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외교 참사: 국외는 국내에서 만들어진다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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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철학 연구자. 일어/중국어 교육 및 번역. => 돈 되는 일은 다 함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을 대한민국 영업사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데일리.2023.01.17.) 영업이란 무엇입니까? 제품을 팔아 이익을 내는 모든 행위입니다. 영업사원은 제품을 팔아 이익을 내는 사람입니다. 이익이라는 것은 당장 수중에 들어오는 몇 푼의 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의 경우에도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거나, 다소 큰 비용을 들이더라도 장기적인 차원에서 기업과 제품의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가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그러면 외교란 무엇일까요? 외교란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국가의 이익은 물론 국민의 안전과 정치/경제/문화 교류를 개선하고 유지해나가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대한민국 영업사원이라는 말이 무슨 뜻에서 하는 말인지 이해는 가지만, 외교를 영업과 등치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외교를 상찬하는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윤 대통령이 MOU를 맺었다고 자랑을 하지만, MOU란 무엇인가요? 정식 계약을 하기전에 이런 내용을 서로 주고받으면 좋겠다고 주고 받는, 아무 구속력이 없는 약속입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면, 윤 대통령은 아직 이익을 낸 적도 없으니 영업사원으로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 윤 대통령은 이익을 낸 적도 없는 상태에서, 여기저기에 이상한 소리를 하고 다니며 국제적인 망신만 초래하고 있으니 이것은 아무리봐도 도저히 옹호해줄 수 없는 외교 참사가 맞습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상황을 잠시 돌아보겠습니다.


외교 참사: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2021년 6월 29일 대통령 선거 관련 정책 발표 중, “수교 이후로 가장 관계가 열악해졌고, 회복 불가능할 정도까지 망가졌다. 이념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가 여기까지 왔다”,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 안보협력과 무역 문제 등 현안들을 다 같이 하나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랜드 바겐(서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것을 이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발언. 징용,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해결을 죽창가라고 표현한 것도 놀랄 일이지만,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와 현재의 안보/경제 문제를 한 테이블에 놓고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그의 사고 방식을 엿볼 수 있다. (경향신문.2021.06.29.)


2021년 12월 2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간담회에서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가 중국 편향적인 정책을 써왔지만 한국 국민들, 특히 청년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 “한·미·일이 튼튼한 공조를 갖고 중국을 상대했을 때는 서로가 호감을 갖고 사업과 여러 문화 협력에 있어 좋은 결과를 나타냈고, 양국 국민이 서로 호의적인 마음을 가졌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중국 편향적인 정책을 쓰고 미중 간 중간자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결국 관계가 나쁜 것으로 끝났다”라고 말하며 노골적인 반중 감정을 드러냈다. 또 “(일본과) 서로 이익을 나누는 관계가 돼야 과거사 문제가 잘 풀린다”고 말했다. (시사저널.2022.12.28.)


2022년 6월 29일~7월 윤 대통령 NATO 정상회의 참석. 전용기에 민간인 신 모 씨가 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 신 씨는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부인으로 민간인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김건희 여사의 일정을 도왔다고 밝혔지만, 아무 직책도 없는 민간인이 대통령 전용기를 타는 게 맞는지에 대해 비판이 일었다. (경향신문.2022.7.05.)


2022년 8월 3일~4일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 방한. 대만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자신은 휴가중이라는 이유로 펠로시를 만나지 않았고, 외교부 장관은 물론, 차관급 인사도 아무도 나가지 않음. 이로써 한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자신의 역할을 포기한 것으로 보이게 되었고, 더이상 동북아의 키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4일 오전, 미국측에서는 대놓고 불쾌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물론 친미 성향의 국가들은 대놓고 불쾌함을 드러냈고, 그 중에는 윤 대통령이 중국 편에 섰다고 말하는 전문가/언론인들까지 있었다.

이에 대한 외신의 반응은 이랬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 남한 대통령이 휴가를 이유로 낸시 펠로시와의 만남을 건너뛰었다.

South Korea’s president skips Nancy Pelosi meeting due to staycation. (The Washington Post.2022.08.04.)

(영국) 가디언: South Korean president accused of avoiding Nancy Pelosi in bid to placate China. (The Guardian.2022.08.04.)

(일본) 아사히 신문: 한국 대통령 ‘휴가중이라서’ 펠로시 씨와 만나지 않아…. 전화협의, 중국 배려하나? 韓国大統領「休暇中のため」ペロシ氏と会わず 電話協議、中国配慮か(朝日新聞.2022.08.04.)


2022년 9월 1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패스 논란. 조문을 이유로 영국으로 간 윤 대통령 부부가 교통 문제를 이유로 조문과 한-영 정상회담담을 취소. 영국에서는 이미 국가 원수들에게 전용기 탑승 자제 및 의전차량 제공 불가를 7일 전에 알렸다는게 밝혀졌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 부부, 일본 나루히토 천황 부부,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 등은 아무 문제 없이 조문을 하고 돌아갔다는 게 알려져 윤 대통령 부부가 조문을 안 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미디어오늘.2022.09.20.)


2022년 9월 22일 48초 한미회담. 그리고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 논란. 욕설 직후 MBC 고소와 국회, 여당의 대통령 옹호까지 외신들은 자세히 보도하며 한국 정부를 비난하였다.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카이알리 카엘레(Kaiali'i Kahele): 20%대 지지율? 대통령님, 본인은 본인의 나라에 신경을 써야할 거 같네요.

20% approval rating ? With all due respect Mr. President, you should focus on your own country. (해당의원 트위터)

(미국) CNN: 핫마이크가 남한 지도자 윤석열이 미국 국회를 욕하는 것을 캐치했다 

Hot mic catches South Korean leader Yoon Suk Yeol swearing about US lawmakers (CNN.2022.09.23.)

(미국) 미국의소리: 남한 대통령이 핫 마이크 순간을 두고 미디어를 혼낸다

South Korea's President Scolds Media Over Hot Mic Moment. (VOA.2022.09.26.)

(프랑스) AFP: 핫마이크에 걸린 남한 윤석열의 말버릇 없는 비난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South Korea’s Yoon Suk-yeol’s foul-mouthed criticism of US caught on hot mic goes viral. (AFP.2022.09.22.)

(일본) 마이니치신문: 윤 대통령이 ‘개자식들’ 미국 회의장을 퇴석하면서 한국국회에서 비난

尹大統領が「くそ野郎ら」 米会議場を退席時 韓国国会で非難 (毎日新聞.2022.09.22.)

(중국) 환구시보: 한국대통령부: 미국 국회에 욕한게 아니라…. 韩国总统府:骂的不是美国国会…… (环球时报.2022.09.23.)


2022년 11월 12일 김건희 여사가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불참하고 캄보디아 병원과 환아를 방문하여 논란. 


2023년 1월 16일 아랍에미리트에서 “UAE의 적은 이란” “UAE는 우리의 형제 국가다. 형제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다” 발언. 이란 외교부에서는 바로 한국 정부에게 해명을 요구하였고 한국 대사를 초치해 강력항의했다. 한국 대통령실에서는 오해였다고 해명하면서 동시에 이란 대사를 초치해 해명하였다.

(미국) 디플로매트: 윤석열의 발언은 남한과 이란 사이의 외교적 갈등을 촉발한다.

Yoon Comment Sparks Diplomatic Row Between South Korea, Iran. (The Diplomat.2023.01.20.)

(중국) 인민일보: 이것은 윤석열 외교 실언의 처음이 아니다. 작년 9월 방미 때에도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국회에 대해 욕설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这不是尹锡悦首次外交失言。去年9月访美时,他被爆疑似在提及拜登和美国国会时爆粗口。 (人民网.2023.01.18.)


Foreign Begins at Home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도대체 뭘까요?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건 북진통일을 하건 북한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미국이나 중국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인데 미국에 대해서 그다지 진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아니고, 중국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냅니다. 정말 경제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지금 떠오르는 시장이라고 회자되는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외교에 공을 들여야 하는데 그런 노력도 그다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란에 대해서는 해선 안 되는 망언을 해서 불필요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딱 하나의 나라는 일본입니다.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이념편향적 죽창가라고 말하며 협상의 카드라고 말하는 그의 태도는 심각한 수준의 역사인식과 외교관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이 이런 윤 대통령의 태도를 반가워하느냐? 절대 아닙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저자세 외교를 비웃으며 윤 대통령의 실언들만 모아서 한국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듯한 느낌마저 줍니다.

이런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자세는 아마도 반-문재인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유독 문 전 대통령 시절에 일본과의 외교가 시끄러웠고, 일본 언론에서는 문 대통령을 반일마왕이라고까지 부르며 그의 말로가 불행하기를 기원하는 뉴스까지 쏟아졌으니까요. 

(일본) 일간대중: 한국 새 대통령 문재인 반일마왕의 정체 韓国新大統領・文在寅「反日魔王」の正体 (日刊大衆.2017.05.23.)

(일본) 머니 현대: ‘일본을 싫어하는 한국인’은, 사실 문재인 ‘자기가 만들고 자기가 연기한 페이크’ 였다…! 「日本を嫌いな韓国人」は、じつは文在寅「自作自演のフェイク」だった…!(マネー現代.2021.12.31.)

(일본) 산케이신문: ‘반일’ 노선을 자찬  분열 남기고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反日」路線を自賛 分裂残し文在寅大統領が退任へ (産経新聞.2022.05.06.)

문 전 대통령 시절 한국과 일본의 외교관계가 꽤 악화되었던 것에 비해 다른 나라들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윤 대통령의 외교 방침을 반-문재인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외교는 금전적 이익을 얻냐 마냐 수준이 아닙니다. 경제/문화교류부터 국가 안보, 더 나아가 국민의 생명이 달려 있다고도 할 수 있는 한 나라의 외교 정책을 국내의 정치적 원한을 바탕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과연 옳은가, 저는 이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나 사고방식이 국내외적으로 창피하고 망신스러울 때가 많고, 모두 이에 대해 많이들 말을 하지만, 저는 한편으로 이것이 한국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외국에 대한 무지와 무관용 때문은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이슬람 사원이 집 주변에 생기는 게 싫다고 굳이 돼지머리를 사오는 모 지역 사람들이나 서울 시내에서 난민 입국 반대 시위를 벌이던 사람들, 그리고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아도 이런 행동에 동조하는 사람들. 이런 태도의 극단이 바로 윤 대통령의 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국내외 모두, 한국은 수출, 즉 남의 나라돈으로 먹고 사는 나라라고 평가합니다. 이런 나라에서 심각한 수준의 무지와 무관용을 넘어, 거만/불통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정답이 아닙니다.

결국 지금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은 반-문재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조에 한국에 뿌리 깊은 외국에 대한 무지와 거만이 혼합되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대통령의 입을 막지 않는 이유도 결국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지금 정부가 뿌린 씨앗을 이후 정치인들이 어떻게 풀어야 할지 저는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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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권이 바뀌면서 주변국에 대한 외교적 입장이 변화하는 것을 알고는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외교행보는 외교적 입장과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외교는 수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하나 내어주려고 할 때 상대에게 어떤 것을 얻어낼 수 있는지 계속 계산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정부에 이런 고민이 있는지 생각해보면 잘..모르겠습니다. 외교란 대통령이 주장하듯이 영업사원 하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구요. 좀 더 치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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