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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악순환을 끝내려면?
해당 대담한 대화를 캠페인즈팀 미디어 영상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우리가 바라봐야 할 정보는 언론에서 다뤄지는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피해가 전부일까?  대화가 힘을 갖는 합리적 소통의 자리를 만드는 '대담한 대화' 프로젝트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와 협업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상대에 대한 절멸의 관점을 넘어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은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김연수 이사의 사회로 역사 속에서 잊혀진 존재들에 대해 연구 중인 이선우 큐슈대학 중국철학사 석사, 팔레스타인 현지에서 인권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이동화 사단법인 아디 이사, 사회연구자인 최성용 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강사가 참여했다. 세 사람이 바라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야기의 전문을 싣는다. ■ 대화 일시: 2023.10.17.(화) 오전 9시 30분■ 참여자: 이선우(큐슈대학 중국철학사 석사), 최성용(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강사), 이동화(사단법인 아디 이사)  ■ 진행·기록 및 정리·영상: 김연수(빠띠), 임동준(빠띠), 정옥다예(빠띠)   - 지난 10월 7일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이슬람 무장 정부 하마스가 이스라엘 유대 명절 초막절이 끝난 안식일 새벽에 하마스 주장으로는 로켓 5천여 발을 발사했고 공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장벽을 폭파하고 이제 불도저를 동원해서 이제 돌파를 하고 이제 오토바이나 트럭 그리고 패러글라이더를 이용해서 이스라엘에 침투했다라고 알려져 있다. 소위 알 아크사의 홍수 작전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의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더 잘못했는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를 물을 필요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상대에 대한 절멸의 관점에서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상황을 좀 봤으면 좋겠다라는 문제의식에 따라 오늘 대담을 준비했다. 본격적인 대담에 앞서서 오늘 모신 분들의 좀 소개를 부탁드린다.   =최성용(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강사):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현재 박사 수료 상태에서 공부하고 있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고 무슨 얘기를 할까 고민도 하면서 왔기도 했고 또 오히려 전문가분들이 오신다고 하셔서 들으러 왔다.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 학교에서 평화 관련된 강의나 이런 것도 진행하고 있어서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 함께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   =이동화(사단법인 아디 이사): 사단법인 아디는 팔레스타인과 같은 아시아 분쟁 지역에서 인권 옹호 활동, 기록 활동 그리고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하는, 약 7년 차 신생 중견 단체다. 이번 팔레스타인 사건으로 얘기를 해야 될지, 하마스 가자 전쟁으로 봐야 될지 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최근에도 팔레스타인의 어떤 연이 있어서 하필이면 또 갔었을 때 시작을 현지에서 맞기도 했다. 그동안 들었던 얘기들을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선우(큐슈대학 중국철학사 석사): 원래 전공은 중국 철학사다. 지금은 역사 속에서 잊혀져 있는 존재들, 민족이라든가 종교, 소수자 혹은 범죄 혹은 범죄로 치부되었던 것들 이런 것들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성용 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강사, 이동화 사단법인 아디 상임이사, 이선우 큐슈대학 중국철학사 석사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많은 분들이 예전의 역사적 사건보다는 현재 최근 며칠간, 10여 일간 벌어진 사건을 중심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하마스의 알 아크사 홍수 작전에 대해서 혹시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이선우(큐슈대학 중국철학사 석사): 이번에 이렇게 일어나는 걸 보면서 진짜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다 무시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사실 좀 많이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있었을 때 불과 전날인가 일주일 전에 미국이 우크라이나한테 러시아가 침범할지도 모른다라는 경고를 줬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젤렌스키에 대해서 비판하는 사람들이 “젤렌스키가 이 경고를 무시하고 ‘설마 러시아가 들어오겠냐’라고 하다가 결국에 이 꼴이 났다”라고 주장한다.  이번 팔레스타인 사태에 대해서, 물론 하마스가 굉장히 비밀리에 준비한 것도 맞겠지만 모사드는 물론이고, 모사드 외 이스라엘 정보 조직들뿐만 아니라 미국도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너무 좀 방관하지 않았나, 무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최근 5~6년 전부터 조금 느끼고 있는 거는 흔히 우리가 정치학 쪽에서 1945년 이후로 ‘긴 평화’라는 말을 쓴다, 이것도 좀 기만적인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끝날 수도 있겠다’, ‘이제 진짜 1945년 이전으로 전 세계가 다 돌아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물론 지금 이 사태가 ‘세계 대전으로 벌어질까?’라는 데에서는 조금 의구심이 들지만 최근에 이런 여러 가지 동아시아부터 중동 유럽 이런 데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하마스가 먼저 공격했으니까 하마스가 나쁘다’ 이거 말고는 사실 국내 언론이 하는 얘기가 없는 것 같다. 물론 그 방식이 ‘과격하다’, ‘잔인하다’ 이렇게 말할 수는 있지만 좀 긴 맥락을 좀 볼 필요가 있고, 맥락 속에서 보면 약자의 투쟁이다. 버니 샌더스 같은 사람들도 그런 소리를 트위터에 했다. 그래서 ‘참 속편하게 말한다’, ‘온실 속의 화초, 도련님, 아가씨들이 할 소리 아닌가’ 그런 생각도 솔직히 좀 많이 들었다. 유대인 문제를 보다 보면 느끼는 게 있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이 유례 없이 체계적인 대량 학살이긴 했지만 솔직히 좀 백인 중심주의적인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과거에 독일이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수만 명을 학살했다. 그런데도 1990년대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2천년대 들어와서 처음으로 사과했지만 지금도 ‘돈 줄 테니까 된 거 아니냐’라는 식이다.  독일 총리(빌리 브란트)가 홀로코스트 무덤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있는 사진 그것만 보면서 ‘참 독일 훌륭하다’, ‘일본은 왜 저러냐’ 하는데요. 우리가 너무 좀 백인 중심주의적인 시각을 좀 벗어날 필요가 있겠다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최성용(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강사): 저도 선우님 하신 얘기에 동의한다. 이 작전은 누군가는 테러라고도 이야기할 테고 누군가는 공격이라고 얘기할 텐데 이것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하게 됐을 때의 함정이라는 게 너무 명확한 것 같다. 사실 모두가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얼마나 잔인했나’, ‘누가 잘못했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모르겠다. 왜냐면 맥락을 아는 게 너무 없어서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드러난 것만으로 본다면은 잘못했다라고 충분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면 2천년대 한 초중반까지는 팔레스타인의 담론이나 논의나 이런 것들이 좀 계속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한국 사회에 되게 훅 사라졌다. 그래서 여러 연구자들과 ‘10년 이상 나도 업데이트가 안 됐다는 걸 좀 요즘 깨닫는다’, ‘다시 한 번 봐야 되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저는 팔레스타인에 제 친구가 있다. 같이 공부했던 활동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생각도 먼저 났다. ‘어디 다치지는 않을까’ 이런 고민들을 하게 되더라. 그런 의미에서 남의 일일 수만은 없었다.  이스라엘 외교부 장관 쯤 되는 분이 ‘한국에겐 이스라엘이 미국 다음으로 가장 친한 우방이다’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왜냐면 한국의 기독교 신자들이 성지순례 개념으로 이스라엘을 많이 방문한다. 굉장히 많은 교류가 있다고 하더라. 물론 따져보면 유대교와 기독교로 다른 종교인데 이게 맞냐 이런 질문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이 미국 다음으로 기독교 교회의 교류가 굉장히 많은 곳이라고 한다. 근데 반면에 ‘우리에게 이스라엘 친구는 많은데 팔레스타인 친구는 있을까?’ 질문을 좀 해보고 싶다.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올 게 왔다’고 느꼈다. 하마스가 어떤 종류의 잘못을 해서 그것대로 비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사태의 근본 원인이 이스라엘에 있다는 게 명백하다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문제는 1945년 이후에 이른바 이상주의적이고 자율적인 국제질서의 가장 큰 어떤 허점이고 가장 부도덕한 위선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터질 게 다시 한 번 터졌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이렇게 공격하면 그다음에 뒷감당 어떻게 하나’, ‘사람들이 얼마나 죽게 될까’ 걱정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이동화(사단법인 아디 이사): 앞선 얘기를 듣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수준이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초점을 갖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지금의 논의 양상들을 한 발짝 떨어져 보면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이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사태’고 ‘하마스 전쟁’이라 불린다. 이스라엘은 왠지 원인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느낌이 있다. 물론 10월 7일 하마스 육해공 작전은 나중에 기관이나 유엔 차원의 조사를 하더라도 전쟁 범죄 혐의를 벗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 상황을 참작하면 하마스가 전쟁 범죄를 한 게 맞다. 그런데 왜 이것만 얘기가 될까. 2021년에도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점령하고 있다는 가자를 공격했다. 제 기억 속으로 2008년, 2012년, 2014년, 2021년 그 외에도 셀 수가 없이 많은 폭격과 학살이 있었다. 그런데 왜 이것들은 한 선상에서 논의 되지 않는 걸까? 저는 10월 7일 팔레스타인 나블루스에 있었다. 아침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동차에서 깃발을 흔들고, 아이들이 환호했다. 그때 뉴스를 못 봐서 무슨 일인지 몰랐다. 사무실에 가서 알아보니 ‘우리가 드디어 이스라엘을 넘었다’라는 얘기를 했다. ‘하마스가 누군가를 죽였다’에 포커스를 맞춘 게 아닌 거다. 1967년 3차 중동 전쟁 이후에 이스라엘이 서안과 가자를 점령하고, 2007년에 가자가 완전히 막히면서 가자 사람들은 단 한 번도 그 장벽을 넘어본 적이 없다. 지금 팔레스타인의 젊은 사람들은 단 한 번도 이스라엘 점령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  근데 그걸 눈으로 본 거다.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정말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이 벌어졌고, 세상이 변해버린 거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보는 시각들은 그 이후에 있었던 ‘하마스의 만행’뿐이다.  근데 그것도 큰 현상의 한 모습이고, 사실이다. 분명히 지탄받고 비난받아야 한다. 하지만 왜 그렇게만 볼까? 그것도 비정한 현실이다. 균형 잡힌 정보와 지식들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사실 이 자리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동화(사단법인 아디 이사): 그날 제가 거기서 올리브를 따고 있었다. 너무 걱정이 돼서 농부들에게 이야기 했더니 괜찮다고 답하더라. ‘뭐가 괜찮냐’ 물었는데 ‘나중에 천천히 죽으나 지금 죽으나 본인들 입장에서는 매 한 가지’라고 답했다. 이런 사건이 있었던 건 그렇게 개의치 않았다. 누구한테나 죽음은 공포스럽고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가자 지구에서 폭탄을 맞아 죽거나 서안지구에서 전쟁통에 총탄을 맞아 죽는 사람들에겐 달랐다. 이제 죽음이 눈앞에 있거나 아니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죽음을 앞둔 사람의 시선과 생각들은 많이 달랐다. 저의 시선과 생각은 동일하진 않다. 그리고 되게 좀 화도 많이 났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분명히 달랐다. -전쟁이 나면 하마스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이 거의 자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현상의 차원을 넘어 국제정치의 차원, 역사적 차원 등 이면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최성용(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강사): 이야기 하기 전에 최근에 찾아본 궁금증이 2개가 있다. 연관이 있을지 몰라서 여쭤보면서 얘기를 좀 듣고 싶다. 첫 번째는 가자 지역 주변에 정착촌들을 주로 타격한 공격이었다라고 알고 있다. 정착촌이라는 게 말하자면 파시스트라고 스스로를 명백하게 자임하는 사람들이 거기에 거주하고 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향해서 일상적으로 모욕이나 폭력, 공격까지 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병대가 주둔하고 있는 정착촌들을 대상으로 한 공격들이 꽤 있다고 알고 있다. 물론 ‘그게 얼마나 정당할 수 있냐’는 또 다른 문제지만 이미 일상적으로 당해왔던 실제 범죄 수준의 공격에 대한 대항 폭력의 의미도 있지 않을까라는 게 첫 번째 질문이다. 두 번째 질문은 대규모는 아니지만 기존에도 이스라엘이 워낙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10대부터 나이 든 노인까지도 지금까지 구금해 왔었다. 구금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석방하기 위해서 하마스나 이런 집단들이 이스라엘 민간인들을 납치해서 그들과 교환하는 게 관행이 있었다고 하더라. 이 두 가지를 여쭤보고 싶다.   =이동화(사단법인 아디 이사): 대담을 풍부하게 하는 좋은 질문인 것 같다. 정착촌은 가자지구 외부에 있다. 가자지구 내에 있는 정착촌 2005년도에 다 소멸을 했다. 장벽 너머에 있는 마을들을 정착촌이라고 하는데, 인권 활동가들이 얘기하고 있는 illegal settlements, 불법 정착촌은 서안지구나 예루살렘에 등 점령지 내에 있는 정착촌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 아주 인근이나 아니면 인접한 지역에 이스라엘 사람들이 정착한다. 가자지구 외부에 있는 정착촌도 ‘정착민 아니냐, 어느 정도는 그들이 우리한테 했던 범죄가 있다’, ‘그래서 그들을 민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현지 사람이 얘기를 하더라. 그건 설득력이 높았다. 물론 이제 서안지구나 동예루살렘에서 정착촌의 폭력은 너무나 잔혹하다. 10월 7일에 올리브를 따고 있었는데 서안지구 나블루스 외곽에 있는 올리브 농장이었다. 그 근처에 이지아르라는 정착촌이 있다. 악명 높은 곳이다. 눈으로 보는 앞에서 바로 불을 질렀다. 저쪽 마을 너머에서 연기가 확 올라오더라. 그런 식으로 불법 정착민에 대한 폭력들은 너무 만연화 되고 그들의 만행들은 팔레스타인 입장에서 보면 대항 폭력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팔레스타인 사람 입장에서 보면 48년 전 가자지구 점령 전부터 장벽 너머에 있었던 소위 이스라엘 집단 거주지를 정착촌이라고 붙일 수는 있다. 하지만 서안지구의 정착촌만큼 상시적 악행이나 범죄가 있었다고 보는 건 저는 좀 동의하기 어렵다. 그리고 하마스가 대부분 군인 인질을 많이 납치했다. 2014년 혹은 2004년도 마찬가지였다. 근데 지금 이스라엘 감옥에 투옥되어 있는 하마스뿐만 아니고 팔레스타인 정치범들이 너무 많다. 아무런 영장 없이 검찰이나 군인이 잡아가더라도 행정부를 통해서 6개월간 구금 연장이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의 정치범과 양심수들을 석방하기 위한 조건으로 이스라엘 군인들을 교전 와중이나 아니면 침투 과정에서 생포에서 협상도 많이 했고 성공한 적도 많다. 한 명을 석방 해서 거의 천 명 가까운 팔레스타인 정치범들을 석방한 사례도 있어서 관행처럼 있어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민간인들을 너무나 많이 인질로 삼는 건 국제연대 활동가들에게도 전례가 없다.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라는 이성적 판단도 어렵게 되더라. 하마스가 승리를 자신하거나 정말 치밀하게 물밑적인 판단을 끝내고 갔다고 보지는 않는다. 2023년 10월 7일을 끊어서 분절적으로 보면 유례없기도 하고 충격적이지만 이 사람들한테는 연속선상에 있는 삶이었다. 그리고 왜 10월 7일이냐고 했을 때 여러 분석가나 교수들의 말도 일리도 있다고 생각을 한다. 다만 사단법인 아디에서 팔레스타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언제 터져도 모를 가득 찬 풍선 같다고 느꼈다. 그리고 올해만 해도 7월에 이스라엘 군인 2천 명이 항공 드론, 헬리콥터 동원해서 제닌이라는 정말 조그만한 난민 캠프에 지상 작전을 했다. 그리고 2021년에도 너무 많이 발생해서 그 사람들한테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금만 자극이 되면 터졌었고 그런 게 반복이 됐다.  종교를 가진 사람한테는 ‘알 아크사 모스크’는 예루살렘 안에 있는 성지라는 특별한 장소다. 2002년에 샤론 총리가 알 아크사 모스크를 무장 경찰을 대동하고 방문해서 2차 인티파다라는 민중 봉기가 발생했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성적 공간이다. 그런 알 아크사 모스크를 장악한 것을 넘어 이스라엘의 장관이 방문을 했고 그리고 무장 경찰들을 대동했고 거기에 있는 무슬림들의 예배를 중단을 시켰다. 이게 그 사람들애갠 너무 컸다. 2021년에 셰이크 자라도 팔레스타인 가족들이 쫓겨나는 사건을 통해서 전쟁이 발발했다. 그것도 사실 성지 문제였다. 정말 솔직히 얘기하면 하마스도 이 사태를 예상 못 했을 거다. 하마스는 준비를 했고 여러 작전들을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넘어 가고 보니 너무 무주공산이었던 거다. 친구의 얘기를 들어보니 하마스가 넘어가면서 했던 최대 목표치는 인질 정도였나 보더라. ‘저항이 없다면 이스라엘 군인을 잡아서 우리가 나중에 협상용으로 쓰자’까지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판단의 한계치였는데 넘어가보니까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거의 손을 놓을 정도로 공격이 없었다.  하마스가 지금까지 이스라엘과 저항을 하면서 승리를 다짐해서 결정하기보다는 모든 순간이 절박했고, 어찌 보면 최악의 전술인 목숨을 담보로 저항을 했던 거라고 본다.   =이선우(큐슈대학 중국철학사 석사): 팔레스타인이라는 존재가 중동 정치에서 어떤 위치를 갖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가장 약한데 가장 뜨거운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중동의 여러 국가들이 이스라엘이나 미국하고 뭔가를 할 때 늘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한다. ‘팔레스타인을 정식으로 이스라엘이 국가가 승인해 주면 우리가 뭘 하겠다’ 항상 늘 이런 걸 이야기했다. 근데 오바마 정부 들어서 셰일가스, 셰일이 개발되면서 중동 석유 의존도가 떨어지게 됐다. 또 중국이 갑자기 급부상하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에 있던 군대를 빼서 중국으로 보내야 했다. 그런데 그냥 보내면 또 뭔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어떻게든 화해를 시켜보자’ 해서 이것저것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2004년 혹은 2006년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미국이 ‘이스라엘하고 사우디와 좀 정상화를 하시오’라고 했을 때 사우디가 ‘팔레스타인 국가로 인정하면 하겠다’라고 해서 이스라엘이 거부한 적이 있었다. 반면 오바마 정부 이후로는 팔레스타인 얘기가 거의 안 들렸다. 미국하고 중동 여러 국가들이 협상을 할 때 팔레스타인 얘기가 잠깐 나오거나 아니면 버린 카드처럼 쓰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상황이 팔레스타인 입장에서는 굉장히 공포스러웠을 수도 있다. 한국이나 북한 같은 나라면 그런 피해가 와도 ‘우리끼리 살면 돼’라고 하겠지만 팔레스타인은 그런 입장이 아니지 않나. 그리고 이스라엘 내부, 팔레스타인 내부에서도 나름대로 협상을 생각 했던 것 같다. 반면에 오슬로 협정 있었을 때 이스라엘 극우 청년이 협정을 반대하면서 이스라엘 총리를 쏴죽였다. 이런 맥락도 좀 있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네타냐후의 등장, 초강경 모드 등이 결국 팔레스타인한테 ‘이제는 우리가 진짜 사라질 수도 있겠다’라는 생존의 문제와 ‘이제 지구 혹은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겠다’라는 공포심을 주었던 거 아닌가 싶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조선의 독립운동을 보는 느낌도 많이 있었다.   =최성용(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강사):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좀 얘기를 해보고 싶다. 첫 번째로 많은 전문가가 지금도 정치적인 권한을 많이 가진 합리적 행위자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해서 결과를 만들어냈나라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관계 개선을 하고 있고’,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사우디가 미중 관계 속에 어떻게 처신을 하고 있고’라든지 ‘이란은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고 있고’, ‘이란과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를 개선하게 되면 이란이 어떻게 불리해지고 하마스는 더 고립되고 그 과정에서 이런 어떤 국제정세적 고립을 타파하기 위해서 타개하기 위해서 하마스가 일을 저질렀다’ 이런 식의 분석들을 많이 한다. 틀린 분석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너무 모두를 합리적인 행위자로 보고 있다. ‘세상이 그렇게 굴러가지는 않던데’라는 생각이 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건 구체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는 너무 안 나온다. 예를 들면 동화 님 얘기하신 것처럼 ‘봉쇄된 땅을 넘어서 이스라엘 안으로 들어갔더니 무주공산이더라’, ‘우리가 생각했던 최대치의 목표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더라’, ‘이럴지 몰랐다’라는 게 오히려 더 현실 가능성 있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폭력이라는 걸 되게 합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폭력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은 폭력은 합리적이지 않다. 처음에는 합리적으로 ‘작은 목적에 대해서 작은 폭력을 사용해야지’이지만 폭력은 늘 에스컬레이팅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리 국제법상으로 제네바 협약이니, 전쟁법이니 이런 얘기를 하더라도 전쟁 범죄가 없는 전쟁은 없다.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래서 우리는 더 구체적인 걸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는 그만큼 몰려 있었던 것 같다. 팔레스타인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자라는 게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어가고 있다라는 얘기를 하더라. 물이라든지 환경이 오염되고 그러니까 이스라엘은 물이나 전기 등을 다 수입하고 있다. 가자 자체로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땅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 ‘이 땅이 생존 불가능하게 변하고 있고 우리는 이 땅에서 나갈 수 없게 됐다’인데 그 이유는 이스라엘 때문인 거다. 그렇다면 언제든, 어떤 형태로든 폭력적으로 이스라엘을 향해서 공격할 가능성이 존재했다. ‘그게 이번이 되었을 뿐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롭 닉슨이라는 학자가 ‘느린 폭력’이라는 얘기를 했다. 우리 눈에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고, 처음부터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천천히 진행돼서 모두를 갉아먹는, 모두를 습격한 재난에 대한 이야기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지배하고 점령하고 봉쇄했던 게 느린 폭력인 것 같다. 우리 눈에 폭력의 과정들이 가시적으로 잘 보이지 않고 느린 폭력에 저항하는 하마스의 폭력적인 목소리, 공격만이 우리 눈에 가시적으로 보였던 것이다. 균형 있게 보려면 사실 둘 다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동화(사단법인 아디 이사): 많은 언론들이 ‘왜?’라는 궁금증을 갖고 있다. 하마스하고 파타가 팔레스타인을 지배하는 정당 또는 세력이라고 하는데 사실 둘 다 팔레스타인에서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다. 워낙 오랫동안 독재하고 있고, 2005년 선거 이후로 정치가 바뀌지 않는다. 가자지구 내에서 하마스에 대한 불만들이 너무 높은데 이걸 잠재우기 위해서 언론인들 죽이고 시위하면 죽이기도 한다. 문제는 이제 2020년도부터 서안 지구나 제닌을 중심으로 해서 이게 라이온스 덴, 제니 여단이라고 하는 젊은 무장조직이 나타났다. 이스라엘은 이들을 잡으려고 집중했다. 하마스나 가자 쪽은 막아본 곳이기 때문에 병력이 좀 얕았고 나블루스하고 제닌을 3년 동안 주로 공격했다. 그만큼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신흥 무정파 무장 세력들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었다. 눈에 보일 만큼 완벽했다. 그런 와중에 파타는 그냥 살아가고 있었던 거고, 하마스는 본인의 건재함 또는 폭력성을 보임으로써 자신의 존재에 더불어서 지지를 얻기 위한 하나의 부가적인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 이선우, 이동화, 최성용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시위,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시위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각각의 지지자에 대한 탄압이나 공격도 이뤄지고 있다. 동시에 ‘하마스가 아기의 목을 참수했다’와 같은 허위조작 정보가 퍼지기도 했다. 허위조작 정보 포함해서 현재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하마스에 대한 관점과 시민들의 인식에 대한 이야기도 다뤄주시면 좋겠다.   =이선우(큐슈대학 중국철학사 석사): 지금 한국 언론들은 대체로 미국 언론을 그냥 받아 쓰고 있는 것 같다. 하다못해 ‘가장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 언론이라도 한번 참고를 해봤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일본 언론은 별로 관심이 없다. 오히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났을 때 일본 물가는 어떻게 될까’ 이 생각만 하고 있다. 중국은 얼마 전 뉴스에는 ‘중재를 하겠다’ 얘기했는데 오늘 아침 뉴스를 확인하니 이스라엘에 대해서 ‘너무 도를 넘었다’, ‘중국이 왕이 외교부장을 파견해서 이스라엘을 가겠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한국이 남의 나라 돈으로 먹고 사는 나라 치고는 진짜 남의 나라에 대한 정말 관심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스라엘 정부에서 만드는 것 같다’라는 느낌을 주는 허위 정보, 가짜 뉴스들도 있는 것 같다. 이런 걸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타임즈 같은 데서 받아 쓰고 그걸 또 베껴오는 한국 언론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을 해야 되지 않나싶다. ‘세계가 무조건 이스라엘 편만은 아닐 수도 있다’라는 걸 생각했으면 좋겠다.   =최성용(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강사): 최근에 국내에 한국전쟁 연구의 주 테마 중 하나가 심리전이다. 학자들은  ‘미국이 심리전 체계와 심리전 기구와 심리전 기술들을 성립하고 완성시킨 게 한국전쟁이었다’라는 평가들을 하고 있다. 사실 이스라엘은 여전히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전쟁 시기에는 주된 매체가 사진과 삐라였다. 근데 지금도 ‘우리 24시간 후에 처들어갈 테니까 그전에 민간인 다 대피하세요’ 같은 삐라 100만 장 넘게 뿌리는 사진들이 배포가 되기도 했다. 단순히 종군 기자만이 아니라 군에서 사진과 영상을 찍는 병사들을 훈련시키고, 그들을 데리고 전장을 다닌다. 이번에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장벽 바로 앞까지 가는데 부대와 함께 한국 기자를 포함한 기자들이 동행했다. 폐허나 참상들을 촬영하고, 바로 옆에 있는 이스라엘 군인들을 인터뷰했다. 여기서 ‘아기를 참수했다’라는 허위 정보도 장교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당시 부대 부사령관을이 이야기한 내용이다.  심리전이라는 게 여러 언론들을 데리고 이스라엘이 계속 뭔가를 할 수 있는 능력과 역량과 기술들이 있기 때문에 사실 가능하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하마스가 심리전을 벌인다’라고 한다. 납치를 하는 등의 과정 자체가 ‘우리가 아직 건재하고 여기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알려달라’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려는 심리전인 거다. 그런데 그 심리전 역량에 비해서 이스라엘이 갖고 있는 역량이 훨씬 더 강력하다. 굉장히 비대칭적이다. 한국 언론들도 그 영향 속에 있는 것 같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구체적인 맥락들을 보도해 주는 합리적인 외신들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언론이나 목소리들이 이스라엘의 심리전과 프로파간다에 훨씬 더 집중돼 있다. 다른 하나는 대항 폭력의 구도를 넘어야 된다. 하마스의 대항 폭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항 폭력이라고 해서 항상 옳은 건 아니다. 이번엔 하마스가 확실히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선을 넘었기 때문에 하마스가 문제다’ 혹은 ‘대항 폭력이니까 이스라엘이 문제다’ 이 구조에서 사실 넘어가야 된다. 우리가 지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땅에 살고 있는 당사자가 아닌 만큼 목격자로서 더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여러 맥락들을 살피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되게 단편적으로 ‘너는 어느 편이야?’라고 묻는 그 구조 속에서 ‘나 이쪽 편이야’를 계속 택하려고 하는데 그걸 넘어설 필요가 있다. 하마스가 저렇게 했던 근본 원인 중에 하나는 우리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만큼 무관심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어떤 관심이나 여론도 보태지 않기 때문에 결국에는 일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연루되어 있다. 우리의 무관심도 저 폭력의 원인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되고 그 관심이라고 하는 건 즉각적으로 누군가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고 좀 더 합리적으로 보면서 ‘누가 잘못했고, 누가 못했고’라는 그 구도를 넘어서서 근본 원리를 봐야한다. 거기 있는 사람들이 더 이상 죽거나 다치지 않게끔 하는 내 입장을 만들어가야 된다.   =이동화(사단법인 아디 이사): 팔레스타인 현장에 있을 때는 사람들하고 얘기를 통해서 사태를 확인을 하고 내용들을 습득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언론을 통해서 현실을 파악하게 됐다. 언론을 잘 보시면 그 기자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몇몇 주요 언론들은 현장 가기도 한다. 어디에 있는지 보면 이스라엘 쪽에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의 대변인 말을 듣고, 이스라엘 군인이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그 사람들의 의견들을 기사화한다. 그래서 참수 사건이나 강간 사건과 같은 대표적 오보가 나왔다.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편향된 의견들이 기사화될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상대편에 있는 가해자라고 얘기하고 또 피해자이기도 한 가자지구에 서 있는 기자는 몇 명이나 될까? 있긴 있다. 적지만 지역 언론이라든지 아니면 중동 지역 언론들이 계속 본인이 본 얘기를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양쪽의 의견을 듣고 사람들이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언론은 어디에 서 있는지 그리고 그 사람이 위치하고 있는 땅 옆에는 누가 살고 있는지를 보면 너무 안타까울 정도로 편향되어 있다. 그리고 그 편향된 시선과 기사들이 사람들한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만약 기자가 가자 지구에 서 있었으면 장벽을 봤을 거다. 그리고 그 답답한 현실을 보고 피해 받는 사람들의 일상을 들었을 거다. 가자지구 사람들은 그 답답한 감옥에서, 지옥과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기를, 장벽이 세워지는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꿈꿨다. 그래서 ‘왜 하마스가 공격했냐’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한 번도 가자지구에서의 얘기를 들어본 적이 않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하마스가 이 사람을 공격했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을 한다. 언론이 모든 것들을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에 돌아와서 언론을 보면서 열받아 죽는 줄 알았다. 이스라엘 대변인이 따로 없더라. 정제되지도 않았고 일방적이고 확인도 안 된 것들이 출처 표기도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이스라엘 국방 대변인에 따르면’ 이렇게 달리더라. ‘너무 편향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구나’ 그리고 ‘그 편향된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떤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1,400명의 이스라엘의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됐다면 그 바로 뒤에 역사적으로 수배에서 수백 배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희생자가 있다. 가장 처음 우려했던 것들은 2008년 첫 번째 가자 전쟁 때 이스라엘측 사망도 있었다. 8명인가 10명 이내일 거다.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00명 단위다. 항상 100배다. 그리고 2021년, 2014년도 사망자만 비교하면 제일 컸던 경우 25배쯤 된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는 도대체 누가 들어줄까? 불균형적인 언론의 현실 그리고 세상의 여론들은 그게 불가능할 거다. 예전에는 정보가 정말 없었다. 현장에 가야지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자들도 조금만 성실하고 노력하면 적어도 ‘한편 하마스에 의하면’, ‘한편 팔레스타인에 의하면’ 같이 쓸 수 있다. 언론이 사회적 공기 역할을 좀 해주면 좋겠다. 이제는 시민들이 일방적인 언론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인터넷상에서의 댓글을 보면 너무 극단적으로 가서 많이 암담하기도 하다. 극단적으로 가는 게 양쪽의 사회를 대변한다고 보지도 않는다. 물론 이스라엘도 극우 세력이 있고, 팔레스타인도 극우 세력이 있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들은 되게 많은 과대 대표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훨씬 더 많은 일반 시민들은 반대하고 있다. 죽음의 공포를 두려워하고 지금도 폭탄들을 피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극우 정치인이나 아니면 무장 세력들이 지금 표출하고 있는 공격성에 사실은 인식들이 쫓아가면 더 위험해질 것 같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 같고 세상은 조금 더 극우적으로, 극단적으로 갈 것 같다. -복잡하게 꼬인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할 필요가 있을지?   =이선우(큐슈대학 중국철학사 석사): 두 가지 차원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탄핵 촛불 집회 이후로 좀 강해졌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때부턴가 한국 사람들 사이에 ‘과격하고 공격적인 방식의 시위나 투쟁은 다 잘못이다’라는 식의 사고방식이 퍼져 있는 것 같다. 전장연 시위에 대한 사람들의 대응도 마찬가지고, 이것도 마찬가지다. 역사적 맥락을 알아도 ‘그래도 잘못했다’라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여기에 대한 반성도 있어야 한다. 모든 시위도, 투쟁도 다 상호작용이고, 대화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그동안 대화를 거부해왔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한국 사람들도 반성을 했으면 좋겠다.  다른 하나는 정부나 언론에 대한 요구다. 진영 논리에 안 들어갔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에 보니 바이든 대통령도 간다 그러고 러시아도 이스라엘과 통화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불과 며칠 전 상황을 기억나는 대로 이야기해보면 미국 언론에서 이란이 배후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때 미국 정부에서 ‘도와줄 건 있겠지만 지원까지는 아니다’, ‘배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확전을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한국 언론은 ‘하마스가 북한제 무기를 쓰고 있다’, ‘북한 무기가 발견됐다’, ‘소식통이 전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곧 중동 순방을 한다. 저번처럼 ‘이란은 주적’ 이런 소리 하면 진짜 큰일 난다. 정치적인 면에서 제발 이럴 때는 원칙적인,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이야기를 하고 우리도 역사적인 경험이 있는 민족이라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동안 얼마나 핍박받아 왔는지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이제 와서 그런 원칙, 가치를 이야기하는 게 좀 부끄럽거나 오글거리면 입장 표명이라도 천천히 하면 좋겠다. 하마스가 공격하자마자 한국 외교부에서 하마스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북한제 무기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에 가는데 거기서 무슨 얘기를 할까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그래서 진영 논리 차원의 얘기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한국 정치인들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생각이 없으면 말이라도 아꼈으면 좋겠다.   =이동화(사단법인 아디 이사): 사단법인 아디는 인권단체이고, 인도주의 활동을 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당장 행동을 해야 하고, 할 예정이다. 가장 시급한 건 종전이다. 지상군 투입은 절대 안 된다. 궁극적으로는 이 사태의 모든 근본 원인은 이스라엘의 점령에 있다. 점령을 하고, 차별을 하고 심지어는 ‘인종 청소’라는 용어까지 쓰는 정책들이 없어져야 된다. 그게 되지 않고서는 공격과 학살과 종전과 반복되는 순환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 2년 단위, 4년 단위로 반복하고 있다. 지상군 투입이 돼서는 안 되고, 전쟁은 종료하고 협상을 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많은 협상과 결과들을 냈다. 그게 ‘1국가 1체제’ 아니면 ‘1국가 2체제’든지 간에 서로가 살 수 있는 공간들이, 그들의 인권이 존엄성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그리고 각자의 정치 체제를 통해서 존재하면 된다. 그래서 가장 큰 난제는 ‘점령을 의식한다’는 거다. 사실 3차 중동 전쟁 이후 국제법 통해서 이스라엘이 점령지에서 빠져나가면 된다. 그리고 가자지구 봉쇄 풀면 된다.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정치 투쟁을 통해서 어떤 형태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건 팔레스타인 몫일 거다. 최소한 그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정부를 구성하고 자신들의 운명을 남들과 똑같은 수준에서 권리가 보호되는, 우리한테는 정말 극히 평범한 자유와 인권들이 보장되는 정도만 가면 된다. 한국 정부와 언론은 이스라엘 편 좀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경제적 이유나 석유가 있다거나 아니면 뭐라도 있으면 좋겠다.  팔레스타인 사람들 한국 집회에서 국기가 있다는 걸 보고 너무 궁금해한다. ‘왜 팔레스타인 국기가 나쁘냐’ 그러니까 저도 설명이 잘 안 됐다. 왜일까?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무관심도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스라엘 편애가 있는 것 같다. 한국 정부가 팔레스타인에서 어떤 느낌이냐면, 처음에 가면 항상 남한이냐 북한이냐 묻는다. 하도 많이 들어서 ‘너 북한 사람 만난 적 있어?’ 했더니 ‘남한 사람은 니가 처음이야’라더라. ‘근데 왜 남북한 물어?’ 그러면 팔레스타인 입장에서 보면 미국하고 가장 친한 국가가 한국이고 이스라엘과 가장 친한 친구가 미국이다. 팔레스타인에서 보면 다 적이었다. 분명히 외교부 내에서도 정보 취합을 할 거다. 전쟁의 피해 결과는 어마어마하게 비대칭하다. 비례가 안 맞다. 사망자 숫자, 부상자 숫자, 가옥 파괴, 재산 피해, 경제적 피해 등 너무 압도적인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스라엘이 중동의 유일한 선진국가이고, 하마스는 테러리스트라’는 너무 단순하고 현상과 맞지 않는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한국이 또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알고 있는데 창피하지 않게끔 노력을 좀 해 줬으면 한다. 물론 기대는 높게 하지는 않는다.   =최성용(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강사): ‘이스라엘 친구는 많지만 팔레스타인 친구가 없다’. ‘크리스찬 시오니즘’이 이 얘기에 이어진다. 웃기게도 기독교이지만 유대교와 친하고 이스라엘을 성지로 생각하는 게 미국이나 한국의 보수 기독교 계열들이 가지고 있는 관념이기도 하다. 굉장히 가까운 관계다. 그런 맥락들이 있기 때문에 언론들이 아무 생각이 없어서 이스라엘의 이야기만 받아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실 문화적 토대들이 있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누가 잘못했냐’도 중요할 수 있지만 ‘일단 사람을 살려야 된다’가 더 중요하단 거다. 사람들이 무참하게 죽어나가고 있고 앞으로 이 상태면 더 죽어나갈 거다. 아까 ‘폭력이 에스컬레이팅 된다’라고 얘기한 것처럼 제노사이드가 갑자기 생기는게 아니라 가는 과정이 있다. 일상적으로 갈등이 발생하면 그것이 더 증폭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결국은 ‘쟤들은 다 죽여야 돼, 절멸시켜야 돼’로 간다. 느린 폭력을 얘기한 것처럼 느린 홀로코스트의 과정이 팔레스타인의 일상이었다. 제노사이드라는 게 사람을 죽이는 것만이 아니라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한 인간 집단을 총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빼앗고 물이든 올리브 나무든 전기든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근거들을 다 박탈하면서 사람을 죽여나가고 느리게 진행돼 왔던 것들이 이번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해서 가시적이고, 더 눈에 드러나게 디자인되고 있을 뿐이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정말 제노사이드로 간다. 제노사이드로 가지 않는다고 하면 이번에는 가자 북부를 다시 한 번 점령하고 남부로 가자 주민들을 다 몰아넣는 게 될 것이다. 그건 제노사이드라는 최종 단계를 다음으로 미루는 정도밖에 되지 않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을 살려야 된다.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평화학적 관점에서 보면은 갈등은 나쁜 게 아니다. 갈등이 드러났을 때 ‘이게 문제가 있고, 누군가는 권력을 많이 가지고 있고, 누군가는 권력을 적게 가지고 있어서 뭔가 부정하거나 잘못된 일이 생기네’라는 게 갈등으로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학에서 ‘갈등을 통해서 사회를 혹은 국제사회를 더 낫게 만들고 사람들이 좀 더 평등하게, 정의롭게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된다’라는 얘기를 한다. 하마스만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지금 부정의하고, 고통스럽고, 통증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했는데 국제사회가 듣지 않았다. 듣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극단적인 갈등 형태로밖에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지금이라도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가면서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은 또다시 문제가 발생할 거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설령 이번에 제노사이드로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음번에는 제노사이드로 갈 수밖에 없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기회 근본 원인을 해결해 가는 방향으로 이 갈등을 전환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보태고 싶은 말이 있을지?   =이동화(사단법인 아디 이사): 첫 번째는 가자 지구의 피해만 집중되고 있는데 서안 지구에서 많은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부상 당하고 있고, 50명이 넘는 시위자들이 현장에서 발포를 통해서 사망하고 있다. 가자 지구가 지금 가장 피해가 극심한 하지만 팔레스타인 전체로 피해가 지금 나눠지고 있다. 그 피해는 역사적으로도 반복되어 있어서 팔레스타인 전체를 봐야 될 것 같다. 가자지구를 떨쳐서 보거나 서안 지구로 떨쳐서 보는 것들은 선명하지도 않고 객관적지도 않다. 현지 친구가 이 사건이 나고 저랑 논쟁을 많이 했다. 하필이면 하마스였다. 어쨌든 제3자 입장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근데 그 친구가 하는 말은 ‘세상에 누가 우리 얘기를 들어줬냐’였다. 그들 입장에서 세상은 자기 얘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하마스가 자기를 대변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하마스는 얘기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는 된다. 그런 게 너무 슬픈 현실이다. 몇년 동안 통계를 추산해본 결과 이스라엘 방문자 중 한국인이 굉장히 높은 순위권에 있다. 아시아에서는 3위고 이스라엘 통틀어서 7위다. 2만에서 3만 명이 이스라엘을 간다. 그 한국 사람들 어디 가는지 알고 있나? 팔레스타인에 간다. 베들레헴. 동예루살렘 다 팔레스타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에 갔음에도 이스라엘에 간 줄 알고있다. 존재가 없다고 생각을 한다. 팔레스타인은 오랫동안 잊혀졌고 우리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번에 하마스가 정말 많은 누군가를 죽임으로서 우리는 팔레스타인을 보고 있다. ‘갈등에 순기능이 있다’고 하는데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우리가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죽음을 통해서 이 상황을 같이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 같이 보는 입장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반드시 귀 기울어야 된다. 아디는 활동을 할 것이고 그 중심에는 진영 논리가 될 수 있음에도 최선을 다해서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에서 피해를 오랫동안 봐왔던 사람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게 누군가한테는 ‘테러리스트, 무슬림의 추동자’라고 욕을 먹을지언정 심각하게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그들의 의견을 좀 더 전하는 것들이 우리가 가져야 되는 최소한의 태도이고, 이 사태의 악화를 멈출 수 있는 국제 시민으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의 전문은  대담한 대화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압축하여 재구성한 글은 오마이뉴스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악순환을 끝내려면? [오마이뉴스 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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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국제교류 시리즈3] 세 여성들, 바둑 국제교류에 앞장서다(2)
바둑계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을 살펴보는 두 번째 시간. 지난 편에서는 <한국여성바둑연맹>의 이광순 회장, <대만바둑교육발전협회> 장샤오인 사무총장과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바둑 국제교류 시리즈2] 세 여성들, 바둑 국제교류에 앞장서다(1) - 백아인의 토론 | 캠페인즈 (campaigns.do) 이번에는 지난 편에 이어 장샤오인 사무총장과의 인터뷰와 <아시아바둑연맹> 김향희 사무총장과의 인터뷰를 다뤄보고자 한다.   <대만바둑교육발전협회> 장샤오인 사무총장 Q. 백아인(이하 동일) : 그러고 보니, 올해 8월 27일이 <대만바둑교육발전협회> 20주년 기념일이라고 들었어요. 축하드려요. 이 때문에 더욱 바쁜 한 해를 보내지 않았나 싶은데요.  A. 장샤오인 사무총장(이하 동일):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20주년 기념 행사가 대만에서 있었어요. 우리는 <한국 대학 바둑 연맹>을 초대하여 '제1회 대만-한국 대학 바둑 교류전'을 개최했습니다. 이로써 대만과 한국 대학간 바둑 교류가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교류할 예정이에요. Q. 대만-한국 대학 바둑 교류전 등 여러 바둑 국제 교류의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우리는 바둑을 통해서도 교류하지만, 바둑이 끝난 뒤에도 대화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만 바둑인들이 다른 나라의 문화와 접촉할 기회가 생기고, 더불어 서로에게 발전을 가져다 줍니다. 저는 이것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대만의 바둑 교육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A. 대만의 바둑 학생들은 대부분 취미로 바둑을 배웁니다. 부모님들은 자녀가 바둑을 통해 수학적 추리와 사고 능력, 감정과 심리의 통제 능력, 문제 해결 능력 등을 향상시키기를 바라지요. 진정으로 프로 바둑 선수로 발전하는 것은 소수 중의 소수입니다. 대만에서는 유치원의 재능 교육 과정에 대부분 바둑 수업이 포함되어 있어서, 어릴 때부터 흥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바둑 교육의 효과는 부모님들이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Q. 바둑의 효과는 저도 깊이 공감합니다. 장샤오인 사무총장님께서 앞으로 바둑 국제 교류에 대한 계획이 있으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앞으로도 더 많은 대만 친구들을 한국에 데려오고 싶습니다. 성인 바둑 애호가들, 대학생들, 초등학생과 중학생, 고등학생들, 여성 바둑인들, 바둑 선생님들 등 모두요. 한국의 바둑 대회에 참가하거나, 바둑 선생님들 교류 강연회, 교육 방문단 등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또 대만 학생들을 충암 바둑 도장, 한종진 바둑 도장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하거나, 대만 대학생들을 명지대학교 바둑학과로 유학 혹은 교환학생으로 보내는 등 다양한 교류 협력을 하고 싶습니다.  또한 한국의 바둑인들, 선생님들, 학생들을 대만에 초대하여 대만의 바둑 대회, 교류 강연에 참여하도록 하거나, 명지대학교 바둑학과의 학생들을 대만에서 인턴십을 하도록 하는 등의 활동도 환영합니다.  Q.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정백희 선생님이 타이난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것이 그 활동이로군요.[바둑 국제교류 시리즈1] 타이완과 한국의 바둑 교육 교류 - 백아인의 토론 | 캠페인즈 (campaigns.do) 내년 <한국여성바둑연맹>과도 교류를 추진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A. 네, 내년 3월에 <한국여성바둑연맹>이 대만에 교류 방문할 예정이에요.  저는 한국 여성 바둑 연맹 명예 회원 1호로서 대만 방문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대만과 한국 교류 외에도 다른 나라들과의 교류 활동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에요. 이미 자주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 교류, 일본 교류를 비롯하여, 앞으로는 유럽 바둑 대회, 미국 바둑 대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바둑 활동에도 팀을 보낼 예정입니다. 대만과 세계의 교류 플랫폼을 계속 구축할 것입니다. Q. 대단히 큰 포부란 생각이 들면서도, 장샤오인 사무총장님이라면 다 이루실 거란 믿음이 갑니다. <한국여성바둑연맹> 명예회원 1호라는 말씀도 하셨는데, 한국에서도 여성들이 바둑을 두는 건 흔치 않은 풍경으로 여겨지거든요. 마지막으로 여성 바둑인들에게 혹시 하시고 싶은 말이나 당부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저는 여러 번 <한국여성바둑연맹>의 활동에 참여했어요. 50대, 60대의 여성 선배들이 바둑을 이렇게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매번 활동에 많은 여성 선배들이 참여하는 것을 보고, 심지어 70대, 80대의 할머니들도 있어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대만에서는 바둑을 하는 여성들이 주로 학생들이고, 30대 이상의 여성들은 많지 않습니다. 한국에 여성 바둑 연맹이 있다는 것이 부러웠어요. 나중에 대만에서도 <대만여성바둑연맹>을 창립하고 싶어요. 더 많은 여성들이 바둑에 접할 수 있도록 하고, 바둑을 여성들, 엄마들 사이의 최고의 여가 활동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여성들이 즐거이 바둑을 두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아시아바둑연맹Asian Go Federation> 김향희 사무총장 Q. 백아인(이하 동일): 안녕하세요. 바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 걸로 아는데, 혹시나 처음 듣는 분들을 위해, 아시아바둑연맹(Asian Go Federation)과 사무총장님께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 주시겠어요? A. 김향희 사무총장(이하 동일): 아시아바둑연맹은 아시아권의 한국 포함 14개 국가가 회원으로 있어요. 아시아 바둑발전에 관한 협의와 바둑 대회 등을 통해, 상호 정보 교환과 상호 교류 및 화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아시아 바둑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단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국제적인 활동이 많으신데 최근 어떤 일을 진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올해 2023년 7월에 홍콩에서 열린 ‘4대양 배 홍콩 국제 대학생 바둑대회(Four Seas Cup Hongkong International University Student Weiqi Competition)’에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학생들을 인솔해서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8월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 38회 청소년 바둑 챔피언십(38th World Youth Go Championship)’에 초등학생과 중학생 대표를 인솔했지요. Q. 김향희 사무총장님께선 의욕적이고 활동적이시기도 한데, 그 기반에는 언어 능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한국인이시니 한국어는 물론이고, 영어, 중국어에도 능통하신데, 그 비결도 궁금합니다.  A. 제가 외국어를 배운 계기는 모두 바둑 때문이에요. 외국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대회에 참여하다보니 외국인 친구와 이야기하고 싶어져서 영어를 배웠고, 또 중국에 교류전을 다니다보니 중국어도 공부해야겠다 싶어서 시작했지요. 목적이 뚜렷하니까 언어가 더 빨리 익혀졌던 것 같아요.  Q. 그래도 바둑 용어를 알기는 쉽지 않은데요.  A. 그건 고마운 인연이 있어요. 시드니 대학교 한국학과 교수셨던 고(故) 한상대 교수님께서  ‘바둑영어’ 교실을  여신 걸, 한 바둑 사이트에서 알게 되었고, 강좌에 참여해서 외국인 바둑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지요. 바둑을 통해  지금은 30여개국에 한 명 이상의 친구가 있어요. Q. 마치 바둑의 번외 역사를 듣는 것 같네요. 번외 질문이긴 한데, 김향희 사무총장님은 바둑을 어렸을 때부터 배우신 건가요?  A. 그렇지 않아요. 결혼 후 남편의 권유로 시작한 거라, 언어도 모두 그 이후에 습득한 거랍니다. 그때,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려고 TV를 켜면, 꼭 남편이 EBS바둑방송을 보려는 거예요. 그것으로 티격태격하다 보니, 남편이 ‘바둑도 재미있다. 한번 배워 보라’ 면서 ‘기초 바둑 첫걸음’이란 책을 주었죠. 그걸 보다가 , 2년 뒤 우연히 ‘부산일보’에서 ‘이색여성모임 참돌회’라는 기사를 보고, 그 모임에 가입하며 제대로 시작하게 된 것이죠.  Q. 그런데 지금은 바둑 고수잖아요? 도대체 비결이 뭔가요?  A. ‘한국여성바둑연맹’에 가입해서 같은 취미의 여성들과 만나 익히고, 또 바둑대회에 자주 참여하다 보면 실력이 늘게 돼요. 외국인 친구와 교류하고 싶어서 국제 대회에도 나가고, 국제 활동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 거죠.    Q.  바둑을 통해 친구도 사귀고 외국어도 배우고, 국제 활동까지. 각국 국제활동을 하시면서 바둑을 하는 바둑인들에 대해 느끼신 바가 있다면 공유해 주시겠어요? A. 재밌는 것은 세계 어디를 가나 바둑을 한 판만 두어도 평생 친구가 된다는 거예요. 그게 세계 어디든 말이에요. 바둑이 그만큼 강렬하게 서로를 끌어당기고 마음을 주고 받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아시아권 사람들은 누가 이기고 졌느냐, 승부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바둑은 승부가 따라다니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해요. 그런데 유럽 사람들은 한 판 한 판 얼마나 최선을 다해 두었느냐에 보다 초점을 둡니다. 그런 점에서 유럽 사람들의 태도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젠 AI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세계 사람들의 바둑 실력도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AI가 사람을 능가하는 시대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바둑의 승패에 연연하기보다 바둑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어떻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는 것이 의미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Q. 아시아권과 유럽권의 바둑에 대한 자세도 흥미롭네요. 앞으로도 활발히 바둑을 통한 국제교류를 주도해 주실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바둑교류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실까요? A. 올해 2023년 12월에 강원도 양양에서 ‘2023 아시아평화 학생바둑대회’가 열립니다. 이 대회에 5개국 이상의 국가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해외 바둑협회 관계자들과 유기적인 연락을 취하는 것이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학생바둑대회 후,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태국 국제 바둑 대회(Thailand International Go Tournament)’에 나갈 예정이에요.  또 아시아바둑연맹 회원국 중 아직 바둑 회원의 수가 적은 나라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 나라에서 바둑 관련 세미나나 이벤트 행사 등을 개최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에요. 회원수도 많이 늘어나도록 돕고 싶고요.  앞으로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바둑으로 평생 친구가 되는 바둑인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인터뷰에 기꺼이 참여해주시고 좋은 말씀 해 주신 세 분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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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원하며 2 - 이스라엘 수립 이후와 지금
캠페인즈팀 영상을 통해 직접 캠페이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원하며 1 -분쟁의 역사와 기원’에서 이어집니다. 전쟁의 시작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 건국과 국가 승인이 이루어지고 영국이 아랍 땅에서 물러나자 아랍 국가들은 바로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1948년 5월 16일, 이집트, 이라크,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5개국 연합군이 이스라엘을 공격했는데 이것이 1차 중동전쟁이다. 초반에는 이스라엘이 전력면에서 밀렸지만 이스라엘이 20일 동안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을 지켜내자 그 다음에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막강한 화력으로 중동국가들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1949년까지 이어진 전쟁이 바로 1차 중동전쟁이다. 1차 중동전쟁을 이스라엘 독립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956년에는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했다는 이유로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이 동맹을 맺고 1957년까지 이집트에 폭격을 가했다. 이것이 수에즈 전쟁, 또는 2차 중동전쟁이라고 한다. 아랍권에서는 이를 삼국침략이라 부른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민간 지역에 대한 폭격, 팔레스타인 내의 스파이를 색출하겠다는 명목으로 벌어진 이스라엘의 학살은 아랍 사람들 사이에서 국수주의, 민족주의, 이슬람 극단주의를 강화시켰다.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는 이 때 미국이 자기를 도와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핵무장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영원히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 이후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서로 바다와 공중을 서로 봉쇄하면서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던 와중에 1967년 6월 5일, 이스라엘은 이집트를 시작으로 시리아, 이라크, 요르단, 레바논, 쿠웨이트 등에 기습 폭격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6월 10일까지 6일 동안 아랍인 2만 명을 죽였다. 이를 3차 중동전쟁이라고도 하고 6일 전쟁이라고도 한다. 3차 중동전쟁과 그 이후 이스라엘은 이집트 영토를 빼앗았는데 이집트에서도 이를 벼르고 있다가 1973년 10월, 유대교 명절 욤키푸르에 맞춰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를 4차 중동전쟁이라고 하고 욤키푸르 전쟁이라고도 한다. 10월 6일부터 10월 25일까지 전쟁이 벌어졌는데 이 짧은 기간에 소련은 이집트,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 대리전 양상까지 만들어졌다. 결국 UN이 중재를 하면서 전쟁이 마무리되었는데 이스라엘도 이집트도 너무나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러면 이 전쟁이 일어날 동안 팔레스타인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스라엘 국가 수립이 있기 전까지 팔레스타인 영토 안의 유대인 이주민과 비유대인 선주민 사이의 갈등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원래 팔레스타인 영토 안에서 유대인들이 살던 땅은 20% 미만이었다. 그런데 이스라엘 국가 수립을 승인하면서 UN은 팔레스타인 땅의 반을 유대인에게 분할하는 결정을 내렸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기들이 살던 곳에서 추방을 당하면서 불만과 품게 되었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때 예루살렘을 공동구역으로 관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유대인들에게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었다. 유대인들은 UN의 결정을 무시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만들어 나갔다. 이런 와중에 중동전쟁이 벌어지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외국과의 전쟁을 빌미로 삼아 팔레스타인 땅을 조금씩 잠식해 나갔다. 이스라엘 국가 수립부터 1차 중동 전쟁 시기에 팔레스타인 선주민들이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져 난민이 되었는데 이를 나크바(대재앙)라 한다. 2023년 UN에서 처음으로 나크바의 날 행사를 진행했는데 이 때 미국은 UN 안에 반유대주의가 팽배하다며 참가를 거부했다. 팔레스타인 선주민들이 점점 자신들의 거주지를 빼앗기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들을 난민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며 이스라엘과 협상 혹은 투쟁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은 없음을 옛날부터 강경하게 밝혀왔고 강경함의 수위도 점점 심해졌다. 이스라엘의 강경함이 더욱 심해지자 팔레스타인 안에서도 온건한 방식이나 협상을 지지하는 입장은 점점 힘을 잃게 되었고, 팔레스타인에서는 -가끔은 같은 아랍인들 사이에서도 비난을 받을 정도의- 폭력적인 방식의 독립 운동 노선을 택하게 되었다. 그러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또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더 강경하고 폭력적인 방식을 택하는 악순환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신들의 피해의식을 점점 더 키우면서 아직도 자신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지금의 사태 1 가뜩이나 팔레스타인 선주민들이 코너에 몰려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더 심해졌다. 조금 쉽게 그리고 거칠게 말하면 네타냐후는 반-노동 성향에 극단적인 종교/민족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예루살렘의 이슬람 사원에 폭도를 진압한다는 이유로 뜬금없이 무장경찰을 출동시킨다거나 팔레스타인이 홀로코스트에 관여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등의 행동으로 국내외에소 비난과 조롱을 받은 일도 많았다. 이스라엘 안에서도 그의 반-노동 성향이나 반-민주주의적 태도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또 뻑하면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를 잡겠다는 이유로 민간인 거주지역이나 병원, 학교 같은 곳에 폭격을 가하는 것도 문제다. 그가 보여주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는 이슬람 문화권 전체를 자극하는 것이기도 하다. 안 그래도 부패와 반-민주주의적 태도로 내부에도 적이 많은데 아랍 국가에 둘러쌓인 이스라엘에서 너무 주변국들을 신경쓰지 않는 태도도 이래저래 문제가 많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네타냐후는 반-팔레스타인과 ‘안보는 보수’ 이미지로 버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2023년 10월 7일 아침, 팔레스타인의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기습 공격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원래 모든 로켓 공격을 차단할 수 있는 아이언 돔을 늘 자랑해 왔는데 이번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최소 2천 발 이상의 로켓이 발사되었다고 하는데 로켓 공격과 동시에 하마스는 트럭과 불도저, 패러글라이드까지 동원해서 가자지구 밖의 유대인 거주지로 밀고 들어왔다. 지금 현재 이스라엘 정부에서는 빼앗겼던 지역을 거의 다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중에서도 과격파에 속한다. 지금 이스라엘의 화력으로 하마스를 몰살시키지 못할 리는 없다. 그러나 전쟁이 전면전으로 가고 상황이 악화되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희생되면 이스라엘의 이미지가 악화될 것이다. 서방세계에 러브콜을 계속 보내는 네타냐후 입장에서는 이런 이미지가 생기는 게 썩 좋은 일은 아니다.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포로로 잡은 이스라엘 사람들도 문제다. 팔레스타인에서는 150명 정도의 포로를 잡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유 없이 구속, 구금된 팔레스타인 사람 5천 명과 포로 교환을 요구하고 있다. 네타냐후가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지만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니. 생각보다 하마스가 계획적으로 일사분란하게 행동했다는 점에서 전면적으로 붙었을 때 이스라엘이 생각만큼 빨리 끝낼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예측도이야기되고 있다. 또 하마스가 보여주는 태도를 보면 예전에 비해 팔레스타인 사람의 희생을 딱히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느낌도 든다. 이스라엘이 막상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다 죽이거나 하마스를 몰살시킨다고 해도 통신이나 전기, 가스는 커녕 수도조차 없어서 오염된 물로 생활을 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을 재건하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이스라엘이 오랜기간 전쟁을 통해 가지게 된 군사강국, 정보강국의 이미지가 깨졌다는 것도 한 가지 기록할 만한 것이다. 아이언 돔과 모사드로 대표되는 이스라엘의 군사강국 이미지와 네타냐후의 ‘안보는 보수’ 이미지가 재래식 로켓과 트럭에 의해 깨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만약 이스라엘이 이 문제를 진압하고 사태를 진정시킨다고 해도 이전의 이스라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래저래 이스라엘 그리고 네타냐후에게는 안 좋은 결과가 될 것이다. (그리고 예상 외로 이번 전쟁을 통해 첨단무기나 정보에만 의존해온 최근의 군사적 경향에 대한 반성이 각국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도 이 이야기가 나올까 두렵다.) 다른 나라들의 태도 1 미국에서는 유대인 셀럽들을 중심으로 해서 팔레스타인을 비난하는 말을 쏟아내는 분위기인데 미국 외의 지역에서는 이런 미국 셀럽들을 비난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다. 미국 정부에서는 일단 무기는 지원하지만 군대를 파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부분은 조금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 미국 국내의 정치, 경제 사정이 지금 썩 좋지도 않거니와 미국과 이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걸 생각하면 미국도 지금의 사태가 썩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참전을 할 경우, 혹은 미국의 무기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학살할 경우, 아랍 여러 국가들이 대놓고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해 반대 행동 같은 것은 안 하겠지만 미국에 대해 반감을 가지게 될 것은 분명하다. 전쟁이 확대되는 것이 전세계적으로 결코 좋은 일도 아니고 미국도 전쟁에 참여하는 것도 이래저래 실리적으로 그리 좋은 결정이 아닐 게 분명하지만 사람일은 또 모르는 것이니.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여러 국가들의 경우, 팔레스타인 편을 든다고는 예전부터 말해왔지만 팔레스타인 문제에는 별로 참견을 안 하는 분위기다. 만약 같은 이슬람 문화권이니 팔레스타인을 돕겠다고 했다면 애초에 문제가 이렇게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석유를 비롯한 자원의 가격이 계속 불안정했기 때문에 중동의 여러 나라들은 각자 자기 나라의 경제 살리기, 미래 경제 계획에 집중하는 분위기이고, 딱히 다른 나라 문제에 참여하고 싶어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니 갑자기 제5차 중동전쟁이 일어난다고 한들 이상할 게 있겠냐 싶을 수도 있고, 수니파니 시아파니 이야기하며 옛 이슬람 이야기까지 꺼내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랍 여러 국가들은 각자 자기 나라의 경제 살리기, 미래 계획 세우기에 몰두하고 있고, 숙적이라고 하는 이집토도 오랜 시간을 두고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하고 있는 지금, 하마스의 군사행동을 아랍 국가들이 과연 반길까 싶은 느낌이 든다. 미국도, 사우디 아라비아도, 이집트도, 이란도, 지금의 사태를 썩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 입장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이 문제가 미국-이스라엘을 두고 전세계가 찬반으로 갈려 진영이 만들어지는 상황으로 가는 것이다. 차라리 이럴 때는 인도주의라는 원칙을 천명하고, 비록 하마스가 먼저 공격해서 벌어진 사태이긴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동안 겪어온 차별과 억압을 이야기한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든다. 외교관계가 비정하다고는 하지만 의외로 원칙을 명확히 세우고 그것을 계속 고수하면 그것이 통하는 곳이기도 하다. 끊임없는 정세 파악과 기민한 대처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외교는 원칙이나 중요하게 지키는 가치가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다. 이제 와서 가치를 따지기가 뭣하다면 전쟁에 대한 입장표명이라도 좀 천천히 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한국 외교부는 이미 팔레스타인에 대한 규탄 입장을 밝혔다(민중의소리.2023.10.08.). 2 최근 한국에서 새로 국방부 장관이 된 신원식은 힘에 의한 평화를 운운하고 있다. 압도적인 힘을 가져야 평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초강대국 미국도 온전한 평화를 이루지 못하는데 한국이 어떻게 압도적인 힘을 가진다는 것인지 의문이지만, 애초에 압도적인 힘에 의한 평화라는 게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 이번 이스라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평화는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다. (한국의 중년 남자들은 삼국지 같은 걸 좀 끊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언제부터인가 합법적인 시위, 비폭력 투쟁 같은 것들이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온실 속의 화초 같이 자란 도련님들이나 할 생각이다. 협상 기회조차 박탈당한 약자에게 평화적인 비폭력 투쟁은 사치일 수 있다. 너무 과격하고 잔인한 방식이라는 말은 할 수 있어도 하마스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친 이스라엘 세력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 유아들을 참수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트릴 동안 우리가 외면해온 팔레스타인의 어린이들, 지난 10년 동안 사망한 2천 명 넘는 팔레스타인의 유아들은 무엇이 되는가? 2천 년 전에 자기 조상들이 살았다는 이유로 원래 살던 사람을 추방하고 죽이는 것을 외면해온 사람들이 이 일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있을까? 처절한 슬픔을 뒷전에 두고 방식이 잔인하고 과격하니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얼마나 알량한가! 협상을 거부당한 후 모든 것을 차단당하고 포위당해 생존 조차 겨우 하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평화적인 방식을 운운하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가!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불러온다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그 동안 왜 이스라엘에는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는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미국과 유럽 백인들이 중재해줘야만 평화로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의 투쟁 자체를 비난하거나 섣부른 양비론을 들이미는 태도는 배격해야 한다. (버니 샌더스의 트위터. 나는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의 이스라엘에 대한 끔찍한 공격을 절대적으로 비난합니다. 이러한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양측의 무고한 사람들이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끝나야 합니다. - 틀린 말은 아니지만 참 속 편한 소리다.-)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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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원하며 1 -분쟁의 역사와 기원
캠페인즈팀 영상을 통해 직접 캠페이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사진출처 BBC코리아.2023.10.08.) 고대 역사 1 한국에서 고대는 늘 숭배의 대상이거나 비웃음의 대상이 되곤 한다. 중간이 없고 극단적인 평가를 계속 오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 구약성서 또한 그러하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 중에는 성서의 내용을 극단적으로 믿는 사람들이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고, 그에 대한 반감으로 구약성서 자체를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도 많다. 구약성서에 나온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는 아브라함을 시작으로 하여 그 후손인 요셉 시절부터 이집트에 가서 살다가 노예가 되고 또 탈출을 하고 광야에서 떠돌다가 정착해서 살았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했다는 이야기에 대해 고고학적인 근거는 없으므로 이를 덮어놓고 믿는 것도 문제겠으나, 고고학적인 근거가 없거나 희박하다고 해서 고대의 문헌을 조롱거리로 삼는 태도도 사실 썩 좋은 태도는 아니다. 어차피 고대에 대한 자료는 한정적이고 우리는 그 부족함 안에서 이 자료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신화는 일종의 상징이다. 이스라엘 민족의 수탈과 이집트에서의 탈출에 대해 지금 그것을 진짜라고 믿는 학자는 아무도 없고, 이집트 문명과의 큰 충돌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도로 발전한 이집트 문명이 서아시아 땅, 그 중에서도 이스라엘 지역에 살던 사람들에게 전해졌을 때의 충격이 그만큼 강렬했다고 해석하는 게 옳을 것이다. 12사사가 다스리던 시대를 지나(사사기) 사울 왕을 중심으로 하는 부족연맹 정치 시대를 지나 다윗, 솔로몬으로 이어지는 이스라엘 왕조가 있고, 이후에 이스라엘 왕조가 북쪽의 이스라엘 왕국과 남쪽의 유다왕국으로 분열된다. 일종의 남북국 시대인데 고고학적으로 실존이 확인되는 것은 이때부터다. 이후에 바빌론 제국이 이스라엘 지역을 점령해 ‘예후드’라는 이름으로 편입했고(예레미야, 에스겔), 그 다음은 페르시아 왕국이 이 지역을 점령했다(에스라, 느헤미야, 에스더). 그 다음에는 알렉산더 대왕으로 대표되는 그리스 문화가 이 지역을 오래 지배했는데 그 동안 이 지역은 코엘레 시리아라 불렸다. 알렉산더 대왕이 젊은 나이에 사망하면서 후계자를 명확히 지목하지 않고 ‘가장 강한 자’라고 말하는 바람에 알렉산더 대왕의 영토는 셋으로 분열된다.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메소포타미아의 셀레우코스, 마케도니아의 안티고노스가 제국을 나눠가졌는데 이 중 이스라엘 지역을 다스린 것은 셀레우코스 제국이다. 셀레우코스 제국이 약화, 분열되자 유대인들도 독립운동을 벌였는데 그 대표가 하슈모나이 왕국이다. 마카베오 가문이 주도한 독립운동이라서 마카베오 왕조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시대의 기록인 <마카베오서>는 개신교에서는 성서에 포함을 시키지 않고, 가톨릭에서는 성서에 포함을 시킨다. 그 다음은 로마가 이곳을 점령한다. 이 때의 나라 이름을 헤로데 왕국, 왕을 헤롯 왕이라고 부르는데 실제로는 이름만 왕이지 식민지의 현지인 총독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신약성서의 배경 - 예수의 탄생과 공생애, 승천 - 이 바로 이 시대다. 유대인들은 다신교를 믿는 로마인들에게 통치받는 것을 매우 기분 나쁜 일로 받아들였고 크고 작은 독립 운동을 벌였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유대인들은 마지막에 신이 그들을 심판할 것이라고 믿었다. 예루살렘의 성소에 로마 군인들이 들어갔을 때 유대인들은 산이나 나무, 성벽에 올라가 이제 저들이 신의 벼락을 맞고 죽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로마 군인들이 성소 안의 유물을 싹싹 긁어서 여유롭게 나오자 유대인들은 신이 자신들을 버렸다며 통곡을 했다. 이 이후 유대인들은 흩어져 살기 시작했다. 이것이 기원후 100년 정도까지 유대인들의 역사다. 2 유대인들은 가깝게는 유럽에서부터 멀게는 중국까지 진출해서 살았는데 송나라의 수도 개봉부에도 유대인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고, 청나라 때에도 외모는 중국인의 외모가 되었지만 유대인들은 자기들의 전통을 지키며 살고 있었다. (1907년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실린 개봉부 유대인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유대인은 혈통적인 개념이기도 하지만 종교적인 개념이기도 해서 유대교를 믿으면 유대인으로 친다. 이를 두고 유대인들이 특이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런 생각은 유라시아 중앙부 지역에 널리 퍼져있는 사고방식이다. 유라시아의 양 끝에 사는 동북아인들과 서유럽인들이 유독 고대부터 혈통을 강조해왔다고 생각하는 게 더 맞을 수도 있다. 유대인을 살던 지역에 따라 분류하기도 한다. 동부~중부 유럽에 걸쳐 살던 유대인을 아슈케나짐, 이베리아 반도(스페인, 포르투갈)에 살던 유대인을 스파라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걸쳐 살던 유대인을 미즈라힘이라고 하는데, 전통과 예법이 거의 똑같기 때문에 스파라딤과 미즈라힘을 합쳐서 스파라딤이라고 퉁쳐서 부르기도 한다. 현대 유대인의 대부분은 아슈케나짐이다. 생물학적인 연구에 따르면 아슈케나짐은 유대인 부계혈통에 동부, 중부 유럽에 살던 여러 민족의 모계가 합쳐져서 이어져오는 유대인이라고 한다. 우리가 아는 거의 대부분의 유명한 유대인들-알버트 아인슈타인, 프란츠 카프카,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등-이 아슈케나짐이다. 3 로마 시대 이후 유대인들이 유럽에서 탄압을 받으며 살았다는 이야기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서 보이듯이 유대인은 고리대금업과 탐욕으로 상징되는 존재들이었지만 사실 이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예수를 죽음으로 내몬 이들이 유대인들이기 때문에 유대인들에 대한 혐오가 강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중세 시대 유대인들에 대한 혐오가 근대로 넘어와 국가주의, 민족주의 성격의 혐오로 바뀌면서 1800년대 이후 동유럽, 중부 유럽 각지에서는 유대인을 추방하거나 박해하는 여러 사회적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를 헤프헤프 폭동(Hep-Hep-Krawalle)이라 부른다. 나폴레옹의 몰락 이후 프랑스 혁명이 가져온 자유주의 열풍이 반격을 당하며 유럽 전역의 내셔널리즘과 권위주의가 고조되었는데 그 여파로 피해를 본 집단 중 하나가 바로 유대인인 것이다. 독일부터 지금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지방 전역에서 이 헤프헤프 폭동이 일어났는데 이 중에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주도한 것도 많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도 많았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유대인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을 떠나 언제는 독일로, 또 언제는 헝가리로, 또 언제는 우크라이나로 계속 옮겨다니며 살게 되었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에 대해 어떤 평론가들은 마조히즘적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카프카의 소설 전반에 깔려 있는 이유 모를 불안과 공포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카프카의 극성스럽고 변덕스러운 부친 때문에, 사회적으로는 헤프헤프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카프카가 어렸을 때,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누군가가 두들겨맞거나 집이나 점포가 방화범죄를 당하는 모습을 자주 보고 살았기 때문이다.) 이런 유대인 박해의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 드레퓌스 사건이다. 프랑스의 유대인 장교 드레퓌스의 필체가 간첩의 필체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힌 사건으로 프랑스 전체가 반으로 갈려 싸우게 되었는데, 이 일은 유대인들에게도 자신들의 억압을 폭팔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갈등의 기원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유대인들 사이에서도 자신들만의 정치적 결사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조상이 먼 옛날 살았다는 가나안 땅으로 돌아가 우리만의 나라를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유대민족주의를 시온주의, 시오니즘이라고 부른다. 예루살렘에 있는 시온산(Mt.Zion)에서 유래했는데 예루살렘의 상징 같은 것이다. 많은 경우 시나 노래에서 시온산은 핍박받는 이들이 돌아갈 곳을 상징한다. 1970~80년대를 풍미한 흑인 댄스 음악 그룹으로 우리에겐 <징기스칸>이나 <원웨이티켓>으로 유명한 보니엠(BoneyM)의 노래 중에 <바빌론 강(Rivers of Babylon)>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복음성가로 불려온 시온산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는 노래다. By the rivers of Babylon, 바빌론 강가에 there we sat down 우린 앉아 있었어 Yeah, we wept, 우린 울었어 when we remembered Zion 시온산을 떠올릴 때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와 같은 시대에 활약했던 사회주의자 중에 모세 헤스(Moshe Hess, 1812~1875)라는 사람이 있었다. 모세 헤스의 사상을 노동시온주의라고 한다. 모세 헤스는 사회적 평등이 필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도덕적인 전제 위에서 사회주의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칼 맑스나 맑시스트들은 그를 추상적이라고 비판했다. (맑스의 『독일 이데올로기』에도 헤스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그는 유럽 사회에서 유대인이 유럽인과 동화될 가능성은 전혀 없으며, 유대인은 자신의 민족성을 부정함으로써 다른 민족의 경멸을 불러왔다고 생각했다. 역사는 인종과 민족간의 투쟁의 역사이고 유대인은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의 국가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1860). 모세 헤스는 유대교는 위대한 신앙 재흥운동을 통해 부활해야 하며 그 어떤 유럽 철학/사상의 결합, 영합은 있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지금은 그를 시온주의의 시작이라고 평가한다. 시온주의는 드레퓌스 사건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운동으로 발전하게 된다. 오스트리아-헝가리의 기자 테오도어 헤르츨(Theodor Herzl, 1860~1904)가 처음으로 유대인 국가 건설을 외국에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1897년 제1차 시오니즘 회의를 열고 이 회의를 헤르츨이 주재했기 때문에 지금도 헤르츨은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기도 한다. 1917년, 밸푸어 선언이 나왔다. 당시 영국의 외무장관 아서 밸푸어가 영국의 유대인 대표인 월터 로스차일드(Walter Rothschild, 1868~1937)에게 보낸 짧은 편지로 사실은 선언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처음으로 유대인 국가 건설을 약속한 공인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겠다. 1917년 11월 2일 로츠차일드 경, 폐하의 정부를 대표하여 내각에 제출되고 승인된 유대인 시온주의자들의 열망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선언을 전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폐하께서는 팔레스타인에 유대인들을 위한 국민의 집을 설립하는 것을 지지하며,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팔레스타인 내 기존 비유대인 공동체의 시민적, 종교적 권리 또는 다른 나라에서 유대인들이 누리는 권리와 정치적 지위를 침해하는 어떠한 일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약속이 있기 전인 1915~1916년, 영국의 이집트 주재 고등판무 헨리 맥마흔(Henry McMahon, 1862~1949)이 아랍의 지방 호족 중 한 명인 후세인 빈 알리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오스만제국이 붕괴되어도 그 지역 영토들의 자치독립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애초에 영국은 유대인들과도 아랍인들과도 약속을 지킬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밸푸어 선언에 대한 소식을 듣자마자 팔레스타인 이주를 시작했다. 갑자기 유대인들이 밀고 들어와서 땅을 사들이고 선주민들을 추방하기 시작하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물론 아랍인들까지 이에 대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영국은 스리슬쩍 이 문제에 발을 빼면서 알아서들 하시라는 식으로 모르쇠로 일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랍 땅에서 긴장감이 고조되다가 무력충돌까지 벌어졌을 때, 아돌프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이 벌어졌다. 2차 세계 대전이라는 대혼란이 끝난 후, 미국과 서유럽 각국은 유대인들에 대한 미안함(?)의 표시로 이스라엘을 국가로 승인하게 된다. 1948년 5월 14일의 일이다.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원하며 2 - 이스라엘 수립 이후와 지금‘으로 이어집니다.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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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국제교류 시리즈2] 세 여성들, 바둑 국제교류에 앞장서다(1)
<더 글로리>에서 당당하게 바둑을 두는 송혜교가 멋있었다면, 여기 출중한 실력에 여성 바둑계 뿐 아니라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몽골 등 전 세계를 누비며 바둑교류에 힘쓰는 여성들이 있다.  <한국여성바둑연맹> 이광순 회장은 전국 지부를 방문 후원하고 몽골, 일본, 대만 등 여러 국가와 교류를 통해 여성들이 더 많이 바둑을 접하고 사랑하도록 돕는다. <대만바둑교육발전협회> 장샤오인 사무총장은 대만과 한국을 오가며 또 유럽 등 전 세계를 다니며 바둑교류를 이끌고 있다. <아시아바둑연맹> 김향희 사무총장은 아시아권을 대표하여 여러 국가들과 또 유럽 및 아메리카 등 다양한 나라에서 바둑을 전파하고 있다.  바둑 국제교류 시리즈 두 번째와 세 번째 편은, 바둑의 국제교류를 이끄는 세 명의 여성들을 조명해 보았다.  <한국여성바둑연맹> 이광순 회장 Q. 백아인(이하 동일): 안녕하세요, 이광순 회장님.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알게 되는 분들을 위해 <한국여성바둑연맹>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이광순 회장 (이하 동일) : <한국여성바둑연맹>(이하 ‘연맹’) 은 “소통과 공감의 중심!”이라는 캐치프라이즈로 전국 32개 지부회원들의 화합과 친목을 도모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1974년 전신인 ‘한국여성기우회’로 발족했으니, 올해로 벌써  50년이 되고, 저는 제 33회 회장 이광순입니다.  Q. 연맹이 50년이나 된다니 역사가 꽤 오래되었군요. 어린이들은 바둑학원에 가고, 남자들은 기원 등 배울 수 있는 창구가 많은데, 여성들은 그렇진 못하잖아요.  A. 맞아요. 여성분들이 편하게 모여서 함께 배우고, 서로 친교도 쌓고, 리그전으로 실력도 쌓을 수 있는 공간이 흔치 않죠. 그래서 <한국여성바둑연맹>이 그런 쉼터가 되고 자기 계발, 혹은 취미를 공유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일환으로 ‘연맹’에서 각종 바둑대회, 교류전, 명사초청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바둑을 배우거나 바둑을 두고 싶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회원이 되어 강좌도 듣고 각종 대회에도 참가할 수 있지요. Q.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네요. 생각해 보면 여성들이 바둑을 접하게 되는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회장님도 아마추어 바둑계 실력자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바둑을 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처음에는 아들이 7살 때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활동으로 바둑을 배워왔는데, 아이와 함께 대국을 해 줄 사람이 없어서 배우게 됐어요. 아이한테 바둑에 대한 흥미를 주는 겸해서 시작했는데, 어느새 제 취미가 되었고, 지금은 이렇게 연맹을 위해 일하고 있네요. Q. 아드님은 그럼 아직도 바둑을 즐기고 있나요?  A. 아들은 지금은 바둑을 배우지 않아요. 게다가 저한테 2점 접바둑을 두니까, 저보다 하수지요. (웃음) 바둑과 더 연이 이어진 건 저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웃음) 아드님보다 더 성장하신 거네요. 상당한 고수신 거 같은데, 바둑을 따로 배우진 않으셨나요?  A. 바둑을 잘하고 싶어서 명지대 바둑학과 최고위과정에 다녔답니다. 그때 초지회(初志會)라는 바둑모임에서 스승이셨던 양상국 프로9단이 명지대 최고위과정이 있다고 더 공부해 보라고 추천해 주셨어요. 덕분에 바둑계 전반적인 사회생활과 인격형성에 도움을 받았어요.  그 기회가 없었다면 저도 연맹에서 활발히 활동하지 못했겠죠. 감사한 부분입니다.  Q. 명지대 최고위과정이 지금 활동하는 데 큰 발판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근데, 한국 뿐 아니라, 국제적인 활동도 기획 진행하셔서 놀랐어요. 작년 몽골에서 여성 아마추어 국제교류전을 치루었는데 그 진행과정 등을 알고 싶어요.  A.  <몽골국제바둑대축제>였죠. 작년 2022년 8월19일부터 24일까지 5박6일간 몽골 훈누캠프에서 회원 82명과 몽골현지인, 또 교민들 등 교류전을 하는 행사였어요.  바둑사의 레전드이신 조훈현 국수님도 오시고,  ‘몽골 바둑협회 회장’ ‘퉁갈락’을 명예회원으로 영입하기도 했고요. 또 우리 회원들은 직접 몽골인들과 대국을 했습니다. 바둑으로 대국을 한번 하면 평생친구가 되기 마련이죠.  Q. 대국을 한번 하면 평생친구가 된다고 하는 말씀이 크게 공감이 가네요. 그때 본 한국인과 몽골인들의 바둑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해요.   A. 언어와 문화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지만, 바둑에 대한 열정도와 집념은 매우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실력이 좋은 어린이들도 참가해서 몽골 바둑의 미래가 밝다고 느꼈습니다. 몽골에서도 실력 향상을 위해 바둑 전문인들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의 바둑인들이 몽골에서 바둑으로 교류도 하고 교육 혹은 대회를 열어도 좋을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활동도 궁금한데요. 연맹에서 앞으로 진행할 국내 혹은 국제 교류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올해 남은 기간 동안에도 ‘강릉난설헌배’, ‘섬섬여수 대축제’ 등 굵직한 행사가 기다리고 있어요. 작년엔 몽골이었다면 이젠 대만, 태국,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의 여성 바둑인들과 교류하고 서로 문화를 접하며 이해의 통로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바둑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A. 제 삶을 안정되게 보살펴주는 인생의 동반자예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지요. 또 바둑의 전략과 전술이 실생활에도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요. 무슨 일이 생길 때도 당황하지 않고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서, 실수하지 않고 최선의 수를 찾으려고 하지요.  <대만바둑교육발전협회> 장샤오인(張曉茵) 사무총장  Q. 백아인(이하 동일) : 안녕하세요. 장샤오인 사무총장님, 활동이 굉장히 폭넓고 활발하신데, 일단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A. 장샤오인 사무총장(이하 동일) : 안녕하세요. <대만바둑교육발전협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장샤오인입니다. 한국 친구들은 장효인이라고 불러요.  Q. 현재 사무총장으로 계신 <대만바둑교육발전협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가요? A. 주된 업무는 바둑 교육을 확산시키고, 바둑 선생님을 양성하거나, 바둑 교육 연구 강좌 개설, 국제 교류 활동 등을 진행해요. 작년부터 지금까지 20여 회 바둑 선생님 연구회를 개최했고, 200여 명의 선생님들이 참여했어요. 바둑 선생님들이 서로 교류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거죠. Q.  대만 바둑 교육을 위해 바둑 선생님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게 해 주는 협회라고 볼 수 있겠네요. 국제 교류 활동은 어떤 게 있을까요?  A. 대만과 중국 본토, 한국, 일본, 싱가포르, 태국, 미국, 유럽 등을 포함한 활동이에요. 대만 학생들이 해외로 나가서 국제적인 시야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또 각국의 바둑 친구들이 대만에 오는 것을 기꺼이 환영합니다.  Q. 장샤오인 사무총장님도 아마추어 바둑 고수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바둑을 접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A. 7살 때 친오빠인 장화이이(張懷一; 대만 프로3단)와 함께 바둑을 배우기 시작해, 11살 때 아마 1단이 되었지요. 그러다 보니 바둑을 계속 놓지 않았죠. 2000년에는 제1회 대만 여자 바둑 오픈전 7위를 했고, 2001년에 제1회 대만 여자 바둑 초청전에 초대되었어요. 2002년에 아마 5단이 되면서 바둑교육 확산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2016년에는 중국의 기성 녜웨이핑(聶衛平) 9단의 문하생이 됐고요. 2021년에는 한국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하고 바둑학과 강사로 재직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바둑이 저를 기른 셈이 되었지요.  Q. 한국어도 능통하시고 한국과의 인연의 끈이 진한 것 같아요. 혹시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으실까요?   A. 처음 해외에 나온 게 한국이었어요. 어렸을 때 1992년 엄마 손에 이끌려 오빠와 한국에 와서 우쑹성(吳淞笙오송생) 9단에게 바둑을 배웠죠.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2014년, 2015년, 2016년에는 대만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에 와서 ‘국수산맥배 청소년 바둑제’와 ‘한중일대만 대학생 바둑대회’에 참가했어요. 명지대학교 바둑학과와도 교류가 빈번해서 2015년, 2016년, 2019년에는 남치형 교수, 김진환 교수, 정수현 교수를 초대해서, 우리 협회에서 주최한 바둑 국제 학술 연구회와 학생 바둑 단체전에 참여하도록 했어요. 2021년 3월에는 한국 명지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여성바둑연맹> 명예회원이 되었죠.  Q. 그런 깊고 오래된 인연이 있었네요. 장샤오인 사무총장님은 많은 국제활동도 하고 계신데, 최근 활동 중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나요? A. 올해 2023년 5월, <대만바둑교육발전협회> 장쟈오펀(張昭焚) 회장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게 최근 일 중 가장 기억에 남아요. 먼저 신안 바둑대회에 참가하고, 이세돌 바둑 기념관을 구경했지요.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충암 바둑 도장, 한국 기원과 한종진 바둑 도장도 방문하여 교류를 다졌습니다.  Q. 이 교류의 목적이나 의의가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나요?  A. 함께 온 대만의 선생님들과 학생들 모두 많은 것을 배우고, 바둑 세계에 대해 눈을 크게 뜨게 되었어요. 이전에는 대만과 한국의 교류가 주로 프로 기사 대회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이번 방문단은 대만과 한국의 아마추어 바둑 교류를 증진시켰다는 것이 의미있었습니다. 학생들과 아마추어 바둑애호가들이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거죠. 또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서울특별시 바둑 협회와 친선 교류 협정을 맺었어요. 앞으로도 양국 교류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좋은 교류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봅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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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국제교류 시리즈1] 타이완과 한국의 바둑 교육 교류
2023년 7월 10일부터 8월 10일까지 뜨거운 여름 한 달간 타이완(台湾) 남쪽  타이난(台南)  신화구(新化區)에서 특별한 국제 교류가 있었다. 세계 유일 바둑학과가 있는 대한민국 명지대 재학 중인 정백희(鄭百希) 학생이 타이완 바둑학원 '동심원기원(同心圆棋院)'에서 타이완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이 일은 <동심원기원>의 천치오우홍(陳秋宏) 원장의 아이디어, 그리고 타이완바둑교육발전협회 장샤오인(張曉茵) 사무총장의 협조와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김진환 교수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한국의 바둑 교육과 타이완의 바둑 교육의 교류가 직접 만나는 지점이었다.  이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직접 천치오우홍 원장과 정백희 학생을 각각 만나보았다.  <동심원기원> 천치오우홍 원장과 일대일 인터뷰 Q. 백아인(이하 동일):  안녕하세요. 어제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바둑 남자 개인전 부문에서 타이완의 쉬하오홍(許皓鋐)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네요. 우선 축하드립니다.  A. 천치오우홍 원장 (이하 동일): 한국의 신진서 선수도 동메달을 받은 것을 축하드립니다. 아시안 게임에 바둑이 채택된 것을 계기로 아시아에서나 전세계에서 바둑이 더 주목받길 바랍니다. Q: 아시안 게임은 국가간의 교류였다고 한다면, 천치오우홍 원장님께서는 민간에서의 국제교류를 기획하신 것으로 아는데, 명지대 학생을 초청하여 학원 아이들을 가르칠 생각을 어떻게 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 올해 5월 타이완바둑교육발전협회 장샤오인 사무총장이 주선한 교류활동을 통해 한국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전라남도 신안군청 김종민 주무관의 초청으로  <제2회 1004섬 신안 전국 아마바둑대회>와 이세돌9단의 고향인 비금도를 방문했습니다. 또 명지대 바둑학과를 방문해 김진환 교수를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우리 바둑 학원 <동심원기원> 학생들도 이국 문화와 바둑 교육을 접해, 자극을 받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방학을 이용해 기력을 쌓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죠.  Q. 누구도 그런 생각을 못했으니, 일종의 큰 모험이었던 것 같은데요.  A. 다른 타이완 선생님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저처럼 직접 실행할 엄두를 못 냈을 뿐이죠. 제가 일종의 모험을 한 것은 맞습니다.  Q. 그렇다면 다른 분들에게 천치오우홍 원장님의 경험이 참고가 될 것 같은데요. 명지대 학생을 초빙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을까요?  A. 두 가지 난관이 있었는데, 첫째는 비용 문제였습니다. 저는 숙박을 제공하고 수업료를 제시했습니다. 타국에서 살아보는 경험이 대학생들에게는 매력적일 거라고 기대했지요. 대만은 한국보다 물가가 싸기 때문에 생활비도 많이 들지 않거든요.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제가 제시한 조건에 그다지 마음이 끌리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다행히 정백희 선생이 저와 같은 마음으로 지원해 주었고, 좋은 인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Q. 두 가지 난관이 있었다고 하셨는데, 비용 문제 외에 다른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A. 언어 문제였죠. (웃음) 정백희 선생은 중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으니까요. 저 뿐만 아니라 타이완 아이들과 소통에도 어려움이 있었지요.  바둑은 직접 두면서 수담(手談)을 나눌 수는 있지만, 설명하려면 역시 언어가 동반되어야 하거든요.  Q. 언어 문제는 정말 어려운 문제인데요. 중국어를 잘하는 사람도, 바둑 전문 용어를 사용해서 또 아이들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건 쉽지 않을 테니까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A. 우리는 AI 번역 어플을 통해 소통을 했습니다. 또 기본적인 바둑 전문 용어를 정백희 선생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집’, ‘날일 자 걸침’ 이라든지 ‘적의 급소가 나의 급소’ 같은 바둑 명언이죠.  Q. 정백희 선생님을 초청한 것이 학원과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A. 큰 도움이 되었지요. 무엇보다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가르치는 방식을 도입하게 되었는데, 아이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AI로 자신의 기보를 기록하고, 복기를 하며 자신의 문제를 고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AI 바둑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인공지능과 바둑 - 백아인의 토론 | 캠페인즈 (campaigns.do) 참조 Q. 타이완과 한국의 바둑 교육이나 문화 차이가 느껴졌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타이완에서는 학생들의 평등한 발전에 주안점을 두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개인의 기재(棋才: 바둑을 두는 재능)에 중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비슷한 수준의 사활문제를 풀게 하는데, 정백희 선생은 기력이 좋은 아이에게는 더 어려운 사활문제를 풀게 해야 한다고 제안해 주었거든요. 개인에 맞추어 수준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는 제안이었지요. Q. 그 밖에 정백희 선생님에 대해 인상 깊은 부분이 있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요즘 젊은이들과 달리 굉장히 예의바르고, 표정변화가 별로 없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바둑을 배우면서 익힌 성품인 것 같더군요. 또 정백희 선생은 타이완 음식을 무척 좋아하더군요. 대부분 한국인의 입맛에 맞고 자연식이라 건강에도 좋고요. 매일 타이완의 밀크티를 마시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Q. 타이완 음식과 밀크티라면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정백희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정백희 선생이 대학교 학업을 끝까지 잘 마치면 좋겠습니다. 제가 한국에 가면 꼭 만나고 싶고, 그땐 제가 손님이 되겠네요. (웃음)     명지대 바둑학과 정백희 학생과 일대일 인터뷰 Q. 백아인(이하 동일) : 안녕하세요.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한국에서 드디어 뵙게 되네요. 7월에 한 달 동안 타이완 <동심원기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셨다고 들었습니다. 칭찬이 자자하던데 역시 듣던 대로 매우 예의바르신 분인 것 같아요.  A. 정백희(이하 동일) : 안녕하세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Q. 천치오우홍 원장님이 한국 학생을 부르는 것도 모험이었지만, 역으로 정백희 선생님도 연고도 없이 타이완에 가는 일이 큰 모험이었을 것 같아요. 지원한 동기나 계기가 있을까요?  A. 항상 부모님께서 말씀하시길 해외로 나갈 기회가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가 보라고 하셨어요. 저도 평소 해외 경험을 쌓고 싶었기 때문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타이완에 간다고 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거나 주변 반대가 있었나요?  A. 부모님 외에 주변에서 반대가 많았어요. 시설과 환경이 열악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해 주었어요. 그러나 다신 없을 경험이기에 가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움이라면 처음으로 해외에 나가는 것이라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아서 준비하는 데 오래 걸렸어요.  Q. 타이완에 가서 타이완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나요?  A.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너무 힘들었어요. 처음엔 영어로 소통을 하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간단한 중국어 단어 몇 개로 소통하면서 알려주는 게 최선이었어요. 그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해요. 더 가르쳐 주고 싶어도 언어 때문에 벽에 부딪혔던 거요.  Q. ‘동심원기원’에서 좋은 점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을까요?  A. 좋은 점은 천 원장님께서 제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주셔서 수월한 부분이 있었어요. 이전부터 계속해 오던 방식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제가 건의하자마자 다음날 바로 실천해 보자고 하시고, 실행하시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한편으로 감사했어요.  Q.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건의하셨나요?  A. AI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AI 정석과 포석으로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어요. 또 사활 문제도 아이들이 실력에 비해 쉬운 사활을 풀고 있길래 난이도를 높이자고 했고요. 그때가 타이완에 도착한 지 며칠 안됐을 때였는데, 절 믿고 거침없이 수용해 주시고 바로 실행해 주셔서 놀랐어요. 덕분에 가르칠 때 바로 바로 AI를 쓸 수 있어서 편하기도 했고요.  Q. 타이완 아이들은 어땠나요? 가르칠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두셨나요?  A. 한국 아이들보다는 조용했던 거 같은데, 제가 외국인이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웃음) 중점을 둔 것은 천천히 생각하면서 두는 거예요. 제 생각에 바둑의 매력은 ‘생각하는 것’에 있다고 보거든요. 다음 수를 어디에 놓으면 좋을까 생각하고, 상대의 수를 예상해 보고 하는 생각하는 힘이요. 그런데 아이들은 바둑을 둘 때 손이 빨리 나가기 쉬워요. 그때마다 한 명 한 명 계속 지적을 해 줬어요.  Q. 듣기로는 타이완 밀크티를 무척 좋아하셨다고 하던데요? A. 네, 밀크티가 무척 맛있어서 매일 마셨어요.(웃음) 과일도 정말 싸고 맛있었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경험도 많이 한 것 같아요. 천 원장님과 주말 등산을 간다든지, 오토바이를 타고 해변에 간다든지. 또 가오슝이나 타이페이도 가 보고요.     Q. 타이완에서의 한 달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어떤 것이었나요?  A. 가오슝의 바둑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중국룰도 제대로 숙지를 못해서 스스로 계가도 못하는 사람이 우승하니까, 같은 조 아이들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어요. 그때 받은 우승 트로피는 ‘동심원기원’에 기증했고요. 상금도 받았어요. 또, 가르치던 아이들이 단급이 올라가는 것을 보는 게 무척 보람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었어요. Q. 다시 타이완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은 생각이 있으신가요? 그때는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A. 다시 기회가 생긴다면 꼭 가고 싶어요. 지금도 꾸준히 언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싶어요.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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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잼버리 대회에 대한 단상
1 한국의 인종주의를 옛날부터 GDP인종주의라고 부르곤 한다. 단순히 피부색만으로는 정의되지 않는 한국만의 인종/국가 서열이 대체로 1인당 GDP를 적용하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겨레21.2020.05.02.) 이번 잼버리 대회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문제점은 내가 여기에서 굳이 또 지적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니 여기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는 이번 잼버리 대회와 관련된 보도를 쭉 보면서 어딘가 인종차별, 국적차별적인 냄새가 난다고 느꼈다.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고 구미권 국가들이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되었다는 느낌 말이다. 한국의 농촌과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보는 건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그리고 노동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산업 재해를 당하는 것도 자주 접하게 되었다. 2023년 3월 4일,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의 한 돼지 농장에서 60대 태국인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는 돼지 축사 안에 설치된 시멘트 벽 안에서 생활했는데 바닥으로는 돼지 분뇨가 흘러나왔고 벽 바로 옆에는 비닐에 싸인 돼지 사체가 놓여있었다. 이곳에서 10년 간 생활하다 사망한 그의 사인은 황화수소 중독으로 추정되었다. 동물의 배설물에서 나온 유독가스로 인해 사망한 것이다. 농장주는 그의 사체를 트렉터에 싣고 근처 야산에 버렸다가 발각되어 체포되었다. (한겨레.2023.03.08.) 2023년 5월 1일, 경남 양산의 한 공장에서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20대 노동자가 열탕에 빠져 사망했다. 열탕은 쇠파이프를 건조시킬 때 쓰는 것인데 내부 온도는 67도에 달한다고 한다. 작업 중 발을 헛디뎌 열탕 안에 빠지게 되었는데 공장의 직원이 50명이 안 되어서 공장주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아니었다. (kbc.2023.05.10.) 2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외국인 사망 사고는 그 숫자도 비율도 매년 계속 늘고 있는데 우리 정치권이 잼버리 만큼의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잼버리 대원들 중에 잘사는 나라 사람들이 많아서 더 주목을 받는 건가 싶은 느낌 말이다. 잼버리랑 이건 별개 아니냐고 해도 할 말은 없다. 이건 내 기분(ki-bun)이니까. (TheWorld.2015.06.17.) 스카우트 연맹에 가입한 사람이 가장 많은 국가는 인도네시아다(7.2%). 그 다음이 미국, 홍콩, 필리핀, 태국, 영국, 벨기에, 케냐 순서고 그 다음부터는 전체의 1%를 넘지 않는다. (한국은 0.5%) 그런데 이번 잼버리 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의 국적을 살펴보면 총 33,628명 중 일본이 가장 많은 6,651명을 차지했고 그 다음은 영국(3,939명), 스웨덴(1,873명), 미국(1,631명), 대만(1,217명), 네덜란드(1,021명), 독일(1,002명) 순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번 잼버리 사태와 관련해 영국과 미국, 프랑스 말고 다른 나라 참가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언론을 얼마나 봤나 싶다. 이게 내가 이번 잼버리 대회에서 느낀 인종주의, 국적주의다. 3 새만금에서 철수한 일부 잼버리 단원들이 충청북도로 건너간 모양이다. 김영환 충북도시자는 충청북도로 넘어온 영국 잼버리 단원 250명을 위해 1인당 한끼 3만 원의 식사비용을 책정했다. 다른 비용까지 합산해 충청북도는 이들에게 하루에 3천 1백만 원의 예비비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충청남도는 이들을 위한 식사비용으로 1인당 한끼 만 원을 책정했다. 기준은 없다. 그냥 도지사가 그렇게 정하면 그렇게 가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충북 청주시에서 발생한 집중호우 이재민의 하루 식사비는 8천 원. 이마저도 도에서는 전혀 지원하지 않고 청주시가 혼자 책임지고 있다. 기자들이 충북도에 왜 한끼에 3만 원이냐고 물으니 외빈이라서 그렇다는 답이 왔다고 한다. (오마이뉴스.2023.08.09.) 4 잼버리 활동 지역의 화장실이 지저분하다는 문제가 지적되자 전라북도에서는 공무원들을 강제 동원해 화장실 청소를 하게 했다. 전북 공무원 노조 관계자가 쓴 것으로 보이는 공지문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었다. 화장실은 최신 수세식이 아닌 일명 푸세식 화장실이었습니다. 11개국에서 온 외국 청소년들 눈에는 아프리카에서나 봄직한 풍경이었겠지요. (서울경제.2023.08.07.) 아프리카 남서부에 위치한 나미비아에서도 28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새만금에 왔다. 태풍과 폭염, 비위생적인 날씨로 속속 탈출하는 국가들이 생길 때, 한국에는 대사관이 없는 나미비아 청소년들은 그들이 나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잼버리를 주관하는 대한민국 정부,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전북도청은 이들을 신경쓰지 않았다. 이들을 발견하고 신경쓴 것은 잼버리와 전혀 상관 없는 경기도 용인시와 숲을 유아교육에 활용하는 단체인 ‘숲 유치원’이었다. 이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나미비아 청소년들을 위한 부식을 마련하고 새만금에서 나와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나미비아 청소년들은 이들에게 받은 부식을 같은 처지에 있는 트리니다드트바고에서 온 청소년들과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중앙일보. 2023.08.11.) 4 세계화를 부르짖지만 권위주의, 위계질서의식은 더욱 강화되는 느낌이다. K-POP을 동원하는 방식도 그렇다. K-POP을 만능통치약처럼 생각하는 배경에는 K-POP을 시작으로 한 “한국 컨텐츠가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라는 문장에 대한 기억, 그 이상은 없다.  한국 컨텐트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면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어느 정도의 인기를 끌고 있으며 왜 좋아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한국 정치권에서는 이런 분석을 하는 사람도, 이런 분석을 찾아보거나 받아들일 사람도 없어 보인다. 지금의 정부는 더더더더욱 그렇다. 왜 분석을 안 할까? 신자유주의적인 욕망에 미쳐서 돈만 되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불나방 처럼 달려드는 풍조도 원인이겠으나 또 하나 중요한 원인은 사회와 국가를 보는 수준 때문이기도 하다. 한 사회 안에는 각 주제별로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이 주제의 스펙트럼은 서로 무심하게 연결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생각은 언제나 두 개의 극점 사이의 어딘가이고, 이 점은 다른 사안의 점과 대체로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다. 이걸 인정하지 못하는 태도 속에선 정권이 백날 바뀐들 유능과 무능, 책임과 무책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사회의 다양성을 상상할 수 없다. 5 책임자의 무능으로 문제가 생기면 한국의 책임자들은 군인을 동원하거나 연예인을 동원한다. 태풍 피해 현장 속에서 안전장비도 없이 동원되었다가 사망한 한 해병대원의 죽음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K-POP 아티스트, 연예기획사가 자발적으로 출연을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 정부는 군인, 연예인 말고 전정권도 동원한다.) 연예기획사 하이브는 마지막날 공연 참석자들에게 BTS 포토카드 8억 원 어치를 나누어주었다고도 한다. 한국 가수가 만들고 부른 노래라고 해서 그것이 한국 정부, 국가의 소유물이 될 수는 없다. ‘자유’를 부르짖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프랑스 언론에서는 한국 정부의 연예인 동원을 두고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France24.2023.08.11.) 이제 프랑스 언론도 좌파 카르텔이라고 할 것인가? 5 불교에서는 인연(因緣)이라는 말을 한다. 원래는 인-연-과가 한 세트다. 인(因)은 원인고 과(果)는 결과, 연(緣)은 인과를 발생시키는 환경적 요인이다. 보통 바람이 인이고 파도가 과, 그리고 이 인과를 가능하게 한 물의 존재를 연이라고 비유해 설명하기도 한다. 이 세상은 무수한 인연과가 맞물려 돌아가는 곳이기에 이 세상 그 누구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게 불가의 가르침이다. 이 세상 무엇 하나라도 빠져버리면 이 세상은 모두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이를 화엄(華嚴)이라 한다. 이번 잼버리 사태라는 과의 인은 책임자의 무책임과 무능, 소위 ‘부유층’이라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이익 이외에는 아무 것도 신경쓰지 않는 졸부 근성, 이 두 가지일 것이다. 나는 이 인과를 가능케 한연은 공동체 속의 개인을 상상하지 못하는 다양성의 부재와 무분별한 사대주의 근성이라고 생각한다.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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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늪에 빠진 한국
이례적인 해프닝!?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동맹 70주년, 미국 국빈 방문에서 공동성명과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상회담 전 해프닝이 있었다. 백악관이 엠바고를 걸고 워싱턴 선언 백브리핑을 제공한 것이다. 대통령실도 뒤늦게 엠바고를 걸고 기자들에게 내용을 공개했다. 정상회담을 하기 전 중요 합의의 이름과 주요 내용을 공개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미국이 시작도 전에 다 끝난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니까 이렇게 행동한 것인지. 대통령실 도청에 대해서 항의하지 않았으니 이쯤은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단순 실수였던 것인지 알 수는 없다.(*윤석열 대통령은 NBC 단독 인터뷰에서 친구끼리 스파이(도청) 행동을 하냐는 질문에 대해 일반적으로는 친구끼리 그럴 수 없지만, 국가 관계에서는 서로…(말을 멈추며) 안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현실적으로라고 답변했다.)MBC보도에서 대통령실은 백악관 백브리핑에 대해 엠바고 해제 시간과 관련해 한국, 미국 시간을 혼동한 미국의 실무적 착오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힌 내용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미국과 한국의 시차가 존재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미국 측이 실수했을까. 대통령실이 패싱 당해 핑계를 대는 것일까. 미국의 단순 실수라면 사후에 미국 측에 사과를 요구하거나 항의를 하는 게 상식적이다. 근데, 그러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선 어떤 말이나 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백악관 엠바고 백브리핑에 항의하지 못해 얼버무리며 핑계 댄 거라면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정상회담 시작 전부터 모양 빠지는 일들이 있었다. 내용물이라도 실했으면 좋겠는데. 과연 그런지 살펴보자.한미 정상 공동성명*전문은 대통령실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인도-태평양 지역, 나토와 G7과의 파트너십, 러시아 우크라이나, 북한, 탄소중립, 원자력 에너지 평화적 이용, 디지털 협력 내용이 다뤄진다. 내용들이 구체적이지 않고 원론적인 수준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우크라이나 내용이다. 정상회담 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인도, 재정적 지원만을 고집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발언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군사적 지원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며 논란이 되었다. 공동성명에도 관련 내용이 나와있다. 미국과 한국이 전력 생산과 송전을 확대하고 주요 기반 시설 재건을 위한 것을 포함해 정치, 안보, 인도적, 경제적 지원 제공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 내용과 유사하다. 회담에 앞서 양국이 합을 맞춘 내용을 보고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 인터뷰에서 발언을 하는 바람에 안보라는 단어로 표현이 바뀐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단어만 달라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지원 가능성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공동성명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직접 지원 내용은 빠졌지만 여전히 지뢰밭은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NBC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최전방 상황이 바뀐다는 조건을 걸며 무기 지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NBC 영상 2분부터) 인도-태평양 전역에서의 협력 확대 인도-태평양 전략은 아베 정권 때 나왔던 전략이다. 후에 트럼프가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채택했다. 이게 바이든 정부까지 넘어왔다. 중국 압박을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을 기준으로 경제와 안보를 협력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일 3국 협력 중요성도 강조한다.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마찬가지 내용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조치를 환영했다고 나온다. 미국 입장에선 한일 관계가 좋아야 인태전략 컨트롤이 쉽기 때문이다.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관련 진전도 환영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일본에 대한 선제적 지소미아 정상화를 의미한다. 한국과 일본을 통한 완벽한 미사일 정보의 실시간 공유가 이뤄져 결국엔 미국이 받게 되니 미국이 환영할 수밖에 없다. 북한 핵 미사일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대잠전 및 해상미사일방어 훈련을 정례화하고 해양차단훈련 및 대해적 훈련을 재개하며 한미일 3국 훈련을 논의했다고도 나온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라 쓰고 대중국 압박도 할 수 있으니 일타쌍피다.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얻게 되는 건 뭘까? 이런저런 훈련을 하니 한국에도 이득이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어느 국가가 공짜로 훈련을 같이 해주려고 하겠나. 전략 무기들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면 그 비용은 누가 다 지불하게 될까. 2012년 개봉한 <킬링 소프틀리> 영화 마지막 부분에 브래드 피트 대사가 떠오른다.America's not a country. It's just a business. 또한, 한반도에서 한미일 대잠 훈련이나 미사일 방어 훈련이 진행된다면 북한이 가만히 있을까? 오히려, 북한은 군비 투자를 늘리거나 더 도발할 확률이 높다. 한반도에 무기와 훈련이 집중될수록 한반도 평화는 점점 멀어진다. 한국이 얻는 이익은 없다. 인태 전략을 바라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인태 전략을 바라지 않는 중국 중간에서 인태 전략을 지렛대로 사용해 미일중으로 부터 얻어 낼 것은 얻어 내는 외교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철통같은 양자 협력 강화반도체 및 신흥기술에 대한 협력, 사이버 동맹, 우주 동맹, 교육 교류를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 반도체 및 기술 협력 내용이 강조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와 반도체과학법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우려를 완화하는 노력을 평가했다고 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과학법이 기업 활동에 예측 가능한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는 협의를 이어가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이 있다. 회복력 있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유지라는 내용도 나온다. 하지만, 기술 협력, 협의 단어를 제외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겠다는 내용이 없다. * LA타임스 기자와 바이든 대통령 질문 내용 참고 : 오마이뉴스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과학법에 대한 한국 기업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는 협의를 하는 것인가. 이와 관련해, JTBC에서 보도한 LA타임즈 기자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질문한 내용이 화제다. 기자는 바이든에게 중국에서 반도체 제조를 제한하는 것이 한국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중국과 경쟁 때문에 한국이 피해를 받고 있는데 재선을 위한 카드냐는 질문을 던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투자해서 미국에서 반도체를 제조하며 한국 내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답변을 했다. 이런 동문서답은 처음 본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법안들이 중국과 관계된 것이 아니라고도 답변했다. 그렇지 않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북미 지역 내에서 제조된 전기차에 한정해 보조금이 지급된다. 중국산이 들어가거나 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에겐 비상 상황인 것이다. 현대, 기아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반도체과학법은 중국을 뛰어넘는 기술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두 법안 모두 명백하게 중국과 관계되며 한국 기업에게 치명적이다. 질문 자체가 한국 입장에서는 기분 상하는 내용인데, 바이든의 답변은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한국의 피해를 묻는 질문에 중국을 거론한 건 한국 패싱이라 볼 수도 있다.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반도체를 발명했었다며 과거 반도체 시장을 이끌었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도 답변했다. 공동성명문에 나오는 회복력 있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연결되는 답변 내용이다. 즉,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시장을 되찾겠다는 의미다. 일본 극우 세력이 메이지 시대의 영광을 찾고자 했던 것과 비슷해 보인다. 기자 질문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 답변의 80-90%는 미국의 반도체 부흥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한국 피해와 관련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 한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와 반도체과학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반도체과학법과 관련해 한국 기업의 불확실성과 경영 부담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IRA 관련해서는 한국 기업이 세액공제 혜택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미국 상무부에 적극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기술 협력, 협의, 합의 등의 내용이 많이 보인다.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과학법으로부터 한국 기업을 방어할 구체적 대안은 볼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미국에 앞으로 투자 못하니까 법안을 바꿔라는 한마디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불확실성과 경영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은 말 그대로 피해가 있다는 의미다. 피해가 있는 협상이 성공적인 협상인가?  정말 협상 못한다.반도체 관련 참고하면 좋은 내용 : (2분 50초 - 7분 30초) https://youtu.be/u4I4KZ-Vhlg공동성명 내용이라고 하는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한국의, 한국에 의한, 한국을 위한 내용은 1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에서 얻어온 국가의 이득은 무엇인가. 넷플릭스 투자만 남을 것 같다. 하지만,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변상욱 대기자 인터뷰를 참고하면 넷플릭스가 매년 투자해 오던 내용이라고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남는 건 사진밖에 없을 것 같다. 공동성명 내용은 이상이다. 워싱턴 선언은 어떤지 살펴보자.워싱턴 선언워싱턴 선언에도 외교적 결례에 가까운 해프닝이 있었다. 백악관이 워싱턴 선언 내용을 중국에 사전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고 더 신경 써야 하는 국가가 중국이라는 걸 보여준다. 외교부는 워싱턴 선언에 대해 유관국에게 사전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가 중국 측에 관련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정정했다. 이런 정황을 보면, 중국에 사전 설명을 했다는 것이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미국은 한국을 위한 립 서비스를 할 테니 중국에 불편한 내용이 있어도 화내지 말라고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게 아니면 갑자기 중국이 등장할 이유가 없다.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 중인 워싱턴 선언 첫 문단부터 인도-태평양 단어가 나온다. 인도-태평양에서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한다고 나온다. 언제부터인지 한미 사이에 인도-태평양은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가 되었다. 미국이 가장 신경 쓰는 전략이다. 한국이 인태 전략에 발을 넣는 순간, 진퇴양난이다. 미국 말만 계속 듣자니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딜레마에 빠진다. 중국과 뭘 해보려면 인태 전략에서 발을 빼야 하는데 미국이 가만있을까? 한국 정부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 미국 입장에서는 평화와 안정이겠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확장억제북핵 확장억제 내용도 등장한다.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전히 신뢰하며 한국의 미국 핵억제에 대한 지속적 의존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나온다. 미국이 짜놓은 퍼즐에 한국이 하나의 퍼즐 조각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다. 핵확산금지조약 NPT 의무에 대한 한국과 미국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협정 준수를 재확인하는 내용도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 보수가 외쳤던 한국의 핵 개발, 보유, 무장과는 반대되는 내용이다. 대통령 본인이 주장하던 내용과 다른 내용을 선언 내용에 넣는데 대통령 본인이 최종 합의를 본 것 아닌가. 근데, JTBC가 보도한 18회 국무회의 내용을 참고하면 한국형 확장억제라면서 한미 안보동맹이 핵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자신이 했던 말과 다른 내용이 업그레이드라니. 이해하기 어렵다.한국 핵 보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워싱턴 선언이 (사실)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김준형 외교광장 이사는 외교적으로는 빵점이지만 핵 무장에 반대하는 사람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MBC 뉴스외전에서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은 미국과 협의도 하고 훈련도 하지만 반대급부로 한국이 핵을 개발할 자위권적인 권리를 포기했다는 평가도 했다. 전작권을 내준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남북한 모두가 핵 무장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의 핵무장 포기는 미국 정부의 부담을 덜게 되는 효과도 있어 보인다. 핵협의그룹 NCG네 번재 단락에서는 핵협의그룹 NCG 설립을 선언했다고 나온다. 문재인 정부 때, 항상 발목을 잡았던 워킹그룹이 떠오른다. 핵과 관련된 내용에 있어서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고 미국을 거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략을 신뢰하고, 거기에 지속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나토의 NPG(핵기획그룹)은 미국 내에서 법제화되었지만 한국의 NCP(핵협의그룹)은 협의를 위한 노력을 하는 수준이라는 내용을 언급했다. 미사일 방어체제 MD한미 동맹이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과 기획이 가능하도록 협력한다는 내용도 나온다. 이는, 어떠한 종류의 핵 전쟁이든 한국이 말려들어 갈 수 있는 내용으로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에 따르면, 전략핵 자산들이 자체 방어 능력이 없어 재래식 무기와 패키지로 지금까지 묶여왔다고 말하며 미국 미사일 방어체제 MD에 한국 재래식 지원이 들어간다면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와 척을 지게 된다는 의미의 내용을 말했다. 만약, 우크라이나에 한국산 포탄이 지원되고 미국 MD 체제에 한국산 재래식 무기가 사용된다면 그 자체가 재앙 아닐까. 그럴 확률이 워싱턴 선언으로 더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한국에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 내용이다.또한, 언급된 미국 전략핵잠수함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는데.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SLBM의 경우 최소 사거리가 4,000km라서 북한에 대한 사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 정도가 사격권에 들어온다면서 사실상 보여주기식이라고 의견을 밝혔다.립 서비스다섯 번째 문단에는 북한의 모든 핵 공격은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에 대한 대응이 한반도에서 벌어진다면 전쟁터가 되거나 핵 공격이 이뤄진 장소로 남게 된다. 대신 미국은 본토에서 떨어진 곳에서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 한국을 위한 대응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미국 전략 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증진시킨다는 내용도 나온다. 전략 자산이 한반도에 자주 올수록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긴장은 높아진다. 전략 자산에 대한 비용도 발생한다. 북한의 군비 투자도 늘리는 꼴이 될 테다. 굳이 얻게 되는 걸 따져보자면, 보이지 않는 심리적 안정감 정도지 않을까. 마지막 단락에서는, 미국 전략 사령부와 수행하는 도상훈련을 포함한다는 내용이 있다. 북핵 확산 억제를 하는데 도상훈련이 무슨 상관일까 뜬금없다. 필리핀 루손섬에서 진행되었던 한미일 도상훈련이 연상된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위해 어떻게든 끼워놓고 싶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북핵보다 중-러에 더 신경 쓴 내용 아닌가 싶다. 북한과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와 외교를 확고히 추구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오면서 워싱턴 선언 내용이 끝난다. 앞서, 전략 자산과 훈련을 실시하고 북한에 대한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겠나. 나올 확률은 0%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문장은 립 서비스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내용들에도 불구하고, 김태효 국가 안보실 1차장은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며 지내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입장을 밝혔다. 반면, 미국은 핵공유는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저는 이번 미국 국빈 방문과 정상 공동성명 그리고 워싱턴 선언에 이르기까지 미국이라는 거대한 숲속의 늪에 빠진 한국 외교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7, 8일에는 기시다 총리가 방한한다고 합니다. 한국 외교가 늪에 빠져 잠식될지, 발버둥이라도 치며 빠져나오려고 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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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敵)을 만드는 대통령의 말
한미 동맹 70주년이며,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둔 상황에서,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국제사회가 용납하기 어려운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나 전쟁법 위반 상황이 있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보고 멍~해졌다. 우크라이나 파병이 논의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155mm 33만 발왜냐하면 얼마 전 대통령실 도청과 관련해 유출된 문서 내용이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문서는 3월 1일 작성되었다고 알려진다. 김성한 전 대통령 안보실장이 155mm 포탄 33만 발을 우크라이나가 아닌 폴란드로 수출하자며 이문휘 전 외교비서관에게 제안하는 내용이 문건에 나와있다. 파병과 관련된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인도적, 재정적 지원을 뛰어넘는 군사적 지원 내용이라는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20일 kbs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나토와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그룹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환영한 입장을 밝히며 백오십만 발이 넘는 155mm 포탄 등을 포함해 한화 4300억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미 육군 탄약 공장 대표 리차드 핸슨은 포탄 주문량 증가 질문에 주문 수량이 증가했다고 답변했다. 아직 100% 사실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면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 통신 인터뷰 발언은 걱정을 넘어 두렵다.두 마리 호랑이를 건드리다 을 언급했다. 경제안보 협력을 제외하면 주요 내용 모두 미국 주도로 이뤄지고 있고 한국은 하부 역할을 하게 되는 내용들이다. 반도체 등 기술 파트너십을 확대한다고 했지만, 미국 정부는 현대, 기아차를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국이 얻게 될 부분이 있을까? 의의가 어디 있고 성과가 어디 있나. 암담하다.ABM(Anything but Moon)얻는 것도 없어 보이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왜 저런 발언을 했을까? 지난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미래지향적인 대승적, 담대한 결단을 내렸다며 자화자찬했다. 미국과 담대한 결단을 했다면서 자유진영에 끼어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위해 러시아를 저지하는 일원이 되고 싶은 게 아닐까. 그 자체를 자신의 업적이라고 내세우고 싶은 게 아닐까. 아니면, 미국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게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anything but 문재인>이라서 전쟁 중인 지역에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전 정부와 다른 노선을 타려고 하는 걸까. 도대체 모르겠다. 정말이지, 이런 대통령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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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참사: 국외는 국내에서 만들어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을 대한민국 영업사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데일리.2023.01.17.) 영업이란 무엇입니까? 제품을 팔아 이익을 내는 모든 행위입니다. 영업사원은 제품을 팔아 이익을 내는 사람입니다. 이익이라는 것은 당장 수중에 들어오는 몇 푼의 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의 경우에도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거나, 다소 큰 비용을 들이더라도 장기적인 차원에서 기업과 제품의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가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그러면 외교란 무엇일까요? 외교란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국가의 이익은 물론 국민의 안전과 정치/경제/문화 교류를 개선하고 유지해나가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대한민국 영업사원이라는 말이 무슨 뜻에서 하는 말인지 이해는 가지만, 외교를 영업과 등치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외교를 상찬하는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윤 대통령이 MOU를 맺었다고 자랑을 하지만, MOU란 무엇인가요? 정식 계약을 하기전에 이런 내용을 서로 주고받으면 좋겠다고 주고 받는, 아무 구속력이 없는 약속입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면, 윤 대통령은 아직 이익을 낸 적도 없으니 영업사원으로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 윤 대통령은 이익을 낸 적도 없는 상태에서, 여기저기에 이상한 소리를 하고 다니며 국제적인 망신만 초래하고 있으니 이것은 아무리봐도 도저히 옹호해줄 수 없는 외교 참사가 맞습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상황을 잠시 돌아보겠습니다. 외교 참사: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2021년 6월 29일 대통령 선거 관련 정책 발표 중, “수교 이후로 가장 관계가 열악해졌고, 회복 불가능할 정도까지 망가졌다. 이념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가 여기까지 왔다”,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 안보협력과 무역 문제 등 현안들을 다 같이 하나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랜드 바겐(서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것을 이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발언. 징용,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해결을 죽창가라고 표현한 것도 놀랄 일이지만,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와 현재의 안보/경제 문제를 한 테이블에 놓고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그의 사고 방식을 엿볼 수 있다. (경향신문.2021.06.29.) 2021년 12월 2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간담회에서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가 중국 편향적인 정책을 써왔지만 한국 국민들, 특히 청년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 “한·미·일이 튼튼한 공조를 갖고 중국을 상대했을 때는 서로가 호감을 갖고 사업과 여러 문화 협력에 있어 좋은 결과를 나타냈고, 양국 국민이 서로 호의적인 마음을 가졌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중국 편향적인 정책을 쓰고 미중 간 중간자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결국 관계가 나쁜 것으로 끝났다”라고 말하며 노골적인 반중 감정을 드러냈다. 또 “(일본과) 서로 이익을 나누는 관계가 돼야 과거사 문제가 잘 풀린다”고 말했다. (시사저널.2022.12.28.) 2022년 6월 29일~7월 윤 대통령 NATO 정상회의 참석. 전용기에 민간인 신 모 씨가 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 신 씨는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부인으로 민간인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김건희 여사의 일정을 도왔다고 밝혔지만, 아무 직책도 없는 민간인이 대통령 전용기를 타는 게 맞는지에 대해 비판이 일었다. (경향신문.2022.7.05.) 2022년 8월 3일~4일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 방한. 대만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자신은 휴가중이라는 이유로 펠로시를 만나지 않았고, 외교부 장관은 물론, 차관급 인사도 아무도 나가지 않음. 이로써 한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자신의 역할을 포기한 것으로 보이게 되었고, 더이상 동북아의 키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4일 오전, 미국측에서는 대놓고 불쾌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물론 친미 성향의 국가들은 대놓고 불쾌함을 드러냈고, 그 중에는 윤 대통령이 중국 편에 섰다고 말하는 전문가/언론인들까지 있었다. 이에 대한 외신의 반응은 이랬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 남한 대통령이 휴가를 이유로 낸시 펠로시와의 만남을 건너뛰었다. South Korea’s president skips Nancy Pelosi meeting due to staycation. (The Washington Post.2022.08.04.) (영국) 가디언: South Korean president accused of avoiding Nancy Pelosi in bid to placate China. (The Guardian.2022.08.04.) (일본) 아사히 신문: 한국 대통령 ‘휴가중이라서’ 펠로시 씨와 만나지 않아…. 전화협의, 중국 배려하나? 韓国大統領「休暇中のため」ペロシ氏と会わず 電話協議、中国配慮か(朝日新聞.2022.08.04.) 2022년 9월 1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패스 논란. 조문을 이유로 영국으로 간 윤 대통령 부부가 교통 문제를 이유로 조문과 한-영 정상회담담을 취소. 영국에서는 이미 국가 원수들에게 전용기 탑승 자제 및 의전차량 제공 불가를 7일 전에 알렸다는게 밝혀졌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 부부, 일본 나루히토 천황 부부,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 등은 아무 문제 없이 조문을 하고 돌아갔다는 게 알려져 윤 대통령 부부가 조문을 안 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미디어오늘.2022.09.20.) 2022년 9월 22일 48초 한미회담. 그리고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 논란. 욕설 직후 MBC 고소와 국회, 여당의 대통령 옹호까지 외신들은 자세히 보도하며 한국 정부를 비난하였다.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카이알리 카엘레(Kaiali'i Kahele): 20%대 지지율? 대통령님, 본인은 본인의 나라에 신경을 써야할 거 같네요. 20% approval rating ? With all due respect Mr. President, you should focus on your own country. (해당의원 트위터) (미국) CNN: 핫마이크가 남한 지도자 윤석열이 미국 국회를 욕하는 것을 캐치했다  Hot mic catches South Korean leader Yoon Suk Yeol swearing about US lawmakers (CNN.2022.09.23.) (미국) 미국의소리: 남한 대통령이 핫 마이크 순간을 두고 미디어를 혼낸다 South Korea's President Scolds Media Over Hot Mic Moment. (VOA.2022.09.26.) (프랑스) AFP: 핫마이크에 걸린 남한 윤석열의 말버릇 없는 비난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South Korea’s Yoon Suk-yeol’s foul-mouthed criticism of US caught on hot mic goes viral. (AFP.2022.09.22.) (일본) 마이니치신문: 윤 대통령이 ‘개자식들’ 미국 회의장을 퇴석하면서 한국국회에서 비난 尹大統領が「くそ野郎ら」 米会議場を退席時 韓国国会で非難 (毎日新聞.2022.09.22.) (중국) 환구시보: 한국대통령부: 미국 국회에 욕한게 아니라…. 韩国总统府:骂的不是美国国会…… (环球时报.2022.09.23.) 2022년 11월 12일 김건희 여사가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불참하고 캄보디아 병원과 환아를 방문하여 논란.  2023년 1월 16일 아랍에미리트에서 “UAE의 적은 이란” “UAE는 우리의 형제 국가다. 형제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다” 발언. 이란 외교부에서는 바로 한국 정부에게 해명을 요구하였고 한국 대사를 초치해 강력항의했다. 한국 대통령실에서는 오해였다고 해명하면서 동시에 이란 대사를 초치해 해명하였다. (미국) 디플로매트: 윤석열의 발언은 남한과 이란 사이의 외교적 갈등을 촉발한다. Yoon Comment Sparks Diplomatic Row Between South Korea, Iran. (The Diplomat.2023.01.20.) (중국) 인민일보: 이것은 윤석열 외교 실언의 처음이 아니다. 작년 9월 방미 때에도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국회에 대해 욕설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这不是尹锡悦首次外交失言。去年9月访美时,他被爆疑似在提及拜登和美国国会时爆粗口。 (人民网.2023.01.18.) Foreign Begins at Home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도대체 뭘까요?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건 북진통일을 하건 북한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미국이나 중국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인데 미국에 대해서 그다지 진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아니고, 중국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냅니다. 정말 경제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지금 떠오르는 시장이라고 회자되는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외교에 공을 들여야 하는데 그런 노력도 그다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란에 대해서는 해선 안 되는 망언을 해서 불필요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딱 하나의 나라는 일본입니다.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이념편향적 죽창가라고 말하며 협상의 카드라고 말하는 그의 태도는 심각한 수준의 역사인식과 외교관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이 이런 윤 대통령의 태도를 반가워하느냐? 절대 아닙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저자세 외교를 비웃으며 윤 대통령의 실언들만 모아서 한국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듯한 느낌마저 줍니다. 이런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자세는 아마도 반-문재인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유독 문 전 대통령 시절에 일본과의 외교가 시끄러웠고, 일본 언론에서는 문 대통령을 반일마왕이라고까지 부르며 그의 말로가 불행하기를 기원하는 뉴스까지 쏟아졌으니까요.  (일본) 일간대중: 한국 새 대통령 문재인 반일마왕의 정체 韓国新大統領・文在寅「反日魔王」の正体 (日刊大衆.2017.05.23.) (일본) 머니 현대: ‘일본을 싫어하는 한국인’은, 사실 문재인 ‘자기가 만들고 자기가 연기한 페이크’ 였다…! 「日本を嫌いな韓国人」は、じつは文在寅「自作自演のフェイク」だった…!(マネー現代.2021.12.31.) (일본) 산케이신문: ‘반일’ 노선을 자찬  분열 남기고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反日」路線を自賛 分裂残し文在寅大統領が退任へ (産経新聞.2022.05.06.) 문 전 대통령 시절 한국과 일본의 외교관계가 꽤 악화되었던 것에 비해 다른 나라들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윤 대통령의 외교 방침을 반-문재인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외교는 금전적 이익을 얻냐 마냐 수준이 아닙니다. 경제/문화교류부터 국가 안보, 더 나아가 국민의 생명이 달려 있다고도 할 수 있는 한 나라의 외교 정책을 국내의 정치적 원한을 바탕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과연 옳은가, 저는 이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나 사고방식이 국내외적으로 창피하고 망신스러울 때가 많고, 모두 이에 대해 많이들 말을 하지만, 저는 한편으로 이것이 한국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외국에 대한 무지와 무관용 때문은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이슬람 사원이 집 주변에 생기는 게 싫다고 굳이 돼지머리를 사오는 모 지역 사람들이나 서울 시내에서 난민 입국 반대 시위를 벌이던 사람들, 그리고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아도 이런 행동에 동조하는 사람들. 이런 태도의 극단이 바로 윤 대통령의 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국내외 모두, 한국은 수출, 즉 남의 나라돈으로 먹고 사는 나라라고 평가합니다. 이런 나라에서 심각한 수준의 무지와 무관용을 넘어, 거만/불통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정답이 아닙니다. 결국 지금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은 반-문재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조에 한국에 뿌리 깊은 외국에 대한 무지와 거만이 혼합되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대통령의 입을 막지 않는 이유도 결국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지금 정부가 뿌린 씨앗을 이후 정치인들이 어떻게 풀어야 할지 저는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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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겁’, 따분해진 전쟁… 다시 겁먹기를 바라며
“무서워”라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침략당했을 때, 뉴스를 보고 “무서워”라고 했다. 나의 어머니가 그랬고, 친언니가 그랬고, 카톡을 하던 친구가 그랬다. 적어도 그 직후에는, “안타까워”라는 표현은 듣지 못했다. 현장 사람들의 절박함과 거리를 두는 ‘안타까움’보다는 당장의 ‘무서움’이 앞섰던 것이다. 러시아 씩이나 되는 강대국이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건 우리의 삶에도 영향을 줄만큼 두려운 사안이었으니.   지금까지도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온라인 집회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책방이음) 민간 단위의 반전 운동이 미처 나의 정보가 닿지 못하는 곳에서도 형형히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침공당한지 반 년이 넘은 현재의 소식이다. 한편,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지는 어느덧 일 년 반이 됐다. 홍콩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난 폭력을 우리는 공중파 뉴스에서 목격해왔다. 헤드라인 위에 ‘전쟁’과 ‘인권침해’, ‘민간인 학살’… 이라 적힌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제는 좀 태연해 보인다. 전반적으로 ‘무심해진’ 분위기가 퍼져있다. 관심이 미비해진 건 이 소식에 ‘질려’있기 때문이다. 홍콩도, 미얀마도, 물리고 식상해진 소식이 되어버렸다.   고립은 비밀리에 벌어지지 않았다. 온 세상이 알고 있는 비극이 고립된다는 것, 이런 '앎'은 때로는 몰랐을 시절만큼도 못한 비관을 발 딛게 한다. 아무도 모를 때는, 적어도 누군가 알면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있으나 앎 속에서 고립되면 희망의 경로를 뚫기 어렵다. 이미 알았고, 따분해졌으므로, 절망적인 걸까? 나는 여기에 앎의 일각이 아닌 전체를 재구성하자는 생각을 던져본다. 지금은 대상과 거리를 전제하고 상황을 ‘관조’하는 앎이 전체인 양 퍼져있다. 그러나 얼음은 만져야 차갑고, 송곳엔 찔려야 아프다. 즉 거리를 좁혀 대상과 닿을수록 기존에 관조하던 ‘앎’의 일부는 소용이 없어진다. 피부로 깨달은 두꺼운 ‘앎’으로 대체될 뿐이다. 이에 반년 전 내 귀에 “무서워”라 들렸던 사람들의 진심을 다시 꺼낸다. “쯧쯧. 어떡해.”가 아니고, “불쌍하다.”가 아니고, “안타까워”도 아닌 “무서워”라는 실감 나는 겁을. 겁 먹던 자들은 전쟁을 하는 수 없이 멈춰야 한단 걸 피부로 알았다.   우리가 다시 겁먹기를 바란다 겁은 나약하다. 겁은 수동적이고 공격하지 않는다. 겁은 오히려 울고 도망치기에 바쁘다. 그리하여 당한 쪽이 ‘이기길’ 바란다거나 정권을 혁명적으로 갈아엎기를 응원하자고 제안하지는 않겠다. 그것도 승리의 한 방식이지만, 여기서는 겁과 슬픔과 공감으로 이뤄진 해방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왜냐하면 전쟁 현장에 있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은 자국의 승패와 무관하게 자주 패배하기 때문이다. 가족이 다쳐서 돌아오고, 터전이 훼손되고, 이웃공동체가 망가진다. 승전국의 승리는 수많은 시민의 승리라고 부를 수 없다. 그러므로 나라를 위해 용맹하게 희생하는 ‘위인’보다, 무서워서 줄행랑치는 보통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죽고 죽이는 게 무섭고 우리 동네가 무너져서 슬픈 이들의 나약함이 바로 전쟁 없는 다음 사회의 가능성을 쥐고 있다.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저 보통의 두려움을 환기해보자. 비극의 식상함에서 벗어나자. 겁을 먹음으로써 당신도, 나도 전쟁과 폭력에 반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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