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어린이, 위험해야 안전하다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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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월담 활동가, 놀이를 공부하고 연구합니다.

위험이 만성화되고 일상화된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위험에 대처하는 자세는 필수적인 자질이 되었습니다. 놀이터는 어린이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 스스로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수준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해줍니다. 따라서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 자란 아이는 가족의 울타리 밖에서 위험과 마주쳤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즉, 적절한 수준의 위험은 성장 과정의 건강한 일부를 이루며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에게 도전은 긍정적인 특성으로 여겨지는 반면 위험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온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위험감수놀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여전하며 부모의 위험에 대한 태도에 따라 충분한 위험감수놀이 경험을 얻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 출처 : unsplash


위험감수놀이는 넓은 의미에서 ‘신체적 부상의 위험을 수반하는 흥미진진하고 스릴 넘치는 놀이’로 어린이의 신체 운동을 촉진하고 자율성과 자신감을 높이며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놀이입니다(Mcfarland & Laird, 2017; Tovey, 2007). 

어린이는 놀이를 통해 도전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성장하며, 호기심을 유발하는 놀이 환경을 선호합니다. 적절한 위험성은 어린이가 자발적으로 추리하고 선택하면서 성공 또는 실패를 경험하게 하고,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에 성장에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위험감수놀이는 어린이들이 가장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놀이이기도 합니다(Greenfield, 2004).


굳이 위험한 놀이를 해야 하나..

머리로는 알겠지만 실제로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면? 이미 많은 연구들에서 위험감수놀이의 이점과 필요성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도전적인 위험감수놀이는 어린이의 신체 운동 촉진 뿐만 아니라 자율성과 자신감을 높이며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놀이입니다(McFarland & Laird, 2017; Tovey, 2007). 

무엇보다 위험감수놀이에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어린이들은 스스로 위험을 평가 하고 그 수준을 적절히 조절하여 대처하는 능력을 학습하게 됩니다(곽정인, 나귀옥, 2013). 뿐만 아니라 위험감수놀이를 하며 자신의 능력을 고려 하여 위험 감수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와 책임을 경험하게 됩니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는 행동들을 경험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인식하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기도 하죠(Stephenson 2003). 위험감수놀이는 어린이들이 현실적으로 쉽게 도전할 수 없거나 직접 경험하기 어려운 자신의 공포에 맞서볼 수 있는 안전한 맥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요즘 같이 현실에서 수많은 변수들을 마주하게 되는 시대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집니다(Sandseter & Kennair, 2011).


좋은 건 알지만 쉽지는 않아

Henle(2003)과 같은 학자들은 미끄럼틀을 거꾸로 오르는 행동, 그네가 높이 올라가는 것을 즐기는 행동, 시설물에서 뛰고 점프하는 행동, 거친 신체놀이 등 위험감수형 놀이행동들을 부상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놀이로만 인식하고 있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요즘처럼 폐업한 소아과가 늘어나고 전공의 이탈 현상이 심화되어 아이가 다치거나 아플 때 소아과에 오픈런을 해도 진료를 보기 쉽지 않은 시기에는 더 큰 위험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문 열기 1시간 전 대기 20명"…새벽부터 '오픈런'하는 소아과). 

하지만 Eager와 Little (2011)은 위험감수놀이를 할 기회를 잃은 아동은 오히려 이와 같은 행동을 보상받고자 더욱 위험한 행동을 추구하여 훨씬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매번 성인의 감독하에서 놀이 했던 어린이들은 성인의 감독이 없는 경우, 놀이기구를 정해진 방식과 다르게 이용하면서 위험을 보상하려고 하는 시도를 하였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Gill, 2007; Sandseter, 2011; Walsh, 1993). 


특히 코로나 19 이후 태어난 어린이들의 경우 마스크 착용과 실외놀이의 부족으로 이런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 결핍, 학습 결손 등의 문제들이 이미 학교에서 일찌감치 부터 보고되고 있습니다(“코로나19 학습결손, 정말 심각하게 보고 있다”). 사회는 더 빠르게 변화하는데 아동기에 이에 대처할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사회적 문제가 벌어지게 될까요? 사회에서 살아갈 아이들이 충분히 도전하며 놀지 못하게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들과 이를 완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지 여러분의 의견을 나누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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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라인스케이트를 신은 채 뒷산을 오르내리고 개천에서 놀았던 기억, 놀이터 놀이기구 지붕에 올라가서 친구들을 약올리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저는 그런 위험들을 스스로 감수하며 컸는데 정작 제 아이는 조금이라도 위험한 행동을 하는 낌새가 보이면 제가 바로 제지하고 있었네요..ㅎㅎ 조금의 위험은 감수하며 노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좋다는 것을 마음에 깊이 새겨둬야겠습니다!!

변화의월담 프로그램에서 경험한 놀이와 움직임의 확장이 큰 감동으로 남아있습니다. 도심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파쿠르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아이도 어른도, 실패하고 같이 일어나는 경험을 자꾸 쌓으면 삶을 더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확실히 아이든 어른이든 마냥 안전에만 안주할 때가 아닌 도전의 경험을 할 때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위험해야 안전하다는 말이 글을 읽고나니 더욱 공감되네요
어릴 적 세균에 노출되어야 건강하다는 어른들의 말이 있었죠. 흙바닥에 뒹굴기도 하면서 마구 뛰어놀아야 건강해진다면서요. 면역력 강화 측면에서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활발하게 야외활동을 해야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스스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선을 정하고 학습한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네요. 성인인 저도 결국 도전을 해 봐야 어디까지가 나의 안전선인지 알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위험감수놀이의 필요'라는 문제의식은 처음 접했습니다. 오래전 놀이터에 정말 위험한 부분들도 많았지만..(정글짐.. 녹슨철들..) 모래사장에서 즐겁게 뛰어놀면서 큰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건 딱히 위험했던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지요. 도심의 놀이터가 너무 제약되어 있다는 느낌은 받았었는데, 뭐가 문제인지 좀더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위험의 종류와 정도가 통제된 환경에서, 어린이가 감당/대응가능한 정도의 위험에 계속 노출되어야 하겠네요. 위험한 놀이터 많이 필요합니다. 실패와 위험을 겪어봐야 그에 대한 극복의 힘과 면역력이 키워지는 것 같네요ㅣ
점점 놀이터에 모래 한 알도 보기 힘들어지더라고요. 너무 안타깝습니다. 어린이들이 노는 공간에 일부러 유리컵을 두자, 어른들이 지레 걱정하던 그 '위험한 상황'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는 칼럼을 본 적이 있습니다. 유리컵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자신들만의 규칙까지 만들었다던 사연도 보았고요. 경험과 실패를 겪으며 성장하는 태도를 위해서는 위험감수놀이가 꼭 필요하겠습니다!
위험이라 쓰였지만 경험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네요. 문제가 벌어졌을 때 상황을 이해하고, 해결방법을 찾는 데에 있어서 가자 중요한 게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위험을 경험해봐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합니다.

만약, 위험을 감수하는 놀이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어른으로 성장했다면, 작은 실패와 어려움에도 집밖에 나가기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드네요. 위축되고, 그 실패의 경험만으로 나를 한정짓고, 더 이상 실패하지 않기 위해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드네요. 

위험한 것은 모두 안돼, 내 자식들만큼은 괴롭지 않고, 슬프지 않고, 행복하게만, 살아가게끔 하고 싶어, 라는 부모님의 마음. 이해는 되면서도, 그러한 의도가 오히려 자식을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왠지 슬프지만 알아야할 것 같아요. 위험을 못겪게 하는건 인간으로서 불가능하기에. 위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필요한 것 같아요. 면역력을 기르기 위해서 예방접종이라는 작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 처럼.

매우 공감합니다. 성인기는 물론 청소년기부터 맞게 될 끊임없는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아동기부터 위험 관리를 익힐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위험감수교육은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동의 절대다수가 도시, 그 중에서도 아파트 환경에서 성장함을 감안했을 때 이러한 위험감수 경험이 이전보다 크게 줄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위험 관리 역시 교육의 대상임을 인식하고, 가정교육과 공교육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했으면 하네요.


좀 다른 얘기지만, Eager와 Little의 연구가 인상적이군요... 어렸을 적 저의 모습을 완벽히 설명해주는 이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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