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그린벨트 해제? 천국을 믿는 사람에게 노아의 방주를 맡겨선 안 된다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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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입니다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발표했다. 53년 만에 최대폭 해제다. 정부는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그린벨트를 대거 해제한 뒤, 기업이 많이 입주할 수 있도록 토지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 중" 이라고 말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해제를 밝힌 건 1971년 그린벨트 도입 이후 처음이다. 해제 면적은 여의도 면적(2.9㎢)의 837배다.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린벨트 해제 발표 후 입장은 엇갈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역 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 이라며 긍정의 뜻을 내비쳤고, 일부 지역 국민의힘 예비 후보는 “76만 평 그린벨트틀 해제해 주거·문화·상업시설과 기업 연구개발(R&D)시설 등을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도 규제완화가 필요" 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판도 있다. 한겨레는 “대놓고 선거운동" 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그린벨트를 선거운동에 활용한다고 비판했고, 경향신문 역시 “1등급 그린벨트 풀어 ‘표심 잡기'” 한다며, “총선 급하다고 막 던질 정책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그린벨트 해제는 신중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를 원천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은 내비치지 않았다. 합리적인 개발 로드맵이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해제하는 건 자칫 투기만 일으킨다는 지적이 더 강했다. 어느정도 그리벨트 해제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걸 알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과거에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한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그린벨트 해지를 통해 택지 공급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처음에는 “그린벨트 해제가 전국에 부동산 광풍을 불러올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뜻을 돌린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재임시절 그린벨트 해제 입장을 밝힌 바 있었다. 물론, 논의 끝에 미래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남겨야 한다며 입장을 백지화 했었다.

성장이냐 환경이냐의 이슈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은 지역의 발전과 개발을 위해 그린벨트 지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주택공급 등 합리적 개발 로드맵이 있다면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애초 지역 주민들도 이를 원하고 있다. 

국민의 눈치를 봐야하고, 지역민에게 발전을 말해야 하는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해제하라는 지역민의 요구에 무작정 “지켜야 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표를 얻을 수 있다면, 겨울철 귤 까먹 듯 까먹고 싶은 이슈다. 그렇게 그린벨트는 과거보다 줄었다.

성장은 만능 열쇠처럼 느껴진다. 성장은 질병을 치료했고, 정복했으며, 빈곤을 줄였다. 그럴수록 성장은 모든 문제의 해법처럼 여겨졌고, 침범해서는 안 될 성역이 됐다.

하지만 문제도 만들었다. 성장은 항상 자원을 요구했고, 성장할 수록 더 많은 자원을 요구했다. 앞선 성장을 지키기 위해선, 더 많은 성장이 필요했다. 이로인해 자원 고갈과 기후위기 등 환경과 사회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고,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전 세계가 지속가능발전을 목표로 내걸고, 전 세계가 협업해 탄소중립과 지속가능성장을 외치는 이유다. 이는 곧 성장을 위해 환경을 무분별하게 파괴해선 안 되고, 현대 사람들의 성장을 위해 미래 세대의 자원을 끌어와선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개발과 성장 역시 환경을 지키고, 환경을 지키기 위한 성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차원에서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놔야 할 자원이다. 어쩌면 미래세대 조차 쓰지 못하게 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 미래세대의 삶은 현재의 삶에 가려져 있고, 정치와 경제 의제로 시급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그레타 툰베리의 바람처럼 정치와 경제인들은 환경 보호를 위해 “집에 불이 난 것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여전히 성장은 건제하게, 성역을 지키며 다른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우라나라 그린벨트도 그랬다. 정치인과 경제인들은 그린벨트를 풀어 탄소중립 단지로 개발하면, 탄소중립도 이룰 수 있고, 성장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성장하기 위해선 그린벨트가 필요하고, 그린벨트를 풀면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린벨트 이슈는 성장을 위한 환경파괴와 환경파괴로 만든 성장으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논리로부터 환경을 보호하는 이슈다.

환경은 보호해야 한다. 특히, 성장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성장만능주의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이를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우리나라 그린벨트 발전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장을 위해 때론 성장 억제를 위해 그린벨트가 어떻게 해제됐는지, 그 결과 성장으로 문제가 해결됐는지, 왜 사람들이 지역 개발을 원하는지, 왜 기후정치가 필요한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시작은 1971년 7월, 박정희 정부로 시작한다.

1971년 그린벨트(Green belt) 지정 ‘과도한 도시화와 성장 관리'의 성역

우리나라 첫 그린벨트는 1971년 7월에 지정됐다. 당시 정부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수 많은 인구가 농촌에서 도시로 몰리는 걸 목격했다. 1960년 245만 명이던 서울인구가, 1970년 553만 명으로 증가한 것이다. 인구가 계속 도시로 몰리면, 과거 선진국이 산업화 시대에 경험했던 환경 위기를 겪을 것을 우려해, 그린벨트를 지정했다. “인구를 담는 그릇의 시가지라도 커지지 않게 그린벨트로 졸라맨 것이다.”1)

출처 : 국토연구원 [월간 국토] 2021년 7월 (통권477호)

그린벨트는 이후 계속 지정됐고, 정부는 철저히 관리했다. “개발제한구역 구상과 운영 관리까지 대통령이 개입했고, 모든 상황은 대통령 승인을 받고 이루어져야 했다. 이렇게 정해진 내용은 그 결함과 이해당사자 저항에도 불구하고 이견과 불만 표출이 금기시 됐다.”2) 그린벨트 관리 부실 공무원 2,500 명을 징계하기도 했다. 독재정권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처럼 그린벨트는 “대도시성장관리와 자연환경 보전을 위하여 말 그대로 개발, 즉 ‘환경훼손 및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사업 활동 및 사람들의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됐다.”3) 과도한 도시화와 성장으로부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물론, 환경 보호 이슈만 있던 건 아니었다. 일자리와 주택, 도시서비스 인프라 부족, 북한과의 대치 상황에서 과도하게 서울로 인구가 집중되는 걸 막기 위함이 더 컸다. 인구집중을 위한 도시관리 방안의 측면에서 환경 보전 보다는, 대도시 성장 관리가 우선이었다.

1990년 문민정부, 그린벨트를 탄력있는 관리지역으로 만들다

이러한 배경에서 그린벨트는 침범해서는 안 되는 성역으로 규정됐다. 물론 민주적이지 않고, 독재와 묵살로 이룩한 성역이었다. 성역은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로 그 위상을 잃는다, 1990년대 문민정부(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뒤, 그린벨트에 쌓여온 불만이 터져나왔다.

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지역 개발 저하였다. 대도시 주변 지역에 밀집해 개발 압력은 강한데 비해, 그린벨트로 묶여 있으니 개발은 안 되고, 땅값은 싸고, 재산 축적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린벨트 소유자 70%가 개인이라는 점에서, 이는 재산권 침해였고, 개발제한이라는 점에서 도시간 격차를 만들어내는 요소였다. 재산 증식도 안 되고, 개발 또한 되지 않는 곳에 머물 사람은 없었다. 지역 탈출이 증가했고, 이는 지역 발전 저하를 더욱 악화시켰다.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자 급기야 그린벨트 제도개선이 핵심 대선공약으로 제시됐다. 제 2기 문민정부는 곧장 공약실천에 나서 중소도시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그 결과 그린벨트가 “누려왔던 성역으로서의 위상은 한 차례의 대대적인 조정을 거친 뒤, 사실상 사라졌다”. ”지켜야 할 성역이 아닌, 중요한 공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손을 댈 수 있는 탄력성 있는 관리지역이 된 것이다"2) 환경의 성역을 개발과 성장이 꿰찬 것이다.

국민의 정부, 그린벨트 7곳 전면 해제 IMF 외환위기 극복 일환

문민정부에서 성역의 위상이 사라진 그린벨트는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땅이됐고, 김대중 정부는 “가장 탄력적인 성향”을 보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새정치 국민회의 총재 시절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우리나라는 남한만 해도 60%가 산이라 더 이상 그린벨트가 필요한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라며 “이 평가에 따라 필요 없는 지역은 해제하고, 필요한 지역은 그린벨트로 묶고 국가가 사들여야 한다”고 했다.

출처 : 국토연구원 [월간 국토] 2021년 7월 (통권477호)

이후 1999년 7월 22일, 그린벨트 7곳이 전면 해제됐다. 물론 그 배경에는 IMF외환위기로 인한 경제 위기가 있었다.

IMF 외환위기로 전례없던 성장이 꺾였던 김대중 정부는 위기를 돌파해야 했다. 어떻게든 위기를 탈출하려고 했던 정부는 외국인 투자 유치와 서민주거안정을 목적으로 그린벨트를 전면해제하기에 이른다. 그린벨트 지역은 토지 가격이 저렴했기에, 공공임대주택을 싸게 건설할 수 있었고, 해외 투자 유치를 이룰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지역 주민들의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었다. 지역민의 불만 표출과 IMF 외환위기 탈출을 위해, 그린벨트 지역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고 4,5등급지를 중심으로 '조정가능지역'으로 설정하고, 전면해제와 부분해제로 구분해 해제했다. 경제 발전 요구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그린벨트가 해제됐다.

노무현 정부, 성장을 막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

김대중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는 노무현 정부까지 이어졌다. 다른 점이 있다면, 노무현 정부는 과도한 집 값 상승을 막기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했다는 점이다.

과도하게 상승하는 수도권 집 값을 잡기 위해 노무현 정부는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기조를 취한다.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선 토지 값이 싸야했고, 그 이유로 최후의 보루인 그린벨트가 선택 받았다. 하지만 그렇게해도 집 값은 꺽이지 않고 되려 상승했다.

출처 : 경실련 [기자회견]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 서울아파트 시세 변화분석

경실련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당시 서울의 집 값은 94% 상승했다. 사실상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 증가 정책이 실패했다는 의미다. 이는 주택이 주거보단 재산 증식의 목적과 투기 목적이었다는 걸 방증한다. 결과야 어쨌든, 성장을 잡기 위해 그린벨트가 희생된 건 변함없다. 

노무현 정부는 이후 과도한 수도권 집중 해소, 지역균형발전, 지방분권을 위해 수도권 이전과 공기업의 지방 이전을 기조로 내세웠지만, 실패했다.

윤석열 정부, 또다시 그린벨트 전면 해재?

노무현 정부 이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는 크게 그린벨트 해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진행되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앞선 정부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았다. 오히려 보호하자는 기조였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개발 기조로 바꾸려 하고 있다. 개발을 위해 환경이 불필요하다는 논리다.

윤석열 정부의 그린벨트 발표 후 여권 관계자는 “지방은 소멸 위기에 놓여 있는데도 50여년 전 기준으로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는 결국 지역 발전에 해가 된다” 고 말했다. 이 말은 틀렸다. 그린벨트를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건, 박정희 정부 때 뿐이었고, 이후에는 크든 작든 계속 훼손했고 개발했다.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는 없어진지 오래고, 언제든 까먹을 수 있다는 논리가 지배되고 있다.

까먹었던 기조역시, 전례없던 IMF 외환위기 극복과 지방균등발전과 지방 분권을 위해서였다. 해당 정부들은 환경영향평가 1・2등급을 받은 곳은 보호했다. 윤석열 정부는 그 평가마저 간소화시키고,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 환경이 개발에 방해가 되고, 지역 격차를 부추긴다는 논리다. 이처럼  “현세대의 경제적 효율성에 편중되거나 당해 국가 또는 사회의 계층 간, 지역 간 격차가 커지면 자연환경은 비효율로 치부”3) 된다.

물론 그린벨트로 인해 지역 개발이 더뎠고, 지역 격차가 발생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논리가 사실이었다면 과거 지역이 개발됐을 때, 지역 격차가 줄어들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 집중은 더욱 강해졌고, 견고해졌다. 이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개발이, 지역격차 해소 해법이 아니라는 걸 방증한다. 이미 그것이 해법이 아님에도, 계속 추구하는 건 그린벨트의 존재가 개발과 성장에 방해되고 비효율적이니,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논리 추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출처 : 스톡홀롬 대학교 2023년 9월 지구한계 현황. 9개 항목 중 6개가 지구한계를 이미 넘었다. 참고로 영국의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는 지구한계 개념을 토대로 도넛 경제학을 제시하기도 했다.

효율을 추구하고, 끊임없이 성장하고, 개발하고, 생산해야 한다는 논리로, 지구는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다. 그 한계와 더불어 양극화, 불평등, 기후위기가 발생했고 이를 더이상 두고보면 안 된다는 기저에서 지속가능발전을 말하고, 그 실행 방법으로 재생에너지 사용과 탄소중립, RE100 등등 이슈가 나오고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직면하고, 이행하기로 약속한 이슈들이다. 탄소중립을 말하면서, 탄소 흡수원을 줄이자는 건 어불성설이다.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극복은 환경을 파괴하면서 이룰 수 없다.

지금 우리가 가진 자연 환경을 보호하며,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그린벨트를 까먹어야 하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보호해야 하는 논리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만약 우리가 자연의 무언가를 남용한다면 그것은 결코 가게 진열장을 도로 채우는 소비재들이 그래 보이듯이 저절로 다시 보충되지 않는다. 자연은 결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4)

기후 정치가 필요한 이유, 천국을 믿는 사람에게 노아의 방주를 맡겨선 안 된다

“그린벨트를 풀어 ‘탄소중립・미래 차 부품 단지 육성"의 기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기조 전제는 개발이 되고 성장하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속아선 안 된다. 기술 개발과 성장은 만능이 아니다.

성장과 개발 만능주의 자들은 “오존층이 줄어 피부 암의 위험이 높아진다면 더 나은 자외선 차단제와 더 나은 암 치료제를 발명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새로운 자외선 차단제 공장과 암 센터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5)고 말한다. 우리의 논의는 더 성능 좋은 자외선 차단제가 아니라, 오존의 구멍을 어떻게 틀어막을 것인지가 되어야 한다. 

과도하고 무분별한 성장만능주의가 지금의 문제를 만들었다는 걸,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기술이 모든 걸 해결해 줄거라고 말했지만, 기술은 더 혹독한 환경에서 더 편안한 삶을 제공해 줬을 뿐이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데우스⟫를 통해 성장만능주의를 극복해야 하며, 그 이유로 ‘환경' 이슈를 들었다. 반면, 그 이슈를 이끌어 갈 정치, 경제계 인사들은 미래의 과학자들이 지구를 구원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도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박을 하는 이유는 “그 도박에 거는 미래가 본인들 개인의 미래가 아니라고 생각”5)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거대한 홍수가 왔을 때, 수십억 명이 익사한다고 해도 과학자들이 최상위권인 자신들을 위한 노아의 방주를 만들 것이라 믿고 있다며 경고한다.

더 무서운 경고는 "과도하게 많은 유권자들이 이를 믿는다"5)는 것이다. 그린벨트 구역의 소유주 70%가 개인이고, 일반 국민 10명 중 6명은 필요시 해제해 활용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 그린벨트 지정으로 인해 지역이 발전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린벨트 해제로 성장을 만들어주겠다는 정치인들의 공약이 자칫 성장이 천국을 만들어 줄 거라고 들리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는 틀린말이고, 틀린 생각이다.

그린벨트를 풀어 성장을 도모하고, 탄소중립을 이루고, 잘 살아가자는 말은, 홍수의 발생을 막지말고, 홍수에서도 살 수 있는 노아의 방주를 만들자는 말과 같다. “천국을 믿는 사람들에게 핵무기를 주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최첨단 방주를 믿는 사람들에게 지구 생태계를 맡겨서는 안 된다.”5)

그린벨트를 풀어서 지역 개발이 이루어지고, 탄소중립이 이루어졌다면 이미 과거에 달성됐어야 한다. 지금은 홍수가 나지 않도록, 땅을 정비하고, 나무를 심고, 생태계를 보호해야 할 때이지, 그 나무를 잘라서 대홍수를 가로지를 노아의 방주를 만들때가 아니다.

그린벨트 이슈를 보고, 착잡했다. 지금의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살아가지 않을 미래를 위해, 현재의 이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성장과 환경 이슈 중에서 십중 팔구는 경제성장을 선호한다."5) 이번 4월 국회의원 선거는 부디 경제성장이 아니라, 기후를 고민하는 기후정치가 됐으면 좋겠다.

기후정치를 한다는 건, 결국 성장만능주의가 절대로 천국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성장만능주의로부터 환경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성장만능주의에게 환경을 더는 내줘선 안 된다. 4월에 열릴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성장을 위해 환경을 이용하는 게 누구인지, 성장만으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누구인지 제대로 알아서 걸러내고, 자신들이 살아가지 않을 세대를 위해 정말로 필요한 환경 정책을 내는 사람이 뽑혔으면 좋겠다. 미래를 위한 정치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성장만능주의가 만들 천국을 믿는 사람에게, 노아의 방주를 맡겨선 안 된다.

출처 : Unsplash

1) ⟪개발제한구역과 광역도시계획 : ‘2020년 수도권 광역도시계획'을 중심으로⟫ (박재길/ 월간 국토 21년 7월 호/ 국토연구원/ 2021)

2) ⟪개발제한구역의 발자취, 그 사회구조적 맥락⟫ (최병선/ 월간 국토 21년 7월 호/ 국토연구원/ 2021)

3) ⟪자연환경 보전과 개발제한구역⟫ (이창수/ 월간 국토 21년 7월호/ 국토연구원/ 2021)

4) ⟪지구 한계의 경계에서⟫ (요한 록스트림, 마티아스 클룸/ 에코리브르/ 2017) p.53

5) ⟪호모데우스⟫ (유발 하라리/ 김영사/ 2021) p.38, 296,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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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그린벨트 때문에 고민하는 분이 있어서 더 감정이입하며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성장주의자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어쩌자고 다 개발해버리자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지역균형발전이나 역차별이라고 그들이 들고 나온 주장은 어떤 통계를 들이미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그리고 임기초에 진행했다면 덜 괘씸했을텐데 지금 진행하는걸 보면 너무 괘씸합니다. 서울 서남권 개발도 지금 들고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여겨지네요. 개발이 선거의 필승 카드로 여겨진다면 앞으로 몇년 뒤에는 어딜 개발하자고 할지 상상도 안됩니다.

<성장은 항상 자원을 요구했고, 성장할 수록 더 많은 자원을 요구했다. 앞선 성장을 지키기 위해선, 더 많은 성장이 필요했다>는 말에 공감되네요. 그린벨트 이슈가 계속 쟁점이 되는 이유는 혜택은 모두가 보지만, 이에 대한 책임은 그 지역 사람들만 짊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지역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책임에 비해서 나한테 주어지는 혜택이 적은거죠. 글에서 적어주신 것처럼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제가 당사자가 된다면 어떻게 주위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막막하네요.

설명해주신 그동안의 사례들을 보면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래를 써버리는 꼴'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린벨트는 생태환경 보존의 최소단위이고, 이걸 줄이는 게 우리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개발'이라는 표현으로 감춰진 '환경파괴' 속에서 인간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요? 이미 끝나버린 것은 아닐까요?

흥미로운 주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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