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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끝, 국정쇄신 시작?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참패 수습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인사들을 교체하고, 취임 후 처음으로 이재명 대표에게 회담을 제안했는데요. 참모들에겐 소통을 강조하는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계와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합니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총선 후 윤 대통령의 행보와, 앞으로 놓인 과제를 정리해봤습니다. 지난 2년 간의 윤석열 대통령 주요 행보·논란 ✅ 정책 추진에 난항 :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유보통합), 주64시간제, 의대 증원 확대 등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반대 여론이 커지면서 정책 유보 ✅ 여소야대 국회에서 9차례의 거부권 행사 : 양곡관리법을 시작으로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 김건희·대장동 특검법, 이태원참사특별법 등 야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법안 거부 ✅ 인사 논란 : 18명의 장관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임명 강행, 그중 일부가 중도 낙마 ✅ 각종 참사에 관한 대응 논란 :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채상병 사망 사건 개입 의혹, 이종섭 전 국방장관 호주 대사 임명 ✅ 배우자 비리 논란 :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의혹,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침묵 ✅ 협치·소통에 관한 비판 : 취임 후 이재명 대표와의 회담 거부,  취임 100일 기자회견 후 기자회견 중단, MBC 압수수색 및 MBC·KBS 인사 교체 총선 이후 어떻게 하고 있어?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투표한 유권자 10명 중 1명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었습니다. 윤 대통령(33.5도)에 대한 유권자들의 ‘감정 온도’(호감도) 역시 이재명 대표(43.1도), 조국 대표(41.7도), 이준석 대표(39.0도)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이번 총선이 윤 대통령에 대한 심판 성격을 가졌다는 뜻입니다.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큽니다. 특히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정치인들이 불만을 표출합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윤 대통령이 여러 일로 지지층을 축소했다며 비판했고, 한동훈 전 국힘 비대위장도 윤 대통령의 오찬 제안을 거절하며 거리를 뒀습니다.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은 윤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을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50분’이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60분 회의 중 50분 동안 혼자 말한다는 비판입니다. 이처럼 일방적인 국정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1️⃣ ‘비공개’ 사과 윤 대통령은 총선 이후 6일 만에 국무회의에서 직접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고 말했습니다. 물가 관리, 부동산 정상화 등의 정책 성과를 강조하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출국, 김건희 여사 논란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정책 성과만 강조한 발언에 비판이 일자, 대통령실 관계자가 대통령이 비공개 회의에서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추가로 전했습니다. 지난 1일 의대 증원 대국민 담화와 비슷한 소통 오류가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의 담화가 의대 증원 갈등의 해법 대신 증원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치중됐다고 비판받자, 성태윤 정책실장이 추가 설명에 나섰습니다. 2️⃣ 인사 교체 총선 이후 한덕수 총리와 이관섭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주요 인사들이 사의를 표했고, 윤 대통령이 수용했습니다. 그간 정부의 인사 논란이 많았던 만큼 새로운 인사 발탁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릅니다. 17일 TV조선과 YTN은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민주당 의원이, 비서실장으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두 명 모두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였던 만큼, 여당과 야당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사 검토가 대통령실의 공식 라인이 아닌 비선 실세로부터 흘러나왔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여론을 떠보는 ‘아니면 말고’식 간보기 행태라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논란 끝에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을, 정무수석으로 홍철호 전 의원이 선정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직접 출입 기자단 앞에 나서 신임 인사들을 소개하고, 1년 5개월 만에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국정 운영에서 소통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야당은 정진석 비서실장의 과거 막말 논란을 언급하며 협치에 부적절한 인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앞으로 해결해야 될 과제는 뭐야? 총선 후 윤 대통령의 입장 발표에서 야당과의 대화에 대한 메시지가 빠졌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에게 첫 회담을 제안했고, 이재명 대표가 화답했습니다. 남은 3년간 지속될 여소야대 형국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 국정을 운영하기 힘든 현실을 고려한 행보로 보입니다. 하지만 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은 벌써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내세우는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 지원금’을 두고 충돌이 있습니다. 이 대표는 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예산 편성이 회담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정부는 현금 지원과 추경에 부정적입니다. 일전에 윤 대통령은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를 망치는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 특별법도 회담에 올려야 한다고 봅니다. 민주당은 다음 달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할 계획입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두고는 민주당 내에서도 입장이 갈립니다. 일부는 당장의 대화에선 조심스럽다고 말합니다. 23일 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동이 열렸으나, 아직 의제와 일정을 합의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윤 대통령은 의제를 민생으로 좁히고, 만나서 소통 물꼬를 트는 데 의미를 두자는 기조입니다. 반면 민주당은 구체적인 의제와 국정 전반을 논의하자는 입장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그간의 국정 운영에 대한 사과와 거부권 행사 자제도 요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통령실은 불쾌한 기류를 내비쳤습니다. 민주당이 제시하는 의제에 윤 대통령이 얼마나 화답할지가 관건입니다. 채상병 특검법 통과 임박?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대통령실 개입 정황이 한층 뚜렷해졌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5월 2일 본회의에 특검법을 처리할 계획입니다. 국민의힘은 특검 후보자를 야당이 추천하도록 한 조항이 부당하다며 특검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확률이 높지만, 국민의힘에서 8명이 찬성하면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이 가능합니다. 이미 안철수, 조경태 의원 등이 찬성 입장입니다. 개혁신당에서도 국민의힘이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 한 발짝 물러선 정부 정부가 올해 의대 입시 인원은 대학별 자율로 허용하고, 이후의 증원 규모는 재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정부가 발표했던 의사 증원 장기 계획(5년간 1만명 증원)도 수정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단, 의료계의 ‘과학적이고 통일된 증원안’ 제시를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전공의 단체와 의협은 증원 전면 백지화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의대 교수들은 오늘부터 차례로 사직에 들어갑니다. 다음 주부터는 주 1회 중증, 응급을 제외한 모든 진료를 중단할 계획입니다. 국민의힘의 미래 국민의힘 낙선자 모임에서 총선 패배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수도권 후보들은 ‘야당 심판’ 전략을 지적하며, 전통적 지지층인 영남과 노년층만 바라봐선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통적 지지층이 1년에 30만씩 돌아가시고 계신다. 5년 뒤 150만 명이 돌아가신다.”라는 과격한 발언도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이 인구학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참여자들은 3040을 공략하는 정책 없이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장덕진 교수(서울대 사회학과)는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되는 ‘연령 효과’와 젊은 시절의 경험이 정치 성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코호트 효과’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학생운동 경험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6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들은 나이를 먹어도 보수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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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의 언론과 시민단체 탄압, 많은 민주주의 지표 하락 이끌어
 윤석열 정권 3년차, 민주주의 평가하기②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선행 게재되었으며, 이후 얼룩소에 동시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 1편에서 우리는 민주주의 지수를 분석하는 이유와 분석을 위해 V-Dem 지수를 사용하는 이유,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권 동안 자유민주주의 지수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보았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권하에서 자유민주주의 지수는 문재인 정권 때보다 크게 하락하여 10년 전 박근혜 정권 때와 같은 점수를 기록하였다. 2편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지표들의 하락이 윤석열 정권 동안 자유민주주의 하락에 영향을 주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자유민주주의 지수를 구성하는 수많은 세부 지표 중 임의로 지표를 선정하여 분석할 경우 공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분석에서는 스테판 하가드와 로버트 카우프만이 2021년에 발표한 연구 ‘Backsliding’에서 러시아 푸틴 정권, 미국 트럼프 정권 등의 민주주의 퇴행 사례를 살펴볼 때 활용한 네 가지 지표를 똑같이 활용하고자 한다. 스테판 하가드와 로버트 카우프만의 연구에 따르면, 민주주의가 퇴행한 여러 사례에서 이 네 가지 지표가 공통으로 하락하였다. 네 가지 지표는 각각 ‘시민단체 억압 지표(CSO repression)’ / ‘선거관리기관 자율성 지표(EMB autonomy)’ / ‘정부 미디어 검열 지표(Government censorship effort - Media)‘ / ’고등 법원 독립성 지표(High court independence)’,이다. 이 그래프는 중앙에서 멀어질수록 지표 점수가 높아 민주주의 점수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이를 참고하여 2021~2023년 사이 네 가지 지표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고등 법원 독립성 지표를 제외하고 나머지 지표들은 2021년에 비해 2023년에 크게 하락하였다. 고등 법원 독립성 지표의 경우, 2021년부터 0.02점 하락하는 것에 그쳐,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부터 나머지 3가지 지표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시민단체 억압 지표, 2016년 이후로 최저 시민단체 억압 지표는 2021년 3.87점에서 2023년 2.93점으로 약 1점 가까이 하락했다. 0에 가까울수록 정부가 시민단체를 심하게 탄압한다는 의미다. V-Dem 지표 설명을 덧붙이면 4점의 경우 시민 단체의 조직이나 의사 표현이 자유롭고 정부의 제재를 받을 위협이 없음을 나타낸다. 3점의 경우 정부가 시민 단체의 활동과 표현을 억제하며, 시민단체가 정부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경우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벌금 등의 물질적 제재를 가하는 단계다. 윤석열 정권이 집권한 2년 사이에 약 4점에서 3점 아래로 급격하게 내려간 셈이다. 윤석열 정권에서 시민사회가 느끼는 탄압이 실제 지수로도 나타났음이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의 노조 때리기, 예산 삭감 역시 지수에 반영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아직까진 괜찮아 보이는 선거관리기구 자율성. 하지만… 선거관리기구 자율성은 2021년 3.63점에서 2023년 3.05점으로 약 0.58점 하락했다. 이 점수가 낮을수록 선거관리기구(한국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앞서 인용한 연구 Backsliding에 따르면, 선거 관리 기관의 자율성은 정치 시스템이 민주적이라고 간주되기 위해 최소한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표 설명에 따르면, 이 점수가 3점에 가까우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식으로 선거관리기구가 집권 정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2023년 국정원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전날 선관위 시스템이 해킹에 취약하다고 지적한 사건 등이 점수 하락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보도로 인해 전용기를 못 탄 MBC 기자들, 정부 미디어 검열 지표의 급락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논란 이후 MBC 기자들이 전용기에 탑승하지 못한 일, ‘더 라이브’ 등 시사 프로그램 폐지 등 수많은 언론 탄압 사건이 정부 미디어 검열 지수 하락에도 드러났다. 정부 미디어 검열 지표는 낮을수록 정부가 신문/방송 등의 미디어를 더 많이 검열함을 나타내는데, 2021년 3.78점에서 2023년 2.24점으로 약 1.54점 하락했다. 이 지표에 대한 설명을 보면 3점을 기록할 경우 정부가 민감한 이슈에 대해 간접적으로 언론을 검열한다고 평가하고, 2점을 기록할 경우 정부가 민감한 이슈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론을 검열한다고 평가한다. V-Dem 지표에 따르면 정부는 민감한 이슈에 대해 점점 언론을 직접적으로 검열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 동안 후퇴한 민주주의, 야당과 시민도 책임이 있다. 윤석열 민주주의 성적표 시리즈의 1편과 2편을 모두 본 독자라면, 필자가 일부러 윤석열 정권 동안 내려간 민주주의 지수와 지표를 선별하여 보여주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찾아본 민주주의 지수와 지표 중 상승한 것을 찾지는 못했다. 오히려 2021년보다 하락했음에도 소개하지 않은 민주주의 지수와 지표가 많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 2년 동안 여러 방면으로 민주주의는 후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데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지 못한 야당의 책임,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에게 투표로 권력을 부여한 시민들에게도 분명 민주주의가 후퇴하게 만든 책임이 있다. 내일부터 실시(사전투표 5~6일)될 총선에서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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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10년 후퇴한 윤석열 정권의 자유민주주의
윤석열 정권 3년차, 민주주의 평가하기①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선행 게재되었으며, 이후 얼룩소에 동시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 우리가 특정 정권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경제 성장이 얼마나 됐는지 평가할 수도 있고, 외교 문제를 얼마나 잘 헤쳐 나갔는가, 복지를 기준으로 얼마나 잘 분배했는가, 과학 기술을 얼마나 발전시켰는가 등 우리는 중요하고 다양한 분야의 업적을 기준으로 삼아 정권의 실적을 평가한다. 그 다양한 분야 중 필자는 윤석열 정권 3년 차의 ‘민주주의’에 대한 성적을 매기고자 한다. 민주주의 평가는 다수 시민의 뜻이 공정하게 정치에 반영되고 있는가를 보는 것으로, 특정 정권에서 다양한 사회 문제가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해 해결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민주주의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건 민주주의 데이터를 참고하는 것이다. Freedom house나 Economist 등 다양한 기관에서 민주주의 지수를 정리하여 공개하고 있는데, 그중 이번 분석에서는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의 V-Dem 연구소가 관리하는 ‘V-Dem(Varieties of Democracy) Index(이하 V-Dem)’가 민주주의 평가에 있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어 사용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해 윤도원 정치체제 연구자는 ‘V-Dem은 정치 체제나 민주주의를 연구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대부분 다루고 있는 좋은 데이터’이며, ‘정치 체제나 민주주의 관련 분야 연구에서 최근 가장 많이 쓰이는 데이터가 V-Dem’이라며 V-Dem 지수에 대해 좋게 평가했다. 이번 연재에서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1편에서는 윤석열 정권 3년 차의 자유민주주의 지수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이루어진다. 2편에서는 더 나아가 자유민주주의 지수를 구성하는 세부 지표들과 독재화(Autocratization)와 관련된 세부 지표들을 분석하고 평가한다. 모든 분석은 민주화 전후 변화를 비교하고자, 가능한 한 1986년부터 2023년까지 데이터를 분석하였음을 밝힌다. 또한, 연재에 사용된 모든 그래프는 V-Dem 그래프 툴 홈페이지(https://www.v-dem.net/graphing/graphing-tools/)를 활용하여 제작하였음을 미리 밝힌다. 윤석열 정권의 자유민주주의, 10년 전 박근혜 정권 시절로 후퇴해 V-Dem 대표적으로 다섯 가지 민주주의 지수(숙의/평등/자유/선거/참여)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자유민주주의 지수(Liberal Democracy Index)’를 통해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유는 2가지인데, 우선 2024년 V-Dem 연구소에서 출간한 ‘민주주의 리포트 2024’에서 주로 활용한 지수가 자유민주주의 지수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 등 중요한 연설에서 ‘자유’,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해 온 만큼, 자유민주주의 지수가 실제로 잘 나왔는지 확인하는 게 다른 민주주의 지수를 확인하는 것보다 더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정권의 2023년 자유민주주의 지수를 살펴본 결과, 0.6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에 비해 0.13점 하락한 것으로, 민주화 이후 가장 크게 하락한 것이다. 민주화 이후 자유민주주의 지수가 0.6점 이하를 기록한 건 노태우 정권과 박근혜 정권으로, 2014년 0.6점을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점수가 0.6점을 기록했다. 즉, 윤석열 정권이 집권한 2022-2023 사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10년 전으로 후퇴했다. 윤석열 정권하에 민주주의 지수가 하락한 것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V-Dem 연구소의 ‘민주주의 리포트 2024’에서 사용된 ‘독재화’라는 표현을 강조하여 기사를 작성했다. 이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관련 설명에 따르면 ‘독재화’는 ‘선거민주주의(Electoral Democracy Index) 점수가 최소 0.1점 이상 하락’했음을 나타낸다. 즉,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가 이전에 비해 유의미하게 후퇴했음을 나타내긴 하지만, ‘윤석열 정권이 독재자 같은 통치를 하고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V-Dem 리포트에서 한국의 2023년 민주주의 상태는 여전히 ‘자유민주주의’로 분류되어 있다. 이는 V-Dem에서 정치 체제를 구분하는 네 가지 기준(자유민주주의 / 선거민주주의 / 선거권위주의 / 폐쇄적 권위주의) 중 가장 높은 민주주의 단계이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 상대적으로 낮은 민주주의 점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윤석열 정권 이래로 지속해서 모든 민주주의 지수가 하락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특별한 변화 없이 2024년이 지나가면 한국의 민주주의 평가는 더 내려갈지도 모른다. 세부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가 후퇴했는지는 2편에서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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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인재영입이 말해주는 것
총선 시즌만 되면 정당들은 인지도 높은 인재를 영입해 ‘리프레시’를 시도합니다. 특정 분야를 대표하거나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내세워 당의 방향성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막 깃발을 올린 제3지대에서는 인재영입이 한창입니다. 양당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외부 인재를 영입해왔죠. 각 정당의 영입인재와 인재 전략을 정리해봤습니다. 인재영입 특정 분야의 상징성 있는 인물, 숨은 인재를 발굴하는 인재 영입은 20대 총선부터 본격화됐습니다. 영입 시스템과 후보자 선출 시스템은 별개입니다. 영입 인재는 각자 지역구나 비례대표를 선택해 당내 후보자 선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각 당은 인재영입기구를 따로 두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당 사무총장을 지낸 이철규 의원을,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인재영입기구 위원장으로 지명했습니다. 민주당은 국민들이 직접 총선 인재를 추천하는 국민추천제를 전격 도입했습니다. 추천 인재가 인재위 검증을 거치면 총선 후보로 나서거나 정책 자문을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서울 강남, 대구, 울산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만 국민추천제를 적용합니다. 어디서 누구를 영입했는데? 🟥국민의힘(48명) 키워드 #인지도 #범죄 #체육 #탈북민 #과학기술 1호 인재: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여성 대상 범죄 전문가입니다. 이외에 육아 서적 <삐뽀삐뽀 119 소아과>로 알려진 소아청소년과 의사 하정훈 , 전 사격 국가대표 진종오, 탈북민 출신 현대제철 책임연구원 박충권, 전 삼성전자 사장 고동진 등을 영입했습니다. 90년대생 4명을 영입해 청년인재를 눈여겨보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국힘은 지역구 공천에서 청년, 여성 비중이 지난 총선보다 낮아져 비판받고 있었습니다. ➡️평가: 대표 분야보다는 인지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모습입니다. 기업인·관료 출신 비중이 높습니다. 한편 영입인재의 대다수가 험지로 보내지거나 공천이 진행되지 않아 ‘홀대’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역을 우선시하는 소극적인 공천의 영향으로 해석됩니다. 🟦더불어민주당(27명) 키워드 #기후위기 #정권심판 #교육 #시민운동 1호 인재: 박지혜 플랜 1.5 변호사, 환경 분야 공익 소송을 해온 기후위기 전문가입니다. 윤석열 정부 비판에 앞장선 인사들을 우선 영입하고 있습니다. 정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 류삼영, 이지은 전 총경 영입이 대표적입니다. 이외에 앤씨소프트 전무를 역임한 미래산업 전문가 이재성, 전 현대자동차 사장 공영운, 전국초등교사 노조 수석부위원장으로 서이초 사건에서 목소리를 내온 초등교사 백승아, ‘직장갑질119’를 창립한 노동인권 변호사 이용우 등을 영입했습니다. ➡️평가: 특정 분야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보수정권에 저항한 인물을 영입해 당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국힘과 달리 영입인재 대부분이 지역구에 우선 공천됐습니다. 이에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개혁신당(3명) 1호 인재: 김범준 전 부산대 특임교수, 거제도를 기반으로 정책을 연구해왔습니다. 합당 전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최연소 광역의원 출신인 이태환 세종시의회 의장을 영입했습니다. ➡️평가: 지역기반을 다질 수 있는 인재 영입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조국혁신당(8명) 1호 인재: 신장식 변호사, MBC 뉴스하이킥 진행자였으나 ‘편파 진행’ 논란으로 하차했습니다. 이외에 법무부에서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 감찰에 관여한 박은정 전 검사, 문재인 정부 법무비서관이던 김형연 변호사 등을 영입했습니다. ➡️ 평가: 가장 최근에 인재 영입을 밝히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검찰개혁을 주장해온 인사들이 눈에 띕니다. 이외에 새로운미래는 청년 전문가 4인을, 녹색정의당은 30년 경력의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를 각각 1호 인재로 영입했습니다. 외부 영입이 해결책일까? 정당의 인재 충원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외부 인사를 영입하거나, 정당 내부 인재를 발굴하는 겁니다.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인재 영입을 안 하면 ‘그 나물에 그 밥’, 인재 영입에 몰두하면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나옵니다. 외부인사 영입 👍장점: 각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영입해 의제를 확고히 할 수 있습니다.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단점: 외부인사는 현실 정치 경험이 부족합니다. 지지기반이 확고하지 않아 당의 강성 지지층에 휘둘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당에서 오래 활동한 사람들이 배제되면서 당의 정체성이 약해집니다. 내부인사 발굴 👍장점: 현실 정치에 익숙하고 당과 국회의 구조,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습니다. 내부 인재를 많이 등용하면 당의 인력 유출도 막고, 장기적으로 인재를 육성할 수 있습니다. 👎단점: 내부인사는 차별화된 관점을 내놓기 어렵고 기존의 정치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부 경쟁이 치열해져 계파 싸움이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여론은 두 방식 모두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외부인사 영입 긍정 여론은 41.9%, 당내 신인 육성 긍정 여론은 39.5%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내부 인재 육성 시스템을 만들고 외부 인재는 선거와 무관하게 수시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외부 인사는 선거에 이용될 뿐, 이들의 확장 시도는 가로막힌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민주당 이탄희, 홍성국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대표적입니다. 초선 영입인재인 두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영입돼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의 정치 환경에선 뜻을 펼칠 수 없다며 불출마했습니다. ‘선거 흥행’에 급급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영입인재 2호가 데이트 폭력으로 사퇴했고, 미래통합당 영입인재는 돈 봉투를 받았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이 뒤늦게 밝혀져 영입이 취소됐습니다. 올해는 민주당에서 영입한 백범 김구의 증손자 김용만, 유동철 동의대 교수의 음주 운전 경력이 논란입니다. 민주당은 음주운전을 공천 배제 사유로 보지만, 윤창호법 시행(2018년 12월 18일) 이전 적발된 건은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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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청년정치를 거부한다
*본 기고문은 캠페인즈x정치학교 반전의 공동 기획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지난 2022년 12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약 반 년 동안 <정치학교 반전>의 첫 시즌을 함께했다. ‘한국정치의 반성과 비전을 말하자’는 반전의 제안에 반응하고 모여들 사람들이 궁금해서 문을 두드린 것이 시작이었고, 살아온 배경도 정당도 관심사도 제각각인 이들을 관통한 공통의 문제의식을 수 개월간 반복적으로 탐구하면서 우리가 발 딛고 서야 할 정치의 본질은 무엇인지 하나씩 다시 차근차근 세워보며 금새 6개월을 보냈다. 그간의 여정을 매듭짓는 ‘실천선언문’ 작성을 맡았던 나는 우리의 이름으로 어떤 반성과 다짐을 최종적으로 남겨둘 것인지 거듭 고민한 끝에 첫 번째 선언의 문장을 이렇게 썼다. “첫째, 지금까지의 청년정치를 거부합니다.” *사진=정치학교 반전 1기 수료식, 2023. 05. 20 우리가 ‘지금까지의 청년정치를 거부’하기로 결심한 이유 청년정치라는 말 자체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지난 선거에 왔던 청년정치 죽지도 않고 또 왔다 말해도 어색함 없을만큼 선거철마다 특히 자주 소환된다. 하지만 이 안에 ‘청년의 삶’도 함께 소환되어 왔을까? 이제껏 정치 기득권이 청년정치를 위치시킨 자리를 살펴보면 가늠할 수 있다. 나이가 어리고 젊으니 새롭고 신선해보이는 ‘이미지’를 전면에 배치시켜 보정효과를 톡톡히 노리고 주로 2030세대에 해당하는 스윙보터의 표심을 가져오려 애쓰지만, 정작 필요한 권한과 자리 앞에서는 ‘젊으니까 다음 번에도 기회가 있다’며 후순번을 쥐어준다. 청년다운 패기로 정치 생태계를 바꿔줄 것을 주문하지만, ‘우리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라는 전제 조건은 차마 빼놓지를 못한다. 별다른 고민 없이 솔깃한 제안에 응하는 청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청년 정치인들은 이 현실을 아주 모르지 않는다. 다만 애석한 건, 알면서도 스스로를 장식품 내지 들러리로 세우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적잖다는 점이다. 그렇게라도 열리는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지 않으면 또 얼만큼의 시간을 기다리며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존 정치 생태계에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식으로 소모되었던 청년정치를 마땅히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수동적인 위치에 세우는 일, 어느 쪽에 줄 서야 더 유리할지 골몰하는 일, 의사결정 과정에 마땅히 내야할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는 일, 부당함과 불합리함을 관행으로 여기는 데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일을 거부하지 않고서 새로운 정치를 말한다는 건 모순이다. 시민들이 ‘청년정치’에 실망하면서도 거듭 기대를 걸어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너무 많은 걸 손에 쥐어버린 이들은 결코 쉽게 할 수 없는 말과 행동, 결단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아가 조금 더 주체적으로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할 수 있다고 믿기에 약간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청년정치가 복원해야 할 기준은 바로 여기에 있다. 본질은 ‘젊은 나이로의 교체’가 아닌 ‘세계관의 교체’ 그렇다면 청년정치의 주체가 되겠다고 나선 우리는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얼만큼 제대로 준비하고 있을까? <정치학교 반전> 졸업 이후 몇몇 동료들과 그동안의 고민과 논의를 숙성시켜 실체가 있는 행동으로 전환해나가기 위한 그룹을 만들었다. 첫 모임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일곱가지 원칙을 정했다. 만장일치로 채택된 첫 번째 원칙은 “나이가 아닌 감각과 대안으로 승부한다” 였다.  그동안 청년정치인들이 자주 쓰던 핵심 구호는 ‘나이가 어린/젊은 사람에게도 기회를 제공하라’는 것이었다. 일견 필요한 주장이다. 제21대 국회에서 2030대 의원은 2.4%에 불과하다. 지방의회의 경우 약 10%에 해당하지만, 30%에 달하는 청년세대 유권자를 대변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수치다. 하지만 ‘청년정치는 다르다’고 말하려는 이들이라면, 젊음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젊음을 바탕에 둔 대안과 방향은 어떻게 다른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당장 5-10년 뒤에 거대한 현실의 문제로 닥칠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외교-안보위협, 지역소멸 등과 이로 인해 생겨날 새로운 유형의 불평등을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의 문제로써 어떻게 유능하게 풀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청년정치인이 주류에 설 수 있도록 하는 힘의 본질은 ‘젊은 나이로의 교체’가 아닌 ‘세계관의 교체’에서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과거 선배세대의 성공 사례만을 답습하거나 관성적 사고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가 가장 잘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 문법으로 이 다음을 상상하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많은 시민들에게 유효한 미래는 이 뱡향이라고 설득하고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지금껏 청년정치를 표방하는 개인이나 그룹 단위에서 이러한 논의가 제대로 깊이있게 전개된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본질을 잃은 기득권 정치를 비판하기 전에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이미지=정치의 본질에 다시 집중하기 위해, 가치-비전 수립 및 미래 의제 우선순위 세우기 (2023. 10~) 청년 정치인들만의 개인기로 돌파 가능할까 그렇지만 동력을 잃은 청년정치의 현주소의 책임을 과연 청년 정치인 개개인에게 오롯이 돌릴 수 있을까. 분명 그간의 청년정치가 보여준 행보엔 아쉬운 지점이 많지만, 동시에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앞선 제안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 정치 영역에서는 꽤 높은 수준의 역량과 자질이 요구된다. 충분한 훈련의 기회와 준비의 공간이 필요한 이유다. 흔히 청년정치의 비교 사례로 언급되는 유럽의 어느 젊은 총리나 국회의원들 역시 반짝 탄생하지 않았다. 10대 시절부터 정당 내외에서 꾸준하게 훈련하고 실력을 쌓을 여건이 뒷받침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요 정당에서는 이런 당내 인재 양성 시스템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정당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청년정치를 그저 소모하고 있으니 ‘정치학교 반전’과 같은 기획이 정당 바깥에서 생겨난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이렇듯 준비운동을 할 여건은 하나도 갖춰지지 않았는데, 출전하기 위한 장벽은 너무 높게 설정되어 있다. 출마를 위한 각종 제반비용은 물론이고 유권자와의 연결이나 당 내외 네트워크까지, 청년 정치인은 이미 완벽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군분투할 수 밖에 없다. 기울기를 임의로라도 조정하고 그나마의 가능성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어떻게든 당내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의 신임을 받는 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개인의 신념과 비전을 펼치기 쉽지 않은 이유다. 이런 고질적인 시스템과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청년 정치인 개개인만을 비판할 수는 없다.  더 이상 망가진 정치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어서 뭐라도 직접 해보겠다고 나선 친구, 동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수 번을 다짐한 것들이 때때로 꺾이고 무너지고 길을 잃기도 하면서 실망하는 날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럼에도 지키고 싶은 존재와 가지고 싶은 미래를 포기하지 않고 끝내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위기의 순간 가장 먼저 손쉽게 밀려나고 지워졌던 우리 세대의 이름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우리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세우고, 유효한 힘을 가지고, 책임을 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구조적 문제와 현실의 한계를 지적하되 비판자의 위치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선명히 제시하며, 근거있는 희망을 품고 성실하게 미래를 준비해나가자.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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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 정당, 어떻게 봐야 할까?
캠페인즈 미디어를 통해 직접 캠페이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안녕하세요, 애증의 정치클럽 건조 에디터입니다. 빠띠 캠페인즈를 통해 인사드리게 되어 너무나 반갑습니다! 22대 총선까지 앞으로 두 달 남짓이 남았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여러분이 기대하는 그림은 무엇인가요? 승리하길 바라는 정당이나 당선되길 바라는 정치인이 있으신가요?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는 무당층이라면, 혹시 제3지대 소식에 관심을 두고 계신가요?  제3지대의 가능성은 매 총선 때마다 화제였습니다. 유권자들은 제3지대에 기대를 품었다 양당으로 회귀하길 반복해왔어요. 22대 총선은 제3지대 바람이 돌아올 순서입니다.  그 열망에 응답하듯, 이미 다수의 진영이 제3지대 야영장의 텐트를 펼쳤죠. 캠페인즈에서 그 야영장의 풍경은 어떤지 정리해보고, 그 앞에서 유권자인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 얘기해보려 합니다. 제3지대 야영장 훑어보기 이번에 새로 세워진 텐트는 현 시점에서 3개입니다. 개혁신당, 개혁미래당, 새로운선택입니다. 개혁신당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창당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양향자 의원이 창당한 한국의희망과 합당했습니다. 개혁미래당 더불어민주당 탈당파 중심입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새로운미래와 이원욱 의원 등의 미래대연합이 공동창당했습니다. 새로운선택 더불어민주당 출신 금태섭 전 의원이 창당했습니다. 류호정 전 의원이 이끄는 정의당 내 그룹 세번째권력이 합류했습니다.  이들이 이번 총선에서 유의미한 규모로 자리잡으려면 하나의 빅텐트로 뭉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빅텐트 만들기는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우선 각 세력 중심 인물의 출신 정당을 보면 알 수 있듯, 정치적 성향의 차이가 있습니다. 세 정당 모두 중도를 표방하긴 하지만 페미니즘 등 특정 의제를 두고는 노선이 크게 다르죠. 다들 합당의 가능성은 보고 있지만, 절차와 형식을 두고 계산이 복잡합니다. 한 정당에 흡수 합당되어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죠.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당을 공동 창당하기도 까다롭습니다. 각 세력의 지지층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죠. 역사로 보는 제3지대 성공조건 제3지대 아영장의 모두가 공유하는 고민은 두 가지입니다. 1) 빅텐트로 합칠 것인가, 2) 어떻게 정치권에 뿌리내릴 것인가.  제3지대 흥망성쇠의 역사를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겠죠. 지금까지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되는 제3정당은 통일국민당, 자유민주연합, 국민의당입니다.  통일국민당: 재벌의 정치사업 1992년 14대 총선에서 31석을 얻었습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창당했습니다. 정주영은 1992년 통일국민당 대선 후보로 나서 16.3%의 득표율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정주영이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당은 빠르게 몰락했습니다. 은퇴 사유는 대통령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인한 검찰 수사였습니다.  통일국민당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정주영의 천문학적인 자금 지원 덕분이었습니다. 소속 의원들은 그가 가진 가능성만을 보고 모였기 때문에 이념이나 유대감을 공유하지 않았죠. 즉 정주영 없는 통일국민당은 존속 이유가 없었고, 대다수의 의원들은 탈당 후 당시 여당이던 민주자유당에 입당했습니다. 자유민주연합: 지역을 쥔 캐스팅보트 1996년 15대 총선에서 50석을 얻었습니다. 민주자유당을 탈당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창당했습니다.  김종필은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인 순간을 만든 캐스팅보트를 쥐어왔습니다. 3당 합당으로 김영삼 대통령을, DJP 연합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을 당선시켰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는 최초이자 마지막인 연립 정부를 구성했어요. 이러한 영향력은 튼튼한 지역 기반 덕분에 발휘됐습니다. 충청 기반의 자민련이 지역정치 구도를 비호남권(영남+충청)과 호남권으로 재편하며 정계가 크게 바뀌었죠. 그 결과 지역주의는 더욱 강화됐습니다. 국민의당: ‘새정치’에 대한 기대 2016년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었습니다. 2012년부터 ‘새정치’를 내세우며 돌풍을 일으킨 안철수 의원이 창당했습니다.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삼았습니다. 2016년 호남 지역구 28개 중 23개에서 국민의당 후보가 당선됐죠. 호남의 젊은 세대가 호남을 ‘잡힌 물고기’ 취급하며 홀대하는 민주당에 불만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모호한 정치적 입장으로 갈수록 지지율이 떨어졌고, 내부 분열도 심해졌습니다. 결국 창당 2년 만에 해산하고 보수정당 계열의 바른정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이 됐습니다. 2020년 안철수 의원은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다시 국민의당을 창당하지만, 2022년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과 합당했습니다. 세 가지 성공 사례의 공통점은 대선 주자급 인물과 탄탄한 지역 기반입니다.  특히 중심 인물들의 특성을 통해 제3지대에 걸린 기대의 성격을 분석해볼 수 있는데요. 정주영과 안철수는 정치 입문 전부터 대중적 인기가 높았습니다. 정치 경력의 부재는 기성 정치에 냉소적인 대중들에게 외려 매력으로 작용했어요. ‘그놈이 그놈’인 정치판에 완전히 새로운 판을 깔아줄 참신한 영웅으로서 부상한 겁니다. 정치혐오를 등에 업고 성장한 측면이 있죠. 김종필은 탄탄한 정치 경력과 강력한 지역 기반을 융합시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지역 기반의 중요성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는 말 그대로, 지역이 전략적으로 사용하기 유리한 지지층이란 것이고, 둘째는 꼭 지역이 아니더라도, 확실하게 지목할 수 있는 타겟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조건들은 제3정당이 지속되지 못한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중심 인물이 이탈하자마자 정당 조직이 무너졌죠. 지역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지역 기반도 빠르게 약해졌습니다. 결론적으로, 인물과 지역은 제3정당 부상의 조건일진 몰라도 지속의 조건은 되지 못합니다. 제3지대, 어떻게 바라볼까 과거 사례들에 비추어 지금의 제3지대를 살펴보면 어떤가요? 핵심 텐트로 불리는 개혁신당과 개혁미래당에는 각각 이준석, 이낙연이라는 인지도 높은 인물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어요. 지역을 놓고 보면, 개혁신당은 대구를 중심으로 당원 모집을 하고 있습니다. 개혁미래당은 호남을 노릴 가능성이 높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제3지대의 성공 여부는 무엇보다 새로운 세력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에 걸려 있습니다. ‘새정치’를 한다는 세력이 기성 정치와 똑같아 보인다면 전혀 매력적이지 않겠죠. 또한 정치 구도 개편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합의가 필요합니다. 당장 확실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고, 여기에 나서 줄 안정적인 세력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면 불확실한 제3지대는 선택지에서 제외될 테니까요. 유권자들은 이미 숱한 실패를 목격했어요. 제3지대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상황입니다. 제3지대가 기회를 얻으려면 ‘어차피 오래 못 가고 거대양당과 합당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야 합니다. 이제는 부상과 지속의 가능성을 동시에 증명해야죠. 이에 제3지대 세력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해답은 ‘합리성’과 ‘원칙’입니다. 기존의 이념 중심 정치에서 벗어나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정치를 추구하고, 정치의 원칙에서 벗어난 양당과 달리 공정한 태도를 보여주겠다는 건데요. 중도·무당층을 노린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4%가 ‘제3지대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답했고, 그중 무당층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렇다면 제3지대를 바라보는 여러분의 마음은 어떠신가요? 몇 가지 질문을 준비해봤어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한국 정치가 가장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요? 제3지대의 출현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나요? 제3지대 세력들과 거대양당이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제3지대가 모두 손잡고 ‘빅텐트’를 이룬다면, 부상과 지속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까요? 참여자들 간 노선 합의는 지지층을 모으는 데 긍정적일까요, 부정적일까요?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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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관점을 가진 사람이,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다
2024년 4월 10일,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길을 걷다보면 벌써 현수막을 걸고, 국회의원 후보 혹은 예비 후보라며 자신을 어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내 지역구에서도 볼 수 있었다. 내 지역구의 한 후보자는 현수막에 윤석열 정권 심판을 써놨다. 맞은편 다른 후보자는 자신을 마음껏 부려먹어 달라고 써놨다. 그 옆 또다른 후보자는 자신이 지금까지 이룬 성과와 지역구에 만들 인프라를 써놨다. 후보자 현수막에서는 그들의 관점과 어필 대상을 알 수 있다. 윤석열 정권 심판을 내건 후보자는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며, 본인과 동일한 생각을 갖는 유권자에게 어필함을 알 수 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유권자는 포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마음껏 부려먹어 달라는 후보자는 구민을 위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무엇을 하겠다는 건 보이지 않았다. 모든 걸 손에 쥘 수는 없다. 너무 삐뚤게 보는 걸수도 있으나,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걸로도 보였다. 마지막 다른 후보자는 구 전체에 돌아갈 이득을 말한 것으로 보였다. 인프라 구축되면 구민이 이용할 시설이 늘어나는 것이니 혜택이 돌아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관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얼핏 알 수 있다. 한편으로, 지금 인프라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새로운 인프라가 늘어난다고 해서 좋아지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았고, 유세 운동도 펼치지 않은 상태라 정확한 판단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현수막을 내 건 세 후보 모두 실망스러웠다. 자신과 다른 유권자는 포기하는 태도, 단순히 열심히 하겠다는 구호, 구의 성장을 이끌겠다는 어필 모두에서 ‘구민'을 위한 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4년을 이끌어 갈 정치인을 뽑는 선거에, 이번에도 뽑을 후보가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 이 정치이고, 정치인은 이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만들고, 펼쳐야 한다. 나는 여기서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 후보자라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다운 삶이 무엇이고,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이 누구냐의 판단 기준과 관점은 다양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불평등과 혐오, 차별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열심히 하루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대개 눈에 보이지 않는다. 환한 낮과 화려한 밤에 버려진 쓰레기가 아침만 되면 사라져 있는 이유는 새벽 어스름에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 미화원이 있기 때문이다. 바닥에 버려진 수많은 폐지가 아침이 되어서 사라져 있는 이유는 새벽에 일어나 리어카를 끌고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 때문이다. 혐오와 차별을 받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없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그들이 말없이 참고 견디고 있기 때문이며, 말없이 참고 견디는 이유는 혐오와 차별에 대한 고통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의 조롱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 조롱으로 인해 받을 더 큰 상처가 두렵고, 아무른 흉터마저 다시 벌어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좋은 정치란 이러한 사람들의 고통을 헤아려서, 그들까지도 인간 답게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좋은 정치인이란 그들의 고통을 보는 눈과 보이지 않는 그들을 찾아가는 노력과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쓴 신형철 교수는 인간이 배울만한 것중 가장 가치있고, 어려운 것은 타인의 슬픔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자질로) 혹자는 성품이 아니라 능력을 봐야 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성품이냐 능력이냐'라는 물음은 잘못된 양자택일이다. (중략) 성품이 곧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고통받아 본 사람이 고통받는 사람의 마음을 안다. 그들은 가만히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능력과 그것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능력 때문에 (중략) 귀 기울일 것이다. 반값 임금에 혹사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말을, 차별당하는 소수자들의 말을, 그 고통을 알겠어서, 차마 도망칠 수 없어서, 무슨 일이라도 할 것이다.”* 고통받지 않았다고 해서, 고통받은 사람을 헤아리지 못하고,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다. 그들이 고통받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 만약 그런 사람들이 고통받는 사람을 보는 눈을 갖고, 그런 사람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는 관점을 가진다면 수많은 동일한 고통을 받은 적 없는 사람들을 향해 저들을 고통과 슬픔을 헤아려야 한다며 설득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관점이다. 약자의 고통을 알고, 그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걸 아는 사람이 그들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약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상이 얼마나 잔인하고, 잔혹한지 아는 사람이 사회를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 그것이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한다는 정치의 의의와 맞닿는다고 생각한다.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한겨레 출판/ 2021) p.27, 203, 204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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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은 청년 정치, 어떻게 볼 것인가?
 이 글은 대화 참여자들의 주장을 압축하여 재구성한 것으로 오마이뉴스에 2023년 12월 13일에 발행된 글입니다. '이준석 정치', 청년들은 어떻게 보고 있나? [오마이뉴스 23.12.13] ▲ 청년 정치 10년 평가 정당에서 청년 몫 비례의원을 할당한 것은 2012년 19대 총선을 시초로 한다. 이후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청년 정치는 어떤 모습일까? ⓒ 정보영  한국에서 청년 문제가 본격 등장한 것은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한다. 경쟁과 수익자 부담 원칙을 동력으로 한 발전 전략이 본격화하면서 과도한 등록금 인상 문제가 떠올랐고, 이전에는 쉽게 들어볼 수 없었던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대학 진학률이 70~80%를 상회하는 나라에서 청년 시기를 보내는 비용은 계속 늘어났지만, 삶의 질은 점차 후퇴했다.정치권도 청년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해결책으로 찾은 것은 '당사자성'이다. 청년 문제를 청년 스스로 해결하도록 2012년 총선부터 '청년 후보'를 선출하고 몇 명은 '청년 의원' 배지를 달았다. 그리고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청년 정치는 어떤 모습일까?청년 정치 10년을 주목하는 시선이 없지는 않지만, 아직 체계적인 논의가 진행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만큼 청년 정치를 둘러싼 여러 쟁점과 이슈는 복잡하고, 방향성은 모호하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논쟁과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는 '대담한 대화'에서는 비록 난상토론이 되더라도 청년 정치 10년 평가를 진행해 보기로 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청년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장하나 전 의원, 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이주형 대표, 39세 미만의 젊은 정치인을 지원하는 정치스타트업 뉴웨이즈 박혜민 대표가 쉽지 않은 자리에 참여했다. 이들의 대화를 축약하고 재구성해 싣는다.청년 정치, 청년 의원 개인과 동일시 할 수 없어청년 정치 평가가 까다로운 점은 세대론과 유사하게 집단으로서의 청년과 젊은 의원 개인을 동일시할 때 나타나는 여러 모순과 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대론은 특정 세대의 지배적 특성을 요약하거나 다른 세대 집단과의 상대적 차이를 비교할 수는 있지만, 그 집단 내에는 매우 다양한 편차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세간의 청년 정치 평가들은 세대와 개인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쉽게 범한다. 청년 정치를 평가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이주형(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청년 정치는 3개의 층이 있는 것 같아요. 첫째는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는 게 청년 정치죠. 이건 생물학적 나이가 청년일 필요는 없어요. 둘째는 생물학적 청년 당사자가 정치를 하는 것을 청년 정치라고 해요. 마지막으로는 민주화 이후에 새로운 세계관을 교체하려는 정치를 청년 정치로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복잡성을 봐야 하는데, 지금은 청년 한 명이 국회에 들어가면 (청년과 관련된 일을) 옴팡 뒤집어써요. 그래서 청년 의원이 되면 청년 정치에만 집중하거나 청년 정치를 버리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죠."  ▲ 이주형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이하 ‘전청넷’) 대표를 맡고 있다. 전청넷은 지역 청년의 협력과 제도 개선으로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는 단체다. 최근에는 청년 정치 제도를 고민하고 있다. ⓒ 정보영    김설(청년유니온 위원장): "사실 청년 정치는 청년들이 권력을 획득한 것이 아니라 기성정당들로부터 '주어졌다', '배려되었다'고 평가되는 것 같아요. 청년 정치세력화가 이뤄지지 못한 조건에서 능력 있는 개인이 국회에 진출한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던 것이 한계죠. 청년 정치인이 정당 안에서 훈련되고 숙련되지 못하니까, 외부에서 수혈해서 전시하는 것처럼 청년 정치가 활용되고 있어요."   박혜민(뉴웨이즈 대표): "청년 정치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밖에 없고 복잡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데 보통 단순한 답을 원하니까 설명할 기회가 별로 없어요. 어떤 의사를 결정할 때 사회적 다양성을 위해서는 사회적 보정이 필요한데, 우리는 청년 정치인을 그냥 '청년'의 범주에 묶어 놔요. 정당 내에 새로운 정치인을 육성하기 위한 시스템이 없다는 사실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그냥 개인이나 집단이 제대로 못 했다는 식으로 평가하고 끝내죠."장하나(19대 국회의원): "국회의원 300명 중에 청년 의원이라고는 두어 명밖에 안 되는데 뭘 어떻게 해요? 당 전체가 움직이면 모를까. '청년 의원이 청년을 대변했느냐'는 질문을 하려면 '중년 의원은 평균 중년을 대변했느냐'는 질문도 같이해야 해요. 청년 문제를 잘 살펴보면 사실 계급 문제예요. 2020년 21대 국회의원 평균 재산이 27억 5천만 원이었어요. 평균적인 사람들이 아니에요. 중년 정치인도 평균 중년을 대변하지 못했던 거죠."386의 끼리끼리 정치, 하나회의 보상시스템과 닮았다?청년 국회의원이 존재한다고 해서 이들이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거나 청년 정치세력화가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 국회 청년 의원의 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헌의회 의원의 평균 나이는 47.1세였지만, 21대 국회의원의 평균나이는 54.9세로 7.8세가 늘었다. 그나마 20대의 55.7세보다 0.8세가 줄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까?21대 총선 당시 39세 이하 유권자는 전체의 32.6%를 차지했지만, 당선된 39세 이하 의원은 단 13명으로 전체의 4.3%에 불과하다. 우리 국회의 청년 정치인 비율은 유럽은 물론 통상 청년 정치인 비율이 낮은 미국, 일본, 중국보다도 더 낮다.장하나: "사실 청년 정치인은 아주 예전부터 있었죠. 그런데 이른바 86세대(80년대 대학에 다닌 60년대생) 이후로 청년 정치인이 사라져 버린 게 문제예요. 386이 486, 586이 되면서 다음 세대 정치인을 키우지 않았어요. 정치적 주도권을 계속 잡고 있으니까 이후 세대를 등장시켜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한 것 같아요. 선거가 다가오면 자기들끼리 '누구 (의원) 못하고 있지?', '이번에는 (의원에 당선될 수 있도록) 누구에게 힘 몰아 주자'는 식으로 예전 동지들 밀어줬던 것 아닌가요?"  ▲ 장하나 19대 국회의원 19대 총선에서 청년 몫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지금은 ‘정치하는 엄마들’이라는 단체에서 사무국장을 하고 있고 제주도에서 9살 딸을 키우는 엄마로 살고 있다. ⓒ 정보영    김설: "영화 <서울의 봄>에 군부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보상시스템으로 하나회가 나오잖아요? 여기에 저항한 반독재 민주화 운동 세대의 의제나 윤리적 정당성은 인정해요. 그런데 민주화 이후에는 라인 정치, 하마평 같은 이름으로 하나회와 유사한 보상시스템이 작동한 것 아닌가요? 이게 86세대 정치의 가장 큰 한계 같아요. 2012년에 등장한 청년 정치도 이런 풍토를 극복하거나 깨지는 못한 것 같고."   이주형: "그래서 청년 정치를 좀 나눠볼 필요가 있어요. 첫째로는 2012년 총선에서 청년 국회의원 만들었던 흐름이 있고, 둘째로는 청년유니온이나 민달팽이 유니온같이 청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운동과 단체가 등장한 흐름이 있어요. 사실 청년 정치는 청년들이 청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실천할 것이냐를 두고 갈증이 있었기 때문에 나온 것이거든요. 이걸 제대로 보지 않으면 청년 정치를 마치 기성정당이 만든 것으로 평가되어 버려요."박혜민: "청년 정치를 어떻게 정의하더라도 의원 두 명, 세 명으로 청년세대를 대변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해요. 사실 지방의회에는 국회보다 청년 정치인이 많은데, 왜 청년이 결혼을 안 하려고 하는 지 중·장년 의원들에게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다 간다고 해요. 제가 만나본 청년 의원들은 '당이 달라도 상관없으니까 청년 3명만 (의회에) 있으면 훨씬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해요."  ▲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젊치인(젊은 정치인)의 도전과 성장을 돕는 에이전시인 뉴웨이즈라는 단체에서 대표를 맡고 있다. 젊은 정치인 성장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 정보영      이준석 정치, 청년 정치의 새로운 비전인가?청년 정치가 청년 운동과 연계되지 못했거나, 주류 세력이 다음 세대 고민을 하지 않은 것 모두 청년 정치의 현실을 평가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향과 가치의 차이를 접어 두면, 비슷한 조건에서도 현재 청년 정치, 젊은 정치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청년 정치 담론을 주도했던 야권이 아니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들은 이준석 전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여기에는 세대별 시각 차이도 보인다.장하나: "청년 정치인의 파이를 늘리는 건 맞지만, 어떤 청년이어야 하는지도 논의해야 해요. 1997년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택시 운전하는 아버지가 4인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노동의 가치가 개똥보다 못한 시대예요.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한 무한 경쟁 시대가 펼쳐졌는데, 다른 선택지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정치가 필요해요. 이준석 같은 정치인은 그런 선택지를 보여줄 수 없어요. 경쟁이 공정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말도 안 되는 경쟁 자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잖아요?"김설: "글쎄요.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에 내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어떤 종류의 안전망도 누릴 수 없다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학습된 세대예요. 그런 점에서 보면, 이준석 전 대표는 지금의 정서를 잘 포착해서 대변하고 있어요. 내가 매력을 느끼는 건, 세계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혐오를 양산하는 팬덤 정치, 극성 지지자로부터 국민의힘을 떼어내기 위한 노력에서 큰 역할을 한 건 사실 아닌가요? 이준석 전 대표의 세계관에 동의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시도가 우리에게 일종의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청년세대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 위원장이다. 청년세대의 노동권을 비롯한 삶의 권리를 높여내기 위한 다양한 고민과 활동을 한다. ⓒ 정보영    박혜민: "저도 그가 당내 기득권을 상대로 싸웠다는 점이 눈에 들어와요. 기성정치와 계속 대립각을 만들고 있잖아요? 또 이준석 대표는 진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혐오를 하고 있다고 단정하지 말고 공론장에서 이야기해 보자'라고 말하고 있어요. 이 말이 진심이라면 당대표를 할 때와 태도가 달라진 거라고 봐요. 다원화되고 있는 사회의 민감성을 포착하고 있는 거죠."이주형: "개인적으로 이준석 전 대표의 세계관에 하나도 동의하지 않지만, 그가 세계관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는 건 인정해요. 그런데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논의가 과잉된 측면도 있어요. 지금 청년은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고 여러 의제를 두고 입장이 갈리고 대립해요. 그런데 우리 사회가 청년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이준석 전 대표를 청년 정치의 상징처럼 말하고 있어요."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려면?기성세대는 이준석에 대해 비교적 입장이 분명하지만, 청년들은 복잡한 심경이다. 이 반응에는 청년 정치를 주도했던 이들이 이준석 전 대표처럼 새로운 정치운동의 기치를 들거나 확장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읽힌다. 그래도 청년 정치의 화두는 쉽게 놓을 수 없다. 재생산과 전환이라는, 어쩌면 모순적인 과제의 돌파구는 어떤 층위의 의미로나 청년 정치에서 찾아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왜 청년 정치는 매번 풀기 어려운 숙제처럼 남아 있을까? 어디에서 열쇠를 찾아야 할까?김설: "건강한 정당 문화와 정치질서는 (정당 외부가 아니라) 정당 내에서 만들어지는 게 맞아요. 정당 안에서 교육받고 성장하면서 직업 정치인으로서의 자기 소명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치나 정당을 때 묻은 적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정당정치가 발전하지 못하고 자꾸 정당 밖에서 정치엘리트를 찾아요."박혜민: "저도 청년 정치인보다 정당에 책임을 묻고 싶어요. 사실 청년 정치가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당내 시스템이 없잖아요? 내년 총선도 청년들이 움직이는 건 제한적이에요. 거대 양당 공천 시스템이 체계적이지도, 투명하지도, 개방적이지도 않아요. (이런 조건에서는) 정치 신인이 (출마를) 결심하기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정치의 가능성을 믿고 도전하는 청년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믿고 주목한다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어요."장하나: "정당 내 청년 정치인 육성시스템을 이야기하시는데, 솔직히 지금 민주당이 새로운 정치인을 육성할 만한 곳인가요? 지금 민주당 수준이나 능력, 실력을 보면, 누굴 키워서는 안 되는 상황이에요. 사실 지금까지도 민주당 내에서 성장한 사람은 별로 없어요. 다 외부에서 활동하다가 들어왔지. 오히려 정당 밖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청년이 비례대표로 현실정치에 많이 참여하는 게 현실적인 답이에요. 다만 계파 간섭을 안 받는 외부 인사들이 공천 심사를 해야죠."이주형: "밖에서 들어오건, 내부에서 육성하건 여전히 청년 정치인이 많이 당선되는 건 중요해요. (19대부터 21대까지) 900명의 국회의원 중에 청년이라고는 25명 만들어 놓고, 그동안 청년 정치인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했던 것 아닌가요? 한편으로는 요즘은 자기 생각을 제시하기보다 모두가 플랫폼만 자임해요. 청년 정치도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자기 생각을 명확히 밝혀야 해요."친·반윤석열, 친명·반명이 정국을 휩쓰는 지금의 구도에서 청년 정치는 주요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아마도 곧 예고되어 있으나 여전히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정계 개편이나 총선 룰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청년세대가 하나일 수 없듯, 청년 정치의 방향도 하나일 수 없다는 사실만은 자명하다. 다만 그 다양한 이야기들도 골방이 아니라 공론장에서 꺼내 들어야 새로운 방향성도 조금씩 구체적 모습을 갖춰갈 수 있을 것이다. 청년은 늘 새롭게 태어나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대들이니까. * 이 글은 청년 정치 10년의 평가 대화를 축약하고 재구성한 것입니다. 대화 전문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대담한 대화 전문 보기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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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아무도 수용하지 않았다, 권위 없는 인권위원회​​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001년 출범했습니다. 구성 과정에서 사법부의 산하기관이 아닌, 헌법기관에 준하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진 독립기구로 설립하기 위한 논의 과정이 길게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인권위 설립의 기초가 된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이 법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하여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설명합니다. 인권위는 국가기관으로서 지금껏 호주제 관련이나 군 인권 등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설립 후 2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국내 여러 이슈와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인권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최근, 트랜스젠더 환자의 입원실 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보건복지부가 수용하지 않으면서 다시 논란이 되고 있죠. 트랜스젠더 환자의 입원실 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정 권고 | 국가인권위원회 시작은 이렇습니다. 트랜스젠더인 환자가 입원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환자는 아직 법정 성별을 정정하기 전이었습니다. 병원은 환자의 법정 성별에 따라 입원실을 배정하고자 했고, 이에 환자는 입원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법정 성별 정정은 전입신고처럼 간단한 민원 업무로 처리되는 분야가 아니다 보니 행정 절차를 준비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됩니다. 따라서 언제 어떤 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모르는 현대사회에서 이같은 일이 이번만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죠. 환자는 이 사건을 인권침해로 여겨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하였고, 인권위는 조사 후 보건복지부에게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복지부는) “전국의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이를 일률적으로 권고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복지부의 소명에 대해 “복지부 안내 사항이 주관적이고 포괄적이어서 병원마다 다르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트랜스젠더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때 불이익을 당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복지부, “트랜스젠더 입원 가이드라인 마련” 인권위 권고 불수용 - 경향신문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보건복지부는 어떻게 될까요?  사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인권위의 의견은 ‘권고’일 뿐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더라도 법적 처벌을 받거나 기관의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권고를 수용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는 합니다만, 권고-> 수용 거부 이후 인권위 차원에서 선택할 방안이 다양하지 못합니다. 그래서인지 인권위의 권고는 때로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모순적인 개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인권위의 한계 지점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인권위 권고는 '쇠귀에 경읽기'?...장관·도지사도 '불수용' / YTN 인권 침해를 당한 피해자는 본인과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합니다. 인권위가 인권침해로 사건을 판단하고 시정 권고를 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큰 지지가 되어줄 것입니다. 그런데 인권위의 권고가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의견이 되고 만다면 실제로 같은 피해의 재발을 막을 방법이 요원하게 되면서 피해자에게는 무력감만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법률상 인권위는 ‘인권 전담 국가기관’으로서 독자적인 권리를 보장받지만, 역대 주요 활동 내용을 보더라도 인권위의 역할은 주로 의견 표명과 시정 권고에 그칩니다.  인권위 스스로 권리 신장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인권침해 문제에 대응하고 의견을 내야 하는 기관임에도 지속해서 ‘이름값’을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죠. 최근 문제가 되는 교권 이슈에 관해 인권위에서 진정 신청을 받지 않은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교사 인권침해 접수 안 받는 인권위…“현실·형평성 반영해야” / KBS 2023.09.14. 줄줄이 문제를 일으키는 언행을 하는 위원도 있어서 골치입니다. 여당 추천으로 상임위원이 된 이충상 상임위원은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있는 자리에서 참사의 원인이 피해자들에게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었습니다. 이 위원은 판사 출신으로, 현역 시절부터 있던 논란으로 임명 당시 몇몇 단체에서 지명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상임위 회의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공연히 소수자 관련 혐오 발언을 하며 인권위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데 이바지하고 있지만, 인권위에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습니다.👀 [자막뉴스] 국가 인권위원이 '기저귀' 운운..어떻게 임명됐나 봤더니.. (MBC뉴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죠. 한국 인권위는 밖에서 보기에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국제 인권 기구 포럼 아시아의 의장인 제랄드 조셉은 지난 11월 23일 열린 ‘파리 원칙’ 30주년 국제 컨퍼런스에서 한국 인권위의 상황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 "한국 인권위 상황은 '대형 참사'"‥국제인권기구 의장의 쓴소리 (2023.11.29/뉴스데스크/MBC) 제랄드 조셉은 한국 인권위의 위원 선출 방식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인권위가 독립기구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독립된 과정으로 위원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경우를 예로 들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위원 구성을 위한 선출 위원회가 먼저 구성되며 입후보자를 공개모집, 1년의 검증 과정을 거쳐 상임위원을 선발한다고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와 대통령, 대법원장이 각각 추천한 인사로 위원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독립성과 다양성’을 위해 이런 방식을 채택했다고 인권위는 설명합니다. 하지만 국회와 대통령,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탄생한 위원회가 이 주체들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인권은 모든 이가 가진 것으로, 모두의 인권 향상을 위해서는 우리가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논의에 앞장서야 할 인권위가 정치에 휘둘리거나 업무에 주저함이 있다면 (인권위의 목적인) 모두의 인권 향상은 점점 멀어질지 모릅니다. 트랜스젠더 환자의 병원 입원 가이드라인 제정 권고만 봐도 그렇습니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조차 부재한 동안 수많은 환자가 인권 침해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권위’ 없는 인권위원회의 권고와 수많은 불수용 사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인권위 ‘아프면 쉴 권리 보장’ 권고에 고용노동부 ‘사실상 불수용’ 검찰·공수처, ‘영장 없는 통신자료 조회 최소화’ 인권위 권고 불수용 - 경향신문 법무부, '수용자 인권 증진' 인권위 권고 상당수 불수용 국방부, ‘대체복무 기간 단축’ 인권위 권고 ‘불수용’ - 경향신문 정부, “공무원·교원 정치적 자유 제한 법률 개정” 인권위 권고 ‘불수용’ ‘성소수자 인권광고 거부’ 서울교통공사, 인권위 권고 불수용 - 여성신문 ⁉️ 인권위에 필요한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 댓글로 의견을 이야기해 주세요!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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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 집시법 이야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약칭 집시법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집시법 개정과 관련한 논쟁은 꽤 오래전부터 이어졌습니다. 집시법 제 10조의 경우, 해가 진 후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의 옥외집회 및 시위를 금지한다는 법안이 2009년 헌재에서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았습니다. 2010년 6월 30일이 폐기 시한이었는데요. 2010년 국회에는 끝없는 토론과 마찰 끝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마무리되었습니다. 개정안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입법공백 상태로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또 다시 집시법 개정 바람이 붑니다. 지난 5월,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서울 도심 1박 2일 집회 이후 대통령은 “불법 집회에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6월부터 대통령실에서 ‘국민참여투표’를 진행했고, 7월에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정치권은 바로 찬반 논쟁으로 달아올랐고, 시민단체들도 우려를 표했습니다. 민노총의 불법 집회로 많은 시민들이 불편과 고통을 겪었다. 민노총은 시민을 위한 공공시설을 무단으로 점거하여 서울시를 무법지대로 만들었다. 경찰이 오후 5시 이후 집회를 허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노숙집회를 이어갔다. 그런데 경찰은 이를 제지하지도 못한 채 지켜봐야만 했다. 공권력이 무력화된 것이다. 공권력이 이렇게 처참하게 붕괴된 것은 지난 문재인 정부의 친시위대 정책이 빚은 참사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를 연이어 사면시키고 오히려 원칙대로 법을 집행하던 경찰관들에게 불이익을 안겨준 일이 빈번했다. [23.05.26]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 주요내용(보도자료) - 국민의힘 이와 같은 정부의 방침이 헌법이 규정하는 집회·시위의 허가제 금지 원칙에 반할 우려가 현저함은 많은 언론이 지적한 바와 같다. 무엇보다 집시법의 명문에도 반한다. 집시법은 그 어디에도 집회 신고자의 범죄 전력을 조회할 것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출퇴근 시간대에 관해 일률적으로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 집시법 위반이 문제 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수차례에 걸쳐 집회에 관한 사전신고제도가 결코 허가제로 변질되어선 안 됨을 강조했다. 지금 정부와 집권 여당이 시도하는 것은 변질된 신고제. 즉, 허가제다. ‘법이 규정하지도 않고 있는’ 행정청의 자의적 기준에 따라 집회의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허가제의 전형이다. [23.05.25] 처참히 무너지고 있는 것은 공권력이 아니라, 시민의 기본권이다.(논평) - 민주노총 국민의힘은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2020년 6월에 이미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야간옥외집회 금지 시간을 종전의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서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로 바꾸는 방안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위헌적 발상’이라고 못박은 상태라 2010년의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야간옥외집회금지 시간을 일부 제한하든, 집시법 10조를 삭제하든 위헌 결정을 받은 법 조문에 대한 개정은 필요하다.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걸려있는만큼 여야 모두 치열한 논의 끝에 합의안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3.05.26] 與 야간옥외집회 금지 개정 예고한 집시법…14년째 위헌 방치 - 서울신문 대통령실에서 진행했다는 국민투표 결과를 찾아봤습니다. 6월 13일부터 7월 3일까지 진행된 투표의 결과는 대통령실 국민제안 누리집에서 아래와 같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간편하게 추천/비추천 버튼을 클릭해서 투표에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추가로 의견을 남기고 싶은 사람은 투표 버튼 아래에 댓글로 의견을 적을 수 있었습니다. 18만 명은 우리나라 인구의 5174만(2021년 기준)의 0.35%의 비율을 차지합니다. 국민참여토론으로서는 많이 아쉬운 참여율입니다. 한사람이 여러 계정으로 중복투표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참여율은 더 낮을 수 있습니다. 참여 방식과 결과를 인용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 이유입니다. 대통령실은 26일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를 주제로 한 국민참여토론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달 13일부터 3주간 진행된 온라인 토론 결과 총 18만여 명이 참여해 이 중 71%가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에 찬성했다. 게시판 댓글 토론에서도 약 13만건 중 약 80%는 과도한 집회·시위 때문에 피해를 본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23.07.26] 국민 70%가 '집시법 개정' 찬성, 이래도 야당은 반대할텐가 (사설) - 매일경제 이번 투표는 사실상 여론 동원전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보수 유튜버들 사이에서 이번 국민참여 토론에 동참할 것을 독려한 뒤 ‘추천’ 투표수가 급증하는 양상이 벌어졌고, 각종 에스엔에스(SNS) 단체방에서 조직적 표심 동원 움직임이 포착됐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행정관들이 직접 나서 ‘투표 독려’ 메시지를 보내면서, 사실상 ‘찬성’ 의견 쪽으로 여론몰이를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23.07.04] 집회·시위 제재 강화…‘대통령실 국민제안’ 인기투표가 뒷배? - 한겨레 여러 의견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위 투표 결과를 인용하며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합니다. 주요 개정 내용은 소음, 교통 체증 등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집회 시간을 제한하는 방향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자정부터 06시 까지 심야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것 입니다. 집시법과 관련한 정치권 논쟁은 수없이 많았지만, 다른 때와 특히 다른 점은 이번엔 경찰청장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 입니다. 사실 경찰에게 입법에 대한 권리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아한 그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찰청은 자체 대응 규정을 수정해서라도 집회 시위 제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 '0~6시 집회 금지' 추진‥"헌법상 권리 훼손" 반발 (2023.09.21/뉴스데스크/MBC) 잊을 만 하면 돌아오는 집시법 이슈, 유독 길게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있습니다. 집회/시위의 신고 단계에서 제한 사항을 늘리거나, 집회 시위 현장에서 경찰 등 공권력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범위를 늘리는 등의 개정시도가, 비슷한 내용으로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음에도 끊임없이 발의됩니다. 개정 추진 사유와 반대 사유 또한 비슷한 내용으로 반복됩니다. 교통 체증, 소음과 관련한 시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기본적으로 보장된 국민의 권리 침해라는 목소리의 대립입니다.  헌재는 2009년 야간옥외집회금지 위헌제청 사건 심판에서 “주최자가 질서 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 경찰관서장이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문제삼았다. 당시 헌재는 이 문구가 허가제의 형태를 띠고 있고, 헌법은 집회 허가제를 금한다며 이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3.09.22]‘밤샘 집회 전면 금지’ 밝힌 정부…경찰, 사실상 ‘허가제’ 역주행 -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과 국민 경제를 인질로 삼고 정치 파업과 불법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의 협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고 단호히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참 희한하다. 최근 들어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단어 중 하나가 ‘헌법정신’이다. 그 헌법에는 집회의 결사의 자유가 기본적인 권리로 보장되어 있다. [23.07.05] 불법시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노동자.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헌법정신과 법원의 판단에 굴복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랍니다. - 민주노총 논평 입법 시도와 헌법 재판의 반복, 끝나지 않는 찬반 반목 속에 행정·사회적 자원이 소모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논쟁이 길어지며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해결과 동떨어진 법안 발의가 있기도 했습니다. 여야가 각각 집회 시위가 금지되는 장소 요건에 ‘대통령의 집무실’과 ‘직전 대통령의 사저’를 추가한 일이 그렇습니다. 사실 현/전 대통령의 공간 인근에서 집회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시민의 일상 불편’과 ‘공공질서의 안녕’과는 다소 관련이 적은 요소입니다. 지난 9월 5일에 참여연대에서 발표한 <꼭 2023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과제>에는 이런 부분에 대해 꼬집는 내용도 포함되었습니다.  집회는 항의대상에게 보일 수 있고, 들릴 수 있는 곳에서 개최가 가능해야 함. 누구보다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대통령의 집무 공간 인근과 더이상 헌법적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 직전 대통령의 사저를 집회 금지 구역에 포함시키는 것은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며 특정인만을 위한 규제를 신설하는 것으로 평등의 원칙에도 반함. [저지과제1] 집회자유 위한 「집시법」 개정 및 개악 저지 - 참여연대 입법을 위해서는 의회의 가결과 법원의 판단을 통과해야 합니다. 여당의 이번 개정안에 대해 야당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반대하고 있는데요. 최종 입법이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선언적 의미’를 위해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대립의 무한 변주가 계속되는 집시법 논쟁.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캠페인즈에서 진행중인 집시법 개정 토론/투표에도 참여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캠페인즈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변천사.zip | 캠페인즈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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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어디로 가야하나?
이 글은 진보정치 활동가들의 대화 중 일부를 재구성한 것으로 오마이뉴스에 2023년 8월 16일 발행된 글입니다. '반윤석열 투쟁, 관성인가 생존투쟁인가' 진보정당들의 고민 [오마이뉴스 23.08.16] 한때 진보정치가 한국정치의 희망적 미래를 대변하던 시대가 있었다.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정당, 소외되거나 배제된 목소리의 대변, 다음 세대의 대한민국을 보여주는 정책 아젠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진보정치는 확장을 멈췄다. 운동정치에서 반복되던 정파 갈등이 재현되고 몇 차례의 파국적 균열도 겪었다. 극심한 분열과 내부 적대가 반복되는 사이, 점차 대중에게서도 멀어졌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력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무상급식을 비롯한 대안적 정책은 기성정당도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었고, 녹색의 가치는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했다. 그렇지만 총선을 일 년도 남겨 놓지 않은 지금, 진보정치가 견고한 양당 구조를 대체할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해 보인다. 진보정치가 다시 대중의 가슴을 뛰게 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대화와 논쟁의 자리를 만드는 [대담한 대화]를 위해, 진보정치의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의 가능성을 함께 이야기할 네 명의 활동가가 모였다. 전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자 기후정의 활동가인 이상현, 청년정의당 대표 김창인, 서울 청년진보당 대표 박지하, 지역정당 네트워크 대표 이용희. 굳이 진보정치 운동의 세대를 구분하자면, 이들은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을 주도한 1세대, 진보정당 다원적 경쟁 시대를 주도한 2세대에 이어, 3세대에 해당한다. 이들의 대화는 각자가 속한 정당을 대표하거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 이와 다른 시각과 주장도 얼마든지 환영한다. 이들의 대화를 축약하고 재구성해 싣는다. 진보정치, 여전히 유효한가? 이들은 오늘날 진보정치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진단과 방향에 대해서는 조금씩 엇갈린다. 이제까지 진보정치가 추구하던 방식과 방향, 내용과 형식에 종지부를 찍고 완전한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 여전히 배제되고 소외된 이들을 대변하는 진보정치의 유효성을 강조하는 의견, 진보정치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한 합의 부재가 사회문제에 대응할 힘이 없는 소수집단에 머물게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 ⓒ 나영     김창인(정의당) : "기성정당에 대한 싫증과 비호감이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정의당 또한 기성정당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아요. 20년 전 진보정치는 '노동자 국회의원 한 명은 있어야지' 하는 말이 주는 뜨거움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더 이상 노동자 국회의원 한 명 만들어 보자는 말이 대중의 가슴을 뛰게 하지 못해요. 지금은 (이제까지의 진보정치가 유효하던) 6공화국 체제가 이미 끝났어요. 이런 방식으로는 더 이상 대중을 설득할 수 없어요."   이용희(지역정당) : "기존 진보정당도 이제는 기성정당처럼 인식된다는 평가에 동의합니다. 대중이 진보정당이 제시하는 해결책과 대안에 대해 실망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결국 (진보정치도) '정치하는 것들'로 치부되면서 대의제 정치에 대한 혐오를 함께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진보정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시민사회가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고 믿지만, 이것이 좋은 정치를 위한 발판이 되지는 못하고 있어요."박지하(진보당) : "저는 생각이 좀 달라요. 진보정당의 활동에 대해서는 평가할 부분이 당연히 있지만, 만일 대중이 진보정당을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 진보정당에 가입하지도, 선택하지도 않겠죠. 진보당은 지난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 한 명 당선시키려고 전 당원이 전주로 내려가서 선거운동을 했고, 결국 택배 노동자를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켰어요.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이 자신의 권리를 위한 법을 만들 때 같이 협력하는 국회의원 한 명이라도 있는 것과 아예 없는 것은 천지 차이예요. 우리에게는 아직 단 한 명의 국회의원이라도 절실해요."이상현(녹색당) : "진보정치가 점차 힘을 잃고 있는 건 대중의 평가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그렇게 만든 측면도 있어요. 녹색당은 출발이 다르지만, 다른 진보정당은 대부분 민주노동당이 뿌리잖아요? 그런데 기존 진보정당은 계속 쪼개지고 분열되어 온 것이 현실이에요. 노동운동도 많이 분화되어 있고 시민사회도 의제별로 흩어져 있다 보니, 진보정당 역시 분화되거나 새로운 정당이 계속 등장하는 것이 당연해 보여요. 한 정당 내에서도 거버넌스 기구 참여 문제나 사회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고요. 그러니까 더욱 (문제를 해결할) 힘이 모이지 않아요."  제3지대의 정체   ▲ 박지하 서울 청년진보당 대표 ⓒ 나영    진보정치는 외연을 확장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분열과 분화를 거듭해 왔다. 진보정치가 새로운 주체와 방향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오래되었다. 그러나 아직 성공적인 재구성을 이루었다는 평가는 없고, 재구성의 방향에 대한 합의도 없다. 게다가 다양한 정치 그룹 간 공개적 논쟁도 활발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총선이 다가오면서 진보 단일정당론에서부터 제3지대론까지 다양한 주장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 논의는 정의당에서 불붙고 있다.김창인(정의당) : "(총선을 앞둔) 정의당의 공식적인 결정 사항은 신당을 추진하겠다는 거예요. 이 과정에서 정의당이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정의당 자체가 기득권이라고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의당은 총선을 단지 후보를 당선시키는 선거가 아니라 진보가 재구성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기존의 진보정당끼리 이합집산하는 것이 진보의 재구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새로운 제3지대에서 우리가 다시 토론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확보해야 해요. 이 논의가 시작되는 계기가 총선일 수 있죠."이상현(녹색당) : "정의당 내에서 제3지대나 새로운 권력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득권'이라고 호명하는 민주노총 등과 선을 긋고 새로운 영역을 만들겠다는 것 같은데, 거기에 누가 있는지 잘 안 보여요. 예를 들어 라이더 유니온 같은 경우는 플랫폼 배달 노동자, 기본소득당의 경우는 알바 노동자라는 구체적인 집단이 보여요. 그런데 제3지대는 대체 누구를 지지 기반으로 삼고, 누가 지지해 줄 것이라고 상상하는 거죠?"   김창인(정의당) : "앞으로 논의하고 만들어 갈 내용이니 당장 내놓을 수 있는 답은 없어요. 다만 민주노총과 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틀을 벗어나 새로운 정치적 공간이 가능한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거죠. 정의당 내에서 제3지대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워낙 많아요. '더 개혁적인 신당'이 필요하다는 분들, '자유주의 세력'과 연합을 주장하는 분들, '진보정당 중심으로 수혈'해서 가야 한다는 분들도 있어요. 물론 다양한 만큼 모두 실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논의가 붕 떠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같이 논의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거예요."박지하(진보당) : "'제3지대에 누가 있느냐', '거기에 누가 가느냐'는 중요한 질문이에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진보 4당의 연대는 각각을 존중하되, 힘을 모아서 뭐라도 해보자고 만든 틀이에요.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이것(진보 4당 연대)을 흐트러뜨리고 힘을 모을 수 있느냐는 의문도 들어요.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곳에서 뭉쳤다고 해서, 그것이 제대로 된 평가나 성찰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이상현(녹색당) : "비슷한 생각이에요. 녹색당도 새로운 사람을 내세우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기도 했는데 뒷심이 부족했어요. 진보정치의 관성 문제도 성찰해야 하지만, 새롭다고 내세우는 것을 실현할 역량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해요. 사실 정의당이 무엇을 반성하고 재창당까지 하는지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시민들도 많을 거예요. 제3지대론의 하나인 '세 번째 권력'이 제시하는 방향과 주요 인사가 내세웠던 직무급제 등 정책을 보면, 기득권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이해하지만 지금의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변화의 전망을 제시하기에 적절한 논의라고 생각되지 않아요."   역시 정계 개편은 기성정치든 진보정치든 뜨거운 화두다. 올해 초, 민주노총은 진보 4당이 통합하는 단일 정당을 포함한 진보정치 재편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정의당은 내부에서 여러 흐름이 충돌하고 있고, 외곽의 제3지대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다만 이런 논의들은 내부의 격렬한 충돌만큼 대중의 관심은 끌지 못하고 있다. 반윤 투쟁, 관성인가 생존 투쟁인가?   ▲ 이상현 전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기후정의 활동가 ⓒ 나영    그러나 정당 내부의 논란은 외부의 운동과 결합해 의외의 방향으로 확장하기도 한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초반을 훌쩍 넘어선 지금, 시민사회에는 점차 고양되고 있는 반(反)윤석열 투쟁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차가 존재한다.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투쟁에 결합하면서 진보정당은 더 존재감을 잃는 모양새다.김창인(정의당) : "반윤 투쟁은 민주당이 제일 잘해요. 여기에 정의당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렇지만 민주당은 심판해야 할 기성정당이에요. 진보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요. 우리는 다른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해요."박지하(진보당) : "반윤 투쟁을 민주당이 제일 잘한다는 진단에는 이견이 있어요. 이건 '왜 진보정당이 반윤 투쟁을 하느냐'는 질문이기도 해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건 반윤석열 투쟁이 아니라 생존 투쟁이고 민주주의 투쟁이에요. 윤석열 정권이 가장 심하게 탄압하고,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 가장 힘든 것이 민주당이나 민주당 지지자들인가요? 아니죠. (반윤) 투쟁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건설노동자들은 1천 명이 넘게 소환장을 받고 수사를 받고 있어요. 이게 단순히 반윤 투쟁이라면 대통령 하나 갈아치우면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싸우고 있는 것이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을 반대하는 민주당의 투쟁이라는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김창인(정의당) : "진보정치가 20년 동안 활동하면서 만들어진 매뉴얼 같은 것이 있어요. 저는 이게 '관성'이라고 생각해요. 반윤 투쟁도 내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요. 그런데 투쟁 자체는 과거 반MB(반이명박)투쟁, 반(反)박근혜 투쟁의 맥락이나 매뉴얼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관성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이 진보정치의 상상력을 닫아 버려요. 이것이 진보정치가 스스로 반성하고 성찰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라고 봐요."이상현(녹색당) : "반윤 투쟁은 반박근혜 투쟁과는 양상이 달라요. 반박근혜 투쟁은 철도 민영화 반대 투쟁으로 시작해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민중총궐기가 일어났고, 노동자 투쟁이 이어지고 대학가에서 '안녕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었어요. 이런 흐름이 아래로부터 하나둘씩 끌어올려진 것이 2016년~2017년 촛불투쟁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의 반윤 투쟁은 민주당이 먼저 시작했고, 어떻게 보면 거대 양당의 정치 싸움으로 보여요. 사람들도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고요. 여기에 진보진영이 다 결합하는 게 좋은 결과를 낼 것이냐? 고민이 돼요. 그렇다고 선 긋고 따로 가기보다 '이렇게 가자'고 주장을 하면서 끌고 가는 힘이 필요해요."김창인(정의당) : "방법에 대한 이견이 있다거나, 참신한 투쟁방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에요, 언제부터인가 우리 운동이, 우리 존재가 대중의 상상력을 가로막은 존재가 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하면 그다음은 무엇을 상상하게 되나요? 이재명 대통령 말고는 없어요. 차라리 '6공화국을 부수자'고 하면 그다음의 '7공화국'이 뭔지에 대해 상상할 수 있지 않겠어요? 반윤 투쟁이 새로운 정치가 나타나는 걸 오히려 가로막고 있어요."이용희(지역정당) : "진보정당도 지독한 타성이 있는데,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지역에서 진보정당의 여러 활동에 참여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활동 과정에서) 정치적 효능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뒤에 더 큰 이슈가 와도 참여 인원이 점점 줄어드는데, 왜 인원이 줄어드는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요. 반윤 촛불집회도 지역에서 창의적으로 뭘 해보려고 해도 관성적으로 위에서 딱 정해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 지역의 집회가 어떤 의미인지 어떤 사람이 나올지 고민하기보다 지역 조직가들의 결과물로 보이는 측면이 있어요." 새로운 전선? 더 넓은 확장?   ▲ 이용희 지역정당 네트워크, 직접행동 영등포당 대표 ⓒ 나영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은 조금씩 달랐다. 아마도 이 대화모임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은 더 다양하고 논쟁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지금의 진보정치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진보 재편을 위한 시도는 이미 다양한 형태로 가시화하고 있다. 이상과 현실 중 어느 지점에서 판이 짜일지, 다양한 입장 중 어느 것이 유효한 전략이었는지는 내년 총선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이런 현실과 별개로, 이들이 꿈꾸는 진보정치는, 또 골몰하고 있는 방법들은 무엇일까?    이상현(녹색당) : "녹색당이 기후정의 운동을 실제 실현할 수 있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총선에서 어떻게 기후정의 운동의 요구를 정당이라는 틀로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녹색당원인 저의 관심사예요. 진보정치 세력이 실력이 없고 힘을 모으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건 알아요. 의견이 다른 것은 조율하고 공동의 절충안이라도 내어서 조금이라도 현실을 바꿀 방법을 만들어야 해요. 그게 시민에게 신뢰를 되찾는 방법이고 절박한 과제예요."김창인(정의당) : "그동안 진보정당은 국민의힘의 퇴행을 저지하고, 민주당의 진보적 의제를 견인해서 진보정당의 파이를 키우는 것, 그리고 국민의힘이 사라지면 민주당이 보수, 진보정당이 진보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을 대(大)전략으로 삼았어요. 그런데 이런 시대는 이제 끝났어요. 이런 경향을 유지하려는 세력과 넘어서려는 세력 간의 전선이 필요해요. 여기에서 과거에 어떤 정당에 속해 있느냐는 크게 상관없어요. 총선이 낡은 시대를 종료시키기 위한 정치세력을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박지하(진보당) : "진보정치의 도전이 끝났고, 새로운 전선이 필요하다고 하시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난 한창 싸우고 있는데 끝났다고? 무슨 소리야?' 하면서 황당해할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진보 내에서 새로운 전선을 만들자는 주장은 좀 위험해 보여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반윤 투쟁은 다수 민중에게는 생존 투쟁이에요. 민생과 관련한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활동하라는 것이 시민의 요구 아닌가요? 그동안 선택받지 못했던 부족함은 계속 채워 나가야 해요. 더 많은 시민을 만나면서 진보정당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어요."이용희(지역정당) : "지금의 양당 구도를 보면 예전보다 논의 수준과 의제 선정이 퇴보하고 있고, 진보정당도 함께 퇴보했어요. 진보의 재구성을 언급하셨는데, 예전 같은 방식으로 정파들이 자기들끼리 만나서 협의하고 결론 내리고 설득하는 시대는 끝났어요. 그러나 지역에서부터 진보적 의제를 가진 세력들이 모여서 민주적으로 총선 후보를 내는 방식이라면 희망이 있다고 봐요. 결국 지역을 기반으로 밑에서부터 올라와야 해요. (제가 속한) 직접행동 영등포당도 지역에 그런 테이블이 열린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용의가 있어요."  ▲ 진보정치 대담한 대화 이상현 전 서울녹색당공동운영위원장(좌), 김창인 청년진보당 대표(우) ⓒ 나영    총선을 앞둔 진보정치는 또 한 번 판이 크게 요동칠 분위기다. 그런데 그 요동이 좁아진 진보정치의 경계를 넘어 확장하지는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생각들이 교통하며 논쟁되지 못하고 밀실에 머물거나, 일방적인 주장과 평가만 난무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은 관심을 가지기 쉽지 않다.생각과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솔직한 의견을 주고받던 이날의 대화가 진보정치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기가 될 수 있을까? 한 번의 대화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화는 누구나, 어디에서나 열 수 있다. 대화의 전문과 참여자들의 사전 발제문은 대담한 대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담한 대화 전문] 진보정치, 어디로 가야하나? [대담한 대화 23.08.09]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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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주한 질문'들']폐허의 응시-심층적응 정치의 구상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실천했던 노회찬 5주기를 맞이해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불평등 심화 등 복합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마주한 ‘질문’들을 나누며,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진보적인 대안을 고민하는 자리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행사는 노회찬재단 공식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됩니다👉심포지엄 안내 보러가기 http://hcroh.org/notice/462/ 폐허의 응시, 심층적응 정치의 구상: 붕괴 후 정치의 ‘이미지’ 생성을 위한 단속적(斷續的) 사유의 조각들(1)   김윤철      <요약: ‘心內含言’> 나는 그닥 멀지 않게 다가서 있는 미래의 정치가 을씨년스럽고 괴기스러움마저 깃든 폐허 위에서 시작될 거라고 ‘공상’한다. 그 폐허는 ‘내가 이미 적응하고 있지 못한 세계’의 지배자들이 삶의 안식과 평화와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일련의 행동을 멈추지 않은 데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유토피아 모멘트’를 지워버린 ‘실존을 위한 탐욕의 회로망’을 맴도는 ‘자산증식주의자’들의 등장과 확산과 동조 속에 현실이 되었다. 그 회로망을 누비는 자들의 이름은 ‘유일계급으로서의 부르주아지’다.  폐허로 가는 길목에서 부르주아지는 ‘인류’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 자산의 증식과 계급적 유일성은 삶의 안식-평화-생태계 파괴의 범위와 강도와 지속성에 달려 있다. 우리는 폐허에 이르는 과정에서 정치의 붕괴를 목격했다. 정치마저 탐욕의 회로망으로 빨려 들어갔다. 심지어 권력이 아니라 물질적 자산의 증식을 향해서. 정치를 위엄 있게 만들었던 용기-포부-현명함-희생-숭고함-명예 등을 향한 영혼과 정신은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 그래서 정치의 붕괴는 복원 혹은 정상화의 여지를 잃었다. 정치를 이룬 주체 관념 제도 행태 등은 다 부서져 사라졌거나 조각조각 잔해들만 남겨놓았다.  하지만 나는 그 폐허에서의 정치를 ‘붕괴의 불가피성을 선뜻 나서서 포용하는 심층적응’(론)에 기대어 구상할 것을 제안한다. 무엇보다도 우선 나 자신에게. 그 폐허에서도 살아있을지 알 수 없으나, 만에 하나 살아있다면 적응해야만 하기에. 폐허에서의 정치는 ‘모름’에서 출발한다. 우선 넋을 놓고 맥없이 그저 바라봐야 한다. 페허에 다가가며 사랑을 잃고 몸과 마음을 다쳐 슬픔과 우울과 절망에 젖어 있는 채로. 얼마동안 그래야 하는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누가 그 ‘불가지의 침묵’을 먼저 나서서 깨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멸을 떠올릴 쯤 ‘탈구-틈-이단’이 눈에 들어온다. 영멸에서 벗어날 혹은 유예할 길이 서서히 떠오른다. 응시의 시간을 거쳐야만 다다르는 자기 구원의 찰라. 자체로 형체를 갖추고 역할 하는 것들의 부재, 폐허의 속성이다.  그러나 보인다. ‘잇고 덧대면’ 기괴하지만 폐허를 살릴 사물의 질서가. 폐허 이전의 모든 시공간적 감각과 지식들과 경험들이 다발을 이루어 다가온다. 폐허 속 사유의 질서를 생성한다. 심층적응의 정치는 일단 살아남았다면, 살아가길 의지한다면 그렇게 폐허를 응시하며 잇기와 덧대기, 다발 묶기를 수행하면서 사물과 사유의 질서를 발견하고 드러내고 세워내는 실천이다. 폐허로 가는 도정인 지금, 시작해보면 어떨지?   1. 폐허-응시에서 시작하는 이유 의미 폐허(廢墟) 위기가 가닿은 붕괴 후의 세계-이전의 상태. 그냥 허물어져 내린 게 아니라 ‘파괴’를 통해 무너짐. 시간이 멈추고 장소성이 사라진 곳. 그 어느 곳도 아닌 단지 잔해들만이 널려 있는 곳이 된다. 멈춘 시간 이후의 시간이 열릴 수도 있으나 실제 열릴지는 알 수 없다. 살아있고 남아있다면, 그리고 살아갈 방도를 찾는다면 다시금 자신의 이름을 단 장소가 될 수 있으나 그 역시 알 수 없다. 응시 붕괴 후 낯선 세계 이전 상태-폐허-와의 조우 양식. 멍하게 서있다 우연히 시선이 가닿은 잔해 더미를 바라본다. 초점이 모아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응시의 시간이 열리면 새로운 질서가 움틀지도 모른다. 응시의 시간이 열리면 의지가 발현될 수도 있다. 초점을 지우고 시선을 거두면 폐허는 그저 영멸의 공간으로 남는다.   왜 폐허-응시? 복합위기론의 진부함, 보수성, 모호함의 해소 요청 (단, 붕괴의 총체성 내장 암시) 인간-사회-자연에 걸친 위기의 총체성에 대한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위기론의 하나 혹은 그 반복으로 여겨짐. 위기는 기성 질서-체제의 위태로움과 그것의 해소 극복에 주안점을 둠. 새로운 세계로의 지평 확장을 제약. 복합위기론의 총체성을 드러내면서도 기성 체제와의 단절성을 포착하기 위해 ‘끝’을 감지할-시공간적 감각의 지평을 변조할-담론의 필요. 붕괴의 총체성 표현-전혀 다른 시공간적 지평이 열릴(?) 세계의 끝 혹은 시작의 형상화-필요. 현재의 위기와 대응(정치) 추세의 특성: 붕괴의 불가피성 예측 정치의 재구성에 대한 논의를 폐허의 연상(聯想)에서 시작하는 것은 전 세계 인구 10%를 죽일 수 있는 지구적 재앙위험으로 간주되는 기후비상사태에서 연유. 그 위험의 핵심 요소가 정치이기 때문이기도 함. 벤야민의 진보관-역사관(‘파괴의 폭풍’)과 그것의 이미지화를 차용한 것이기도. 다만 이제는 그 폭풍이 더이상 불지 않아, 천사는 그 폐허 위로 떨어져 묻힐 거라고 가정한다. 이제 그 폐허에서 ‘구원의 길’을 찾아야 한다. ‘민주정’의 구현 혹은 그것을 위한 정치레짐(정권)의 교체 차원에서 조망하는 것의 무효함. 형해화된 민주정 제도와 게임 규칙들. 지구적 재앙위험을 방치하거나 소극적이고 변형적으로-물질적 성장주의의 또다른 계기, 특히 자산증식(기후테마주 등등)의 기회로 삼는 것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대응하는 기제로 작동. 그것을 정상적인 (자유)민주정으로 간주. 시공간 감각이 선거주기와 정당 및 유권자 편성구도로 제한되어있다. 정치적 부족주의(진영, 파벌 중시 성향)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우선순위의 왜곡. 숙고 숙의의 차단. 자율성의 침식. 붕괴로 치닫는 복합위기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마음’의 상태와 삶의 처지 표현 우울증이 지배적 병리현상이 된 현실. ‘홀로-과잉주체’화.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개인’이라는 호명 하에 홀로 부담해야하는 처지. 붕괴의 위협에 대해 무감각.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제 코가 석자”). ‘쉼이 없어 자기 마음(息)’을 헤아리지 못한다. 쉼의 레저산업화. 소외의 절정. 붕괴-폐허를 ‘짐작’하면서도 이미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간다. 대면의 회피-두려움. 탈주의 용기 결단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일상적 구조에의 긴박. 그냥 지금 여기서, 하던 대로 살아가기에 국한된 삶의 경계 –너머의 시공간적 지평 확장 봉쇄. 빈자, 타인종 등에 대한 분노는 무감각-무관심의 반대 측면. 주로 극우포퓰리즘의 정치적 동원을 매개로 한 소외감의 격정적 표출 양태. 그런 중 ‘구매력 보유층’의 일상에서는 매끈하고 근사한 완성품(명품) 소비로 국한된 자유(‘가짜 자유’)가 횡행. 소비는 단지 경제행위가 아니라, 또 과시를 위한 베블런적 효과 작용만도 아닌, 소외감의 고통을 경감하기 위한 마약 작용이기도 하다. 이 틈을 타 자본은 편의를 증진하지만, 불필요한 것들로 가득찬, 그것을 더 욕망하고 지향하는 세계를 만들어냈다. 이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지름신’에 묶여 있다. ‘보기 좋은’ 외모와 육체(성)에 대한 집착과 몰두에 기댄 관종문화의 유행도 건강-행복-웰빙-워라벨 담론의 상품화와 함께 그러한 선상에 있다. 모두 ‘돈과 상품 구입’ 한 길로 귀결된다(‘쇼퍼 홀릭’의 삶). 자기 밖의, 체제 밖의, (기성) 정치 밖의, 다른 것, 자신과 다르지만 같은 타자에 대한 시선 두기(마음 나눔)의 사라짐 응시, 폐허에서, 살아있다면 / 살아야 한다면 / 떠나려면 / 재건하려면 — 우선해야 할 실천. 잔해, 잔재, 부스러기, 조각들에 시선 두어야 한다. 응시, 전혀 다른 이질적 사물의, 사유의 질서 세우기 기초. 그러나 붕괴-폐허로 가는 도정에서, 매끈하고 근사한 것에 대해서만 눈길 주기. 더욱 더 안으로, 안으로 향하는 시선. 치열해진 진입 경쟁-공정 논란이 타자 배제의 방식으로 거세진 이유. 응시의 역량과 마음의 결핍은 붕괴 폐허 이전에 우리들끼리 싸우다 죽게 만들 수 있다. 워낙 알뜰해 처량하고 추한 삶의 귀결=인간 실격.      2. 폐허로 귀결된(될) 정치 붕괴의 양상과 동학(動學), 그 의미(한국적 맥락) 노회찬 사후 ‘지난 5년’: 공교롭게도 붕괴를 향한 이행기 촛불-광장의 소멸: ‘중산층 행동주의’에 기초한 ‘마지노선민주주의’의 향연마저 종결 2016-2017년 촛불집회: 한국 민주주의의 ‘라스트 댄스’ 형식-절차의 정상적 운용에 의존해 (국가)권력의 사익추구에 대해서만 문제 삼고 분출되는 대중운동적 에너지. 사회경제적 쟁점과 갈등은 개인-시장의 몫. 비자유적 자유-굶어죽을 자유의 수용 ※ 마지노선 민주주의: 마지노선은 일상에서는 ‘최후방어선’의 의미로 주로 쓰이지만 보다 중요한 군사적·정치적 의미는 엄한 데다 전선 쳐놓고 멍 때리다가 결국 다 내줘 패망한다는 어리석은 짓의 대명사. 그런 의미에서 마지노선 민주주의는 한국 정치적 맥락에서는 민주주의의 핵심 본질인 ‘민(民)’의 물질적 자원배분 결정권 신장의 문제는 방치하고, 형식-절차 지키기에만 열을 올리다 결국 민주주의의 파탄을 겪게 된다는 것을 의미. 사익추구 정치의 기회구조 형성과 급부상: 정치의 결정적 붕괴 몰역사적/탈사회적 (사이비) 이념 및 양대 진영 갈등의 심화양대 정당이 주도하는 정치과정에서 보수, 진보(반공주의, 사회주의, 민족주의 등등과 연결-중첩되어있는) 언표는 상대를 타자화하고 적대감을 부추기며 자신을 세워내는 정략적 용어일 뿐. 정치적·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와 같은, 또 그것이 등장해 쓰이게 된 역사적 시대 상황과 관련 없이 구사되는. 또 연대성과 통합성에 기초해 존립할 수 있는 ‘사회’와 분리되어있다. ‘보수답지 않은 보수’, ‘진보답지 않은 진보’가 보수와 진보의 정체다. 인간의 이성에 대한 회의와 오류 가능성 인정과 물질주의 가치에 대한 비판적 정신의 중시와 전통의 고수,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실행을 전제로 한 귀족적 품격의 구현을 찾아볼 수 없는 보수. 약자 우선과 희생과 헌신, 탈물질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지식과 담론의 추구와 체현의 면모가 사라진 진보. 경쟁과 갈등은 격화되어있고, 서로 누구와 싸우는지는 분명한데, 왜 싸우는지가 불분명한 정치. 문제는 그런 중에도 자기 이익-특히 금융자산증식과 자녀의 주류 진입-은 알뜰하게 챙긴다는 것. 붕괴를 결코 막을 수 없다. 갈등조정에 필요한 권위, 그리고 리더십 발휘에 필수적인 신뢰, 모든 것이 이미 붕괴되어있기에. ‘유한계급’의 타자에 대한 가학적 유흥 놀이로서의 정치 경제적 소비만이 아닌, 정치마저 자기 과시의 기제가 된 현실. 경쟁 우위와 승패를 제외한 고민과 고통을 동반하는 의제와 담론의 회피, 외면-노동배제의 지속. 공동체성 구현의 도덕적/윤리적 가치와 관련 행동이 자기 증명을 위한 상품 소비로 전락. 정치의 예능화-미디어 의존의 정치적 충원 구조와 양식의 전면화-보통사람들의 삶과 괴리된 인식과 경험의 보유자 주도의 정치-매끈한 외모와 화려한 경력 보유의 정치계급 등장-팬(덤)이 주도하는 정치 문화의 전면화. 슬픔-우울-절망-애도의 정념에 바탕한 정치지도자의 부재. 영웅이 아닌 스타만 원한다.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정치담론의 완전 증발. 심지어 코로나19 국면에서조차.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담론을 지탱할 사회적 기반의 부재 및 취약함 드러남.   영끌-영끝 현상의 발흥 ‘부르주아 유일계급사회’ 고착의 일면모든 이가 ‘경제적 자유’를 위해 금융(가상화폐 포함)-부동산 자산의 보유에 집착하게 되었다. 물질주의 가치의 전일적 지배. 계급균열의 삭제. 대안세계 상상을 위한 시공간적 감각의 제거, 유토피아 모멘트 창출 가능성의 완전 봉쇄 사회경제적 삶의 향유와 지속 원리가 지금과 같은 걸라는 가정의 지배-변화 가능성의 삭제(변화 비용의 공통 부담 가능성과 필요성의 삭제) 서울-강남의 지리공간적 성역화. 그곳에 들어가야만 산다는 공식의 지배. (허구적) 세댸균열 장착의 매개체 최종대부자인 부모가 속한 기성 세대와 싸움? 기본적으로 싸움이 성사될 수 없는. 기성세대와 지향가치와 이념도 ‘물질주의 추종’으로 동일. 탈물질-반권위주의 성향이 뚜렷했던 68혁명 때의 세대갈등과 전혀 다름. 산업화-민주화 과정의 지고 지난한 역사성 삭제. ※ 왜 기성 정치와 사회질서의 부정성에 대한 비판이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세대, 그리고 그들 중 주로 지도부 경험을 가진 혹은 입신양명을 지향하는 극히 일부의 이름, ‘386세대’와 연결지어져야 하는 것일까? 투옥과 고문과 죽음을 당한 이들, 그리고 민주화 이후 각박해진 일상적 생계의 장에서 가족과 일에 헌신하며 묵묵히 자기 삶을 사는 다수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과잉주체의 삶에 복속, 시민의 죽음과 정치의 죽음사회연대 기반과 관계망의 완전 부식과 소멸 비/탈자본주의적 타자에 대한 배척 공격   K-담론의 확산과 자유(주의) 가치-동맹의 공세K-담론은 붕괴-폐허로 가는 추세의 은폐 혹은 자각치 못함 혹은 정당성 확보 필요의 발로. 혹은 고통을 지우기 위한 마약성 진통제 그러나 지표와 라이프스타일 상 객관적 현실에 기초. 확산의 물적 토대. 변화된 한국의 현실로 담담히 받아들일 것. 오히려 정치전략 모색의 출발점으로 삼기. 다만 세계 정치-경제 체제의 지배적 위계구조를 감안할 때, 지속 가능한 현실일까? 오히려 그 엄혹한 현실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더욱 활성화. 자유(주의) 가치-동맹의 ‘때 아닌(?)’ 공세 전통적인 한국통치계급의 정당성 확보 기제인 분단-남북 체제 우위의 지위 확보에 따라 ‘자유대한’을 굳이 강조할 이유의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왜? 붕괴 가능성 감지의 차단. 붕괴로 치닫는 체제에서의 탈출구 봉쇄. 자유지상천국인 여기서 살다 죽자. 북한의 안정화, 남북관계 진전의 가능성 소멸(북중러 vs 미일한 구도의 견고함) 가능성 다자구도 형성 및 균형자 역할 경로의 현실적 포기=분단 후 반공친미 국가로의 복귀, 그것의 (재)정당화 필요. ‘부르주아 한국’의 최종공식 선언. 한국판 역사의 종말론. 민주-개혁 실천에의 경력 미비에 따른 콤플렉스 해소. 무사상-무이념의 공백 채우기.   국제질서의 군사화-세계대전 예행 전쟁-핵무장론-방산산업(K-방산) 전략화의 본격 개시 기후재앙에 앞서 붕괴의 보다 직접적인 계기로의 형성 가능성 존재 붕괴마저 이윤 증식의 계기로 삼기 지속발전의 활로 없음. 그러나 붕괴에서 활로 찾음. 한국 자본주의 라스트 댄스의 무대 방산비리 공약과 담론의 소멸   탈인간(AI)-탈지구-우주개발 담론/정책의 본격 전개 붕괴 폐허의 예견-지배계급의 탈주 프로젝트(?) 방산업과 함께 붕괴 전 이윤증식 극대화 통한 탈주비용 확보 전략심층적응전략의 ‘지배계급 버전’   3. 심층적응 정치의 구상(構想) 정의(定義)의 요소 붕괴의 불가피성 수용 붕괴 후 시공간의 불가역성 인식 포용-초월적(‘포-월’) 선택의 행동규범화-전략화   ‘선(先) 관념’ 정치는 이미 없다 사회에 대해 자율적이고 독자적인 영역으로서의 정치는 쇠퇴, 소멸. 인류세-신유물론에 대해 ‘정치 지우기’ 경향을 비판하는 것은 학문적-논리적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무의미하다. 우리 사는 세계에서 정치는 이미 사회적인 것으로 덮여 씌워져 있다. 정치를 민주주의, 제도(선거 의회 정당) 등에 국한된 것으로 취급할 수 없고, 다룰 수 없다. 투표와 선거의 결과는 지극히 일시적이고 정세적이다. 지속될 정치적 신념과 책임을 부과한 것의 결과가 아니다. 선거 승자의 통치 재량을 더 이상 승인하지 않는다. 그때그때 전략적 변덕의 발휘 기회가 있는 상품의 소비 같다. 이미 만연해있는 포퓰리즘의 의미. 정치의 사회적인 것으로의 포획. 혹은 사회의 정치 포섭. 긍부정을 떠나 지울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이미 주어진 조건이다. 기존의 제도-관념 형태의 복원 및 구현 중심의 접근은 더 이상 소용없다 제도 형체 그 자체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가령 제대로 된 정당 조직의 형식 갖추기에 에너지를 투여할 필요가 없다. 정치는 미리 갖춰진 조직 형식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세계가 아니다. 무엇보다 형식을 갖춰 대응할 자원도 시간도 없다. 소위 자본주의 황금기가 그랬던 것처럼 정당-의회-선거 제도에 기초해 민주주의 정치가 안정기를 구가했던 것은-그렇다고 여겨졌던 것은- 2차 세계대전 후 1960년대에 이르는 이십여 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 후 정당-의회정치는 늘 ‘위기론’에 시달려왔다. 자본주의가 일반적 위기론에 시달려왔던 것처럼. 망가진 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면 된다. 관념에 부합하는 질서를 세울 수 없다. 문제가 요구하는 질서를 세워야 한다. 정치는 문명의 파괴-건설을 위한 실천이어야 한다 정치가 의의를 갖는 이유. 정치가 필요한 때는 문명 질서를 파괴하거나 세우는 대변동의 시대다. 지금이 그 때다. 문명은 세계관에 기초한다. 정치는 세계관을 세우기 위한 이념-담론을 가져야 한다. 누가? 새로운 문명을 세우려는 자들이. 대변동을 거쳐 새로운 문명이 세워져야만 살 수 있는 자들이. 그들이 하나의 거대한 인구집단을 형성해야 한다. 지금, 그 인구집단은 어디에 있는 누구인가? 이념은 가치관에 기초한다. 붕괴-폐허로 귀결될 정치가 중시하는 가치관에서 벗어난, 즉 작별을 고하는 가치관. 탈물질주의에서 시작해야 한다. 계급 지배-피지배의 문제 설정을 회피해서는 안된다 은폐-엄폐를 넘어 삭제된 계급균열, 그리고 지배-피지배 관계 체제의 구축과 유지, 재생산 기제와 실천으로서의 정치는 복원되어야 한다. 그래야 지배-피지배의 폐지를 도모할 수 있다. 지배-피지배의 관계는 외면하고 무시할수록 강화된다. 문명 파괴-건설의 향방은 지배-피지배 계급 간 힘의 관계에 달려 있다. 정치가 좋아지는 단 한가지 경우는 피지배 계급의 힘이 지배계급을 위협할 때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지배계급이 노동계급을 –여전히-두려워하는 단 한 가지 이유다. 지금, 계급도, 피지배계급의 힘도 모두 정치를 사유하는 문제 영역의 밖에 놓여 있다. 이를 사유 안으로 들여와야 한다. 기후재앙을 둘러싼 인류세-자본세 논의의 엇갈리는 지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인류세 논의의 지배체제에 대한 문제의식 공백, 자본세의 붕괴 위험성 해소에 필요한 보편적 접근의 미약함 둘 다 넘어서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의 계급지배-피지배의 문제를 무화시키는 방식으로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따져봐야 한다. 답은 부정적이다. 정치는 탈경계적 실천이다 탈경계적 실천을 통해서만 답을 구할 수 있다. 이분법적 대당 구도의 해체와 융합적 넘나들기가 필요하다. 낡음-새로움, 국가-사회, 정치-사회운동, 공-사, 제도-비제도, 개인-집단, 보수-진보, 이성-야만, 과학-비과학 등 이분법적 대당구도와 경계 허물기. 통합의 층위와 차원을 만들기 위해 이질적인 것들, 이종적인 것들의 잇기, 덧대기의 불가피함, 방법적 유효성 포착하기. 보수주의-자유주의-사회주의의 구분과 경계는 무의미하다. 계보학과 고증학 수행이 아닌 이상, 융합. 융합. 융합. 개벽 사상으로서의 동학과 유불선의 통합에 주목할 것.   전략적 실천 항목 타협: 지금의 질서가 아닌 앞으로의 세계에의 적응 시작하기 전혀 다른 시간 감각 만들기. 붕괴력의 도입과 실시(인류세 담론의 미시전략화). 회복: 슬픔과 우울과 절망의 감정을 표현하기 새로운 시대의 소리와 몸짓의 창출. 슬픔과 우울과 절망의 감정을 노래와 춤으로 만들어내기. 복원: 탈구-틈-이단의 관계망 구축과 서사 창출하기준거틀의 마련과 강화 포기: 생경함과 기괴함의 미학 드러내기 새로운 사물의 질서-사유의 질서 생성. 잔해-잔재-부스러기-조각들의 잇기와 덧대기를 통해 새로운 형체 만들어보기.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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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뜯어 고치는 헌법
노무현리더십학교에서 공부하며 헌법을 내맘대로 뜯어고치는 과제를 수행했다.아래는 그 개헌안과 설명문이다. “제 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 33조 1.노동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2.공무원인 노동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3.법률이 정하는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 4.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모든 생산수단에서 종사하는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독려하고,경제분야에 있어서 민주주의 원칙을 확대 해야한다."   제 2장의 '근로자'라는 단어를 '노동자'라 수정하고,4조를 새롭게 삽입했다.   4 조항을 추가한 이유는 우리 사회의 노동자들이 기업경영에 참여하는 비중이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약 70%의 국민들이 노동자로 일하며 기업에 몸담고 있지만, 노동자 스스로 경영에 참여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른바 재계가 독점하고 있는 기업의 방침에 따라 노동자들 역시 기업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경영권이 없다는 이유로 부조리를 겪기도 하고 심지어 죽기까지 한다.   얼마전 대두되었던 경제민주화의 요체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경제권력 즉,기업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특권층에게만 부여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개입해 그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독일같은 경우는 ‘노동이사제’라는 법제를 통해서 자국 노동자들의 경영참여권을 보장하고 있다.독일 기업들의 권력은 노동자들이 쥐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처럼 우리도 우리에게 맞는 경제민주주의를 되찾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우리 사회에 적용시켜야 한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경제민주주의의 요체를 헌법에서부터 적용하고 싶었다.그 결과물이 바로 이 과제물이다.   "제 2장 41조 ②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350인 이상으로 한다."   국회의원 정족수를 최소 200인에서,350인으로 수정했다.   얼마전 홍준표의원이 국회의원 정족수를 줄이겠다고 공약했다.그러한 공약을 내건 이유는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홍준표 의원은 국민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특권을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국민들이 홍준표 의원의 공약에 찬성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일안하고,세금만 받아먹는 ‘무능한 세금도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국회의원이 가지는 혜택과 특권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지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방향이 답이 될 순 없다.   우리의 국회의원 정족수는 현저히 적다.국회의원 한사람당 대표하는 주민수가 많은 것이다.국회의원 한사람당 대표하는 주민수가 많다는 것은 그들이 관할해야할 지역사안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회의원 수를 늘려, 그들이 대표할 수 있는 주민수를 줄이고 주민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줘야한다.이것은 곧 주민들이 체감할 정치효능감을 증폭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주민들이 체감한 정치효능감은 주민들이 정치에 참여하고자하는 의지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그 과정들을 살리고 북돋는 과정속에 선순환이 이어질 것이라 희망했다.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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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인_정치의 타락, 대통령제의 몰락
?작은공론장 ‘정치의 위기, 위기의 정치’에서 나눌 이야기를 소개합니다.글을 읽고 아래에 댓글을 남겨주세요. 궁금하거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남겨주시면, 11/9(수) 작은공론장에서 함께 논의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이것저것 하고 있다. 학생시절 재벌기업과 맞서다 수차례 징계를 받고 자퇴했다. 이후 청년운동-책쓰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다 정치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청년정의당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 이태원 참사 이후 시민들은 국가에 다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살릴 수 있었다. 국가는 없었다”고 국민들이, “6시 34분, 우리에게 국가는 없었다”고 청년들이 묻고 있다. 8년 전 세월호가 가라앉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던 그 때의 그 청년들이, 8년 후 오늘날 이태원에서 비극을 맞아야 했다. SPC 산재로 희생된 청년노동자, 김용균과 구의역 김군, 강남역과 신당역에서 여성들의 죽음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청년들의 죽음을 방치하고 외면하는 국가와 정치의 그 존재 이유에 대해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당시 촛불을 들고 외쳤던 “이게 나라냐?”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지난 8년 동안 답을 찾지 못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결국 촛불은 국가와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개인과 정권을 바꾸는 것에 그쳤다. 비단 안전과 생명에 대한 측면뿐만이 아니다. 정권이 양당 중 어디에 있든, 불평등과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더욱 가중되었다. 시민들의 삶과 무관한 기득권 세력의 파워 게임이, 안타깝지만 지금까지 한국정치의 현실이다. 156명의 청년들이 희생된 현실에서 한국정치는 무엇을 하고 있나? 대통령은 야당의 의혹이 불거질 때만 지지율을 챙길 수 있고, 제1야당은 대통령과 여당이 삽질하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국무총리는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웃으며 농담을 하고, 공공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누구는 검수완박 탓이라고 하고, 다른 누구는 청와대 이전 탓이라고 하면서 정치공방에만 매몰되어 있다. 이런 정치에서 과연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정치의 타락이다. 검경개혁을 논한다면서 인권수사-경찰대 개혁 등 시민들의 삶과 연관된 내용들은 배제하고, 경찰이냐 검찰이냐 누가 더 힘이 강한지만 다룬다. 물가와 금리가 치솟아 서민들의 삶이 파탄나고 있는데, 김건희 특검이냐 이재명 특검이냐가 정치의 전부인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고 불리던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거대양당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87년 체제, 대통령제, 양당체제에서 우리 정치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쟁취한‘대통령 직선제’는 민주화 운동의 산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오늘날 대통령제는, 너도나도 슈퍼대통령이 되어서 국민들을 구원하겠다며 지킬 수 없는 약속을 공약으로 걸 수밖에 없는 구조를 재생산하고 있다. 대통령만 바뀌면 세상이 바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현실의 대통령들이 보여준 무력한 모습들, 임기 이후 대다수가 감옥에 가는 상황들은 대통령제의 몰락을 예고하고 있다. 내각제냐, 이원집정부제냐의 구체적인 대안을 떠나서, 현재의 대통령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모아내야 한다. 정치의 중심을 청와대에서 의회로 바꾸어야 한다. 의회는 주권기관으로서 각기 다른 정당들의 토론과 협치를 기본으로 하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 수직적 행정체계를 기반으로 했던 대통령과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 직관적으로도, 좋은 대통령(개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보다 좋은 정당(공동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가 더 낫다. 내각 위에 군림해왔던 청와대 비서실을 실무형으로 개편하고, 수석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국무총리도 국회가 추천해야 한다. 물론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개혁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대통령의 권한 축소, 의회의 권한 강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구체적인 제도적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 다만 정치개혁에만 매몰되어선 안 된다. 의회 밖 시선으로는, 정치개혁 의제는 원내정당들 간의 밥그릇 다툼으로 보일 소지가 크다. 정치개혁만으로 시민들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 민생을 중심으로 한 정치가 언제나 우선이다.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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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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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위기는 정말 '정당'의 위기일까?
  일반적으로 정당의 위기가 언급되는 때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고 판단되는 정당의 입장이 표명되는 시점이다. 승리와 패배는 의석수라는 수치로 치환되고, 그렇다면 사실상 양당체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나라의 경우 항상 위기론을 직면해야 하는 것은 소위 말하는 진보정당이나 대안정당에 치중된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특정 정당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드러내는 것, 더 나아가서는 그 미래감이 정당을 유지시키는 힘이라는 점에서 선거에서의 승패여부는 중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모든 정당이 내외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정당위기’를 더 큰 관점으로 조명해볼 수도 있다. 여당 국민의힘은 내부자들이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데다가 계속되는 내홍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고,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집적된 트러블이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으로 폭발했다. 그렇기에 여기서 거대양당과 대안정당이 각기 겪고 있는 ‘어려움’의 형태가 같은 층위에서 이해될 수는 없겠다. 다만 이런 어려움’들’이 초래된 이유는 결국 같은 지점으로 귀결되지 않는가 하는 고민은 있다.    유권자의 투표율이 얼마나 되든지 간에, 그 투표율은 의석수 확보 시점에서는 100이 된다. 그 안에서 득표 비율에 따라 자리 수가 나눠지고, 외부적 맥락에 대한 큰 고려 없이 정당의 위치는 확인된다. 특히 투표율이 문제시되는 것은 선거 당일 정도에 머무르고, 그 외의 상황에서는 별다르게 언급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정당이 위기를 감지하는 지점은 낮은 투표율이 아니라 낮은 득표율이다. 좀처럼 투표율이 올라가지 않는 상황에서 ‘위기’의 프레임 속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은 모집단으로서의 유권자가 경험하는 사회적 위기가 아니라, 그야말로 정당이 경험하는 어려움에 국한된다.    특히 앞서 이야기했듯이 투표가 모종의 기대와 신뢰를 표하는 것이라고 할 때, 낮은 투표율(하락세라고 하기에도 난감한)은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무력감과 냉소를 의미하게 된다.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자신들의 요구가 ‘정치질’ 속에서는 효과적으로 해결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더 이상 대의될 수도 없을 것이라는 무망함은 결국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핵심적인 요인이 된다.    이렇게 사회적 요구가 다양해진 상황에서 협의의 정치경제에 몰두함으로써, 그 필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정당들의 행보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이는 보수적으로 제도와 정책을 프레임화하면서 ‘주변’을 주변으로 밀어내는 과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언론 탓을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노동자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젠더 중심의 보도가 많았다”는 서성룡 정의당 진주지역위원장의 발언(단디뉴스 2022.6.10)은 그들이 다기화되어 범람하는 의제들에 어떻게 급을 매기면서 외려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대정당의 맹목적인 사익추구, 대안정당과 진보정당 내부가 협소한 프레임을 두고 겪는 내홍. 이 ‘어려움’들은 어떻게 그들에게 ‘위기’로 인식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 사이에서 대안적인 요구와 활동이 계속해서 다양화되고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되고 있다는 점은 이 교착상태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지점이 될 것이다. 이는 더 이상 기존의 대의민주주의가 다양화된 의제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할 테지만, 결국엔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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