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함께 평화] '연결'은 평화의 단서가 될 수 있을까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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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는 활동가

반복되는 국제분쟁을 바라보며, 우리 주변의 평화를 상상한 캠페이너들의 기록을 소개합니다. 


가자지구의 저널리스트가 공습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한 모습 2023.10.11. BBC 

미국 보수단체가 트럭 전광판에 팔레스타인 지지성명에 참여한 하버드대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을 띄우고 캠퍼스를 배회하는 모습 <2023.10.15 연합뉴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23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민간인 제노사이드.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명목으로 학살이 일어나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발생한 전쟁 사태를 지켜보며 나는 참담함과 무기력을 느낀다. 두 전쟁으로 수 만명의 민간인이 죽어가고  특히 여성과 아이들의 죽음이 조명되고 있다. 한국으로부터 머나먼 땅, 현장을 직접 볼 순 없지만 온갖 미디어와 매체를 통해 ‘생지옥’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며 지옥을 ‘목격하는’ 사람으로서 나를 둘러싼 새로운 감각을 느꼈다. 그것은 연결이자 단절이다. 

폭력을 멈추라는 목소리와 그것을 막는 권력

거대한 생명 파괴와 학살의 현장을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개인들은 분열된다. 가자지구의 시민들이 틱톡,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가자지구 폭격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다. 곳곳이 부서지고 불이 꺼진 건물 속, 바깥은 폭격으로 먼지가 자욱하고 건물 파편이 날아다닌다.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에 깔려있고 전기도, 수도도 없는 지상 최대 규모의 감옥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세계 곳곳에서 민간인 학살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의 대학생들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이스라엘 민간인 학살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하버드 학생연합단체에서 반이스라엘 공동성명을 발표하자, 미국의 보수단체에서 독싱트럭 전광판에 ‘하버드 학부 팔레스타인 연대 위원회’ 구성원들의 얼굴과 이름을 싣고 캠퍼스를 배회했다. 보수단체는 ‘X(옛 트위터)’에 온라인에 매시간 새로운 이름을 등록하고 있다며 연대 위원회를 탈퇴한 학생 이름은 삭제하겠다고 올렸다. 미국 자본 권력의 핵심 중 하나인 빌 애크먼은 이스라엘을 비판한 대학생들을 채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자본을 움켜진 거대 권력의 횡포와 보수단체의 폭력적 위협에 공포를 느낀 학생들은 성명을 철회했다고 한다. 

폭력에 대한 저항이 자본과 위력에 좌절당하는 모습은 전혀 낯설지 않다. 이 모습으로부터 나는 연결과 단절의 감각을 더욱 생생하게 느꼈다. 나는 전쟁으로 고통받는 민간인과 저항의 목소리를 내는 약자들에게 더 강하게 연결된다. 동시에 어떤 목소리도 듣지 않고 움켜진 무기를 힘껏 사용하는 권력을 바라보며 더욱 무력해진다. 연결, 그다음이 필요하다. 어떻게 우리는 나아갈 수 있을까.

단절을 딛고 더 큰 목소리로

전쟁을 지켜보며 참담함, 무기력을 느끼는 이들과 전쟁을 정무적 관점으로 보는 이들의 단절이 비극을 심화시키고 있다. 고통은 고통끼리, 권력은 권력끼리 서로를 연결하고 강화한다. 약자는 서로의 고통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이 판을 쥐고 있는 권력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나같이 고통과 연결된 힘없는 개인은 무력함에 힘이 부쳐 결국 무감각 해 질것이다. 

고통으로부터의 무감각과 흐린 눈이 결국 권력이 생존하는 방식임을 안다. 그래서 더욱 연결됨, 그다음의 감각이 절실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 서로의 인질을 일부 석방하고 4일간 휴전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하마스 붕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야 말겠다는 그의 의지가 앞으로 더 암담한 폭력의 세기가 펼쳐질 것임을 암시한다. 

국제사회의 지성은 시험에 들었다. ‘우리’의 연결은 무거운 과제를 지니게 되었다. 폭력을 목격하고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우리의 노력이 부디 나아감의 과정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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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도 팔레스타인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최근에 했는데요. 글을 읽으면서 결국 외면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때로는 모든 문제를 외면하고, 모르는 상태가 되고 싶겠지만 그럼에도 계속 시선을 두는 게 우리가 해야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 많은 연대는 조금 흔들리더라도 이 글처럼 포기하지 않고 바라보는 일에서 만들어진다고 믿습니다.
'고통은 고통끼리, 권력은 권력끼리 서로를 연결하고 강화한다' 는 말씀에 마음이 아픕니다. 무감각은 우리도 모르게 갖게 되는 권력이 아닐까 합니다. 지켜보는 이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의 무감각을 두려워하고 적극적으로 평화를 외치는 시간과 마음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씀해주신 것처럼 우리의 연결과 마음 돌봄이 꼭 있어야 하고요...
저도 너무 날것의 연결을 경험하다보니 저도 더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네요. 차라리 단절이 나은가 싶기도 했지만, 현장의 이야기에 더 귀기울일 필요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연결은 문화적 이해와 관용을 촉진시킵니다. 사람들이 서로의 문화, 언어, 관습을 배우고 이해할 때, 인종, 종교, 국가 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연결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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