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성장주의와 인류의 생존,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가능할까?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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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앞에서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돌봄과 시스템을 바로잡는 일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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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재의 분배 구조나 산업 발전을 통해 발전된 기술이 너무나도 당연한 사회에서 태어나 지금과 다른 삶을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인류가 지금의 분배구조와 고도화된 기술 집약적 삶이 시작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자본주의와 산업사회가 시작된 것은 불과 60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산업혁명 이후로 아주 짧은 시간에 많은 것들을 이루어 냈습니다. 원하는 곳이면 먼 곳 이어도 빠르게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발달했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클릭 한번이면 문 앞까지 가져다주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우리의 삶을 한층 더 편리해 지고 있고, 우주여행도 현실이 된 현재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사회를살고 있는 동안 지구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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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개가 더 필요한 지구(지구생태용량 초과의날)

1971년 부터 글로벌생태발자국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는 지구가 재생 가능한 생태용량을 정하고 생태용량보다 더 많이 사용하게 되는 날, 바로 ‘생태용량 초과의 날’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처음 계산한 1971년에는 생태용량초과의 날이 12월 25일 이었습니다. 이미 그 때부터 우리는 지구의 생태용량을 넘어서고 있었는데요 이후로 날짜가 급속도로 빨라지면서 작년(2022년)에는 7월 28일까지 앞당겨졌습니다. 지금처럼 지구를 사용한다면 1년에 지구가 1.75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즉 다음 세대가 사용해야할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빼앗아 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평균으로는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구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을까요? 바로 4개가 필요합니다. 우리 나라  기준으로 했을 때는 4월 2일에 1년치 생태한계치를 초과해 버렸습니다. IPCC에서는  매년 날짜를 열흘 씩 앞당겨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성장의 한계

제2차 세계대전 후 산업화로 인한 성장이 급속도로 진행되던 1970년에, 세계 각국의 과학자, 경제학자, 교육자, 기업가 들이 모여 성장으로 인한 사회의 위기를 연구하기 위해 로마클럽을 결성하였습니다. 로마클럽은 MIT 연구소에 의뢰해서 <성장의 한계> 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가 지금과 같은 성장 사회를 지속한다면 인류는 100년 밖에 지속하지 못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다음 보시는 표는 1970년 부터 2010년까지 성장의 한계에서 예측한 그래프와 실제 해당지표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표인데요. 놀랍게도 거의 동일한 그래프를 그리고 있습니다. 2030년에는 성장이 멈추고 사회적 혼란이 시작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호주 연방과학기술연구원(CSIRO)’이 2008년 발표한 <성장의 한계 30년 뒤의 평가(A Comparison of the Limits to Growth with Thirty Years of Reality)> http://www.jejusori.net/news/a...


이 것은 IPCC 보고서의 예측과도 동일한데요 이렇게 인류의 시스템을 유지하면 2030년에 1.5도를 넘어서고 티핑포인트를 넘길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2022년은 책이 발간된 후로 딱 50년이 지난해였습니다. 성장의 한계의 저자인 데니스 교수는 지난 50년간 되돌려놓을 시간이 있었지만 이제는 너무 늦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GDP 성장과 물질발자국

지구를 많이 사용한 것과 성장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전세계는 국가의 성장지표로 GDP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성장이라고 말하는 것은  경제성장을 말하는 것인데요. 매년 작년대비 GDP성장률을 얼마나 기록했는지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곤 합니다. 

아래 왼쪽의 그래프는 GDP성장과 물질발자국을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물질발자국 그래프는 우리가 해마다 물질을 얼만큼 사용하고 있는지를 측정한 표입니다. 표에서는 GDP와 물질발자국이 비례하여 증가하고 있습니다. 성장이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올라가고 있지만 물질 사용도 그에 비례해서 가파른 속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앞의 생태용량초과의 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구는 사용할 수 있는 한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 오른쪽 그래프는 지구가 지속가능할 수 있는 수준의 물질 사용 한계치를 50억 톤으로 추산했고 현재 이미 아득히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1900년대의 물질발자국이 10억톤이었던 것에서 한계치인 50억톤이 되는 데에 100년이 걸렸다면 50억톤에서 90억톤이 되는데에는 2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적을수록 풍요롭다, 제임스 히켈>


GDP가 증가한다는 것은 소비가 증가하고 기업의 이윤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기업은 소비자의 구매를 이끌어내기 위해 매번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여야 합니다.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 하기 위해 제품의 수명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구매회전율이 높아지게 합니다.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물질을 사용하게 되고 결국 GDP가 증가할수록 물질발자국은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장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고 그에 따른 물질사용과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습니다.


GDP성장과 대기중 탄소농도

아래 그래프는 GDP 성장 그래프와 대기 중 탄소 농도를 나타내는 그래프입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GDP 성장 그래프와 대기중 탄소 농도의 그래프가 거의 동일하게 증가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0만년 동안의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280ppm을 넘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환경운동가들은 350ppm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고 현재는 420ppm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Graph by author from Noaa(atmospheric CO2)and IMF (global GDP) data https://degrowth.info/en/blog/...


이렇게 탄소배출량 또한 성장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생산, 유통, 소비 전 단계에서 값싼 에너지가 없이는 유지 될 수가 없습니다.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했지만 에너지원은 한결같이 화석에너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재생에너지 비율이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석탄화력에너지 비중이 높습니다. 전세계 재생에너지 비율은 32%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마저도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8% 밖에 되지 않습니다. 

성장의 지표인 GDP는 지구의 물질을 사용하면서 상승하고, 지구의 물질을 사용하여 생산하고 소비할수록 탄소를 배출해 지구는 더 뜨거워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국가의 경제성장지표로 사용하고 있는 GDP를 처음 연구한 경제학자 쿠즈네츠는 GDP를 국가의 경제성장지표로 써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쿠즈네츠 박사는 우리가 기업에 돈을 낼 때 GDP는 올라가지만 상품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등 자연을 훼손하는 기업 행위는 측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학자의 경고도 무시하고 GDP를 경제성장지표로 사용한 결과는 현재의 기후위기를 당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GDP는 당연히 올라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경제성장율이 감소하는 것에 큰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살아가야할 지구가 망가지고 있는 지금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성장이 아닌 다른 모델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 아닐까요? 


나가며 | 기술을 통한 성장 집착이 아닌 다른 모델이 필요하다

인간과 모든 생물들을 봐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성장을 멈추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런데 왜 경제성장만큼은 끝없이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심지어 주류경제의 대표적 기구인 IMF마저 어느정도 경제성장을 이루면 소득이 낮은계층에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효과’는 완전히 틀렸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성장 할 수록 불평등과 환경 문제가 해결될거라고 말하던 쿠즈네츠의 이론도 틀렸다는 것이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성장할수록 불평등은 심해지고 지구도 망가지고 있습니다.

IPCC 6차 보고서에 의하면 지금과 같은 성장과 탄소배출을 유지한다면 2100년에는 7도 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마크 라이너스는 그의 저서 <6도의 멸종>에서 4도가 넘으면 지구의 대부분이 인류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6도가 넘으면 인류가 멸종할 것이라고 말하고있습니다. 

기술을 통해 성장을 지속하면서도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안으로 제시되는 기술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CCUS 기술 뿐입니다. 계속해서 성장하며 필요한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때 필연적으로 더 많은 물질발자국을 남기게 됩니다. 그것이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CCUS는 탄소포집저장기술입니다. 호주에서 5년간 시도한 결과에 따르면 2조 6600억원을 투자해 저장한 탄소는 130만톤에 불과했고, 탄소 포집, 운송, 저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과 비교하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결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저장 과정에서 토양 오염과 탄소누출 사고 등 안전성 문제까지 안고 있습니다. 

GDP 성장 지표는 매년 복리로 계산됩니다. 때문에 성장의 속도가 매우 빠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말은 점점 빠른 속도로 지구를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지구를 우리는 얼마나 더 사용하게 될까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이제는 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지구를 회복시키고 인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다른 모델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러한 성장주의에 대한 한계와 비판 속에서 탈성장에 대한 새로운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탈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기대해주세요.?


다음글 : 기후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 탈성장


<참고도서>

적을수록 풍요롭다, 제임스 히켈

도넛경제학, 케이트 레이워스

6도의 멸종,  마크 라이너스

성장의 한계, 도넬라 H. 메도즈, 데니스 L. 메도즈, 요르겐 랜더스


<참고 웹사이트>

- 글로벌생태발자국네트워크

https://www.footprintnetwork.org

- [한겨레] IMF “하위 20% 소득 늘어야 경제 성장”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globaleconomy/696275.html

[제주의소리]불편한 진실, 부활한 ‘성장의 한계’의 40년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146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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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성장'이 아닌 다른 기준을 지구적 차원에서 수립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를 위해서는 다른 차원의 고민이 더 필요할 수 있겠지만, 경제성장이 아닌 '시민의 역량'을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하는 시도를 소개하는 글의 링크를 겁니다. 
https://campaigns.do/discussions/558

읽으면서 모르는 영역을 또 한 번 배웠다고 느꼈습니다.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살 수 있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고민을 조금 더 하게 됐습니다. 더 편리한 삶은 우리가 지구에서 살 수 있을 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구에 살 수 없다면 기술의 개발도 무의미해지지 않을까요?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해서 인류 전체가 한번 회의감을 가져봐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너무 잘 정리해주셔서 불현듯 걱정이 앞서기까지 합니다^^. 지구에게 미안해지네요. 우리가 외면한다고해서 없어지는 일이 아닌 환경문제. 뻔한듯 하지만 꼭 필요한 실천부터도 필요하고, 제도적인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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