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참사는 연결되어 있다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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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입니다

제목 : 참사는 연결되어 있다

1,134명이 사망한 참사

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위치한 ‘라나 플라자'가 붕괴했다. 건물은 오전 8시에 순식간에 무너졌다.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은 쏟아지는 천장을 피하지 못했다. 1,134명이 사망했고, 2,5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참사로 기록 된, ‘삼풍 백화점' 참사 사망자가 502명이었다. 단순 수치로 2배에 달하는 참사였다. 수치로 고통의 무게를 잴 수는 없으나, 우리나라 역대 최악의 참사보다 2배 이상의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참사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덮쳤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무너진 라나 플라자

라나 플라자는 붕괴할 수밖에 없는 건물이었다. 붕괴 당시 라나 플라자는 총 9층 높이였다. 하지만, 애초에는 4층짜리 건물이었다. 건물주인 소헬 라나(Sohel Rana)는 상업용 4층짜리 건물로 2007년에 처음 지었다. 지하는 주차장 겸 소헬 본인의 사무실이었다. 1층엔 다른 사무 공간과 상업 건물, 2층엔 상점과 은행들이 들어서 있었다.

3~4층은 다국적 의류 기업의 옷을 만드는 공장이었다. 이곳에서 주로 하청을 받아 옷을 생산했다. 2023년 기준, 방글라데시의 의류 산업은 전체 GDP의 16%를 차지할 정도로 큰 산업이다. 수출 규모로는 중국에 이어 전 세계 2위다. 

이렇게만 보면 전혀 문제가 없는 듯 보인다. 사무실이 있고, 은행이 입점해 있고, 봉제 공장이 있는 건물은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건물이 무허가 건물이었다는 점이다. 무허가 건물이라 정부의 관리 감독이 소홀했고, 건물주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건물에 입점하면 할수록 건물주는 돈을 벌게 되어 있다. 이에 소헬 라나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무허가 증축을 이어간다.

라나 플라자 조감도 출처 : https://www.slideshare.net/ashlinvilson/rana-plaza 

4년 동안 총 4층의 건물이 무허가로 증축됐다. 증축을 제재하는 사람은 없었다. 애초 무허가 건물에 증축 허가와 관리 감독이 있을리 없다. 무리한 증축은 붕괴 원인이 됐다. 건물이 올라갈 수록, 지반은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건물 옆에 금이 가고, 기둥의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갔다. 사고의 징조였다.

건축 엔지니어인 압둘라 라자크 칸은 건물주인 소헬 라나에게 건물 붕괴 위험이 있으니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건 소헬 라나 자신 뿐이었다. 생계를 위해 출근했던 3,000여 명의 사람들은 2013년 4월 24일 오전 8시 45분 무너지는 건물에 파묻혔다. 파묻힌 사람 중 1/3은 사망했고,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깔린 사람들은 팔을 절단하며 구조됐다. 비록 살아 남았지만, 그들이 참사 이전과 동일하게 살아간다고 말할 수 없다. 무너진 잔해에 척추를 다쳐 걸을 수 없는 상황에 먹여 살려야 하는 자식을 위해 걷게 되기를 소망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출처 : 위키백과

라나 플라자 참사는 이익을 위한 무리한 증축에, 충분히 대피 시킬 수 있었음에도 책임지지 않은 인재가 겹친 참사였다. 건물주였던 소헬 라나는 참사 직후 인도로 도망치다가 잡히기 도했다. 그리고 참사 3년 만에 재판장에 섰다. 

어느 한 사람의 이익, 사회의 부정 부패가 극심할 수록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들이 피해를 받는다. 이익 앞에 그들의 안전과 생계는 안중에서 사라진다. 애초 고려 대상이 아니게 된다. 이러한 참사를 겪고서도 방글라데시 여공들은 또다시 옷을 만들러 가야 했다. 나라 전체 GDP의 16%를 차지하고, 전 세계 수출 2위를 차지하는 산업인 만큼 생계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참사 당일, 붕괴 조짐을 일하는 노동자들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일터로 보내졌다. 괜찮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건물이 무너졌다.

참사의 책임이 어느 한 사람에게만 있지는 않다

참사의 책임을 어느 한 사람에게만 물게하는 건 자칫 마녀사냥이 될 수 있다. 책임이 있을 수는 있으나, 온전히 그 사람의 문제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라나플라자 참사도 마찬가지다. 참사가 대대적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참사 희생자들이 어느 브랜드의 옷을 만들고 있느냐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 글로벌 SPA 브랜드 들의 옷을 만들고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시민들은 온라인 상에서 누가 내 옷을 만들었냐라며 #whomademyclothes 해시태그를 달기 시작했다. 일부는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로 나오기도 했다.

출처 : 인스타 그램 캡쳐

참사가 발생하고 난 뒤, 방글라데시에 가장 많은 하청공장을 가지고 있던 H&M에 변화를 촉구하는 압력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당시 라나플라자에서 일했던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은 의류 노동자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3,000다카(월 4만 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참사 이후 국제사회 압박과 최저임금 인상 시위에 못이겨 월 최저임금이 5,300다카(7만 원) 수준으로 올랐다. 

또한 H&M은 방글라데시 현지 하청업체들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고층 빌딩의 스프링 쿨러 설치, 비상계단 사이 방화문 설치 등이었다. 또한,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1500곳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는 어땠을까? “클린 클로즈 캠페인은 방글라데시에 있는 H&M 공급업체 32곳을 조사했는데, 이들은 H&M과 이른바 골드 파트너십 관계에 있었다. 이 대기업에서 특히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회적으로 평등하게 생산하는 공장을 선별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클린 클로즈 캠페인은 이들 공급처의 건물에서 안전에 미흡한 점 518가지. 화재에 취약한 점 836가지, 전기 안전상의 문제 650가지를 발견했다. 그런데 H&M은 2014년 지속 가능성 보고서와 웹사이트에 건물 안전 및 화재 안전과 관련한 모든 조치를 기한 내에 모두 시행했다고 선전했다.”*

출처 : eyemag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참사는 돈을 벌려는 개인의 탐욕과 값싸게 옷을 생산하려는 기업의 어찌보면 당연한 논리에서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안전은 비용으로 치부됐고, 최대한 아껴야 하는 것이 됐다. 그렇게 싼 값에 생산 된 옷을 사 입는 건 방글라데시 현지인들이 아니라, 우리나라와 같은 선진국 나라들이었다. 참사 당시 시간당 24센트 임금을 받으며 일했던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시금 일터로 나갔고, 여전히 저임금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이 없었다면 내가 입는 옷도 없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처음 들어보는 나라의 참사가 우리의 일상과 연결되어 있는 이유다. 

방글라데시 파업, 생계를 위한 싸움

현지시각으로 지난 9일, 방글라데시는 파업에 돌입했다. 현재 월 최저임금인 9만 원을 올려달라는 요구에서 비롯됐다. 지난 2019년을 마지막으로 코로나 여파로 인해 최저임금이 4년 째 동결됐는데, 그 과정에서 물가는 끊임없이 상승해 생계가 어렵다는 이유다. 방글라데시 노동자 측은 월 27만 원을 요구했고, 정부는 14만 원을 제시한 상태다.

이러한 요구에 반발한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은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세계의 의류 공장으로 불리는 방글라데시가 파업하면, 옷 값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현재까지 약 300개 의류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파업이 계속된다면 어쩌면 이들이 만든 옷을 입는 우리들의 옷 값도 비싸질지 모른다. 정부와 노조는 계속해서 협상을 하고 있고, 가장 많은 공장을 가진 H&M은 "근로자와 가족의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새 최저 임금을 지원한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임금 인상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어느 한 나라의 참사가, 어느 한 나라의 파업이 우리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들은 우리의 옷을 만들다가, 우리가 먹을 음식을 재배하다가 참사를 맞은 것일 수도 있고, 파업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사회적인 참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요즘, 나와 관련한 참사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관심을 갖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설령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참사가 아닐지라도,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파업이 아닐지라도 그것은 우리와 어떻게든 연결이 되어 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해당 참사의 맥락을 제대로 살펴보고, 나와 관련이 있다고 여겨진다면 작은 관심이라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내가 먹고, 입고, 마시는 무언가를 위한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출처 : Who made my clothes

*<위장 환경주의>(카트린 하르트만/ 에코리브르/ 초판 2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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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세계는 연결되어 있네요. 참사는 자연적이고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는 말을 이제는 그만하면 좋겠습니다. 막을 수 있는 일을 이윤의 논리로, 정부편의적 논리 정당화 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한 사람의 이익, 사회의 부정 부패가 극심할 수록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들이 피해를 받는다. 이익 앞에 그들의 안전과 생계는 안중에서 사라진다. 애초 고려 대상이 아니게 된다.>는 말이 매우 공감됩니다. 가장 취약한 계층은 아예 생각하지 않고,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게 되구요.
다음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건 우리가 일상에서 갖는 관심과 변화한 행동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만들어주는 글입니다!

연이은 참사는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러한 사건은 인간의 생명과 안전에 큰 위협을 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많은 슬픔과 아픔을 가져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피해자들을 돌보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이러한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안전에 대한 교육과 대비책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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