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IAEA 최종보고서, 제가 한 번 읽어봤습니다. (2편)
● 보고서 외적인 문제들 (7가지) 최종보고서를 읽으면서 보고서로만은 드러나지 않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음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보고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국 보고서 외적인 부분들을 살펴보아야 여러 맥락들을 통해 보고서의 내용 자체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보고서를 둘러싼 몇 가지 중요한 요소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1. 국제원자력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는 어떤 곳인가? 서울대 최무영 교수는, IAEA의 영문 단체명을 보면 ‘국제원자력기구’라는 번역은 맞지 않고, ‘국제 원자력 에너지 알선 단체(agency)’가 맞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IAEA의 헌장 제 2조에 보면, 아래처럼 나와 있는데요.  “세계의 평화, 건강 및 번영에 원자력 에너지의 기여가 촉진 및 확산되도록 노력한다. IAEA는 IAEA가 제공한, 국가가 IAEA에 요구한, IAEA의 감독 하에, 그리고 통제 하에 제공된 원조가 더이상 군사적 목적에 이용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처럼 IAEA라는 기구는 군사적 목적만 아니라면 원자력 에너지가 확산되도록 노력하는 기구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기구 성격상 원전사고가 미치는 인체의 영향이나 생태적 영향을 판단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애초에 그런 점들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기대가 아니었다 싶습니다. 보고서도 그런 관점에서 작성되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대한민국 외교부 소개자료) 2. 선수에게 심판을 맡기기? 2013년 후쿠시마 현장조사를 다녀온 IAEA 보고서에 오염수 '해양 방류'가 필요하다는 실무진의 의견이 처음 언급되었고, 2015년 후쿠시마 원전과 관련한 종합보고서에서는 이들의 의견을 인용하면서 "해양 방류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결론 맺고 있습니다. 이미 오래 전 해양 방류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해양 방류를 권고한 기구가 방류된 오염수를 검증하는 아이러니 입니다.  또한 10년 동안 IAEA의 사무총장을 지낸 아마노 유키야 직전 IAEA 사무총장은 이미 지난 2014년 3월 17일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오염수 일부를 바다로 버리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VOA. 2014.3.17) 현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사무총장도 이미 지난 2020년 2월, 후쿠시마 제1원전을 시찰할 당시 오염수의 해양방류에 대해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국제 관행에 부합한다"면서 "해양방류는 전 세계 원전에서 비상사태가 아닐 때도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프레시안 2020.02.27.) 즉 이는 선수에게 심판까지 맡긴 꼴이기에 이미 최종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결론은 정해져 있었던 것 아니냐는 우려들이 있었고, 이번에 그것이 현실이 되었음을 확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일본은 IAEA에서 세 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기도 합니다.    3. ‘다핵종제거설비’(ALPS,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라는 용어의 문제 단어 그대로 직역하면 ‘고도의(상급의, 뛰어난) 액체 처리 시스템’인데, ‘다핵종제거설비’라고 하니 마치 여러 핵물질이 제거된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하지만 서울대 최무영 교수는 ‘다핵종제거설비’라는 일본에서 온 말을 그대로 사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언어는 프레임을 만들고 사고를 지배합니다. IAEA를 ‘국제원자력기구’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지 않듯이, ALPS도 ‘다핵종제거설비’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4. 반복된 거짓말, 도쿄전력의 문제 도쿄전력은 이전에 여러 번의 심각한 거짓말을 했던 전력이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로 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렸는데(멜트 다운), 계속 숨기다가 결국 5년 만에 실토했습니다. 이런 엄청난 사태를 5년 동안이나 숨기다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2019년 다핵종제거설비 흡착필터 25개가 모두 파손되었는데 숨겼었고, 2021년에도 다핵종제거설비 흡착필터 25곳 가운데 24개가 모두 파손되었는데도 숨겼습니다.  현재 오염수 방류 문제의 핵심 중 하나가 ALPS라는 기계로 오염수를 정화시켜 방류한다는 것인데, 정화의 핵심인 필터가 대부분 손상되었는데 이를 두 번이나 숨겼다는 사실은 현재도 미래에도 도쿄전력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가 없음을 너무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쿄전력은 자국민들도 속였습니다. 지난 2015년 후쿠시마 어민들에게 보낸 답변서에 “어업자,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는 해양방류는 절대로 하지 않겠습니다.”,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어떠한 처리도 하지 않고, 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한 물은 발전소 부지 내의 탱크에 저장합니다.”라고 했지만, 결국 거짓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5. 전문가(과학자 포함)의 문제, 과학적 보고서의 허점 “과학자들은 6차 보고서가 작성되는 과정에서 과학자들이 작성했던 초안의 핵심 내용 중에서 기업들과 상류층, 기득권의 문제와 책임을 강조한 내용들이 빠지게 되었다고 분노했다. ‘과학적인 결론’에 정치적 이해관계를 개입시켜 기후위기의 진정한 위험을 희석시키고 기업의 이익과 정치 엘리트들의 책임을 은폐했다는 것이다.” (기후를 위한 경제학, 김병권) 기후과학자들의 경우 인간이 기후변화의 주원인이라고 보는 비율이 97%인 반면, 경제 지질학자들(화석연료 채취산업의 상업적 이용을 옹호하는 지질 연구에 종사하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47%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나오미 클라인)  즉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완전히 객관적, 중립적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의 말이라고 하더라도 그 전문가가 서 있는 위치나 그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등을 함께 고려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현재 원자력계에서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전문가는 극소수인데,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많은 방송에 출연하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로부터 오염수 방류 관련 국민 불안을 부추겨 어업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했습니다. 그럼에도 서교수는 굽히지 않고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YTN. 2023.06.05) 여기서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질문이 있습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찬성하면 그것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요? 아니면 그 반대일까요? 많은 경우에서는 다수의 의견이 진실에 가깝겠지만, 만약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평생 업으로 해왔던 일들이 사양산업이 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면 어떨까요?   6.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승소 판결, 다시 뒤집힐 위험성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금지에 대해 일본이 WTO에 제소했고, 1심에서는 기준치 이하로 안전한데 왜 검사조차 안하고 수입을 막느냐는 논리로 일본이 승소했습니다. 하지만 2심에서는 수산물 자체뿐 아니라 그 수산물을 둘러싼 생태와 환경을 고려했고, 한국이 인접국임을 들어 한국이 승소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2심에서 1심을 뒤집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오염수 방류를 한국이 허용하게 되면, WTO 제소에서 승소한 논리가 깨지게 됩니다. 따라서 일본이 수산물 수입 재개를 요구했을 때 반대할 명분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송기호 국제통상법 전문 변호사는 오염수 방류 다음 단계로 일본은 반드시 한국에 수산물 금지 조치를 해제하라는 압박을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미 일본의 압박이 시작되었습니다.  7. 과학, 과학적이라는 의미는? 물리학 박사 이종필 건대 교수는 경향신문 기고글에서 ‘과학적’이란 것이 무엇인지 설명합니다. “과학은 결과라기보다 과정이며 방법론이다. 보편성이 담보되려면 나 이외의 다른 누구라도 나와 똑같은 조건에서 똑같은 과정을 따랐을 때 똑같은 결과를 얻어야만 한다. 이를 흔히 재현 가능성이라 부른다. 따라서 과학활동의 기본은 ‘레시피의 투명한 공개’라고 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자기만의 레시피를 공공연하게 떠벌리기를 좋아한다. 그래야만 다른 사람들을 통해 자기가 얻은 결과의 보편성을 증명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특정 시료만 채취하고, 일본 장비를 투입하고, 친원전 단체가 검증에 참여하고, 과정이 불투명하고, 제3자 재현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일방적’이고 ‘비과학적’이라고 평가합니다. (경향신문 2023.06.15.) 현재 일본이 벌이고 있는 오염수 방류는 국제사회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저버림은 물론 국제협약도 위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런던협약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과거에 아이러니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1993년 10월, 러시아는 약 1천톤의 방사능 물질을 동해 인근 바다에 버리려다 일본에게 발각이 됩니다. 1천톤이면 일본이 방류하려는 방사능 양보다 1/1400밖에 되지 않는 양입니다. 일본이 러시아 선박을 쫓아가 강하게 항의했고, 결국 수산물 금지까지 하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폐기물 투지를 규제하는 해양오염 방지조약인 ‘런던협약(1972)’이 더 강화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바로 그 협약을 지금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습니다. 지금 일본 행태는 정말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 한국, 일본 국민들의 의견 한국이든 일본이든 국민들의 의견을 잘 수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요미우리신문과 한국일보가 5월 26일∼28일, 18세 이상 한국인 1000명과 일본인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한국 국민은 84%가 반대(찬성 12%), 일본 국민은 찬성 60%(반대 30%)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한국일보, 2023.06.15) 주목할 점은 어린 아이를 양육할 연령대인 30~39세의 반대(94.4%)가 가장 거셌다는 점과, 모든 세대 응답자 중 반감이 가장 덜했던 60세 이상에서도 73.3%가 반대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최근 윤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 조사에서 긍정 38.4%, 부정이 53%로 나왔는데, 오염수 방류 반대 국민이 84%인 점을 생각하면 윤대통령 지지자들 중에서도 일부는 방류에 반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2023.07.05.) 이후 일본 민영방송 JNN이 7월 1일과 2일, 전국 18세 이상의 일본 시민 12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찬성 45%, 반대 40%로 전보다 반대여론이 더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KBS, 2023.07.03)  일본 내에서도 방류 반대 여론이 찬성 의견과 비슷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중요한데요, 한국의 약 6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은 문제해결을 위해 아래 3가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1)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결사 반대한다! (2) 윤석열 정부는 해양투기를 단호하게 반대하고 국제해양법 재판소에 제소하라! (3)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포기하고 자국 내에 보관하라!   ● 글을 맺으며 최종보고서를 다 읽고 나니 다른 분들에게는 절대 읽으라고 권하고 싶지 않네요. ㅎㅎ 정부의 대응과 지금까지의 맥락, 그리고 보고서 외적 요소들을 모두 고려할 때 저는 이번 최종보고서는 일본의 입장에 서있는 편향된 보고서라고 판단합니다. 어떤 정책이나 결정에는 크고 작은 반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결정을 하더라도 공론장을 통해 토론이나 충분히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도 여전히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그렇게 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렇게나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다면, 설령 국민들의 판단이 과학적이지 못하더라도 납득할 만한 과정은 거쳐야 하는 것 아닐까요? 이해할 수 없는 많은 말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더 이상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라도 시급히 대응책을 찾고 실행하여 많은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는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전 글) 후쿠시마 오염수 IAEA 최종보고서, 제가 한 번 읽어봤습니다. (1편) https://campaigns.do/discussio...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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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IAEA 최종보고서, 제가 한 번 읽어봤습니다. (1편)
드디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최종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여러 논란을 잠재워 줄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지만, 여야 입장을 보면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저 같은 일반인들은 더 혼란스럽습니다. 지금까지의 대통령이나 정부 여당의 일본 입장에 기울어진 발언과 태도를 보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권위 있는 국제기구에서 나온 최종보고서는 문제가 없다고 하니 이 보고서를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종합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IAEA는 일본이 취한 ALPS 처리수 방류에 대한 접근 방식과 활동이 관련 국제 안전 표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한 IAEA는 현재 도쿄전력이 계획하고 평가한 바와 같이 처리수를 통제되고 점진적으로 바다에 방류하면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최종보고서 3페이지; 이하 페이지수만 언급) 그래서 이번 글은 한 명의 일반인으로서 최종보고서 전문을 직접 읽고, 여야 정치권과 전문가들이 평가한 주요 주장들이 정말 맞는지 아닌지를 살펴본 결과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물론 전문적인 내용들이 많아서 그런 부분의 옳고 그름은 판단할 수 없을 것이고, 일반시민의 상식적인 선에서 내린 판단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 보고서를 읽으면서 들었던 전반적 느낌 졸음을 이겨내며 알아먹기 힘든 용어들을 이해해보려 애쓰며 읽었습니다. 그래도 단락의 말미에 소결론을 내고 있어 대략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알 수 있었고, 쉽지는 않았지만 여야의 평가나 전문가들의 비판들이 정말 그러한지 어느 정도는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1. 예상한대로 전문용어들이 많아 알아먹기가 힘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문장입니다. 물론 새로운 용어가 등장할 때는 설명이 붙어 있어 더듬더듬 앞 페이지로 돌아가며 읽을 수는 있었습니다. “REIA에서 해양 RAP에 대해 계산된 선량률은 DCRL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OBT에 대한 추가적인 특정 고려가 필요하지 않습니다.”(74페이지)   2. 정작 제가 궁금한 내용이 별로 언급되지 않아 재미가 없었습니다. (1) 오염수 방류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인지. (2) 방류할 수밖에 없다면 정화작용을 하는 핵심장치인 (‘알프스’로 불리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성능은 어떤지, 정말 제대로 정화가 되는 것인지 (3) 이 보고서 작성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정화되기 전과 후의 오염수 시료 등이 제대로 된 것인지   3. 불필요한 내용들이 너무 많아 보였습니다. 위 두 번째 이유와 연결되는데, 정작 중요한 내용들은 별로 없고, 어떤 개념이나 원칙, 진행과정 등에 대해 상세한 설명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마치 할 말이 별로 없다보니 불필요한 여러 말들을 덧붙이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전문용어 외에도 이런 이유로 지루한 보고서였습니다.   4. 도쿄전력의 여러 대응과 조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단 하나도 없어서 오히려 이상했고, 더 신뢰가 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평가하더라도 열에 한 두 개 쯤은 부정적 평가가 나올법도 한데, 단 하나도 찾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도쿄전력이 보수적인 기준으로 잡았기에 신뢰한다는 식의 표현이 자주 등장하여 눈에 거슬릴 정도였습니다. (‘보수적’이란 표현 31회 등장) “이전에 도쿄전력이 채택한 접근 방식은 비현실적인 방식으로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는데, 태스크포스의 피드백을 고려한 후 적절히 보수적인 대안이 채택 되었습니다.”(63페이지) 특히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바람에 IAEA의 태스크포스가 그러지말라고 피드백 하여 적절히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하는 위 문장은 매우 부자연스러 보이기도 했습니다.   ● 보고서를 읽으면서 가장 의문스럽고 이상했던 점들 1. 일본의 용역에 충실한 보고서? 이미 결정을 내리고 검토한 보고서? “이 결정이 내려진 직후 일본 정부는 국제 안전 기준에 대한 일본의 정책 이행에 대한 독립적인 안전 검토를 IAEA에 요청했습니다.”(3페이지) 우선, 일본 정부가 안전 검토를 요청해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조금 이상합니다. 일본의 결정이 국제법이나 IAEA의 방침에 어긋난다면 사전에 검토를 했어야 했을텐데, 이미 일본은 방류를 결정했고 그 이후 IAEA에 안전 검토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앞뒤가 맞지 않아 보였습니다.   2. 국제기구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방어적 모습의 IAEA “본 보고서에 표현된 견해가 반드시 IAEA 회원국의 견해를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보고서에 포함된 정보의 정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지만, IAEA와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첫 페이지) “GSG-9 [9]는 (중략) 원자력 안전은 국가적 책임이므로 일본 정부가 결정할 사항입니다.”(25페이지) 해당 보고서 사용의 결과를 책임지지 않겠다니! 국제기구의 신뢰와 위상을 의심케 합니다. 또한 그 책임을 일본에게 돌리고 있어 더욱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에 저장된 처리수의 방출은 일본 정부의 국가적 결정이며, 이 보고서는 그 정책을 권고하거나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4페이지) 또한 IAEA 사무총장 서문에서도 위와 같은 문장이 등장합니다. 그로시 총장의 말과 달리 그의 행보는 일본의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직접 일본에 찾아가 총리와 면담을 하고, 최근 한국 방문 시 인천공항에서 시위자들과 맞닥뜨리면서 “~내가 여기 온 것도 아마도 많은 이들이 가진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BBC 'IAEA 사무총장 "보고서에 전문가 이견 없었고, 일본에 편향된 것도 아냐"' 이 말대로라면 방류는 전적으로 일본 책임이며, 방류를 찬성하는 사람들도 IAEA가 일본의 정책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 보고서를 찬성의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고서의 아래 문장도 이를 지지합니다. “일본 정부가 IAEA에 ALPS 처리수의 해양 방류에 대한 관련 국제 안전 기준의 적용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일본 정부의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 제출되었습니다. 따라서 현재 IAEA 안전성 검토의 범위에 는 일본 정부가 수행한 정당화 절차의 세부 사항에 대한 평가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25페이지)   “국제 안전 표준을 적용할 때 원칙과 기술적 고려 사항은 국가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7페이지) 국제 기준이라는 것이 일관되게 일률적으로 적용이 되어야 할텐데 국가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 말은 ‘일본은 큰 핵사고가 있었으니 그 기준에 맞게 기준을 완화할 수 있다.’라고도 해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IAEA의 이런 태도는 평소 잘 알려진 이 기구의 주요 기능, 즉 핵사찰 때의 모습과는 전혀 딴판으로 보입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2004)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 레이저를 이용한 우라늄 농축 실험(2000)에 성공한 사실이 IAEA의 사찰에서 밝혀지면서 난리가 난 적이 있습니다. 핵사찰을 하던 IAEA와 안전과 생태환경을 점검하는 IAEA는 완전히 달라 보입니다. “한국은 안보리에 회부되어 제재를 당할 위기에 처했고, 미국, 영국, 프랑스 등 핵심 우방국들조차 한국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려고 시도하자 우리 정부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했고 일본과 독일의 지원으로 간신히 '불량국가'의 오명은 피할 수 있었다. (천영우 지음 『대통령의 외교안보 어젠다』)” 출처: SBS '[뉴스쉽] 자체 핵 무장? 그 전에 생각해봐야 할 것들' 3. 직접 검증하지 않고 일본이 제공한 문서를 검토했다니! “IAEA는 주로 도쿄전력, 원자력안전위원회, 경제산업성이 제공한 문서를 분석하고, 검토 임무를 수행하여 의문 사항을 명확히 하고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검토를 진행했습니다.”(11페이지) 전례가 없는 이렇게나 중요한 조사와 검증작업을, IAEA는 직접 검증한 것이 아니라 일본이 제공한 문서를 바탕으로 검토했다는 점이 믿어지지 않았고, 너무 이상했습니다. ● IAEA 최종 보고서에 대한 여야의 입장 대통령실은 원자력 안전 분야의 대표적 UN 산하 국제기구인 IAEA의 발표내용을 존중한다고 밝혔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보고서가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증의 결과라며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우리 역시 국제사회의 중추 국가로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추후 있을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차분하게 대응해야 할 것”(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의 논평)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깡통 보고서’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국민의 85퍼센트가 반대하는 사안에 대해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라도 반대하고 있는 국민의 뜻을 정확하게 일본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전문가들의 입장 ○ 찬성 입장 “국내 원자력 분야 전문가들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개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종합보고서 내용과 관련, 일본이 계획대로 처리수를 방류하면 방사선학적 영향이 없다는 결론을 국제기구인 IAEA가 내려준 것이라고 평가했다.”(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예상하던 결과로 이전 IAEA 보고서와 내용이 다르지 않다"며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일 때 이 방류는 일본 정부가 결정할 일이고, 방류로 인한 영향은 없다고 IAEA가 언급한 게 포인트"(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출처: 한국경제 '전문가들 "IAEA, 日 계획대로 방류시 방사선 영향없다 결론낸것"' 다수의 원자력 전문가들은 오염수 방류 찬성으로 보이는데, 이번 최종보고서 관련해서 구체적인 평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SBS 8시 뉴스(7.4)에 출연한 정재학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평가가 있지만, 총평수준을 넘지는 않아 보입니다. 이에 반해 방류를 반대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은 꽤나 구체적입니다.   ○ 반대 입장 (10가지 문제점) 현재 이 보고서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소수로 보이며, 그 중 가장 종합적으로 평가한 내용은 ‘방사성 오염수 관련 IAEA 보고서의 문제점 전문가 분석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내용들로 판단됩니다. 3명의 전문가가 각자의 전공에 따른 관점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명예교수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측면에서, 최무영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명예교수는 핵폐수의 영향과 과학에 대한 관점에서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면상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의 내용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녹색연합 '[보도자료] 방사성 오염수 관련 IAEA 보고서의 문제점 전문가 분석 기자간담회' 전문가들의 입장에 대해 관련된 보고서 내용과 함께 제 코맨트를 붙이는 방식으로 정리했습니다.   1. ALPS 성능 검증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다. 4차 보고서에서 언급했던 내용이 최종보고서에서는 삭제됨. 또한 ALPS로 안전하게 다 처리됐다는 전제 하에 그 다음부터 얘기한다. ‘알프스가 필터를 통해 세슘, 루비듐 등을 흡착한다지만, 모든 방사성 물질을 한번에 흡착할 수 있는 건 없다. 오염수 내 핵종의 정확한 종류와 개수도 알 수 없다. 최소 수 백 가지가 될 것으로 우려하는데 그 중에서도 7가지 정도만 흡착한다고 한다. 처리했다는 오염수의 70% 가량에도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듯이 이마저도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 보고서 5페이지에 ALPS 처리과정이 그림으로 자세히 나와 있지만, 성능 검증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2. 오염수 농도 기준으로 배출하는 적합성 문제. 중대사고 원전에 정상 가동 원전 기준 적용 “~ 이 보고서는 또한 해양 배출이 "전 세계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배출 방법이고, 배출 시설이 안전성에 대해 긍정적인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양으로의 제어 배출을 가장 정확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 및 인체 건강 영향 완화와 관련하여 보다 안정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7페이지) -> 해양 배출이 전 세계 일반적 방법이라니! 여기서 말하는 해양 배출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정상적인 원전의 배출일텐데, 이를 최고등급의 핵사고인 7등급 후쿠시마 참사에 비교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봐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노심 용융으로 1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엄청난 고농도의 방사능이 나오고 있고, 그 때문에 계속 바닷물을 부어 냉각을 시키느라 오염수를 방류하게 되었는데 말이지요.   3. 1차 시료채취만 나오고 2, 3차 시료채취가 빠진 것, 희한한 일이다. "IAEA의 샘플은 2022년 11월에 TERC(지상 환경 방사화학 연구소)에서 수령했습니다.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2022년 11월에 시료를 수령했습니다. 시료 분석 결과를 포함한 보고서는 2023년 후반에 발간될 예정입니다."(113페이지) -> 실제로 보고서에서도 전체 시료 분석 결과는 올해 말에 발간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시료 분석이 끝나지 않았는데 ‘최종보고서’가 나온다?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의 상식에서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IAEA가 일본 방류시점에 맞춰서 급하게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는 이유입니다. 4. 오염수 방류 관련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의 절차가 국제 안전기준과 일치하는지 평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다른 대안에 대한 타당성은 평가하지 않았다. “2020년 2월, ALPS 소위원회 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3]. 이 보고서는 이론적으로 고려된 여러 가지 처리 방법 중에서 자세히 분석한 다섯 가지 처리 방법 중 안전 문제, 사용 가능한 기존 기술, 시간 제약을 고려할 때 증기 방출 및 해양 배출 제어가 가장 실용적인 옵션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7페이지) -> 다섯 가지 처리 방법 기준이 안전, 기술, 시간 등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실은 ‘비용’과 ‘용이성’이 가장 큰 고려대상이라는 의구심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에 의하면, 다섯 가지 처리 방법에 대한 비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 해양 방출이 가장 저렴한 비용이 들어감을 알 수 있습니다. 2,500m 지하 지층 안에 오염수를 주입하는 지층 주입(3,976억 엔), 시멘트 등을 섞어서 땅에 묻는 지하 매몰(1,624억 엔),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가스를 만드는 수소 방출(1,000억 엔), 수증기화 시켜 대기 중에 방출하는 대기 방출(349억 엔), 기준치 이하로 희석해 방출하는 해양 방출(34억 엔). 출처: YTN 사이언스 '[사이언스 취재파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임박…다른 대안은 없나?' 최종보고서에 증기 방출과 해양 방출을 가장 실용적 옵션으로 고려했다고 했는데, 대기 방출은 349언 엔에 9년7개월이 걸리고, 해양 방출은 34억 엔에 7년 4개월이 걸린다고 하니, 1/10의 비용과 더 짧은 기간이 소요되는 해양방출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출처: 시사인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에서 정말로 주목해야 할 것들' 5. 오히려 방사능 오염 확산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문제는 현재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가 이미 방사성 물질로 오염되어 있고, 오염수를 희석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방사성 물질이 유입될 것인데, 이런 오염된 물은 1km 해저터널을 통해 좀 더 먼 바다에 버리게 돼서, 방사능 오염의 확산이 더 심해질 뿐이다.  -> 보고서에 나오지는 않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한 우려의 지점입니다.   6. IAEA는 일본 정부의 해양확산모델을 그대로 받아들여 환경영향평가를 했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점은 오염수를 버리는 일 년 내에 균질화되어 유지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환경은 그렇지 않다. IAEA는 환경의 실제 상황을 조사하지 않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   7. 관리대상 핵종 30개 중 9개만 분석했다. “IAEA는 추가 방사성 핵종, 특히 방법론의 초기 반복에서 확인된 방사성 핵종에 대한 모니터링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반감기가 짧은 방사성 핵종이 포함됩니다.”(93페이지) -> 이는 검증되지 않은 핵종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무영 교수에 의하면 알려진 핵종은 약 4천 가지나 되며, 걸러낸다고는 하지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핵종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합니다. 8. 핵심은 핵폐수 배출 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인데 이것에 대한 통합적 고찰이 없다. “이 종합 보고서의 목적은 향후 수십 년 동안 태평양에 ALPS 처리수를 방류할 계획이 관련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지 평가하기 위한 기술 검토의 최종 결론과 결과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7페이지) -> 보고서의 목적이 국제 안전 기준의 부합여부에 대한 기술 검토라고 되어 있습니다. “정당성 결정은 방사선 보호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며, 경제 및 사회적 요인과 같이 본질적으로 기술적이지 않은 다른 고려 사항도 포함하므로 IAEA가 이 결정의 비기술적 측면에 대해 언급하고 분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25페이지) -> 기술적이지 않은 고려 사항들, 즉 생태계를 포함한 경제 및 사회적 요인에 대해서는 분석하지 않는다고 보고서에 명확하게 나와 있습니다. 즉 이 보고서를 근거로 우리의 건강 및 사회적으로 발생할 각종 문제와 경제적 피해 등을 따질 수가 없습니다. 이 보고서는 단지 ‘기술적’ 보고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보고서는 사고원전 인근에 서식하는 납작 물고기, 게, 갈조류 세 가지를 언급하며, 이 세 가지 기준 종의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다면 모든 종은 개체 수 수준(특히 계획된 노출 상황)에서 동등하게 잘 보호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서, 무시할 수준의 방사능 영향이라고 평가합니다. 이 세 가지 외 생물은 언급되지 않으며, 이 세 가지가 어떻게 바다 속 수많은 종들을 대표할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기술적 보고서이기 때문에 설령 이 세 가지 종이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으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먹이사슬에 의해 우리 식탁에 오를 때까지 점점 많은 방사능이 물고기 체내에 축적될 수밖에 없을텐데 그런 언급은 전혀 없습니다.   9. 삼중수소의 문제에 대해 간과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 수생 생물군에서 유기 결합 삼중수소에 대한 캐나다 연구를 고려할 때 선량 추정 모델에 대한 매개 변수는 구식이다. “ALPS 처리수 배출 시 매년 방출되는 삼중수소,14 C 및129 I의 총량은 우주선과 상층 대기 중 기체의 상호작용과 같은 자연적 과정에 의해 매년 생성되는 방사성 핵종의 양보다 훨씬 적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36페이지) -> 무엇보다 보고서에서도 언급하듯 ALPS는 삼중수소는 거르지 못하는데, 삼중수소가 체내에서 유기결합을 통해 인체에 오랜 기간 잔류할 수도 있을 다른 연구들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 문제입니다.   10. 현재 평가는 설계나 건설이 아닌 시설의 시운전으로 제한되어 2011년 사고에서 남아 있는 불필요한 방사선에 근로자와 해양 생태계를 노출시킬 가능성을 무시한다.   ○ 반대 입장(해외 전문가들) 1. 데이터가 너무 부실하다. “심지어 1년 동안 수조에서 확보한 샘플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자주 언급되는 64개 방사성 핵종이 아닌 몇몇 방사성 핵종만 분석했습니다.” (페렝 돌노키-베레스; 미국 미들버리국제대학원 핵물리학 교수) “도쿄전력이 제공한 데이터세트에는 변칙적이고 의심스러운 데이터값과 특정값이 많이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소멸되어야 할 방사성 물질(T2-127)이 측정되었다는 것입니다.” (태평양도서국포럼 전문가 패널 보고서)  2. 삼중수소가 미치는 영향 “유기체와 결합된 삼중수소는 (배출이) 느립니다. 먹이사슬을 거치며 점점 더 많은 양이 몸 안에 축적될 수 있습니다.” (티모시 무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과 교수) ‘도쿄전력은 해양생물 세 종을 삼중수소 농도가 높은 물이 담긴 수조에 넣었다가 깨끗한 물에 옮기는 방식으로 실험한 결과 안전하다고 밝혔음. 삼중수소가 해양 생물 속에 얼마나 쌓이는지를 실제 해양 환경과는 다른 수조에서 실험.’ (도쿄전력의 관련 실험 자료) "예를 들어 도쿄전력이 생물 축적 및 유기 결합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저어류에 대해 수행하고 있는 실험은 절대적으로 잘못 설계되었습니다.", "물고기의 간에서 삼중수소 반감기가 550일, 2년에 가까운 사례도 있다는 다른 연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삼중수소가 며칠 또는 몇 주 안에 배출된다고 합니다. 이는 굉장한 불일치입니다.", "유기 결합 삼중수소는 매우 큰 이슈이며, 이 활동의 결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한 적절한 실험에서 많이 누락되었습니다." (로버트 리치몬드/미국 하와이대 케왈로 해양연구소장): 태평양도서국 전문가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는 보고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보고서로만은 드러나지 않는 보고서 외적 요소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글) 클릭 ? 후쿠시마 오염수 IAEA 최종보고서, 제가 한 번 읽어봤습니다. (2편)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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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경제성장이 불가능한(탈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5가지 이유
지난 글에서 예고드린대로 ‘탈성장의 전략과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려 하였으나, 성장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더 많이 형성되어야 탈성장 논의도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성장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은 김병권님의 생태경제학 입문서인 <기후를 위한 경제학>를 주로 참고하였습니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성장이 불가능한 5가지 이유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이미 제로성장 시대에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 산업혁명이 시작된 시기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6%에 불과했지만, 20세기 초반에는 2.2%로 비약했고, 1950년대부터는 무려 3.7%(1950~2010)라는 엄청난 성장률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선진국부터 성장률이 점점 낮아지기 시작해서 미국은 현재 1~2%, 일본은 21세기 들어와서 20년째 0~1% 사이로 거의 제로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럽 역시 1인당 국민소득 성장률이 2000년대 들어와서 1%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한국과 중국이 엄청난 경제성장률을 보였으나, 중국은 점점 떨어지고 있고, 한국은 이제 2%대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기후를 위한 경제학』에서는 “당장 경제규모를 늘리지 않고 ‘제로성장’을 시작한다고 해도 이전 연도에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은 계속 배출할테니 글로벌 온실가스 1년 배출량인 500억톤이 기존의 누적량에 어김없이 보태진다.”고 지적합니다.   2. 기후위기가 심각해질수록 경제성장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기후를 위한 경제학』에서 “다보스포럼 보고서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이 파리협약 기준을 넘어서 2.0~2.6도로 진입할 경우 2050년까지 경제 손실이 GDP의 평균 10퍼센트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을 소개하고 있고, 또한 “코로나19 재앙이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3퍼센트 추락시켰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미래에 극단적인 기후재난이 경제성장률을 수시로 붕괴시킬 개연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WEF(세계경제포럼)는 올해 1월 회계·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공동작성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약 5경)이 기후위기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매년 발생하는 기후재난만으로도 경제적 피해가 적지 않습니다. Christian Aid의 ‘세계 10대 기후재난 보고서’에서 2019~2020년은 약 150조, 2020~2021년은 약 200조로 피해규모가 계속 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7년 태풍 ‘하비’와 ‘어마’만으로 피해규모를 약 300조원으로 추산했을 정도로 앞으로는 단일 재난으로도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22년 국토의 1/3이 잠기는 대홍수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의 경우 인명·재산 피해 규모가 57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점점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폭염, 가뭄, 산불, 홍수, 한파, 태풍, 해수면 상승 등은 그 자체로도 피해가 크지만, 식량위기나 기후난민 등의 사회적 피해로 이어져 피해규모가 연쇄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3. 현재의 무한성장 추구의 경제성장 목표는 그 자체로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여전히 많은 국제기구나 정부들이 앞으로도 매년 2~3%씩 성장할 것으로 가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2015년 기준으로 전 지구의 GDP가 약 80조 달러이고 세계경제는 약 연 3%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3%의 성장은 24년마다 경제규모가 두 배가 된다는 뜻이며, 이 성장률이 계속 된다면 2050년에 세계경제는 약 세 배, 2100년에는 열 배가 넘을 것입니다.(도넛경제학, 286) 이는 경제의 생물리학적 한계를 무시하는 발상입니다. 이렇게 큰 폭으로 늘어나는 이유는, 성장률이 ‘복리’로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한동안은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것이 복리의 특징입니다. 지난 첫 번째 글에서도 살펴봤지만, 이미 인류는 앞으로 1.7개의 지구가 더 있어야 할 정도로 지구생태용량을 초과했으며, 지구의 지속가능한 한계인 물질 사용 한계치인 50억톤을 훌쩍 뛰어넘어 90억톤의 물질발자국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즉 지금과 같은 경제성장 목표와 전망은 불가능합니다.   4. 이미 지구가 물리적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 현재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경제는 ‘물질적 성장’을 고려하지 않고, ‘화폐적 성장’에만 매몰되어 있습니다. 물리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지구의 자원을 이용해 화석연료를 어마어마하게 태워 만든 에너지를 통해 상품을 생산하고 폐기했기 때문에 이제 한계가 멀지 않았습니다. 이미 지난 글에서 살펴보았듯이 지난 50년 동안 글로벌 물질발자국, 글로벌 GDP, 글로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모두 비례해서 올라가고 있습니다. 또한 요한 록스트룀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26명의 석학들은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9개의 “행성 생명유지 시스템 (planetary life support systems)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인간이 하나 이상의 지구위험한계선을 침범할 경우 기하급수적인 환경 변화가 일어나게 되어 대륙 또는 전체 지구가 영향을 받게 되며, 이로 인해 재앙적인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연구해 보니 9가지 시스템 중 이미 4개가 한계선을 넘었고, 그 중 두 가지는 고위험한계선을 넘은 상황입니다.https://ko.wikipedia.org/wiki/...  최신 연구에 따르면, 기존의 잠재적 티핑포인트 목록을 9가지에서 16가지로 세부화했는데, 그 중 그린란드 빙상 붕괴, 남극 서부 빙상 붕괴, 광범위한 영구동토층 해빙, 래브라도해의 대류붕괴, 열대 산호초 소멸 등 5가지는 이미 티핑포인트를 통과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어 더욱 우려가 되는 상황입니다. 참고로 "임계점 혹은 변곡점으로 번역되는 티핑 포인트는 기온이 상승하면서 지구 곳곳의 생태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지점(온도)"을 말합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    5. 계속 경제성장을 추구하면 부채, 불평등, 금융 위기를 낳기 때문입니다. - 자유방임주의라 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 이후, ‘각국 정부는 성과를 부유층에게 유리하게 재분배함으로써 국내·국가 간 불평등을 확대’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GDP가 3배 성장했음에도 40년간 평균임금의 구매력이 전혀 늘지 않았’습니다. ‘경제학자 줄리엣 쇼어는 이 기간의 소비증가와, 개인 부채와, 평균 유급노동시간의 매우 가파른 증가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각국 경제는 성장을 위해 빚을 진 다음에는 이 빚을 갚기 위해 성장해야만 하는 처지’가 되는데, ‘전 세계 부채는 2018년 1/4분기에 24경 7,000조 달러라는 기록적 수치에 이르렀고, 이 수치는 매년 11.1%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빈국들의 부채 상환액은 2010년 이후 곱절로 늘어’났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는 성장 가속화의 토대가 얼마나 취약한지 잘 드러내 보였는데, ‘금융 위기 이전에 더 큰 GDP 성장을 보인 국가일수록 위기 중에 더 큰 피해와 쇠퇴를 겪었’습니다. 즉 성장을 추구하면 할수록 부채가 늘고, 이로 인한 불평등 심화, 결국에는 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참고 자료 『기후를 위한 경제학』 : 김병권 지음, 착한책가게, 2023 - 지구 한계 안에서 좋은 삶을 모색하는 생태경제학 입문 『디그로쓰』 : 요르고스 칼리스, 수전 폴슨, 자코모 달리사, 페데리코 데마리아 지음, 우석영, 장석준 옮김, 산현재, 2021 『도넛 경제학』 : 케이트 레이워스 지음, 홍기반 옮김, 학고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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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 탈성장
지난 글에서 성장만을 추구하다 결국 기후위기, 인류문명의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던 원인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대표적 성장 지표인 GDP가 늘어날수록 물질발자국이 늘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서 지구를 더 뜨겁게 한다는 점도 확인되었습니다. 결국 성장주의를 버려야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문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 사회는 가능할까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탈성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탈성장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탈성장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오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탈성장이 아닌 것을 살펴보고, 이후 탈성장의 여러 정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 탈성장은 OOO이 아니다. (1) 탈성장은 70년대로의 회귀, 동굴에서 풀만 먹고 살기, 생산활동 없음이 아닙니다. - ‘탈성장’을 말하면 가장 흔하게 나오는 반응들입니다. 물론 현재 엄청난 규모의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일정부분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보니 종종 예전에 우리나라가 못 살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술, 제도 등 인류가 이뤄놓은 성과를 무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 위기를 인류가 이룩한 성과들, 역량을 총 동원하여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전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CCUS’나 ‘지구공학’처럼 아직 검증되지 않았거나, 언제 상용화될지 모르거나, 현재 인류가 기대어 왔던 시스템을 성찰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들은 경계해야 합니다.   (2) 탈성장은 수동적으로 인내를 강조하는 마이너스 성장과는 다릅니다. 탈성장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달라진 경제상황이나 경제위기로 원치 않게 맞게 된 마이너스 성장과 같을 수 없습니다. 선제적으로 계획하고 준비하면 외부충격 등에도 잘 견디며 번영을 향해 갈 수 있습니다.   (3) 성장사회와의 결별이 의미하는 것은 다른 형태의 경제성장을 지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은, 한국을 비롯한 현재 많은 국가들, 특히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하는 국가들조차 ‘녹색성장’을 주된 방향으로 삼고 있다는 점입니다. 녹색성장은 한 마디로 온실가스 배출을 하면서도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를 좀 어려운 말로 ‘탈동조화’ 또는 ‘디커플링’이라고 부릅니다. 독일이 탈동조화를 이룬 대표적인 국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19년 유럽환경국이 발표한 “<폭로된 탈동조화(Decoupling Debunked)>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각국의 사례분석 결과 탈동조화가 되었다고 해도 상대적(relative)이거나 일시적(temporarily)이거나, 아니면 국지적(locally)인 수준에서만 확인되었고, 대부분은 상대적 탈동조화였다는 사실입니다. 절대적 탈동조화가 일어나는 경우에도 단기간이었거나, 특정자원에 국한되거나, 아니면 특정 지역에 한정하거나, 또는 매우 소소한 비율에 불과했다”고 보고서는 결론짓습니다. 한 마디로 절대적 탈동조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레디앙, 김병권) (https://eeb.org/library/decoupling-debunked/) 그럼 탈성장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 탈성장은 OOO이다.  탈성장(Degrowth)은 단순히 성장을 멈추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의 전환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럼 여러 학자들은 탈성장을 어떻게 정의하고 표현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탈성정 개념어 사전』의 저자들은, “탈성장은 무엇보다도 성장에 대한 비판을 의미한다. 탈성장은 경제 지상주의의 언어로부터 공적 토론을 분리하고, 경제 성장을 사회의 공동 목표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한다. 또한 탈성장은 더 적은 자연 자원을 이용하고, 오늘날과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는 사회에 대한 희망을 반영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첫 번째는 성장에 대한 비판이고, 두 번째는 영속적인 성장을 필요로 하는 사회 구조인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라면서 이 두 가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2) 『디그로쓰』의 저자들은, 탈성장은 “물질 사용량·시장 거래량 증대를 억지하는 것, 그리고 경제성장 없이도 잘 살도록 새로운 개인, 관계, 제도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탈성장은 “단순한 경제 축소가 아니라, 의미 있게 살아가고, 단순한 즐거움을 누리고,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이 관계 맺고 공유하며, 더 평등한 사회에서 더 적게 일하기라는 프로젝트다. 탈성장은 삶의 행복을 개선할 수 있다.”라고도 말합니다. (3) 『적을수록 풍요롭다』의 저자 제이슨 히켈은, 탈성장을 “에너지와 자원의 과도한 사용을 계획적으로 줄임으로써 경제가 안전하고 정의로우며 공정한 방식으로 생명세계와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며 이것이 탈성장의 핵심 원리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소득과 자원을 더 공정하게 배분하고, 사람들을 불필요한 노동에서 해방시키며, 사람들이 번영하는 데 필요한 공공재에 투자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합니다. 이를 위해 “급진적인 재분배, 세계 경제의 물질적 규모 축소, 보살핌, 연대 및 자율성을 향한 공통 가치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탈성장은 한 개의 대안 모델이 아닌 다양한 대안의 모태이다”라고 합니다. 따라서 “탈성장의 주체는 다양한 개인으로서의 모든 사람들이고 특수하고 구체적인 한 사람 한 사람”입니다. 이렇듯 탈성장 운동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후위기 관련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고서인 IPCC 보고서에서 언급된 ‘탈성장’ 관련 내용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IPCC 보고서에 ‘탈성장’에 대한 언급이 들어간 것만으로도 매우 놀랍다거나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 전 세계적 흐름   ○ 전 세계 과학자들의 움직임 “2018년 238명의 과학자들은 유럽의회에 GDP 성장을 포기하는 대신 인간의 행복과 생태적 안정성에 집중하라고 요구했다. 2019년, 150개 이상의 국가에서 1만 10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은 세계의 정부들에게 ‘GDP 성장과 과잉으로부터 벗어나 생태계를 지속시키고 좋은 삶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는 논문을 발표했다.”고 전해집니다. (적을수록 풍요롭다, p56~57)   ○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6차보고서 IPCC는 기후변화에 관한 전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기관으로, IPCC 보고서는 총 3개의 실무그룹 보고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영향, 적응 및 취약성을 다룬 ‘제 2 실무그룹 보고서’에는 본문에 ‘탈성장’이 15회, 참고문헌에 12회, 총 27회 언급되고 있습니다(「IPCC 6차보고서에 담긴 탈성장과 정의로운 전환」, 민정희). 이 중 몇 가지 구절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예방 원칙에 기반한 논거를 사용하여, 탈성장은 GDP와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의 의도적인 감소를 목표로 하며,(중략)” (1장: Point of Departure and Key Concepts, p.67~68)   • 대안적 지속가능성의 세계로서 탈성장 “탈성장, 포스트-성장과 기타 환경주의 학문은 포스트-발전과 같이 개발에 대한 비판에서 영감을 얻었다. 여기서 주장하는 것은 더 나은 지표가 아니라 기후 위기를 계기로, 체계적인 변화를 상상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다.” (18장: 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Pathways, p.21). “탈성장은 경제 성장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환경적 지속가능성, 사회정의, 행복 사이의 교차점을 탐구한다.” (18장: 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Pathways, p.81-82).   • 지속가능 발전과 경제성장에 대해 “현재 상당히 많은 문헌들이 현재의 발전 패턴과 그 발전을 뒷받침하는 경제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하며(Washington and Twomey, 2016), 따라서 기후 변화의 영향을 줄이는 등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없다면 경제 성장이 반드시 무한정 지속되지는 않을 수 있다.” (18장: 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Pathways, p.80)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자연에서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 중에 성인이 되어도 계속해서 키가 크는 인간은 없습니다. 물리적으로 성장이 끝난 후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이 아닌 ‘성숙’을 하게 됩니다. 지금의 위기는 예전과 달리 ‘결핍’이 아닌 ‘과잉’에서 온 것입니다. 이제 총량을 줄일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르게 분배하고, 자원은 적게 사용하며, 함께 사용해야 할 공공재와 커먼즈를 늘리고, 생태계와는 균형을 이루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탈성장의 전략과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 자료>1. [탈성장 개념어 사전] 자코모 달리사 외, 강이현 옮김, 그물코 (2018)2. [디그로쓰] 요르고스 칼리스, 수전 폴슨, 자카모 달리사, 페데리코 데마리아, 우석영,장석준 옮김, 산현재 (2021)3. [적을수록 풍요롭다] 제이슨 히켈, 김현우,민정의 옮김, 창비4. 경제성장과 탄소중립, 같이 갈 수 있나? [정의로운 경제] 탈-탄소경제와 불평등 해소의 결합(정의정책연구소장 김병권)5. 「IPCC 6차보고서에 담긴 탈성장과 정의로운 전환」, 민정희   *(이전 글) [토론] 성장주의와 인류의 생존,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가능할까? (시리즈 1)https://campaigns.do/discussio...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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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국밥 기후정치_왜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시민의 뜻은 정치에 반영되지 않을까?
○ 기후위기 인식은 높으나, 제대로 다루지 않는 정치권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게 조사된다. ‘지구온난화로 이어지는 기후변화가 있다’라는 문항에 세계 39개국의 평균은 85%이지만, 한국은 95%로 두 번째로 높았다(WIN World Survey, 2019). 인간활동 때문에 기후변화가 발생했다고 믿는 비율도 미국 66%, 일본 53%보다 훨씬 높은 86%로 조사되었다(ipsos, 2020). 또한 다른 국내 조사에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 기후위기 대응은 ‘미흡한 수준’이라는 응답이 73.5%, 정치권이 기후위기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의견이 70%로 높게 나왔다(녹색연합, 2021). 즉 많은 시민들은 기후위기가 인간활동 때문임을 알고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할 정부와 정치권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기후위기 대응을 못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왜 사라지고 마는가?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이유는, 시민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거나, 목소리를 내더라도 정치권이 이를 반영하여 논의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전자의 이유는 “왜 사람들은 심각한 기후위기 앞에서도 행동하지 않는 것인가?”라는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에 관련된 문제로, 중요한 주제지만 추후 기회가 있다면 다루기로 한다.   후자의 이유는 결국 “시민들의 뜻(민의)이 왜 정치인들에게, 구체적으로는 민의를 대의하는 국회에 반영되지 않는가?” 라는 질문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둘 중 하나일 텐데, 시민들이 정치권에 요구하지 않았거나, 요구했는데도 정치권이 듣지 않았거나. 먼저 시민들은 정치권에 요구하지 않았나? 정치제도를 바꾸는 것, 특히 선거제도 개혁 이슈는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너무 중요한 주제임에도 시민들이 목소리 내기 어려운 점이 있다. 물론 목소리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백 개가 넘는 시민사회 단체들이 모여 ‘정치개혁공동행동’을 꾸리고 꾸준히 제도개혁을 위한 노력을 해왔었다. 그럼 정치권은 시민들이 요구했음에도 듣지 않았나? 듣는 척은 했다. 그래서 지난 21대 총선 전에 정치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결국 막판에 일부만 비례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후퇴했고, 여기에 ‘캡’을 씌워 더욱 후퇴했으며, 게다가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부리면서 결과적으로 과거 선거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게 되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글 중간에 좀 더 설명을 붙인다) 아무튼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이 직접적인 행동을 하고 목소리는 내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많은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사표현이 있는데 바로 선거이다. 시민들은 2년 마다 돌아오는 선거에서 투표행위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의 선거제도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다수 시민들의 목소리는 버려지는 표(사표)와 함께 버려지고, 이에 반복적으로 실망한 시민들은 이제 투표장에 나가는 것조차 꺼리게 된다는 점이다.   ○ 한국 선거제도의 3가지 문제점 “이런 문제가 왜 발생하는가?” 라고 따지고 들어가다 보면, 결국 잘못된 선거제도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나라의 선거제도, 과연 무슨 문제가 있을까? 첫째, 정당이 실제 받은 표와 의석수가 차이가 많이 난다는 점이다. 이를 '불비례하다'라고 표현하는데,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문제점이다.  이는 총선 결과의 불비례성(받은 표 대비 의석수)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주요 국가만 살펴보면, 네덜란드 1.08%, 덴마크 1.60%, 일본 10.5%, 미국 13.35%, 한국 21.97%로 한국의 불비례성이 매우 높은 편이고, 같은 양당제 국가인 일본, 미국보다도 더 높다(뉴스타파).  이런 불비례성을 깨고 민의(국민의 뜻)가 그대로 반영되도록 하는 제도가 바로 ‘비례대표제’ 선거제도인데, 비례대표제는 한 마디로, 표를 얻은만큼 의석을 가져가는 것이다. 한국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는 있지만 지역구 따로 비례대표 따로 뽑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라 민의가 잘 반영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9대 총선 부산, 울산, 경남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의 득표율과 의석수 차이는 무려 7배나 벌어지기도 했다. 20대 총선에서도 서울지역 더불어민주당의 득표율은 28%에 그쳤으나 실제의석은 71%를 가져갔다. 20대 총선 대구지역 새누리당의 득표율은 57%에 그쳤으나 실제의석은 89%를 가져갔다. 득표율과 의석비율이 서로 ‘사맛디’ 아니한 것이다. 적은 득표율로 다수 의석을 가져가며 두 거대양당이 해쳐먹고 있는 것이다. 둘째, 양당체제를 공고히 하는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하나의 선거구에서(소선거구제), 1등 한 명만 당선되는(다수대표제) 제도를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승자독식'이다. 이 같은 선거제도는 다수당에 유리하고, 소수정당은 의회 진출이 거의 불가능하며, 사표 심리 때문에 유권자들은 거대 정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선택을 하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지금과 같은 ‘양당체제’를 공고히 하게 된다. 두 양당은 정책경쟁이 아닌 서로를 헐뜯기만 해도 다음 선거에서 정권을 잡거나 그게 실패해도 제1야당이 된다. 이렇게 해서는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없으며, 이는 중장기적인 계획과 실행이 필수적인 기후위기 대응에 치명적이다. 셋째, 다양한 시민의 계층과 구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 21대 국회의 구성을 보면, 여성의원 비율 19%, 50대 이상 의원 연령 비율은 약 60%, 20대 연령 의원 2명, SKY 출신이 3분의 1, 평균재산 40억(20대 국회). 한 마디로,  SKY 출신의 50대 남성이 주류다. 이렇게 국회는 국민의 성별과 연령, 재산, 학력조차 대의하지 못한다. 이러니 국민의 고민과 필요와는 동떨어진 법안이 논의되고 통과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와 달리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가진 덴마크는 20·30대 국회의원이 41.3%, 핀란드는 37.9%, 스웨덴은 34.1%이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도 스웨덴 45%, 핀란드 42.5%, 덴마크 39.1% 등 매우 높다(하승수 정치개혁 강의자료).  이런 상황이다보니 결과적으로 다수 국민이 원하는 후보가 당선되기 어렵다. 2000년대 총선 투표율 평균은 57%이다. 같은 기간 총선 사표율은 거의 50%에 달한다. 그렇다면 절반 정도가 투표를 했고, 그 중 절반이 투표한 표는 버려졌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20대 총선 지역구 당선자 득표 비율을 보면 선거인수 대비 득표율이 28%밖에 안 되었다. 즉 전체 유권자의 절반, 그리그 그 중에서 28% 득표율로 뽑혔다는 것이다. 당선된 사람조차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선거제도가 바로 현행 제도인 것이다.  ○ 대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오랫동안 논의되었던 것이 있는데,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의석수를 정하되, 이를 지역구 당선결과와 연동시키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국회가 총 100명이라고 가정하고, A정당이 30%를 득표했다면 일단 30석을 확보한 것이고, 지역구에서 10명이 당선되었다면, 그 10명을 제외한 나머지 20석을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차지하게 되는 방식이다. 독일이 대표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취하고 있는 국가이다. 지역구와 연동시키는 방식도 있고, 지역구 없이 정당득표로만 의석을 채우는 전면적 비례대표제도 있다. 비례제를 실시하는 국가별로도 조금씩은 다르지만, 핵심은 “득표한 만큼 그대로 의석에 반영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필연적으로 다당제의 정당구조를 형성한다. 예를들어 덴마크의 경우 유의미한 의석을 가진 원내정당이 13개나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주요 장점은 아래와 같다.  (1) 공정한 의석배분: 얻은 표만큼 의석으로 반영되는 선거제도이다. (2) 다양한 목소리 반영: 다양한 국민의 뜻이 의석에 반영된다. 예를들어, 네덜란드에는 '동물을 위한 당'이 있고, 상원의원 2석과 하원의원 5석을 가지고 있다. (3) 정책의 질 향상: 국민들은 자신의 정책을 대변해줄 정당에 투표하기 때문에 정당들은 정책 간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정책의 질이 향상될 수밖에 없다. (4) 지역구도 완화: 정당의 정책으로 투표하기 때문에 이제 지역이 중요한 기준이 되기 어렵다. 지금까지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지역을 위해 뭔가를 해준다는 후보를 뽑았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투표'가 중심이고, 그 정당의 방향성과 정책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역구도가 완화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진정한 현대 정당정치의 모습일 것이다.    ○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는 기후환경정책에 긍정적 영향 무엇보다 비례대표제는 기후환경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하승수 변호사에 따르면, 비례대표제 국가가 환경정책에서 더 엄격하고(Frederiksson, 2004), 교토협정서(기후변화협약) 비준을 더 빨리 했으며(Cohen, 2010), 예일 환경성지수에서 10개 정책분야 중 6개 분야에서 더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Lijphart, 2012)고 한다. 특히 1990년에서 2007년 사이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구한 「살로몬 오렐라나(Salomon Orellana)의 연구」결과를 보면, 소선거구제 선거제도를 택한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45.5%나 증가한 반면, 비례대표제를 택한 국가들은 배출량이 9.5% 정도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 스위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뉴질랜드는 모두 행복도가 높고, 부패가 없이 투명하며, 민주주의 지수가 높은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들의 선거제도는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이며, 다당제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 국가들은 화석연료의 대안인 재생에너지 공급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OECD 회원국 재생에너지 공급비율, 2018). ○ 기후악당 후보가 당선되는 슬픈 현실 지난 대선 때, 기후 관련 대표적 시민사회연대체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이 탈원전 지속, 석탄화력 건설중단,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8명의 대선후보들에게 질의서를 보냈다. 사자성어 같은 답변 결과를 통해 각 후보들 평가를 했는데, 거대양당 후보인 이재명 후보는 ‘검토검토’, 윤석열 후보는 ‘일단원전’이라고 평하며 낙제점을 주었지만,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의지확고’, 진보당 김재연 후보는 ‘공공책임’, 사회주의 공투본 이백윤 후보는 ‘체제전환’, 기본소득당 오준호 후보는 ‘기본탄탄’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심지어 청소년기후행동은 5점 만점에 이재명 후보 1점, 윤석열 후보 0.5점을 주었지만, 진보당 김재연 후보는 3.7점을 주어 1등으로 평가 받았다. 즉 거대양당과 소수진보정당 후보의 기후위기 정책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 것이며, 지난 총선 때 평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지긋지긋한 싸움판 정치 끝장낼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지금의 양당제는 어차피 당권잡기 또는 제1야당 되기 둘 중 하나이기에, 당선되고 나면 선거시기 외에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그러니 민생은 내팽겨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싸움에 몰두한다. 물론 정치, 국회에 싸움이 없을 수는 없다. 어쩌면 당연하다. 문제는 내용이다. 국민들이 언제까지 특정인물들의 비리나 스캔들을 봐야하는가? 정책을 가지고 경쟁하고 갈등해야 발전이 있고 국민들에게 좋은것이지 지금 벌어지는 있는 싸움들은 옳고 그름은 가를 수 있겠지만 정말 계속 지켜보기 힘들다.  하지만 비례대표제로 인해 다당제가 되면 제1당 혼자 정부를 구성할 의석이 안되기 때문에 두 당 또는 세 당이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협상을 통해 각 정당의 주요 정책을 일정하게 정부 정책으로 반영할 수가 있다. 독일이 지금처럼 전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강국이 되고 꾸준히 기후위기 대응 및 녹색전환을 할수 있었던 이유도, 녹색당이 연립정부로 참여하여 제안한 정책이 일정기간 지속될수 있었던 것이다. ○ 결론, 그리고 변화의 가능성 앞서 언급한 내용을 토대로 결론을 내려보자.  국민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정치권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제도가 바뀌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법을 만드는 국회가 바뀌어야 하고, 국회 구성이 바뀌려면 선거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그 선거제도는, 형태는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비례성(얻은표만큼 의석이 되는)이 높은 비례대표제 제도여야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으로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논의가 정치개혁의 화두가 되었다. 하지만 본질은 선거구제의 크기가 아니다. 민의가 얼마나 반영될 수 있는가, 즉 얼마나 ‘비례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비례성 높은 비례대표제로 하되, 어떤 방식이 현 상황에서 더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고 도입에 어려움이 적을까를 중심으로 논의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걸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100만이 훌쩍 넘게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었고, 그걸로 대통령도 탄핵시켜봤고, 그래서 촛불 대통령도 뽑아봤고, 총선 때 표를 몰아줘 특정정당의 압도적 다수의석도 만들어봤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본질적으로 바뀐것이 있나? 이제 더이상 누굴 대통령으로 뽑을까, 어떤 정당을 밀어줄까 이런 얘기는 그만두자. 영원히 헤어나올 수 없는 굴레일 뿐이다.  뉴질랜드도 우리와 비슷했다. 하지만 1993년 국민투표를 통해 선거제도를 바꾸고 난 뒤에 완전히 다른 국가가 되었다.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 단행, 산재보험 국유화, 노조 지위 강화와 노동자 실질임금 상승, 공공주택 임대사업 개선 등. 특히 녹색당이 제3당이 되면서 녹색당 대표가 기후변화부 장관이 되기도 했다. 우리도 가능하다. 물론 쉽지 않다. 선거제도가 복잡해 보여서 국민들이 관심을 갖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저력이 있다. 불가능하지 않다.  ○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민주주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지구가 회복력을 잃고 원 상태로 돌아올 수 없다는 마지노선 1.5도에 도달할 시간이 약 7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 기후위기는 정치의 위기이며,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기후위기를 고민하다보면 결국 다시 민주주의로 돌아오게 된다. 영어로 민주주의는 ‘Democracy’이고, 이는 Demos(시민)와 cracy(권력)의 합성어이다. 즉 민주주의는 시민에 의한 통치(권력)란 의미이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 시민이 통치할 때, 즉 민의가 정치에 반영될 때 전대미문의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 문명의 위기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학 박사 박상훈은 그의 저서 『정치의 발견』에서 “더 바람직한 민주주의 사회가 되기 위해 국가 간 민주주의의 성취를 통계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나는 진보 정당의 경쟁력(집권 기간, 득표 경쟁력 등)이 커야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노동조합의 힘이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 글의 주제에 한정해 진보정당의 경쟁력 부분만 살펴보자. 박상훈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념적, 계층적 대표의 범위가 충분히 넓은 사회일수록 그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집단들의 관심과 이익이 평등하게 고려될 수 있다. 진보 정당의 경쟁력이 낮아 집권의 가능성이 없는 민주주의를 보수 독점적 정당 체제라 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그 사회의 하층이나 약자 집단의 이해는 대표되기 어렵다.” 안타깝지만 한국의 제도는 보수 독점적 정당 체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수정당도 국회의 다수 들어가는 다당제 국가로 가야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다음과 같이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말한다. “다수는 비록 한 명 한 명은 훌륭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함께 모였을 때에는 전체로서 가장 훌륭한 소수의 사람들보다 더 훌륭할 수 있다. 그들은 다수이고, 각자로는 나름대로 탁월함과 지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각자는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겠지만 서로를 믿어보자. 함께 모였을 때 우리는 훌륭할 수 있으며, 우리의 뜻이 국회로 그대로 반영 될 수만 있다면 기후위기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례대표제 선거제도가 꽉 잠긴 해결문의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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