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여성가족부 김현숙 장관님께 - 최근의 결정에 대하여 -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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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철학 연구자. 일어/중국어 교육 및 번역. => 돈 되는 일은 다 함

<사진출처: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아직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장관님의 성함이나 이력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뉴스를 통해 접한 바가 있습니다. 제가 일국의 장관을 상대로 글을 쓰게 될 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지만, 김현숙 장관님의 최근 결정에 대하여 나름대로 생각한 바가 있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버터나이프크루

2019년부터 여성가족부에서는 버터나이프크루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성평등이라는 큰 의제 아래에서 복지와 안전부터 건강과 외모지상주의까지 다양한 문제를 논의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온 버터나이프크루는 4기 출범식을 하고 단 5일만에 세금 도둑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강원도 강릉)의 전화 한통에 3년 가까이 진행되어온 정부 사업이 뒤집어져 버린 것입니다. 권 의원이 장관님께 전화를 했고, 그 전화 이후 여성가족부가 사업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장관님은 이러한 사태에 아무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셨습니까? 


<2022년 8월 1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의 김현숙 장관: 사진출처 한겨레 한겨레.2022.08.19.>


다시 장관님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2022년 8월 18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님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여가부를 폐지하는데 국회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가능한가"라고 묻자, "정부조직법을 국회에 내면 국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답하셨고, "부처를 폐지하겠다는 장관과 무슨 정책을 논하나. 여가부 폐지를 위해 장관에 임명됐나?"라는 말을 듣자 장관님은 "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MBC.2022.08.18.

버터나이프크루에 대해서도 장관님은 “여가부가 아닌 위탁운영사 ‘빠띠’가 먼저 중단 통보를 했다”,  “해당 사업이 부적절해서 폐지한다”, “국민에 대한 사과는 필요하나, 참가자에 대한 사과는 할 수 없다.”라고 말씀하시며 여성가족부가 먼저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한 점을 무시하고, “(참가팀은) 내가 학교에서 본 평범한 2030세대와는 차이가 있었다”고 말씀하시며 (대한민국의 모든 2030을 다 만나보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청년을, 시민을 갈라치는 발언을 하셨습니다. (한겨레.2022.08.19.

대한민국은 삼권분립의 기초 아래에 세워진 나라입니다. 김현숙 장관님, 당신은 행정부의 엄연한 한 축이며, 헌법이 국가의 의무로 강조하고 있는 여성의 인권을 위해 존재하는 부서의 수장입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한 사람의 전화 한 통에 이미 출범식까지 마친 정책 사업을 하루 아침에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있습니까? 장관님은 행정부의 일축을 담당하고 있는 장관의 직을 맡았다는 자존심도 없는 것입니까? 이것은 장관님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고 대한민국 국민에게 모멸감을 주는 행위입니다.

역사에는 목적도 없고 정해진 방향도 없습니다. 수많은 인과관계의 조합 속에서 인간은 그 결과의 좋고나쁨에 관계없이, 늘 새로운 방향을 창조해 왔습니다. 여성가족부를 없애기 위해 장관이 되셨다는 장관님의 말 한 마디가 훗날 역사에 어떻게 영향을 줄 지, 지금 당장이야 알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각 인간은 모두 그 인과관계에 대하여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장관님 같이 중요한 결정을 하시는 분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정부의 정책 사업을 혈세 낭비라 낙인 찍고서 삼권분립이라는 가치까지 짓밟으며 정책을 없애라고 장관에게 전화를 거는 국회의원의 말 한 마디에, 장관님의 승인 하에 출범식까지 마친, 그것도 3년이나 지속되어 온 사업을 없었던 일처럼 만들어 버리는 장관님의 행동은 한국의 정치를 넘어, 한국 사회, 더 나아가 한국 역사에 어떤 영향을 줄까, 장관님의 이름이 후에 어떻게 기록될까 생각해 보셨는지요?


장관님의 시민단체에 대한 시각에 우려를 표합니다

또, 장관님께서는 과거에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고용복지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되시고, 2015년 8월 고용부 차관 직속기구로 설치한 노동시장개혁 상황실이라는 비선 기구를 실질적으로 지휘하셨습니다. 장관님은 이 당시 박근혜 정권의 소위 노동개혁을 홍보하기도 하였고, 친정부 보수 시민단체의 시위를 직접 기획하고 지시하기도 하셨습니다. 이 과정에서 88억 9,000만 원의 예산을 사용하셨는데, 이는 고용부 소관 예산과 고용보험기금을 불법 전용한 것이었습니다. (한겨레.2022.03.17.) 검찰이 비록 이 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했지만, 저는 만약 이 일이 사실이라면 장관님께서 시민단체를 보는 시각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민단체를 시민의 목소리를 주체적으로 제시하는 단체가 아니라 막연하게 모임 정도로 생각하시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만약 이러한 생각을 하고 계신다면 장관님께서 여성가족부가 아니라 그 어떤 업무를 맡으시더라도 결국 시민단체에 대해 똑같은 태도, 똑같은 결정을 보여 주시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활동결과보고서(국정과제1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에서 발췌. 권인숙 의원실 제공 경향신문.2022.04.27.>


장관님의 재고를 부탁드립니다

장관님께 부탁드립니다. 부디 당신의 말 한 마디가 우리 정치와 사회, 더 나아가 우리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렵게 피(血)로 만들어온 인권의 역사와 그 가치를 담은 정부 부서, 그리고 권력의 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가치를 모욕하고 뒤흔드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주십시오. 그리고 장관님께서 갖고 계신 시민단체에 대한 가치관도 재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시민단체란 다양한 형태를 통해 시민이 중심이 되어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코자 모인 조직이지, 목적 없이 그냥 모이는 모임도 아니고, 정부가 마음대로 지시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닙니다. 장관님께서는 버터나이프크루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에 대해서 다시 검토해 주시고, 행정부의 한 축으로서 모범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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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정치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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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작동하고 있는 제도화 된 시민참여를 없는 것인양 취소하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는 비민주적인 행위입니다. 

정해진 절차가 무시된 이런 상황에 대해 화가 나네요. 부디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고, 민주주의의 절차가 잘 지켜지기를 바랍니다.

버터나이프크루에 일어난 일들을 처음 접했을 때 큰 충격이었어요. 오랫동안 이 사업을 준비해오신 분들과 참여자분들이 소식을 듣고 얼마나 황당하셨을까요..버나크 사업 정상화와 더불어 여가부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여가부 장관이라는 상황 자체가 모순적인 것 같습니다.

정란 비회원

잘 읽었습니다.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국회의원이 행정부의 사업에 대해 언급을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방법과 수용과정이 적법했는지가 문제입니다. 

아무리 부처를 폐지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담당 부처의 사업 대상자도, 관련 위원회도 아닌 의원의 말만 믿다니요. 
장관님은 정치를 하실게 아니라 부처의 책임자로서 일을 하셔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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