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기레기도 기자도 독자가 만든다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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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입니다

돈 때문에 만들어진 기레기?

기레기는 누가 만들었을까? 언론사와 기자들이 기레기를 자처한 것일까? 아니면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독자들이 만든 것일까? 어려운 문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혹은 신이 인간을 만들었냐, 인간이 신을 만들었냐 같은 질문이다.

출처 : Unplash

이에 대한 흥미로운 글이 있다.<이 글에는 '기레기'가 스물여섯 번 나옵니다> 글쓴이는 기레기를 만든 건 독자라고 말한다.

  • “그러니까 지금 거대한 방송국이나 신문사의 기레기들이 다른 매체들보다 힘이 세다는 이유로 돈 받아먹으며 기레기짓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품위 있는 기자들'에게 힘을 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기레기는 우리가 키운 셈이다.”

요약하면, 분명 좋은 매체와 기자들이 많지만 독자들이 이들을 모르고, 거대 언론 매체에서 쓰는 기사들만 쉽게 쉽게 접하기 때문에 기레기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구조적인 문제도 지적한다. 독자들이 기사를 공짜로 보는 구조에서 언론사는 광고에 의지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광고주에 맞는 기사를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언론사의 편집권과 경영권은 분명 별개로 되어야 하는 게 맞지만, 100% 별개로 하는 건 말할 때만 쉽다. 돈을 주는 사람에게 대놓고 펜 끝을 들이밀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밥 그릇 사라지는 데 별 수 없다.

실제 언론들은 포털에 기사 띄우기와 조회수로서 생존을 갈구하고 있다 기사 조회수가 높기 위해선 자극적인 기사 제목을 달아 이목을 끌어야 한다. 조회수 경쟁이며, 거의 유일한 생존 전략처럼 됐다.

물론 생존전략에는 조회수만 있지 않다. 언론사 자체적으로 큰 돈을 받아 컨퍼런스를 열기도 하고, 상금을 내걸고 시상을 하기도 한다. 언론사가 상을 만들어 시상하고, 그에 대한 기사를 써주고. 기업 입장에서는 안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실제 이러한 문제는 다수 문제로 지적된 바가 있었다. 하지만,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 돈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시민이 바라는 좋은 콘텐츠는 나오기 어려울 수도 있다.

대안적인 시도

몇 년 전이다. 예전에 모 단체에서 같이 활동하던 형을 우연히 광화문에서 만났다. 그 형은 영상을 기반으로 사회문제를 말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채널명은 <쑈싸이어티>였다. 당시 포켓몬GO가 유형이었는데, 포켓몬의 주인공인 지우 차림을 했던게 기억난다. 당시 영상이다. 아쉽게도 현재는 그 채널이 운영되지 않는다. 마지막 영상 업로드가 6년 전이다. 그 뒤 내가 알던 형은 동물권 단체에서 일하다가, 요즘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급을 말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 형과 함께 활동하던 분도 현재 모 매체에서 기자로 일하며 동물 관련 취재를 중점으로 하고 계셨다.

해당 채널이 만들어진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신문과 방송을 보지 않는 시민들을 위한 뉴스를 만들고 싶던 게 아닐까 싶다. 나는 이런 시도가 기성 매체의 틀에서 벗어나 다르게 접근하고, 다른 시각에서 알려져야 할 내용들을 대안적인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시도는 좋지만, 이들도 어려움을 겪는다. 기성 언론이 하지 않는 걸 하기 위해선 콘텐츠를 잘 만들어야 하고, 그 만한 투자를 해야 한다. 돈이 든다는 말이다. 기자로 하여금 취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콘텐츠가 잘 나와야 하고 잘 알려져야 한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도 세상에 보여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좋은 콘텐츠와 대안적인 시도를 위해서 활동하는 대안언론도 돈이 없다면,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앞서 <쑈사이어티>를 운영했던 형이 동물권 단체로 이직하며 썼든 글에서도, 돈이 가장 힘들었다고 썼던 게 기억난다.

시민들이 후원하면, 대안언론이 설 수 있지 않을까

출처 : 모 대안 언론사의 방침. 한겨레 21 챕쳐

앞서 독자들이 공짜로 기사를 읽기 때문에 기레기가 만들어진다는 내용을 살펴봤다. 간단하게만 생각하면, 시민들이 후원을 한다면 양질의 기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성 언론에서 하지 않는 취재, 기성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내용을 듣고, 말하고, 쓰는 언론이 많아지고 그런 언론을 시민들이 후원한다면 시민이 바라는 양질의 기사와 콘텐츠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역시도 이상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기준에 대안언론에서 취재를 하지 않았다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이야기들을 대안언론에서 주목하게 다뤘다. 기성 언론이라면 광고주 목에 칼을 들이미는 꼴이라며 꺼렸을지도 모르는 일도 기사로 썼다. 

나 역시도 대안 언론에 후원했었다. 내가 원하는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그저 세상에 나와야 할 이야기를 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고, 그 작은 돈이 약간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후원한다. 물론 대안언론이라고 해서 완벽하지 않다. 그들도 실수를 하고, 팩트 체크가 미비한 경우도 있다. 그런 잘못을 옹호할 마음은 없다. 기성에서 하지 않는 일을 한다면, 더 철저하게 기성보다 잘 해야 한다.

기성 보다 더 잘하는 언론, 기성 보다 더 확실한 언론이 대안 언론으로부터 나왔으면 좋겠다. 기레기도, 기자도 독자가 만들 수 있다. 기자가 더 많아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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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대안 언론사의 방침이 흥미롭네요. 저널리스트로서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좋은데, '개인화'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조직의 지속가능성 확보, 세상을 보는 총체적 시각의 확보와 관련된 성장의 한계 등도 떠오르네요. 조직의 자본 논리에 갇혀 조직이 제공하는 안경만 쓰자는 것과는 또 별개의 문제의식일 것 같습니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기사는 독자가 만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좋은 언론 환경을 만드는 일에 언론이 나아지는 것이 우선인지, 독자의 언론 소비 활동 방식의 개선이 우선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언론계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시민의 관점에서 기사를 쓰기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내가 지지하는 진영에 불리한 기사를 쓴 언론을 무조건 비난하는 방식의 언론 소비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든 기레기든 독자가 만들지만 양심의 판단은 본인 몫, 기자 기사든 기레기 기사든 독자의 리터러시 능력이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