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함께 평화] 평화를 위해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 중

202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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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학생

반복되는 국제분쟁을 바라보며, 우리 주변의 평화를 상상한 캠페이너들의 기록을 소개합니다. 

  • 국제 분쟁이 일어나고 일상 속 변화를 실감한 순간이 있나요? 어떤 순간인가요?
엠네스티 우크라이나 러시아 반전 시위
                                                                                                                                                                                                                                        연합뉴스

나는 생일을 맞이해 설레는 마음으로 잠에서 깼다. 애타게 생일을 기다리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생일은 내가 태어난 날인만큼 소중하고 행복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2022년 나의 생일을 나는 차마 즐겁게 보낼 수 없었다. 생일 전날 새벽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뒤부터였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 것을 축하하는 나의 생일날이 누군가에게는 죽음을 맞이하는 날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어디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정도가 다른 것일까 하는 의문이 자꾸만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너무 쓸모없어 보였고, 점점 무기력해지기만 했다. 하지만, 충격도 한순간,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무언가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혼자 걱정만 한다고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로, 내 일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는 나로서, 나의 활동 범위는 그리 넓지 않았다. 2주 동안 기숙사에 머무르기 때문에, 이제는 집보다 학교가 더 익숙하고 친밀하다. 그렇지만, 또 그만큼 외부 활동을 많이 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다. 그래도 나는 그 안에서 나름대로 다른 학생들과 함께 갈 길을 만들어 갔다. 전쟁이 일어난 후, 학교 내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앉아서만 지켜볼 수 없었던 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인 학생들과 함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깊이 엉켜있는 역사를 공부했고, 서방권 나라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같이 다루었다. 그 뒤, 다른 학생들에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전쟁으로 인해 나타나는 참혹함과 불행함을 벽보에 붙여 알렸다. 외부 활동을 꾸준히 하기는 어려웠지만, 해바라기와 촛불을 들고 반전시위에 학생들과 참여하기도 했다. 이렇게 내 일상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변해갔다. 그렇게 그 사건을 계기로 나는 어느덧 학교 내 반전 NGO에서 평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저희 NGO 소식이 궁금하시면! 관심이 있으시면! 🥰 인스타그램 : lets__peace / 이메일 : lets_peace@naver.com)

  • 지금 평화가 가장 필요한 국제 분쟁 지역은 어디라고 생각하나요?
조각난 땅
                                                                                                                                                                                           미래의 창 (네이버 블로그)
조각 케이크
                                                                                                                                                                                      라뽀즈 (인스타그램)

세계지도를 보면 조각 케이크처럼 아주 반듯하게 잘린 지역들을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아프리카 대륙이 그러하다. 하지만 아프리카가 처음부터 반듯한 국경선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대항해시대를 시작으로 수많은 서방권 국가가 아프리카를 침략하면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그들은 금과 은을 얻기 위해 광산을 캤고, 끝이 보이질 않는 플랜테이션을 만들었으며, 아프리카 부족민들을 짐승 취급했다.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서방권 국가들의 무분별한 약탈과 만행을 저지른 시대가 대항해시대다. 그 당시 국부의 가치는 국가가 얼마나 많은 금과 은을 보유하는지에 있었다. 그렇기에 유럽 열강들은 금과 은을 더 많이 얻기 위한 땅따먹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들에게는 아프리카 대륙이 국부를 늘리는 땅따먹기에 불과했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갈라진 땅처럼 조각조각 부서졌다.

아프리카 대륙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가진 부족들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유럽 열강들은 그들의 편의로 그은 국경선 안에 서로 다른 부족들을 강제로 거주하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제국주의자들이 가지고 온 정치적 이념과 종교적 이념은 더 많은 갈등과 분쟁을 일으켰다. 몇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프리카 대륙은 분쟁 속에 있다.

외부의 세력에 의해 갈라진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어떠할까. 부족들 간의 크고 작은 갈등과 싸움은 계속 일어날 것이고, 갑작스러운 해방은 나라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조각난 땅 위의 삶은 굉장히 불안하고 무서울 수밖에 없다. 몇백 년간의 지배가 현재 분쟁의 가장 큰 원인이다. 너무나도 슬픈 건, 이러한 분쟁을 만든 나라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이 꼬여버린 실타래를 감당해야 하는 사람은 아프리카 대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게 참 슬프다.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많은 나라들은 다른 외부 세력으로 인해 땅이 갈라진 채로 살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중 하나다. 그러한 나라들에 평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 국제분쟁을 멈추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요?
눈덩이
                                                                                                                                                                          미래의 창 (네이버 블로그)

국제 분쟁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수많은 갈등이 전쟁을 낳는다. 전쟁이 일어나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과정이 존재한다. 가족 간의 갈등이, 마을의 갈등으로 번지고, 그것은 나라 안의 갈등으로, 결국 나라 간 혹은 나라 안의 전쟁을 일으킨다. 이러한 과정이 빨리 일어나기도 하지만, 몇백 년간의 길고 긴 싸움 끝에 터지는 것이 전쟁이다. 그러한 전쟁을 우리는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것이며,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인가.

처음에 나는 전쟁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좌절이 먼저 들었다. 아무리 전쟁이 참혹한 결과를 불러일으켜도 막을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는 걸 인정하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그래도 방법이 있지 않을까, 어떤 수가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런 내 고민을 수업 때 털어놓자,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평화 시에 서로 간의 교류와 외교를 잘해야지 전쟁을 막을 수 있지. 전쟁이 일어난 다음에서야 교류하려고 하고, 외교를 하려고 하니 해결이 되지 않는 거지.”

너무 와닿는 말이었다. 왜 우리는 전쟁이 일어난 다음에만, 극한의 상황까지 가야지만, 그제야 행동하는 걸까.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민간인 차원에서도. 그렇기에 작은 실천도, 매우 소중하다. 우리 안의 평화를, 내 주변의 평화부터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전쟁은 거대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작은 눈덩이가 커지고, 커져서 괴물이 된 것이 전쟁일 뿐이다. 작은 눈덩이가 산에서 굴러가는 걸 막는다면, 우리는 전쟁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당연히 시위 한 번이, 발언 한 번이 사회를 크게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작은 실천들이 모이고 모이면, 큰 변화가 일어난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는 굵직한 사건들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굵직한 사건이 될 수 있는 건, 역사로 남을 수 있는 건 그전에 수많은 사건과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작은 실천이 무의미하지 않다는걸,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걸 계속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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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분쟁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평화도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게 맞겠네요. 사람 사이의 신뢰도 작은 대화가 쌓여야 비로소 형성되는 것 처럼 우리 주변의 작은 평화를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나가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남겨주신 문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작은 실천이 무의미하지 않다는걸,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걸 계속 명심해야 한다." 작년 3월 우크라이나 평화행동 시위에서 온 몸과 소리로 평화를 외쳐준 레츠피스의 공연이 기억납니다. 우리의 위치에서 끝없이 외치고 연대하고 기억하며 함께 거대한 변화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아프리카의 잘린 땅에 대해서는 정말 이곳저곳에서 많이 이야기는 하지만, 정작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과 제안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계속해서 작은 실천들을 쌓으면서 변화가 나타나길 기도합니다.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함으로써 토론은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질 수 있습니다. 각자가 가진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서로의 의견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과정은 평화를 위한 중요한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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