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민주노총 총파업, 왜 하는 거래?

2023.07.17

449
4
현명한 소비자 아니고, 선명한 효비자 / 흩어진 나의 조각을 모아 빛나는 선물을 만드는 창작자


얼마 전 우연히 옆에 있는 사람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는데요. “00차 파업이 정당하다는 00랑 무슨 얘길 하냐?”라는 말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파업은 정당하지, 하지만 남한테 피해를 주면 안 되지!”라거나 “시위할 수 있지, 하지만 길을 막는 건 안 되지!”라는 말을 들으면서 조용히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그 대화를 하던 사람들은 목에 사원증을 하나씩 걸고 있었어요. 본인들도 노동자인데 왜 다른 노동자의 파업에 그렇게 적대적일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어떤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권리를 주장하고, 어떤 노동자들은 그런 파업이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출처: 민주노총


노동조합은 항상 투쟁 중입니다. 어떤 이들은 그런 일을 불편해하고요. 지금도 민주노총은 7월 3일부터 15일까지로 예정된 총파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권 퇴진’을 내걸고 공격적인 투쟁을 선언한 만큼 정부도  이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노동·민생·민주주의·평화를 파괴하는 윤석열 정권하에서 우리가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는 총파업뿐이다. 모든 영역의 퇴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총파업에 나선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민주노총은 다음 달 파업 및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는 등 국민경제와 일상생활을 볼모로 한 투쟁을 고집해 국민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파업 돌입 시 범정부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쟁의권 미확보 등 불법파업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


?양 위원장은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건 오히려 윤석열 정부”라고 일갈하며, “이 장관은 총파업에 대해 합법이니 불법이니를 이야기하는데, (본인이) 법무부 장관인지 노동부 장관인지 헛갈리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노총 “7월에 2주간 총파업 돌입”···높아지는 노·정 갈등 수위 - 경향신문



총파업, 왜 하는 걸까요? 의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 노조 탄압 중단, 노조법 2.3조 개정 
  • 일본 핵 오염수 해양 투기 중단 
  • 최저임금 인상, 생활임금 보장 
  • 민영화․공공요금 인상 철회, 국가 책임 강화 
  • 공공의료․공공돌봄 확충 
  • 과로사 노동시간 폐기, 중대재해 처벌 강화 
  • 언론의 자유, 집회 시위의 자유 보장

민주노총 총파업 돌입…“윤석열 정권 퇴진 방아쇠 될 것” | KBS 뉴스


논란이 많은 핵 오염수 해양투기 문제를 비롯하여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은 의제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러 문제를 제기하는 만큼 ‘모든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들도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파업을 촉발한 원인도 다양하게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노동절 아침 분신해 이튿날 사망한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사건은 민주노총이 윤석열 정권 퇴진 구호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고 양 3지대장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화물노동자 파업 강경 진압에 이어 건설 현장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며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경찰이 이에 발맞춰 200일 특별 단속을 벌이는 과정에서 무리한 수사를 받다 분신했다. 고 양 3지대장은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도 아니고 공동공갈이라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윤석열 정권 퇴진시켜 달라”고 유서를 남겼다.

'윤석열 퇴진' 민주노총 7월 총파업 막 올랐다



출처: 민주노총 카드 뉴스
출처: 민주노총 카드 뉴스


물가는 오르지만, 월급은 제자리. 게다가 공공요금이 오르면서 서민들이 살기 더 어려워졌다는 말이 나옵니다. 민주노총에서 발표한 노동 현장 실태조사 보도자료에 따르면 ‘노동자 4명 중 1명인 28.2%가 임금체불을 경험, 이 중 임금체불은 100인 이하 작은 사업장 노동자(73.1%),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30.6%)와 52시간 초과 장시간 노동자(43.7%)에게 집중되어 있다.’고 합니다. 민주노총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임금조차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사업장 규모가 작고 노동시간이 규칙적이지 않은 경우일수록 취약한 현 구조를 국가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도자료] 2023년 전국 노동조건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


사실은 저도 임금체불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카드값 나가는 날이 다가올수록 울적해지던 나날들이 떠오르네요.?‍?

근로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임금체불은 치명적입니다. 분명 법에 명시된 권리가 있고 고용노동부를 통한 임금체불 진정 등 권리를 주장할 방법은 있지만, 현실에서 법의 영향력은 다소 미온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사업주에게도 임금 지급을 ‘권고’할 수 있을 뿐이고, 상습적으로 임금체불을 해도 사업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문제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총파업을 감행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입장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부와 일부 언론들은 이번 파업이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보건의료노조에서 진행하는 총파업은 여러모로 뜨거운 감자입니다. 


의료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직종별 업무 범위 명확화 등은 노조가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지금 정부도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중략) 더구나 이번 파업은 민주노총 정치 파업에 장단을 맞추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정치 한다고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리다니 이들이 의료인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23.07.14.조선일보)

조선일보 사설에서는 의료인들의 파업이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인력 부족 문제와 의료 붕괴 위기를 알리기 위한 파업’이라는 노조의 입장에 “정작 의료 붕괴를 부른 것은 노조였다.”고 냉소합니다. 의료현장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노조 파업이 일어난 것일까요, 아니면 노조가 파업했기 때문에 의료 현장이 어지러워지는 것일까요?

[아침신문 솎아보기] 보건의료노조 파업 두고 조선 “의료인 맞나” 한겨레 “가장 큰 책임은 정부”

[카드뉴스] 보건의료노동자가 왜? 파업에 나설까?



시위는 권리지만 시끄러우면 안 되지.

저를 조용하게 만들었던 처음 대화 내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사원증을 건 사람들은 파업이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가뜩이나 차가 막히는데 도로를 점거하고, 덥고 습한 날씨에 투쟁가까지 시끄럽기 때문일 것입니다. 재밌는 것은, 최저임금이 오르고 휴게시간이 보장된다면 파업에 적대적인 사람들의 임금도 오르고 노동시간도 함께 줄어들 것이라는 점입니다. 길이 막히고 택배가 늦게 오는 것은 불편하겠지만 그런 일을 수없이 반복하며 조금씩 최저임금이 올랐습니다. ‘시위는 할 수 있지만 길을 막는 것은 민폐’라는 것은 ‘메일을 보내는 건 좋지만, 컴퓨터를 켜는 것은 민폐.’ 뭐 이런 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시위는 소요와 점거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지 민원 접수가 아니니 말입니다.

파업하는 사람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그 사람들도 카드값이 두렵고 전기세가 부담스러운 평범한 사람이겠죠. 그들도 언젠가 퇴근길 도로를 막고 비를 맞으며 행진하는 사람들이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저는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파업은 ‘시민을 볼모로 잡고 정부를 협박하는 노조의 도구’일까요? 아니면 ‘시민 권리의 실현’일까요? 

파업으로 불편했던 경험이나, 이번 총파업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이슈

노동권

구독자 166명
한국에선 유달리 '파업'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쓰이는 것 같아요. 파업은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마지막 수단을 써야할만큼 간절하거나, 마지막 수단까지 쓰지 않으면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는 건 아닌지 같이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시민을 볼모로 삼는다거나 기업이 피해를 입는다는 주장은 파업을 한 쪽에서 바라본 결과 같아요. 파업은 노동자에게도 고통스러운 일이니까요. 누가 피해를 입는다가 아니라 왜 파업까지 이르게 됐는지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어요.
시민을 '볼모'로 잡는다는 말 자체가 시위에 대한 악성 선전인 것 같아요! 시민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서가 아닌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파업을 하는 것인데, 이를 개인 이익을 위한 싸움으로만 몰아가기 때문에 저런 멸칭을 붙인 것이 아닐까요.
파업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가 목소리를 낼 권리를 실현하는 행위라 생각합니다. 노동자가 민주사회의 시민이라면 시민의 권리인 셈입니다. 시끄럽고 불편하다고 말씀들 하시는데, 민주주의는 때론 시끄러울 수 있고 또 시끄러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이 멈춰서 기업에게 소비자에게 피해가 간다는 반론이 많던데.. 맞습니다. 그게 바로 파업의 힘입니다. 자본에 비해 힘이 없는 노동자가 법적 차원의 대응으로 자신의 문제가 해결이 안 될 때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힘 있는 대응이 바로 파업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들의 사회적 삶을 위해 다양한 주체들의 조화로운 삶이 지속가능하도록 조정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시위는 시끄럽고 불편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내 문제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어려운 것 같아요. 부끄럽게도 저는 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 '같이탑시다' 행동을 하기 전까지는 장애인 이동권을 나와 가까운 문제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전장연이 출근길에 행동을 하면서 '아, 나와 같은 도시에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겪는 일이구나, 그리고 나도 책임이 있구나'를 알게 됐어요.

캠페인

투표

토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