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함께 안전’ 집담회 : 함께 상상한 노동의 미래
캠페이너들이 같은 기간동안 동일한 주제로 사회 이슈에 대한 토론을 만드는 ‘함께 프로젝트’ 12월에는 ‘함께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정리하며 프로젝트에 참여한 캠페이너와 ‘노동, 안전, 산업재해’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집담회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집담회를 영상으로도 구경하실 수 있답니다! 🧊아이스브레이킹 겹치는 주제로 모였다 할지라도 각자의 배경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 마련인데요. 먼저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있을 질문부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캠페인즈 시즌이슈 시리즈인 ‘캠페이너 여러분은 안전하게 일하고 있나요?’에 답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안전하다고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위험성 평가는 모든 사업장 대상으로하는데 제가 속한 사업장에서는 안 했던 것 같기도 하네요. '왜 내가 다니던 곳에서는 해본 적이 없지?' 라는 의문이 들면서 안전한 곳이라는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네요.” “체크는 첫 번째 ‘안전하다’에 했어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정신적 피해의 위험이 있더라고요. 직장에는 사람의 관계, 조직문화와 조직 구조에서 오는 문제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운동 진영의 분위기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데요. 헌신해야 한다는 분위기에서 번아웃이 오기도 하고. 주변에서 실제 번아웃이 몸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병가도 못 쓰고 치료도 못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더 안전한 노동을 상상하는 질문들 더 진솔하고 다른 곳에서는 편하게 나누지 못했던 대화를 위해 질문을 기반으로 집담회가 진행되었습니다.  1)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란 무엇일까요?  “위험하다고 생각할 때 중지할 수 있는 곳이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라고 생각해요. 본인의 노동환경에 대해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상태가 필요합니다.” “노동 환경에 대한 통제권을 노동자가 갖고 있는 게 중요합니다. 아파서, 지쳐서 떠나지 않도록 열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해요.” “작업중지권 관한 최근에 있었던 사고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현대제철 불법파견 사내하청업체 문제가 있었습니다. 불법파견 리스크를 해소한다고 협력업체를 모두 자회사로 포함시켰는데 한 달도 안 되어 자회사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설비의 일부가 파손이 돼서 작업중지를 요청했습니다. 자회사는 원청에 요청했고, 작업중지가 안 받아들여졌습니다. 결국 2차사고가 발생했고요. 작업중지를 요청한 자회사 사람을에게 현대제철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자회사는 작업중지를 요청한 직원에게 감봉처리가 되었습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위해서는 이런 다단계 구조부터 해소해야 합니다. 원청이 책임질 것은 다 책임지는 구조로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2) 산재는 무엇때문에 반복될까요? “원인은 ‘전부 다'라고 생각합니다. 국가는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고, 기업은 효율만 중시하고 안전 예방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직업성 암 등 문제 되는 것을 보면 유해물질도 사용하거나 급식실 노동자 폐암처럼 우리가 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노동권, 안전문제 교육이 잘 안 되는 것도 문제고요. 반복되는 이런 문제를 아예 막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은데요. 흔히 말하는 ‘후진국형 재해', 그런 죽음들 정도는 막아야 하지 않나 싶어요. 생산 효율을 중시하는 산업 현장의 문제가 강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위험한 작업이나 위험한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북유럽에서 건설노동은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이게 왜 위험한 일이야?’라고 되려 물을 정도로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놓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산업재해가 누구한테 반복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반적인 격차나 불평등. 노동시장 외에서 발생합니다.” 3) 많은 시민들이 산재에 관심 가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서사’에 대한 생각을 해봤어요. 이게 이상하면 이상하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미디어 언론이 그 일을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경우 한겨레, 경향이 1면에 싣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연대가 퍼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언론이 관심을 가져서 문제의식이 확산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질환 산재의 경우도 국민일보 취재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즉 산업재해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아주 많이 일어난다는 서사가 필요합니다.” “산재 문제의 경우 시민의 관심뿐만 아니라 국회와 언론의 관심을 가져야지만 풀어집니다. 큰 흐름에서 주목받아야만 해결되거나 왜 사회는 이를 주목하지 않는가는 항상 의문인데요. 지역의 커뮤니티를 회복하여 내 일상의 주제로 다가오게 만들어야지 이슈가 끊기지 않고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회고 “올해 가장 산업재해가 많이 일어난 기업이 배달의 민족. 라이더유니온 분과 얘기를 하다가, 배달 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하는 형태가 대부분 교통사고더라고요. 교통사고라서 노동을 벗어난 일상적인 사고처럼 느껴지거나, 배달 노동자가 실수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운전을 한 사람의 책임만 생각하고 무리한 배차, 무리한 알고리즘 등 기업의 책임은 빠져있습니다. 기업이 문제라는 생각은 공유되고 있는 것 같지만 때때로 잊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산업재해에 대한 인식과 범위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자리였습니다.“ “기고글을 쓰면서 5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시간 순으로 많이 생각하게 되었고, 돌아보는 과정에서 놓쳤던 것들을 많이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산업재해와 중대재해, 노동재해의 관점으로 어떻게 볼 수 있을지 나눠서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많이 배운 자리였어요. 살면서 노동에 대해 진득하게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그런 기회였습니다. 협동조합 활동가로서 조직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고, 사람들이 모여서 관심을 가지고 모여서 운동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대화의 장이 끊이지 않고,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누는 행동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캠페인즈는 디지털 시민광장으로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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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시, 동물원 (청주시립동물원 김정호 수의사)
캠페인즈팀 영상을 통해 직접 캠페이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캠페인즈에서는 매 달 우리 사회에서 집중하여 다루고, 토론할 필요가 있는 이슈를 선정합니다. 지난 8월 이슈인 ‘동물권’에 대해 많은 캠페이너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남겨 주셨습니다. 동물권 이슈에는 ‘동물원'이 빠지지 않고 나오는데요, 캠페인즈팀은 현장의 목소리도 듣고 싶었습니다. 이에 청주시립동물원에 재직 중인 김정호 수의사에게 인터뷰와 함께 시민들에 대한 당부의 말을 요청했습니다. ‘수의사계의 이국종'으로 불리는 청주시립동물원 김정호 수의사의 이야기입니다. 1. 현재 청주동물원에서 동물사육팀장으로 일하고 계신데요. 청주동물원에서 일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수의대 시절 <아웃오브아프리카>라는 영화 보고 야생동물 수의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야생동물 수의사로 일하고 싶었지만 당시 야생동물과 관련된 직업은 동물원 수의사가 유일했습니다. 야생동물의학 대학원 재학중 학생실습을 갔던 청주동물원으로 부터 상근 수의사를 제안 받고 입사했습니다.   2. 캠페인즈에서 시민들이 ‘동물권’으로 토론을 벌이고 있는데요. 수의사로서 경험한 동물권 관련 문제나 사례 중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면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동물원 야생동물은 야생의 습성으로 아픈 곳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인내심이 많은 친구들은 아픈 곳이 발견되면 심각한 경우가 많죠. 야생동물은 종이 많기도 하고 관련 의학 자료도 부족해 치료시 힘든 상황이 많습니다. 이럴 때 살려보려는 노력과 편하게 안락사 시켜주자는 상반된 의견이 있게 됩니다. 안락사는 방법 상 수의사로서 오히려 쉬운 결정일 수 있어요. 마취하고 안락사 약물을 넣으면 되거든요. 그러나 살려보려는 노력은 비용과 시간이 더 들어가더라도 결과가 안 좋을 때도 많아요. 치료 과정 중 동물의 고통이 수반 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경험과 자료가 축적되면 언젠가 좀 더 많은 동물을 살릴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3. 최근 일어난 동물원/동물농원 탈출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동물원은 야생동물에게는 결국 갇힌 좁은 곳이지요. 그러나 동물원 동물을 야생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계속 데리고 있어야 한다면 최소한의 복지를 마련해 주어야겠지요. 요즘 밥과 물을 안 주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사자 사순이는 무리동물입니다. 혼자 있으면 고립감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을 수 있고요. 얼마 전 김해 부경동물원에서 사자 바람이를 데려와 청주동물원의 기존 사자들과 합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바람이는 운이 좋은 편이지만 어떤 개인과 기관이 할 수 있는 한계는 분명하고요. 결국 동물원 동물의 복지를 보장해 주는 것은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물원이 생긴지 백 년이 넘어 2017년 동물원법이 제정되고 2023년 12월 전면 개정안이 발효될 예정입니다. 앞으로 동물원법이 동물원 동물들의 복지를 보장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8월 경북 고령군의 한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 ‘사순이'가 1시간 만에 사살되었습니다. 사순이의 경우 목장주가 환경청, 동물원에 인계하고자 연락을 시도했지만 거절 당했다고 하는데요. 대안으로 ‘생츄어리’의 필요성을 묻는 지은 캠페이너의 투표에 참여해 보세요!    4. ‘동물원 허가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허가제는 적정 면적, 채광, 은신처 등 서식환경에서부터 전문인력, 보유동물의 질병관리, 안전관리, 교육 및 체험 계획, 복지증진을 위한 풍부화 프로그램과 치료를 위한 긍정강화훈련(메디컬 트레이닝)등의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아무나 동물원을 할 수 있었던 등록제는 많은 동물의 희생이 따랐습니다. 이제라도 허가제가 되어 동물들의 최소한의 삶을 위한 요건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환영합니다. 동물원을 어떻게 설명하고 소비해야 할까요? ‘동물을 위한 동물원, 허가제로 시작할 수 있을까?’ 롱롱 캠페이너의 투표에 참여해 보세요.   5. 동물원에서 동물권 향상을 위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요? 전면개정되는 동물원법은 5년간의 유예기간을 갖습니다. 예를 들어 여전히 동물먹이 주기 체험 등이 이루지고 있습니다. 체험을 위해서는 동물들이 배고픔을 감내해야 합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주변에 이런 사실을 알려 사업주가 동물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체험이 이익 창출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합니다. 또한 동물원이 잘하는 일은 게시판, 관련 영상 및 기사에 댓글로 응원해 주시고 못하는 것은 조치 요청을 하시면 변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공영 동물원은 시민의 의견에 영향을 받습니다.  시민사회 차원에서는 건전한 동물관련 시민단체 등에 기부를 통해 동물권 향상을 위해 결집된 행동을 하게 하는것도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6. 동물이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은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동물원 동물은 반려와 야생 어느 중간쯤 있습니다. 오래 전 사람이 인공포육을 한 호랑이는 큰 고양이 같습니다. 반가운 사람을 보면 창살을 부비며 좋아합니다. 웅담채취용으로 농장에서 길러지다 구조된 반달가슴곰들은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야생성 있는 동물들은 사람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주어야 비로소 안심하게 됩니다. 동물들이 행복해 하는 지점은 다양합니다. 앞으로도 종의 특성을 학습하고 한 개체를 세심히 관찰하고 이해하면 무엇에 더 행복을 느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동물에 대해 많이 공부해야 더 잘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7. 동물의 슬픔이나 고통을 인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체적/행동적 신호는 무엇일까요? 육체적 고통은 어느 정도 수의학적 판단과 컨트롤이 가능한데 가장 어려운 것은 정신적인 것입니다. 열악한 곳에 갇힌 동물은 강박행동을 하다가 그 이상의 스트레스의 역치를 넘으면 되려 무기력해집니다. 곰농장의 곰들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거나 아주 낮다고 합니다. 반면 잘 관리되는 동물원의 곰들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는 그 중간쯤이구요. 생의 의지가 전혀 없는 무기력한 동물들을 볼 때 가장 마음이 안 좋습니다.   8. ‘동물원의 존폐’에 대해 토론하는 사람들에게 김정호 수의사님은 어떤 말을 던지고 싶으신가요? 혹은 어떤 질문이 필요할까요? 현실적으로 동물들이 살고 있는 동물원을 지금 당장 없앨 수는 없습니다. 없앨 수 없다면 어떤 곳으로 쓰여져야 하는가를 고민했으면 합니다. 청주동물원이 답은 아니지만 한 사례는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청주동물원의 목표는 “보호받아야 할 야생동물을 데려오는 보호소와 나갈 수 있는 야생동물은 치료 및 재활 훈련을 거쳐 자연으로 돌려 보내는 치료소"입니다.  실천 과제로 4R(Rescue, Responsibility, Release, Reduction), E(education)을 들 수 있습니다. 토종야생동물을 구조(rescue)하고 데려와서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책임지고(responsibility) 나갈 수 있는 야생동물은 치료 및 훈련을 통해 자연으로 복귀(release)시킵니다. 또한 난방이 필요한 외래동물은 자연감소 되고 우리나라 기후에 맞는 토종 야생동물의 보호로 난방비 등의 에너지 감소(reduction)를 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모든 과정을 시민교육(education)으로 녹여내려고 합니다. 즉 RE로 “다시 동물원”입니다.   동물원에서는 동물들의 탈출과 사망이 발생하지만 보호 역할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동물원 폐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투표에 참여해 보세요! 김정호 수의사는 전시 형태의 동물원에 대한 우려를 하면서도, 당장 지낼 곳이 마련되지 않은 동물원 속 동물들을 가장 걱정했습니다. 동시에 시민들에게 동물원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달라 부탁했습니다.  여러분은 김정호 수의사 그리고 동물원에게 어떤 질문을 남기실 건가요?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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