이 비인간 동물의 고통을 감소시켜준다는 시혜적 관점의 철학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혜적 접근의 경우 인간과 비인간 동물 간의 수직적 관계가 이어지게 되고, 따라서 종차별주의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독일은 동물복지론에 근거하여 동물권을 법제화한 대표적인 국가입니다. 2002년, 독일에서는 “국가는 미래세대의 관점에서 생명의 자연적 기반과 동물을 보호할 책임을 갖는다”는 조항을 명시한 헌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동물자유연대, 2008.10.14.) 이는 비인간 동물이 지닌 가치 자체보다는 동물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국가의 의무를 강조한 조항으로 동물복지론의 입장에 가깝습니다. 


동물권리론의 입장

톰 레건(Tom Regan, 1938~2017)은 미국의 철학자로, 최근 논의되고 있는 ‘동물권’의 철학적 논의를 부상시킨 인물입니다. 레건은 의무론에 근거하여 동물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접근을 동물권리론이라 부릅니다.

의무론은 임마누엘 칸트로 대표되는 윤리학의 큰 흐름 중 하나로, 쉽게 말해 결과를 고려하는 대신 특정한 도덕 법칙에 따라 행위를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의무론자였던 칸트는 자신이 설정한 도덕 법칙을 ‘정언 명령’이라 이름 붙여 제시했고, 그중 하나가 ‘사람을 수단으로만 대하지 말고, 목적으로도 대하라’는 내용입니다. 이는 인격이 지닌 고유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죠. 이 같은 의무론적 접근은 근현대 인권 개념의 중요한 기반입니다.

레건은 의무론적 관점에서 동물의 권리를 인정합니다. 레건은 칸트가 중시했던 인격의 가치를 본래적 가치로 확대할 것을 제안합니다. 본래적 가치는 감정, 의지, 자기 동일성 등을 지닌, 즉 스스로 ‘삶의 주체’일 수 있는 존재에게 주어지는 가치입니다. 레건은 인간을 포함해 본래적 가치를 지닌 존재 모두를 수단화하지 말고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비록 급진적이고 장기적인 주장이지만,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을 없앴듯이 종차별을 없애기 위해선 비인간 동물이 지닌 고유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물권리론의 입장에서는 동물복지론이 반대하는 공장식 축산업, 동물 실험, 미용 목적의 동물 착취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육식 자체를 철폐할 것을 주장합니다. 이는 모두 본래적 가치를 지닌 비인간 동물의 생명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는 본래적 가치를 지닌 동물들에 한정됩니다. 어류나 파충류 등 삶의 주체가 될 수 없는, 따라서 본래적 가치를 지닐 수 없는 동물들의 경우 도덕적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동물권리론 역시 여러 비판점을 안고 있습니다. 먼저 앞서 언급했듯 권리를 지닐 수 있는 대상이 일부 동물로 한정된다는 점입니다. 레건은 구체적으로 ‘한 살 이상의 포유류’가 삶의 주체로서 본래적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삶의 주체’라는 기준이 모호하고, 따라서 본래적 가치를 지닌 동물과 그렇지 못한 동물을 구분하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비판이 존재합니다. 또한 지나치게 절대주의적이라는 비판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일부 지역에서는 척박한 기후 조건으로 인해 육식이 불가피할 수 있는데, 동물권리론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위스는 동물권리론을 기반 삼아 동물권을 법제화한 대표적인 국가입니다. 스위스는 1992년 국민투표를 거쳐 “연방은 모든 생명체의 온전성*과 인간, 동물, 환경의 안전을 존중하고 동, 식물종의 유전적 다양성을 보호한다”는 조항을 헌법에 포함했습니다.(법제처 세계법제정보센터) 이는 동물의 ‘존엄성’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동물권리론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원문에 적혀 있는 단어는 “Würde”입니다. 법제처 세계법제정보센터에서는 ‘온전성’이라 번역했으나, ‘존엄성’으로 번역하는 것이 더 일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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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리론에 근거해서 동물권 법제화가 이루어져야 해요
동물을 하나의 주체로 바라보는 동물 권리론에 조금 더 공감이 가기는 합니다만 몇몇 동물들에게만 한한다는 것, 동물들이 가지고 있다고 하는 권리가 사람이 생각하고 부여해 주는 것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더 관심가지고 담론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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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론의 한계, 동물권리론의 한계 둘 다 있더라구요. 철학적 방향으로는 동물권리론에 호감이 가지만, 그것이 '인간의 관점에 의한 동물의 권리'라는 비판에 유지가 쉽지 않고, 현실적 제안 및 실제화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좀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시급하게 제도화 해나가기에는 동물복지론의 관점이 실천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물권 활동가들이 활동할 때에도 피터 싱어의 논리에 기대는 것도 그러한 상황에 의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아직은 잘 모르는 상태의 짧은 생각입니다. 함께 공부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동물권리론에 근거해서 동물권 법제화가 이루어져야 해요

동물을 하나의 주체로 인정하는 동물권리론의 주장에 더 공감하게 됩니다.

동물권리론에 근거해서 동물권 법제화가 이루어져야 해요
'동물'을 '사람' 혹은 '나'로 바꾸어 생각하니 쉽게 고를 수 있던 것 같습니다. 글에서 언급해주신대로 지역적인 특성이나 한계는 고려해야겠지만, 동물권리론으로 마음이 기웁니다. 사실 복지나 권리나 인간이 동물에게 선사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미 그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을 우리가 뺏은 거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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