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나의 기후우울 극복일지

202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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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는 활동가

안녕하세요? 시민36입니다. 오늘은 기후위기와 개인의 실천을 주제로 글을 준비했습니다.

최근 몇 개월간 저에게는 가벼운 우울감이 있었습니다. 작년 서울 물난리부터 시작해서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이상기후로 인한 재해로 삶과 집을 잃은 소식들을 죽 접하면서  부터였어요. 재해로 인한 참사뿐만 아니라 물 부족, 가뭄 현상으로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튀르키예 - 시리아 지역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지요. 이 비극적인 지진으로 4만 4천 30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해당 지역은 난민촌으로, 정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기후위기는 사회의 불평등을 부각하고 더욱 극대화합니다. 재난과 참사는 모두에게 같은 피해를 안겨주지 않습니다. 언제나 약자가 제일 먼저 가장 아래서부터 고통받지요. 저는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데,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런 고통스러운 뉴스를 계속해서 접할것입니다. 이런 생각이 드니 삶이 너무 길고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얇고 가벼운 우울과 회의가 저를 둘러싸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서도 한 번쯤 비슷한 생각을 해본 분이 있을 거 같아요. 사회 불평등과 모순에 대해 부채감을 갖고, 현재의 시스템에 답답해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을 갖게 되는 것은 살아가면서 느끼는 아픈 감각 중 하나일 테지요. 저로 말하자면,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더 이상 무기력하게 있지만은 않습니다. 지금부터 무기력에서 탈피하게된 ’꿀팁‘을 하나 공유해보겠습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은 ‘세계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하는 질문만큼이나 공허합니다. ‘나’라는 개인을 뛰어넘는 거대담론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일상은 ’나‘로서 이뤄집니다. 인권과 평화는 도달할 수 없는 무지개처럼 떠있지만, ’위‘라는 지향점을 갖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문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위기‘이기 때문에 얼마나 빠르게 다가오냐의 문제만 있을 뿐입니다. 이를 받아들이고 불평등과 위기의 시점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전 인류가 공동의 목표로 노력을 해야 할 때입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덜 소비하기, 덜 버리기, 덜 쓰기 등의 일이 떠오릅니다. 이런 거쯤이야, 너무 작은 거 아닌가? 어떻게 이런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겠어라고 비웃을 수 있습니다. 과연 정말 그럴지, 찬찬히 뜯어서 살펴볼까요?

2019년 12월 그린피스에서 조사한 결과, 한국인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생수 페트병 96개, 플라스틱컵 65개, 비닐봉지 460개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일년에 약 11.5kg의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것입니다. 2022년 8월 그린피스에서 3천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일주일간 1인당 약 41.4개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023.02.02.중부일보)

한국인 1인당 일회용품 플라스틱 사용량 그래픽. 제작=김광미 인턴기자, 중부일보


저는 ‘올 한 해 1회용 플라스틱 컵, 페트병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겠어’라는 목표를 세워봤어요. 이를 ’높은 강도의 실천‘이라고 해볼게요. 아주 단순한 계산으로, 위 그린피스 조사 결과로 비교하면 평균 연간 161개의 페트병과 플라스틱컵 폐기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비닐봉투는 10번 중 1번만 사용하기’와 같은 낮은 강도의 실천 목표를 세우면 연평균 비닐봉지 사용량을 200개가량 줄일 수 있겠지요. 

한 사람이 ’플라스틱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목표만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데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는 간단하고 쉬워 보이지만 만만찮은 목표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점심시간에 단체로 카페를 간다거나, 누군가 사다준 커피 등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위기가 발생하지요. 따라서 이런 목표를 철저히 지키기 위해서는 정말 단호한 결심이 필요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텀블러를 갖고 다니겠다’는 마음가짐과 주변인에게 ‘저에게는 플라스틱컵을 절대 권하지 마세요’ 하고 소문을 내야 합니다. 

애초에 가장 좋은 방법은 카페 매장에서 1회용 플라스틱컵이 아닌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여러 시민단체에서 기업과 정부를 설득하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금은 우리가 개인으로서 실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으니까요. 어쨌든, 한 사람이 높은 강도의 실천을 목표로 세우고 이를 위해 큰 각오를 한다면, 이 세상이 정말 바뀌지 않을까요? 

정부와 기업을 비판할수도 있지만, 나 자신의 목표를 세워보고 지향점을 갖는 것도 중요한 변화의 첫 걸음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중, 기후위기로 우울감을 앓고 있다면 함께 높은 강도의 목표를 세우자는 제안을 드리며 이번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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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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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소중한 변화 저도 함께 동참하겠습니다.

우울할 일이 너무 많네요. 기후위기는 사회전체적인 절망감을 가져다주는 것 같아 더욱 그렇습니다.ㅠㅠ

읽으면서 몇 가지 인상깊은 구절이 있어 공유합니다.

기후위기는 사회의 불평등을 부각하고 더욱 극대화합니다. 재난과 참사는 모두에게 같은 피해를 안겨주지 않습니다. 언제나 약자가 제일 먼저 가장 아래서부터 고통받지요.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은 ‘세계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하는 질문만큼이나 공허합니다. ‘나’라는 개인을 뛰어넘는 거대담론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일상은 ’나‘로서 이뤄집니다.

작은 성취가 심리적으로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개인이 노력할 수 있는 부분도 이렇게 한씩 챙기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기후우울이라는 개념도 공식적으로 인정이 되고, 이를 케어하고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요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개인들의 실천 방법으로 '주변과 기후 이야기 하기'가 떠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지인들과 기후위기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관심을 함께 키워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 글처럼 각자의 고민을 공유, 공론화하는 역할도 하고요! 저는 이 방법을 주로 활용하고 있어요!

이것도 우울감의 일종일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환경문제를 대할 때 우울함보다는 죄책감을 느끼는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써주신 글을 보고 일주일 동안 저는 어떤 생활을 했는지도 다시 한번 돌아보았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