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얼굴, 시민데이터로 마주하다.
한반도의 여름이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 하루에도 폭우와 폭염 소식이 번갈아 전해진다. 기상학계에서는 500년 동안 사용돼온 ‘장마’라는 단어가 아니라 ‘우기’라는 이름으로 명칭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몇년간 기후변화의 여파로 여름철 강수 패턴을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장마가 끝났다고 믿었던 8월 초에 중부 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서울 강남 일대가 물에 잠기는 등 전국적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라는 기후활동가들의 주장은 이제 더 이상 구호로만 그치지 않는다.   기후위기의 얼굴은 같지 않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폭우, 폭설, 태풍, 가뭄, 홍수, 산불 등과 같은 이상기후의 영향은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더욱 큰 고통을 초래한다. 특히 빈곤층, 여성, 아동, 장애인, 노인, 원주민, 소수민족, 이주민, 난민 등이 더 큰 타격을 받는다. 한 국가 내에서도 종사하는 산업이나 거주하는 지역, 사회경제적 능력과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기후변화의 영향은 다르게 나타난다. 1차 산업 종사자들일수록 기후변화에 취약하고, 도서 지역이나 저지대, 해안가에 사는 주민들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  그렇다. 기후위기는 평등하지 않다. 기후정의는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이 초래하는 비윤리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점을 인식하고 그것을 줄이기 위한 운동이다. 기후정의는 다음과 같은 정의를 추구한다. 인종이나 성별, 소득, 문화, 특정 사회의 구성원 등과 무관하게 기후위험으로부터 평등하게 보호받고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누릴 권리가 존중되어야 한다(실질적 정의). 기후변화를 야기한 책임과 그로 인한 피해 간의 불일치를 교정해야 하며(분배적 정의), 기후변화로 가장 영향을 받는 사람에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보장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절차적 정의).  기후위기 불평등에 대한 살아있는 증언과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기후정의를 위한 목소리는 집에 앉아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면 조용해진다.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는 폭우와 폭염의 이상기후에도 배달은 30분 만에, 하루만에 시간을 어기지 않고 도착한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불평등은 조금씩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기후정의의 원칙이 보다 입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우리 삶에서 기후위기와 그 불평등에 대한 살아있는 증언과 데이터가 필요하다.  2019년 한겨레21, 녹색연합,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폭염 시민모니터링’을 진행했다. 129명이 모니터링에 참여해 7월22일부터 8월9일까지 각자 일터에서 노출되는 온도를 측정했다. 건설노동자, 농민, 배달노동자, 인터넷 설치기사, 가스검침원, 방문 요양보호사 등 다양한 직군의 참가자들은 기온을 자동 기록해주는 명함 크기의 온도기록계를 착용하고 출퇴근했다. 총 82명(실내노동자 31명, 야외노동자 51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야외노동자의 평균 노출온도는 29.97℃로 실내노동자의 평균 노출온도 28.73℃보다 1.2℃ 높았다. 이는 동일한 온도라도 대상자의 근로환경 및 신체적 조건에 따라 폭염의 영향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며, 폭염시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폭염시 작업중지권을 법제화를 강조했다. (현행법상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실행하기란 고용관계상 실제로 어렵다.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에 대해 사업주의 제재 및 손배청구 등을 막는 규정도 필요하다.) 여성환경연대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기후 재난이 일상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5월30일~6월12일 성인 12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지난 5년간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거주 공간의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사람이 54.5%에 이르렀다. ‘지난 5년간 폭염·폭우 등의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경제활동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소득 감소(13.9%), 권고사직 및 실직(6.5%), 휴직·경제활동 중지(6.4%) 등 경제적 피해를 봤다고 답한 응답자가 30% 가까이 됐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일상에서 체감하는 건 수도권(4.15점)보다 비수도권(4.2점)이, 소득이 많은 응답자(월 소득 500만원 이상. 4.05점)보다 소득이 적은 응답자(월 소득 100만원 미만. 4.45점)가 더 컸다. 우리가 기후위기에 어떻게,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점도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활동이다. 그린피스는 시민모니터링단을 구성해 2022년 한 해 동안 국회의원의 기후위기 대응 관련 의정활동을 추적하기 위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입법안과 국정감사 회의록을 통해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적응 관련 법안의 대표 발의 건수를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이 70건으로 가장 많았던 반면 국민의힘은 31건에 불과했다. 의석당 발의 건수로 보면 정의당이 1.17건으로 가장 많았고 기본소득당 1건, 더불어민주당 0.41건 국민의힘 0.27건 순이었다. 모니터링단에서 꼽은 주요 기후법안은 모두 계류중인 상태로 머물렀다. 모니터링단은 전반적인 의정활동을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했다.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시민데이터 몇 가지 사례로 살펴봤지만, 기후정의는 더 많은 시민데이터로 확장되어야 한다. 기후정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난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정부가 수집하는 정보가 실제로 적절한지 혹은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가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는지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비롯한 시민 참여의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기후위기 불평등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는 적어도 의문을 갖게 할 것이다. 지금의 이 방식이 정말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을 말이다.   라이더 일을 시작하고 맞은 첫 장마철, 폭우가 쏟아지던 그날도 그랬다. 빗물 속에서 오토바이에 앉아 울어버린 날이었다. 서울 이태원 쪽에서 남산 2호 터널을 넘어 명동까지 가는 콜이 하나 떴다. “추가금이 많이 붙었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잡아버렸어요.” 이태원에서 음식을 받고 터널은 일단 넘었는데, 터널 밖으로 나오니 헬멧 앞으로 쏟아지는 빗물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도저히 못 가겠는데 그러면 안 될 것 같고, 어찌할 바를 몰라 눈물만 흘리다가 일 시작 후 처음으로 배민 관제팀에 전화를 걸었다. “‘도저히 못 갈 것 같은데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나’ 물어본 뒤, 너무 궁금해서 또 물어봤어요. ‘저기 죄송한데… 지금 이런 날씨에도 일하는 사람 있어요?’라고. 웃더라고요. ‘네, 많아요’ 하더라고요.” - [시사IN 827호 극한 기후, 극한 노동] '뜨겁고 불안하고 숨 막히는 2023 여름 노동 이야기' 중 -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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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미래를 시민이 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높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정보 공유와 소통에 가장 큰 기회를 제공하지만, 같은 맥락에서 가짜 뉴스와 정보 허위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개인화된 학습과 의료서비스 제공 등 산업과 사회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전망하지만 기술과 로봇이 역할을 대체하면서 실업과 복지에 대한 문제를 예상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양극화로 인한 정보 불균형, 개인 정보 보안 위험의 우려도 점점 심각하다. 정치, 경제, 교육, 일자리, 인간관계와 우리의 일상 사회의 모든 측면이 디지털 기술에 의해 재편되고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다.  기술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나아가 기술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꿔야하는 것인가 하는 어려운 문제에 대해 토론과 논의가 필요하다. 다만 중요한 것은 기술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것이고 사회에 유익을 가져다 주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역할이다.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기술, '시민'이 되는 기술 기술의 미래를 시민이 결정하도록 민주주의가 역할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시민기술, 네트워크 사회의 공유경제와 정치>에서 조희정은 네트워크 사회에서 ICT(Information Communications Technology)나 뉴미디어를 통해 시민은 사회 문제에 대해 창의적 해결 방안에 참여하고 공공 부문 변화를 지원하고 있으며 시민의 협력•제안•실천하는 방식으로 시민기술을 소개한다. ‘추상적으로 보면 시민기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하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내가 기술을 이용해 이웃과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실천과정에서 스스로의 권리와 역할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시민'이 될 수 있는 기술이다.’라며 시민기술이 정부 협력자로서 시민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새롭고 다양한 기술을 시민 스스로 선택하여 기술을 매개로 더 나은 민주주의 체계를 갖춰야 한다. 더 나은 민주주의는 커뮤니티, 마을과 지역, 기관, 기업, 의회, 정부 등 사회의 다양한 층위에서 구성원들이 주체로 호명되고 실질적인 권한을 발휘하는 동시에 구성원들 간의 협력이 일어나는 실질적인 민주주의 상태를 구현하는 것이다.  사회가 공통으로 신뢰하는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정보공개), 스스로 생각하는 이슈와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목소리를 모으며(캠페인, 청원), 이웃과 공동체를 위한 문제에 대해 대안과 해결책을 스스로의 여건에 맞게 협력하여 실험하고 활동하며(커뮤니티, 액션그룹),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건강한 대화를 나누고 토론과 숙의를 통해 공론화하는(시민주도 공론장, 미디어, 소통과 신뢰를 위한 기술), 그리하여 공론이 기관의 정책 수립, 법 개정, 예산 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기관 주도 공론장) 이 모든 영역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이 필요하며, 그 중심에 시민이 있어야 한다.  기술의 미래가 사회에 유익한 방향이 되도록 시민이 이끌기 위해서는 시민기술이 확대되는 것에서 더 나아가는 시도가 필요하다. 2018년 TED 콘퍼런스에서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IT 기술의 혁명적 발전은 독재를 더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한다.”라며 인공지능과 데이터의 집중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라 경고한다. 덧붙여 기술은 사람이 기술을 이해하는 속도보다 더 빨리 앞으로 나가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하라리 교수의 경고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시민이 이에 대한 민주적 통제권을 갖지 못한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 큰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 시민들의 소유와 경영으로 과정과 결과 모두 공공을 위한 것으로 시민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시민이 기술을 소유하는 것이 하나의 시도가 될 수 있다. 그 사례와 의미를 플랫폼 협동조합을 통해 상상해본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플랫폼을 구성하는 참여자들, 즉 플랫폼 개발자, 서비스 제공자, 이용자, 노동조합, 지역사회가 주인이 되어 플랫폼 운영방향을 함께 결정하고 수익을 공정하게 공유하자는 사회운동이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이용자와 구성원들이 플랫폼의 소유와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인 구조를 제공하여 이용자들은 플랫폼의 발전 방향과 운영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중요하게 여기며, 구성원들이 함께 미래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지역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노력한다.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이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노동자의 권리와 같은 윤리적인 부분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수익 극대화라는 목표만을 우선시하는 것과 달리 플랫폼 협동조합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공공을 위한 책임 있는 기술은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플랫폼을 만드는 과정과 노동자의 복지는 어때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자본이 부족하고 조합원이 적은 플랫폼 협동조합으로선 독점적 특성의 기업들의 시장지배력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새로운 플랫폼 협동조합의 설립과 발전을 위한 투자와 자본을 위한 금융수단도 충분하지 않다. 많은 한계와 어려움으로 아직 국내에서 플랫폼 협동조합의 사례가 많지 않다. 하지만 공공재와 자원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리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플랫폼 협동조합의 방향은 기술과 민주주의를 튼튼하게 이을 수 있는 시도임에 분명하고, 더 많은 사례와 가능성이 필요하다.     기술의 미래는 우리의 미래다 디지털 기술은 분명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하고 새로운 디지털 기술들이 나타나고 혁신을 말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주권이 누구에게 있느냐, 어떻게 권한을 행사할 것이냐 이것이 미래를 결정한다. 기술의 미래는 민주주의 미래다. 바로 우리의 미래다. ______ <참고> “인공지능·빅데이터 파시즘 되살린다”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SVS 인사이트 01: 플랫폼 협동주의》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협동조합 모델 ‘플랫폼협동조합
디지털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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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에 대한 집단지식을 모으다.
매일매일 뉴스가 쏟아집니다. 어이없고, 때로는 화나는 이야기들 속에 안타까운 이름들이 아주 잠깐 스쳐갑니다. 하루 평균 2.3명. 오늘 아침 일터로 나섰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 수치입니다. 대단히 큰 사고가 아니면, 기사 한 줄 없이 통계로만 파악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사회가 그나마 관심을 가지고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1년이 지났지만 이것으로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법에서 말하는 경영책임자의 의무가 모호'하다거나, 중대산업재해의 기준을 노동자 '1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늘려달라는 등 처벌 규정이 과도하다며 개정을 요구하는 경영계의 목소리에 정부가 더 귀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의 날이 있는 5월. 기본적인 안전 조치만 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죽음이 수십년 째 반복되는 것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누군인가.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왜 당연하지 않는가. 우리는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그때그때의 기사나 자료로는 꾸준한 관심을 갖기도,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일어나고 있는 산업재해에 내가 얼마나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매번 고민으로만 그쳤는데, 이번에는 그 고민 앞에 ‘함께'를 두고 힘을 모아보았습니다. 5월 12일, 월요일 저녁 빠띠 활동가 5명이 “산업재해"로 위키문서를 만들기 위해 모였습니다. 모든 사용자가 개방된 협업을 통해 항목을 완성시켜 가는 위키피디아처럼 공동작업으로 ‘산업재해'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모아보기로 한 것이죠.  '산재' 둘러싼 지식들 모으다 보니 알게 된 사실들 우선 산업재해 문제에 대해 평소 어떤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산업재해를 줄이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지키는 일에 기여하고자 하는 바람을 모았습니다. 본격적인 공동작업에 앞서 항목을 잡았습니다. 개요, 법령, 통계, 기사, 자료, 주요 사고, 관련활동으로 정한 항목을 각각 나눠 우선 자료를 모아보기로 했습니다.  자료를 찾다가 다른 사람이 맡은 항목에 해당되면 붙여놓기도 하고, 일단은 할 수 있는 만큼의 자료를 찾아 모았습니다. 우선 첫 시간에는 자료를 모으고 본인이 찾은 자료를 어떻게 분류, 정렬을 하면 좋을지 제안하고 서로 의견을 나눴습니다. 이런 몇 번의 공동작업으로 문서의 흐름을 잡고, 항목을 추가하거나 조정하고, 추가된 항목에 자료를 다시 찾아 정리하는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당신의 일터는 안전합니까... 일상과 가까운 산재 산업재해에 대해 관심을 꽤나 갖고 있었다 생각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참여하며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생각했는데 위키 문서를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더 구체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전체적인 맥락과 과정을 더 알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이 필요하게 된 이유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기업이라는 이름은 빠지게 된 것이나 하는 사실들 말이죠.  또 산업재해 데이터를 가지고 구인공고를 낸 기업의 산업재해 사고 현황을 살펴볼 수 있도록 정보공개센터의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 찾기 프로젝트와 2020년부터 지금까지 이달의 산재 사망 사고 기록을 해 온 노동건강연대의 이달의 기업살인 활동은 우리의 일상이 이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려주어 감동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위키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추모 캠페인] 끼임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SPC 제빵노동자를 추모합니다. 같이 산재 사고에 대해 추모의 마음을 모아보는 것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활동이겠구나 생각도 들었고요.   우리가 시작한 위키문서는 아직 빈곳이 많습니다. 위키로 우리가 모은 것은 정보나 지식만은 아닙니다. 그 문제에 대해 함께 하고 관심을 계속 기울이겠다는 마음도 쌓여있습니다. 산업재해에 대해 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나요? 당신은 얼마나 마음을 낼 수 있나요? 당신의 자리를 비워둡니다.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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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개발할거면 보호구역은 왜 지정하나요?
1월 31일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는 흑산도 일부 0.675㎢ 구역을 국립공원에서 해제했다. 1981년부터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에 공항이 들어설 예정이다. 멸종위기종 철새들의 기착지로도 유명한 흑산도는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매, 흰꼬리수리 등 야생생물 1급 조류가 발견되었다. 이곳에 공항이 들어서면 새와 항공기가 충돌할 가능성 등으로 생물다양성 문제인 동시에 안전 문제가 예상된다.  "법치 운운 윤석열 정부, 정작 '꼼수'로 흑산공항 짓는다" (프레시안) 2월 27일 환경부는 '조건부 협의'결정으로 설악산 오색케이블가 사업을 허가했다. 설악산은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국립공원, 백두대간보호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5가지 보호구역으로 겹겹이 지정되어 있는 우리나라 야생의 핵심지역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정치적 허가’…지리산·북한산 다 뚫릴라 (한겨레) 3월 6일 환경부는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협의의견을 제출했다. 2021년 환경부는 맹꽁이, 두견이 등 법정보호종의 서식지 보전방안과 제주의 특징적인 환경자산인 숨골의 보전가치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등을 이유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한 바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입지선정 부실, 환경훼손…’ 논란 속 8년 (경향신문) 연이은 환경부의 환경부답지 않은 결정에 지금 나는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인가 걱정이 앞선다. 한편에서는 기후위기와 생물종 멸종이라는 지구적 위기를 말하고, 한편으로는 개발과 지역경제를 내세우는 불합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국립공원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보호하는 지역으로, 국립공원 홈페이지에는 아래와 같이 소개되어 있다. "전 국토대비(100,399㎢) 국립공원 면적은 4.0%(해상면적 제외)해당하는 6,726㎢이며, 국립공원 면적 중 59.1%인 3,972㎢가육상이며, 나머지 2,754㎢(40.9%)가 해상 공원구역입니다.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국립공원은 국내 기록 생물종(45,295종)의 45%에 해당하는 20,568종이 서식·분포하며, 국내 멸종위기종(246종)에 한정하여 보았을 때는 65%에 달하는 160종이 국립공원 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국토 중 보호지역은 17%인데 그중에서도 국립공원은 약 4%에 그친다. 전 국토대비 얼마 되지 않은 면적이지만 다양한 생물종들이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생물종이 줄어든다는 것은 이 생태계가 위기에 놓여있다는 뜻이고 생물학적 특성을 가진 인간도 위기에 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물의 다양한 종을 보존해야 우리도 안전하다. 그 생물종들이 살고 있는 서식지를 보호하고 이곳 만큼은 개발되면 안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을 두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에서 타당성 없다는 지적은 무시하고, 개발을 하기 위해 국립공원에서 해제하는 꼼수를 동원해서라도, 공약사업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밀어부치는 것으로 개발만을 우선한다면 법과 원칙은 왜 필요한 것인가. 얼마 되지도 않는 국립공원 면적에 각종 개발 사업을 허가해주고, 이용객들을 위한 편의시설만 늘어나다보니 국립공원이 보호구역이라는 생각이 잘 안 들기 때문일까? 편하게 이용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시끄럽게 자연을 즐기고 간 사이 우리에게 자연은 개발과 이용의 대상,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 버렸다.  국립공원의 원조인 미국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도 산불조심 표지판이나 가드레일도 없다. 미국 국립공원청 첫째 사명은 '탐방객에 대한 서비스'가 아닌(우리나라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안전한 탐방, 이용 만족도 향상, 공원자원의 훼손 예방 등이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말한다) '국립공원 안 자연, 문화, 자원의 보전'이다.  개발의 광풍속에서 우리가 정말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생태 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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