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후쿠시마 원전 사고 12주기를 보내며 우리가 돌아봐야 할 점들

2023.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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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하고 말랑한 이야기😋


지난 3월 11일은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긴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피해와 오염은 계속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 역시 지지부진합니다. 무수한 생명을 위협하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원전에 대한 과거로부터의 과제, 현재 마주한 상황, 또 앞으로 가져가야 할 고민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둘러싼 정부, 전문가, 시민 간의 입장 차☢️

올 1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생성된 방사성 오염수에 대해 “올해 봄부터 여름쯤 시점에 해양 방류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부터 현재까지 고열의 원자로 연료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연료와 접촉한 냉각수가 빗물·지하수와 섞이며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발생했고, 다량의 오염수를 저장하는 탱크가 감당하지 못하자 ‘해양 방류’를 선택한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시설(이하 ALPS)로 처리하면 해양 생태계에 무해한 “처리수”가 된다며 “2023년부터 30년간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경향신문, 23.02.06.)

국내외 전문가들은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다양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페렝 달노키 베레스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는 "(오염수 저장) 탱크의 4분의 1만 측정했기 때문에 데이터는 완전하지 않“는다며 천여 개가 넘는 저장 탱크 가운데 일부만 방사성 검사를 진행하는 ALPS 방식을 우려했습니다. 아르준 마키자니 미국 에너지환경연구소장은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구체적으로 ”얼마나 처리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KBS, 23.01.07.)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오염수 해양 방류로 인한 국내 어업이 입을 피해를 걱정하며 ”수산물 소비 감소로 인한 어민 피해, 오염수 침투로 인한 남해안 등지의 양식장 피해 등이 예상되므로 어민소득 보전 정책 등도 마련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경향신문, 23.02.06.)

9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12주기를 앞두고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UPI뉴스

한편 주변국들은 방사성 오염수 해방 방류에 미온적인 대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오염수로 인한 방사능 유출 및 인체·해양생태계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식품의약국의 보고서를 여러 차례 발표하는 등 이전부터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찬성해왔습니다. 중국의 경우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방 방류 발표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면서도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상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1년 발간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영향 및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이동하며 반감기가 짧은 방사성 물질은 빨리 소멸하고, 반감기가 긴 물질은 1년 이상 바닷물과 희석되면서 우리나라에 해류가 도착할 때쯤엔 유해성이 낮은 상태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합니다. 태평양 생태계와 국내 어업에 대해서 역시 “오염수의 직접적인 영향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해 시민들이 비판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전국 곳곳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12주기를 맞아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함께 행진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부산에서 진행된 행진 중 오하라 츠나키 핵없는세상 교육홍보팀장은 “일본과 한국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비용이 가장 저렴한 해양 방류를 선택한 일본과 도쿄전력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국제신문, 23.03.11.) 같은 날 제주에서도 19개의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거리 행진을 펼쳤습니다. 행진에 참여한 정근효 제주청소년기후평화행진 단장은 “시민들을 대변해줘야 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영훈 지사는 오염수 해양 투가에 대한 사후 대책만 세울 것이 아니라 사전에 막기 위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습니다.(헤드라인제주, 23.03.13.)

핵발전소폐쇄 서명운동본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서명운동 홍보물/ ©핵발전소폐쇄서명운동본부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해 한국과 일본정부에 보내는 탄원서’에 서명을 받고 있고, 87개의 시민사회단체로 이루어진 핵발전소폐쇄 서명운동본부에서는 ‘기후위기의 위험을 심화하는 발전소 폐쇄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를 윤리적으로 해결하고 이와 같은 참사가 앞으로 더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서명 운동과 같은 작은 시작이 곧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보유 원전 세계 5위, 착공 원전 세계 4위... 한국 원전의 현주소?

작년 12월 경북 울산에 위치한 신한울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하며 현재 국내에는 25개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뒤로는 이미 완공되어 운영 허가를 기다리는 신한울 2호기와 운전 시험을 거치고 있는 새울 3, 4호기(구 신고리 5, 6호기)가 줄줄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내의 원전 현황은 세계적인 동향에서도 제법 눈에 띄는 부분입니니다. 오늘날 전 세계에는 33개 국가가 422개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중 한국이 보유한 원전이 전체의 5.9%이자 세계 5위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전 세계에서 착공 혹은 운영대기 중인 원전 수 역시 1위 중국(19개), 2위 인도(8개), 3위 터키(4개) 다음으로 한국(3개)이 4위를 차지하며 상위권에 속합니다.(IAEA PRIS)

그렇다면 한국 원전을 둘러싼 세계적인 순위와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그저 한국을 원자력 발전량이 많은 국가, 혹은 원전 기술 강국으로 이해하면 되는 것일까요? 혹은 경제성만을 믿고 계속해서 원전을 확대하면 되는 것일까요?

국내 원전자력발전소 현황. 해당 이미지는 2021년에 제작되었으며, 현재는 건설 중이던 신한울 1호기도 정상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원자로는 총 25개이고 이는 전 세계 5위에 해당하는 수이다.

흔히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유럽 주요 국가들은 일찌감치 원전의 위험성을 우려하여 ‘탈원전’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원전에 의존하지 않고 다른 대안을 찾겠다는 결정인데요. 이탈리아는 무려 36년 전 1987년 국민투표로 탈원전을 확정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역시 1978년 국민투표를 통해 원저 첫 운영을 무산시켜 이후 1997년 핵 없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독일의 경우 점진적으로 원전을 운영 중단하고 있으며, 현재 남아있는 3개는 내년 상반기까지 폐기로 했습니다. 벨기에도 2025년까지 5개의 원전을 모두 영구적으로 중지하기로 발표했습니다.(경향신문, 22.01.05.)

독일 환경단체 ‘젠더CC-기후정의를 위한 여성(GenderCC-Women for Climate Justice e.V.)’의 파리나 호프만은 탈원전을 향한 움직임은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원전은) 우라늄 자원에 접근하기 위해 넓은 면적의 땅을 오염시키거나 생물다양성을 파괴한다”며 따라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세대에게 결과를 떠넘”기는 결과를 만든다고 합니다. 또 그는 원전의 경제성은 “정부의 보조금이나 원자력에 대한 세금 면제”가 받쳐주기 때문이고, “폐기물 저장과 시설 확보 등 원전의 전체 수명에 걸친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합니다.(한겨레, 22.02.08.

호프만은 원전의 대안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이야기합니다. 실제 유럽국가들은 2000년대부터 원전과 화석연료의 대체재로서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2010년 전체 전력 생산의 19%였던 재생에너지 비중을 2018년 40%로 올렸고, 2050년까지 10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화석연료 수입에 99% 의존하던 덴마크 또한 현재 전체 전력의 70% 이상을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직접 생산하고 있습니다.(프레시안, 20.03.27.)

OECD 회원국과 중국, 인도의 1971~2021년 전력 생산량 중 재생에너지의 비율 변화를 색깔로 구분한 그래프. 대한민국은 최하위권에 속한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오늘날 다수의 국가들은 환경 오염, 방사능 위험, 천문학적인 건설·운영·처리 비용 등 장기적인 피해를 예상하기 때문에 원전 운영을 뒤로하며 더욱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 가운데 한국이 원자력 발전에 크게 의존하거나 원전 강국으로 거듭나는 것은 어딘가 이질적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한국 또한 홀로 외롭게 고집 피우지 말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 탄소중립·에너지 안보의 핵심은 원전? 정부의 원전 정책 방향은 어디로...?

최근까지 한국 역시 탈원전을 선언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함께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핵발전소 축소, 재생에너지 확대를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는 집권과 동시에 국내 최초이자 노후 원전인 고리1호기를 영구 정지시켰습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고리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원전 국가로 가는 출발“이며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는 의미를 부각했습니다.(정책브리핑, 17.06.19.) 물론 이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표심’을 의식하여 ‘2060 탈원전’과 같은 초기 목표가 상당 부분 지체되어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탄소중립화를 확약했자는 면에서 일정한 성과를 보였다고 평가되기도 합니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22.06.30.)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한 줄 공약’/ ©중앙일보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대선 당시부터 그간의 탈원전 기조와는 상반된 가치를 내세웠습니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10대 공약 중 9번째 공약은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을 제시했고, 페이스북에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고 ‘한 줄 공약’을 남기기도 했습니다.(그린포스트코리아, 22.02.17.) 당선 이후 윤석열 정부는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해 원전 산업을 국가의 핵심전략산업으로 키워갈 것“이라며 원전 기업을 대상으로 1000억 원 규모의 정책 자금과 특례 보증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노후 원전을 ‘수명 연장’하는 계속 운영 작업도 이행 중입니다.(정책브리핑, 22.08.18.) 돌아오는 4월로 40년의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고리 2호기는 기존 탈원전 정책대로라면 운영 중지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며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부터 고리2호기 계속 운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연합뉴스, 23.02.23.)

윤석열 정부는 원전을 중심으로 한 행보의 의의를 ‘탄소중립’에 두고 있습니다. 화석발전보다 원자력 발전이 탄소배출이 적기 때문에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논리인데요. 이에 관해서는 앞서 설명했듯이 방사능 위험과 장기적 비용이 뒤따른다는 비판과 더불어 원전 운영의 전체적인 과정을 미루어봤을 때 탄소배출이 더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녹색당은 원전 운영에 있어서 ”건설, 운영, 연료 생성, 해체 등의 과정에서 배출되는 막대한 온실가스“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은 ‘그린워싱’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지진 등 이상 기후로 인해 후쿠시마 사례와 같은 원전 사고의 위험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을 제시하며, 기후위기에 적응 및 대응할 수 있는 탄소중립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녹색당, 22.10.27.)

계속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를 마주하는 요즘, 우리는 어떻게 지금의 원전 기조와 정책을 마주해야 할까요? 당장 손에 주어지는 경제력과 긴긴 피해와 재난을 맞바꾸고 있지는 않은지, 미래에 더 큰 책임을 부여하는 식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주간입니다. 여러분의 생각과 고민도 들려주세요!


? 이외에도 캠페인즈에서 원전·탈핵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습니다!

[투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 어떻게 해야 할까요?

[투표]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투표] ‘탈원전’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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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수의 안전성 문제는 양쪽의 입장이 어떤 근거를 가지고 나왔는지 비교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팩트체크라고 부르기엔 딱 적합하지 않지만 어느 쪽 근거가 더 타당한지, 양쪽이 모두 타당하다면 어떻게 해서 이런 주장이 나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신재생 에너지가 아닌 기존의 발전 방식(석탄, 원전 등) 중심의 에너지 체계를 갖추는 것은 이미 답이 아니라는 게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탄소중립의 관점에서도 명확하지만 모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성 측면이 더 크기 때문인데요. 석탄화력발전의 경우 2030년부터 경제성이 상실될 것이라는 카본트래커 이니셔티브와 충남대학교의 협업 연구 결과물(링크)이 이미 발표됐죠. 원전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요. 내용을 다룬 기사(링크)를 같이 보시죠. 영국의 사례로 보면 2025년 준공 예정인 해상풍력 발전과 원자력 발전의 발전 단가를 비교해보면 원자력 발전이 57%나 비싸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안전의 측면은 이 토론글에 너무나 잘 드러나 있고요. 이런 내용만 보더라도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는 주장이 얼마나 어불성설인지 알 수 있는데, 이게 2023년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는 게 참 답답하네요.

위정자들은 지구의 미래, 인류의 다음 세대의 미래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탈원전 기조 아래서의 급진성과 현실성 구도도 아닌.. 원전 최강국이라니.. 미래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ㅠㅠ

단순 두나라의 외교문제 뿐만 아니라 모두의 바다에 해를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러시아에서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려고 할 때 일본이 강하게 반대해서 막았던 사례가 있는데, 이번에 오히려 일본이 비슷한 행동을 하네요. 한국은 그때의 일본처럼 강하게 막지도 못하고 뭘 했던걸까요?

도대체 어떤 부분에서...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또한 현재 국제적인 흐름을 역류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도 크게 와닿지 않네요. 시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한 대통령의 행보가...ㅎㅎ 다소 의아합니다...

환경이 중요하다고 다들 말을 하지만 국제정세 속에서 일본의 원전 문제가 쉬쉬되는 분위기를 보면서 환경이 중요하다는 말이 너무 무색하다는 느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 한국의 원전 상황에 대해서도 이래저래 우려가 많았는데 정리해주신 글을 보니 착잡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